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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국어/현대문학 540

흥부 부부상, 박재삼 [현대시]

흥부 부부상 박재삼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니.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 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개관 - 주제 : 가난한 흥부 부부의 삶의 애환과 소박한 행복 / 부부 간의 사랑과 행복 - 성격 : 전통적, 고전적, 회상적, 인유적 - 표현 * 묘사적 심상 * 고전소설에서 제재를 끌어옴. * 대화체 형식으로 시상이 전개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현대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개관 - 제재 : 공 - 화자 : 공의 속성을 통해 삶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존재 - 주제 : 탄력 있는 삶(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움직이고 대응할 준비를 갖춤)에 대한 긍정 - 성격 : 독백적, 의지적, 긍정적 - 표현 : 동일한 구절을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 / 발랄하고 경쾌한 상상력에 힘입어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그..

이슬의 꿈, 이가림 [현대시]

이슬의 꿈 이가림 내가 이슬이 되어 칼날 선 풀잎을 타고 차디 찬 어둠을 넘어서 가는 새벽 그 실날 같은 외길 끝에 언제나 나를 부르는 별 하나 떨고 있었네 천길 벼랑 위에 환한 금강초롱의 등불로 매달려 날 기다리는 얼굴 하나 있어 입술 터지고 무릎 피멍들어 문드러져도 캄캄한 안개 속 홀로 갈 수 있었네 삶은 온몸을 찰나에 내던지는 눈부신 죽음 그대와 나 조그만 빛의 이슬이 되어 생의 사닥다리 그 아득한 꼭대기에서 떨어지고파 부서지고파 공무원 두문자 암기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공무원 국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영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한국사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학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법 PDF 다운로드 경찰학,헌법,형법,형소법,..

밤 바다에서, 박재삼 [현대시]

밤 바다에서 박재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질정(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 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개관 - 주제 : 누님의 슬픔과 정한의 정서, 누님의 정한과 누님에 대한 사랑 - 성격 : 전통적, 회고적, 애상적 - 표현 * 슬픔의 정서를 점층적으로 고조시킴. * 어린 화자의 눈을 통해 ..

월훈(月暈), 박용래 [현대시]

월 훈(月暈) 박용래 첩첩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 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꽁깍지처럼 후미진 외딴 집, 외딴 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 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무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溫氣)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 소리도 없..

지상의 양식, 오세영 [현대시]

지상의 양식 오세영 너희들의 비상은 추락을 위해 있는 것이다. 새여, 알에서 깨어나 막, 은빛 날개를 퍼덕일 때 너희는 하늘만이 진실이라 믿지만 하늘만이 자유라고 믿지만 자유가 얼마나 큰 절망인가는 비상을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진흙 밭에 뒹구는 낟알 몇 톨, 너희가 꿈꾸는 양식은 이 지상에만 있을 뿐이다. 새여, 모순의 새여. 개관 기존의 새의 모습은 인간의 꿈이고, 희망이다. 그래서 새는 순수, 자유, 비상으로 상징되어 왔지만 여기서 시인의 눈은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다. 시인은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진실의 허구성, 자유와 절망의 숙명적 순환, 존재의 모순을 읽는다 - 갈래: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 - 성격: 역설적, 우의적, 교훈적, 상징적 - 특징 ▪ 화자가 청자인 새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시상 ..

해바라기, 최승호 [현대시]

해바라기 최승호 빛의 자식인 양 보라는 듯이 원색의 꽃잎들을 펼치는 해바라기는 太陽神을 섬기는 인디언 추장의 머리 같다 자기를 섬기든 말든 개의치 않고 太陽神이 비틀어놓는 늙은 머리들 그래도 오로지 생명의 빛깔이 원색인 곳을 향해 해바라기는 고개를 든다 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카프 문학, 경향시 [현대시]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 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 ─ 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 무늬 화로가 깨어졌어요. 그리하여 지금은 화젓가락만이 불쌍한 영남이하구 저하고처럼 똑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잃은 남매와 같이 외롭게 벽에 가 나란히 걸렸어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왜 ─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실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궐련[卷煙]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었어요 오빠. 언제나 철없는 제가 오빠가 공장에서 돌아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수실 때 오빠 몸에서 신문..

