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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국어/현대문학 540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 희극, 서사적, 사회 풍자극

국물 있사옵니다(1966) 이근삼 ● 줄거리 선량하고 평범한 젊은이 김상범이 우연한 기회에 사장에게 신임을 얻어 임시 사원에서 정규 사원이 된다.(발단) 상범은 박용자와 결혼을 결심했으나, 형과 박용자가 결혼하게 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출세의 방법에 눈을 뜬 상범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변한다.(전개) 상범은 '탱크'가 회사의 월급날 경리과를 털기로 한 것을 알고 뒤쫓아가 사냥용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이 일로 사장으로부터 포상금을 받고 서울 시민의 영웅이 되며 상무로 특진하게 된다.(절정) 상범은 사장의 며느리이자 과부인 성아미가 박 전무와 간통하고 회사 공금을 유용한 사실을 알고, 이를 미끼로 그녀와 결혼한다.(하강) 상범은 성아미가 박 전무의 아이를 임신한..

흙, 문정희 [현대시]

흙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 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라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개관 - 성격..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김현승 [현대시]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김현승 온 세계는 황금으로 굳고 무쇠로 녹슨 땅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새 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 우리의 흙 한 줌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우리들의 꽃 한 송이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 개관 - 성격 : 상징적, 현실비판적, 탄식적 - 표현 * 대상에 대해 한숨을 쉬며 한탄하는 어조 * 유사한 문법 구조의 반복적 사용 * '버린다', '만다'의 종결어를 사용하여 부정적 현실 상황에 대한 좌절과 비애..

가구의 힘, 박형준 [현대시]

가구의 힘 - 박형준 -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 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 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 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 마디 해주었다. 책장에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 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 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나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

들국, 김용택 [현대시]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 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개관 - 제재 : 들국 - 주제 : 떠난 임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 - 성격 : 대조적, 자조적, 애상적 - 표현 : 그리움과 푸념이 섞인 어조 / 아름다운 자..

생명의 서, 유치환 [현대시]

생명의 서 일장(一章)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개관 ‘아라비아 사막’이라는 극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결연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 [현대시]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韓龍雲)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연시, 박용래, 시선의 이동, 시간의 경과 시상 전개 [현대시]

연시 박용래 여름 한낮 비름잎에 꽂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軟枾)로 익다 한쪽 볼 서리에 묻고 깊은 잠 자다 눈 오는 어느 날 깨어나 제상(祭床) 아래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다. - 성격 : 향토적, 묘사적, 시각적 - 표현 : 단 두 개의 문장을 14연으로 배열함. 언어의 절제와 간명한 표현 회화적 심상을 통해 한 폭의 생동하는 소묘를 연상케 함. - 주제 ⇒ 생명감으로 충만한 연시의 아름다움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비름 잎에 / 꽂힌 땡볕 →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볕이 녹색의 비름 잎에 내려꽂히듯 쏟아짐을 표현 * 여름 한낮 / 비름 잎에 / 꽂힌 땡볕이 / 이웃 마을 / 돌담 위 / 연시로 익다 → '여름'과 '가을', '땡볕'과 '연시', '나'와 '이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청노루, 박목월, 시선의 이동, 원근법 [현대시]

청노루 박목월 머언 산(山)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청(靑)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박목월 朴木月 [1916.1.6~1978.3.24] 본명 영종(泳鍾). 경북 경주(慶州) 출생. 1935년 대구 계성(啓星)중학을 졸업하고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됨으로써 시단에 등장하였다. 1953년 홍익(弘益)대학 조교수, 1961년 한양(漢陽)대학 부교수, 1963년 교수가 되었다. 1965년 대한민국 예술원(藝術院) 회원에 선임되었고, 1968년 한국시인협희 회장에 선출되었으며, 1973년 시전문지 《심상(心像)》의 발행인이 되었다. 1976년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장에 취임하였다. 자유문학상 ·5월문예상 ·서울시문화..

