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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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紅焰) |
최서해 (崔曙海, 1901~1932)
본명 최학송. 그는 만주에서의 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쓴 신경향파의 대표작가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가난의 문제를 다룬 빈궁문학 작가이다. 그는 가난의 문제를 다루면서 가난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고 사회 구조(제도)의 모순에서 찾았다.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사회구조의 개혁을 주장한다(탈출기). 또 그런 모순에서 오는 가난에 저항하는 폭력적 행동조차도 긍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홍염).
ㅁ
작품해설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음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최서해는 만주 등지를 방랑하며 직업을 전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을 했다. 둘째, 소재를 궁핍한 것에서 찾았으며 구성은 지주 대 소작인, 또는 공장주 대 노동자의 대립으로 되어 있고, 결말이 살인, 방화로 끝나는 이른바 ‘신경향파’ 적인 요소가 전형적으로 나타나 있다. 셋째, 결말의 살인, 방화는 신경향파의 한계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살인, 방화는 자포자기의 상태에서의 충동적 행위이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일제의 경제 수탈로 궁핍을 면치 못하던 1920년대 서간도 빼허를 배경으로 그 곳에 사는 조선인들의 비참하고 억눌린 삶을 그리고 있다. 지주에게 딸을 앗기고 그 충격으로 아내마저 죽게되자, 방화와 살인으로 보복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극단적인 행동은 민족적 울분의 심도를 짐작하게 하는 한편으로 그 한의 극복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극적인 줄거리를 묘사보다 서술에 의존해 이끌어감으로써 ‘들려주는 이야기’의 효과만을 얻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신경향파적인 작품으로서 빈곤과 민족적 대립 문제가 중심 갈등 요인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의 결말이 살인으로 끝난다는 점에서는 김동인의 「감자」와 유사하고, 결말이 방화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현진건의 「불」과 유사하다.
구성 갈등 구조 : 이 작품의 갈등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지주인 인씨가 문서방의 딸 용례의 미로에 혹해 빚값으로 빼앗아 가는 데서 갈등이 시작된다. 이러한 갈등은 문서방의 아내가 죽음으로써 극에 달하고 이에 분개한 문서방이 인씨의 집에 방화를 하고 인씨를 죽임으로써 파국에 이른다. 이렇게 문서방의 행위는 극적인 결말이기는 하나, 자연발생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이러한 신경향파 작가로서 최서해의 한계는 이후 사회주의 문학 이론이 들어오면서 보다 구체적인 현실 대응 방안이 마련되었다.
(주제) 일제 식민지하 조선인의 비참한 삶과 저항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오빠, 편히 사시오.”
이렇게 두 번째 하직을 하는 순간까지도, 계연의 그 시뻘건 두 눈은 역시 성기의 얼굴에서 그 어떤 기적과도 같은 구원만을 기다리는 것이었고, 그러나 성기는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아 버릴 뻔하던 것을 겨우 버드나무 가지를 움켜잡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오빠, 편히 사시오.”
하고 거의 울음이 다 된 마지막 목소리를 남기고 돌아선, 계연의 저만치 가고 있는 항라 적삼을 고운 햇볕과 늘어진 버들가지와 산울림처럼 울려오는 뻐꾸기 울음 속에, 성기는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중 략>
그리고 나서 한 달포나 넘어 지난 뒤였다.
성기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산나물이 화갯골에서 연달아 자꾸 내려오는 이른 여름의 어느 장날 아침이었다. 두릅회에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고 난 성기는 옥화더러,
“어머니, 나 엿판 하나만 마춰 주.” / 하였다.
“……”
옥화는 갑자기 무엇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성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지도 다시 한 보름이나 지나, 뻐꾸기는 또다시 산울림처럼 건드러지게 울고, 늘어진 버들가지엔 햇빛이 젖어 흐르는 아침이었다. 새벽녘에 잠깐 가는 비가 지나가고, 날은 다시 유달리 맑게 개인 ‘화개장터’ 삼거리길 위에서, 성기는 그 어머니와 하직을 하고 있었다.
(나) “하하하․․․․․”
㉠시원스럽게 웃고 가슴을 만지면서 한 손으로 꽁무니나 찼던 도끼를 만져 보았다.
일 동리 사람들과 인가의 집 일꾼들은 불붙는 데 모여들었으나, 모두 어쩔 줄을 모르고 떠들고 덤비면서 달려가고 달려올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울타리는 물론 울타리 속에 엉큼히 서있던 큰 집 두 채도 반이나 타서 쓰러졌다.
㉡이런 불 속으로부터 여러 사람이 오고 가는 밭 가운데로 튀어나가는 두 그림자가 있었다. 하나는 커단 장정이요, 하나는 작은 여자이다. 뒷간 숲에서 이것을 본 문 서방은 그 두 그림자를 향하여 내리뛰었다. 그는 천방지방 내리뛰었다. 독살이 올라서 불빛에 번쩍이는 그 눈에는 이 두 그림자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으윽끅.”
㉢문 서방이 여러 사람을 헤치고 두 그림자 앞에 가섰을 때 앞에 섰던 장정의 그림자는 땅에 거꾸러졌다. 그 때는 벌써 문 서방의 손에 쥐었던 도끼가 장정 ‘인가’의 머리에 박혔다. 도끼를 놓은 문 서방의 품에는 어린 여자의 그림자가 안겼다. 용례가 …….
그 바람에 모여 섰던 사람들은 혹은 허둥지둥 뛰어버리고 혹은 뒤로 자빠져서 부르르 떨었다. 용례도 거꾸러지는 것을 안았다.
“용례아! 놀라지 마라! 나다! 아버지다! 용례야!”
㉣ 문 서방은 딸을 품에 안으니 이때까지 악만 찼던 가슴이 스르르 풀리면서 독살이 올랐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이렇게 슬픈 중에도 그의 마음은 기쁘고 시원하였다. 하늘과 땅을 주어도 그 기쁨을 바꿀 것 같지 않았다.
그 기쁨! 그 기쁨은 딸을 안은 기쁨만이 아니었다.
㉤적다고 믿었던 자기의 힘이 철통같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자기의 요구를 채울 때 사람은 무한한 기쁨과 충동을 받는다.
불길은 ── 그 붉은 불길은 의연히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처럼 하늘하늘 올랐다.
(가)와 (나)의 주인공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가장 바르게 된 것은?
① (가)의 주인공은 현실에 대하여 낙관적인 데 반하여, (나)의 주인공은 현실에 대하여 비관적이다.
② (가)의 주인공은 가치 지향적 성격의 소유자인 데 반하여, (나)의 주인공은 현실 지향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③ (가)의 주인공은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 반하여, (나)의 주인공은 운명에 저항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④ (가)의 주인공은 사건의 전개에 따라 변모하는 인물인 데 반하여, (나)의 주인공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이다.
⑤ (가)의 주인공은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반하여, (나)의 주인공은 현실에 초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 답 : ③ / (가)의 성
(나)에서 작가가 주로 표현하고자 한 갈등 양상은?
① 개인 내부의 갈등 ② 개인과 운명의 갈등
③ 개인과 개인의 갈등 ④ 개인과 사회의 갈등
⑤ 집단과 집단의 갈등
▷ 답 : ④ / (항하는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
(나)에 나오는 ‘불길’의 상징적 의미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인간의 본능적 광포성
② 암울한 식민지 현실의 참상
③ 모순된 현실에 대한 분노와 항거
④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패배감
⑤ 삶에 대한 회의와 실존적 허무감
▷ 답 : ③ / ‘불길’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강렬한 저항과 분노의 상징이
밑줄친 ㉠~㉤ 중, 현실에 대응하는 서민 의식의 자각을 가장 뚜렷하게 엿볼 수 있는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답 : ⑤ /
있다.
최서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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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脫出記 |
줄 거 리
“김군 ! 내가 고향을 떠난 것은 오 년 전이다. 이것은 군도 아는 사실이다.”
오 년 전, 무지한 농민을 일깨워 이상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지닌 나는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간도로 갔으나 땅은 고사하고 굶기를 밥먹듯 했다. 꿈은 아랑곳없이 나는 중국인에게도 땅을 얻어 농사짓기가 어려워 날품팔이로 전전한다.
나와 나의 가족은 항상 굶주리고 실의 속에 살아간다. 어느 날, 내가 일거리를 얻지 못하고 탈진하여 집에 들어가서 보니 임신한 아내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나는 잠깐 아내를 의심하고 원망하였다. 그래서 아내가 먹다가 던진 것을 찾으려고 아궁이를 뒤졌다. 재를 막대기로 저어 내니 벌건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거리에서 주운 귤 껍질이었다. 아내는 너무도 먹고 싶은 나머지 귤 껍질을 주워 먹은 것이다. 내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비통하여 나는 더욱 열심히 살려고 생선 장수도 하고 두부 장수도 한다. 온갖 궂은 일을 다 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세상이나 어머니나 아내에 대해 충실하게 살려고 했지만 세상이 우리를 멸시. 학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어떤 집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우리는 우리의 생의 만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찌하여 겨우 연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죽지 못하는 삶이 될 것이다.( ..... ) 김군, 이것이 나의 탈가 이유를 대략 적은 것이다. 나는 나의 목적을 이루기 전에는 내 식구에게 편지도 않으려고 한다. 그네가 죽어도 내가 죽어도 ..... 나는 이러다가 성공 없이 죽는다 하더라도 원한이 없겠다. 이 시대. 이 민중의 의무를 이행한 까닭이다. 아아 김군아! 말은 다하였으나 정은 그저 가슴에 넘치누나.
작품해설
이 작품은 최서해의 자전적인 소설이며 서간체 소설이다. 자신의 만주로의 탈출을 변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묘사한 ‘빈궁문학(貧窮文學)’의 대표적 작품이다. 다른 사실주의 작품들이 단순히 빈궁한 삶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반해, 그러한 빈궁에 항거하는 반항적 주제를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특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주인공이 자신의 빈궁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이른바 신경향파 문학의 특징이 잘 나타나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자연발생기 프로 문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주제) 가난한 삶의 고발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이기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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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故鄕) |
이기영 (1895~1984)
해방 후 월북하기 전까지 식민지 최고의 작가의 한사람으로 월북한 이후에도 북에서 그 명성을 유지, 단편 「오빠의 비밀편지(1924)」가 개벽지 현상 모집에 당선되어 등단한 그는 KAPF에 참가한 뒤로 뛰어난 장․단편 소설을 많이 남겼다. 특히 장편 「고향(1934)」은 농촌의 현실을 폭넓게 그려냄으로써 근대 문학사에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46년 월북하여 84년 사망할 때까지 「땅」, 「두만강」 등 많은 장편 소설을 씀
줄 거 리
1920년대 말 원터 마을, 동경 유학생이던 김희준이 학자금난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소작인으로 농사를 짓는 한편, 농민 봉사, 계몽 활동을 통하여 농민 지도자로서 위치를 굳힌다. 그를 중심으로 한 소작인들은 동네 마름인 안승학과 대결해 나간다.
마름 안승학은 그의 본부인을 서울로 보내 자식들을 교육시키도록 하고, 자신은 첩 숙자와 함께 산다. 안승학과 숙자는 딸 갑숙이를 이씨 문중으로 시집보내려 하다가, 갑숙과 경호와의 관계를 알고 앓아 눕는다. 왜냐 하면, 경호는 읍내의 상인인 권상필의 아들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구장집 머슴 곽 첨지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갑숙이는 가출하여 공장의 직공으로 취직한다. 그녀는 옥희라는 가명을 쓴다.
풍년이 들었으나 소작료와 빚진 것을 제하면 농민에게 돌아오는 것이 거의 없다. 갑숙이와 친했던 경호는 집을 나와 생부를 찾고 역시 공장에 취직한다.
수재가 나서 집이 무너지고 농사를 망친다 희준이를 중심으로 소작인들은 마름 안승학에게 소작료를 감면해 줄 것을 요구하나, 안승학은 이를 거절한다. 이때 공장에서도 갑숙(옥희)을 지도자로 한 노동 쟁의가 벌어지며, 희준은 이를 돕는다. 갑숙이는 소작인을 괴롭히는 아버지에 반대하여 희준과 힘을 합친다. 희준이를 비롯한 농민들은 끝내 안승학의 양보를 얻어낸다. 그리고 희준과 갑숙이는 이성간의 애정을 초월하여 동지로서의 사랑을 확인한다.
작품해설
무더위 속에서 농사일로 비오듯 땀 홀리는 ‘인동이’ 모자(母子)의 모습과, 시원한 마루의 등의자에서 한가하게 부채질하는 마름 ‘안승학’의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두 모습은 식민지 통치로 더욱 가난해진 농민 계층과 경제적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계층을 대표하고 있으며, 이들의 갈등과 해소가 이 소설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일본 유학생 김희준이 등장하여 가난한 농민의 구심점이 된다. 지식인 유학생은 농민 소설이라면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영웅적, 이상적 존재이지만, 김희준은 실패한 유학생으로 초라하게 등장하여 점차 자기 희생적 지도자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두레를 결성하여 농민 의식을 변화시키며, 마름의 횡포에 맞서서 농민의 힘을 결집시켜 마침내 뜻을 이루고 만다.
가난의 문제, 계층 갈등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제시해서는 프로 문학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반성에서 1930년대 초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사실적 묘사와 생활 감각을 중시하게 되었으며, 이 작품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으로 쓰여진 최고의 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브나로드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나왔지만, 브나로드 주창자들과는 달리 문화 운동으로서의 농민 계몽이 아니라 경제 투쟁으로서의 농민 운동을 강조한다. 이른바 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깔고 노동 쟁의 양상, 소작 쟁의 양상, 그리고 양자의 결합 양상,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모든 문제는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의 투쟁에 의해서만 해결되고 있다. 이와 같이, 카프에서 요구하는 도식에 맞추기 위하여 많은 작위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희준과 갑숙의 만남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둘만의 개인적 애정보다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적 동지애가 중요하다는 관념적 원칙을 내세워 역시 프로 문학다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악덕 마름의 딸 ‘갑숙’의 공장 노동자로의 변모, 그리고 소작인들의 집단 쟁의가 벌어졌을 때의 그녀의 행동 등은 너무 이상화되어 있다.
(주제)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농민들의 의식의 성장
계용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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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아다다 |
작품해설
흔히 계용묵을 ‘인생파 작가’라고 하는데 그의 문학은 물질적 소유욕이나 이념 때문에 상실해 버린, 또는 상실해 가고 있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다. ‘백치 아다다’에서도 물질적 소유를 지향하고 있는 수롱이의 삶과 진실한 행복을 희구하는 아다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참다운 가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제) 물질 만능 주의가 가져온 비극
(물질적 욕구를 초월한 순수한 사랑의 추구)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수롱이조차도 배에는 마음이 없었다. 섬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땅을 파서 먹는 것이 ⓐ조마구 빨 때부터 길러온 습관이요, 손익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그 노릇만이 그리웠다.
그리하여 있는 돈으로 어떻게 밭날갈이나 사서 조 같은 것이나 심어 가지고 겨울의 ⓑ불목이와 양식을 대게 하고 짬짬이 조개나 굴, 낙지, 이런 것들을 캐어서 그날그날을 살아갔으면 그것이 더할 수 없는 행복일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삼십 반생에 자기의 소유라고는 손바닥만한 것조차 없어, 어떻게도 몽매에 그리던 땅이었는지 모른다. ㉠완전한 아내를 사지 아니하고 아다다를 꾀어 온 것도 이 소유욕에서였다. 아내가 얻어진 이제 비록 많지는 않은 땅이나마 가져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였거니와, 또 한 그만한 소유를 가지는 것이 자기에게 향한 아다다의 마음을 더욱 굳게 하는 데도 보다 더한 수단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본시 뱃노름판인 섬인데, 작년에 놀구지가 잘되었다 하여 금년에 와서 더욱 시세를 잃은 땅은 비록 때가 ⓒ기경시라 하더라도 용이히 살 수까지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그렇게 하리라 일단 마음을 정하니 자기도 땅을 마침내 가져 보누나 하는 생각에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며 아다다에게 이 계획을 말하였다. <중략>
짧은 봄밤은 어느덧 새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처량히 들려 온다. ㉡밤이 벌써 새누나 하니 아다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하게 탔다. 이 밤으로 그 돈에 대한 처리를 못하는 한 내일은 기어이 ⓓ거간이 흥정을 하여 가지고 올 것이다. 그러면 그 밭에서 나는 곡식은 해마다 돈을 불려 줄 것이다. 그 때면 남편은 늘어가는 돈에 따라 차차 눈은 어둡게 되어 점점 정은 멀어만 가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더 생각하기조차 무서웠다.
