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의 정의
소설은 허구적인 이야기와 서술적인 산문으로 인생을 표현하는 창작 문학의 한 장르이다.
(1) 소설은 인생의 해석이다.
(2) 소설은 적당한 길이의 산문으로 된 가공적(架空的)인 이야기이다.
(3) 소설은 인생의 회화(繪畵)이다.
(4) 소설은 독자에게 기쁨과 교훈을 주기 위해 기교적으로 쓴 연애․모험담의 픽션이다.
(5) 소설은 인물에 대하여 꾸며 놓은 이야기이다.
2. 소설의 특성
⑴ 소설의 네 가지 특성
① 허구성(虛構性) : 자연과 인생을 모방. 반영한 가공적 사실로 이루어짐 → (가공적 사실)
② 진실성(眞實性) : 가공적인 사실을 통하여 인생의 참 모습을 추구함 → (진리탐구)
③ 예술성(藝術性) : 예술적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함 → (예술적 작품세계)
④ 서사성(敍事性) : 이야기 전개를 산문 형식으로 표현함 → (산문적 표현)
⑵ 기타 특성
① 현실성(現實性) : 진실성(reality) 을 지닌 인생의 표현 → (모방성)
② 산문 예술의 대표적 양식 :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사회적 배경과 인물을 그림.
③ 객관성 : 시가 주관적인 문학임에 대하여, 소설은 객관적인 문학.
④ 구어체 산문 : 독자의 공감을 위해 일상 용어가 주로 쓰이고, 문장은 구어체의 산문.
3. 소설의 내용 요소
⑴ 소설의 3요소
① 주제(主題․theme) : 작자의 인생관이 용해된 작품의 중심 사상이다. 일반적, 직접적으로 명시되기보다는 암시적으로 표현된다.
② 구성(構成․plot) ; 필연적인 인과 관계에 따라 사건을 유기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가리킨다.
③ 문체(文體․style) : 언어를 부리는 작가의 태도로서 어구나 조사(措辭)로 나타난 작가의 개성을 뜻한다.
⑵ 소설 구성의 3요소
① 인물(人物․character) : 행동의 주체로 개성, 전형성, 보편성 등을 지녀야 한다.
② 사건(事件․story) : 소설 작품에 전개되는 이야기로 복선이나 암시에 의해 인과성. 필연성이 따라야 한다.
③ 배경(背景․setting) : 소설의 시간적. 공간적 환경으로, 인물의 심리와 사건 전개에 대한 암시적 역할을 담당한다.
⑶ 소설의 4요소 : 인물, 배경, 구성, 주제
※ 소설의 3요소와 소설 구성의 3요소는 결국 주제를 향하여 유기적으로 통합, 창조되어야 한다.
4. 소설의 목적
⑴ 공리주의적 입장
도덕적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태도이다.
⑵ 순수예술적 입장
정서적 감동과 예술적 쾌락을 주어야 한다는 태도이다.
⑶ 참다운 목적
인생에 대한 총체적인 표현과 인간성의 탐구를 통하여, 인생에 대한 교훈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즐거움(카타르시스적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태도이다.
5. 소설에서의 사실․허구․진실
⑴ 사실 (事實․fact)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실의 세계를 말한다.
⑵ 허구 (虛構․fiction)
『가공의』,『꾸며낸』의 의미를 지니며, 작가가 현실에서 유추(類推)해 낸 가공의 세계를 뜻한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세계이므로 현실 세계와는 다르며, 현실과 허구는 병립의 관계에 있다.
⑶ 진실 (眞實․reality)
작품에서 필연성과 개연성 있는 사건의 전개를 통하여 나타나는 진실성을 가리킨다. 작품은 진실성이 있을 때 작품의 통일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 이들의 관계로 보아 소설은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진실성 있게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이 『개연성 있는 허구』또는『가공의 진실』로 불리는 것은 바로 소설의 이와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6. 소설의 갈래
⑴ 분량에 따른 분류
① 장편(長篇) 소설 : 콩트(conte)라고도 하며 『葉篇소설』이라고도 한다.
㈀ 소설 형식의 문학 작품 중 가장 짧다
(200자 원고지 20~30매 정도)
㈁ 지극히 단편적인 사상(事象)을 다루며, 함축성이 강하다.
㈂ 구성이 고도로 압축되어 있고, 어떤 사건의 순간적인 모멘트를 포착하여 예리한 기지, 풍자, 해학을 담아 표현한다.
㈃ 작품 : 정비석의 『색지 풍경』, 하마드레리호의『독일군이 남겨 놓은것』 이무영의 『낚시질』, 황순원의 『모델』등이다.
② 단편(短篇) 소설 : 서구의 숏 스토리 (short story)에 해당한다.
㈀ 복잡한 근대 사회의 특성에 적합한 형태다.
(원고지 50~100매 정도).
㈁ 단일한 주제, 구성, 문체로 통일된 인상을 준다.
㈂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 주기 때문에 작가의 압축 기교, 전환 의 기지, 그리고 해학이 요구된다.
③ 중편(中篇) 소설 : 단편 소설과 장편(長篇) 소설의 중간 분량이다.
㈀ 사회와 인간을 총체적으로 그린다.
㈁ 주제의 사상성을 중시한다.
㈂ 복잡한 구성이다.
④ 장편(長篇) 소설 : 서구의 로망(roman), 노블(novel)에 해당한다.
㈀ 책 1권 이상. 대하 소설(大河小說)이라 해서 10권 이상에 이르는 것도 있다.
㈁ 중편 소설 이상으로 총체성, 사상성, 복잡성 등이 요구된다.
㈂ 복합적 구성 방식을 취하여 많은 에피소드들을 연결시키며, 인물의 성격이 유동적이다.
<보충정리>
대하소설 (romanfleuve․river novel)
20세기 프랑스에서 발생한 방대한 장편 소설의 한 형식이다. 한 인간의 인생 역정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포괄적으로 그리는 가장 커다란 구조의 소설이며 연작(連作)소설과 다르다. 최초의 대하 소설은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조선 시대에 방대한 규모의 대하 소설이 나왔다.
⑵ 작품 의도에 따른 분류
① 예술 소설 (藝術小說․본격(本格) 소설․순수소설)
작품의 예술성을 추구한 소설로 작품의 예술적 가치 이외의 여하한 효용성이나 통속성도 배제하는 소설이다. 단순한 흥미나 이념적 목적을 추구하기 보다는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구사한다.
② 통속 소설 (通俗小說․대중 소설)
작품의 예술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효용성이나 쾌락성이 강조되는 소설이다. 평이한 문체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며, 내용은 흥미본위의 이야기를 담는다.
⑶ 시점(視點)에 따른 분류
① 일인칭 소설 : 작중 화자가 1인칭인 『나』로 등장하여 자신에 관해 직접 서술하거나 다른 인물에 대해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하는 소설로, 특히 전자의 경우는 자전적인 『신변소설』에 해당된다.
② 삼인칭 소설 : 화자가 작품 밖에서 작품 속의 인물, 사건, 배경 등을 관찰하는 형식으로 서술하거나 직접 개입하는 형식을 취하는 소설이다. 현대 소설의 많은 작품이 이에 속한다.
