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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국어 1520

사령(死靈), 김수영 [현대시]

사령(死靈) 김수영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는 하늘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아래 잡초(雜草)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덜릐(正義)도 우리들의 섬세(纖細)도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靈)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 요점 정리 지은이 : 김수영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비판적, 참여적, 반성적, 자조적 어조 : 자유와 정의..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현대시]

부치지 않은 편지 1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 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 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부치지 않은 편지2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

새, 박남수 [현대시]

새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嬌態)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개관 - 성격 : 주지적, 문명비판적, 시각적, 상징적, 대립적 - 표현 * 감정이 배제되고 이미지로만 제시함. * 인간과 자연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포수↔새) * 이미지적인 면과 함께 인간 존재의 탐구라는 지적인 면이 함께 나타남...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황동규 [현대시]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황동규 봉준(琫準)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포(砲)들이 얼굴 망가진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개관 - 성격 : 비판적, 부정적, 반어적, 회고적, 참여적 - 표현 : 동학 농민 운동의 역사를 통해 당대의 ..

상리과원, 서정주 [현대시]

상리과원 서정주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한강수(漢江水)나 낙동강(洛東江) 상류와도 같은 융융(隆隆)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트리는 몸뚱아리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패기뿐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와 다리 발꿈치에까지도 이쁜 꽃숭어리들을 달았다. 멧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새끼들이 조석(朝夕)으로 이 많은 기쁨을 대신 읊조리고, 수십 만 마리의 꿀벌들이 왼종일 북치고 소고치고 마짓굿 울리는 소리를 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當然)한 일이다. ..

산 1번지, 신경림 [현대시]

산 1번지 신경림 해가 지기 전에 산1번지에는 바람이 찾아온다. 집집마다 지붕으로 덮은 루핑을 날리고 문을 바른 신문지를 찢고 불행한 사람들의 얼굴에 돌모래를 끼어 얹는다. 해가 지면 산1번지에는 청솔가지 타는 연기가 깔린다. 나라의 은혜를 입지 못한 사내들은 서로 속이고 목을 조르고 마침내는 칼을 들고 피를 흘리는데 정거장을 향해 비탈길을 굴러가는 가난이 싫어진 아낙네의 치맛자락에 연기가 붙어 흐늘댄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산1번지에는 통곡이 온다. 모두 함께 죽어 버리자고 복어알을 구해 온 어버이는 술이 취해 뉘우치고 애비 없는 애를 밴 처녀는 산벼랑을 찾아가 몸을 던진다. 그리하여 산1번지에 밤이 오면 대밋벌을 거쳐 온 강바람은 뒷산에 와 부딪쳐 모든 사람들의 울음이 되어 쏟아진다. 개관 - 성격 ..

산상의 노래, 조지훈 [현대시]

산상의 노래 조지훈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굽이굽이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위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개관 - 성격 : 지사적, 감각적, 의지적 - 특성 ① 비슷한 내용의 연과 행을 반복하여 ..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박인환 [현대시]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박인환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회상과 체험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의 살륙(殺戮)에 복종한 생명보다도 더한 복수와 고독을 아는 고뇌와 저항일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허물어지는 정적(靜寂)과 초연(硝煙)의 도시 그 암흑 속으로 … 명상과 또 다시 오지 않을 영원한 내일로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유형(流刑)의 애인처럼 손잡기 위하여 이미 소멸된 청춘의 반역(反逆)을 회상하면서 회의와 불안만이 다정스러운 모멸(侮蔑)의 오늘을 살아 나간다. …아 최후로 성자(聖者)의 세계에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분명히 그것은 속죄(贖罪)의 회화(繪畵) 속의 나녀(裸女)와 회상도 고뇌도 이제는 망령(亡靈)에게 팔은..

