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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국어/현대문학 540

고무신, 장순하 [현대시]

고무신 장순하 눈보라 비껴 나는 ── 全 ── 群 ── 街 ── 道 퍼뜩 차창(車窓)으로 스쳐 가는 인정(人情)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나 둘 세 켤레 개관 - 성격 : 입체적, 시각적, 실험적, 향토적 - 특성 ① 구별 배행 시조로 3장 6구의 형식을 지키고 있음. ② 시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 및 주제의식을 형상화함. ③ 줄표의 활용, 크기가 다른 활자의 배열 등 현대시에서의 형식적인 파격을 실험함. ④ 차분하고 잔잔한 어조와 정형률의 활용 - 제재 : 고무신 - 화자 : 소박한 시골 생활에서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는 사람 - 주제 : 소박한 시골 생활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인간미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외딴집, 섬돌, 고무신 → 이 시어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시골'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

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서정주 [현대시]

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山)돼지, 매[鷹]로 잡은 산(山)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門)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門) 열어라 꽃아. 문(門)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門) 열어라 꽃아. 문(門) 열어라 꽃아. 개관 - 제재 : 사소 설화 - 화자 : 나(사소) - 주제 : 초월적 세계에 대한 갈망 영원하고 절대적인 세계를 갈망하는 구도적 정신 - 성격 : 상징적, 구도적, 전통적, 독백적 - 표현 :..

현대소설, 현대수필, 현대시, 문학작품 주제별 핵심

● 현대소설 주제별 핵심 정리 ■ 일제 식민지 시대(1) ​ □ 가난(빈곤) - 일제 강점기 하층민의 비참한 삶 ▶ 김동인 전지적 작가 시점. ▷환경으로 인한 한 여인의 타락과 비극적 종말을 그린 자연주의 소설. 한 여성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운명이 변하는가를 '환경 결정론'의 입장에서 보여 줌. 현실의 추악한 면(물적 욕구 추구), 인간의 존엄성 상실이 그려져 있음 ▶ 나도향 전지적 작가 시점. ▷본능적 육욕(신치규) + 물질에 대한 탐욕(방원 아내) → 인간의 도덕성 타락. ▷이면 주제 : 일제의 상업 자본에 의한 한민족의 정신적 순결성 훼손 비판. ▷소재 '물레방아' → 인생의 덧없음(운명의 수레), 에로티시즘(성적 충동), 서정성(농촌의 향토적 배경) ▶ 현진건 1인칭 주인공 시점. ▷경제적으로 ..

사는 일, 나태주 [현대시]

사는 일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개관 - 성격 : 반성적, 자족적, 긍정적 - 특성 : 일상생활에서 느낀 소박한 감동을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표현함. - 주제 : 주어진 순..

생명, 김남조 [현대시]

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 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개관 - 제재 : 생명 - 화자 : 생명과 진실의 근원을 인식한 사람 - 주제 : 고통을 통해 완성되는 생명의 본질 - 성격 : 비유적, 경구적 - 표현 : 단정적인 표현..

강우, 김춘수 [현대시]

강우 김춘수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개관 - 성격 : 애상적, 감상적 - 특성 ① 감각적 심상을 통해 화자의 현재 상황을 나타냄. ② 현재 시제를 사용하여 현장감을 살림. ③ 독백적 어조로 화자의 내면을..

북어, 최승호 [현대시]

북어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 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개관 - 제재 : 북어 - 화자 : 북어를 바라보며 현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고..

원고지, 이근삼, 희곡, 단막극, 풍자극, 부조리극

원고지(1959) 이근삼 ● 줄거리 장녀와 장남이 나와 가족을 소개하고 나면, 아내가 돈 문제로 남편인 교수를 추궁한다. 교수는 중압감에 못 이겨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인다. 교수는 밤 8시 시계 소리를 듣고 아침인 줄 착각하고 출근하려고 하는 등 일상생활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면서 살아간다. 이때 감독관이 나타나 번역 원고 쓰기를 독촉하고, 아내는 원고 한 장이 나올 때마다 이것을 돈으로 환산한다. 교수는 우연히 190칸만 있는 원고지를 발견하고 환상 속에서 젊은 날의 희망과 정열을 상징하는 천사를 만난다. 교수는 자신의 꿈을 찾아 줄 것을 갈구하나 천사는 곧 사라져 버리고 감독관이 나타나 번역하는 일을 독촉하자 또다시 기계적으로 번역을 한다. 신문은 과거와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고 교수는 번역..

눈, 김수영 [현대시]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개관 순수를 표상하는 ‘눈’을 제재로 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비판적, 참여적, 상징적 * 제재 : 눈 * 주제 :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에 대한 소망과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 특징 ① ‘눈’과 ‘가래’의 상징적 의미가 대립 ..