닭의 울음 소리에 따라 날은 자꾸만 밝아 온다. ㉢바라보니 어느덧 창은 히끄스럼하게 비친다. 아다다는 더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옆에 누운 남편을 지그시 팔로 밀어 보았다. 그러나 움쩍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못 믿어지는 무엇이 있는 듯이 남편의 코에다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고 숨소리를 엿들었다. ㉣씨근씨근 아직도 잠은 분명히 깨지 않고 있다. 아다다는 슬그머니 이불 속을 새어 나왔다. 그리고 실겅 위의 석유통을 휩쓸어 그 속에다 손을 넣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전 뭉치를 더듬어서 손에 쥐고는 조심조심 발자국 소리를 죽여가며 살그머니 문을 열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일찍이 아침을 지어 먹고 나무새기를 뽑으러 간다고 바구니를 끼고 바닷가로 나섰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깊은 물 속에다 그 돈을 던져 버리자는 것이다.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며 잔뜩 밀린 조수는 거품을 부걱부걱 토하며 바람결조차 철썩철썩 해안을 부딪친다.
아다다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리춤 속에서 지전 뭉치를 쥐어 들었다. 그리고는 몇 겹이나 쌌는지 알 수 없는 헝겊 조각을 둘둘 풀었다. 헤집으니 일 원짜리, 오 원짜리, 십 원짜리 무수한 ⓔ관 쓴 영감들이 나를 박대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모두들 마주 바라본다. 그러나 아다다는 너 같은 것을 버리는 데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넘노는 물결 위에다 휙 내어 뿌렸다.
아다다가 바다에 돈을 버린 동기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돈의 가치를 모른다.
② 돈 때문에 수롱에게 시집을 왔다.
③ 돈으로 인해 자신이 벙어리가 되었다.
④ 돈으로 인해 사랑을 잃은 경험이 있다.
⑤ 돈으로 밭을 사면 더욱 더 힘들 일을 해야 한다.
▷ ④ / 다섯째 단락의 “남편은~정은 점점 멀어만 가게 될 것이다.”
윗글에서 시간의 흐름이 가지는 소설적 의미는?
① 사건의 전개 ② 국면의 전환 ③ 성격의 변화
④ 위기감의 고조 ⑤ 주제의 암시
▷ ④ / 시간의 흐름에 따
㉠~㉤ 중, 작품 구조상 무의미한 진술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⑤ /
ⓐ~ⓔ 의 뜻을 잘못 파악한 것은?
① ⓐ : 주먹 ② ⓑ : 땔감
③ ⓒ : 보릿고개 ④ ⓓ : 매매 중개인
⑤ ⓔ : 지전
▷ ③
윗글을 읽고 난 뒤의 감상으로 적절치 못한 것은?
① 방언의 대담한 구사가 좋다.
② 사건 진행의 단서가 노출되어 흥미를 반감시킨다.
③ 예술적 감동보다는 교훈 전달에 주력한 느낌이 있다.
④ 황금 만능주의 세상에서 원초적인 인간의 패배를 그렸다.
⑤ 서술자의 지나친 개입으로 극적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였다.
김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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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촌(寺下村) |
요산 김정한 (1908~1997)
호는 요산(樂山). 경남 동래 출생. 동래고보 졸업 후 동경 제일외국어학원에서 1년간 공부, 학교 교사로 재직 중 일제에 항거하다가 구금됨. 그 후 일본에 건너가 와세다 대학 문과 중퇴.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하촌」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45년 해방 이후 <민주신보> 논설위원. 부산대 교수 등 역임. 1940년 일제의 발악이 극에 달할 무렵 한 동안 붓을 꺽고 있다가 1966년 「모래톱 이야기」로 문단에 복귀. 1969년 중편 「수라도」로 제 6회 한국문학상 수상.
대표작으로는 「옥심이」(1936), 「항진기」(1937), 「제3병동」(1969), 「뒷기미 나루」(1969) 등이 있고, 김정한 소설집(1974) 등의 작품집이 있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일제하 대표적인 농민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거기에 놀아난 우리 불교의 한 단면이 나타나 있다. ‘보광사’의 논을 소작하는 성동리 주민들의 수난사를 통해 일제하에서의 모순된 농촌 살이를 폭로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의를 알려준다. 특히 이 작품이 일제가 우리 나라의 토착 종교인 불교와 영합하여 식민지 정책을 원활히 하려 했던 음모와 그에 편승한 일부 종교의 반민족적 행위까지 암시하고 있음은, 작가가 이 작품을 발표한 후 승려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1940년 일제의 언어탄압이 가중되었을 때 절필을 해 버렸던 전기적 사실에 힘입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농민들은 앉아서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농민들의 소작쟁의 행렬을 그리고 있다. 흔히 보는 계몽주의 농촌소설과 달리, 농민 스스로의 현실적 자각에 초점을 맞춘 농민문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작품의 모습은 당시 카프(KAPF)가 해체되고 지주 - 소작인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 사라지던 때에 나온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주제) 일제하의 피폐된 농촌 현실의 고발.
부조리한 농촌 현실과 농민들의 극복 의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타작 마당 돌가루 바닥같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뜰 한가운데, 어디서 기어들었는지 난데없는 ㉮지렁이가 한 마리 만신에 흙고물 칠을 해 가지고 바동바동 굴고 있다. 새까만 ㉯개미떼가 물어 뗄 때마다 지렁이는 한층 더 모질게 발버둥을 한다. 또 어디선지 죽다 남은 듯한 ㉰쥐 한 마리가 튀어 나오더니 종종걸음으로 마당 복판을 질러서 돌담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군데군데 ㉱좀구멍이 나서 썩어가는 기둥이 비뚤어지고, 중풍든 사람의 입처럼 문조차 돌아가서 ― 북쪽으로 사정없이 넘어가는 오막살이 앞에는, 다행히 키는 낮아도 해묵은 감나무가 한 주 서 있다. 그러나 모를 낸 후 비 같은 비 한방울 구경 못 한 무서운 가뭄에 시달려 그렇지 않아도 쪼그라졌던 고목 잎이 볼 모양 없이 배배 틀려서 잘못하면 돌배나무로 알려질 판이다. 그래도 그것이 구십 도가 넘게 쪄 내리는 팔월의 태양을 가리워, 누더기 같으나마 밑둥치에는 제법 넓은 그늘을 지웠다. 그걸 다행으로 깔아둔 낡은 삿자리 위에는 발가벗은 어린애가 파리똥 앉은 얼굴에 땟물을 조르르 흘리며 울어댄다. 언제부터 울었는지 벌써 기진 맥진해서 울음소리조차 잘 아니 나왔다. 그 곁에 퍼뜨리고 앉은 치삼 노인은 신경통으로 퉁퉁 부어오른 두 정강이 사이에 깨어진 뚝배기를 끼우고 중얼거려댄다.
“요게 왜 이렇게 안 죽을까? 요리조리 매끈거리기만 하고……예끼!” / 그는 식칼 자루로 뚝배기 밑바닥을 탁 내려 찧었다. 뻑! 하고 ㉲미꾸라지는 또 가장자리로 튀어 내뺀다. 신경통에 찧어 바르면 좋다고 해서, 딸애 덕아가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잡아온 미꾸라지다.
㈏ 노인은 물 부른 콩껍질같이 쪼그라진 눈에 고인 눈물을 뼉다귀 손으로 썩 씻었다. 곁에 누운 손잣놈은 땀국에 쪽 젖어 있다. 노인은 손잣놈의 입이며 콧구멍에 벌떼처럼 모여드는 파리떼를 쫓아 버리면서, 말라붙은 고추를 어루만진다. ‘응, 그래, 울지 마라. 자장 우리 애기…… 네 에미는 왜 여태 오잖을까? ㉠입 안이 이렇게 바싹 말랐고나. 그놈의 집에서는 무슨 일을 끼니 때도 모르고 시킬꼬, 온! 에헴, 에헴…….’
노인은 억지힘을 내 가지고, 어린걸 움켜 안고는 게다리처럼 엉거주춤 뻗디디고 일어섰다. 그럴 때, 마침 아들이 볕살에 얼굴을 벌겋게 구워가지고 들어왔다. 들어서면서부터 퉁명스럽게, / “다들 어디 갔어요.” / “일 나갔지.”
“무슨 일요?” / “진수네 무명밭 매러 간다고 했지, 아마.”
들깨는 잠자코 웃통을 훨쩍 벗어서 감나무 가지에 걸쳐 놓고는 늙은 아버지로부터 어린것을 받아 안았다. 침삼 노인은 뽕나뭇잎이 반이나 넘게 섞인 담배를 장죽에 한 대 피워 물면서 아들을 위로하듯이 ― 그러나 대답은 두려워하며 물었다.
“논은 어떻게 돼가니 ?” / “어떻게라니요, 인젠 다 틀렸어요. 풀래야 풀 물도 없고, 병아리 오줌만한 봇물도 중들이 죄다 가로막아 놓고, 제에기…….”
“꼭 기사년 모양 나겠군 그래.”
“기사년은 그래도 냇물은 조금 안 있었나요.”
윗글의 배경과 등장 인물의 모습에서 엿볼 수 없는 것은?
① 일제에 착취당한 소작인의 비애
② 생존을 위협 당하는 절박한 삶
③ 가난한 농민의 전망 없는 생활
④ 찌들고 궁핍한 현실에서의 갈등
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농민의 마음
▷ ① / 생명력을 상실한 자연적 환경으로 인해 고통받는 등장 인물을 통해, 생
윗글의 문체상 특징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간결체로 분위기가 어둡다.
② 정확한 어법으로 표준어를 사용했다.
③ 심리 묘사에 치중하여 객관적 통찰력을 보여 주었다.
④ 표현과 내용의 전개가 사실적이고 진지하다.
⑤ 개성적 표현으로 반어적 수법을 사용했다.
반어적
㉮~㉲ 중, 상징하는 바가 유사한 것끼리 묶인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농민들의 삶과 관계 있는 것으로, ㉠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소재는?
① 뜰 ② 오막살이 ③ 타작 마당
④ 감나무 ⑤ 논
▷ ⑤ / 말라버린 논을 연상하게 한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타작 마당 돌가루 바닥같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뜰 한가운데 어디서 기어들었는지 난데없는 지렁이 한 마리가 만신에 흙고물칠을 해 가지고 바동바동 굴고 있다. ⓐ새까만 개미떼가 물어뗄 때마다 지렁이는 모질게 발버둥질을 한다. 또 어디선지 ⓑ죽다 남은 듯한 쥐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종종걸음으로 마당 복판을 질러서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군데군데 좀 구멍이 나서 썩어 가는 기둥이 비뚤어지고 중풍 든 사람의 입처럼 문조차 돌아가서--- 북쪽으로
사정없이 |
넘어가는 오막살이 앞에는, 다행이 키는 낮아도 해묵은 감나무가 한 주 서 있다. ……〈중략〉…… 그래도 그 것이 구십도가 넘게 쪄내리는 팔월의 태양을 가리워 ⓒ누더기 같으나마 밑둥치에는 제법 넓은 그늘을 지웠다. 그걸 다행으로 깔아둔 낡은 삿자리 위에는 ⓓ발가벗은 어린애가 파리똥 앉은 얼굴에 땟물을 조르르 흘리며 울어댄다. 언제부터 울었는지 벌써 기진맥진해서 울음 소리조차 잘 안 나왔다. 그 곁에 퍼뜨리고 앉아서 치삼 노인은 신경통으로 퉁퉁 부어오른 두 정강이 사이에 깨어진 뚝배기를 끼우고 중얼거린다.
“요게 왜 이렇게 안 죽을까? 요리조리 미끈거리기만 하고……예끼!”
그만 식칼 자루로 뚝배기 밑바닥을 탁 내려찧었다.
……〈중략〉……
“요 망할 놈의 짐승!”
치삼 노인은 다시 식칼로 겨누었으나, 갑작스레 새우처럼 몸을 꼽치고는 기침만 연거푸 콩콩 한다. 그럴 때마다 부어오른 다리의 관절이 쥐어뜯는 듯이 아프며 명줄이 한치씩이나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예 그의 허연 수염 사이에서 커다란 핏덩어리가 하나 툭 튀어나왔다.
“에구 가슴이야……. 귀신도 왜 이다지 잡아가지 않을꼬?”
……〈중략〉……
“응, 그래 그래 울지 마라, 자장자장 우리 애기……. 네 에미는 왜 여태 오잖을까? 입안이 이렇게 아주 바싹 말랐고나. 그놈의 집에서는 무슨 일을 끼니때도 모르고 시킬꼬 온! 에헴 에헴…….”
노인은 억지 힘을 내 가지고 어린 걸 움켜 안고는 게다리처럼 엉거주춤 뻗디디고 일어섰다. 그럴 때, 마침 아들이 볕살에 얼굴이 벌겋게 구워 가지고 들어왔다. 들어서면서 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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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딜 갔어요?”
“일 나갔지.”
“무슨 일요?”
“진주네 무명 밭 매러 간다고 했지, 아마.”
들깨는 잠자코 웃통을 훨쩍 벗어서 감나무 가지에 걸쳐 놓고는 늙은 아버지로부터 어린것을 받아 안았다. 치삼 노인은 뽕나무잎이 반이나 넘게 섞인 담배를 장죽에 한 대 피워 물면서 아들을 위로하듯이―그러나 ㉡두려워하며 물었다.
“논은 어떻게 돼 가니?”
“어떻게라니요, 이젠 다 틀렸어요. 풀래야 풀 물도 없고, 병아리 오줌만한 봇물도 중들이 죄다 가로막아 넣고, 제에기…….”
“꼭 기사년 모양 나겠군 그래.”
“기사년에는 그래도 냇물은 조금 안 있었나요?”
“그랬지. 지금은 그놈의 수돗바람에…….”
“그것도 원래 약속을 할 때는 농사철에는 냇물은 아니 막아 가기로 했다는데, 제에기, 면장 녀석은 색주가 갈보 놀릴 줄이나 알았지, 어디 백성 죽는 건 알아야죠.”
들깨는 열을 바짝 더 냈다.
“할 수 없이 이 곳엔 인제 사람 못 살거야.”
“참 아니꼽지요. 더군다나 전과 달라 중놈들까지 덤비는 꼴 보면…….”
아들의
불퉁스러운 |
어조에는 거칠대로 거칠어진 농민의 성미가 뚜렷이 엿보였다.
치삼 노인은 중놈이란 말에 바람에 가슴이 선뜩하였다.―그것은 자기들이 부치고 있는 절논 중에서 제일 물길 좋은 두 마지기가, 자기가 젊었을 때 자손 대대로 복 많이 받고 또 극락 가리라는 중의 꾐에 속아서 그만 불전에, 아니 보광사에 시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자기 논을 괜히 중에게 주어 놓고 끙끙 소작을 하게 되고 보니, 싱겁기도 짝이 없거니와 딱한 살림에 아들 보기에 여간 미안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 시에 나타난 화자의 현실에 대한 태도가 윗글의 작중 인물 ‘들깨’와 유사한 것은?
① 껍데기는 가라. /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②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③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④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람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작중 인물 들깨는 현실에 대해 반항적이며,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
|
에 들어갈 말로 적절치 못한 것은?
① 다짜고짜 ② 퉁명스럽게
③ 지친 듯이 ④ 화가 난 듯이
⑤ 찌푸린 얼굴로
▷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에는 정이 깃들어 있지 않으며, 들깨의 어투는
㉡의 이유로 알맞은 것은?
① 아들의 거친 성미가 드러날까 봐
② 보광사에 논을 바친 일을 들먹일까 봐
③ 가뭄으로 인한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
④ 면장에 대한 비판으로 화가 미칠까 봐
⑤ 스님에 대한 좋지 못한 언사가 튀어나올까 봐
▷ “딱한 살림에 아들 보기가 여간 미안스러운 일이 아니었다.”의
다음은 이 소설의 결말이다. ⓐ~ⓔ 중, 이를 암시하는 것은?
아낙네들은 전장에나 보내는 듯이 돌담 너머로 고개를 내가지고 남정들을 보냈다. 만약 보광사에서 들어주지 않는다면…… 하고 뒷일을 염려했다. 그러나 또쭐이, 들깨, 철한이, 봉구―이들 장정을 선두로 빈 짚단을 든 무리들은 어느새 벌써 동네 뒤 산길을 더위잡았다. 철없는 아이들도 행렬의 꽁무니에 붙어서 절 태우러 간다고 부산히 떠들어댔다.
