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절정(絶頂), 이육사 [현대시]

Jobs 9 2023. 9.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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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견디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것을 넉넉한 관조(觀照)의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강인함을 절제된 언어로 보여 주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남성적, 지사적
* 제재 : 현실의 극한 상황
* 주제 : 극한 상황에서의 초월적 인식
* 특징
① 한시의 ‘기 - 승 - 전 - 결’의 구조와 유사한 형식임.
② 역설적 표현을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함.
③ 강렬한 상징어와 남성적 어조로 강인한 의지를 표출함.
④ 현재형 시제를 사용하여 긴박감을 더하고 대결 의식을 드러냄.
* 출전 : “문장”(1940)

절정(絶頂)(이육사) 시어 풀이

* 고원(高原) : 높은 산지에 펼쳐진 넓은 들판.
* 재겨 : 촘촘한 틈을 비집고 찔러 넣어.

 

작품의 구성

[1연] 수평적 공간에서의 극한 상황(기)
[2연] 수직적 공간에서의 극한 상황(승)
[3연] 극한 상황에서의 화자의 심리(전)
[4연] 극한 상황을 초극하려는 의지(결)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시인이 시대 상황과 맞서 싸우면서 치열한 갈등을 통해 도달한, 비극을 초월하려는 정신적 경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는 크게 시적 상황을 보여 주는 1, 2연과 화자의 의식 세계를 보여 주는 3, 4연으로 나눌 수 있다.
1, 2연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냉혹한 시대에 화자가 처한 현실적 한계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데, 불과 4행의 짧은 호흡에서 ‘북방 →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의 극한 상황을 점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를 이 ‘절정’의 극한적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은 ‘매운 계절의 채찍’인데, 이때 ‘매운 계절’은 ‘겨울’을 가리키며, 가혹한 추위가 지배하는 시간인 일제 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암시한다.
3연에서는 1, 2연에서 제시된 외적 상황에서 화자 내면의 심리적 상황으로 옮겨 간다. 화자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비켜서거나 물러서는 일이 불가능하며, 또 ‘무릎을 꿇어’ 그 어떤 외부적 힘에 기대어 괴로움을 덜 수도 없는 삶의 긴장된 국면임을 인식하고,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뎌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와 같은 관조의 순간, 화자는 ‘겨울’을 싸늘하고 비정하면서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 연은 극한 상황에서 참된 삶을 추구하는 의지와 희망을 회복하는 화자의 현실 인식을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품 연구

‘절정’에 등장하는 시어의 특징은?

이 시에 나오는 ‘매운’, ‘갈겨’, ‘칼날진’ 등은 매우 강렬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주는 시어이다. 이러한 시어들은 화자가 처한 현실의 극한 상황을 표현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한 지사적 의지와 신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시상 전개 방식과 효과

이 시는 한시(漢詩)의 전형적인 구성 방식인 ‘기 - 승 - 전 - 결’의 4단 구성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전반부(기, 승)에서는 시적 상황이 제시되고 후반부(전, 결)에서는 그러한 상황에 처한 화자의 의식 세계가 제시되고 있다. 이 시는 이러한 구성 방식을 통해 절제된 형식미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

이 시의 화자는 극한적인 한계 상황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자기 관조의 여유 있는 태도를 드러내는 인물인 동시에, 극한의 상황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는 준엄한 선비의 자세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화자는 일제 강점하라는 가혹한 시련의 극단적인 절망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초극하려는 자신의 의지와 결단을 강렬한 남성적 어조를 통해 드러낸다.

역설적 인식과 초극 의지

화자는 강철과도 같은 차갑고 비정한 금속성의 이미지와 무지개의 황홀한 이미지를 결합시켜 비극적이면서도 황홀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극한적인 현실 상황에 대한 화자의 역설적 인식으로, 관조적 자세를 통해 비극적 상황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적 형상화 방식

이 시는 ‘북방 →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위’ 등으로 이어지면서, 날카롭고 극한적인 이미지를 점층적으로 표현한다. 또 ‘강철로 된 무지개’에서도 강철의 강인한 이미지와 무지개의 화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결합하여 역설적이며 함축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즉,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이질적인 사물들을 나열함으로써 극한 상황에 처한 화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 내고,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간결한 표현으로 생략과 압축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화자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작가 소개 - 이육사(李陸史, 1904 ~ 1944)

시인 · 독립운동가.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원록(源綠). 육사라는 이름은 형무소 수인 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다. 1933년 ‘황혼’으로 등단하여 1937년 “자오선” 동인으로 잠시 활약했다.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이 풍부한 시풍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 비극과 저항 의지를 노래하였다.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꽃’, ‘청포도’ 등이 있으며, 유고 시집으로 “육사 시집”(1946)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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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일제에 대한 저항 의지

‘쉽게 씌어진 시’는 일제 강점하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절정’과 ‘쉽게 씌어진 시’는 창작 배경이 일제 강점하라는 점과,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저항 의지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두 작품은 의지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절정’은 극한 상황의 제시와 역설적 인식을 통해 초극의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반면, ‘쉽게 씌어진 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을 통해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꽃’, 이육사/극한 상황과 미래 지향적 태도

‘꽃’에서 화자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혹독한 시대 상황을 이겨 내고 기쁨을 누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절정’이 극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초극의 의지를 보여 준다면, ‘꽃’에서는 현실에 대한 저항적 태도와 더불어 미래 지향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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