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이재무이제 다시 그처럼 깨끗한 기도 만날 수 없으리장독대 위 정한수 담긴 흰대접에서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어둠은 도둑걸음으로 졸졸졸 고여 오다가흰빛에 닿으면 화들짝 놀라 내빼고는 하였다어머니는 두 볼에 홍조 띄우고두 손 가지런히 모아천지신명께 일구월심 가족의 소원 대신 빌었다 감음한 뒷산 나무들 자지러지게 잔가지를 흔들고별꽃 서너 송이 고개 끄덕이며 더욱 환하게웃어 주었다 그런 새벽이면 어김없이 얼어붙은비탈에 거푸 엎어져 무릎 까진 밤새 울음이 있었다풀잎들은 잠에서 깨어 부스럭대고바지런한 개울물 들을 깨우러 가고 있었다촘촘하게 짜여진 어둠의 천 오래 입은 낡은 옷 되어툭툭 실밥이 터질 때 야행에 지친 파리한 달빛맨발로 걸어 들어와 벌컥벌컥 마셨다 광석들 가로지르는 서울행 기차 목 쉰 기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