① ⓐ ② ⓑ ③ ⓒ ④ ⓓ ⑤ ⓔ
▷ 지렁이의 발버둥은 저항 행위다. <정답 ①>
사정없이 |
와
불퉁스러운 |
을 각각 다른 말로 바꿀 때 적절한 것은?
① 볼품 없이, 상스러운 ② 몰인정하게, 불경스러운
③ 마구잡이, 심통사나운 ④ 심하게, 퉁명스러운
⑤ 막무가내로, 불만스러운
▷ 사정없이 : 무지막지하게 마구 <정답 ④>
김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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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도(修羅道) |
작품해설
이 작품은 1969년에 발표하여 한국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생애의 폭이 넓고 깊었던’ 가야부인의 괴로운 과거와 의젓한 처신을 중심에 놓고 시댁인 허진사댁의 가족들이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겪는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또한 중편인 이 작품은 한국 종교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 작품으로 4대에 걸친 가족의 수난사(受難史)에서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죽음을 당하는 이와모도 구장의 묘사에서 외세에 기생한 친일세력들의 말로는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작가적 양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도경 형사였던 이와모도의 장남의 출세에서 비특러리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 못한 현대사의 파행을 묘사하고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가족의 수난과 이에 대응하는 가야 부인과 오봉 선생의 인고, 지절, 초월(超越)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주 제) 선비의 애국 지절 정신과 현모 양처의 인고의 미덕, 혹은 초월 의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고조할배는 머한다고 간도란 데로 갔었덩강요?”
“그건 니가 좀더 크야 안다.”
해 놓고서도, 이내 덧붙였다.
“왜놈들이 우리 나라를 뺏고서 미안새김 겸 입이라도 틀어막아 보겠다고 베실아치나 이름 있는 양반들에게 합방 은사금이란 걸 내주었는데 그 고조할배는 그 돈을 더럽다고 그 자리에서 되돌려 주었더란다. 그러니 그 놈들이 좋다 캤겠나. 그 길로 밋비이다가 할 수 없이 그만 조선 땅을 떠나싰다고 안하나!”
아직 철이 안 든 분이는 간도란 데가 어딘지, 또 무슨 뜻인지는 자세히는 몰랐었지만, 아무튼 고조 할아버지는 조금 무서운 어른이었나 보다 생각하였다.
ⓐ시아버지 오봉 선생은 그러한 아버질글 찾기 위해 몇 번이나 만주 땅을 헤매었다지만 찾은 뒤에도 결국 모셔 오지는 못하고 돈만 작살을 내었다고 한다. 요컨대 이것이 일본의 식민지가 됨으로 해서 허진사 집이 겪은 첫째 번 수난이었다.
(나)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할머니의 시아버지-그러니까 분이의 증조 할아버지 오봉 선생도 고조 할아버지 못지않게 무서운 어른이라고 느껴졌다. 아닌게 아니라 분이의 아득한 어릴 적 기억 속에도 증조 할아버지의
파르스름한 |
눈빛이 유달리 얼어 붙어 있었다. 그러한 오봉 선생이 되고 보니, 왜놈들이나 그들의 앞잡이들의 비위에 맞을 리 없었다. 게다가 소위 합방 이후 낙동강 연안 일대의 그 질펀한 갈밭들이 모조리 동척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이내 그들의 논밭이 되어 가는 꼴을 보고는, 당신은 당신대로 더욱 참을 수가 없는 듯이, 툭하면 구두덜거리며 어디론지 핑 떠나기가 일쑤였다. 그러자니 사실 살림이라고는 깍듯이 돌아볼 경황도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집안 식구들도 자연 그렇게 된 어른에게 기댈 도리가 없어지고 도리어 세상을 등진 듯 새침하게 세월을 보내는 그의 비위나 거스릴까 조마조마할 따름이었다.
(다) 그러나 그렇다고 며느리 가얏댁은 일을 덜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웬만한 가문의 부녀자들은 비록 굶는 한이 있더라도 손끝 하나 꼼짝하지 않은 것을 무슨 자랑처럼 여기었지마는, 그녀는 타고난 천성이 그러질 못했다. ⓑ집안 형편을 따라서 진일 마른일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해내었다. 일을 하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긴다거나 꺼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찍 배우지 못한 일이라도 이내 손에 익숙해졌다. 머슴이나 부엌 식구들이 도리어 송구스럽게 여길 정도로 부지런했다. 벌써 그녀는 한다한 양반의 집 맏며느리가 아니라 흔해 빠진 농사꾼의 마누라처럼 되어갔다.
(라) 가야 부인이 시집 온 지 만 구 년째 되는 해였다. ⓒ만주땅에 가 계신다던 시할아버지가 거기서 무슨 강습소를 꾸몄다든가 독립 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소문이 들리더니, 결국 일 년 전에 서간도에서 유골이 되어 돌아오고, 시아버지 오봉 선생이 그유골을 안고 온 다음 해에는 삼일 만세 사건이 일어났다. 이 만세 사건에 오봉 선생은 둘째 아들-그러니까 가야 부인에게는 바로 손아래 시숙인 밀양 양반을 잃었다. 왜놈들의 총질에 생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이태를 연거푸 이런 참변을 당하고 나자 허진사 댁은 문자 그대로 쑥밭같이 되었다. 온 가족이 죽은 상이 되었다기보다, 분노를 머금은 슬픔이 얼굴마다 사무쳤던 것이다.
(마) 가야 부인은 그 때 일을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목맺히는 소리로 눈물까지 글썽거리었다. 분이도 나이 들어서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를 따라 눈물을 지우곤 하였던 것이다. 그러고부터 ㉡시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하다가 결국 종신속병을 얻게 되고, 시아버지 오봉 선생은 돌부처처럼 입을 다물었다. ㉢가야 부인은 서른도 채 못되는 나이에 그러한 시부모를 모시고 연방 기울어져 가는 집안을 거의 혼자서 다스려 나가야만 했던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가세에 권속만 웅성거릴 필요가 없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삼월이는 곧 짝을 지어 내보내고 구월이는-육순이 넘도록 부려 온 종이라 아쉰대로 평생 입을 옷가지까지 지어서 제 아들들에게로 돌려보냈다. 많찮은 농사에 머슴도 여럿을 둘 필요가 없었다. 가야 부인은 직접 안 내던 모도 내고 길쌈도 하였다. 길삼은 집안 식구들의 입성을 마련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써 아이들의 학비에까지 보태었다. 이렇게, 손아 날 살려라 하고 *애면글면 *엉세판을 허둥거리는 동안에 다시금 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녀는 ‘가얏댁’에서 ‘가야 부인’으로 칭호가 바뀌고, 어느덧 육 남매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자부도 몇이나 거느린 버젓한 ㉤시어머니가 되었다. 손자녀도 분이를 비롯해서 여럿이 났다.
(바) 오봉 선생은 외로웠다. 가다가 무엇이 마뜩찮거나 몹시 울적해 보이는 날은 곧잘 아버지와 아들의 무덤이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그 밖에도 대개 문을 굳게 닫고 사랑방에 접치고 있었다. 그리고는 때묻은 고서들을 뒤적거리거나 혼자서 골패를 달그락거리는 것이 거의 일과처럼 되어 있었다. 원래 말이 적은 데다 웃어 본 적이 별로 없는 그는 더욱 말이 없었고 웃음이란 건 아주 잊어 버린 듯했다. 아직 철부지인 분이는, 찬 기운이 사무친 듯한 파 르스름한 눈을 하고 집안 식구들에게까지 말을 잘 안 하던 그를, 증조 할아버지라기 보다 냉담한 사랑 손님처럼 두렵고 서먹하게 여기었다. ⓔ그래서 그 사랑 앞에 모란이니 영산흥이니 하는 꽃들이 아무리 탐스럽게 피어 있어도 그가 방에 있을 때는 좀처럼 가까이 가지지 않았다.
* 애면글면 : 힘겹게 무엇을 이루려고 온갖 애를 다 쓰는 모양
* 엉세판 : 가난하고 궁한 판
윗글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그려 내고 있는 것은?
① 사회적 배경 ② 작품의 분위기
③ 인물 간의 갈등 ④ 인물의 심리 변화
⑤ 인물을 둘러싼 사건
▷ ⑤ / 사대(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야 부인의 인물 유형으로 알맞은 것은?
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적극적인 인물
② 불합리한 현실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직한 인물
③ 현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약삭빠른 인물
④ 인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적인 인물
⑤ 주어진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억척스런 인물
▷ ⑤ / 양반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당시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준다.
현실에 대한 ‘오봉 선생’의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실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려 한다.
②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③ 세상에 대한 울분을 속으로 삭이고 있다.
④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다.
⑤ 구조적 모순을 지닌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 ③다. 그는 ‘문을 굳게 닫고 사랑방에 접치고’, ‘세상을 등진 듯사무친 듯한 파르스름한 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세상에 대한 울분을 속으로 삭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밑줄 친 말 중, ㈏의 과
파르스름한 |
과 문맥적 의미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 그 마음 흘러라.
② 파르라니 깎은 머리 /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③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 시아버님같이 어려우랴 / 나뭇잎이 푸르대야 /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④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③ / ㈏의 (파르스름한) 은 단순히 색깔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 중, 지시 대상이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 ② / 다른 것들
ⓐ~ⓔ 중,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 ⑤ / ⓐ~ⓓ는 모두 가야 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
김정한 |
|
모래톱이야기 |
줄 거 리
나는 교원 노릇을 하며 만난 건우와 그의 젊은 홀어머니,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과 그들이 살아온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에 대한 그 기막힌 사연을 묻어둘 수가 없어서 20 년 동안 절필했다가 붓을 들었다.
내가 담임했던 건우가 비가 억수로 온 날 지각 한 것을 계기로 나룻배 통학생임을 알게 된다.
작문 시간에 건우가 쓴 ‘섬 얘기’ 저주가 깔린 글을 보고, 건우의 집을 방문한 나는 건우 아버지는 고기잡이 가서 죽고 부조리한 형실에 저항하는 할아버지와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한 어머니와 있음을 알고 군시절 만났던 윤춘삼을 만나서 섬사람들도 모르게 섬의 주인이 일제에서 국회의원 유력인사의 소유로 변한 사실과 문둥이를 싣고 와서 섬사람들을 몰아내려한 사실 등을 듣고 노인으로부터 이 섬에 대한 글을 한 번 써 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수박 드시러 오라는 건우의 청을 듣고 가려던 날 폭풍우가 몰아쳐서 조마이섬은 홍수로 자며감 강 가운데로 더내려가는 수박덩이를 보고 불길한 느낌이 들던 중에, 시에서 눈가림으로 해놓은 둑을 섬사람들이 파헤쳐 물길을 터놓은 것을 듣게 되었다.
윤춘삼으로부터 둑을 터놓자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청년을 갈밭새 영감이 물속에 태질을 하고 섬이 구해지자 갈밭새 영감은 경찰에 연행에 서슴치 않고 응했다는 이야기를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했고 나는 보상받지도 못한 채 죽음을 무릅써야하는 섬사람들의 기구한 운명을 느낀다.
폭풍우가 끝나고 60이 넘은 갈밭새 영감은 기약없는 옥살이를 하고 있고 새 학기가 되어도 건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 조마이 섬은 군대가 정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소외 계층이 겪어야 하는 삶의 애절함과 그 비극을 그린 소설이다. 즉, 한국전쟁으로 전사한 아버지와 가진자의 앞잡이요 깡패를 물속에 던지고 잡혀간 할아버지를 가진 소년의 이야기이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사회 현상의 모순과 대결해 나가는 인간의 처절한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현실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두운 일면을 그린 소설로, 하층 계급의 삶에 대한 처절한 투쟁과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 수법으로 그렸다. 이 작품에는 작자의 현실에 대한 저항 정신과 고발 정신이 뚜렷이 나타나 있다.
이 소설은 조마이섬이라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비뚤어진 시대상에 항거하고, 서민의 고난을 증언한 작품이다. ‘모래톱‘을 휩쓴 홍수의 와중에서 그 섬을 구해 내기 위하여 유력자가 만든 엉터리 둑을 파괴한 행동, 이를 저지하려는 유력자의 앞잡이를 살해한 갈밭새 영감의 저항은 부당하게 수탈당하고 억울하게 짓눌린 삶을 되찿으려는 행위로서 ’자기 희생을 통한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내 땅을 부당하게 빼앗고 섬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려는 유력자(有力者)에게 저항하는 한 농민의 처절한 투쟁을 통하여 비참한 농촌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주제) 소외된 곳의 인간의 비참한 삶과 부조리한 현실에대한 저항
이효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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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
가산 이효석 (李孝石, 1907~1942)
호는 가산(可山). 강원도 평창 출생. 경성 제일 고보를 거쳐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 졸업. 1928년 단편 「도시와 유령」이 <조선지광>에 발표되면서 문단에 등단. 함북 경성농업학교, 평양 숭실전문학교에서 교편 생활을 함. 초기에는 유진오 등과 함께 경향적인 동반작가로 인정을 받았으나, 1933년 「돈(豚)」을 발표하면서 경향성을 탈피하여, 자연과 인간 본능의 순수성을 서정적인 문체로 표현함. 그의 대표적인 장편이라고 할 수 있는 「화분」은 성 윤리(性倫理)를 표현한 것이며 그 외에 「산」(1936), 「황제」(1940),「들」(1937) 등이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전술한 바와 같이 초기에는 동반 작가 시절로서 반도시적(反都市的)이고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후기에는 자연 문학과 심미주의 세계로 전향하고, 에로티시즘의 문학을 추구한다. 그의 문체는 세련된 언어, 풍부한 어휘, 시적인 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으며 조화와 시적 정서로 산문 세계의 예술성을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흔히 그를 가리켜 평자들이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 라는 평을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인간 심리의 순수한 자연성을 허 생원과 나귀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 낭만주의적인 소설이다. 강원도 땅 봉평에서 대하에 이르는 팔십리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그 길을 가는 세 인물의 과거사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연적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늙고 초라한 장돌뱅이 허생원이 20여년 전에 정을 통한 처녀의 아들 동이를 친자로 확인하는 과정이 푸른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깨알깨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밤길 묘사에 젖어들어 시적인 정취가 짙게 풍겨나온다. 낭만성과 탐미주의 성향이 어우러진 이효석 문학의 대표작이다.
서정주의적 경향이 많으며 암시와 추리를 통해 주제를 간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대화 형식으로 플롯이 진행되며 반복되는 지명(地名)으로 의식과 감정을 고조시킨다. 낭만주의적인 경향이 많으나 파장 무렵의 시골 장터의 모습이나, 주인 허 생원을 닮은 나귀의 모습이나,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의 묘사같은 것은 뚜렷한 사실성을 가지고 서술되었다.
허 생원이 동이가 친자(親子)라는 것을 확인한 후의 모든 기쁨은 독자의 상상력에 유보되어 있다. 물론, 확인하는 과정의 중요한 단서가 된 ‘왼손잡이’가 과연 유전이냐 하는 의문은 걷어 치우고라도 허 생원과 친자로 예상되는 동이가 모두 장돌뱅이라는 사실은 부전자전(父傳子傳)의 동일성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티브는 김동리의 「역마」에도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김유정과 같은 고향인 봉평에서 오래 살았다는 황일부 노인에 의해 거의 모든 등장인물, 특히 허 생원과 충줏집이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주제) 장돌뱅이 생활의 애환을 통한 인간 본연의 속성 으로서의 애정
떠돌이의 삶을 통해 본 인간 본연의 애정
김동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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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驛馬) |
시종 김동리 (金東里, 1913~1990)
경북 경주 출생. 본명은 시종(始終). 1929년 경신고보를 중퇴하고 귀향하여 문학 작품을 섭렵함. 1934년 시 「백로」가 <조선일보>에 당선되고 단편 「화랑의 후예」가 1935년 <조선중앙일보>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처음에는 서정주 등과 함께 <시인부락> 동인이었으며 ‘생명파’라 불리웠다.
그의 작품 경향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인간 구원의 문제를 주제로 순수한 소설을 창작한 것으로 대표된다.