⑷ 문예 사조에 따른 분류
① 낭만주의 소설 :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발생하여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며, 현실적이기보다는 낭만적인 경향을 띤 소설을 가리킨다. 서양에서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걸쳐 환상적, 열정적, 주정적인 낭만주의 소설이 풍미하였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1920년대 이후 나도향, 김유정 등에 의해 쓰여졌다.
② 사실주의 소설 : 낭만주의 소설에 대한 반동으로 발생하여 인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 합리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리얼리티(reality)를 중시하며,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표현하기 때문에 감정이 절제되고 공상에 빠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김동인, 현진건 등에 의해 쓰여졌다.
③ 자연주의 소설 : 자연 과학의 엄밀성을 소설에 적용한 것으로 19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등장한 소설이다. 인물을 하나의 객관적 자연물로 보고 본능적인 욕망, 빈곤 등의 힘에 의해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소설로서 우리 나라에서는 1920년대에 염상섭에 의해 시도되었다.
④ 심리주의 소설 : 20세기에 들어와서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추구한 소설이다. 프로이드의 정신 분석학의 영향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주로 묘사하며, 1인칭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기술되는 특징을 지닌다. 우리 나라에서는 1930년대에 이상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
⑤ 실존주의 소설 :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이 일정한 상황에 봉착하였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그의 자유 의지에 따라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고독, 자기 정체의 불분명성, 세계의 불명료성과 부조리성 등을 묘파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소설이다. 사르트르의 작품을 통하여 선전되고 문학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전후 문학에서 이와 같은 경향을 띤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다.
⑸ 인물 묘사 방식에 따른 분류
① 성격 소설 : 등장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성격 묘사에 치중하는 소설이다. 주로 인물의 성격과 사회 현실과의 괴리, 갈등을 보여 주며, 인물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② 심리 소설 : 20세기에 들어와서 등장한 것으로서, 성격 소설이나 행동 소설이 인물의 외면적 묘사에 치중하는 데 반해 심리 소설은 인물의 내면 심리 묘사에 치중하는 소설이다.
③ 행동 소설 : 등장 인물의 외부적 행동을 서술하는 이야기 중심의 소설이다. 행동 소설은 개개의 사건이 중요하게 취급되며 사건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7. 소설의 구성 (構成․plot)
⑴ 구성의 개념(槪念)
① 구성의 정의 : 구성은 작품의 짜임새로,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사건을 인과 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질서 있게 배치하는 작가의 계획적이고 개성적인 방법이다. 흔히 『플롯(plot)』이라고 한다.
② 구성의 개념
㈀ 인과 관계에 의한 사건의 전개 및 배열이다.
㈁ 주제를 구현하는 기법이다.
㈂ 소설의 예술미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인과적으로 배열된 사건의 구조이다.
㈃ 복선을 사용하여 돌발적인 사건에 필연성을 부여할 때 통일성이 살아난다.
㈄ 좁은 의미로는 스토리의 전개, 넓은 의미로는 성격의 제시, 배경의 변화를 포함한 소설의 모든 설계를 뜻한다.
⑵ 스토리와 플롯
① 스토리(story․줄거리) : 시간적 순서대로 배열된 사건의 진술로, 『그 다음엔』, 『그리고 또』와 같이 진행된다.(독서 후의 인상)
(예) 왕이 죽었다. 그리고 왕비가 죽었다.
② 플롯(plot․구성) : 인과관계에 중점을 둔 사건의 서술로, 『왜냐 하면?』논리로 진행된다. (독서 중의 감상 대상)
(예) 왕이 죽었다. 그로 인해 슬퍼서 왕비도 죽었다.
⑶ 플롯의 특성
① 연대기(年代記․chronology) 성격 : 시간적 연결의 성격도 지닌다.
② 논리적 성격 : 전후의 인과 관계, 사건을 결합하는 동기, 결과, 상호 관계 등.
③ 갈등의 성격 : 작품의 구조는 갈등을 포함한다. →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
④ 정서의 성격 : 독자들의 정서적 반응. 기대감, 호기심, 서스펜스, 의문, 불안, 연민, 공포 등.
<보충정리>
서술(narration). 묘사(description)
소설은 서술과 묘사가 서로 조화되어 있는 글이다.
1. 서술 : 사건의 경과를 나타내어 주로 사건을 진행시키고, 사건 진행의 속도를 조절하며, 플롯의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서술만 하면 장면적인 구상성이 결여된다.
2. 묘사 : 지각적 경험을 재생시키는 글. 즉, 감각적으로 그리는 글로서, 사건의 사실화. 구체화가 되게 한다. 그러나 묘사만 강조하면 플롯의 전개가 힘들고 동적인 사건성이 제시되기 어렵게 된다.
⑷ 구성의 단계
소설의 플롯은 인과 관계에 의한 사건의 배열이므로 논리적 전개 양식이 필요하다.
① 3단계 구성 : 발단 → 전개 → 결말(始中終)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② 4단계 구성 : 발단 → 전개 → 절정 → 결말(대단원)
③ 5단계 구성 :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대단원)
㈀ 발단 : 작품의 도입 단계로 등장 인물이 소개되고 배경이 제시되며 사건의 실마리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 전개 :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로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고 갈등과 분규가 일어나며 인물의 성격도 변화 발전된다. 복선, 암시, 생략, 서스펜스 등의 기교가 요구되는 단계이다.
㈂ 위기 : 사건이 절정에 이르는 계기가 되는 단계로 사건의 극적 반전을 가져오는 모멘트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 절정 : 갈등과 분규가 가장 격렬해지고 사건이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이며 동시에 사건 해결의 분기점이 되는 단계이다. 작품 전체의 의미가 제시되며 위기가 반전된다.
㈄ 결말 : 사건이 마무리되며, 모든 갈등과 분규가 해결되고 주인공의 운명이 결정되는 단계이다.
⑸ 구성의 유형
① 이야기의 가짓수에 따른 분류
㈀ 단일 구성 (단순구성․simple plot)
한 가지 이야기만이 전개되는 구성이다. 단일한 사건이 전개되어 단일한 인상을 주고 단일한 효과를 노리는 구성 방식이다. 주로 단편 소설에서 보인다.
(예) 모파상의 『목걸이』 등
㈁ 복합구성 (복잡구성․ntricate plot)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전개되는 구성으로 현대 소설, 장편 소설에 흔히 나타나는 구성 방식이다.
(예) 톨스토이의 『부활』등
㈂ 피카레스크 구성(picaresque plot)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가 동일한 주제로 엮어지거나, 각각 다른 이야기에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구성이다.
(예) 보카치오의『데카메론』, 홍명희의 『임꺽정』,
이광수의 『군상』, 김동인의 『여인』 등
㈃ 액자식 구성
액자 소설에서 보이는 유형으로 한 작품이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구성 방식이다.『내부이야기』는 이야기 속의 핵심을 가리키며, 『외부이야기』는 이를 둘러 싼 이야기로서 후자의 액자가 된다. 액자식구성은 시점이 바뀌며, 특히 내부 이야기는 신빙성을 위해 서술자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사건 자체를 객관화한다.
(예)『데카메론』, 『천일야화』, 『배따라기』,
『무녀도』, 『등신불』등이 있다.
