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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국어/현대문학 540

추운 산, 신대철 [현대시]

추운 산 신대철 춥다. 눈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잡념과 머리카락이 희어지도록 걷고 밤의 끝에서 또 얼마를 걸아야 할까? 너무 넓은 밤, 사람들은 밤보다 더 넓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이름을 붙여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이름으로 말하고 이름으로 듣는 사람들 이름을 두세 개씩 갖고 이름에 매여 사는 사람들 깊은 산에 가고 싶다. 사람들은 산을 다 어디에 두고 다닐까? 혹은 산을 깎아 대체 무엇을 메웠을까? 생각을 돌리자, 눈발이 날린다. 눈꽃, 은방울꽃, 안개꽃, 메밀꽃, 배꽃, 찔레꽃, 박꽃 나는 하루를 하루종일 돌았어도 분침 하나 약자의 침묵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들어가자, 추위 속으로 때까치, 바람새, 까투리, 오소리, 너구리, 도토리, 다람쥐, 물 개관 - 주제 : ..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오영진, 장막극(3막 4장), 사회 풍자극, 희비극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1949) 오영진 ● 줄거리 이중생은 일제 강점기에 외아들 하식을 징용에 보내면서까지 친일을 하여 많은 재물을 모았다. 이후 광복이 되자 사회적인 혼란을 틈타 국유림을 차지하기 위해 무허가 산림 회사를 차리고, 둘째딸 하연을 미국인의 정부로 이용하면서 부를 유지하려 온갖 술책을 부린다. 그러다가 지금껏 저질러온 사기, 배임(주어진 임무를 저 버리거나 임무의 본래 뜻에 어긋남. 주로 공무원 또는 회사원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경우), 횡령, 탈세 혐의로 체포 수감되었고, 그의 형 이중건은 땅을 팔아 산 집이 이중생의 명의로 된 것을 발견하고 집을 찾아내라고 동생의 집에 드러눕는다. 집안 식구들은 걱정을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

동승, 하종오 [현대시]

동승 하종오 국철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 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 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 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 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

사랑 손님과 어머니, 주요섭, 1인칭 관찰자 시점

사랑 손님과 어머니 작자 주요섭(朱耀燮, 1902 - 1972) 호는 여심(餘心). 평양에서 태어남. 1927년 상해 호강대학 교육학과 졸업.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유학. 1921년 에 를 발표하여 등단. 초기에는 (1925), (1925) 등 신경향파에 속하는 '빈궁문학(貧窮文學)'을 주로 썼으며 하층 계급의 생활상과 그 반항 의식을 즐겨 그렸고, 중기에는 를 기점으로 하여 1930년대에는 짙은 서정성이 있는 작품을 발표함. 후기네는 주로 현실적인 문제를 그림. 한때 의 주간을 지내기도 하였고, 1934년부터 북경 보인대학 교수 역임. 광복 후 귀국하여 (1946) 등 당시의 세태를 풍자하는 소설을 발표.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위원장 역임. 요점정리 1935년 에 발표된 단편 소설. 여섯 살 난 어린..

강 건너 간 노래, 이육사 [현대시]

강 건너 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ᄭᅦ 달발근밤 압내江 ᄶᅢᆼᄶᅢᆼ어러 조이든밤에 내가부른 노래는 江건너갓소 江건너 하늘ᄭᅳᆺ에 沙漠도 다은곳 내노래는 제비가티 날러서갓소 못이즐 게집애 집조차 업다기에 가기는 갓지만 어린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모래불에 ᄯᅥ러져 타서죽겟죠。 沙漠은 ᄭᅳᆺ업시 푸른하늘이 덥혀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오는밤 밤은옛일을무지개 보다곱게 ᄶᅡ내나니 한가락 여기두고 ᄯᅩ한가락 어데맨가 내가부른 노래는 그밤에 江건너 갓소。 1)화자의 상황, 정서 태도 ■상황 : 화자(나)가 드러나 있으며, 화자는 혹독하고 암울한 현실 상황 속에 놓여 강 건너 편에 ‘노래’를 띄우고 있다. ■정서 태도 : 화자는 현실 상황 속에서 절망감, 안타까움, 슬픔 등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자 하는..