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현대시조]

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개관 - 성격 : 현대시조, 낭만적, 향토적, 이상적, 서정적, 목가적 - 표현 : 옛스런 어투 사용,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표현 - 산문화 살구꽃이 피어 있는 시골 마을은 어디나 고향처럼 낯익고, 그 속에 사는 사람마다 다 잘 아는 이 같아 등이라도 치고 싶다. 어느 집에 들어선다 해도 반갑게 맞아 줄 것만 같다. 시간은 저녁 무렵. 날이 저무는데도 나그네 마음은 바쁘지 않다. 바람도 없는 고요한 밤, 꽃이 피어 있는 그늘에 달빛이 비추면 나그네와 주인..

만선, 천승세, 희곡, 장막극(3막 6장), 비극, 사실주의극

만선(滿船)(1965) 천승세 ● 줄거리 1965년 국립극장 현상모집에 당선된 천승세의 희곡 작품이다. 칠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가난한 어부 곰치 일가의 비극적 삶을 부서떼의 출현과 결부시키면서 가난을 극복하려는 그들의 몸부림과 비극적 좌절을 탁월하게 형상화해 놓고 있다. 이 작품은 칠산 앞바다에 몇 십 년만에 나타난 부서떼를 계기로 시작된다. 가난하지만 노력한 어부이자 강한 자부심의 소유자인 곰치는 이제 고대하던 만선의 꿈을 실현하려 한다. 고리대와 가난에 시달려온 이들에게 고기잡이는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때 첫 번째 장애가 다가오는데, 선주 임제순의 고리대 변제 요구가 그것이다. 그는 선변제를 요구하며 배를 묶고 또 다른 열악한 계약을 강요한다. 곰치 일가의 꿈이 인간사회의..

산돼지, 김우진, 표현주의극, 장막극

산돼지(1926) 김우진 ● 줄거리 제1막 : 주인공 최원봉이 차혁과 바둑을 둔다. 청년회 간부인 원봉은 자신의 주관으로 연 바자회의 수익금 50원을 써 버리고, 이러한 사실을 덮어 주려는 차혁과 싸운다.(발단) / 사람들은 원봉을 '산돼지'라 부른다. 원봉은 그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신적 갈등을 일으켜 몽환병에 시달린다. 최 주사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원봉과 정숙, 영순과 차혁이 각각 교제한다.(전개) 제2막 : 원봉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비밀을 꿈을 통해 알게 된다. 즉, 그는 꿈 속에서 토벌 병정에 쫓기는 동학군의 신세가 된다.(위기) 여러 가지 이유로 원봉은 신경 쇠약증에 걸린다.(절정) 제3막 : 꿈의 장면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원봉의 애인이었던 정숙이 등장한다. 정숙은 원봉에게 실망..

소, 유치진, 비극, 사실주의 극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농촌의 궁핍과 사회적 모순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실주의 극으로, 소작농과 마름의 갈등 속에 첨예한 사회의식이 드러나 있다. * 갈래 : 장막극, 비극, 사실주의 극 * 성격 : 사실적, 현실적, 고발적 * 배경 ① 시간 - 1930년대 ② 공간 - 어느 가난한 농촌 * 제재 : 소 * 주제 : 가난에 시달리는 일제 강점기 농촌의 현실 * 특징 : 사실주의 계열의 첫 장막극임. * 출전 : “동아 일보”(1935) 어휘 풀이 * 타작(打作)마당 : 타작(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일)하는 마당. 품 삯을 받고 하는 일. * 사대육신(四大六身) : 두 팔, 두 다리, 머리, 몸뚱이라는 뜻으로, 온몸을 이르는 말. * 점지 : 신불(신령과 부처)이 사람에게 자식을 갖게 하..

제향날, 채만식, 저항적 장막극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는 삶을 산 김성배 일가의 가족사를 통해 지식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희곡이다. * 갈래 : 장막극 * 성격 : 비판적, 저항적 * 배경 ① 시간 - 1937년 가을 ② 공간 - 최 씨의 집 * 제재 :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김성배 일가의 삶 * 주제 : 부정적 세력에 대한 투쟁, 이상향 추구의 영속성 * 특징 ① 작가의 역사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남. ②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됨. ③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를 삽입하여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책무를 드러냄. * 출전 : “조광”(1937) 어휘 풀이 * 제향(祭享) : 제사(祭祀)의 높임말. *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 족의 영웅..