② 사건의 진행 방식에 따른 분류
㈀ 평면적 구성 (진행적 구성)
사건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유형이다. 일대기적 구성을 지닌 우리의 고대 소설에서 흔히 발견되며, 서구에서 중세의 로망(roman) 이후 근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보편화된 전통적 구성 방법이다.
㈁ 입체적 구성 (분석적 구성)
사건의 전개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하지 않고, 순서를 바구어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재→과거→미래』 또는『과거 → 미래 → 현재』등으로 역행시켜 진행시키는 구성 유형으로 현대 소설, 특히 심리주의 소설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다.
③ 통합성 유무에 따른 분류
㈀ 극적 구성(견고한 구성, 유기적 구성)
작품 속의 여러 가지 삽화나 사건 등이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순서에 따라 극적인 진행이 이루어져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는 구성 방식이다. 단일 구성이나 평면적 구성은 극적 구성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 삽화적 구성 (산만 구성, 이완된 구성)
작품의 중심 사건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듯이 보이는 삽화. 사선들이 산만하게 연결되었거나, 불필요하거나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건들이 섞여 있는 구성 방식이다. 피카레스크식 구성, 복합 구성이나 입체적 구성과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다.
④ 상승 구성과 하강 구성
주인공의 주된 동기력이 독자의 인식점으로 보아 목표 도달에 성공했으면 상승 구성, 실패했으면 하강 구성으로 분류한다.
8. 소설의 인물 (人物․character)
⑴ 인물의 개념
① 소설의 이중적 의미 : 등장 인물 및 그 인물의 개성, 캐릭터라고도 한다.
㈀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인물 : 외부에서의 관찰의 대상
㈁ 그 인물의 성격 : 그 인물의 내적 속성, 즉 흥미. 욕망. 정서. 도덕적 원리 등의 혼합. 소설의 인물은 ㈀과 ㈁의 상호 보완적 의미
② 인물의 중요성
㈀ 행동의 주체, 주제의 구현자이다.
㈁ 실제 인물의 복사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되어진 인물→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의 형제』 등
㈂ 중요성 : 소설의 구성 요소 중에서 인물 설정이 가장 중요한 까닭은, 소설의 궁극적 대상이 인물을 통한 인간성의 탐구와 인간의 문제를 다룸에 있기 때문이다.
⑵ 인물의 유형
① 역할에 따른 분류
㈀ 주동 인물 : 작품의 주인공. 주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긍정적 성격의 인물.
(예)『춘향전』에서『이도령』이나『춘향』
㈁ 반동 인물 : 주인공에 대립되는 반대자, 적대자. 갈등을 일으키는 부정적 성격의 인물
(예) 『변사또』같은 인물
② 성격에 따른 분류
㈀ 전형적 인물 : 어떤 특정 부류나 계층의 보편적인 성격을 대표하는 인물로 공시적 보편성을 지닌다.
(예) 『흥부전』에서 흥부는 선인의 전형
㈁ 개성적 인물 : 어떤 특정 사회의 부류나 계층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성격의 인물로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
③ 성격 변화 여부에 따른 분류
㈀ 평면적 인물(정적 인물, 2차원적 인물) : 한 작품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성격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인물.
㈁ 입체적 인물(동적, 발전적, 3차원적, 원형적 인물) : 환경, 상황 등의 영향으로 사건의 진전에 따라 성격의 변화를 보이는 인물.
현대 소설의 인물 : 입체적 + 개성적 인물
⑶ 인물의 제시 방법
작가가 소설 속에서 인물을 제시하는 방법을 성격화라고 한다. 성격화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초보적인 것은 명명(命名)이나 외양 묘사를 통해 그 인물의 특색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소설에서는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와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① 직접적 방법 (분석적, 해설적, 편집자적, 논평적 제시)
: 작가(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인물의 특색, 특성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방법 → 말하기(telling)
(예)『흥부전』이나『장화홍련전』의 경우
② 간접적 방법(극적, 장면적 제시)
: 행동이나 버릇, 대화, 갈등을 장면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 버리는 방법 → 보여 주기(showing)
직접적 방법 |
간접적 방법 |
말하기(telling) |
보여주기(showing) |
설명 위주 |
묘사 위주 |
서사, 서술 |
행동, 대화, 장면 묘사 |
성격, 심리의 직접적 분석 방법 |
간접적 제시 방법 |
작가의 견해를 나타내는 데 알맞음. |
작가의 견해를 나타내는 데 불편함. |
추상적으로 흐르기 쉬움 |
구체적, 감각적으로 제시함. |
화자의 요약·설명·코멘트는 물론, 타인물의 보고 등을 통하여 이루어짐. |
등장 인물의 언어 행위를 중심으로 타인물에 주는 반응을 극적으로 표현 |
⑷ 인물의 갈등
① 개인과 개인의 갈등 :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간의 갈등
② 개인과 사회의 갈등 : 개인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사회 속에서 겪는 갈등
③ 개인과 운명과의 갈등 :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사용되었던 갈등으로, 개인의 삶이 운명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보통이다.
④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의 갈등 : 개인의 양면적 자아. 즉 선과 악, 진실과 허위 등이 이루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
보충 학습
인물의 묘사
1. 외면 묘사 : 용모, 풍채, 복장, 표정, 동작, 행위 등 겉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용모 복장 등의 정적 묘사와 행동의 표현인 동적 묘사로 나뉜다.
2. 내면 묘사 : 등장 인물의 심리, 잠재 의식의 묘사로, 외면 묘사에 비해 분석적이고, 복잡 다양한 인상을 보여 준다. 특히『의식의 흐름』의 작품들이 이 방법을 택한다.
※ 다음에 그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예시 1>
1958년 어느 비가 내리는 가을 저녁에 독고준의 하숙집으로 그의 친구인 김학이 진로 소주 한 병과 말린 오징어 두 마리를 사들고 찾아들었다. 학은 벌서 취해 있었다. 그는 침침한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자식은 이상한 데다 둥지를 틀고 있단말이야, 하고 친구의 해사하면서도 무슨 일에든지 신명을 내지 않는 우울한 눈빛을 얼핏 머리에 떠올렸다.
최인훈 <회색인>
작품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독고준’은 어김없이 독자들로 하여금 ‘고독’이라는 단어를 상기시켜 준다. ‘독고’라는 성씨를 가진 이 인물은 자연스럽게 ‘해사하고’ ‘우울한 눈빛’의, 현실에서 소외되고 좌절하는 인물임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전광용의 『꺼삐딴 리』라는 소설은 작중 인물에 대한 별칭으로 두 시대를 간결하게 살아가는 자에 대한 작가의 냉소와 조소가 배어 있고, ‘인혜’라든가 ‘지숙’이라는 이름은 여대생 인물의 명명에 적합하고 ‘간난이’나 ‘춘심’이는 시골 처녀 이름에, ‘득보’나‘용칠이’는 시골 청년의 이름에 ‘오백원씨’는 풍자적 이름에 적합하다. 이와 같이 작중 인물이 어떤 이름을 갖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제시하는 인물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름 때문에 사람의 성격이나 연명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에서 받게 되는 인상은 중요한 것이다.
