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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국어/현대문학 540

멧새소리, 백석 [현대시]

멧새소리백석처마 끝에 명태(明太)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門)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표현 - ① 감각적 시어의 사용(시각, 촉각) ② 평서형의 단정적 종결 (객관적 어조로 진술의 타당성 확보) ③ 제목과 상반된 내용 서술 (현실의 부당성을 부각함) ④ 동일한 시구의 반복 3. 주제 - 냉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 1. 시적 화자 - 명태를 보고 있는 나 2. 시..

포스터 속의 비둘기, 신동집 [현대시]

포스터 속의 비둘기신동집포스터 속에 들어 앉아 비둘기는 자꾸만 곁눈질을 하고 있다. 포스터 속에 오래 들어 앉아 있으면 비둘기의 습성도 웬만치는 변한다. 비둘기가 노닐던 한때의 지붕마루를 나는 알고 있는데 정말이지 알고 있는데 지금은 비어 버린 집통만 비바람에 털럭이며 삭고 있을 뿐이다. 포스터 속에는 비둘기가 날아 볼 하늘이 없다. 마셔 볼 공기가 없다. 답답하면 주리도 틀어보지만 그저 열없는 일 그의 몸을 짓구겨 누가 찢어 보아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불속에 던져 살라 보아도 잿가루 하나 남지 않는다. 그는 찍어 낸 포스터 수 많은 복사 속에 다친 데 하나 없이 들어 앉아 있으니 차라리 죽지 못해 탈이다. 개관- 주제 : 자유와 순수를 잃은 존재의 비극- 성격 : 문명비판적, 우의적, 상징적 -..

쥐, 김광림 [현대시]

쥐김광림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리가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난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개관- 제재 : 쥐(인간의 부정적인 모습)- 화자 :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 주제 :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 성격 : 현실 비판적, 풍자적, 우화적, 우의적 - 표현 * 자연물(쥐)에 빗대어 세태를 풍자함. * 유사한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현대시]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개관- 제재 : 꽃- 주제 : 시련과 역경 속에 완성되는 사랑과 삶- 성격 : 서정적, 암시적 - 표현 : 자연물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을 암시함. / 반복과 대구를 통해 주제를 강조함. / 대칭적 구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꽃 → '인생 그 자체'를 상징함.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인생의 본질을 '흔들림'에서 찾음. *..

목계 장터, 신경림 [현대시]

목계 장터신경림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개관- 성격 : 비유적, 상징적, 독백적, 향토적 - 표현 * 4음보의 안정된 율격과 일정한 어미의 반복 * 비유적이고 향토적 시어의 사용과 독백적 어조 * '하고', ..

땅끝, 나희덕 [현대시]

땅끝나희덕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개관- 제재..

섬진강 1, 김용택 [현대시]

섬진강 1김용택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 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 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 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배를 매며, 장석남 [현대시]

배를 매며장석남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등 뒤로 털썩밧줄이 날아와 나는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사랑은,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배가 들어와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잔잔한 바닷물 위에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떠 있는 배 해설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ㄴ 갑작스럽게, 우연히, 의도치 않게등 뒤로 털썩밧줄이 날아와 나는ㄴ 밧줄 = 사랑, 인연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ㄴ 배 = 사랑하는 대상, 배를 맨다 = 사랑은 시작된다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ㄴ 아주 ~ 닿는다 = 사랑은 조심스럽게 천천히 이루어짐 (사랑의 과정)1연 - 배를 매어 본 화자의 경험사랑은,..