방울소리, 이수익 [현대시]

방울소리 이수익 청계천 7가 골동품 가게에서 나는 어느 황소 목에 걸렸던 방울을 하나 샀다. 그 영롱한 소리의 방울을 딸랑거리던 소는 이미 이승의 짐승이 아니지만, 나는 소를 몰고 여름 해질녘 하산(下山)하던 그날의 소년이 되어, 배고픈 저녁 연기 피어오르는 마을로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장사치들의 흥정이 떠들썩한 문명(文明)의 골목에선 지금, 삼륜차가 울려대는 경적이 저자바닥에 따가운데 내가 몰고가는 소의 딸랑이는 방울소리는 돌담 너머 옥분이네 안방에 들릴까 말까, 사립문 밖에 나와 날 기다리며 섰을 누나의 귀에는 들릴까 말까. 핵심정리 •성격 : 회고적 •어조 : 그리움에 잠긴 애상적 목소리 •구성 : 1연 청계천에서 산 소방울(현재) 2연 유년시절의 회상(과거) 3연 고향과 유녀시절의 그리움 •제..

길, 윤동주 [현대시]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개관 - 성격 : 자의식적, 성찰적, 반성적, 상징적, 고백적, 의지적 - 표현 * 상징적인 시어를 통해 내면세계를 형상화함. * 길을 걷는 여정을 통해 이상적 자아와 역사를 회복하려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냄. - 화자 :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해 삭막한 현실을 이겨 내려는 의지..

못 위의 잠, 나희덕 [현대시]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 듯한 집 한 ..

여승, 백석 [현대시]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작자 소개 백석(白石 ; 1912∼?) 시인. 본명은 기행. 평북 정주 출생으로 1935년 시 '정주성'을 조선 일보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고, 1936년 시집 을 출판하였다. 1947년을 전후하여 '적막 강산' 등을 발표하였으나 이후 행적은 ..

진달래꽃, 김소월 [현대시]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시로, 민요적 율격과 애절한 여성적 어조로 이별의 슬픔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내적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전통적, 애상적, 민요적, 향토적 * 제재 : 임과의 이별 * 주제 : 승화된 이별의 정한(情恨) * 특징 ① 이별의 상황을 가정하여 시상을 전개함. ② 3음보의 민요조 율격과 ‘-우리다’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함. ③ 여성적이고 ..

노정기(路程記), 이육사 [현대시]

노정기(路程記)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보다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를 벗어나면 태풍과 싸워 가고 전설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 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 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 식물처럼 발목을 에워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 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ㄴ 항구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보며. 개관 - 화자 :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이 - 주제 : ..

원어(原語), 하종오 [현대시]

원어(原語) 하종오 동남아인 두 여인이 소곤거렸다 고향 가는 열차에서 나는 말소리에 귀 기울였다 각각 무릎에 앉아 잠든 아기 둘은 두 여인 닮았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짐짓 차창 밖 보는 척하며 한마디쯤 알아들어 보려고 했다 휙 지나가는 먼 산굽이 나무 우거진 비탈에 산그늘 깊었다 두 여인이 잠잠하기에 내가 슬쩍 곁눈질하니 머리 기대고 졸다가 언뜻 잠꼬대하는데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이었다 두 여인이 동남아 어느 나라 시골에서 우리나라 시골로 시집왔든 간에 내가 왜 공연히 호기심 가지는가 한잠 자고 난 아기 둘이 칭얼거리자 두 여인이 깨어나 등 토닥거리며 달래었다 한국말로, 울지 말거레이 집에 다 와 간데이. 개관 - 주제 :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의 애환 - 성격 : 관조적, 사실적, 서사적 - ..

고향, 정지용 [현대시]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개관 - 성격 : 회고적, 애상적, 감각적(시각적, 청각적) - 표현 : * 1연과 6연의 수미상관적 구조 * 대구와 반복으로 리듬감 조성 * 자연과 인간사의 대비 *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탄식적 어조 - 주제 : 그리운 고향을 잃어 버린 자의 상실감과 비애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반복을 통해 고향을 그리는 간절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 1..

공터, 최승호 [현대시]

공터 최승호 아마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주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볼 뿐. 밝은 날 공터를 지나가는 도마뱀 스쳐가는 새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빗방울에 자리를 바꾸는 모래들, 공터는 흔적을 지우고 있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개관 - 성격 : 관념적, 사색적, 명상적 - 특성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대상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②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보여줌. ③..

새벽 편지, 곽재구 [현대시]

새벽 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 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개관 - 성격 : 의지적, 희망적 - 표현 : 수미상관식 구성을 통해..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현대시]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개관 - 제재 : 꽃 - 주제 : 시련과 역경 속에 완성되는 사랑과 삶 - 성격 : 서정적, 암시적 - 표현 : 자연물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을 암시함. / 반복과 대구를 통해 주제를 강조함. / 대칭적 구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꽃 → '인생 그 자체'를 상징함.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인생의 본질을 '흔들림'에서 찾음...