철쭉제, 문순태, 역순행적 구성, 액자식 구성 [현대문학]

철쭉제, 문순태 봉건적 신분 제도와 6·25 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을 ‘지리산’이라는 공간에서 화해로 이끌고 있으며 민족적 비극을 극복하려는 작가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 갈래:중편 소설, 전후 소설 * 성격:사실적, 기행적, 묘사적 * 배경 ① 시간 - 6·25 전쟁부터 1980년대까지 ② 공간 - 지리산 * 시점:1인칭 주인공 시점(안 이야기는 3인칭 시점) * 주제:역사적 비극의 극복 * 출전:“현대 문학”(1981) 어휘 풀이 * 홀맺히지는:풀 수 없도록 단단히 옭아매지지는 * 매굿:음력 정월 초순에 풍물패가 풍물을 치면서 마을을 돈 다음 집집마다 들어가 악귀를 쫓고 복을 비는 놀이 * 구성지게:천연스럽고 구수하며 멋지게 * 오달진: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찬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현대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 도 영하 이십 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 도 영상 십삼 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숨은그림찾기 1-직선과 곡선, 이윤기

숨은그림찾기 1-직선과 곡선, 이윤기 ● 개괄 갈래 : 중편소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성격 : 교훈적, 비판적 특징 : 하 사장의 인물됨을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일화가 제시되며, 반전을 통해 결말을 제시함. 주제 : 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겸손한 태도로 상대를 이해하는 자세 ● 구성 • 발단 : 작가인 ‘나’는 살던 집을 세놓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집필을 위해 임시 귀국함. • 전개 : 집필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나’에게 일모 선생이 하 사장을 소개해 줌. • 위기 : ‘나’는 호텔을 생각하며 자린고비, 수전노인 하 사장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감. • 절정 : ‘나’는 하사장에게 맡기고 간 책이 화장실에 보관된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짐. • 결말 : 위로를 받으로 찾은 일모 선생에게서 운담 프로..

싸늘한 이마, 박용철 [현대시]

싸늘한 이마 박용철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왼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 까만 귀또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기쁨이랴. 파란 불에 몸을 사르면 싸늘한 이마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길 잃은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한 즐검이랴. 개관 - 제재 : 싸늘한 이마 → 외롭고 쓸쓸한 화자의 모습 - 주제 : 견딜 수 없는 외로움 - 성격 : 직서적, 감각적, 서정적, 고백적, 애상적 - 표현 * 각 연의 1행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의미를 형성함. * 각 연의 2행은 가정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외로움의 정도를 알게 해 줌. * 어둠과 밝음의 대립적 이미지..

장마, 윤흥길,이념의 대립과 전쟁으로 인한 가족 내의 비극과 그 극복(갈등 해소)

Q 다음 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바로 머리 위에서 불티처럼 박힌 앙증스러운 눈깔을 요모 조모로 빛내면서 자꾸 대가리를 숙여 꺼뜩꺼뜩 위협을 주는 커다란 구렁이를 보고도 외할머니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두 손을 천천히 가슴 앞으로 모아 합장했다. “에구 이 사람아, 집안일이 못 잊어서 이렇게 먼 질을 찾어왔능가?” 꼭 울어 보채는 아이한테 자장가라도 불러 주는 투로 조용히 속삭이는 그 말을 듣고 누군가 큰 소리로 웃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자 외할머니는 눈이 단박에 세모꼴로 변했다. “어떤 창사구 빠진 잡놈이 그렇게 히득거리고 섰냐. 누구냐, 어서 이리 썩 나오니라. 주리 댈 놈!” 외할머니의 대갈 호령에 사람들은 쥐 죽은 소리도 못 했다. 외할머니는 몸을 돌려 다시 구렁이를 상대로..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현대시]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를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

하늘, 박두진 [현대시]

하늘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멀리서 온다 하늘은, 멀리서 온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초가을 따가운 햇볕에 목을 씻고 내가 하늘을 마신다. 목말라 자꾸 마신다. 마신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주제】신비로운 자연과의 합일(合一) 【내용 풀이】 ▶제1문단(1연∼4연) :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하늘이 내게로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천천히, 천천히 멀리서 온다. 멀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내가 푸른 하늘에 안기면, 어머니의 품에서처럼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을 가슴으로 느낀다. ― 도취와 무아의 세계에서 ‘자연의 품’에 안기는 과정을 노래한 부분이다...

홀린 사람, 기형도 [현대시]

홀린 사람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현대시]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 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 본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라..

삭주 구성, 김소월 [현대시]

삭주 구성 김소월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개관 - 성격 : 애상적, 체념적, 서정적, 민요적, 향토적 - 표현 : 7 · 5조 3음보의 민요적 가락에 그리움의 정서를 담음. - 제재 : 삭주 구성 - 주제 : 삭주 구성에 대한 그리움..