구두 닦는 소년, 정호승 [현대시]

구두 닦는 소년 정호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짖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볓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묵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매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발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1. 성격 : 상징적, 감각적, 교훈적, 주지적 2. 표현상 특징 (1) ‘구두’와 '별‘의 이미지를 교차하여 표현함. (2) 사물과 대상의 특징에서 관념을..

고모네 집 뱃노래, 고은 [현대시]

고모네 집 뱃노래 고은 구암리 샛강 고모네 집 갈대밭 사이 배 저어가는 뱃노래 배하고 뱃사공은 안 보이는데 그러나 문득 머리에 수건 동여맨 젊은 뱃사공 보이는데 젊은데 늙은 사람 목청 잘 나온다 휘영청 달도 잘도나 밝아라 노 저어라 노 저어 너울너울 칠산 바다 노 하나 저어 건너간다 반짝반짝 별도나 많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 강남길 멀고 멀어도 노 하나 저어 건너간다 고모네 갈대밭에서 나는 컸다 뱃노래 들으며 컸다 크면 눈물이 나오는지 그 노래 멀어져가며 나는 서러웠다 고모가 준 깻묵도 먹지 않고 노 하나 저어 건너간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공무원 국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영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한국사 PDF 다운로드 ..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신경림 [현대시]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신경림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였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 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현대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

네거리의 순이(順伊), 임화, 카프 문학, 경향시 [현대시]

네거리의 순이(順伊)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뿐인 누이동생 순이, 너의 사랑하는 그 귀중한 사내,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 …… 그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어디서 온단 말이냐? 눈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너와 나는 지나간 꽃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 눈물 나는 가난 속에서 여의였지! 그리하여 이 믿지 못할 얼굴 하얀 오빠를 염려하고, 오빠는 가냘픈 너를 근심하는, 서글프고 가난한 그 날 속에서도, 순이야, 너는 마음을 맡길 믿음성 있는 이곳 청년을 가졌었고, 내 사랑하는 동무는 …… 청년의 연인 근로하는 여자, 너를 가졌었다.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그 시절, 기계 소리에 말려 흩어지는 ..

생의 감각, 김광섭 [현대시]

생의 감각 김광섭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개관 - 제재 : 생의 감각 - 주제 : 생명의 신비로운 부활 - 성격 : 감각적, 상징적 - 표현 : 의식의 세계와 죽음의 그림자가 여러 사물을 통하여 구상화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여명 → 밤의 절망에서 아침의 희망으로의 전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부활'의 시간..

만파식적(萬波息笛) -남편에게, 김승희 [현대시]

만파식적(萬波息笛) -남편에게 김승희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 개의 대나무가 묶여 있다 서로간의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북, 김영랑 [현대시]

북 김영랑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 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덕터―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가오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 개관 - 주제 : 북(장단)과 소리(창)의 조화 / 판소리를 통해 나타난 예술과 인생의 조화 / 완전한 조화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완성의 경지 - 성격 : 전통적, 역동적, 심미적 - 표현 * 수미상관의 구성 방식 * ..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현대시]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화자는 겨울 강가를 바라보는 이로, 화자는 겨울 강물의 모습을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음과 함께 희생적인 사랑의 가치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자연물인 ‘강’과 ‘눈’에 인격을 부여하는 의인법을 사용하여, ‘강’과 ‘눈’의 관계를 통해 대상에 새로운 관계를 부여..