휴전선, 박봉우 [현대시]

휴전선 박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현대시]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의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가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

바다와 나비, 김기림, 주지시, 모더니즘 시 [현대시]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거대한 ‘바다’와 연약한 ‘나비’의 색채 대비를 통해 모더니즘 시의 회화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시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좌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주지적, 감각적, 상징적 * 제재 : 나비와 바다 * 주제 : 낭만적 꿈의 좌절과 냉혹한 현실 인식 * 특징 ① 감정을 절제한 객관적 태도가 드러남. ② 색채 대비를 비롯한 시각적 심상이 주로 나타남. * 출전 : “여성(女性)..

독을 차고, 김영랑 [현대시]

독(毒)을 차고 김영랑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디!'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디!',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개관 - 제재 : 독(毒) → 부정적 현실에 대한 화자의 ..

거짓 이별, 한용운 [현대시]

거짓 이별 한용운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피는 식어 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 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

추억, 김기림 [현대시]

추억 김기림 종다리 뜨는 아침 언덕 위에 구름을 쫓아 달리던 너와 나는 그날 꿈 많은 소년(少年)이었다. 제비 같은 이야기는 바다 건너로만 날리었고 가벼운 날개 밑에 머―ㄹ리 수평선이 층계처럼 낮더라. 자주 투기는 팔매는 바다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고 지칠 줄 모르는 마음은 단애(斷崖)의 허리에 게으른 갈매기 울음소리를 비웃었다. 오늘 얼음처럼 싸늘한 노을이 뜨는 바다의 언덕을 오르는 두 놈의 봉해진 입술에는 바다 건너 이야기가 없고. 곰팡이처럼 얼룩진 수염이 코밑에 미운 너와 나는 또다시 가슴이 둥근 소년일 수 없구나. 개관 - 화자 : 어른이 된 화자가 꿈을 지니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함. - 주제 : 꿈을 상실한 현재에 대한 탄식 - 성격 : 회고적, 반성적, 감각적 - 특성 ① 그리움과 안타까..

별리(別離), 조지훈 [현대시]

별리(別離) 조지훈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 치마 자락에 말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 십 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에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메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 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고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가지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임아 ……. 개관 - 주제 : 이별의 정한과 임에 대한 그리움 - 성격 : 전통적, 감각적, 애상적, 여성적 - 특성 ① 이별의 아픔을 감수하는 여성적 어조..

황석영, 삼포 가는 길 [현대소설]

삼포 가는 길 황석영 1.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사실주의 소설, 여로형 소설 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배경 : ① 시간 - 1970년대의 겨울날 ② 공간 - 공사장에서 삼포로 가는 길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연대 의식 특징 : ① '정 씨'가 고향을 찾아가는 여로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됨. ②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결말을 처리함. ​ ​ 2. 전체 줄거리 발단 : 영달은 공사가 중단되자 밀린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치다가, 고향인 삼포를 찾아가는 정 씨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전개 : 두 사람은 찬샘이라는 마을의 국밥집에서 술집 작부인 백화가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를 잡아 오면 만 원을 주겠다는 술집 주인의 제안을 받는다. ..

구두 한 켤레의 시, 곽재구 [현대시]

구두 한 켤레의 시 곽재구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 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 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 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 소리를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구두는 지금 황혼 뒤축의 꿈이 몇 번 수습되고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누군가의 살아 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 점 꾸려 주지 않고 영하 속을 흔들리며 떠나는 내 낡은 구두가 저문 고향의 강물 소리를 들려준..

패강랭(浿江冷), 이태준 [현대소설]

패강랭(浿江冷)(1938) 이태준 줄거리 부벽루 다락은 고요하기만 하고, 대동강 물은 차갑기만 하다. 현(玄)은 조선 자연은 왜 이다지 슬퍼 보일까 하고 생각한다. 현은 평양이 십여 년만이다. 새로 쓸 소설의 스케치를 위해 오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벼르기만 했다.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었건만 선뜻 마음이 나지 않았던 차에, 이번엔 박(朴)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던 것이다. 박은 편지에서 강사 자리도 얼마 안 가서 떨어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 현은 자기가 가서 위로해 주어야만 할 것 같아 이렇게 평양으로 내려왔다. 정거장에 나온 박은 수염도 깎지 않았고, 찌싯찌싯 비웃는 웃음을 보인다. 현은 박에게서 선뜻 자기를 느끼고 괴로워진다. 나중에 대동강 가의 동일관이란 요정에서 만나기로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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