그의 문학적 여정은 3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토속적, 샤머니즘적, 동양적 신비의 세계에서 제재를 선택하여 인간 생명의 허무적인 운명과 신비함을 추구하여 「무녀도」, 「황토기」 등을 남겼다. 중기에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보다 더 역사 의식과 현실 의식이 강화되면서 참여 의식인 강한 작품을 창작하여 「귀환장정」, 「흥남철수」, 「역마」 등을 발표했다. 후기에는 보다 근원적인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근대 문명에 대한 차원 높은 비판 의식을 형상화하여 「등신불」, 「사반의 십자가」 등을 남겼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역마살’ 이라는 무속을 소재로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을 나타낸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체장수 영감과 성기가 역마살이 낀 인물들이다. 주인공인 성기의 역마살은 외할아버지인 체장수 영감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그것으로 인해 성기와 계연의 결혼은 불가능해진다. 이 소설에서 주된 갈등은 역마살을 제거하려는 인간들의 노력과 운명적인 역마살과의 대결이다. 역마살을 타고난 성기는 사랑하는 계연과 정착을 이루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죽음과 유랑의 길 중 어느 하나만을 강요한다. 여기서 성기가 유랑을 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운명에의 패배를 뜻하지만, 그 내면에서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 담긴 극기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자연법칙과 인간의 생명이 하나의 원리에서 조화되는 세계를 그리는 김동리 문학의 중요한 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팔자소관에 순응함으로써 도리어 죽음에서 구제된다는, 동양적 운명론을 실천하고 있는 작품이다. 성기는 엿판을 메고 떠나면서 콧노래까지 부르지 않는가?
(주제) 팔자 소관에 순응함으로써 죽음에서 구제받으려 고 함.
한국인의 순응적 운명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계연의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은, 옥화와 그녀의 아버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이 성기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으나, 버드나무에 몸을 기대인 성기의 두 눈엔 다만 불꽃이 활활 타오를 뿐, ㉠아무런 새로운 명령도 기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 “오빠, 편히 사시요.”
하고 거의 울음이 다 된 마지막 목소리를 남기고 돌아선 계연의 저만치 가고 있는 항라 적삼을, 고운 햇비치과 늘어진 버들가지와 산울림처럼 올려오는 뻐꾸기 울음속에 성기는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장터 위를 지나,비스듬히 올라간 사모퉁이를 돌아 길은 구례 쪽으로 나고 모퉁이를 도는 곳에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다) - 그 해 아직 봄이 오기 전, 보는 사람마다 성기의 회춘을 거의 다 단념하곤 하였을 때, 옥화는 이왕 죽고 말 것이라면 어미의 맘속이나 알고 가라고, 그래 그 체장수 영감은 서른여섯 해 전 남사당을 꾸며 와 이 화개장터에 하룻밤을 놀고 갔다는 자기의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었다는 것과, 계연은 그 왼쪽 귓바퀴 위의 같은 검정 사마귀로 보아 자기의 동생임이 분명하더라는 것을 통정하노라면서 자기의 온쪽 귓바퀴 위의 같은 검정사마귀까지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또 모르지만 한 번 알고 나서야 인륜이 있는듸 어쩌겠냐.”
(라) 그러고 나서 한 달호나 넘어 지난 되였다.
성기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산나물이 화개골에서 연달아 자꾸 내려오는 이른 여름의 어느 장날 아침이었다. 두릅 회에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고 난 성기는 옥화더러,
“어머니, 나 엿판 하나만 맞춰 주.”
하였다. / “…….”
옥화는 갑자기 무엇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성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 그의 발 앞에는 물과 함께 갈리어 길도 세 갈래로 나 있었으나, 화개골 쪽엔 처음부터 등을 지고 있었고, 동남으로 난 길은 하동, 서남으로 난 길이 구례, 작년 이 맘때도 지나 그녀가 울음 섞인 하직을 남기고 체장수 영감과 함께 넘어간 산모퉁이 고갯길은 퍼붓는 햇볕 속에 지금도 환히 장터위를 굽이 돌아 구례쪽을 향했으나, 성기는 한참 뒤 몸을 돌렸다. 그리하여 그의 발은 구례 쪽을 등지고 하동 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졌다.
(바)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어,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서 있을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 무렵 하여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
윗글에 나타난 사건 전개의 매개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난 ② 운명 ③ 체면
④ 전쟁 ⑤ 품위
▷ ② / 역마살이라는 자신의 사주, 즉 운명을 극복하기 위하여 노
(나)~(바) 중, (가)의 밑줄 친 ㉠에 대한 근원적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단락은?
① (나) ② (다) ③ (라) ④ (마) ⑤ (바)
▷ ②
문맥의 흐름으로 볼 때, (바)의 밑줄 친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우아하고 흥겹다. ② 한스럽고 처량하다.
③ 장중하고 차분하다. ④ 장단이 느리고 섬세하다.
⑤ 굴곡이 많고 활달하다.
▷ ⑤다.
김동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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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
작품해설
이 작품은 육신의 저주받음과는 상관없이 지극한 모성애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으로 소망과 구원에의 인간적인 실상을 문제삼고 있다. 즉 ‘복바위(영험의 성소(聖所))’ 라는 토속적인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하여, 아들과의 재회라는 비원(悲願)을 바위에 기구하면서 천형(天刑, 문둥병)을 감내하며 살다 간, 한 문둥이 여인의 한스러운 일생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여인의 일생은 겹치는 불행 속에서도 묵묵히 운명에 순종하는 전통적 한국인의 삶의 한 방식으로 김동리의 숙명론적 인생관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기에 문둥병이라는 천형을 받고 있는 주인공의 삶이 처절하다는 느낌 대신에 그 어떤 신비적인 느낌을 준다. 「무녀도」와 주제면에서 ‘전근대적 요소의 소멸’ 내지는 ‘무속 세계의 소멸’ 혹은 ‘토속적 샤머니즘의 패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 「바위」는 김동리가 두번이나 개작을 할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며 김동리의 주술(呪術) 미학의 본령과 시적인 수사학으로 짜여진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재가 문둥이라는 면에서 서정주의 「문둥이」라는 시와의 관련성을 살필 수 있다.
(주제) 문둥이 어머니를 통해 나타난 인간 본연의 모성
문둥이 어머니의 모성애적 비원(悲願)
(개관) 간결하고 주관이 배제 문장으로 감동를 배가시켜
문둥이 여인의 비극적 삶과 모성애를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술이 어머니는 아들을 한 번 만나 보고 난 뒤부터는 아들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그녀는 날마다 장터에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제가 약속한 사날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다만 한 가지 믿고 의지할 것은 저 바위뿐이었다. 저 복바위가 저대로 땅 위에 있는 날까지는 언제든 그의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며, 그리고 자기의 병도 어쩌면 아주 고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복바위만 갈아라.’
그녀는 사람들이 다 잠이 든 밤이면, 그 아프고 무거운 몸을 끌고 언제나 ㉠남 몰래 바위를 찾아와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중 략>
그녀는 노숙과 구걸 행각 등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다리 밑에 숙소를 정하고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근처의 ‘복바위’를 간다. ‘복바위’를 갈기 시작한 지 보름 뒤 장터에서 아들을 만나지만, ‘한 사날’ 뒤에 다시 온다던 아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들을 그리워하며 더욱 열심히 ‘복바위’를 갈러 다니던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아들은 무슨 죄인지는 모르지만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듯하다. 다시 여인이 복바위에 갔을 때 보니 이 번에는 살던 집마저 불태워지고 만다. 이튿날, ‘복바위’를 안고 죽은 여인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이 욕을 한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이 바위 곁에 모이었다. 그들은 모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더러운 게 하필 예서 죽었노.”
“문둥이가 복바위를 안고 죽었네.” / “아까운 바위를…….”
바위 위의 여인의 얼굴엔 눈물이 번질번질 말라 있었다.
윗 글의 등장 인물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배경은?
① 기독교 ② 샤머니즘 ③ 유 교
④ 불 교 ⑤ 천도교
▷ ②
㉠의 심리 상태는?
① 희망 ② 희구 ③ 야망 ④ 좌절 ⑤ 인내
윗글 내용 전체를 빠뜨리지 않고 각색할 때 등장 인물의 수는?
① 1명 ② 2명 ③ 3명 ④ 4명 ⑤ 다수
▷ ⑤
김동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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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巫女圖) |
줄 거 리
뒤에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폭이 널따랗게 흐르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 내릴듯한 파아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강가 모랫벌엔 쿤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그녀들의 얼굴 얼굴들은 분명히 슬픈 흥분과 새벽이 가까와 온 듯한 피곤에 젖어 있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자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
우리 집에 있는 무녀도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경주읍에서 십여 리 떨어진 집성촌 마을의 퇴락한 집에 사는 모화는 무녀였다. 그녀는 세상 만물에 귀신이 들어앉아 있다고 믿었으며, 그녀의 생활은 굿이 그 전부였다. 그녀의 식구는 넷이었는데, 남편은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 해변가로 나가 혼자 해물 장수를 하고 있었고, 아들 욱이는 무당의 사생아로서 동네에서 배겨나기가 힘겨워, 몇 해 전에 마을을 나가고 없었으므로, 집에는 그녀와 고명딸 낭이의 두 모녀가 앙상히 살아가고 있었다.
낭이는 귀머거리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대단한 화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아버지의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방에 들어앉아 그림만 그렸다. 한편 모화는 매일 술만 마셨다. 그러나 그녀 역시 낭이를 소중히 했다. 모화는 낭이를 낳을 때의 태동으로 짐작해서 낭이를 용신(龍神- 용왕)의 딸의 화신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몇 해 두고 소식이 없던 욱이가 돌아왔다. 모화는 기뻐서 안고 울었다.
그러나 이윽고 욱이가 예수교에 귀의했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때부터 그녀는 욱이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아들을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데, 욱이는 욱이대로 어머니에게 마귀가 붙었다고 걱정했으며, 마태복음에 적혀 있듯이 낭이가 귀머거리가 된 것도 그 탓으로 알았다. 그는 하느님께 어머니와 누이를 구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잘 때도 언재나 성경을 가슴에 품고 잤다. 어떤 날 밤, 욱이는 잠결에 가슴이 허전함을 느꼈다. 깨어보니 성경이 없었다. 때마침 부엌에 불이 밝혀져 있는데, 어머니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성경 첫 장을 불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부리나케 뛰어 나가 성경을 뺏으려 했다. 그 때 머리 위로 식칼이 날았다. 그녀의 눈에는 욱이가 예수 귀신으로 보였다. 그는 기어코 세 곳에 칼을 맞고 넘어졌다. 그녀는 그로부터 두문불출하고 아들의 병을 간호했다. 그 사이 이 마을에도 교회가 서고 예수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들은 무속을 비방하며 돌아다녔다. 교회는 욱이의 청으로 목사가 주선해서 세웠던 것이다. 욱이는 기어코 소생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녀는 예수 귀신이 욱이를 잡아갔다고 말했으며, 매일 같이 귀신 쫒는 주문을 외었다.
달포가 지났을 때, 그녀는 물에 빠져 죽은 젊은 여인의 혼백을 건지는 굿을 맡게 되었다. 그녀는 그날 따라 어느 때보다 정숙했다. 외아들을 잃은데다가 예수교도로부터 박해까지 받고 사는 모화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예쁘게 보였다. 그녀는 신나게 굿을 했다. 그것은 그녀는 이제 이 괴로운 세상을 떠나 용신에게 귀의할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여인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여인이 죽은 못 속으로 넋대를 쥐고 하염없이 들어갔다. 그녀는 마침내 꼭지물이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봄철에 꽃 피거든 낭이더러 찾아 달라는 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기어코 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모화가 죽은 지 열흘이 지난 어떤 날, 낭이의 아버지는 나귀 한 마리를 몰고 모화의 집으로 왔다. 그는 낭이를 나귀에 태우고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그들은 곳곳으로 귀한 집을 찾아다니며, 그녀는 무녀의 그림을 그려주고, 아버지는 낭이에 대한 내력을 애기하고는 댓가를 받으면서 정처없이 또 돌아다녔다.
낭이는 잠자코 그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나귀 위에 올라 앉았다. 그들이 떠난 뒤엔 아무도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고, 밤이면 그 무성한 잡풀 속에서 모기들만이 떼를 지어 울었다.
작품해설
‘무녀도’는 우리의 전래 토속 신앙인 무속과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 신앙의 충돌로 인한 모자간의 대립. 갈등을 다루고 있다. 즉, 기독교로 대표되는 외래 문화와 무속으로 대표되는 토속 신앙 간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여 결국은 토속 신앙이 패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욱이의 죽음은 교회의 설립이라는 미래 제시적인 죽음이며 상대적으로 모화의 죽음은 외래 신앙인 기독교 사상이 퇴조할 수밖에 없다는 시대 조류를 나타내는 비극적 죽음이다. 한쪽은 승리의 죽음이요, 한쪽은 패배의 죽음이다.
한편 이 작품은 탐미주의적 에로티시즘이 깔려있다. 모화의 장단에 맞추어 저고리와 치마를 벗고 나체춤을 추는 낭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는 작가가 샤머니즘의 세계를 미화하기 위하여 사용한 효과적인 무기로 보여진다.
「무녀도」는 원래 <중앙>에 발표된 이래 1947년 판 단편집 무녀도에서, 1967년 판 김동리 대표작 선집에서, 각각 개작(改作)되었고 1978년 장편 「을화(乙火)」로 완전 개작되었다. 원작 「무녀도」에서는 욱이는 살인범이며 기독교도가 아니었다.
(주제) 외래 문화와 토속 문화의 갈등에 의한 혈육간의 비극 소멸하는 것을 지키려는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
유진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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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사와 T교수 |
현민 유진오 (兪鎭午, 1906~1987)
서울 출생. 호 현민(玄民) 경성 제국대학 법문학부 법과 졸업. 경성제대 재학 때부터 문우회를 조직 활동. 1927년 5월호 <조선지광>에 단편 스리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 이 무렵 그는 이효석과 함께 카프에 가입하지는 않은 채 프로 문학의 입장을 취하여 동반자 작가(同伴者 作家)로 불린다. 대표작에는 「김강사와 T교수」 (1935), 「창랑정기」(1938) 등 단편과 함께 장편 「화상보」 (1938)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일제 치하에서 창작되어 무력한 지식인의 고뇌가 잘 드러나있다. 이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지식인이라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작품해설
이 소설은 지식인 소설의 전형이다. 나약한 지식인이며 자아와 과거의 신분을 속이며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1930년대 지식인의 모습이 제시된다. 그는 ‘책상물림’이며 창백한 지식인의 유형에 속하는 김만필이다. 그는 세속적인 요령을 피울 줄 모르며, 지난날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현재 생활에 대한 양심의 가책 속에서 살아가는 가녀린 양심의 소유자다. 그에 대해서 교할하고 비겁한 성격의 소유자인 T교수가 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첨이나 비겁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 두 사람의 행동을 대조시킴으로써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제시하려 했다. 마치 전광용의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와 흡사하다.
(주제) 지식인의 현실 부적응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교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을 서너 번 울렸다. 급사가 들어오나 했더니 옆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뚱뚱한 모닝을 입은 친구가 허리를 굽실굽실하며 들어왔다.
“여보게 그것 가져오게.” / “핫.”
뚱뚱한 친구는 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굽실하고 도로 나갔다. 잠깐 있다가 그는 무슨 종이 조각을 들고 들어와 교장에게 전했다. 교장은 김만필에게,
“㉡김만필씨, 이것은 당신 사령서(辭令書)입니다. 자 이리 오시오.”
김만필은 공손히 걸어가 사령서를 받아 들고 허리를 굽혔다.
“인젠 자네도” / 김만필이 허리도 채 펴기 전에 교장은 그의 머리 위에 대고 말을 퍼부었다.
“우리 학교의 한 직원이니까 우리 학교를 위해 전력을 다 해주게. 더구나 우리 학교에서 조선 사람을 교원으로 쓰는 것은 자네가 처음이니까 한층 더 주의하고 노력하도록 하게.”
“핫.” / 김만필은 그 뚱뚱한 친구가 하던 그대로 거의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에 그리고 김군, T군을 소개하지. 우리 학교 교무일을…”
(나) ㉢H과장의 집은 북악산 밑 관사촌의 북쪽 끝으로 있었다. 저녁 후의 고요한 관사촌은 김만필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셰퍼드인지 무서운 개들의 짖는 소리로 몹시 요란스러웠다. 김만필이 H과장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돌려는 순간 등 뒤에서 다른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획 돌리자 바로 등 뒤에까지 온 그 사람의 얼굴과 거의 마주칠 뻔하였다.
