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잡스 국어 1521

발열, 정지용 [현대시]

발열 정지용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葡萄) 순이 기어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아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多神敎徒)와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개관 - 제재 : 아이의 발열 - 화자 : 아이가 겪는 고통 앞에서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부모의 모습 - 주제 : 자식의 고통을 바라보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 - 성격 : 서정적, 영탄적, 감상적 - 표현 * 어순의 도치를..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정일근 [현대시]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정일근 第一信 ​ 아직은 미명이다. 강진의 하늘 강진의 벌판 새벽이 당도하길 기다리며 죽로차(竹露茶)를 달이는 치운 계절, 학연아 남해 바다를 건너 우두봉(牛頭峰)을 넘어오다 우우 소울음으로 몰아치는 하늬바람에 문풍지에 숨겨둔 내 귀 하나 부질없이 부질없이 서울의 기별이 그립고, 흑산도로 끌려가신 약전 형님의 안부가 그립다. 저희들끼리 풀리며 쓸리어 가는 얼음장 밑 찬 물소리에도 열 손톱들이 젖어 흐느끼고 깊은 어둠의 끝을 헤치다 손톱마저 다 닳아 스러지는 적소(適所)의 밤이여, 강진의 밤은 너무 깊고 어둡구나. 목포, 해남, 광주 더 멀리 나간 마음들이 지친 봉두난발을 끌고 와 이 악문 찬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아득하여라, 정말 아득하여라. 처음도 끝도 찾을 수 없는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 석 [현대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 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질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

향(香)아, 신동엽 [현대시]

향(香)아 신동엽 향아 너의 고운 얼굴 조석으로 우물가에 비최이던 오래지 않은 옛날로 가자. 수수럭거리는 수수밭 사이 걸찍스런 웃음들 들려 나오며 호미와 바구니를 든 환한 얼굴 그림처럼 나타나던 석양 ……. 구슬처럼 흘러가는 냇물가 맨발을 담그고 늘어앉아 빨래들을 두드리던 전설 같은 풍속으로 돌아가자. 눈동자를 보아라 향아 회올리는 무지개빛 허울의 눈부심에 넋 빼앗기지 말고 철따라 푸짐히 두레를 먹던 정자나무 마을로 돌아가자 미끈덩한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에 인이 배기기 전에 눈빛 아침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고향 병들지 않은 젊음으로 찾아가자꾸나. 향아 허물어질까 두렵노라 얼굴 생김새 맞지 않는 발돋움의 흉낼랑 그만 내자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 맨발을 벗고 콩바심하던 차라리 그 미개지(未開地..

바다에서, 김종길 [현대시]

바다에서 김종길 차운 물보라가 이마를 적실 때마다 나는 소년처럼 울음을 참았다. 길길이 부서지는 파도 사이로 걷잡을 수 없이 나의 해로(海路)가 일렁일지라도 나는 홀로이니라, 나는 바다와 더불어 홀로이니라. 일었다간 스러지는 감상(感傷)의 물거품으로 자폭(自暴)의 잔(盞)을 채우던 옛날은 이제 아득히 띄워보내고, 왼몸을 내어맡긴 천인(千인)의 깊이 위에 나는 꽃처럼 황홀한 순간을 마련했으니 슬픔이 설사 또한 바다만 하기로 나는 뉘우치지 않을 나의 하늘을 꿈꾸노라. 개관 - 주제 : 고난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강한 의지 - 성격 : 의지적, 성찰적 - 특성 ① 담담하고 의지적인 어조 ②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세계가 드러남. ③ 시어의 대비(바다와 하늘)를 통해 주제를 부각시킴. ④ 과거에서 현재로 시상..