<예시 2>
손님이 술을 권하면 안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강월이 술을 받았다고 하여 취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혹시나 받은 잔은 눈을 속여 쏟아버리는가 하여 살펴보면 그런 흔적도 아니었다. 딴 기생들은 술이 이쯤되면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여 옆 손님의 품에 안기기가 일쑤지만 강월은 이슬을 담북 머금은 백합모양 더 꼿꼿하기만 했다. 강월은 창과 거문고로썬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기생으로선 매운 계집이니 독종이니 하여 욕을 먹기가 일쑤였다.
정한숙<거문고 산조>
위에 든 예는 작중 인물의 성격을 요약적 혹은 직접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작가가 직접적인 설명을 통하여 인물의 본격적인 등장에 앞서 그를 소개한 것이다. 기생이면서도 기생이 아닌 주인공‘강월’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돈이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예도를 섬김으로써 인간을 지키고 예를 지키려는 작중인물의 사람됨을 보인 것이다.
※ 다음의 말씨에서 우리는 또한 작중인물의 성격이나 교양, 신분, 심리상태, 직업, 생활에 대한 태도, 인간관계 등을 포괄적으로 알 수 있다.
<예시 3>
“뱃섬 좀 치워 달라우요”.
"남 조름 오는 데 님자 치우시관.“
“내가 치우나요?”
“20년이나 밥을 처먹고 그걸 못 치워!”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이년 뭘!”
김동인 <감자>
작중 인물들의 이러한 짧은 대화 몇 마디에서 우리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남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행동이나 대화를 통학 극적 제시의 방법이다. 이렇게 대화나 행위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은 작가의 개입이 없이 객관적인 서술을 통한 것이므로 독자에게는 생동감을 더해 준다. 특히 소설에서의 대화나 행동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것이기 때문에 은어나 속어, 비어, 사투리 따위도 필요하면 거침없이 구사하여야 한다. 소매치기들의 이야기를 쓸 때에는 “돈 좀 있니?”“경찰이 오신다, 도망가자”보다는 “쌔푼 있니?”“짜부다, 튀자”로 써야 할 것이다. 독자쪽에서도 이렇게 쓰는 작가를 야하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이 대화를 모두 따옴표(“”)속에 들어 있는 『그들』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예시 4>
사십이 가까운 처녀인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꺼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슬은 굴비를 연상케 한다. 여러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맘대로 쪽지거나 들어올리지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겨넘긴 머리고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쪽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놀랠 때에는 기숙사생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웟다.
현진건 <B사감과 러브레터>
이것은 캐리캐쳐의 방법에 의한 인물의 제시이다. 인물의 특징을 희극적으로 현저하게 과장하거나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하여 성격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다분히 해학적이고 편파적이어서 엄정성을 감소시킬 수도 있지만, 주관의 사상과 감정을 중요시하는 현대회화의 대포로마숑과 함께 현대 소설에 있어 이러한 캐리캐쳐의 방법은 자주 사용되고 있다.
※ 다음은 소설의 배경을 논하는 문제와 다소 중복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작중 인물의 물질적인 환경 또한 성격조성의 중요한 방법이 된다.
<예시 5>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 해 지면서 나가 바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은 웃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것도 없다.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내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여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쳐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 없는 내 오락이다.
이상 <날개>
이것은 실내 묘사다. 작중 인물의 서술을 통한 내부 묘사를 통해 거기서 사는 인물에 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책보만한’ 해가 이내 ‘손수건만 해’지면서 나가버리는 ‘아내’의 방에 숨어들어 화장대의 빛나는 병들을 보는 것이 다시없는 ‘오락’인 작중인물의 성격은 결국 작가가 솜씨 있게 설계한 이들의 방의 구조 때문에 더욱 확연해 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인물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가 거처하는 방의 구조를 보임으로서 그것을 제시해 준 것이다. 이처럼 독자는 작중 인물이 있는 그곳에서 동시적으로 작중인물에 관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9. 소설의 배경 (背景, stetting)
⑴ 배경의 개념
배경은 작품의 무대로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회와 역사적 환경이다. 배경은 사건에 사실성을 부여하며 인물의 심리 상태나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주고 묘사와 서술에 의해 제시된다.
① 소설의 배경은 사건의 환경이며, 사건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세계다
② 소설에 있어서 물질적인 배경이며 장소의 요소다.
⑵ 배경의 기능
① 인물과 행동의 신빙성(reality의 부여)을 높여 준다.
② 작품의 분위기나 무드를 만들어 낸다.
③ 주인공의 의식과 사상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④ 배경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⑤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⑥ 독자로 하여금 현장감을 지니도록 한다.
⑶ 배경의 종류
① 시간적 배경 : 작품 속의 사건을 구체적인 시대에 한정하여 스토리의 구체성을 띠게 한다.
㈀ 고대 소설 :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또는 전생. 현세. 내세에 걸친 오랜 기간 설정
㈁ 현대 소설 : 대체로 짧은 기간 설정
② 공간적 배경 : 인물이 활동하게 되는 공간적 무대로, 인물의 심리 상태를 암시하기도 한다.
㈀ 자연 환경 : 도시 전체,또는 어느 한 지방 등의 넓은 지역
㈁ 생활 환경 : 집 안, 일터 등의 좁은 범위에 국한되는 일상적 생활 영역
③ 사회적 배경 : 소설 속의 인간도 사회 속에 있는 인간이므로 통시적인 시대성과 공시적인 사회성이 나타나야 한다. 특히 역사적 사회가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소설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등장 인물의 성격과 심리, 플롯의 전개, 소설적인 분위기 조성에 맞도록 꾸며 가야 한다.
㈀ 고대 소설 : 불교. 유교 등의 종교적 색채가 짙음.
㈁ 현대 소설 : 지적, 정서적 분위기
사회 소설
사회가 소설의 배경으로 그치지 않고 바로 주체가 되는 경우, 이를 사회 소설이라고 한다. 이는 개개의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파노라마와 같이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그리게 되며, 따라서 사회 자체가 곧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말한다.
④ 자연적 배경
㈀ 주관적 자연 : 등장 인물의 성격과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낭만적 자연이라고도 한다.
㈁ 객관적 자연 : 등장 인물의 심리 상태와는 관계없이 사실적으로 그린 객관적 자연 환경으로, 사실적 자연이라고도 한다.
⑤ 심리적 배경 :『의식의 흐름』, 『내적 독백』등을 꾀하는 심리주의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이다.
㈀ 논리를 초월하는 공간 영역을 교묘히 배합한 『만화경적 배경』을 가리킴.
㈁ 대표적 작물:버지니아 울프의『등대로』, 조이스의『율리시스』, 이상의『날개』등
⑥ 상황적 배경 : 실존주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배경으로서 실존적인 상황을 암시하고 상징하는 배경을 가리킨다.
㈀ 배경 자체가 주제와 직결되는 모습을 보인다.
㈁ 대표적 작품
㉠ 카뮈(Camus) 의 『이방인』에 나타난 부조리의 상황이 권태로운 삶이라는 배경으로 제시됨.
㉡ 카프카(Kafka)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의 모습으로 변해 좁은 방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인간의 한계 상황을 나타낸 것임.
㉢ 사르트르(Sartre)의 『벽』에서의 감옥은 인간의 한계 상황과 죽음이라는 벽의 세계를 암시하는 것임.
⑦ 역사적 배경 : 인물이 처한 시대 환경을 가리킨다. 고전 작품에서는 이 시대적 배경이 작품 이행의 관건이 된다.
