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눈, 김수영 [현대시]

Jobs 9 2023. 6. 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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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개관

순수를 표상하는 ‘눈’을 제재로 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비판적, 참여적, 상징적
* 제재 : 눈
* 주제 :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에 대한 소망과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 특징 
① ‘눈’과 ‘가래’의 상징적 의미가 대립 구도를 보임.
② 청유형 어미를 반복하여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할 것을 권유함.
③ 동일한 문장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함.
* 출전 : “문학 예술”(1956)

 

작품의 구성

[1연]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눈
[2연] 순수한 생명력 회복의 의지
[3연] 눈의 강인한 생명력
[4연] 자기 정화를 통한 순수한 삶 소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순수한 삶을 지향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대립적인 시어의 활용과 시구의 반복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1연은 ‘눈은 살아 있다’ 라는 문장을 반복, 변형하여,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눈’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2연에서는 ‘기침을 하자’ 라는 문장을 반복, 변형하여, 순수한 내면 의식을 지향하는 화자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기침을 하도록 권유받는 ‘젊은 시인’은 곧 화자인 동시에 시인 자신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침을 하는 행위’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화자의 내면 의식에 잠재해 있는 속물적 근성, 소시민성, 현실과 타협하려는 부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정화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3연에서는 ‘눈’으로 대표되는 순수의 세계는 오로지 자신에 대한 정화와 성찰에 매진하고 있는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임을 알려 준다. 한편 4연에서는 화자의 가슴에 불순한 ‘가래’가 고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가래’는 기침을 통해 뱉어 내야 하는 불순하고 부정적인 것을 상징한다. 따라서 ‘살아 있는 눈’을 바라보며, 가래를 뱉는 행위는 현실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 연구

‘기침’을 하는 행위의 의미는?

‘기침’은 눈과 같이 순수한 내면 의식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정화의 행위이며, 몸 안의 불순한 것들을 뱉어 내는 행위이다. 따라서 ‘기침을 하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 의식에 남아 있는 속물성, 소시민성과 같이 불순한 의식을 거부하고 제거하고자 하는 의지를 의미한다.

이미지의 대립 관계

이 시에서 '눈'은 희고 순수한 것이고, '기침'은 어떤 괴로움 또는 병을 암시하는 더러운 것이다. '눈은 살아 있다'와 '기침을 하자'는 두 문장이 변형, 반복되면서 작품 전체를 이루고 있는 이 시에서, 눈을 향해 기침을 하는 행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더럽혀진 시적 화자의 영혼과 육체를 되찾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시어 및 시구의 상징적 의미

* 눈 :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 화자에게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일깨워 주는 존재
* 기침 : 마음속에 고여 있는 불순한 것들을 쏟아 내는 행위
* 젊은 시인 :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 부정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고 순수와 정의를 지키는 삶을 살고자 하는 존재
* 가래 : 불순하고 부정적인 것, 부정적이고 부패한 현실에서 생긴 속물근성, 소시민성, 일상에 대한 안주의 태도 등

 

반복법과 점층법의 시적 효과

이 시는 1, 3연에서는 ‘눈은 살아 있다’, 2, 4연에서는 ‘기침을 하자’를 반복하고 변형함으로써 의미를 점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같은 문장에 점차로 문장 요소들이 덧붙으면서 의미가 뚜렷해지는 점층적 전개를 이루는데, 이를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극복과 순수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 드러난 작가의 현실 인식

김수영은 암울했던 시대에 ‘시’를 통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시인이다. 이 시는 역시 1954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이승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3선 제한의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창작되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기침을 하자’, ‘가래를 뱉자’고 하면서 현재의 부정부패한 현실을 물리치고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김수영 시에서의 '눈'의 상징성

김수영은 '눈'이라는 제목의 시를 세 편을 썼다. 1956년의 이 시에서의 '눈'은 '살아 있는 순결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1961년의 시에서는 쓸모없는 저항시를 쓰는 시인과 대비되는 '민중의 상징체로서의 눈'이며, 1966년의 시에서는 '폐허에 내리는 눈'이다. 이 시들의 구성이나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눈'의 이미지만은 세 편 모두 비슷하다.

 

참여 문학(參與文學)

참여 문학이란 문학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사회 변혁에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학 이념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참여 문학은 1950년대 중 · 후반 이후 문학의 사회 참여적 역할과 의의에 대한 작가들의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후의 피폐함 속에서 극단적인 궁핍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으로 이어져 실존주의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4·19 혁명을 기점으로 참여 문학이 더욱 불붙기 시작하였으며, 1960년대 김수영, 신동엽 등의 시인들에 의하여 현실 문제, 예를 들면 분단과 통일, 민족 민중 의식 등을 시적 제재로 취급하면서 세 차례의 격렬한 순수 - 참여 문학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부터는 우리 민족과 민중들을 문학적 형상화의 주체로 삼는 시민 문학론, 민족 문학론, 노동자 농민 문학론 등으로 발전하였다.

 

작가 소개 - 김수영(金洙暎, 1921 ~ 1968)

시인. 서울 출생. 1947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초기에는 모더니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으나, 점차로 강렬한 현실 의식과 저항 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시정(詩情)을 탐구하였다. 시집으로 “달나라의 장난”(1959), “거대한 뿌리”(197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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