“어!” / “어, 이거 누구시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뒤에 온 것은 무슨 보퉁이를 낀 T교수였다. / “얏데루나(할 짓은 다 하는구먼.)”
㉣T교수는 김만필의 어깨를 툭 치며 비밀을 서로 통하는 사람들끼리만이 주고 받는 그러한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의 의미는 김만필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베쓰니 얏데루 와께데모 아리마생가(별로 무슨 짓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 “──조선말을 배우느라고 신문에 나는 소설과 논문을 학생더러 통역해 달래며 읽었는데 우연히 당신이 쓰신 ‘독일 신흥 작가 군상(群像)’이란 논문을 읽었어요. 정말 경복(敬服) 했습니다. 독일 문학에 대해 당신만큼 연구와 이해가 깊은 이는 온 일본 안에도 적을 것입니다. 그래서 H과장 집에서 당신 이야기가 났을 때 그런 분을 우리 학교에서 맞이하였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하고 속으로 대단히 바랐던 것입니다. 허허허 좋은 일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써 주십시오.”
김만필은 상처나 다친 듯이 속이 뜨끔하였다. 도대체 이런 말을 하는 T교수의 내심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작년 겨울에 조선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일 신흥 작가 군상’이란 논문은 몇 푼 안 되는 원고료를 목표로 총총히 쓴 것에 지나지 않으며, 더구나 그 논문의 내용은 독일 좌익 작가의 활동을 소개한 것이므로 지금 그런 종류의 일은 그의 S전문 학교에서의 지위를 위해서는 절대로 비밀에 부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비밀을 T교수가 일부러 쳐들어 칭찬하는 것은 칭찬이라기보다 도리어 위협으로 들렸다. 도대체 T교수는 무슨 까닭으로 김만필에게 친절을 억지로 보이려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라) 그날 밤에 김 강사는 명치옥에 가서 서양 과자를 한상자 샀다. 교장의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자기의 명함을 붙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서는 종시 두 가지 의사가 싸우고 있었다. 창피하다. 아무리 자리를 위해서라 해도 차마 이 짓만은 할 수 없다. 이제 이왕 노염을 산 다음에야 이까짓 과자 상자를 사다주면 무얼 하느냐, 도리어 노염을 돋울 뿐이다. 내가 이것을 사다주며는 등뒤에서 T가 그 능글능글한 웃음을 띠우고 나의 어리석음을 조소할 것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않아. 이것이 세상 아닌가. 나는 나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또는 나의 어리석은 심정을 조롱하는 사람을 도리어 경멸하면 그만 아닌가. 선물을 보내는 것 때문에 더럽혀지는 것은 나의 인격이 아니라 도리어 받는 자의 인격 아닌가──.
그러나 김 강사는 드디어 그 과자 상자를 교장 집에까지 가지고 갈 용기는 없었다. 전차를 타고 가다 말고 중간에서 내려 한참이나 헤매다가 생각난 것이 욕심쟁이로 일가(一家) 간에 돌림뱅이가 난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뜻 아니한 선물에 무슨 영문을 모르고 그러나 넌지시 과자 상자를 받아들였다.
(마) “자네는 또 그런 경우가 어디 있나. 나는 자네만 믿었지. 남을 그렇게 감쪽같이 속여 남의 얼굴에 똥칠을 해주는 그런 법이 어디 있나?”
“제가 과장님을 속이다니요?”
“속이다니요? 자네가 나한테 와서 취직 청을 할 때 무어라고 그랬어. 사상 방면에는 절대로 관계없다고 그랬지. 그래 그렇게 남을 감쪽같이 속이는 데가 어디 있나?”
올 것이 온 것이다. 라고 김만필은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되고 보면 어디까지 한번 버티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상이니 무어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더군다나 과장님을 속이다니오. 그건 천만의 말씀입니다.”
“무엇! 그래도 자네는 나를 속이려나?”
H과장은 소리를 버럭 지르고 찻종을 ‘덜그럭’하고 놓고 의자를 뒤로 떼밀며 몸을 벌떡 제쳤다.
㉥그 때 이웃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언제나 일반으로 봄물결이 늠실늠실하듯 온 얼굴에 벙글벙글 미소를 띤 T교수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가)~(마) 각 부분의 표현상 특징을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은?
① (가) 어투의 전환을 통하여 국면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② (나) 일본어를 사용하여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③ (다) 반어법으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이 들어 있다.
④ (라) 주로 인물의 외면적인 행동을 서술하고 있다.
⑤ (마) 대화와 묘사로 사건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④ / ① 일단 채용하고 나서는 말을 낮춤. ② 일본어를 일상적으로도 사적 갈등’의 표출, ⑤ H과장과의 대화와 T교수의 형태 묘사
㉠~㉤ 의 인물들의 속성을 잘못 지적한 것은?
① ㉠ - 제도와 지위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인물
② ㉡ - 일상적 삶을 거부하는 염세주의자
③ ㉢ - 기존의 질서를 충실히 따르는 인물
④ ㉣ - 말과 행동이 다른 인물
⑤ ㉤ - 재물에 욕심을 내는 일상적 인물
▷ ② / 못하고 파멸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 글의 내용과 관련시켜 볼 때 ㉥과 같은 행동을 하는 인물을 풍자하고 있는 작품은?
① 강산(江山) 죠흔 경(景)을 힘센이 닷톨 양이면,
힘과 분(分)으로 어이여 엇들쏜이.
진실(眞實)로 금(禁)리 업쏠씌 나도 두고 논이노라.
② 국화(菊花)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노 픠엿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 인가 노라.
③ 바도 쉬여 넘 고 구름이라도 쉬여 넘 고
산진(山眞)이 수진(水眞)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라도
다 쉬여 넘 고봉(高峯) 장성령(長城嶺) 고
그 넘어 님이 왓다 면, 나 아니 번(番)도 쉬여 넘으리라.
④ 가버슨 兒孩(아해)ㅣ들리 거미쥴 테를 들고 川(천)으로 往來(왕래)며
가숭아 가숭아 져리 가면 쥭니라. 이리 오면 니라. 부로나니 가숭이로다.
아마도 世上(세상) 일이 다 이러가 노라.
⑤ 개를 여라믄이나 가르되 요 개치 얄믜오랴.
뮈온 님 오며 리를 홰홰 치며 락 리 락 반겨서 내고 고온 님 오며 뒷밭을 버동버동 므로락 나으락 캉캉 즈져서 도라가게 다.
쉰밥이 그릇그릇 난들 너 머길 줄이 이시랴.
- 무명씨
▷ ④ / 겉으로는 남을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남을 모해함.
다음 <보기>의 ⓐ~ⓔ 중, 이 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보 기>
대체로, 이러한 갈등과 불행은 두 가지 경우에 초래된다. 하나는, ⓐ전체로서의 사회가 개체로서의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억압했을 때이며, 또 다른 하나는, ⓑ개인들이 스스로 속해 있는 사회에 반항을 하며 대립을 일으켰을 때이다.
어떤 사람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도덕적인 사회와 비도덕적인 개인도 문제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현대는 사회를 중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자에 더 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러한 관계는 역사의 과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뒤, 당분간은 ⓓ개인과 사회가 동질적인 내용을 위해 조화가 협력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게 되면, 사회는 반드시 현상을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세력과 그에 항거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나뉘게 된다. 이 때, ⓔ새로운 이념과 방향을 추구하는 개인은 언제나 기성의 것에 대해 반발하게 마련이다.
- 김형석의 <현대 사회의 과제>에서
① ⓐ ② ⓑ ③ ⓒ ④ ⓓ ⑤ ⓔ
▷ ① / 한 조선 지식 청년이 교장, T교수, H과장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억압 세력 앞에 어떻게 희생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와 ⓔ는 사회 개혁의 의지가 강한 경우이다.
주요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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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손님과 어머니 |
주요섭 (朱耀燮, 1902~1972)
호는 여심(餘心). 평양에서 태어남. 1927년 상해 호강대학 교육학과 졸업.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유학. 1921년 <매일신보> 에 「깨어진 항아리」를 발표하여 등단. 초기에는 「인력거꾼」(1925), 「살인」(1925) 등 신경향파에 속하는 ‘빈궁문학(貧窮文學)’을 주로 썼으며 하층 계급의 생활상과 그 반항 의식을 즐겨 그렸고, 중기에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기점으로 하여 1930년대에는 짙은 서정성이 있는 작품을 발표함.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위원장 역임.
작품해설
이 작품은 그가 신경향파 문학에서 벗어나 발표한 작품으로 「아네모네 마담」, 「추물」 등과 같은 계열에 속한다. 옥희라는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 손님과의 사랑, 미묘한 애정 심리를 기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시각을 사용하여 참신하고, 산뜻한 미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랑과 윤리, 즉 기존 관습과 마음 속 사랑의 갈등이라는 평범한 주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순박한 화법으로 서술하여 성공을 거둔 것은 아마 이런 시점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평자들은 이 작품을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표본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주제) 기존 윤리와 본능적 사랑 사이의 갈등
애정과 기존 인습 사이의 갈등
어머니와 아저씨의 애틋한 사랑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옥희가 아빠하구 어디 갔다 온다 응.”
하고 한 동무가 말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 때 나는 얼마나 이 아저씨가 정말 우리 아버지였더라면 하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정말로 한 번만이라도, ‘아빠!’하고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그렇게 아저씨하고 손목을 잡고 골목골목을 지나오는 것이 어찌도 재미가 좋았는지요. 나는 대문까지 와서,
“난 아저씨가 우리 아빠래문 좋겠다.”
하고 불쑥 말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나를 몹시 흔들면서,
“그런 소리 하문 못써.”
하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습니다. 나는 아저씨가 몹시 성이 난 것처럼 보여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 “그 꽃은 어디서 났니? 퍽 곱구나.”
하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걸 엄마 드릴라구 유치원에서 가져왔어.’하고 말하기가 어째 몹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잠깐 망설이다가,
“응, 이 꽃! 저, 사랑 아저씨가 엄마 갖다 주라고 줘.”
하고 불쑥 말했습니다. 그런 거짓말이 어디서 그렇게 툭 튀어나왔는지 나도 모르지요.
꽃을 들고 냄새를 맡고 있던 어머니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엇에 몹시 놀란 사람처럼 화닥닥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금시에 어머니 얼굴이 그 꽃보다 더 빨갛게 되었습니다. 그 꽃을 든 어머니 손가락이 파르르 떠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무서운 것을 생각하는 듯이 방안을 휘 한번 둘러보시더니,
“옥희야, 그런 걸 받아오문 안 돼.”
하고 말하는 목소리는 몹시 떨렸습니다. ㉠나는 꽃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어머니가 이 꽃을 받고 그처럼 성을 낼 줄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
어머니는 고요히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나라에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여 준 것처럼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 시험에 들지 말게, …… 시험에 들지 말게……,”
이렇게 어머니는 자꾸 되풀이하였습니다. 나도 지금은 막히지 않고 줄줄 외는 주기도문을 글쎄 어머니가 막히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습니다.
“시험에 들지 말게……, 시험에 들지 말게……”
하고 자꾸만 되풀이하는 것을 나는 참다못해서,
“엄마 내 마저 하께.” / 하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하고 내가 끝을 마쳤습니다. 어머니는 한참이나 가만있다가 오랜 후에야 겨우,
“아멘.” / 하고 속삭이었습니다.
㈑ 기차는 정거장에서 잠시 머물더니 금시에 뻑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움직였습니다.
“기차 떠난다.” / 하면서 나는 손벽을 쳤습니다. 가치가 저편 산모퉁이 뒤로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그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하늘 위로 모두 흩어져 없어질 때까지, 어머니는 가만히 서서 그것을 바라다보았습니다.
뒷동산에서 내려오자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이 때까지 뚜껑을 늘 열어두었던 풍금 뚜껑을 닫으십니다. 그리고는 거기 쇠를 채우고 그 위에다가 이전 모양으로 반짇고리를 얹어놓으십니다. 그리고는 그 옆에 있는 찬송가를 맥없이 들고 뒤적뒤적 하시더니 ㉡빼빼 마른 꽃송이를 그 갈피에서 집어내시더니, / “옥희야, 이것 내다 버려라.”
하고 그 마른 꽃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 꽃을 내가 유치원에서 갖다가 어머니께 드렸던 그 꽃입니다.
어린 소녀를 서술자로 설정해서 얻은 효과로 가장 두드러진 것은?
① 애정 심리의 직설적 전달
② 통속적 제재에 참신성 부여
③ 두 어른 사이의 심리적 거리 조절
④ 어른의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전달
⑤ 어른들의 미묘한 애정 심리를 섬세히 전달
▷ 이 글은 시점이 소설의 다른 요소에 결코 뒤지지 않는 중요한 문답 ②>
이 글에서 갈등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①선 - 악 ② 개인 - 관습
③ 옥희 - 어머니 ④ 어머니 - 아저씨
⑤ 현실 - 이상
㉠과 같이 표현한 작가의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옥희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음을 표현함.
② 의도적인 왜곡을 통해 암시적으로 의미를 전달함.
③ 관찰된 어머니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전달함.
④ 서술의 폭을 제한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함.
⑤ 어머니의 뜻밖의 행동에 대해 당황하는 심리를 드러냄.
▷ ㉠은 일부러 모르는 체하는 ‘의미의 감추기’의 기법이다. 즉,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마치 모르는 체하고 있
㉡에 내포된 어머니의 심리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옥희에 대한 애정
②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
③ 아저씨에 대한 사랑의 포기
④ 기약 없이 가버린 아저씨에 대한 서운함
⑤ 사랑을 이룰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느끼는 절망감
▷ 어머니가 사랑 아저씨의 꽃을 간직했던 것은 아저씨의 사랑을 묵시적으로 받아들인 것이고, 이를 다시 버린 것은 그 사랑을 포기한 것이다. <정답 ③>
심 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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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常綠樹) |
작품해설
1935년에 농촌 계몽운동을 주제로 한 동아 일보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러시아의 ‘브 나로드(V narod) 운동’의 영향을 받아 전개된 농촌 계몽 운동과 이광수의 ‘흙’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농촌 계몽에 투신하는 젊은 남녀 박동혁과 채영신의 헌신적 노력과 역경 극복, 그리고 고귀한 사랑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땅 위의 모든 것이 아직도 단꿈에서 깨지 않아, 천지는 함께 괴괴하다.
영신은 ㉠이슬이 축축이 내린 예배당 층계에 엎드려,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주여! 당신의 뜻으로 이 곳에 모여든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양들이, 오늘은 그 삼분의 일이나 목자를 잃게 되었습니다. 다시 어둠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이 되었습니다. 주여! 그 가엾은 무리가 낙심하지 말게 하여 주시고, 하나도 버리지 마시고, 다시금 새로운 광명을 받을 기회를 내려 주시옵소서. 하루바삐 내려주시옵소서! 오, 주여! 저의 가슴은 메어질 듯합니다.!”
영신은 햇발이 등 뒤로 비추며 떠오를 때까지 그대로 엎드린 채 소리 없이 흐느껴 울었다.
(나) 잠 한숨 자지를 못해서 머리가 무겁고 눈이 빡빡한데, 교실 한복판에 가서 한참 동안이나 실신한 사람처럼 우두커니 섰자니, 어찔어찔하고 현기증이 나서, 이마를 짚고 있다가, 다리를 간신히 떼어 놓으며 칠판 앞으로 갔다.
그는 분필을 집어 가지고 교단 앞에서 삼분의 일 가량 되는 데까지를 와서는, 동쪽 끝에서부터 서쪽 창 밑까지 한일자로 금을 죽 그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예배당 문을 한쪽만 열었다. 아이들은 여느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이 재깔거리며 앞을 다투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영신은 잠자코, 맨 먼저 온 아이부터 하나씩 둘씩 차례차례로, ㉡분필로 그어 놓은 금 안으로 앉혔다. 어느덧 금 안에는 제한받은 팔십 명이 찼다.
(다) 영신은 찬찬히 교단(敎壇) 위에 올라섰다. 그 얼굴빛은, 현기증이 나서 금방 쓰러지려는 사람처럼 해쓱해졌다.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저러시나?
하고 저희들 깐에도 보통 때와는 그 기색이 다른 것을 살피고는, 기침 하나 아니 하고 영신을 쳐다본다.