배경의 기능
배경을 흔히 자연적 배경, 사회적 배경, 심리적 배경, 상황적 배경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지만 그러나 실제에 있어 이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때로는 상보적으로 작용하면서 배경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음은 작중 인물의 심리적 사회적 지리적 배경이 효과적으로 배합되어 있는 좋은 예라 하겠다.
<예시 1>
그 33번지라는 것이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한 번지의 18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 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 게다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다.
해가 들지 않는다. 해가 드는것을 그들이 모른 체하난 까닭이 턱살 밑에다 철줄을 매고 얼룩진 이부자리를 널어 말린다는 핑게로 미닫이에 해가 드는 것을 막아 버린다. 침침한 방안에서 낮잠을 잔다. 그들은 밤에는 잠을 자기 않나? 알 수 없다 나는 밤이나 낮이나 잠만 자느라고 그런 것을 알 길이 없다. 33번지 18가구의 낮은 참 조용하다. 조용한 것은 낮 뿐이다. 어둑어둑하면 그들은 이부자리를 걷어 들인다. 전등 불이 켜진 뒤의 18가구는 낮보다 훨씬 화려하다. 저물도록 미닫이 여닫는 소리가 잦다. 바빠진다. 여러 가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비웃 굽는 내, <탕고도오랑> 내, 뜨물 내, 비웃 내.
이상 <날개>
자의식(自意識)의 과잉 상태에 있는 잉여적 존재로서의 식민지 지식인의 생태를 그린 이 작품은 작중 인물 ‘나’의 거처와 그곳의 분위기를 통해 주제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배경과 인물의 의미있는 결합이 배경 설정에서부터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다. 동일한 태도를 가진 인물이라도 이와 같이 그가 놓이는 환경에 따라 상이한 양상을 나타낸다.
어떤 세대에 놓이면 저항적 인간으로, 또 다른 세대에 놓이면 보수적 인간으로, 어떤 자리에 놓이면 저항적 인간으로, 또 다른 세대에 놓이면 보수적 인간으로, 어떤 자리에 놓이면 부르조아지로 또 다른 자리에 놓이면 무기력하고 소외된 인간으로 각각 변모하는 것이다.
※ 다음의 예는 지리적이면서 동시에 은유 혹은 상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배경설정의 경우이다.
<예시 2>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 놓고 앉아 가만히 드려다 보느라면, 물줄기가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가지고는(한강(漢江)이나 영산강(榮山江)도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저 험준한 소백산맥이 제주도를 건너보고 뜀을 뛸 듯이, 전라도의 뒷멀미를 급하게 달리다가 우뚝 ... 또 한 번 우뚝 ... 높이 솟구친 갈재와 지리산 두 산의 산협 물을 받아가지고 장수로 진안으로 무조로 이렇게 역류하는 게 금강의 남쪽 줄기다. 그놈이 영동 근처에서는 다시 추풍령과 속리산의 물까지 받으면서 서북으로 좌향을 돌려 충청 좌우도를 흘러 간다. 그리고 북족 즐기는 좀 단순해서, 차령산맥이 꼬리를 감추려고 하는 경기 충청의 접경 진천 근처에서 청주를 바라보고 가느다랗게 흘러 내려오다가 고개를 서남으로 돌려 공주를 끼고 계룡산을 바라보면서 우줄거리고 부여로 ...... 부여를 한바퀴 휘돌려다가는 급히 남으로 꺾여 단숨에 논산 강경까지 들이 닫는다.
...(중략)...
이렇게 에돌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에 얼러 좌르르 쏟아져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은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채만식 ‘탁류’>
이는 소설의 서두 부분이다. 인물들의 행위가 벌어지는 지리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러나 실제에 있어 이 장면 묘사는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금강의 흐름이란 결국 주인공(초봉이)의 기구한 인생을 암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맑던 강이 흐린 강으로 바뀌는 것이라던가 금강의 흐름에 대한 묘사는 주인공의 인생의 유전이라던가 우리 민족의 기구한 처지 등이 상징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10. 소설의 주제 (主題․theme)
⑴ 주제의 개념
작가가 작품에서 나타내려고 한, 인생에 대한 태도나 관점이며, 작품 속에 용해되어 있는 중심 사상으로서 소설의 의미 내용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이다.
(2) 주제의 표현 방법
① 명시적 방법 : 작가가 작품 속에 개입하여 주제를 직접 제시하는 방법. 작가의 의도를 독자에게 명백히 제시하여 일정한 도덕적 교훈을 주겠다는 공리적 자세에서 비롯된 방법으로 고대 소설, 계몽 소설에서 흔히 나타난다.
② 함축적 방법 : 인물, 사건, 배경, 분위기, 플롯의 진행, 갈등 구조와 그 해소 등 전체의 구조를 통해 암시적으로 제시되는 방법. 독자는 정확한 인식으로 작품을 읽어가며 주제를 파악한다. 현대 소설, 특히 예술 소설에서 나타나는 방법이다.
(3) 주제의 형상화 과정
소설의 주제는 인물의 대립과 갈등에 의한 선과 악의 대립과 그 결과에 따라 형상화되나, 이는 작가의 개성과 기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인물의 성격과 배경의 제시 |
→ |
선과 악의 대립과 갈등 |
→ |
대립과 갈등 의 해소 |
→ |
주제의 형성 |
(4) 우리 나라 소설 주제의 변천
소설의 주제는 시대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달라진다.
① 고대 소설의 주제 : 일반적으로 조선 시대의 지배적 이념인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권선징악의 주제를 보인다.
② 신소설의 주제 : 갑오경장(1895) 이후의 개화 시대에 형성되었으므로 신문화 운동의 일익을 담당한 계몽 문학 경향의 주제를 보인다.
③ 현대 소설의 주제 : 작가 개개인의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시기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 1910년대 : 자아 각성, 민족 의식에 바탕을 둔 주제가 나타남.
㈁ 1920년대 : 예술성의 추구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주류를 이루었고, 중반 이후에는 계급 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고발과 비판을 다룬 주제가 나타남.
㈂ 1930년대 : 주제가 다양하여 농촌 소설에는 농민들의 삶을 부각시켜 의식 개혁을 제창하고, 자의식의 소설에는 인간 본질의 문제를 천착하려는 주제가, 도시 소설에는 사회와 인간의 관계,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룬 주제가 나타남.
㈃ 광복 이후 : 다양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본질 문제를 조명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보임.
<예시 1>
“잔느, 오래간만이야?”
포르스티에르 부인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 여자에게 인사를 받고 당황하였다. 포르스티에르 부인은 말을 더듬거리며,
“부인, 누구시더라, 잘못 보신것 아니예요?”
“아니, 나 르와젤이야”
그때야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오, 너 르와젤이구나, 어떻게 이렇게 변했어.”
“그래, 전에 널 만난 후 부터 고생만 했지. 그 괴로운 일 모두 너때문이야”
“나 때문이라고? 왜?”
“기억하겠지. 장관댁 무도회에 나가려고 네게서 빌린 진주 목걸이를 ?”
“응 그래 어쨌다는거야?”
“그래, 그걸 그때 잃어버렸지.”
“얘, 그걸 내게 돌려주지 않았니?”
