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죽고 난 뒤의 팬티, 오규원 [현대시]

Jobs9 2024. 3.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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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난 뒤의 팬티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갈래 : 자유시, 산문시

- 성격 : 풍자적, 비판적, 자기성찰적

 

표현 및 특징

 ① 일상어와 산문체의 율조로 자아와 현대인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② 자의식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통해 현대인의 소시민적 자화상을 풍자하고 있다.

 ③ 개인적인 체험을 사회적, 일반적 현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④ 시적 화자를 시의 표면에 직접 내세워 시인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 도시 소시민의 어리석음을 풍자.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자의식 비판

 

이해와 감상

 지적 관찰자가 비지적 관찰자의 탈을 쓰고 세계를 비판하는 아이러니를 '외적' 아이러니라 한다면 낭만적 아이러니나 겸손한 아이러니와 같이 화자가 바로 자신을 비판하는 아이러니를 '내적' 아이러니라 합니다. 외적 아이러니에서 어리석음이 외부 세계에 있다면 내적 아이러니에서는 그 어리석음이 자신의 내부에 있죠. 

 이런 면에서 오규원의 '죽고 난 뒤의 팬티'라는 시는 내적 아이러니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도시 소시민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입니다. 첫 연의 화자는 바로 이런 전형적 도시 소시민입니다. 자신이 죽고 난 뒤의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그의 불안은 결국 하잘 것 없고 무의미한 것이죠. 둘째 연의 화자는 이런 첫 연의 화자를 비웃고 있는 지적 관찰자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두 상반된 화자는 동일한 화자의 양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첫 연의 적이 바로 자기자신의 한 분신이죠. 

 첫 번째 연을 비웃는 두 번째 연, 이것은 작자 내면의 자아 대립에 의한 것입니다.

 자아 대립의 원인은 시에서 드러나듯 현실사회의 모순 때문이죠. 각박하게 돌아가는 사회...앞집사람이 굶어죽어 실려가는 것을 TV에서나 확인하는 뒷집사람...

 우리는 지나치게 남 눈을 의식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필요한 때에 주변에 눈길을 던지지 않습니다. 작자는 이런 사회를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라고 비웃으며 그것을 '팬티'라는 것에 대한 신경씀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팬티'라고 하면 우리는 가볍게 생각하거나 우스겟거리로 얘기하면서도 인간의 신체에 가장 가깝게 밀착하는 옷 중의 하나로...중요하기도 하면서 치부이기도 한 것이죠. 

 작자는 그런 것을 드러내어 인간의 나약한 정신을 꼬집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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