영신은 입술만 떨며 얼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섰다. 사제 간의 정을 한칼로 베어 내는 것 같은, 마룻바닥에 그어 놓은 금을 내려다보고, 그 금 밖에 오십여 명 아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무슨 무서운 선고나 내리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 천진한 얼굴들을 바라볼 때, 영신은 눈시울이 뜨끈해지며 목이 막혀서 말을 꺼낼 수가 없다. 한참만에야, 그는 용기를 내었다. 그러다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 |
(라) 아이들은 엎드러지며 고꾸라지며 앞을 다투어 교단 위로 올라와서, 등을 밀며 넘어지는 아이에, 발등을 밟히고 우는 아이에, 가뜩이나 머리가 띵한 영신은 정신이 아찔아찔해서, ㉢강돗상 모서리를 잡고 간신히 서 있다. 제몸뚱이로 버티고 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포위를 당해서, 쓰러지려는 몸이 억지로 떠받들려 있는 것이다.
“선생님!”
“선생님!”
아이들의 안타까운 부르짖음은 귀가 따갑도록 그치지 않는다. 그래도 영신은 눈을 내리감고,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 뿐......
(마) 창밖을 내다보면 영신을 다시금 콧마루가 시큰해졌다. ㉣예배당을 두른 야트막한 담에는 쫓겨 나간 아이들이 머리만 내밀고 족 매달려서, 담 안을 넘어다보고 있지 않은가! 고목이 된 ㉤뽕나무 가지에 닥지닥지 열린 것은 틀림없는 사람의 열매다. 그 중에도 키가 작은 계집애들은 나무에도 기어오르지를 못하고, 땅바닥에 가 주저앉아서 홀짝거리고 울기만 한다.
영신은 창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칠판을 떼어, 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창 앞턱에다가 버티어 놓고, 아래와 같이 커다랗게 썼다.
“누구든지 학교로 오너라.”
“배우고야 무슨 일이든지 한다.”
나무에 오르고 담에 매달린 아이들은 일제히 입을 열어, 목구멍이 찢어져라고,그 독본의 구절을 바라다보고 읽는다. 바락바락 지르는 그 소리는 글을 외는 것이 아니라, 어찌 들으면 누구에게 발악을 하는 것 같다.
(가)~(마) 중, 사건의 극적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 ⑤ / (가)~(다)는 강습소 인원을 80명으로 축소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는 갈등, (라
다음 중 이 글의 주인공의 심적 태도와 유사한 것은?
①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②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③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④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⑤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① /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다)의
㉮ |
부분에 들어갈 대사로 적절한 것은?
① “나중에 온 아이들은 이 금 밖으로 나가 앉아요. 떠들지들 말고.”
② “얘들아, 정말 안 됐지만 인젠 앉을 데가 없어 받을 수가 없으니, 가을부터 오너라. 얼마 있으면 새 집을 지을 텐데, 그 때 꼭 불러주마.”
③ “예배당이 좁고 후락해서 상부의 명령으로 강습소를 폐쇄하게 되었으니 금 밖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어요.”
④ “저...... 금 밖에 앉은 아이들은 오늘부터 공부를..... 시킬 수가 ..... 없게 됐어요.”
⑤ “여러 학생들 조용히 들어요.....상부의 명령으로 강습소를 사정에 맞게 축소 운영하라 하였으나, 예배당에, 못질을 하는 한 있더라도 여러분을 내쫓지는 않겠습니다.
▷ ④ / 금을
㉠~㉤ 중, 이 글의 배경이 되는 현실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② / 무단적이며 획일적인 현실 상황으로 인해 주인공이 괴로
이 글을 읽고 난 후의 반응으로 적절치 않은 것은?
① 배움의 열의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군.
②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과연 그렇군.
③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하면 비켜 갈 줄도 알아야 하겠군.
④ 자기 희생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거야.
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되지.
▷ ⑤ / 주인공과 아이들의 의지와 열정이 주로 표현되었다.
박영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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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경작생 |
박 영 준 (朴榮濬 1911~1976)
평남 강서 출생. 호는 만우(晩牛), 연희 전문 문과 졸업. 1934년 첫 장편 ‘1년’이 ‘신동아’에, 그리고 ‘모범 경작생’이 ‘조선 일보’ 신춘 문예에 당선, 등단.
초기에 농촌 소설에 관심을 두었으나, 그 후 소시민의 애정과 윤리 의식, 그리고 후기에는 노년의 인생 소외 문제를 다루었다. 대표작으로 ‘목화 씨 뿌릴 매’(1936), ‘종각’(1965) 등이 있다.
줄 거 리
주인공 길서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로,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과 사귀고 있다. 그는 군의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길서를 부러워한다. 김매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의숙은 얌전이에게 길서와의 관계를 놀림 받고 얼굴이 붉어진다.
길서가 돌아온다. 그날 밤 길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경기가 곧 온다니 부지런히 일하자고 말하며 시국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다음날 저녁 그는 서울에서 산 비누를 의숙에게 쥐어 준다. 한편, 의숙의 오래비 성두와 어머니는 빛 걱정이 태산이다.
길서는 면사무소에 들른다. 뚱뚱보 서기는 일본 시찰단에 뽑히도록 힘써 줄 테니 한턱 내라고 하며, 길서는 그러겠노라 대답한다. 면장은 호세를 좀더 내야겠다고 길서에게 말하며, 길서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
병충해로 수확이 반감될 것을 예상한 마을 사람들을 수심에 가득차서, 길서에게 지주를 찾아가 감세를 교섭해 달라고 부탁하나 그는 못 들은 척한다.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논 앞에서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팻말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길서는 시찰단으로 뽑혀 일본으로 떠나고, 동네 사람들은 지주를 찾아가 감세를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뽕나무 묘목 값은 엄청나게 비싸지고 호세도 크게 오른다. 모두가 길서의 짓이었다는 걸 안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에 다녀오는 길에 길서는 팻말이 쪼개져 길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길서는 의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못 본 체한다. 충혈된 얼굴로 뛰어든 성두를 피하여 길서는 뒷문으로 도망친다.
작품해설
1934년 1월 ‘조선 일보’에 응모하여 당선된 단편 소설이다. 박영준은 초기에 농촌에 사는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취재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기 때문에 농촌 작가라는 지칭(指稱)을 받았다. 그때의 작품은 문장부터가 농촌 소설에 부합하는 소박하고 건실한 것이었다.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해방 후에는 농민 소설을 한 편도 쓰지 않고 주로 소시민 생활의 윤리적인 면을 취재했으며 문장도 도시풍으로 세련되어 갔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배신 행위가 기본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면장, 면서기 등은 모두가 일제의 하수인들로 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마을 사람들을 순화시키고 수탈하는 일에 협력한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 학교를 졸업한 길서 인지라 농민들은 그를 지주에게 보내어 감세 부탁을 하고자 하나 길서는 거절한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 감세를 요청 하지만 역시 거절당한다. 이에 격분한 농민들은 ‘김길서’라는 팻말과 ‘모범 경작생’이라는 말뚝을 뽑아서 쪼개어 버린다. 도에서 세 사람 뽑는 일본 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오는 길에 이러한 사실을 보고 길서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밤이 이슥하여 길서는 일본에서 사 온 바나나를 가지고 연인인 의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얼굴을 돌리고 울기만 한다. 그러자 길서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지고 성두가 충혈된 얼굴로 아랫문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는 들고 왔던 바나나를 들고 뒷문으로 도망친다.
길서와 반대쪽에 있는 인물이 성두이다. 그는 길서처럼 자기 땅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 오죽하면 장가 밑천으로 키우던 돼지를 팔고 북간도 이주를 고려해야 할 형편이다. 이때 그의 분노는 일제의 착취 제도와 수탈 계급을 향하지 못하고 길서를 향해 폭발한다. 이 소설에서 성두의 분노로 표상되는 농민들의 현실 인식 수준이 그렇게 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30년대 일제의 농업 진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포착해 내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성취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주제) 개인적 이익 때문에 일제의 수탈 정책에 이용당하는 한 젊은이의 태도 비판
이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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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과 제1장 |
이무영 (李無影, 1908~1960)
충북 음성 출생. 일본 유학을 함. 19세 때 처녀 장편 소설 「의지 없는 영혼」을 발표하였으나 1932년 동아일보에 중편 소설 「지축을 울리는 사람들」와 「만보노인」(1936)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함. 같은 해 극예술연구회 동인으로 참가하고 1933년에는 이효석과 함께 구인회 동인이 되었다. 1938년 동아일보사를 사직하고 고향에 내려가 그 이듬해부터 자전적 소설 「제 1과 제 1장」(1939), 「흙의 노예」(1940) 등 본격적인 농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39년 친일적(親日的)인 작품 「청기와집」으로 조선예술상을 수상함. 초기에는 가난과 고통 속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다루었으나 1930년대에 와서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인간적인 품위와 생존 의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줄 거 리
덜크럭덜크럭 - 퍼언한 신작로에 소마차 바퀴소리가 외로이 울린다. 사양에 키만 멀쑥하니 된 가로수 포풀러의 그림자가 느른하니 길을 가로 막고 있을 뿐 별로이 행인도 없는 호젓한 신작로다.
이 작품은 수택이 그의 가족 - 젊은 아내와 양복입은 머슴애, 대여섯살 먹어 보이는 여자아이 - 을 데리고 시골 신작로로 걸어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수택은 얼마 전까지 일금 80 원을 받는 신문사 기자였다. 또한 그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기자 생활이 작가 생활을 망쳐 놓았다고 생각하고,농촌 생활에 뜻을 두고 직장에 사표를 내고 시골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별안간 내려온 그의 가족을 김 노인과 친척 일가들이 몰려와 에워싼다. 김 노인은 흙 냄새를 싫어하는 놈이 사람이냐고 했었으나 아들을 용서한다. 수택을 고향집을 둘러보니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집의 모양이 많이 퇴락해 있었고 얼마 안 되는 농토도 이미 남의 것이 되었다. 또한, 수택이 도시 생활을 하는 동안의 그는 그의 아버지 김 노인과 많이 서먹서먹해져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많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면서도 수택은 드디어 시골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우선 퇴직금 150원으로 면장의 첩이 쓰던 집을 살림집으로 구입한다. 그리고 아버지 김 노인이 시키는 대로 꼴베기도 해보고 밭일도 해본다. 그 모두가 힘에 겹고 도시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낭만적이지도 않다. 수택은 고향의 산수가 너무 보잘 것 없다고 투정을 부리다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맡는다. 아버지 김 노인은 수택에게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처박게 하고는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야단을 치는 것이다.
농촌 생활을 하는 수택은 어느 날 새벽 아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아내는 시골에 내려 온 후 아이들과 자신이 설사를 한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이에 수택과 그의 아내는 김 노인의 역정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벼가 익고 볏단이 쌓이는 것을 보며 수택은 시골에 내려온 보람을 잠시 느끼나 추수한 속에서 비료대와 설사 치료비, 지세가 제하여지는 것을 보고 착잡한 심정이 된다.
그의 몫으로 남은 벼 여나믄 섬이 가마니에 채워지고, 그걸 다른 사람들은 거뜬히 지고 가나, 근 이백여 근이 되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택은 코피를 쏟는다.
“저 피! 코필 쏟는군. 내려놓게!”
하는 동리 사람들 소리 끝에,
“놔들 두게 ! 남의 피땀 흘리구 지어 논 농살 죄다 먹는 세상에 제 손으로 진 제 곡식을 못 다져 먹는 놈이 있단 말인가! 놔들 두게.”
수택은 눈물과 코피를 왁왁 쏟아 가면서도 그래도 자꾸 걸었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전원파 문학인의 한 사람인 작가의 귀향 뒤의 첫 작품이다. 제목이 말하고 있듯이 주인공 수택이 겪는 어려움, 또는 작가가 그것을 매개로 하여 그리는 농촌의 실상은 매우 단초적인 것이다. 주인공인 수택은 단지 “흙냄새를 맡아야 한다”는 지극히 소박한 이유만으로 귀향을 한다. 농촌의 참모습은 수택이 낭만적 지식인의 때를 완전히 벗고 한 사람의 참 농민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주인공 수택의 농촌 정착 과정은 그의 「흙의 노예( 속 제 1과 제 1장)」에서 구체화된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당시의 평단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 진정한 농민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었다. 이 작품의 농촌 소설로서의 특색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주인공 수택은 농민보다 우월하다는 영웅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도회지 생활을 청산하고 농민과 동일해지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둘째, 주인공 수택이 반농 반필(半農半筆)의 문필가 겸 농민이라는 점, 셋째, 「흙」,「상록수」 같은 작품처럼 계몽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이 작품의 핵심은 수택의 귀향 동기이다. 작가 생활을 할 수 없어서 혹은 생활고 때문에 귀향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나, 그것보다는 이 작품에서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흙내’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규정 짓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주제) 지식인의 귀농 의식(歸農意識)
김남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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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大河) |
김 남 천 (金南天 1911~ ? )
평남 성천 출생. 본명은 김효식. 평양 고보 졸업. 일본 호세이 대학 수학. 1929년 임화․안막․이북만 등과 카프 계열의 동인지 ‘무산자(無産者)’ 간행. 1931년 ‘공장 신문’을 ‘조선 일보’에 발표, 문단 활동.
구체적 현실의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적 작품 세계를 보여 준 작가였다. 대표작으로 ‘남매’, ‘소년행’(1937). ‘누나의 사건’, ‘무자리’, ‘미담’(1938), ‘대하’(1939), ‘맥’(1941) 등이 있음
줄 거 리
갑오 농민 전쟁 당시 군대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하여 돈을 모은 박성권은 성천 고을에 정착한 후에도 고리 대금을 통해 재산을 늘려 나간다. 그에게는 아들 넷과 딸 하나가 있는데 그중 3남 형걸은 첩의 자식이다.
큰아들인 형준은 성혼하여 집안일 전체를 관장하는 일을 배우고 있고, 형걸의 동갑내기 형인 형선이는 정라수의 딸 보부와 혼인을 한다. 그러나 형걸은 속마음으로 좋아하던 보부가 형수가 되자 방황하다 자기 집 여종인 쌍네와 사랑을 나눈다. 큰아들 형준은 결혼 생활에 싫증을 느껴 쌍네에게 욕정을 풀려고 그녀의 집으로 가던 중, 방에서 나오는 형걸을 보고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린다. 이 일은 집안 전체에 알려지게 되고 박성권과 첩 윤씨는 형걸의 혼사를 서두른다.
한편, 형걸은 동명 학교 교사로 부임해 온 문우성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전도하러 나갔던 형걸은 기생 부용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팔에 각자의 이름을 새기며 사랑을 맹세한다. 형준은 쌍네를 잊지 못하여 다시 찾았다가 박대에 분개하여 쌍네와 형걸의 관계를 쌍네의 남편인 두칠에게 말해 버린다. 두칠은 박성권 댁을 떠나기로 결심 한다.
쌍네는 두칠이를 따라 원산으로 갈 것인지 그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형걸이를 만난다. 그러나 부용에게 반해 있는 형걸이 그녀를 무심하게 대하자 죽을 결심으로 강 쪽으로 뛰어간다. 여러 가지 문제로 가슴이 답답한 형걸은 부용의 집을 지나치다 아버지와 부용의 목소리를 듣는다. 우는 부용을 바라보며 형걸은 새로운 삶을 위해 오늘 밤 안으로 이 고장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삼대’, ‘태평천하’와 함께 1930년대 가족사 소설을 대표한다. 줄거리에서 보았듯이 핵심 사건은 박 참봉(박성권)과 그 아들을 중심축으로 한 애증(愛憎) 관계이다.
쌍네를 가운데 놓고 형준과 형걸이 대결하며, 보부를 사이에 두고 형선과 형걸이 줄다리기를 벌인다. 심지어 기생 부용과 박 참봉 부자(父子)는 애정의 삼각 관계를 이룬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치정(癡情)을 둘러싼 연애 소설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 주려 하고 있다.
