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대한 애정 어린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이 본받아야 할 나무의 속성을 서술하고 나무의 덕을 따르고 싶은 글쓴이의 바람을 드러낸 수필이다.
* 갈래 : 경수필
* 성격 : 사색적, 교훈적, 서정적, 예찬적
* 제재 : 나무
* 주제 : 나무에서 배우는 삶의 자세
* 특징
① 나무의 생태와 모습을 인간의 삶의 자세와 연결시킴.
② 나무를 의인화하여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이끌어 냄.
* 출전 : “나무”(1964)
어휘 풀이
* 후박 : 많고 넉넉함과 적고 모자람.
* 비위 : 음식물을 삭여 내거나 아니꼽고 싫은 것을 견디어 내는 성미.
* 쏘삭쏘삭 :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꾸 꾀거나 추겨서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모양.
* 알랑대다 :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환심을 사려고 다랍게 자꾸 아첨을 떨다.
* 철인 : 어질고 사리에 밝은 사람.
* 안분지족 :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앎.
이해와 감상
이 글은 나무에 대한 애정 어린 성찰을 담담하고 관조적인 어조로 형상화하고 있는 수필이다. 글쓴이는 나무의 속성을 인간이 본받아야 할 덕성에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주어진 분수에 만족하는 것, 고독을 알고 견딜 줄 아는 것, 모든 친구들에게 너그러운 것 등 나무가 지닌 덕성을 예찬하면서 스스로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글쓴이의 인생관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구절로, 글쓴이는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을 나무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연구
소재 ‘나무’의 속성을 통한 삶의 성찰
[나무의 속성]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앎.
*고독을 알고, 이기고 견디고 즐김.
*친구의 성품을 알지만 이에 따라 친구를 후대하거나 박대하지 않음.
*친구가 오면 다행으로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고 불행해하지 않음.
*천명을 다한 뒤에 하늘 뜻대로 다시 흙과 물로 돌아감.
*사람이 자신에게 해를 가하더라도 이를 원망하지 않음.
[인간의 삶에 주는 교훈]
*물질적인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해야 함.
*고독한 순간을 맞닥뜨리더라도 이를 견디어 내야 함.
*다른 사람의 성품과 장단점을 인식하되, 너그러운 태도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함.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게 집착하지 않아야 함.
*운명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야 함.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아야 함.
글쓴이가 나무의 생태와 속성을 서술하는 이유
글쓴이는 나무의 생태와 속성을 서술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을 성찰하고 있다. 인간의 모습과 비교되는 나무의 속성을 들어 나무의 덕을 본받아야겠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가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알고, 고독을 이기고 견디며, 너그러운 태도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나무의 덕을 본받고 싶기 때문이다.
‘나무’에 나타난 주요 표현 방법
* 의인법 : 나무의 속성을 인간에 빗대어 표현함.
* 열거법 : 나무의 속성을 늘어놓으며 상세하게 표현함.
→ 글쓴이가 본받고 싶은 나무의 성품을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냄.
수필의 문체와 문체의 종류
‘수필가 램은 찰스 램이면 되는 것이다.’, ‘찰스 램은 찰스 램 외의 다른 수필가가 될 필요가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시사하는 바처럼 수필만큼 작가의 개성과 인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은 없다. 그런데 작가의 개성과 인격은 제재의 선택과 인생관의 표명을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문체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자기 고백적 성격이 강한 수필의 경우에 문체에는 글의 제재와 주제가 다 담지 못하는 작가의 특성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배어 나온다. 문체는 작가마다 다르게 표현되는데, 이러한 경우의 문체를 개성적 문체라고 한다. 그리고 이미 있는 말로 문체를 분류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문체를 유형적 문체라고 한다. 유형적 문체는 흔히 간결체/만연체, 건조체/화려체, 강건체/우유체와 같이 이항 대립하는 것이 있고, 국문체/국한문 혼용체/한문체, 묘사체/설명체/논증체/서사체 등과 같이 나열식으로 설정되는 것도 있다.
작가 소개 - 이양하(李敭河, 1904~1963)
수필가, 영문학자. 자연과 일상에 대한 학자적인 인품과 따뜻한 시선이 잘 드러나는 수필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 ‘나무’, ‘신록 예찬’, ‘나무의 위의’ 등이 있다.
이양하 수필의 특징
이양하의 수필은 지성적이며 철학적 깊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상에 대한 깊고 애정 어린 성찰을 담담한 어투로 형상화한다. 그래서 감정, 주장, 논리를 앞세우지 않고, 고백적 태도를 드러내는 관조적인 특징을 보인다. 또한 작품마다 범속한 생활 주변의 소재에서 자연과 인생의 깊이를 통찰하려는 작자의 의도가 배어 있다.
이양하 나무 <전문>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탓하지 아니한다.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득박(得薄)과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나무는 고독을 안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도 안다. 나무는 파리 움쭉 않는 한여름 대낮의 고독도 알고, 벌 얼고 돌 우는 동짓달 한밤의 고독도 안다. 그러면서도 나무는 어디까지든지 고독에 견디고, 고독을 이기고, 또 고독을 즐긴다.
나무에 아주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이 있고, 바람이 있고, 새가 있다.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 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웃을 뿐 말이 없으나, 이심전심 의사(意思)가 잘 소통되고 아주 비위에 맞는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이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그야말로 바람장이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올 뿐 아니라, 어떤 때에는 쏘삭쏘삭 알랑거리고, 어떤 때에는 난데없이 휘갈기고, 또 어떤 때에는 공연히 뒤틀려 우악스럽게 남의 팔다리에 생채기를 내놓고 달아난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가다 믿고 와 둥지를 틀고, 지쳤을 때 찾아와 쉬며 푸념하는 것이 귀엽다. 그리고, 가다 흥겨워 노래할 때, 노래 들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기쁨이 되지 아니할 수 없다. 나무는 이 모든 것을 잘 가릴 줄 안다. 그러나, 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을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물리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달을 유달리 후대하고 새와 바람을 박대하는 일도 없다. 달은 달대로, 새는 새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다 같이 친구로 대한다.
그리고, 친구가 오면 다행하게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고 하여 불행해 하는 법이 없다. 같은 나무,이웃 나무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나무는 서로 속속들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동정하고 공감한다. 서로 마주 보기만 해도 기쁘고, 일생을 이웃하고 살아도 싫증나지 않는 참다운 친구다.
그러나 나무는 친구끼리 서로 즐긴다느니보다는, 제각기 하늘이 준 힘을 다하여 널리 가지를 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더 힘을 쓴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항상 감사하고 찬송하고 묵도하는 것으로 일삼는다. 그러기에, 나무는 언제나 하늘을 향하여, 손을 쳐 들고 있다. 온갖 나뭇잎이 우거진 숲을 찾는 사람이, 거룩한 전당에 들어선 것처럼,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절로 옷깃을 여미고, 우렁찬 찬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무에 하나 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천명(天命)을 다한 뒤에 하늘 뜻대로 다시 흙과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가다 장난삼아 칼로 제 이름을 새겨 보고, 흔히 자기 소용이 닿는 대로 가지를 쳐 가고 송두리째 베어 가곤 한다. 나무는 그래도 원망하지 않는다.
새긴 이름은 도로 그들의 원대로 키워지고, 베어간 재목이 혹 자기를 해칠 도끼 자루가 되고, 톱 손잡이가 된다 하더라도, 이렇다 하는 법이 없다. 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요, 고독의 철인(哲人)이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현인이다. 불교의 소위 윤회설(輪廻說)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으련다.
<출처: 이양하, 신록예찬, 이양하 저 이양하 수필 전집, 현대문학,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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