동승, 함세덕, 희곡, 단막극, 비극, 낭만주의극

동승 함세덕 ● 줄거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오래 된 절에서, 아직 수행을 쌓지 않은 열네 살의 사미승 도념은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어머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의 생모는 여승이었으나 사냥꾼을 만나 파계를 하고 절을 떠난다. 주지승은 생모의 행적을 들어 도념으로 하여금 어머니를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도록 하지만 어린 도념으로서는 모자의 정을 쉽게 끊을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서울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미망인에게 마음이 끌리고,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던 미망인 또한 도념을 수양 아들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도념을 타락한 속세로 보내지 않으려는 주지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서울행이 좌절되자 도념은 결국 홀로 절을 떠나게 된다. ● 감상 및 이해 이 작품에는 도념의 어머니를 향한 간절한 기다림, ..

결혼, 이강백, 단막극, 풍자극, 실험극

결 혼 이강백 ● 줄거리 빈털터리 사기꾼이 갑자기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결혼에 대해 간절히 소망하자 드디어 꿈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저택과 하인과 부자로 보일 만한 여러 소품들을 빌리는 데에 성공을 하게 된다. 다만 빌린 물건들은 모두 제한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이 되면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먼저 여성 잡지에 실린 에서 여자를 골라 맞선을 보기로 하였다. 맞선을 보기로 한 여자를 기다리는 사이에 이미 '책'은 빼앗기게 되고, 드디어 여자를 만났다. 여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빌렸던 물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되돌려 주어야 했고, 빼앗는 역할은 하인이 맡게 된다. 라이터, 구두, 넥타이, 소지품, 구두, 결국에는 저택까지 빼앗기게 된다. 빌린 물건들을 되돌려주는 동안에 여자는 하인의 무례함을 탓..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 희극, 서사적, 사회 풍자극

국물 있사옵니다(1966) 이근삼 ● 줄거리 선량하고 평범한 젊은이 김상범이 우연한 기회에 사장에게 신임을 얻어 임시 사원에서 정규 사원이 된다.(발단) 상범은 박용자와 결혼을 결심했으나, 형과 박용자가 결혼하게 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출세의 방법에 눈을 뜬 상범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변한다.(전개) 상범은 '탱크'가 회사의 월급날 경리과를 털기로 한 것을 알고 뒤쫓아가 사냥용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이 일로 사장으로부터 포상금을 받고 서울 시민의 영웅이 되며 상무로 특진하게 된다.(절정) 상범은 사장의 며느리이자 과부인 성아미가 박 전무와 간통하고 회사 공금을 유용한 사실을 알고, 이를 미끼로 그녀와 결혼한다.(하강) 상범은 성아미가 박 전무의 아이를 임신한..

흙, 문정희 [현대시]

흙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 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라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개관 - 성격..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김현승 [현대시]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김현승 온 세계는 황금으로 굳고 무쇠로 녹슨 땅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새 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 우리의 흙 한 줌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우리들의 꽃 한 송이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 개관 - 성격 : 상징적, 현실비판적, 탄식적 - 표현 * 대상에 대해 한숨을 쉬며 한탄하는 어조 * 유사한 문법 구조의 반복적 사용 * '버린다', '만다'의 종결어를 사용하여 부정적 현실 상황에 대한 좌절과 비애..

가구의 힘, 박형준 [현대시]

가구의 힘 - 박형준 -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 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 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 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 마디 해주었다. 책장에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 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 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나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

들국, 김용택 [현대시]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 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개관 - 제재 : 들국 - 주제 : 떠난 임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 - 성격 : 대조적, 자조적, 애상적 - 표현 : 그리움과 푸념이 섞인 어조 / 아름다운 자..