먼저, 박성권을 중심으로 한 밀양 박씨 일가의 변화는 주로 상승적인 가족사에 해당되는데 이에 대조되는 두 개의 에피소드를 삽입함으로써 또 다른 변화 양상을 보여 준다. 즉, 같은 밀양 박씨 문중에서 박이균 형제의 집안이 누대 토호의 영화를 누리다가 결국은 몰락하는 모습과 파평 윤씨 윤 초시네의 쇠퇴(특히, 윤 초시의 딸 탄실은 빚 때문에 박성권의 첩이 된다.)가 그것이다. 말하자면, 시대의 변천에 동화하면서 가족의 번영을 꾀하여 물질적인 부를 누리게 되는 박성권 집안의 상승적 가족사와 함께 또 다른 가계의 몰락을 그려냄으로써 인간사의 융성과 쇠퇴를 함께 다루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당시의 풍속을 충실하게 묘사한 세태 소설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평양에서 원산 가는 길목의 고을에서 박성권이 돈 모으고 여자를 차지하고 격에 맞지 않게 양반 행세를 하고 일본인 상점에는 물건이 잔뜩 쌓이고 신식 학생들이 삭발을 하는 등의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대 지향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 참봉이 자본주의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거나, 첩의 소생 형걸이 서자 신분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학문에 관심을 가진다거나, 기독교가 근대 사상을 전파하는 데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어쨌든 ‘대하(大河)’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리 근대사의 큰 흐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접근이야말로 작품의 의미를 심화시켜 줄 것이다.
(의의) 1930년대 후반, 문학의 침체에 대응해 이를 타개하 기 위한 노력으로, 장편 소설론과 더불어 나온 창작적 성과
(주제) 박성권 일가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가족의 변화 양상과 당대의 세태
김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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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
김 유 정 (金裕貞, 1908~1937)
강원도 춘천 출생. 휘문고보 졸업. 1927년 연희전문에 입학했으나 맏형의 금광 사업 실패와 방탕으로 집안이 기울자, 학교를 중퇴하고 한동안 객지를 방황하다가 1931년 경에는 강원도 춘성에서 야학을 열고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다. 1935년 단편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중앙일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순문예 단체인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대표작에는 「소나기」(1935), 「노다지」(1935), 「금 따는 콩밭」(1935), 「봄․봄」(1935) 등이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은 토속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농촌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농촌의 문제성을 노출시키면서 그것을 능동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웃음으로 치환시켰다. 그러나 그는 세계 인식의 방법에 있어서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 감각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인간의 모습을 희화하므로서 투철한 현실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작품해설
동백꽃 핀 봄날 어느 산골 마을을 무대로, 사춘기에 이른 소작인의 아들과 마름의 딸 사이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다. ‘나’를 좋아하면서도 오히려 짖궂은 행동으로 괴롭히는 점순이의 행동이 우직한 ‘나’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진술되지만, 그 진술의 이면에서 ‘나’의 마음 역시 점순이에게 끌리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의 효과가 한껏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토속어 구사와 대사와 지문을 넘나드는 구어(口語), 그리고 의성어, 의태어의 잦은 사용 등이 소설의 극적 전개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한편,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점에 있어서 사춘기의 사랑으로 보는 관점과 사회 계층 간의 의미 관계에 강조점을 두는 관점이 있다. 주인공 나는 소작인의 아들이고, 점순이는 마름의 딸이다. 내가 점순이의 괴롭힘을 참는 것은 점순네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쫒겨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의도하는 것은 그러한 신분간의 대립이나 위화감이 아니다. 닭 싸움을 배경으로 사춘기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해학적으로 그려냈을 뿐 아니라 구수한 토착어를 사용하여 흙냄새 물씬 나는 향토적 서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 뒤에 있는 동백꽃 역시 훌륭한 자연적이고 토속적인 분위를 조성하는 소재인 것이다.
(주제) 산골 젊은이들의 목가적이고 순박한 사랑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이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 뒤에서 푸드덕, 푸드덕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덕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덕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겨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 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고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었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 대인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 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을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힝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 “너, 얼른 시집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 “염려 마세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러움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지게 후려때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쓰는 것이다.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바른 것은?
① 순차적인 시간 순서에 따라 사건을 배열하고 있다.
② 갈등의 고조와 함께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고 있다.
③ 인물의 설정과 함께 사건 발단의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④ 서술자는 객관적인 시점을 유지하며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⑤ 인물간의 갈등 요인과 공간적 배경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 ③ / 구성 단계상 것이다.
윗글을 읽고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나’의 집은 점순네 집의 도움을 받아 살고 있다.
② 점순의 해꼬지는 ‘감자 쪼간’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③ 점순은 비교적 적극적이며 활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④ 점순이는 나에 대한 감정을 닭싸움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⑤ ‘나’는 점순이가 베푸는 호의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① / ‘나’의 집 형편이 ‘
밑줄 친 ㉠~㉤ 중, 서술자의 감정이 개입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③ / ㉢은 늘 현이다.
밑줄 친 ⓐ, ⓑ에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언어의 기능은?
① 미적 가치의 창출을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기능
②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심적 태도를 표출하는 기능
③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의 사회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기능
④ 듣는 사람에게 지시하여 특정 행위가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기능
⑤ 관련 사항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내용을 확인하거나 알려 주는 기능
▷ ③ /
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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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따는 콩밭 |
작품해설
이 작품은 우리 민중에 대한 일제의 폭압과 수탈이 날로 심해지던 1935년에 발표되었다. 당시 우리 민중의 대다수는 농민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소작농이 반수 이상이었다. 따라서 소작농은 일제의 주요한 수탈 대상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 영식은 우리 민중이 겪고 있었던 당시의 고통과 질곡을 잘 보여 준다.
비록 가난에 찌들었지만 건실한 농사꾼인 영식이 일확천금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당시에 우리 농민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던가를 말해 준다. 그러나 절망적 도탄에 빠진 민중들로 하여금 무작정 금을 찾겠다는 식의 허망한 꿈을 강요한 것은 오히려 일확천금으로 물질적 부를 누리는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당시에 우리 민중이 겪고 있던 생활상의 고통과 질곡을 여실히 보여 주면서 암암리에 그러한 고통과 질곡을 낳은 사회적 원인에 관한 비판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오히려 무겁거나 생경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생하고 발랄하게 느껴지는 것은 첫째 특정 이데올로기를 작품의 전면에 내 세우지 않고 농민의 삶과 당대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제) 절망적 현실(농촌 삶의 피폐한 상황)에서 허황된 꿈과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내는 바가지에 점심을 이고서 집을 나섰다. 젖먹이는 등을 두드리며 좋다고 끽끽거린다.
이젠 흰 고무신이고 코다리고 생각조차 물렸다. 그리고 금하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신물이 날 만큼 되었다. 그건 고사하고 꿔다 먹은 양식에 ⓐ졸리지만 말았으면 그만도 좋으련만.
가을은 논으로 밭으로 누렇게 내리었다. 농군들은 기꺼운 낯을 하고 서로 만나면 즐거운 농담. 그러나 남편은 엠한 밭만 망치고 논조차 건살 못하였으니 이 가을에는 뭘 거둬들이고 뭘 즐겨할는지. 그는 동리 사람들의 이목이 부끄러워 산길로 돌았다. 솔숲을 나서서 멀리 밖에를 바라보니 둘이 다 나와 있다. ㉠오늘도 또 싸운 모양, 하나는 이쪽 흙더미에 앉았고 하나는 저쪽에 앉았고, 서로를 외면하여 담배만 뻑뻑 피운다.
“점심들 잡숫게유.”
남편 앞에 바가지를 내려놓으며 가만히 맥을 보았다.
남편은 적삼이 찢어지고 얼굴에 상채기를 내었다. 그리고 두 팔을 걷고 먼 산을 향하여 묵묵히 앉았다.
수재는 흙에 박혔다. 나왔는지 얼굴은커녕 귓속드리 흙투성이다. 코밑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었고 아직도 조금씩 피가 흘러내린다 영식이 처를 보더니 ⓑ열적은 모양. 고개를 돌리어 모로 떨어치며 입맛만 쩍쩍 다신다.
금을 캐라니까 밤낮 피만 내다 말라는가. 빚에 졸리어 남은 속을 볶는데 무슨 호강에 이 지랄들인구, 아내는 못마땅하여 눈가에 살을 모았다.
“산제 지낸다구 꿔 온 것은 은제나 갚는다지유?”
뚱하고 있는 남편을 향하여 말끝을 꼬부린다. 그러나 남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조를 좀 돋으며, “갚지도 못할 걸 왜 꿔 오라 했지유?” 하고 얼추 호령이었다. 이 말은 남편이 채 가라앉지도 못한 분통을 다시 건드린다. ㉡그는 벌떡 일어서며 황밤주먹을 쥐어 창낭할 만치 아내의 골통을 후렸다.
“계집년이 방정맞게.”
다른 것은 모르나 주먹에는 아찔이었다. 멋없이 덤비다간 골통이 부서진다. ⓒ암상을 참고 바르르 하다가 이윽고 아내는 등에 업은 어린애를 끌러 들었다. 남편에게로 그대로 밀어던지니 아이는 까르륵 하고 숨모는 소리를 친다. 그리고 아내는 돌아서서 혼잣말로,
㉢“콩밭에서 금을 딴다는 쑥맥도 있담.”하고 빗대 놓고 비양거린다. / “이년아, 뭐!”
남편은 대뜸 달겨들며 그 볼치에다 다시 ⓓ올찬 황밤을 주었다. 적이나 하면 계집이니 위로도 하여 주련만 요건 분만 푹푹 질러놀려나. 예이 빌어 먹을 거, 이판사판이다.
“너허구 안 산다. 오늘루 가거라.”
아내를 와락 떠다 밀어 밭둑에 제켜놓고 그 허구리를 밭길로 퍽 질렀다. 안해는 입을 혁 하고 벌린다.
“네가 허라구 옆구리를 꾹꾹 찌를 제는 은제냐, 요 집안 망할 년.” / 그리고 다시 퍽 잘렀다. 연하여 또 퍽.
이 골들을 보니 수재는 조바심이 일었다. 저러다가 그 분풀이가 다시 제게로 슬그머니 옮아올 것을 ⓔ지르채었다. 인제 걸리면 죽는다. 그는 비슬비슬하다 어느 틈엔가 구뎅이 속으로 시나브로 없어져 버린다. 볕은 다스로운 가을 향취를 풍긴다. 주인을 잃고 콩은 무거운 열매를 동글동글 흙에 굴린다. 맞은쪽 산밑에서 벼들을 베며 기뻐하는 농군의 노래.
“터졌네 터져.” 수재는 눈이 휘둥그렇게 굿문을 뛰어나오며 소리를 친다. 손에는 흙 한 줌이 잔뜩 쥐였다.
“뭐?” 하다가, “금줄 잡았어, 금줄.”
“응!” 하고 외마디를 뒤남기자 영식이는 수재 앞으로 살같이 달려들었다. 허겁지겁 그 흙을 받아들고 샅샅이 헤쳐 보니 딴은 재래에 보지 못하면 불그죽죽한 황토이었다. 그는 눈에 눈물이 핑 돌며, / “이게 원줄인가?”
“그럼 이것이 곱색줄이라네. 한 포에 댓 동씩은 넉넉 잡히네.”
영식이는 기쁨보다 먼저 기가 탁 막혔다. 웃어야 옳을지 울어야 옳을지. 다만 입을 반쯤 벌린 채 수재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본다. / “이리 와 봐. 이게 금이래.”
이윽고 남편은 아내를 부른다. 그리고 내 뭐랬어, 그러게 해 보라고 그랬지, 하고 설면설면 덤벼오는 아내가 한결 어여뻤다. ㉣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아내의 눈물을 지워 주고 그리고 나서 껑충거리며 구뎅이로 들어간다.
“그 흙 속에 금이 있지요?”
영식이 처가 너무 기뻐서 코다리에 고래등 같은 집까지 연상할 제, 수재는 시원스러이,
“네, 한포대에 오십 원씩 나와유.”하고 오늘밤에는 정녕코 꼭 달아나리라 생각하였다.
㉤ 거짓말이란 오래 못 간다. 봉이 나서 뼉다귀도 못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게 상책이겠다.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향토적이고 해학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② 구어체 문장의 적절한 사용으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토지를 둘러싼 경제적인 이귄 다툼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④ 소박하고 순진한 성격의 인물을 등장시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⑤ 직설적인 비속어의 사용으로 인물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③ / 순박한 한 농민이 금을 찾아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사건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린다.
윗글에 등장하는 남편에게 들려 줄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서야 일이 되나.
② 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 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
③ 멧돼지 잡으려다 집돼지 놓친다는 말도 모르나.
④ 가까운 남이 먼 일가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⑤ 일이 잘 될려면 집안부터 화평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③ / 남편은 금이 나올 거라는 수재의 말만 믿고 멀쩡한 콩밭은 파헤쳐 곤란한 지경에
윗글의 내용을 통해 미루어 추측할 수 없는 것은?
① 아내는 남편의 금 캐기를 부추겼다.
② 수재는 영식이 경작하는 밭을 탐낸다.
③ 영식이는 가난한 농사일에 염증을 느낀다.
④ 수재는 영식이에게 채금(採金)을 종용한다.
⑤ 영식이네는 지금 빚에 쪼달리고 있다.
▷ ② / 수재가 영식에게 금 캐기를 권유한 인물내용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 중,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① / ㉠은 영식과 수재가 싸운 정황을 보여 줄 뿐 성격은 드러나지 않는다.
ⓐ~ⓔ를 풀이한 것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 시달리지만 ② ⓑ 부끄러운
③ ⓒ 아픔을 참고 ④ ⓓ 세찬
⑤ ⓔ 지레 짐작했다.
▷ ③ / ‘암상을 참고’란 ‘남을 미워하고 샘을 잘 내는 심술을 참고.
김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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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무방 |
작품해설
‘만무방’이란 원래 ‘염치 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란 의미인데, 이 작품은 살아가기 힘든 응칠, 응오 두 형제의 부랑(浮浪)하는 삶을 중심으로 하되, 노동보다는 도박판에 뛰어드는 농촌 청년들의 사행적(射倖的) 행태도 제시되어 있다. 특히, 추수를 해도 아무런 수확도 돌아가지 않는 소작농(동생 응오)이 제 논의 벼를 도둑질하는 사건은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보여 준다.
※ 다음 소설을 읽고 각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는 한 구석에 머물러 있음은 가슴이 답답할 만치 도리어 괴로웠다. 그렇다고 응칠이가 본시 역마 직성 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도 5년 전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아들이 있었고 집도 있었고, 그 때야 어딜 하루라도 집을 떨어져 보았으랴. 밤마다 아내와 마주앉으면 어찌하면 이 살림이 좀 늘어 볼까 불어 볼까 애간장을 태우며 갖은 궁리를 되하고 되하였다마는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농사는 열심으로 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남는 건 겨우 남의 빚뿐, 이러다가는 결말에 봉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루는 밤이 깊어서 코를 골며 자는 아내를 깨웠다. 밖에 나아가 우리의 세간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 보라 하였다. 그리고 저는 벼루에 먹을 갈아 붓에 찍어 들었다. 벽을 바른 신문지는 누렇게 그을렸다. 그 위에다 불러 주는 물목대로 일일이 내려 적었다. 독이 세 개, 호미가 둘, 낫이 하나로부터 밥사발, 젓가락, 짚이 석 단까지 그 다음에는 제가 빚을 얻어 온 데, 그 사람들의 이름을 쭉 적어 놓았다. 금액은 제각기 그 아래에다 달아 놓고, 그 옆으론 조금 사이를 떼어 역시 조선문으로 나의 소유는 이것밖에 없노라. 나는 54원을 갚을 길이 없으매 죄진 몸이라 도망하니, 그대들은 아예 싸울 게 아니겠고 서로 의논하여 억울치 않도록 분배하여 가기 바라노라 하는 의미의 ㉠성명서를 벽에 남기자, 안으로 문들을 걸어 닫고 울탈기 밑구멍으로 세 식구가 빠져 나왔다.
㉡이것이 응칠이가 팔자를 고치던 첫날이었다.
(나) 그들 부부는 돌아다니며 밥을 빌었다. 아내가 빌어다 남편에게, 남편이 빌어다 아내에게. 그러자 어느 날 밤 아내의 얼굴이 썩 슬픈 빛이었다. 눈보라는 살을 에인다. 다 쓰러져 가는 물방앗간 한 구석에서 섬을 두르고 언내에게 젖을 먹이며 떨고 있더니 여보게유, 하고 고개를 돌린다. 왜, 하니까 그 말이, 이러다간 우리도 고생일 뿐더러 첫째 언내를 잡겠수, 그러니 서루 갈립시다 하는 것이다. 하긴 그럴 법한 말이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붙어다닌댔자 별수는 없다. 그 보담은 서로 갈리어 제 맘대로 빌어먹는 것이 오히려 거뜬하리라. 그는 선뜻 응낙하였다. 아내의 말대로 개가를 해 가서 젖먹이나 잘 키우고 몸 성히 있으면 혹 연분이 닿아 다시 만날지도 모르니깐, 마지막으로 아내와 같이 땅바닥에 나란히 누워 하룻밤을 새고 나서, 날이 훤해지자 그는 툭툭 털고 일어섰다.
