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황동규
봉준(琫準)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포(砲)들이 얼굴 망가진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개관
- 성격 : 비판적, 부정적, 반어적, 회고적, 참여적
- 표현 : 동학 농민 운동의 역사를 통해 당대의 현실을 비판함. / 반어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게 드러남.
- 제재 : 삼남의 눈 = 전봉준의 눈물
- 화자 : 외세와 독재에 신음하는 1960년대 당시 시대 상황과 동학 농민 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여 현실을 비판하고 있음
- 주제 : 외세와 독재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과 저항 의지 / 억압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삼남 → 갑오 농민 개혁의 발원지이자 격전지
* 봉준이 → 민중을 대표하는 인물
* 무식하게 → 민중들의 진솔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냄.
* 한문, 부드럽게 우는 법 → 유식하고 세련되고 점잖은 태도로 꾸며 보이던 사대부 지배층의 위선에 대한 비판과 야유
* 큰 왕 → 더 큰 외세(청나라, 일본)
* 큰 왕의 채찍 → 동학혁명을 진압하려는 외세의 침략과 압력
* 보마의 겨울 안개 → 한반도에 가해지는 강대국의 횡포와 압력
*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 외세에 의해 상처 받고 피해받는 우리 땅의 모습
* 계룡산에 들어 ~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 동학혁명의 실패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
* 눈 → 전봉준의 시대에 대한 울분과 눈물
* 눈이 내린다. →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부분(1894년에서 1960년대 말의 현재) / '봉준이의 눈물'이 '내리는 눈'으로 변형되어 나타남. / 과거의 역사적 상황이 현재적 상황으로 전환되어 나타남. / 과거의 문제 상황이 현재도 해결되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 유사한 문장구조를 반복함. / 구한말의 역사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민중들의 고통과 분노의 눈물인 눈이 내림을 의미함.
*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 외세의 간섭과 독재에 고통받으며 신음하는 1960년대 말 민중들 형상화함.
* 귀 기울여 보아라 → 실패한 혁명가가 이 시대 고통받는 민중들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에 대해 군사 독재와 억압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말
* 눈이 내린다, 무심히 → 반어적 표현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전봉준의 울음에 담긴 울분의 역사 의식
- 4 ~ 12행 : 외세의 횡포에 짓밟히는 조국의 현실
- 13 ~ 17행 : 민중의 서러움과 분노의 눈물인 '눈'이 내림
이해와 감상
1960년대의 우리 모습이 동학 농민 운동 때와 다르지 않다는 현실 인식을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마패 없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청나라와 일본 군대처럼 지금도 남의 나라 군대가 이 땅을 활보하고 있는 현실과, 그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고통과 저항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전반부(1행 ~ 12행)는 외세의 횡포와 지배층의 위선을 보며 느꼈을 봉준이의 울분을 떠올리고 있으며, 후반부(13행 ~ 17행)에서는 내리는 눈을 보며 과거와 똑같은 고통을 겪는 민중들의 분노와 서러움이 눈에 담겨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시는 화자가 남부 지방을 여행하는 중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외세(청, 일)에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당시 지배층을 비판하고, 외세로부터 나라의 독립을 강하게 열망했던 전봉준과, 1960년대라는 당대 민중의 강인한 역사의식과 민족애를 발견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배층 혹은 독재 권력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의도가 작품 전체를 통해 드러난 반어적 표현을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 감상을 위한 더 읽을거리
시인의 현실 의식과 자아의식이 강렬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빈한한 현실, 부조리한 현실과 그것을 감내할 수 없는 시인의 정의감이 전봉준이라는 역사상 인물을 통해 강하게 상징화되고 있는데, 행간의 단절이 심해 독자로 하여금 지적 훈련을 요구한다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를 무분별한 저항의, 순화되지 않은 음색으로 나타나는 것들로부터 구제해 주는 장점을 이룬다. 반복되는 '무식하게 무식하게'의 부사가 던지는 연민, 하얗게 내리는 눈으로 표상되는 인생의 어떤 본질적인 기미, 이런 것들이 어울려 균형을 잡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을 살펴보면 비극적인 상황이 얼마든지 많다. 올바른 말이 통하지 않고 불의로부터 억압받으며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역사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말이 없다. 내리는 눈도 무심할 뿐이다. 시인은 내리는 눈 속에서 가엾은 민중을 생각하여 홀로 눈물 흘리고, 무심한 역사를 탓하면서 혼자 울고 있었을 100년 전쯤의 녹두장군 전봉준을 생각해 낸다. 역사 속에서 말없이 눈물 흘리고 있는 한 혁명가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
그는 한문도 모르는 일자무식이었지만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탐관오리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백성들의 삶이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자 그는 그저 '부드럽게'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을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그 '큰 왕의 채찍'으로 이 땅은 부챗살처럼 갈라지게 된다. 무능한 정부가 동학군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와 일본의 군사를 이 땅에 끌어 들였던 까닭이다. 동학농민군은 삼남지방을 휩쓰는 기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일제의 개입으로 실패하게 된다.
시인은 왜 그러한 비극적인 운명의 한 혁명가를 생각하게 되었는가.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심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식하게 무식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왜 실패한 한 혁명가를 생각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귀 기울여 보아라'라는 시구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심히, 조용히, 내리는 눈 속에서 누군가 외치고 있다. 부드럽게 울 수만은 없어서 형제, 아버지의 고통을 못 본 체할 수 없어서 '무식하게 무식하게' 싸웠고 외쳤노라고. 그러나 그때 무식하고, 왜소하고, 비참했던 전봉준은 우리 기억 속에 남고 당시 힘있는 자들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10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런 역사적인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떠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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