어머니, 서정주 [현대시]

어머니 서정주 [애기야...... ] 해 넘어가, 길 잃은 애기를 어머니가 부르시면 머언 밤 수풀은 허리 굽혀서 앞으로 다가오며 그 가슴 속 켜지는 불로 애기의 발부리를 지키고 어머니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애기를 껴안으시면 꽃 뒤에 꽃들 별 뒤에 별들 번개 위에 번개들 바다의 밀물 다가오듯 그 품으로 모조리 밀려들어오고 애기야 네가 까뮈의 이방인(異邦人)의 뫼르쏘오같이 어머니의 임종(臨終)을 내버려두고 벼락 속에 들어앉아 꿈을 꿀 때에도 네 꿈의 마지막 한 겹 홑이불은 영원(永遠)과 그리고 어머니뿐이다. 주제 :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생할 수 있는 어머니의 사랑 이해와 감상 - 1연의 느낌 : 수풀도 어머니의 모성을 아는 듯 겸허하게 허리를 굽히고,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마치 갈고리가 되어 더 멀리 달..

천파만파, 김광협 [현대시]

천파만파 김광협 남정네들이 낫을 간다. 낫이 무디어졌다고 슥삭슥삭 낫의 날을 세운다. 보리 한 단을 베어 넘기기 위해서 숫돌의 몇분지몇푼을 축낸다. 뻐꾸기 소리와 꿩꿩 장 서방 소리가 와 낫의 날과 숫돌 사이에 파도 소리가 와서 먹는다. 파도가 넘실넘실 넘실거린다. 낫의 날과 숫돌 사이에 파도가 일어난다. 보리밭에 파도는 천파만파(千波萬波)로 들락퀸다. 에익 파도를 넘자. 넘어서 가자. 남정네 한평생 까짓. 파도쯤이야.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허리춤에 차고 이 세상 더러운 세상 까짓 낫 한 자루. 그것이라도 휘두르며 넘어서 가자. *들락퀸다 : [제주방언] '날뛴다'의 뜻보다 더 강한 의미 감상 1. ‘더러운 세상’이라 할 수 있는 험난한 현실을, 낫을 갈면서 버텨 내려는 의지와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

봄의 소식, 신동엽 [현대시]

봄의 소식 신동엽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동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개관 - 제재 : 봄(봄의 상징적 의미 → 통일, 군사 독재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자..

서해상의 낙조, 이태극 [현대시]

서해상의 낙조 이태극 어허 저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동근 원구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붙들며 반 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드니 아차차 채운만 남기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 앉고 섬들도 그림 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개관 - 제재 : 낙조와 월출 - 주제 : 서해상 낙조의 아름다움과 그 감동 - 성격 : 감각적, 서정적, 관조적 - 특성 ① 현대시조, 연시조, 구별배행시조 ②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추보식 구성) ③ 일몰과 월출의 광경을 감각적 표현을 통해 인상적으로 표현함. ④ 낙조(사라짐)와 월출(생겨남)을 바라본 화자의 감회를 감탄사..

들길에 서서, 신석정 [현대시]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거니……. 개관 - 주제 : 고통스런 삶 속에서도 별(이상)을 바라보며 살려는 굳센 의지와 다짐 / 희망과 이상을 잃지 않는 삶의 중요성 - 성격 : 긍정적, 의지적, 시각적, 직설적, 비유적, 미래지향적 - 표현 * 시각적 이미지의 사용 ..

꿈 이야기, 조지훈 [현대시]

꿈 이야기 조지훈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 모롱잇길로 꽃 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주제 : 삶과 죽음에 대한 초월 의지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꿈의 문을 열고 들어간 시인이 ..

후일음(後日吟), 박목월 [현대시]

후일음(後日吟) 박목월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산수(山水)를 뽑은 그 자명(株明)은 죽은 어린 딸의 이름이었다. 영혼이 나가고 비로소 팔에 남는 그 체중, 그것을 안고 나는 산으로 갔다. 은은한보랏빛 기슭으로 그리고 찬 보랏빛 산마루로 늘 어리는 한 오리 안개……. 아아 마음이 갈(渴)한 서운한 그것. 산과 마주앉으면 산은 늘 어둑한 안색. 귀를 기울이면 늙은 산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 해제 이 시는 딸의 죽음으로 인한 아버지의 지극한 슬픔을 담고 있다. ‘산자수명’의 경치처럼 아름다웠던 딸을 잃은 ‘나’는 ‘찬 보랏빛’의 공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한편 ‘산은 / 늘 어둑한 안색’이라고 하며 산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 '후일음(後日吟)'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시는 어린 딸의 죽음..