“실은 딴거야. 똑같이 생긴 목걸이를 변전해서 사 주었지. 그 빚을 갚느라고 십 년이나 걸렸지. 그것 때문에 고생만 하고 우리는 빈털털이가 되었어. 허지만 끝난 일이야. 난 기뻐.”
포르스티에르부인은 걸음을 멈추면서 말했다.
“그럼 내것 대신에 새 목걸이를 사 주었단 말이지?”
“그럼, 넌 그걸 몰랐을 거야. 네 목걸이하고 똑같은 거였으니까.”
그녀는 기쁜 미소를 지었으며, 자랑스럽게 천진해 보였다.
포르스티에르 부인은 그녀에게 다가가 두 손을 꼭 쥐고 말했다.
“얘 이일을 어쩌지. 내 목걸이는 가짜였어. 단돈 오백 프랑도 안 되는 가짜였는데······”
모파쌍 <진주 목걸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축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같이 눈이 어둡든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이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했갑고 방울 소리가 밤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이 기우러졌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위의 인용은 각각 소설의 결말 부분을 보인 것이다. 모파쌍의 <진주 목걸이>에서는 그것이 ‘가짜’였다는 데서 충격적인 반전이 이루어 지면서 주인공이 그동안 바쳐온 고통과 인내가 한낮 허영에 들뜬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상이었다는 의미가 드러난다. 왼손잡이인 허생원이 마침내 옆에 걷고 있는 동이가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에서 독자는 이들 부자의 운명적인 해후를 보게 되는 것이다. 대개의 소설은 이와 같이 대단원(dénouement)의 극적인 사건에서 그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소설은 그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동안 감춰 왔던 주제를 독자에게 눈치 채이게 하는 것이다.
<예시 2>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양반······
머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내 원! 신세 간데 없지오. 자, 십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란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신세를 해가지구설랑은······
채만식 <痴叔(치숙)>
이 소설의 어조는 다분히 풍자적이다. 1인칭 소년 주인공의 입을 통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이 소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주의자로 감옥생활까지 한 아저씨를 온갖 각도에서 입심좋게 조롱하고 비비꼬는 것이 주제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어도는 심각한 것이므로 독자는 내세운 어조와 숨겨진 어조를 동시에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예시 3>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蛔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속에 의레히 백지가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게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홀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만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속에 한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이 싱거워서 견딜수가 없게쯤 되고 그만 둔 모양이오. 굿 바이.
이상 <날개>
이는 윗트와 파라독스 냉소적인 토운으로 이루어진 예다. 작가의 문체나 재료의 처리에 관련된 태도를 어조라 할때, 여기에 보인 예에서 우리는 그의 특이한 어조로 인하여 작가의 인생과 사회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에서 우리는 좀 못난 사람들이 벌이는 해학적이고 어릿광대 같은 모습과 만나는데, 이는 그가 제시한 인물들의 대화나 지문(地文)에서의 특이한 어조에 기인하는 것이다. 작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작가는 그가 즐겨 사용하는 어조가 있다. 채만식의 풍자적 어조, 이상의 역설적 어조, 김유정의 해학적 어조, 손창섭의 냉소적 어조 등이 그것이다.
김동리의<무녀도>의 서두 부분은 분위기 자체가 주제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 ‘모화’가 살고 있는 집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역사적 변모나 시대적 사조의 변화에 아랑곳 없이 유폐되고 동떨어진 퇴락한 세계를 보인 것인데, 이는 각각 ‘퍼런 이끼’ ‘역한 흙냄새’ ‘헐린 돌담’ ‘막힌 수채’ 등의 분위기를 통해 형상화 하고 있다.
분위기나 무드는 가끔가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예시 4>
바깥은 어둡고 뜰 변두리의 늙은 나무들은 바람에 불려 서늘한 소리를 내었다. 처마끝 저편에 퍼진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게 박혀 있으나, 아스무레한 초여름 기운에 잠겨 있다. 집은 전체로 조용하고 썰렁했다.
꽝 당 꽝 당.
먼 어느 곳에선 이따금 여운이 긴 쇠붙이 뚜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밑거리의 철공장이나 대장간에서 벌겋게 단 쇠를 쇠망치로 두더리는 소리 같았다. 근처에 그런곳은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굉장히 먼곳일 것이었다. 굉장히 먼곳일 것이었다.
꽝 당 꽝 당.
단조로운 소리이면서 송곳처럼 쑤시는 구석이 있는 밤중에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그 소리는 이상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참, 저거 무슨 소리유?”
영희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근쎄 무슨 소릴까······”
정애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 근처에 철공장은 없을 텐데······”
“·············”
정애는 표정으로만 수긍을 했다.
꽝 당 꽝 당.
그 쇠붙이와 쇠망치에 부딪치는 소리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밤내 이어질 셈이었다. 자세히 그 소리만 듣고 있으려니까 바깥의 선들대는 늙은 나무들도 초여름 밤에 불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소리의 여운에 울려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이 방안의 벽 틈 서리를 쪼개고도 있는 것이었다. 형광등 바로 위의 천정에 비수가 잠겨 있을 것이었다.
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이 소설은 특히 음향 효과를 가지고 특이한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 예이다. “오월 어느 날 저녁 맏딸이 또 밤 열두시에 돌아온 대서 벌써부터 기다리고들 있었다. 서성대는 사람은 없어나 언제나 처럼 누구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는 감돌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이 단편 소설은 위에 인용한 분위기가 소설이 끝나는 때까지 장면의 변화가 거의 없이 지속된다. 인물들은 정물처럼 실내에 배치되어 있고 어디선가 ‘꽝당 꽝당’하는 쇠붙이 두드리는 듯한 소리만 들려오는 것이다. 이 소리는 음악의 후렴처럼 짧은 단편 소설 가운데 무려 열 번 가까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가구처럼 배치되어 있고 그들의 작중 행위(사전)란 오직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 이러한 단일한 분위기는 그러나 단조로운 이상의 높은 상징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주제와 깊게 연계되어 있다. 권태와 몰락으로 특징지워진 한 집안의 비극적 상황이 작가가 조성한 특이한 분위기의 상징적 구조속에 잘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단편 소설에서의 이러한 음향의 반복적 제시는 주제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연극에서의 음향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에 버금갈 만하다.
11. 소설의 시점 (視點․point of view)
(1) 시점과 서술자의 개념
① 시점 : 소설에서 대상,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 관점으로, 소설의 진행이 어떤 인물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관찰의 각도와 위치를 말한다. 궁극적인 소설의 시점은 1인칭과 3인칭의 두 가지이다.
② 서술자(narrator) : 작품을 서술·표상하며, 독자에게 중개해 주는 존재로, 사건을 전개하는 허구적 형상이다. 따라서 서술자는 작가 자신이 아니며, 작가의 피조물이다.
(2) 시점의 종류
위치 태도 |
인물·사건의 내면적 분석 |
인물·사건의 외부적 분석 |
1인칭시점 (서술자= 작중인물) |
1인칭주인공(서술자) 시점(주관적 시점) →주인공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 |
1인칭 관찰자시점(주,객관 절충시점) → 방계인물(부수적 인물인 ‘나’)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 |
3인칭시점 (서술자 = 제 3자) |
전지적(全知的)작가 시점(전지적 시점) →분석적 또는 전지적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 경우 |
작가 관찰자 시점(순 객관적 시점) → 작가가 외부 관찰자로서 이야기하는 경우 |
① 1인칭 주인공(서술자) 시점 : 1인칭 주관적 시점, 1인칭 서술시점, 1인칭 주동자 시점이라고도 한다.
