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別離) 조지훈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 치마 자락에 말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 십 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에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메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 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고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가지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임아 ……. 개관 - 주제 : 이별의 정한과 임에 대한 그리움 - 성격 : 전통적, 감각적, 애상적, 여성적 - 특성 ① 이별의 아픔을 감수하는 여성적 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