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산상의 노래, 조지훈 [현대시]

Jobs 9 2022. 5. 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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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의 노래

조지훈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굽이굽이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위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개관
- 성격 : 지사적, 감각적, 의지적
- 특성
① 비슷한 내용의 연과 행을 반복하여 주제를 강조함.
② 다양한 감각(청각, 후각, 시각 등)을 활용하여 시적 상황을 드러냄.
③ 수미상관식 구성을 통해 운율감과 시적 안정감을 획득함.
④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의 전개(긴 밤 → 아침)
⑤ 역사적 상황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민족의 앞날을 염려하며 바른 길을 모색하려는 시인의 지사적 태도가 엿보임.

- 화자의 태도 변화
* 밤 → 과거의 시간, 홀로 밤새 울었음,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
* 아침 → 현재의 시간, 종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품음,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생김.
- 주제 : 어두운 과거를 극복한 현실에 대한 기쁨과 미래에 대한 소망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높으디 높은 산마루, 긴 밤 → 일제 강점기의 상황
* 낡은 고목 → 일제 강점기 하의 피폐한 조국의 모습
* 무엇 → 조국의 해방
* 울어 왔는가 → 해방되기 전에 겪었을 고난과 서러움
* 아아 → 감격과 환희의 감탄사
* 아침 → 해방의 상황
* 시들은 핏줄, 사늘한 가슴 → 해방을 기다리는 동안의 아픔을 나타낸 것으로, 온몸이 쇠하게 되어 핏줄마저 시들고 가슴도 싸늘하게 식었다고 표현함.
*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 해방의 기쁨을 알려주는 소리,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이미지
* 이제 눈 감아도 오히려 / 꽃다운 하늘이거니 → 해방의 기쁨은 화자로 하여금 눈을 감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하늘을 꽃같이 느끼게 함. / 아침을 맞이하게 됨으로써 당장 죽어도 괜찮다는 화자의 감격을 표현한 것으로도 봄.
* 영혼의 촛불 → 빛을 되찾은  조국의 모습, 따뜻하고 포근한 화자의 영혼
* 어둠 속에서 나래 떨던 샛별 → 고통 속에서 떨며 지냈던 우리 민족을 상징함.
* 시월상달의 꿈 → 시월에 나는 햇곡식의 싱그러운 이미지를 지님. / 즐거움과 보람과 희망과 감사의 이미지
* 메마른 입술 → 일제 강점기 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화자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음.
* 오래 잊었던 피리의 / 가락을 더듬노니 → 일제 강점기 이전의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시절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됨을 의미
* 새, 사슴, 토끼 → 감정이입의 대상임.
*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 → '해방 후에 다시 찾게 된 것'을 의미함.(사슴과 토끼의 양식이기도 함.)
* 사양하라 → 양보하여 나누어 가지라는 뜻임.
*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 해방이 된 현재의 상황
* 무엇 → 새로운 사회(진정한 해방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민족사의 과제를 의미함.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긴 밤 내내 무언가를 간구하며 욺.(과거)
- 2 ~ 6연 : 어둠이 걷히고 햇살이 비치며 즐거움이 솟아나는 현재의 상황에 감격함.(현재)
- 7연 : 의연한 태도로 또 다른 무언가를 기다림.(현재→미래)

 

이해와 감상
이 시에는 높은 산 위에서 고고하고 정결한 자세로 미래의 이상을 염원하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1945년에 발표된 이 시는 당시 해방의 감격을 직설적으로 토로한 작품들과는 달리, 비유적인 표현과 절제된 어조를 통해 감격의 정서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서정 갈래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순수한 시 정신을 지키고자 했던 시인의 시작(詩作)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역사적 상황이 전개되는 변화 속에서 민족의 앞날을 염려하며 올바른 길을 모색하려고 했던 시인의 지사적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순수시와 경향시 1940년대 시 문학의 흐름
해방 문단에서 시정신의 혼돈과 정치주의적 성향을 우려했던 조지훈은 전인간적 공감성에 바탕을 둔 순수한 시정신을 지키는 길만이 시를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지향 대신에 순정하 시정신의 옹호를 들고 나온 조지훈은 정치주의 문학의 맹목성을 지적하면서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생명의 요구', '생활의 표현'만이 진정한 문학으로 남게 될 것임을 말하기도 한다. 조지훈의 순수 지향적 태도는 고전주의적 정신으로 이어지면서 시적 구체화의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중략> 
조지훈이 파악하고 있는 고전 문학의 정신이란, 서구 문학의 낭만적 정신에의 함몰을 경계하며 신고전주의를 내세운 T.E.흄의 태도를 연상케 한다. 시에 있어서 정확하고도 적절한 언어 표현을 강조했던 흄은, 무모할 만큼 방만한 상상력 대신에 구상력을 제시하여 견실한 산문적 경지의 시를 의도한 바 있다. 조지훈은 해방 직후의 한국 문학에 있어서 좌익 문인들이 강조하고 있는 계급 투쟁과 정치 이념이란 일종의 낭만적 정신과 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단의 무질서와 혼란, 이념의 충돌 등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다. 그는 이지와 정열의 균형을 지향하는 고전적 정신을 확립함으로써, 이와 같은 혼란을 극복하고 민족 문학의 정상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훈은 이와 같은 자신의 주장을 시적 창작을 통하여 그대로 실천해 보이고자 노력했다. 그의 시는 자아의 내면적 탐구에서 출발하면서도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에 철저하고자 하였고, 특히 시적 형식의 균형과 정서의 절제에 남다른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펴낸 공동 시집 "청록집"에 수록된 시뿐만 아니라, 해방 직후의 여러 작품에서 질서와 조화의 세계를 시를 통해 구혀하고자 했던 그의 의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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