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생명, 김남조 [현대시]

Jobs 9 2023. 6. 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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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 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개관

- 제재 : 생명
- 화자 : 생명과 진실의 근원을 인식한 사람
- 주제 : 고통을 통해 완성되는 생명의 본질

- 성격 : 비유적, 경구적
- 표현 : 단정적인 표현과 단호한 어조 / 명제적 진술을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냄. / 구체적 자연물(겨울보리, 겨울나무, 눈송이 등)을 통해 화자의 인식을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생명 → 참다운 인간의 삶
추운 몸으로 온다. → 고난과 시련을 거쳐서 탄생한다.  추운 겨울부터 생명의 싹이 움트고 있음을 암시
벌거벗고 언 땅 → 생명의 자라기 어려운 악조건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 초록의 겨울보리 → 시련에서 비롯되는 참된 생명으로, 역설적 깨달음을 주는 대상
생명의 어머니 → 생명의 근원, 대자연
진실도 /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 진실도 시련을 통해 깨닫게 됨을 의미함. 고진감래의 의미
추위의 면도날 → 추위의 날카로움을 선명한 비유어를 사용하여 표현함.
제 몸을 다듬는다. → 고통을 통해 성숙해짐.
먼 날의 섭리 →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
충전 부싯돌 → '강인한 줄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함.
충전 → 새 생명을 위한 비축의 의미가 있음.
금 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 → 고통을 알지 못하는 이
친구가 아니다 → 단정적인 표현을 반복하여 단호함을 느끼게 함.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 → 고통과 상처를 감싸주지 못하는 이
4연 → 대구법, 인생의 고통과 시련에 연민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음.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 → 여러 고비를 거쳐온 시련과 고난
함박눈 눈송이 →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시어로, 고통 끝에 얻는 생명의 결실, 생명의 본질을 의미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통을 거쳐 탄생하는 생명
- 2연 :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진실
- 3연 : 고통을 통해 성숙해 가는 겨울 나무들
- 4연 : 고통을 모르고 이를 감싸 주지 못하는 이와는 친구가 될 수 없음.
- 5연 : 고통 끝에 얻는 생명의 결실

 

이해와 감상
인간 실존의 본질을 밝히고 있는 작품으로, 여기에서의 '생명'은 곧 참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생명과 생명의 진실을 추운 몸으로 불에 타고 피를 흘리며 온다고 했으니 인간의 본질은 인생의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비로소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시는 생명을 지닌 물상(物象)에 대해서 정의를 내림과 동시에 생명의 원천과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이는 삶과 진실을 모른다는 의지를 표출시키고 있다. 자칫 이런 시가 생경한 관념이나 사실이 붙기 쉬우나 이 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은 건전한 철학적 바탕 위에서 생명감 넘치는 비유가 커다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 시는 구사된 언어가 생명력 있고 튼튼한 논리가 뒷받침되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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