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현대시]

Jobs9 2024. 11. 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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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개관

- 성격 : 전통적, 상징적, 애상적
- 표현
* 전통적 정서와 상징적 시어
* 반복과 음성 상징어의 적절한 활용
* 도치법과 행간걸림(2연)
- 소재 및 제목과 관련하여
  → 귀촉도는 불여귀, 자규, 두견, 소쩍새, 접동새 등으로 불리는 새로서, 이 새의 전설은 원래 중국에서 시작된 것인데(촉나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망제의 한이 서린 새), 우리 민족의 정서와 결합하여 변형되면서 많은 시가의 소재가 되었다. 널리 알려진 고려말 이조년의 시조에 나오는 자규를 비롯하여, 김소월의 <접동새>, 김영랑의 <두견>, 조지훈의 <낙화>에 등장하는 귀촉도,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의 소쩍새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주제 : 죽은 임을 향한 회한과 그리움(사별의 아픔)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서역 삼만 리, 파촉 삼만 리 → 한 번 가면 되돌아 올 수 없는 '죽음의 세계'를 상징. '삼만 리'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거리감을 나타내는, 시인의 정감의 깊이를 표현하는 상징적 숫자
* 진달래 꽃비, 흰 옷깃 → 이별의 비감(悲感)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시어들
* 슬픈 사연의 → '행간걸림'에 해당됨. 즉, 슬픈 사연의 신이면서, 슬픈 사연으로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가 되는 셈이다.
* 육날 메투리 → 화자의 임에 대한 정성을 대변한 시어
* 이냥 → '단호히'의 뜻을 지닌 말로, 사랑의 절대성을 드러내는 말임.
* 머리털 → 임을 향한 애절하고도 절대적인 사랑의 상징
* 머리털로 메투리를 삼아주는 행위 → 생에 관한 비관적인 인식, 비극적 세계관.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표현(불교의 '산화공덕'을 연상)
* 초롱 → 기다림의 상징
* 초롱에 불빛 지친 → 늦은 밤까지 애타는 연모의 정
* 은핫물 → 임과 나 사이의 단절된 공간의 상징
* 귀촉도 → '가신 임'의 상징이며, 임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사랑의 매개체. 임에게로 가고파 하는 시적 자아의 애절한 갈망과 한의 객관적 상관물
* 피 →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통함에서 흘러나오는 슬픔과 한의 피요, 그리움의 몸부림이다.
*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이별이 주는 단절감을 나타낸 구절로 보이며, 이별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일종의 돈강법)

시상의 전개(짜임)
- 1연 : 임과의 영원한 이별(임의 죽음) - 과거
- 2연 : 임에게 못 다 한 사랑의 회한과 탄식 - 과거
- 3연 : 귀촉도의 한맺힌 울음과 화자의 한과 그리움 - 현재

 

이해와 감상
사별(死別)한 임을 향한 정한(情恨)과 슬픔을 처절하게 노래한 시로 보인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죽음의 길로 떠난 임에 대해 여인이 느끼는 회한과 슬픔이 애절히 노래되고 있다. 임이 떠나 버린 뒤에는 머리털(생명 상징)마저 부질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시적 자아의 진술을 통해 우리는 이 시가 지닌 정서의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임의 부재(不在)'를 드러내는 것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전통 중의 하나다. 이 작품이 '임의 부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恨)'의 미학을 표현하는 우리 문학의 전통과 접맥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표출하려는 시인의 의도는 전통적 소재를 통해 구체화된다. 즉 '진달래', '육날 메투리', '은장도', '은핫물', '귀촉도' 등의 시어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면서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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