비리(非理), 비위(非違), 그릇됨과 어김, 성비위(性非違), 성희롱, 성폭력

비리(非理), 비위(非違) 비리는 ‘非理’라고 쓰며, ‘아닐 비’라고 훈독하는 ‘非’는 부정(否定)을 나타내는 조동사이고, ‘다스릴 리’라고 훈독하는 ‘理’는 ‘이치(理致)’, ‘도리(道理)’, ‘사리(事理)’ 등 뭔가 정당하게 잘 정리되고 다스려져 있은 상태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非理는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음, 즉 “올바른 이치나 도리가 아님”이라는 뜻이다. 비위는 ‘非違’라고 쓰는데 이때의 ‘非’는 부정을 나타내는 조동사가 아니라 ‘아님’, ‘그릇됨’이라는 명사로 쓰였다. 그리고 ‘違’는 ‘그를 위’, ‘어길 위’라고 훈독하여 ‘그르다’ ‘어기다’라는 동사로 주로 사용하지만 ‘非違’라는 단어에서는 ‘그릇됨’, ‘어김’이라는 명사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非違는 ‘어기지 않음’이나 ‘그릇되지 않음..

생명의 서, 유치환 [현대시]

생명의 서 일장(一章)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개관 ‘아라비아 사막’이라는 극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결연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 [현대시]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韓龍雲)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통사적, 비통사적 합성어, 합성어 : 어근(실질 형태소) + 어근(실질 형태소)

통사적, 비통사적 합성어 합성어 : 어근(실질 형태소) + 어근(실질 형태소) 형성방법 분류 ● 통사적 합성어 : 일반적 단어 배열법 일치(국어 통사 구조 일치) 새해(관형사+명사) 작은형(형용사의 관형사형+명사) 들어가다(용언 어간+연결어미+용언) 들(어)가다X ● 비통사적 합성어 : 단어 배열 벗어남 덮밥(동사+명사-관형사형 어미 없음) → 덮(은) 밥 덮-'이 관형사형 어미 없이 바로 어근 '밥'과 결합해서 비통사적 부슬비(의태 부사+명사-보충 요소 필요) → 부슬(부슬 내리는) 비 짙푸르다(짙+푸르다) : 어근 '짙-이' 연결어미 없이 바로 '푸르다'와 결합해서 비통사적 ● 파생어 어근이나 기존의 단어에 파생 접사가 결합하여 새로 만들어진 단어를 파생어라 한다. 파생 접사는 단어를 파생시키는 접사..

국어 기출 속담

●가게 기둥에 입춘⇒제격에 맞지 아니함을 비유 ●가까운 남이 먼 친척보다 낫다⇒가까운 데 사는 친척보다 이웃 사람들이 더 잘 보살펴 주고 도와주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웃에 사는 남이 더 낫다는 뜻. ●가까운 제 눈썹 못 본다⇒멀리 보이는 것은 용케 잘 보면서도 자기 눈 앞에 가깝게 보이는 것은 잘못 본다 ●가꿀 나무는 밑동을 높이 자른다⇒어떠한 일이나 장래의 안목을 생각해서 미리부터 준비를 철저하게 하자 ●가난도 스승이다⇒가난하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생기므로 가난이 주는 가르침도 스승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 ●가난이 원수다⇒일반적으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가난이 그 동기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생긴다. ●가난하면 형제간에도 만나지 못한다⇒가난한 형제가 멀리 떨어져 살면 만나고 싶어도 ..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을지문덕, 현존 우리나라 최고 한시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神策究天文 신책구천문 妙算窮地理 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 전승기공고 知足願云止 지족원운지 그대의 신기(神奇)한 책략(策略)은 하늘의 이치(理致)를 다했고, 오묘(奧妙)한 계획(計劃)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전쟁(戰爭)에 이겨서 그 공(功) 이미 높으니, 만족(滿足)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 작자 : 을지문덕(乙支文德) - 형식 : 오언 고시 - 성격 : 풍자시 - 표현 : 대구법, 억양법, 반어법 - 압운 : 상성 '紙' 운인 理, 止 - 주제 : 적장 우중문 조롱과 적장의 오판 유도, 적장에 대한 조롱과 야유 - 구성 기 : 신기한 계책 칭찬 승 : 오묘한 꾀 칭찬 전 : 전쟁의 공 칭찬 결 : 군대 철수 요구 - 의의 : 현존하는 우리 나라 최고의 한시 내용 연구..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이 이, 연시조(10수), 평시조, 교훈적, 도학적, 유교적, 문답법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이 이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을 살ᄅᆞᆷ이 몰으든이 주모복거(誅茅卜居)ᄒᆞ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즙어, 武夷(무이)를 想像(상상)ᄒᆞ고 學朱子(학주자)를 ᄒᆞ리라. 고산의 아홉 번을 굽이 도는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사람들이 모르더니 내가 터를 닦아 집을 짓고 살게 되니 벗들이 찾아오는구나 아 주자가 학문을 닦는 무이를 생각하면서 주자의 학문을 공부하리라. 一曲(일곡)은 어드ᄆᆡ고 관암(冠巖)에 ᄒᆡ 빗쵠다. 平蕪(평무)에 ᄂᆡ 거든이 遠近(원근)이 글림이로다. 松間(송간)에 綠樽(녹준)을 녹코 벗 온 양 보노라. 일곡은 어디인가? 관암에 해가 비친다. 잡초가 우거진 들판에 안개가 걷히니 원근의 경치가 그림같이 아름답구나. 소나무 사이에 술통을 놓고 벗이 찾아 온 것처럼 바라보노..

