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갈대, 신경림 [현대시]

Jobs 9 2022. 5. 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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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개관
- 성격 : 명상적, 철학적, 실존적, 상징적, 주지적, 감각적(청각적, 시각적)
- 표현 : 자연물인 '갈대'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을 형상화함.
- 제재 : 갈대(실존으로서의 연약한 인간을 표상)
- 주제 : 고독과 비애로서의 인간의 실존, 비극적인 삶의 인식

중요시어 및 시구 풀이
* 언젠가부터 → 존재의 출발점
* 갈대 → 유약한 인간 존재의 표상(화자의 대리인)
* 갈대의 울음 →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비애 및 고통
* 어느 밤 → 존재의 고독과 비애를 깨닫게 되는 순간
*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 삶의 전 영역에서 고독과 고통이 존재하고 지배함을 깨달음. 유약한 존재의 불안한 모습에 대한 자각
* 바람, 달빛 → 외부적 요인
*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 갈대의 아픔과 고독의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서 연유한 것임을. 실존주의적 성향을 띤 작품임을 알려주는 부분이기도 함.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 → 갈대의 울음으로부터 출발해서 결국 모든 존재의 삶이 근원적 고독과 숙명적 비애를 안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시키고 있음.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갈대의 울음(내면) -- 청각적
- 2연 : 갈대의 흔들림(외면) -- 시각적
- 3연 : 흔들림의 원인(스스로 우는 울음) -- 비극적 존재의 이유
- 4연 : 삶의 숙명적 슬픔 -- 삶(존재)에 대한 결론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신경림의 초기 경향을 대표하는 시로,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다시 말해,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시에 나오는 '갈대'가 연약한 인간 존재를 상징하는 것임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갈대는 '울고 있고', '흔들리고 있고', '바람도 달빛도 아닌 제 조용한 울음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 '사는 것 자체가 조용한 울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갈대의 존재는 내부적이고 근원적인 고통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갈대의 '울음과 흔들림'은 외부적 원인이 아닌, 내재적 원인으로 인한 것이며, 갈대의 '울음'은 사회적 갈등의 소산이 아니라, 개인의 존재론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과거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는 의미로,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에 대한 비극적 깨달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시는 존재의 실상을 철학적 깊이로 명상한 시로 볼 수 있다. 어떤 존재의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외부에서 오는가? 아니면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인가? 이 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후자를 말해주고 있다. 갈대로 표상되고 있는 존재의 실상은 이렇듯 허무와 비애와 고독을 근본적으로 동반한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란 것도 단독자로서의 본연적 비애일 뿐이다. 그것은 존재 자체이며, 인간에게서 고독과 비애는 바로 '실존'이라는 것이다. 
이 시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갈대'의 울음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의 초기 대표작이다. 소위 민중시 계열로 변모한 70년대 이전의 그의 초기 시 세계는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 탐구에 주력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시 세계의 변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인식에서 출발했던 '갈대'의 막연한 울음이, 후일 농촌의 암담한 현실에서 우러난 농민의 아픔이라는 구체적 울음으로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실존주의(existentialism)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 쇠안 키에르케고르가 『불안의 개념』『무서움과 떨림』『죽음에 이르는 병』등의 저서에서 그 개념을 명확히 하였다. 개인의 구체적 실존은 합리적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것이므로 합리 이외의 다른 방식에 의한 질문과 해답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20세기 대표적 실존주의 철학자는 독일의 마르틴 하이데거와 프랑스의 사르트르인데, 특히 사르트르의 문학 활동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합리주의에 의한 낙관적 세계관이 불신되자, 개인의 실존의 비합리성이 두드러지게 느껴졌고, 이것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작가들의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되었다. 이들에 의하면 사람의 실존은 기존의 이론, 신학, 사회, 과학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자기가 성취하는 바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만큼 자유롭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의 자유 의지를 발휘해서 행동해야만 하며, 이처럼 자유롭게 자기의 실존을 성취하기 위한 행동을 <앙가주망>이라고 부른다. 인생은 한시도 쉴 수 없는 행동의 연속이어야 한다. 실존은 결국 앙가주망인 것이다. 한편 실존주의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한 세계 속에 인간이 실존한다고 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궁극적인 허무, 부조리를 안고 실존하는 것이 된다. 그러한 절대적 무의미와 허무를 받아들이면 불안, 고뇌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실존의 무의미함에서 오는 고뇌, 불안이야말로 모든 실존주의적 문학의 공통 요소가 된다. 절대적으로 무의미한 것을 완전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의 실존을 주장한다는 자신감과 성실성에서 그 무의미에 반항하여 계속 행동하는 신화적 거인 시쉬포스는 그러한 실존주의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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