출가하는 새, 황지우 [현대시]

출가하는 새 황지우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나는 자기의 체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 몸으로 빈털터리로 빈 몸뚱아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을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生後)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본다. 개관 - 주제 : 세속적인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삶에 대한 의지 - 성격 : 상징적, 미래지향적, 달관적, 주지적 - 특성 ① 부정적 의미의 서술어를 반복하여 새의 속성을 강조함. ② 새의 외면에서 새의 내면으로 화자의 ..

슬픈 족속, 윤동주 [현대시]

슬픈 족속(族屬) 윤동주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시어 풀이 *족속(族屬) : ① 같은 문중의 겨레붙이. 족당(族黨). ② 같은 패거리에 속하는 사람들을 낮잡아 일컫는 말. *질끈 : 단단히 졸라매거나 바싹 동이는 모양. *동이다 : 끈·실 등으로 감거나 둘러 묶다. 이해와 감상 윤동주의 시 은 서정성이 넘치는 윤동주의 다른 시와는 달리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 2연 4행의 간결함과 절제된 어조 속에 도리어 의젓한 자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목의 은 고난과 슬픔을 겪고 있는 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시가 쓰인 배경으로 볼 때, 그리고 윤동주 시인이 당시 민족 시인이었음을 감안하..

소나기, 황순원 [현대소설]

소나기, 황순원 줄거리 소년은 서울서 왔다는 윤초시의 손녀딸을 처음 만난다. 소녀는 모든 점이 낯설어 소년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지만, 매우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는 소년은 자기와 동떨어진 상대라 생각한 나머지 소녀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어느 날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수줍은 소년은 둑에 앉아서 소녀가 비켜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때 소녀는 하얀 조약돌 집어 '이 바보'하며 소년 쪽으로 던지고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막 달려간다. 소년은 그 조약돌을 간직하면서 소녀에게 관심을 갖고 소녀를 그리워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 개울가에서 소년과 소녀는 다시 만나다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이 있니?'하며 벌 끝을 가리키는 소녀와 함께 소년은 시간을 보내게된다. 그들은 무도 뽑아 먹고..

해바라기, 김광섭 [현대시]

해바라기 김광섭 바람결보다 더 부드러운 은빛 날리는 가을 하늘 현란한 광채가 흘러 양양한 대기에 바다의 무늬가 인다. 한 마음에 담을 수 없는 천지의 감동 속에 찬연히 피어난 백일(白日)의 환상을 따라 달음치는 하루의 분방한 정념에 헌신된 모습 생의 근원을 향한 아폴로의 호탕한 눈동자같이 황색 꽃잎 금빛 가루로 겹겹이 단장한 아! 의욕의 씨 원광(圓光)에 묻힌 듯 향기에 익어 가니 한줄기로 지향한 높다란 꼭대기의 환희에서 순간마다 이룩하는 태양의 축복을 받는 자 늠름한 잎사귀들 경이(驚異)를 담아 들고 찬양한다. 시어와 시구 풀이 ▪ 백일의 환상 :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모습 ▪ 달음치는 하루의 분방한 정념에 헌신된 모습 : 해바라기의 모습을 강렬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표현함 ▪ 아폴로의 호탕한 눈동자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一日)(1934), 박태원, 소설 전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一日)(1934) 박태원 1. 어머니 어머니는 아들이 제 방에서 나와, 마루 끝에 놓인 구두를 신고, 기둥 못에 걸린 단장을 꺼내 들고 그리고 문간으로 향하여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디 가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중문 앞까지 나간 아들은, 혹은 자기의 한 말을 듣지 못하였는지도 모른다. 또는 아들의 대답 소리가 자기의 귀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는지도 모른다. 그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이번에는 중문 밖에까지 들릴 목소리를 내었다. "일즉어니 들어오너라." 역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중문이 소리를 내어 열려지고, 또 소리를 내어 닫혀졌다. 어머니는 얇은 실망을 느끼려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려 한다. 중문 소리만 크게 나지 않았으면, 아들의 '네' 소리를, 혹은..

해일, 서정주 [현대시]

해일 서정주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는 있었습니다. 이런 날 나는 망둥이 새우 새끼를 거기서 찾노라고 이빨 속까지 너무나 기쁜 종달새 새끼 소리가 다 되어 알발로 낄낄거리며 쫓아다녔습니다만, 항시 누에가 실을 뽑듯이 나만 보면 옛날 이야기만 무진장 하시던 외할머니는, 이때에는 웬일인지 한 마디도 말을 않고 벌써 많이 늙은 얼굴이 엷은 노을빛처럼 불그레해져 바다쪽만 멍하니 넘어다 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왜 그러시는지 나는 아직 미처 몰랐습니다만, 그분이 돌아가신 인제는 그 이유를 간신히 알긴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먼 바다로 고기잡이 다니시던 어부로, 내가 생겨나기 전 ..