장독대, 이재무 [현대시]

장독대이재무이제 다시 그처럼 깨끗한 기도 만날 수 없으리장독대 위 정한수 담긴 흰대접에서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어둠은 도둑걸음으로 졸졸졸 고여 오다가흰빛에 닿으면 화들짝 놀라 내빼고는 하였다어머니는 두 볼에 홍조 띄우고두 손 가지런히 모아천지신명께 일구월심 가족의 소원 대신 빌었다 감음한 뒷산 나무들 자지러지게 잔가지를 흔들고별꽃 서너 송이 고개 끄덕이며 더욱 환하게웃어 주었다 그런 새벽이면 어김없이 얼어붙은비탈에 거푸 엎어져 무릎 까진 밤새 울음이 있었다풀잎들은 잠에서 깨어 부스럭대고바지런한 개울물 들을 깨우러 가고 있었다촘촘하게 짜여진 어둠의 천 오래 입은 낡은 옷 되어툭툭 실밥이 터질 때 야행에 지친 파리한 달빛맨발로 걸어 들어와 벌컥벌컥 마셨다 광석들 가로지르는 서울행 기차 목 쉰 기적이..

눈 오는 지도, 윤동주 [현대시]

눈 오는 지도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방 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 버린 역사처럼 훌훌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로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그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내려 덮어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개관- 화자 : 순이와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타까워 하는 사람- 주제 :..

흰 광목 빛, 나희덕 [현대시]

흰 광목 빛나희덕먼 길 가는 모양이다동네 어귀 느티나무 그늘 아래어떤 부부가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다조금은 떨어져 선 두 사람은목도리가 같아서인지 한눈에 부부 같다지아비가 한 손을 올린 채 앞으로 나와 있고지어미는 조금 뒤에서 웃고 있다시골버스의 유일한 승객인 나는그 부부를 발견하고 내심 반가웠지만운전기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나치는 게 아닌가두 사람이 늘 거기 서 있으면서도한번도 버스를 탄 적이 없다는 듯이아아, 버스로는 이를 수 없는 먼 길을 가는모양이다그 부부는 이미 오랜 길을 걸어 저기 당도했을 것이고잠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지 모르겠다그런데 정갈하게 풀을 먹인 광목 목도리는누가 둘러주고 간 것일까목도리에 땀을 닦고 있을 그들을 뒤돌아보니미륵 한쌍이 석양 속으로 사라진다 두 개의 점, 흰 ..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현대시]

귀촉도(歸蜀途)서정주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개관- 성격 : 전통적, 상징적, 애상적 - 표현 * 전통적 정서와 상징적 시어 * 반복과 음성 상징어의 적절한 활용 * 도치법과 행간걸림(2연) - 소재 및 제목과 관련하여  → 귀촉도는 불여귀, 자규, 두견, 소쩍새, 접동새 등으로 ..

황석영, 삼포 가는 길 [현대소설]

삼포 가는 길황석영 1. 핵심 정리갈래 : 단편 소설, 사실주의 소설, 여로형 소설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배경 : ① 시간 - 1970년대의 겨울날② 공간 - 공사장에서 삼포로 가는 길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주제 :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연대 의식특징 : ① '정 씨'가 고향을 찾아가는 여로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됨.②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결말을 처리함.​​2. 전체 줄거리발단 : 영달은 공사가 중단되자 밀린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치다가, 고향인 삼포를 찾아가는 정 씨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전개 : 두 사람은 찬샘이라는 마을의 국밥집에서 술집 작부인 백화가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를 잡아 오면 만 원을 주겠다는 술집 주인의 제안을 받는다. 둘은 삼포로 가는 기차를 ..

가는 길, 김광섭 [현대시]

가는 길김광섭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피는가 …… 잎은 푸른가 …… 옛 꿈의 가지가지에 달려 찬사를 기다려 듣고 자려는가.   비인 듯 그 하늘 기울어진 곳을 가다가 그만 낯선 것에 부딪혀소리 없이 열리는 문으로 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는 가고 있다.  개관- 성격 : 애상적, 자기고백적, 상징적 - 표현 :   '슬픔 → 재 → 눈물'로 이미지가 형성됨.   생략과 반복의 기법으로 감정을 조절함.   상징적, 비유적 시어의 사용   애상적이고 절망적인 어조 - 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현대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1988)-  개관- 성격 : 서정적, 묘사적, 현실..