다시 밝은 날에-춘향(春香)의 말 2, 서정주 [현대시]

다시 밝은 날에-춘향(春香)의 말 2 서정주 신령님...... 처음 내 마음은 수천만 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랑이 같었습니다. 번쩍이는 비늘을 단 고기들이 헤엄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져 나는 애기 구름 같었습니다. 신령님...... 그러나 그의 모습으로 어느 날 당신이 네게 오셨을 때 나는 미친 회오리바람이 되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 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령님...... 바닷물이 적은 여울을 마시듯이 당신은 다시 그를 데려가고 그 훠-ㄴ한 내 마음에 마지막 타는 저녁 노을을 두셨습니다. 그러고는 또 기인 밤을 두셨습니다. 신령님...... 그리하여 또 한 번 내 위에 밝는 날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깔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핵심 정리..

선운사에서, 최영미 [현대시]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개관 - 제재 : 꽃 - 주제 :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 - 성격 : 낭만적, 주정적, 상징적, 애상적 - 표현 : 이별의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독백체의 목소리 이별한 임을 잊지 못하는 애틋한 목소리 동일한 시어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킴. ( ~ 이더군 : 현실 인식과 깨달음, ~ 그대여 : 이별한 이에 대한 애절한 심정 ) 시간의 대비( 잠깐, 순간 ↔ 영영, 한참 ) 자연 현..

나뭇잎 하나, 김광규 [현대시]

나뭇잎 하나 김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 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 시집 『좀팽이처럼』 (문학과 지성사, 1988) 핵심 정리 * 시상의 흐름 : 1연 - 무성한 신록 속에서도 인식하지 못한 나뭇잎의 존재 2연 -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앞에..

햇발국수나 말아볼까, 고 영 [현대시]

햇발국수나 말아볼까 고 영 가늘고 고운 햇발이 내린다 햇발만 보면 자꾸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종일 들판을 헤집고 다니는 꼴을 보고 동네 어른들은 천둥벌거숭이 자식이라 흉을 볼 테지만 흥! 뭐 어때, 온몸에 햇발을 쬐며 누워 있다가 햇발 고운 가락을 가만가만 손가락으로 말아가다 보면 햇발이 국숫발 같다는 느낌, 일 년 내내 해만 뜨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면 그럼 모든 것이 타 죽어 죽도 밥도 먹지 못할 거라고 지나가는 참새들은 조잘거렸지만 흥! 뭐 어때, 장터에 나간 엄마의 언 볼도 말랑말랑 눈 덮인 아버지 무덤도 말랑말랑 감옥 간 큰형의 성질머리도 말랑말랑 내 잠지도 말랑말랑 그렇게 다들 모여 햇발국수 한 그릇씩 먹을 수만 있다면 눈밭에라도 나가 겨울이 되면 더 귀해지는 햇발국수를 손가락 마디마디 말아 ..

봄의 줄탁(卒啄), 도종환 [현대시]

봄의 줄탁 도종환 모과나무 꽃순이 나무 껍질을 열고 나오려고 속에서 입술을 움찔움찔 거리는 걸 바라보다 봄이 따뜻한 부리로 톡톡 쪼며 지나간다 봄의 줄탁 금이 간 봉오리마다 좁쌀알 만한 몸을 내미는 꽃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산벚나무 꽃들 몸을 비틀며 알에서 깨어나오는 걸 바라본다 내일은 부활절 시골 교회 낡은 자주색 지붕 위에 세워진 십자가에 저녁 햇살이 몸을 풀고 앉아 하루 종일 자기가 일한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 줄탁(卒啄) 줄탁동시 - 卒 : 쭉쭉 빨 줄 / 啄 : 쫄 탁 / 同 : 같을 동 / 時 : 때 시 새끼와 어미가 동시에 알을 쪼지만, 그렇다고 어미가 새끼를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미는 다만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새끼 자신이다. 이 말은 ..

아침 이미지, 박남수 [현대시]

아침 이미지 박남수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개관 - 주제 ⇒ 힘차고 즐거운 아침의 이미지(아침에 느끼는 역동감과 환희) - 성격 : 주지적, 역동적, 즉물적, 회화적 - 표현 * 지적이며 절제된 어조로 심상의 표현을 중시한 주지시 * 활유법(어둠과 물상을 살아있는 생물에 비유함) *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추보식 구성) * 공감각적 심상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어둠 → 만물(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건강하고 살아있는 이..