㈀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으로 ‘나는 이렇게 하였다’는 식으로 진술하여 독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 사건의 내적 분석에 의존하여 궁극적으로는 ‘의식의 흐름’인 소설이 된다.
㈂ 작품 : 최학송의 <탈출기>, 이상의 <날개>, 알퐁스 도데의 <별>, 유진오의 <창랑정기(滄浪亭記)>, 서간체 소설, 일기체 소설, 자전적 소설, 심리 소설 등에 나타난다.
② 1인칭 관찰자 시점 : 1인칭 목격자 시점, 1인칭 관찰자 서술이라고도 한다.
㈀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인물인『나』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 인물의 초점은『나』가 아니라 주인공에 주어진다.
㈂ 객관적인 관찰자의 눈에 비친 인간 내면 세계를 그리는 데 효과적이다.
㈃ 작품 : 주요섭의『사랑 손님과 어머니』, 김동인의『붉은산』, 현진건의『빈처』·『고향』등에 나타난다.
③ 전지적 작가 시점 : 3인칭 전지적 시점, 전지적 작가 서술이라고도 한다.
㈀ 작가는 전지 전능한 위치에서, 각 인물의 심리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서술한다.
㈁ 작가는 작품 속에 직접 개입하여 사건을 진행시키고 인물을 논평한다.
④ 작가 관찰자 시점 : 3인칭 제한적 시점, 흔히 3인칭 시점으로 불린다.
㈀ 작가가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서 객관적 태도로 서술하는 방법이다.
㈁ 외부 관찰에 의거하여 해설이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시한다.
㈂ 현대 사실주의에서 주로 사용되는 시점으로, 단편 소설에서는 극적 효과를 얻기 위한 수법으로 효과적이다.
㈃ 작품 : 황순원의『소나기』, 염상섭의『임종』·『두 파산』등에 나타난다.
(3) 작가의 개입
작가가 소설의 서사 내용에 직접 간여하는 현상이다. 특히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조선 시대의 고전 소설과 개화기 소설에 있어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했으나, 사실주의의 등장과 함께 이런 현상은 많이 소멸되었다.
① 고전 소설 : 작가가『나』로서 직접 등장하지 않는 3인칭 시점이 주로 쓰였다.
② 신소설 : 개화 사상을 전달하려는 작가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작가가 소설 속에 개입하여 설명도 하고(전지적 작가 시점),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③ 현대 소설 : 기법의 다양화로, 심리주의 소설은 1인칭 시점, 단편 소설에서는 작가 관찰자 시점, 장편 소설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쓰이고 있으나, 작품이나 작가의 태도에 따라 다양하다.
(4) 소설의 거리 (距離, distance)
① 거리의 개념 : 소설에서 등장 인물이나 사건이 관찰되는 낙차의 정도를 말한다. 대체로 소설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의 거리, 독자와 등장 인물과의 거리를 가리킨다.
② 거리의 효과 : 작가는『작자—서술자—등장 인물—독자』사이의 거리를 조정하여 박진감과 현실감, 객관적 느낌 등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작품의 사실성(reality)을 살릴 수 있다.
③ 시점과 거리 : 소설의 거리는 시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거리의 원근
구 분 |
가까운 느낌 |
먼 느낌 |
서술 방법 |
(보여주기(showing)) 에 의해 장면이 제시되는 경우 |
(말하기(telling)) 에 의해 사건이 요약되는 경우 |
서술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서술자가 제삼자의 위치에 있는 작가 관찰자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 속에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 |
<예시 1>
김군! 나도 사람이다. 정애(情愛)가 있는 사람이다. 나의 목숨 같은 내 가족이 유린받는 것을 내 어찌 생각하지 않으랴? 나의 고통을 제 삼자로서는 만분의 일이라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의 탈가한 이유를 군에게 말하고자 한다. 여기에 대하여 동정(同情)과 비난(非難)은 군의 자유다.
최서해 <탈출기>
이는 일종의 서간체나 수기의 형식을 빈 소설이다. 작중의 화자 ‘나’는 자신의 행위에 관련한 사건과 감정적 거리가 밀착되어 있어서 독자에게 신뢰감을 제공하고 있다. 다소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는 약점이 있으나 이러한 1인칭 시점은 화자의 내면적 갈등이나 감정의 변화를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주관적이고 심리적이어서 인물의 심리묘사나 내면의식의 표현에 주력하는 현대소설에서 자주 차용되는 기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작중의 ‘나’는 물론 ‘허구화된 나’라는 점이다. 작가가 자기 자신의 사생활을 그린 소설을 사소설이라는 말로 따로 부르기도 하지만 작중의 ‘나’와 작가와는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작중의 ‘나’란 결국 ‘나’로 표현된 ‘그’라는 어떤 인물에 다름 아니다. 이상의『날개』에 나오는 ‘나’는 이상이 아니며 윤흥길의『에미』에 나오는 ‘사팔뜨기인 나의 어머니’는 윤흥길의 어머니가 아니다.
작가가 이 시점을 이용할 때는 화자 ‘나’가 주인공 ‘그’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해 코멘트할 수도 있다. 또한 주인공의 내면을 잘 알 수 없어므로 독자에게 긴장감과 경이감 혹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시 2>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막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두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필육으로 지은 것이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깍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서 공교롭게 세나라 사람이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서 일본말도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현진건 <고향>
위와 ‘나’는 다만 작중의 ‘동양 삼국 옷을 한몸에 감은’ ‘그’라는 남루한 차림의 사내를 관찰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주인공에 대한 관찰이나 경험의 기회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때문에 작가는 독자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잘 구사하면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해석을 동시에 추구하여 종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요섭의『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나이 어린 딸 옥희의 시점을 통하여 사랑 아저씨와 어머니와의 델리케이트한 애정심리의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 의한 작품으로는 현진건의『빈처』, 이상의『날개』, 포오크너의『에밀리의 장미』등 수없이 많다.
한편 1인칭 관찰자 서술에 속하는 것으로 액자소설이라는 형태가 있다. 작중의 화자 ‘나’가 또 하나의 화자 ‘나’ 혹은 ‘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처럼 끼워져 있는 것으로 바깥 쪽(外話)의 ‘나’는 안쪽(內話)의 내용을 증명 또는 확인시키려는 이른바 서술을 근원상황을 고양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예시 3>
할아버지께서는 그들이 떠나는 날에, 이 불행한 아비 딸을 위하여 값진 비단과 충분한 노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나귀 위에 앉은 가련한 소녀의 얼굴에는 올 때나 조금도 다름없는 처절한 슬픔이 서려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소녀가 남기고 간 그림―이것을 할아버지께서는『무녀도』라 불렀지만―과 함께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김동리 <무녀도>
여기서의 외화 ‘나’란 액자의 외각으로서의 틀(frame)에 불과해서 이 부분을 떼내어도 서술의 근원 상황에는 변동이 없다. 같은 그림이라도 액자를 끼워 놓으면 그림이 더 그럴듯 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김동인의『배따라기』『광화사』『광념 쏘나타』나 최근의 이청준 등의 소설에 이런 기법이 자주 보인다.
