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못 위의 잠, 나희덕 [현대시]

Jobs 9 2023. 5. 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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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 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개관

- 제재 : 실직한 가장의 삶
- 주제 : 유년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연민
           실직한 가장의 힘겨운 삶에 대한 연민

- 성격 : 상징적, 애상적, 회상적, 서사적
- 표현 : 제비 가족과 실직한 가장을 둔 가족의 비교를 통해 사내의 힘겨움을 강조함.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한 장면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임.
           연민어린 회상적 어조
           경어체를 통해 연민의 정서를 부각시킴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제비집 너무도 작아 → 가난한 삶을 연상시킴.
    * 못 하나 → 아버지의 고달프고 위태로운 삶 연상, 도치법
    *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 → 몹시도 불편한 잠을 자는 아비 제비의 모습 / 유년시절의 아버지를 연상케 함.
    * 눈이 뜨겁도록 → 연민과 가슴 아픔의 감정
    * 흙바람 → 시련과 고난
    * 종암동 버스 정류장 → 구체적인 지명의 사용으로 사실감을 부여함.
    * 흙바람은 불어 오고 → 삶의 고난과 시련
    * 피곤에 지친 한 여자 →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셨던 어머니께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
    * 반쪽 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 가족의 힘겨운 삶을 드러냄.
    *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면목없음 때문에
    * 실업의 호주머니 → 아버지의 처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말
    * 실업의 ~ 쉽게 깨어지지 않고 → 실업의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행복은 쉽게 찾아오지 않고
    *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 사내의 힘겹고 위태로운 삶
    * 거리에선 아직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 앞으로의 삶 또한 힘겨울 것임을 암시함.
    *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 → 고달픈 가족의 삶에 대한 작은 위안
    *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 → 가족들 간의 애정과 따뜻함
    *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 어렵고 힘든 현실 상황
    * 골목 → 궁핍한 삶이 영위되는 공간
    * 그 꾸벅거림을  ~ 그 위의 잠 → 힘겨운 아버지의 삶 = 못 위의 잠
 
시상의 흐름(짜임)
- 1 ~ 8행 : 못 위의 제비를 올려다 봄 - 좁은 둥지 옆 못 위에 잠든 아비 제비(현재)
- 9 ~ 25행 :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마중나갔던 기억(회상)
- 26 ~ 27행 : 아버지의 남루한 삶을 기억나게 하는 못 위의 잠(현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못 위에서 잠을 자는 아비 제비와 실직한 가장인 사내의 괴로운 삶을 연관시켜서 그려내고 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둥지 옆 못 위에서 잠을 자는 아비 제비의 위태로운 모습과 실업자 사내 일가의 고달픈 삶의 모습이 교차되어 사내의 괴로운 심정이 효과적으로 잘 드러난다. 
시적 화자는 둥지가 비좁아 그 옆에 박힌 못 위에 겨우 앉아서 밤을 지새는 아비제비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오래도록 실업 상태인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가야 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를 마중나갔던 기억 속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에서 가족들 뒤에 뒤따라 걷던 아버지의 모습과 못 위에서 꾸벅거리며 잠을 자는 제비의 모습이 겹쳐짐을 느끼면서 시적 화자는 비애와 아픔, 좌절감을 느꼈을 과거의 아버지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시는 이러한 연민의 정서를, 어머니의 창백한 모습, 아버지가 달빛을 바라보는 장면, 좁은 골목길에서 아버지만은 또 뒤에 쳐진 채 걷고 있는 장면 등의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전해 주고 있다. 또한 '반쪽 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 묻은 호두알', '아버지의 그림자/그 꾸벅거림'과 같은 감각적인 표현은 이러한 시의 정서를 보다 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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