수필, 피천득

세련되고 함축적인 비유를 통해 수필의 성격, 재료, 형식 등 수필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수필이다. * 갈래 : 경수필 * 성격 : 비평적, 주관적, 비유적 * 제재 : 수필 * 주제 : 수필의 본질과 특성 * 특징 ① 대상에 대한 비유가 독창적이고 기발함. ②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정서적으로 전달함. ③ 섬세하면서도 단정적인 문체를 사용함. * 출전 : “산호와 진주”(1969) 어휘 풀이 * 청자연적 : 청자로 만든 연적(벼룻물을 담는 그릇). * 청초 : 깨끗하고 산뜻함. * 포도 : 포장한 길. * 퇴락 : 낡고 보기 흉함. * 온아 우미 : 따뜻하고 우아하며, 빼어나고 아름다움. * 방향 : 꽃다운 향기. * 정연히 : 가지런하고 질서가 있게. * 파격 : 일정한 ..

성난 기계, 차범석

● 줄거리 양회기는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온 폐 전문 의사이다. 어느 날, 인옥이라는 여자가 진료를 받으러 온다. 연초 공장의 포장공으로 일한다는 그녀는 폐 수술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엑스레이 검사 결과 그녀의 상태는 수술을 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어 있었다. 회기는 수술을 거부했지만, 그녀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한다고 수술을 간청한다. 그러나 회기는 그녀가 너무 가난한데다가 중환자여서 수술의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그녀를 냉정하게 돌려보낸다. 잠시 후 그녀의 남편 상현이 회기를 찾아온다. 그는 회기에게 수술을 거부한 것에 대해 치하하며, 아내의 폐 수술을 해 주지 말 것을 거듭 당부한다. 이유인즉, 없는 돈에 어떻게 결과도 불분명한 폐 수술을..

나무, 이양하 [수필]

나무에 대한 애정 어린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이 본받아야 할 나무의 속성을 서술하고 나무의 덕을 따르고 싶은 글쓴이의 바람을 드러낸 수필이다. * 갈래 : 경수필 * 성격 : 사색적, 교훈적, 서정적, 예찬적 * 제재 : 나무 * 주제 : 나무에서 배우는 삶의 자세 * 특징 ① 나무의 생태와 모습을 인간의 삶의 자세와 연결시킴. ② 나무를 의인화하여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이끌어 냄. * 출전 : “나무”(1964) 어휘 풀이 * 후박 : 많고 넉넉함과 적고 모자람. * 비위 : 음식물을 삭여 내거나 아니꼽고 싫은 것을 견디어 내는 성미. * 쏘삭쏘삭 :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꾸 꾀거나 추겨서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모양. * 알랑대다 :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환심을 사려고 다랍게 자꾸 아첨을 떨다. * 철인..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전원시파 [현대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즈시 타고 나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뜯고 길 솟는 옥수수 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나..

사하촌(寺下村), 김정한, 저항적 농촌 소설

보광사라는 절의 논을 소작하여 살아가는 성동리 마을 농민들의 문제를 그린 단편 소설이다. 가문과 지주의 횡포 속에서 살아가는 농민 스스로의 자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 갈래 : 단편 소설, 농촌 소설 * 성격 : 사실적, 현실 참여적, 저항적 * 배경 ① 시간 - 1930년대 어느 여름 ② 공간 - 사하촌인 성동리와 보광리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부조리한 농촌 현실과 농민들의 저항 * 특징 ① 일반적인 농촌 계몽 소설과 달리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깨닫는 데 의의가 있음. ② 특별한 주인공 없이 보광리와 성동리 사람들 전체의 모습을 보여 줌. 이해와 감상 ‘사하촌’은 수탈당하는 농민의 저항 의식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그린 소설이다. 억압받는 농민들의 끈질긴 삶을 통해 이 땅의 민중..