자화상 2, 오세영 [현대시]

자화상 2오세영전신이 검은 까마귀,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형형한 눈,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얼어붙은 지상에는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결코 까치처럼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검을 테면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 개의 깃털도남기지 말고......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을 내려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나는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말없이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형형한 : 광채가 반짝반짝 빛나며 밝은    핵심 정리갈래: 자유시, 서정시성격: 의지적주제: 올곧은 지조와 기개를 지키려는 의지특징: 까마귀를 의인화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삶을 보여줌색채에 일반적인 통념과..

하늘, 박두진 [현대시]

하늘박두진하늘이 내게로 온다여릿여릿멀리서 온다하늘은,멀리서 온 하늘은호수처럼 푸르다.호수처럼 푸른 하늘에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초가을따가운 햇볕에목을 씻고내가 하늘을 마신다.목말라 자꾸 마신다.마신 하늘에 내가 익는다.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주제】신비로운 자연과의 합일(合一) 【내용 풀이】 ▶제1문단(1연∼4연) :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하늘이 내게로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천천히, 천천히 멀리서 온다. 멀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내가 푸른 하늘에 안기면, 어머니의 품에서처럼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을 가슴으로 느낀다.    ― 도취와 무아의 세계에서 ‘자연의 품’에 안기는 과정을 노래한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순수 국어..

분수, 김춘수 [현대시]

분수김춘수                    1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姿勢)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鮮然)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개관- 제재 : 분수- 주제 : 끝없이 다시 발돋움하게 하는 영원한 그리움- 성격 : 주지적, 관념적, 상징적, 감각적 - 표현 : 분수..

고향, 정지용 [현대시]

고향정지용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개관- 성격 : 회고적, 애상적, 감각적(시각적, 청각적) - 표현 : * 1연과 6연의 수미상관적 구조 * 대구와 반복으로 리듬감 조성 * 자연과 인간사의 대비 *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탄식적 어조 - 주제 : 그리운 고향을 잃어 버린 자의 상실감과 비애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반복을 통해 고향을 그리는 간절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함. * 1연의..

간격, 안도현 [현대시]

간격안도현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개관- 성격 : 상징적, 성찰적 - 표현 : 나무를 인격화하여 인간의 삶과 관련된 의미를 부여함.   전후를 대비하여 새로운 깨달음을 강조함. - 제재 : 간격(울창한 숲의 필수 조건 → 사회적 관계의 완성을 위한 필수 조건) - 거리, 기다림의 의미- 주제 : 적당한 간격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중요시어 및 시구풀..

수정가(水晶歌), 박재삼 [현대시]

수정가박재삼 집을 치면 정화수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 생기는 물방울의 선선한 우물집이었을레. 또한 윤이 나는 마루의, 그 끝에 평상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레.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 올 따름, 그 옆에 순순(順順)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이 아니었을레.   하루에 몇 번쯤 푸른 산 언덕들을 눈 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 때마다 일렁여 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 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수정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개관- 제목 : 수정가(水晶歌) - 수정같이 아름답고 단단하 춘향의 마음- 성격 : 전..

마음의 고향 6 - 초설, 이시영 [현대시]

마음의 고향 6 - 초설이시영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참새떼 왁자히 내려앉는 대숲 마을의노오란 초가을 초가지붕에 있지 아니 하고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토란잎에 후두둑 빗방울 스치고 가는여름날의 고요 적막한 뒤란에 있지 아니하고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추수 끝난 빈 들판을 쿵쿵 울리며 가는서늘한 뜨거운 기적 소리에 있지 아니하고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빈 들길을 걸어 걸어 흰 옷자락 날리며서울로 가는 순이 누나의 파르라한 옷고름에 있지 아니하고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아늑한 상큼한 짚벼늘에 파묻혀나를 부르는 소리도 잊어버린 채까닭 모를 굵은 눈물 흘리던 그 어린 저년 무렵에도 있지 아니하고내 마음의 고향은 싸락눈 홀로 이마에 받으며내가 그 어둑한 신작로 길로 나섰을 때 끝났다눈 위로 막 얼어붙기 시작한작디작은 수레 바큇..

