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해, 박두진 [현대시]

Jobs 9 2023. 12. 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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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
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
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
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
려 보리라.

 

 

 

시어 풀이

* 말갛게 : 산뜻하게 맑게.
* 늬 : ‘너’의 예스러운 표현.
* 칡범 : 몸에 칡덩굴 같은 어름어름한 줄무늬가 있는 범.

 

개관

밝음과 어둠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어둠의 세계가 가고 평화로운 세계가 오기를 바라는 화자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 갈래 : 산문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열정적, 미래 지향적
* 제재 : 해
* 주제 : 화합과 평화의 세계에 대한 소망
* 특징 
① ‘밝음’과 ‘어둠’의 대립적 이미지를 사용함.
② 시어와 시구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함.
③ 상징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강렬한 소망을 표현함.
* 출전 : “상아탑”(1946)

 

작품의 구성

[1연] 광명의 세계에 대한 소망
[2연] 어두운 세계에 대한 거부
[3연] 새로운 세계의 도래에 대한 소망
[4~5연] 화합과 공존의 삶의 모습
[6연] 화합과 공존의 세계에 대한 소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를 대립적으로 배치하여 어둠의 세계는 가고, 밝고 평화로운 세계가 오기를 바라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어둠은 절망적인 현실을 나타내며, 밝음은 절망을 극복한 새로운 삶의 세계를 나타낸다.
1연에서 화자는 ‘해야 솟아라’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것은 화자가 살아가는 당시의 현실이 밝은 해가 비치지 않는, 어둠과 같은 절망적인 세계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새로운 밝은 세상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2연에서 화자는 ‘달밤’으로 상징되는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3연에 나오는 ‘청산’은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향의 표상으로, 화합과 공존의 세계를 상징한다. 화자는 세상이 이렇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면 자신은 외로워도 좋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화자의 소망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4~5연에서 화자는 사슴, 칡범과 함께하는, 즉 약자와 강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생명체가 서로 화합하며 공존할 그날을 꿈꾼다. 그러므로 이 시의 화자가 바라는 ‘앳되고 고운 날’은 6연에 나타난 것처럼 꽃, 새, 짐승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대화합의 시대이자, 민족의 영화로운 역사가 펼쳐질 새로운 조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 연구

‘해’와 ‘어둠’의 상징적 의미는?

이 시에서 ‘해’는 화자가 간절히 소망하는 대상으로, 어둠과 악을 물리치는 광명과 정의의 표상이며 모든 생물에게 에너지를 주는 생명력의 상징이다. 반면 ‘어둠’은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절망, 비애를 상징한다. 이 시가 창작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지어 볼 때 ‘해’는 조국의 밝은 미래, ‘어둠’은 조국의 암울한 상황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대립적 이미지

 

표현상의 특징

① 시어와 시구의 반복적 사용

② 명령형 어미와 호격 조사의 사용

 

이 시는 시어나 시구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해’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명령형 어미와 호격 조사를 사용하여 화합과 공존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청산’ 속에서의 삶

화자는 해가 떠오른 '청산'에서의 삶을 화합과 공존의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 '청산'에서는 사슴과 칡범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온갖 꽃들과 새들, 그리고 짐승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체들은 '앳되고 고운', 즉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은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사랑과 평화의 세계에 가깝다. 박두진이 추구하는 기독교적 세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청산' 속에서의 삶이다.

 

이 시에 대한 다양한 해석

① 일제 말기에 쓰인 시로 볼 때 : 광복을 기다리며 조국의 밝은 미래를 소망한 시로 볼 수 있다. ‘어둠’은 일제 강점하 우리 민족의 현실을, ‘해’는 조국의 광복을, ‘청산’은 광복을 맞이한 조국을 상징하는 것이다.
② 광복 후에 쓰인 시로 볼 때 : 광복의 기쁨과 함께 민족 대화합의 염원을 담은 시로 볼 수 있다. 이때 ‘어둠’은 좌우익의 이념 대립으로 혼란스러운 민족 현실을, ‘해’는 좌우익의 이념 대립을 극복하고 민족을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배 원리를, ‘청산’은 민족 화합을 이룬 이상적인 조국을 상징하는 것이다.
③ 시인이 기독교인임을 고려할 때 : 기독교적 낙원을 그린 시로 볼 수 있다. 이때의 ‘어둠’은 절대자(신)가 존재하지 않는 혼탁한 세상을, ‘해’는 절대자(신)를, ‘청산’은 기독교적 이상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청록파(靑鹿波)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세 시인은 해방의 감격 속에서 초기의 시들을 모아 1946년에 “청록집”이라는 공동 시집을 발간하게 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세 시인은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이들의 시는 우리말의 특징을 잘 살려 자연에 인간의 심성을 담은 시를 썼으며, 광복 후에도 시의 순수성을 잃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 소개 - 박두진(朴斗鎭, 1916 ~ 1998)

시인. 경기 안성 출생.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향현’, ‘묘지송’ 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초기에는 역사나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작품을 썼고, 후기에는 기독교적 신앙 체험을 고백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시집으로 “청록집”(1946), “오도”(1953),“ 포옹무한”(198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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