무녀도, 김동리, 액자 소설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 외래 종교인 기독교 사이의 충돌로 인해 한 가족이 파탄을 맞는 이야기를 그린 액자 소설로, 한국인의 숙명적인 세계관이 형상화되어 있다. *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 성격 : 신비적, 무속적, 토속적 * 배경 ① 시간 - 개화기(20세기 초) ② 공간 - 경주 부근의 한 시골 마을 * 시점 ① 바깥 이야기 - 1인칭 주인공 시점 ② 안 이야기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무속 신앙과 외래 종교의 갈등이 빚은 혈육 간의 비극적 종말 어휘 풀이 * 묘연하다가 : 소식이나 행방 따위를 알 길이 없다가. * 표연히 : 훌쩍 나타나거나 떠나는 모양이 거침없이. * 통이 : 전부. 다, 완전히. 전혀 * 형언할 수 없는 : 형용하여 말할 수 없는. * 신약 전서 : 그리스도 탄생..

나의 침실로, 이상화, 1920 낭만주의 [현대시]

나의 침실로 이상화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려는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眞珠)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덴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짓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촉(燭)불을 봐라. 양털 같..

봄은 간다, 김억 [현대시]

봄은 간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봄날 밤에 느끼는 개인의 애상적 정서를 간결한 시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감상적, 낭만적, 애상적, 독백적 * 제재 : 봄밤 * 주제 : 봄날 밤의 애상적 정서 * 특징 ① 두운(ㅂ)과 각운(-다, -데, ㅁ)을 사용함 ② 각 연이 2행의 대구로 구성됨. * 출전 : “태서문예신보” (1918) 봄은 간다(김억) 시어 풀이 * 내 : 냄새 또는 연기 * 빗긴다 : 비끼어 간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여러 상념에..

강(江) 2, 박두진 [현대시]

강(江) 2 박두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悠悠)한 침묵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아, 흥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내려 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눌 피발톱 독수리의,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죽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全身)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개관 - 성격 : 의지적, 관념적, 상징적, 주지적 - 표현 * 비장한 어조 * 동물적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표현하여 부정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남김. - 상징적 시어 * 강 → 도도한..

개화(開花), 이호우 [현대시]

개화(開花)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개관 - 성격 : 관념적, 관조적, 명상적, 상징적 - 표현 : 3장 6구의 정형성. 구별 배행 시조 - 주제 : 생명 탄생의 신비감과 긴장감 중요시어 및 시구 풀이 * 1연 → 꽃이 피는 모습을 우주의 열림이라는 차원으로 표현함. '하늘이 열린다'는 표현은 꽃의 탄생으로 인해 그 꽃의 새로운 세계가 시작됨을 암시한 것임. * 2연 → 개화의 절정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 생명 탄생의 마지막 순간의 극적인 긴장감이 나타나며, 표현의 절제가 돋보임. * 3연 → 개화를 위해 모든 삼라만상이 숨을 죽이는 모습으로, 생명에 대한 경이감이 함축..

견우의 노래, 서정주 [현대시]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개관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의미적, 전통적, 설화적 - 표현 : 영탄적 어조, 역설적 표현 - 제재 : '견우와 직녀'의 전설 - 주제 : 이별은 사랑을 위한 한 과정. 시련을 극..

거제도 둔덕골, 유치환 [현대시]

거제도 둔덕골 유치환 거제도 둔덕골은 팔대(八代)로 내려 나의 부조(父祖)의 살으신 곳 적은 골 안 다가솟은 산방(山芳)산 비탈 알로 몇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마을은 언제나 생겨난 그 외로운 앉음새로 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베 짜서 옷 입고 조약(造藥) 써서 병 고치고 그리하여 세상은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갔건만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모양 두고두고 행복된 바람이 한 번이나 불어왔던가 시방도 신농(神農) 적 베틀에 질쌈하고 바가지에 밥 먹고 갓난것 데불고 톡톡 털며 사는 칠촌 조카 젊은 과수며느리며 비록 갓망건은 벗었을망정 호연(浩然)한 기풍 속에 새끼 꼬며 시서(詩書)와 천하를 논하는 왕고못댁 왕고모부며 가난뱅이 살림살이 견디다간 뿌리치고 ..