모일(某日), 박목월 [현대시]

모일(某日) 박목월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줍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다만 모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공무원 국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영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한국사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학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법 PDF 다운로드 경찰학,헌법,형법,형소법,민법,상법 다운로드 경영학, 경제학, 회계학 PDF 다운로드 교육학개론 PDF 다운로드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현대시]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개관 - 제재 : 타인..

원경, 박목월 [현대시]

원경 박목월 원경(遠景)은 눈물겨운 조용한 조망(眺望) → 힘겨운 삶을 통해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내면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삶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깨닫기까지의 힘겨운 과정) 산은 아름답고 강은 너그럽다. → (산, 강) 삶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통해 얻게 된, 화자의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시적 자아의 내면을 드러내는 대상) 안타까운 길을 얼마나 이처럼 멀리 와서 겨우 마음은 갈앉고, 밤은 길고 그리고 물러서서 바라보는 버릇을 배운 것일까. → 삶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갖기까의 과정에 대한 성찰.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서서 그러나 한가락 미소를 →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내면의 너그러움. 머금고. 구름과 꽃과 바람의 은은한 속삭임과 궂은 것의 흐느끼는 하소연과 지즐대는 것의 흥겨운 노래를..

희망, 김광규 [현대시]

희망 김광규 희망이란 말도 엄격히 말하면 외래어일까. 비를 맞으며 밤중에 찾아온 친구와 절망의 이야기를 나누며 새삼 희망을 생각했다. 절망한 사람을 위하여 희망은 있는 것이라고 그는 벤야민을 인용했고, 나는 절망한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데카르트를 흉내냈다. 그러나,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유태인의 말은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은 결코 절망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희망에 관해서 쫓기는 유태인처럼 밤새워 이야기하는 우리는 이미 절망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은 것일까. 통금이 해제될 무렵 충혈된 두 눈을 절망으로 빛내며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절망의 시간에도 희망은 언제나 앞에 있는 것. 어..

병원, 윤동주 [현대시]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못해 처음으로 이 곳을 찾아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길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개관 - 주제 : 고통과 고독에 대한 연민 - 제목..

결빙의 아버지, 이수익 [현대시]

결빙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

이별가, 박목월 [현대시]

이별가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개관 - 주제 → 죽음을 초월한 그리움과 한(전통적인 이별의 정한) - 성격 : 전통적, 운명적, 인간적, 초월적 - 표현 * 반복과 점층을 통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고조 * 말끝을 감춤으로써 말로 표현하기 어..

바람, 김춘수 [현대시]

바람 김춘수 풀밭에서는 풀들의 몸놀림을 한다. 나뭇가지를 지날 적에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낸다…… 풀밭에 나뭇가지에 보일 둣 보일 듯 벽공(碧空)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공무원 국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영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한국사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학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법 PDF 다운로드 경찰학,헌법,형법,형소법,민법,상법 다운로드 경영학, 경제학, 회계학 PDF 다운로드 교육학개론 PDF 다운로드

흰 그림자, 윤동주 [현대시]

흰 그림자 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목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작품 개관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고백(독백)적, 의지적, 상징적 * 어조 : 내적 성찰의 차분한 의지적 어조 * 구성 : 1연 : 외부 세계의 응시(배경) 2연 : 현실에 ..