연시, 박용래, 시선의 이동, 시간의 경과 시상 전개 [현대시]

연시 박용래 여름 한낮 비름잎에 꽂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軟枾)로 익다 한쪽 볼 서리에 묻고 깊은 잠 자다 눈 오는 어느 날 깨어나 제상(祭床) 아래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다. - 성격 : 향토적, 묘사적, 시각적 - 표현 : 단 두 개의 문장을 14연으로 배열함. 언어의 절제와 간명한 표현 회화적 심상을 통해 한 폭의 생동하는 소묘를 연상케 함. - 주제 ⇒ 생명감으로 충만한 연시의 아름다움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비름 잎에 / 꽂힌 땡볕 →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볕이 녹색의 비름 잎에 내려꽂히듯 쏟아짐을 표현 * 여름 한낮 / 비름 잎에 / 꽂힌 땡볕이 / 이웃 마을 / 돌담 위 / 연시로 익다 → '여름'과 '가을', '땡볕'과 '연시', '나'와 '이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청노루, 박목월, 시선의 이동, 원근법 [현대시]

청노루 박목월 머언 산(山)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청(靑)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박목월 朴木月 [1916.1.6~1978.3.24] 본명 영종(泳鍾). 경북 경주(慶州) 출생. 1935년 대구 계성(啓星)중학을 졸업하고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됨으로써 시단에 등장하였다. 1953년 홍익(弘益)대학 조교수, 1961년 한양(漢陽)대학 부교수, 1963년 교수가 되었다. 1965년 대한민국 예술원(藝術院) 회원에 선임되었고, 1968년 한국시인협희 회장에 선출되었으며, 1973년 시전문지 《심상(心像)》의 발행인이 되었다. 1976년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장에 취임하였다. 자유문학상 ·5월문예상 ·서울시문화..

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 사설 시조

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 시어 풀이 * 고모장지 : 고무래 들창. * 셰살장지 : 문살이 가는 장지문. * 암돌져귀 : 암톨쩌귀. 수톨쩌귀의 뾰족한 부분을 끼우도록 구멍이 뚫린 돌쩌귀. * 수돌져귀 : 수톨쩌귀. 문짝에 박아서 문설주에 있는 암톨쩌귀에 꽂게 되어 있는, 뾰족한 촉이 달린 돌쩌귀. * : 문을 걸어 잠그고 빗장으로 쓰는 ‘ㄱ’자 모양의 쇠. 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작자 미상)의 핵심 정리 [이 작품은] 현실을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화제로 삼아 민중들의 삶과 고뇌를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갈래 : 사설시조 * 성격 : 해학적, 의지적, 구체적 * 제재 : 창 * 주제 : 삶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 특징 ① ‘마음’에 ‘창’을 낸다는 기발한 발상을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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