겨울 강에서, 정호승 [현대시]

겨울 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개관 - 성격 : 의지적, 상징적 - 표현 : 역설적 표현. 대립적 시어를 통해 화자의 의지 강조. 차가운 이미지를 환기하는 시어를 활용하여 화자가 겪을 고통을 구체화함. - 제재 : 갈대(역설적 인식의 대상) - 화자 : 부정적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현실을 극복해 가고자 하는 의지적 인물 - 주제 :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와 신념 중요시어 및 시구 풀이 *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현대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1988)- 개관 - 성격 : 서정적, 묘사적, 현..

고개, 이시영 [현대시]

고개 이시영 앞산길 첩첩 뒷산길 첩첩 돌아보면 정든 봉 첩첩 아재야 아재야 정갭이 아재야 지게목 떨어진다 한 가락 뽑아라 네 소리 아니고는 못 넘어가겠다 기러기떼 돌아 넘는 천황재 아홉 굽이 내 오늘 너를 묶어 이 고개 넘는다만 언제나 벗어나리, 가도 가도 서러운 머슴살이 우리 신세 청포꽃 되어 너는 언덕 아래 살짝 필래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훨훨 날래 한 주인을 벗어나면 또 다른 주인 한 세월 섬기고 나면 더 검은 세월 못 살아가겠다고 못 참겠다고 너도 울고 낫도 울고 쩌렁쩌렁 울었지만 오늘은 찬 바람에 봉두난발(蓬頭亂髮) 날리며 말없이 너도 넘고 나도 넘는다. 뭇새들 저러이 울어 예 차마 발 떨어지지 않는 느티목 고개, 묶인 너 부여안고 한 번 넘으면 그만인 아, 죽살잇고개를. 개관 - 성격 : 애..

가을비, 도종환 [현대시]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게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개관 - 성격 : 관조적, 애상적 - 표현 : 시간적 순서에 따른 시상 전개 존칭 종결어미의 반복으로 운율이 형성됨. 가을의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을 다룸. 사별로 인한 슬픔을 담고 있지만, 관조적인 태도로 삶을 통찰함. - 제재 : 가을비 - 주제 : 세상살이에서 느껴지는 삶의 쓸쓸함과 사별의 슬픔 - 중요시어 * 가을비, 잎, 바람 → 가을의 ..

겨울 노래, 오세영 [현대시]

겨울 노래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금은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릴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개관 - 성격 : 전통적, 허무적, 동양적, 자연친화적 - 표현 : 독백적 어조, 수미상관의 구성. 동양의 전통적 자연관과 허무주의를 배경으로 함. - 제재 : 산 - 주제 :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합일된 삶의 추구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산자락 덮고 ~ 또 ..

고고(孤高), 김종길 [현대시]

고고(孤高) 김종길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개관 - 성격 : 비유적, 유가(儒家)적 - 표현 * 북한산에 인격을 부여(의인화) * 당위적 어법으로 의지적 태도를 드러냄. * 수미상관..

고목, 김남주 [현대시]

고목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 개관 - 성격 : 관조적, 성찰적 - 표현 : 자연물을 통해 삶의 교훈(깨달음)을 이끌어냄. - 제재 : 고목 → 참다운 삶의 자세를 암시해주는 귀감의 대상 - 주제 : 시련을 극복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의 다짐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나무의 모습 - 2연 : 역경과 시련을 견디어 낸 나무의 모습 - 3연 :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에 대한 지향 이해와 감상 나무는 서 있는 존재로서 대지에 뿌리내려야 하고 비바람을 견뎌내야 하는 존재..

폭포, 김수영 [현대시]

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시어ㆍ시구 풀이 고매한 : 인품 등이 고상하고 굳은 나타 : 게으르고 느린. 나태한,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 작품개괄 -작가 김수영 -성격 주지적, 관..

까치밥, 송수권 [현대시]

까치밥 송수권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 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 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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