청포도, 이육사 [현대시]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개관 - 성격 : 낭만적, 서정적, 상징적, 감각적(시각적), - 표현 * 청,백의 선명한 색채의 대조(3연) * 전통적 소재를 이용하여 정감어린 고향의 분위기를 표현함. - 주제 ⇒ 풍요롭고 평화로운 현실에의 갈망 오랜 희망의 실현(조국 광복)에의 기다림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내 고장 → 민족에 대한..

광야, 이육사, 저항시 [현대시]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요점 정리 성격 : 의지적, 저항적, 참여적, 지사적, 미래지향적, 상징적 어조 : 남성적 어조 시상 전개 :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전개 구성 : ① 광야의 원시성(제1연) ② 광야의 광막성(제2연) ③ 역사의 태동(胎動)(제3연) - 과거 ④ 현재의 암담한 상황과 그 극복 의지(제4연) - 현재 ⑤ 영..

산, 김소월 [현대시]

산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은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감정 이입을 통해 ‘삼수갑산’에 돌아가지 못하는 화자의 비애를 노래한 시 * 시메 : 깊은 산골 * 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또는 죽음을 의미. * 김소월 : 김정식(金廷湜). 평안북도 구성 출생(1902), 오산학교 중학부 입학(1915), 배재고보 졸업(1923), 『영대(..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함형수 [현대시]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 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어 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개관 - 성격 : 명령적, 열정적, 낭만적 - 표현 : 단호한 명령형 종결어미의 사용(삶에의 열정과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냄) 시행의 길이가 점차적으로 길어짐. 그림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를 문자화함. 강렬한 색채의 효과 생명파적 성향이 짙음. - 주제 : 죽음을 초월한 삶에의 열정과 의지 죽음을 초월한 예술혼의 추구 중요시어 및 시..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유치환 [현대시]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유치환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 새에 서서 나도 해바라기가 되려오. 황금(黃金) 사자(獅子) 나룻 오만(傲慢)한 왕후(王候)의 몸매로 진종일 짝소리 없이 삼복(三伏)의 염천(炎天)을 노리고 서서 눈부시어 요요히 호접(胡蝶)도 못오는 백주(白晝)! 한 점 회의(懷疑)도 감상(感傷)도 용납지 않는 그 불령(不逞)스런 의지의 바다의 한 분신(分身)이 되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서 해바라기가 되어 섰으려오. 개관 - 성격 : 상징적, 의지적 - 표현 : 수미상관식 구성 유사한 시구의 반복으로 화자의 내면적 지향을 강조함. - 제재 : 해바라기 - 화자 : 해바라기와 같이 의지적 존재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사람 - 주제 : 의지적 존재로 살..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현대시]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개관 - 성격 : 교훈적, 희망적 - 표현 : 공통된 구절의 반복을 통해 시적 통일감 획득 순차적인 구성..

항해 일지 1 - 무인도를 위하여, 김종해 [현대시]

항해 일지 1 - 무인도를 위하여 김종해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사라져 가는 것, 떨어져 가는 것, 시들어 가는 것들의 흘러내림 그것들의 부음(訃音) 위에 떠서 노질을 하다. 아아, 부질없구나.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 것을 익혀 먹는 일 오늘은 갑판 위에 나와 크게 느끼다.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고 저음이여 수부(水夫)의 청춘을 다 바쳐 찾고자 하는 것 삭풍 아래 떨면서 잠시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무인도여 한 잔의 술잔 속에서도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눈보라 날리는 엄동 속에서도 나의 배는 가야 한다. 눈을 감고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저 별빛을 향하여 나는 노질을 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현대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 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박남수 [현대시]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박남수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방공호 위에 어쩌다 핀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壕) 안에는 아예 들어 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 진작 죽었더라면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글쎄 할머니 그걸 어쩌란 말씀이셔요. 숫제 말이 적어지신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인제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받으시리라. 개관 - 성격 : 상징적, 주지적, 대조적 - 표현 : 상징적인 시어를 통해 부정적인 시대 상황을 암시 / 두 인물의 현실 대응 태도를 대비하여 주제를 강조함. / 전쟁의 참혹함과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대조됨. - 제재 : 할머니와 꽃씨 -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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