어부(漁夫), 김종삼 [현대시]

어부(漁夫)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공무원 두문자 암기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공무원 국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영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한국사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학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법 PDF 다운로드 경찰학,헌법,형법,형소법,민법,상법 다운로드 경영학, 경제학, 회계학 PDF 다운로드 교육학개론 PDF 다운로드

양철 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현대시]

양철 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현대시]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알룩조개에 입 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 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거 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 리 천 리 또 천 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도 외로워서 슬퍼서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재로 지어진 옷, 나희덕 [현대시]

재로 지어진 옷 나희덕 흰 나비가 소매도 걷지 않고 봄비를 건너간다 비를 맞으며 맞지 않으며 그 고요한 날갯짓에는 보이지 않는 격렬함이 깃들어 있어 날개를 둘러싼 고운 가루가 천 배나 무거운 빗방울을 튕겨내고 있다 모든 날개는 몸을 태우고 남은 재이니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굴려 올리면서도 걸음이 가볍고 가벼운 저 사람 슬픔을 물리치는 힘 고요해 봄비 건너는 나비처럼 고요해 비를 건너가면서 마른 발자국을 남기는 그는 남몰래 가졌을까 옷 한 벌, 흰 재로 지어진 개관 - 주제 : 현실을 이겨내고 참다운 가치를 추구하는 시인의 모습 - 성격 : 의지적, 역설적 - 특성 ① 시어의 대조를 통해 주제의식을 강조함. ② 역설과 도치법을 통해 의미를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봄비를 건너간다 / 비를 맞으며..

홍시(紅柿)를 보며, 박재삼 [현대시]

홍시(紅柿)를 보며 박재삼 감나무에 감꽃이 지고 나더니 아프게도 그 자리에 열매가 맺네 열매는 한창 쑥쑥 자라고 그것이 처음에는 눈이 부신 반짝이는 광택 속 선연한 푸른 빛에서 조금씩 변하더니 어느새 붉은 홍시로까지 오게 되었더니라. 가만히 보면 한자리에 매달린 채 자기 모습만을 불과 일 년이지만 하늘 속에 열심히 비추는 것을 보고, 글쎄, 말 못하는 식물이 저런데 똑똑한 체 잘도 떠들면서 도대체 우리는 어디다가 자기 모습을 남기는가 생각해 보니 허무라는 심연밖에 없더니라. 아, 가을!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반성적 * 표현상 특징 : ①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②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 - 1연(꽃 - 낙화 - 푸른빛의 열매 - 붉게 익은 열매) ③ 대립적 이미지 ..

사평역에서, 곽재구 [현대시]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기다림, 곽재구 [현대시]

기다림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공무원 국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영어 PDF 다운로드 공무원 한국사 PDF 다운로드 공무원 행정학 PD..

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현대시]

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개관 - 제재 : 대장간 - 주제 : 자기 성찰 및 문명 비판(무기력하고 무가치하며..

봉황수(鳳凰愁), 조지훈 [현대시]

봉황수(鳳凰愁) 조지훈 벌레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鳳凰)새를 틀어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르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泉)에 호곡(呼哭)하리라. 시구 연구 * 벌레 먹은, 빛 낡은, 풍경소리 날러간 : 사라진 지난날의 영화로움에 대한 안타까움이 투영된 시어 * 산새, 비둘기 : 나라를 좀먹는 무리, 외세의 침략자 * 큰나라 ..

연륜(年輪), 김기림 [현대시]

연륜(年輪) 김기림 무너지는 꽃이파리처럼 휘날려 발 아래 깔리는 서른 나문 해야 구름같이 피려던 뜻은 날로 굳어 한 금 두 금 곱다랗게 감기는 연륜(年輪) 갈매기처럼 꼬리 덜며 산호(珊瑚) 핀 바다 바다에 나려앉은 섬으로 가자. 비취빛 하늘 아래 피는 꽃은 맑기도 하리라. 무너질 적에는 눈빛 파도에 적시우리. 초라한 경력을 육지에 막은 다음 주름 잡히는 연륜(年輪)마저 끊어 버리고 나도 또한 불꽃처럼 열렬히 살리라. 개관 - 제재 : 연륜 - 주제 : 열정적인 삶의 추구와 의지 - 성격 : 감각적, 상징적, 주지적 - 표현 : 공간의 이동을 가정한 시상 전개 / 비유, 영탄, 청유 등을 통한 화자의 정서와 의지 표출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무너지는 ~ 발 아래 깔리는 → 하강의 이미지로 '의미 없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