은수저, 김광균 [현대시]

은수저 김광균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속을 들여다 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개관 - 주제 : 아기을 잃은 부정(父情) - 성격 : 상징적, 사색적 - 표현 : 절제된 시어와 감정 / 추보식 구성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은수저 → '애기' 상징(아기의 '장수와 복'을 기원하기 위한 은수저이기에 더 큰 절망감으로 다가옴) * 산이 저문다 / 노을이 잠긴다. → 하강과 소멸의 이미지로 '죽음'을 의미함 *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슬픔의 ..

바람 부는 날, 박성룡 [현대시]

바람 부는 날 박성룡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깨닫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개관 - 성격 : 서정적 - 표현 : 명상적 어조 변용을 통한 단순 반복 구조로 이루어짐. 바람이 불어 모든 것을 쓸어버리듯, 화자도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읜다고 함. 바람과의 교감을 통해 버림의 경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평이한 시어를 노래함. - 중요시어 및 ..

초록 기쁨 - 봄 숲에서, 정현종 [현대시]

초록 기쁨 - 봄 숲에서 정현종 해는 출렁거리는 빛으로 내려오며 제 빛에 겨워 흘러 넘친다. 모든 초록, 모든 꽃들이 왕관이 되어 자기의 왕관인 초록과 꽃들에게 웃는다. 비유의 아버지답게 초록의 샘답게 하늘의 푸른 넓이를 다해 웃는다. 하늘 전체가 그냥 기쁨이며 신전이다. 해여, 푸른 하늘이여. 그 빛에, 그 공기에 취해 찰랑대는 자기의 즙에 겨운, 공중에 뜬 물인 나뭇가지들의 초록 기쁨이여. 흙은 그리고 깊은 데서 큰 향기로운 눈동자를 굴리며 넌지시 주고받으며 싱글거린다. 오, 이 향기 싱글거리는 흙의 향기 내 코에 댄 깔대기와도 같은 하늘의, 향기 나물들의 향기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초록의 숲에 비치는 햇빛의 모습 - 2연 : 나뭇가지들의 초록 기쁨 - 3연 : 흙들의 싱그러움 - 4연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현대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감각적. 회화적. 환상적 • 어조 :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어조 • 표현 ① 연을 나누지 않은 전연시(全聯詩)의 형태. ② 현재형의 시제를 사용하여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

오월, 김영랑 [현대시]

오 월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개관 - 주제 : 오월에 느끼는 봄의 생동감(오월의 아름다운 자연) - 성격 : 서경적, 묘사적, 시각적, 유미적, 역동적 - 표현 : 시선의 이동에 의한 시상 전개(들길→마을→들→바람→햇빛→보리→꾀꼬리→산봉우리) 섬세한 시어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 제시 남도 지방의 토속어에서 느껴지는 향토적 색채 맑은 서정성과 색채의 대조 사물의 의인화(..

파도, 김현승 [현대시]

파 도 김현승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 바다의 글라스여.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아, 여기 누가 성(性)보다 깨끗한 짐승들을 몰고 오나. 저무는 도시와, 병든 땅엔 머언 수평선을 그어 두고 오오오오 기쁨에 사나운 짐승들을 누가 이리로 몰고 오나. 아, 여기 누가 죽음 위에 우리의 꽃들을 피게 하나. 얼음과 불꽃 사이 영원과 깜짝할 사이 죽음의 깊은 이랑과 이랑을 따라 물에 젖은 라이락의 향기 저 파도의 꽃떨기를 7월의 한 때 누가 피게 하나. 개관 - 주제 : 파도의 순수하고 원시적인 생명력 - 소재정리 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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