공터, 최승호 [현대시]

공터최승호아마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주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볼 뿐. 밝은 날 공터를 지나가는 도마뱀 스쳐가는 새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빗방울에 자리를 바꾸는 모래들, 공터는 흔적을 지우고 있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개관- 성격 : 관념적, 사색적, 명상적 - 특성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대상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②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보여줌. ③ ..

고향, 현진건, 일제 강점기,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 폭로 [현대소설]

현진건, 고향기차 안에서 만난 조선 유랑민과의 대화를 통해 일제의 수탈로 농토와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참담한 삶을 형상화하여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성격 : 사실적, 현실 고발적* 배경① 시간 - 일제 강점기② 공간 - 대구발 서울행 열차 안*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제 : 일제 강점기 우리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의 폭로* 특징① 1920년대 민족 항일기의 시대상을 조명함.② 농토를 빼앗긴 농민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림.* 출전 : “조선일보”(1926)에 ‘그의 얼굴’로 발표했으나 단편집 “조선의 얼굴”에서 ‘고향’으로 제목을 고침. 어휘 풀이* 옥양목 : 생목보다 발이 고운 무명. 빛이 썩 희고 얇음.* 뉘엿거..

멸치, 김기택 [현대시]

멸치김기택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

무서운 시간, 윤동주 [현대시]

무서운 시간윤동주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가랑잎 잎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나 아직 여기 호흡(呼吸)이 남아 있소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나를 부르는 것이오.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서럽지도 않는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나를 부르지마오.  어구 풀이* 무서운 시간 :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화자가 자신의 양심과 마주하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성찰의 시간을 의미함* 나를 부르는 것 : 내면의 소리, 화자의 양심*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 : 나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희망을 보여 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자유가 없는* 하늘..

침향(沈香), 서정주 [현대시]

침향(沈香)서정주 침향(沈香)을 만들려는 이들은, 산골 물이 바다를 만나러 흘러내려 가다가 바로 따악 그 바닷물과 만나는 언저리에 굵직굵직한 참나무 토막들을 잠거 넣어 둡니다. 침향은, 물론 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이 잠근 참나무 토막들을 다시 건져 말려서 빠개어 쓰는 겁니다만, 아무리 짧아도 2 ~ 3백 년은 수저(水底)에 가라앉아 있은 거라야 향내가 제대로 나기 비롯한다 합니다. 천 년쯤씩 잠긴 것은 냄새가 더 좋굽시요. 그러니, 질마재 사람들이 침향을 만들려고 참나무 토막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어내다가 육수(陸水)와 조류(潮流)가 합수(合水)치는 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은 자기들이나 자기들 아들딸이나 손자 손녀들이 건져서 쓰려는 게 아니고, 훨씬 더 먼 미래의 누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후대들을 ..

고무신, 장순하 [현대시]

고무신장순하눈보라 비껴 나는 ── 全 ── 群 ── 街 ── 道  퍼뜩 차창(車窓)으로 스쳐 가는 인정(人情)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하나둘세 켤레  개관- 성격 : 입체적, 시각적, 실험적, 향토적 - 특성 ① 구별 배행 시조로 3장 6구의 형식을 지키고 있음. ② 시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 및 주제의식을 형상화함. ③ 줄표의 활용, 크기가 다른 활자의 배열 등 현대시에서의 형식적인 파격을 실험함. ④ 차분하고 잔잔한 어조와 정형률의 활용 - 제재 : 고무신- 화자 : 소박한 시골 생활에서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는 사람- 주제 : 소박한 시골 생활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인간미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외딴집, 섬돌, 고무신 → 이 시어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시골'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시인은 이 ..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현대시]

성북동 비둘기김광섭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

고향길, 신경림 [현대시]

고향길신경림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위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개관- 성격 : 서정적, 향토적, 애상적 - 표현 * 향토색 짙은 시어 및 소재의 활용 * 고향에 대한 화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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