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을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형형한 : 광채가 반짝반짝 빛나며 밝은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의지적
주제: 올곧은 지조와 기개를 지키려는 의지
특징: 까마귀를 의인화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삶을 보여줌
색채에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의미를 부여(검은색: 긍정적, 흰색: 부정적)하여 대비, 주제를 형상화
공간의 대비를 통해서 화자가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줌
해제
이 작품은 ‘까마귀’라는 대상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까마귀의 속성을 화자는 지조와 기개의 상징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닮아 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표현, 시어
① 소재와 공간의 대비-> 지향하는 가치 드러냄
② 상징적 존재를 통해 화자의 삶의 태도 표현
③ 시어
- 까마귀 : 의연한 존재
- 까치 : 현실에 타협하고 순응하는 존재
- 눈 : 본질을 가리는 속성으로 세상의 허위
- 먼 지평선 : 지향하는 가치
작가 소개
오세영(吳世榮 1942- ) 시인.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7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80년에는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 <현대문학>에 시 “잠깨는 추상(抽象)”으로 추천 완료되었고, 1970년에는 첫 시집 <반란하는 빛>을 출간하였다. 현재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작품은 존재론적 인식을 통하여 역사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모더니즘의 언어의식을 전통사상에 접맥시키는 데 주력하며, 언어를 극도로 정련, 함축시키는 지적 구사와 서정의 접맥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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