<예시 4>
그는 목을 놓고 처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딴 밭 가운데 홀로 서있는 왕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워 있던 낫은 어느덧 왕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았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새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겨졌다. (중략) 이튿날, 복녀의 시체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 갔다.
김동인 <감자>
작가 개입 없이 사건의 진전을 드라이하게 보여준 예다. 극적이고 스피디한 효과가 있지만 간혹 단조롭거나 평면적일 위험이 있다. 이같은 시점에 의한 것으로는 헤밍웨이의『살인자들』『인디안 부락』, 황순원의『소나기』, 사실주의 계열의 염상섭의 소설들, 특히『임종』『두 파산』, 안수길의『제삼인간형』등을 들 수 있다.
작가가 전지 전능한 신의 위치에서 작중 인물의 행위나 사고를 모두 알고 내려다 보며 설명하고 해석하고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중인물의 의식이나 감정이나 동기는 물론 심리적 내면 세계까지 모조리 알고 있는 시점이므로 작가는 자유자재로 그들을 옮겨놓거나 이끌어갈 수 있고 여러 인물들이 동시에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는 배를 움켜 쥐었다’가 관찰자 시점이라면 ‘그는 배가 고팠다’가 전지적 시점이다. ‘그는 달을 쳐다 보았다’가 관찰자 시점이라면 ‘그는 고향 생각을 했다’가 전지적 시점이다. ‘영희는 배가 고팠다. 순희도 배가 고팠다. 영희와 순희가 배고파 하는 것을 보고 복남이는 문득 고향 생각을 했다’에서, 작가는 영희,순희, 복남이를 모두 ‘알고’있기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이다.
<예시 5>
어쨌든 덕기는 무산운동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냉담히 방관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제일선에서 나서서 싸울 성격도 아니요 처지도 아니니까 차라리 일간 호졸 격으로 변호사나 되어서 뒷일이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덮어놓고 크게 되겠다는 공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책상물림의 뒷방 서방님으로 일생을 마치기도 싫었다.
염상섭 <삼대>
위의 인용은 작가가 주인공에 대해 그의 성격이나 처지까지 알은 채를 하고 있으며 생각이나 감정까지 모두 알고 있음을 보인 예다. 이와 같이 주인공의 감정 상태에 대한 분석과 심리적 변화를 소개하고 논평할 수 있는 시점이란 결국 인생의 총체적인 모습을 다각적으로 그려 가려는 장편이나 대하소설에 적합한 것이라 하겠다.
12. 문체(文體)와 어조(語調)
(1) 소설의 문체(文體․style)
① 문체의 개념 : 원래 라틴어 stilus에서 유래한 말로써 글씨를 쓰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다. 문체란 문장에 나타난 작자의 개성(style), 즉 문장의 개성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른 문장과의 단순한 차이점이나 특이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완성된 품격으로서의 개성적 특성을 의미한다.
(2) 소설의 어조(語調․tone)
① 어조의 개념 : 소설에서 언어의 기교적인 배열로 인해 전달되는 화자의 정서적 태도와 느낌, 문학 작품에서 언어에 의해 나타나는 분위기, 기분(mood)을 의미한다.
② 어조의 종류
㈀ 해학적 어조 : 익살․해학이 중심을 이루는 어조(김유정의 일련의 소설)
㈁ 냉소적 어조 : 차가운 냉소가 주조를 이루는 어조(손창섭의 소설)
㈂ 반어적 어조 : 진술의 표리를 가지거나 상황이 대조에 의한 어조(현진건의 소설)
㈃ 풍자적 어조 : 사물에 대한 풍자가 나타나는 어조(채만식의 소설)
(3) 소설의 기술(記述) 방식
① 말하기(telling) :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을 직접 설명하는 방법.『요약(summary)』,『파노라마(panorama)』라고도 한다. 등장 인물의 특색이나 특성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방법으로 등장 인물의 심리를 세밀히 분석하고, 등장 인물의 움직임을 독자에게 정확히 알릴 수 있다. 또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켜 사건 진행의 사건 진행의 속도를 긴장시키는 서술 방법이다.
② 보여 주기(showing) : 서술자가 일정한 장면(scene)을 제시하여 보여 주는 방법.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을 묘사하여 보여 주기 때문에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고, 사건을 현장감 있게 제시할 수 있다. 독자는 서술자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으며 바로 사건이나 등장 인물을 접할 수 있다. 작가는 인물의 성격이나 정황에 대하여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 버린다.
<예시 1>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에 어디까지나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어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가지고 일어나기는 세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응.”
하는, 말 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데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위의 인용은 현진건의『운수 좋은 날』에서 각각 뽑은 것이다. 앞엣 것이 요약적이고 뒤의 것이 장면적이다. 김첨지의 가난과 오랜 동안의 아내의 병고가 압축 요약되어 있다. 득히 단편에서 이러한 상황을 절제하여 드러내 보이는 일은 중요하다. 앞 인용은 열흘 동안의 상황이지만 뒤 인용은 불과 일이분 사이의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요약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면 장면은 구체적이고 한정적이며 개성적이며 특수성을 띤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특히 요약적 처리에서 독자는 화자를 의식할 수 있지만 장면적 처리에서는 화자의 존재를 잊은 채 작중의 현장 속에 함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약과 장면의 이러한 차이는 그러나 언제나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서술적 요약이 때로는 더욱 구체성을 띄는 경우도 있고 스토리 제시의 생동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양자가 미묘하게 결합된 형식으로 혼합되기도 한다. 요약과 장면은 그때 그때의 효과에 따라 대개는 번갈아가며 사용되지만 작중 인물의 행위 자체에 의미나 상징을 부여하고자 하는 경우는 철저하게 장면적 기법에 의존하기도 한다. 헤밍웨이의『살인자들』같은 작품은 요약이 완전 배제된 소설이다.
<예시 2>
철호는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곧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 버렸다.
“아니야. 가.”
“X경찰섭니다. 손님.”
조수애가 뒤로 몸을 틀어 돌리고 말했다.
“가자!”
철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하 참, 딱한 아저씨네.”
“.........”
“취했나?”
운전수가 힐끔 조수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수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이범선<오발탄>
“가자!”로 반복되는 ‘어머니’의 외침이 결정에 이르러 마침내 주인공 철호로 하여금 어머니의 ‘가자!’를 택시운전사에게 퍼붓게 함으로써 전이되어 ‘가자’의 의미가 ‘오발탄’의 의미와 결합, 작중인몰의 신의 상실,또는 세계상실과 방향상실의 전우의식으로 이어진다. 패턴과 키이 모우멘트는 상보적 관계에 있다. 아무리 패턴이 장 짜여진 작품이라도 키이 모우멘트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구조가 해이해 지거나 모호해 지며 효과는 산만해 지고 혼란에 빠진다.「운수 좋은 날」의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은 모든 이전의 사건에 초점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일괄된 곤전으로 해석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B사감과 러브레터」나 「오발탄」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 인간의 양면성 이나 절망감을 드러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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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의 순간이 키이 모우멘트로 처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