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한계, 소설 드라마 감정 반복 자극, 시는 열린 시스템
소설은 독서의 초기 진입벽을 낮추어 많은 사람들을 독서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소설로 시작한 독서가 소설로 끝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소설로 독서에 맛을 들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재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 공부꾼의 관점에서 볼 때 소설은 효율이 떨어진다. 세계관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정보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설은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얻는 정보량이 적다. 많은 부분을 통속적인 재미에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과 드라마는 인간 감정을 반복 자극한다. 감정은 뇌의 동원령 상태로 모든 뇌 자원을 감정적 상태로 몰입하게 하여 다른 뇌 활동을 왜소하게 만든다.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인간 세계의 이야기에 과잉 학습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언어로 꾸며진 이야기는 이미 동어반복이다. 면밀한 관찰자라면 지하철에서라도 소설이 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드라마나 소설은 말이나 상황이 소모되고 재생산되는 패턴의 반복이다.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건과 느낌의 흐름이다. 하지만 우주에 인간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문자를 기록한 것은 기껏해야 5천년,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찰나적인 순간에 불과한 것이 인간의 문자 기록 역사이다. 이것이 과연 인간이 죽어서 돌아갈 우주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시는 소설과 다른 면이 있다. 한마디로 열린 시스템이다. 시의 언어는 누구에게나 다른 해석을 용인한다. 또한 과잉학습을 통해 제한된 용어로부터 탈출하도록 한다. 수학이 자연의 세계를 상징한다면 시는 느낌세계의 상징을 문자로 포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