㉠의 의미는?
① 경고 ② 해명 ③ 선언
④ 투쟁 ⑤ 반발
▷ <정답 ③>
㉡과 표현방식이 같은 것은?
① 구름은 / 보랏빛 색지(色紙)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② 동백꽃 / 붉은 잎새 사이로
푸른 바다의 / 하이얀 이빨이 웃는다.
③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 그 때에 내말이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④ 고인도 날 몯 보고 나도 고인 몯뵈
고인을 몯 뵈도 녀던 길 알 잇
년던 길 알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⑤ 매운 계절의 채찍이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 반어법 ①은유법 ②조지훈춘일(은유법) ④연쇄법 ⑤공감각적 표현 <정답 ③>
㉢이 ‘아니꼽다’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는?
① 쥐뿔도 모르는 것이 ② 쥐뿔도 없는 것이
③ 쥐뿔이나 있어야지 ④ 쥐뿔만도 못한 것이
⑤ 쥐뿔나게 무슨 큰 소리냐
▷ 나머지는 모두.
이 글에서 ‘응칠’이가 모범적인 농군에서 반사회적 인물로 전락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는?
① 시대적 상황 ② 개인적 욕망 ③ 가정 파산
④ 농촌의 피폐화 ⑤ 생활 곤란
▷ <정답 ①>
이 글이 주는 정서(情緖)로 알맞은 것은?
① 불안 ② 연민 ③ 허무
④ 자조(自嘲) ⑤ 비애
▷ <정답 ⑤>
박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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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작품해설
작가 박태원의 실제 생활을 반영한 자전적인 소설로, 발표 직후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목적 없이 집을 나선 ‘구보’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도중에 우연히 부딪히게 되는 단편적인 여러 사실들, 그리고 그에 의해 촉발되는 두서없는 생각들의 연속인 이 소설에서 우리는 1930년대 나약한 지식인의 일상사를 엿볼 수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느 틈엔가 그 여자와 축복받은 젊은이는 이 안에서 사라지고, 밤은 완전히 다료(茶寮) 안팎에 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
문득 구보는 자기가 그 동안 벗을 기다리면서도 벗을 잊고 있었던 사실에 생각이 미치고, 그리고 호젓한 웃음을 웃었다. 그것은 일찍이 사랑하는 여자와 마주 대하여 권태와 고독을 느끼었던 것보다도 좀더 애처로운 일임에 틀림없었다.
(나) 구보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참 그는 그 뒤 어찌 되었을구. 비록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 추억을 갖는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또 기쁘게 하여 준다. 동경의 가을이다. 간다(神田, 일본 동경의 중심가) 어느 철물전에서 한 개의 네일 크립퍼를 구한 구보는 ‘짐보죠(神保町)’, 그가 가끔 드나들던 끽다점(喫茶店)을 찾았다. 〔․․․〕그 중 구석진 테이블, 그 중 구석진 의자. 통속 작가들이 즐겨 취급하는 종류의 로맨스의 발단이 그 곳에 있었다. 광선이 잘 안 들어오는 그 곳 마룻바닥에서 구보의 발길에 채인 것. 한 권 대학 노트에는 윤리학 석 자와 ‘임(姙)’ 자가 든 성명이 기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백에 연필로, ‘그러나 수치심은 사랑의 상상 작용에 조력(助力)을 준다. 이것은 사랑에 생명을 주는 것이다.’ <중략>
(다) 다료의 주인이 돌아 왔다. ㉡아 언제 왔소. 오래 기다렸소. 무슨 좋은 소식 있소. 구보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와 단장을 집어 들고 저녁 먹으러 나갑시다. 그리고 속으로 지난날의 조그만 로맨스를 좀더 이어 생각하려 한다.
(라) 다료에서 나와 벗과 대창옥(大昌屋)으로 향하며, ⓐ구보는 문득 대학 노트 틈에 끼어 있었던 한 장의 엽서를 생각하여 본다. 물론 처음에 ⓑ그는 망설거렸었다. 그러나 여자의 숙소까지를 알 수 있었으면서도 그 한 기회에서 몸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우선 젊었고, 또 그것은 흥미있는 일이었다. ⓓ소설가다운 온갖 망상을 즐기며, 이튿날 아침 구보는 이내 이 여자를 찾았다. 우입구 시래정. 주인집은 그의 신조사(新潮社) 근처에 있었다. 인품이 좋은 주인 여편네가 나왔다 들어간 뒤, 현관에 나온 노트 주인은 분명히 · · · 그들이 걸어가고 있는 쪽에서 미인이 왔다. 그들을 보고 빙그레 웃고, 그리고 지났다. 벗의 다료 옆, 카페 여급. 벗이 돌아보고 구보의 의견을 청하였다. ㉢어때 예쁘지. 사실 여자는, 이러한 종류의 계집으로서는 드물게 어여뻤다. 그러나 ⓔ그는 이 여자보다 좀더 아름다웠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마) ㉣어서 옵쇼. 설렁탕 두 그릇만 주. 구보가 노트를 내어 놓고, 자기의 실례에 가까운 심방(尋訪)에 변해(辯解)를 하였을 때, 여자는 순간에 얼굴이 붉어졌었다. 모르는 남자에게 정중한 인사를 받은 까닭만이 아닐 게다. ㉤어제 어디 갔었니. 길옥신자(吉屋信子). 그는 문득 그런 것들을 생각해 내고, 여자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맞은편에 앉아, 벗은 숟가락 든 손을 멈추고, 빠안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는지도 모른다. 구보는 ㉥의미 없이 웃어 보였다.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서술자는 객관적으로 대상의 외면을 관찰하고 있다.
② 주인공(구보)은 벗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③ 짧은 문장을 구사함으로써 시간을 비약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④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사건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고 있다.
⑤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주인공(구보)의 내면을 독자에게 숨기고 있다.
▷ 친구를 기다리다가 친구를
(가)~(마) 중 회상의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 ㈏는 동경의 가을날 찻집에서 본 어떤 여성의 노트를 추억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다.
㉠~㉤ 중에서 발화(發話)의 의도가 (가)의
이제 어디로 |
가야 하나 |
의 유형과 같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의 에 들어 있는 내용은 발화(發話)되지 않은 인물의 내면 생각으로 일종의 내적 독백이다. 〈정답①〉
정황으로 보아서 윗글의 마지막 ㉥과 바꾸어 쓸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실없이 ② 멋쩍게 ③ 쓸쓸히
④ 환하게 ⑤ 가볍게
▷ 친구와 마주 앉아 있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 친구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상황으로 보아 ‘어색하고 쑥스럽게’ 웃었을 것이다. <답②〉
(라)의 ⓐ~ⓔ 중에서 지시 대상이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이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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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 상 (李 箱, 1910~193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1934년 <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놀라움을 줌. 일본에 건너가 28세의 나이로 작고. 그의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로서 항상 상식적인 이해를 거부한다. 띄어쓰기의 무시나 문법의 파괴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부정인데,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과거의 부정이라는 면에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내부 세계, 곧 의식 심층부의 체계를 추구한다. 대표작에는 시 「이상한 가역 반응」(1931), 「꽃나무」(1933), 「거울」(1933), 「오감도」(1934) 와 소설 「지주회시」(1936, 「봉별기」(1936, 「종생기」(1937)이 있다.
작품해설
심리주의 소설에 속하며 작가의 독특한 자의식의 세계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이상 문학의 대표작. 매춘부인 아내에게 기생해 사는 어느 무기력한 지식인의 암울한 내면이 묘사된다. 즉 ‘나’라는 비일상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일상적인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날그날 그저 까닭없이, 의욕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의 필연적인 전환이 무시되고,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소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정당한 인간 관계를 상실한 현대인의 자폐스런 심리 상태를 그리면서 ‘날개’ 라는 상징어로써 욕망의 탄생과 억압된 세계 안에서의 비극적 초월을 구현한다.
(주제) 전도된 삶으로부터 초월적 자아를 확인해 가는
인간의 의지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
참고 :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
인간의 잠재 의식의 흐름을 충실히 표현하려는 문학상의 기법. 이런 기법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외부에서보다는 정신과 정서의 끝없는 과정에서 더 잘 발견된다고 하는 믿음에서 출발함. 자연주의나 사실주의에 반대한 심리주의의 기법으로 외면 세계의 묘사보다는 내면 세계를 추구하여 심층심리 탐구에 주력함. 시에서의 무의식의 세계를 쓰는 초현실주의의 한 기법인 ‘자동기술법(自動記述法)’과 연관성이 많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레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 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려다 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精神奔逸者) 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半)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 만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개의 태양처럼 마주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나) 그 33번지라는 것이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한 번지에 18가구가 죽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지 모양이 똑같다. 게다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다.
해가 들지 않는다. 해가 드는 것을 그늘이 모르는 체하는 까닭이다. 턱살 밑에다 철줄을 매고 얼룩진 이부자리를 말린다는 핑계로 미닫이에 해가 드는 것을 막아버린다. 침침한 방안에서 낮잠들을 잔다. 그들은 밤에는 잠을 자지 않나? 알 수 없다. 나는 밤이나 낮이나 잠만 자느라고 그런 것을 알 길이 없다. 33번지 18가구의 낮은 참 조용하다.
나는 그러나 그들의 아무와도 놀지 않는다. 나는 내 아내와 인사하는 외에 누구와도 인사하고 싶지 않다.
내 아내 외의 다른 사람과 인사를 하거나 놀거나 하는 것은 내 아내 낯을 보아 좋지 않은 일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만큼까지 내 아내를 소중히 생각한 것이다.
(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 때 뚜우 정오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모두 네 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 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① 인간의 원천적인 삶에 대한 애정과 인간애를 그리고 있다.
② 떠돌이의 삶을 통해 본 인간 본연의 애정을 그리고 있다.
③ 현실과 유리된 지식인의 내면 갈등을 그리고 있다.
④ 비극적인 현실을 초월한 인간의 자의식과 심리 상태를 그리고 있다.
⑤ 일제 시대의 참담한 현실에 저항하는 민족적 의지를 그리고 있다.
▷ 의식 밖의 세계인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극한 상
나타난 화자의 태도로 알맞은 것은?
① 비판적 ② 냉소적 ③ 낭만적
④ 분석적 ⑤ 사실적
▷ 화자로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기보다는 거꾸로 뒤집어서 보
밑줄친 ㉠이 암시하는 것은?
① 시간의 경과 ② 사건의 전환 ③ 갈등의 고조
④ 사건의 해결 ⑤ 의식의 각성
▷ 사이렌 소리를 듣고 주인공은 비로소 삶의 의욕을 느낀다.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웃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나)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여 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춰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조그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를 끄실러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 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 가지고 그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르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출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놓인 고 가지 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 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體臭)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내음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중략>
(라) 어느덧 손수건만해졌던 볕이 나갔는데 아내는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요만 일에도 좀 피곤하였고 또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내 방으로 가 있어야 될 것을 생각하고 그만 내 방으로 건너간다. 내 방은 침침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잠을 잔다. 한번도 걷은 일이 없는 내 이부자리는 내 몸뚱이의 일부분처럼 내게는 참 반갑다. 잠은 잘 오는 적도 있다. 그러나 또 전신이 까칫까칫하면서 영 잠이 오지 않는 적도 있다. 그런 때는 아무 제목으로나 제목을 하나 골라서 연구하였다.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 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 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 ― ⓓ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가 없고, 한 잠 자고 깨인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 껍질로 띵띵 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뿐이고 하였다.
그러기에 나는 빈대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러나 내 방에서는 겨울에도 몇 마리의 빈대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내게 근심이 있었다면 오직 이 빈대를 미워하는 근심일 것이다. 나는 빈대에게 물려서 가려운 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었다. 쓰라리다. 그것은 그윽한 쾌감에 틀림없었다. 나는 혼곤히 잠이 든다.
(마) 나는 그러나 그런 이불 속의 사색 생활에서도 적극적인 것을 궁리하는 법이 없다. 내게는 그럴 필요가 대체 없었다. 만일 내가 그런 좀 적극적인 것을 궁리해 내었을 경우에 나는 반드시 내 아내와 의논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고 ― 나는 꾸지람이 무섭다느니보다도 성가셨다. 내가 제법 한 사람의 사회인의 자격으로 일을 해 보는 것도 아내에게 사설 듣는 것도.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도 싶었다.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지리가미 : ‘휴지(休紙)’의 일본어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나타난 심경이 드러나고 있는 단락은?
<보 기>
이상(李箱)의 「오감도(烏瞰圖)」가 신문에 발표되자, 정신 병자가 아니냐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대해 이상(李箱)은 이렇게 말했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깜빡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어쨌든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면서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 밑줄 친
작중 인물 ‘나’의 행동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있다.
② 자기 아내와 대화하고 있다.
③ 일상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④ 이불 속에서 몽상을 하고 있다.
⑤ 제한된 공간에서 이동하고 있다.
▷ 이 작품의 사건은 자의식의 고백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답 ②
㉠의 상징적 의미를 바르게 말한 것은?
① 자아가 억압되는 공간
② 갈등이 심화되는 공간
③ 현실을 극복하는 공간
④ 내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
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는 공간
▷ ‘나’는
ⓐ~ⓔ중, ‘나’를 형상화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 껍질로 띵띵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에서 ‘나’는 ‘베개’에 비유되고 있다. <정
채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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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太平天下) |
채 만 식 (蔡萬植, 1902~1950)
전북 옥구 출생,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를 추천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리운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에 「레디 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등이 있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5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로서 소위 ‘가족사 소설’의 전형에 드는 작품이다. 또한 성격 묘사에다가 사회 전체의 실상을 암시하려는 성격소설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1930년대 말에 한국 사회는 일제의 수탈과 착취에 의해 빈궁화 현상이 계속되어가고 있었다. 윤직원은 놀부형으로서 일제가 조장한 상업자본주의에 기생하여 자신의 부를 늘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전면에 윤직원을 내세워 왜곡된 사회와 그 속의 부정적 인물을 조롱하고 있다. 즉,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태평천하라고 믿는 주인공의 시국관을 풍자한다.
표현상의 특질을 몇 가지 살피면 판소리의 수법을 이용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판소리의 창자(唱者)처럼 “ - 입니다.” 식의 경어체를 빌려 독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작중 인물을 조롱하고 있다. 도한 독자와 작중 인물의 중간에 서서 작중 인물을 평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점은 판소리사설에서의 창자의 역할과 같다. 판소리 사설처럼 풍자를 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런 존대말의 풍자는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을 놀리는 장면과도 유사하다.
이 작품은 1938년 ‘천하태평춘(天下太平春)’이라는 제목으로 <조광>지에 1월부터 9월까지 연재된 풍자적 수법을 사용한 장편소설이다. 전체 15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장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1940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주제) 부정적 인물을 통해서 파악한 한말 개화기의 퇴 락한 삶의 비판
일제하 중산층의 삶 풍자
윤 직원 집안이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 붕괴되어 가는 과정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찍이 윤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두꺼비 시절에 자기 부친 말대가리 윤용구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 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 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중 략>
마침 이 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 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윤 주사는 토방으로 내려서는 아들 종수더러, 언제 왔느냐고, 심상히 알은 체를 하면서 역시 토방으로 내려서는 두 며느리의 삼가러운 무언의 인사와 마루까지만 나서 이복 누이동생 서울 아씨의 입 인사를 받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서는 부친 윤직원 영감한테 절을 한자리 꾸부리고서 아들 종수한테 한자리 절과 이복동생 태식이한테 경례를 받은 후 비로소 한 옆으로 들어 앉습니다.
“ ( ㉠ ) ”
윤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우기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하다고 꼬집는 소립니다.
“뭣하러 오냐? 돈 달라러 오지?”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요······”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는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러운 어린 아들로, 둘러 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동경서? 전보?”
“종학이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끙 -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선 온 식구가 제각기 놀랜 건 물론이고요.
“거, 왠 소리냐? 으응? 으응?······ 거 왠 소리여? 으응? 으응?”
“그놈 친구가 친 전본가 본데 전보가 돼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종학이가 사상관계로, 경시청에 붙잽혔다는 뜻일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으엉?”
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벌떡 위로 나동그라질 뻔하다가 겨우 몸을 가눕니다.
<중 략>
“······그런 쳐죽일 놈이, 깍어 죽여두 아깝잖을 놈이! 그놈이 경찰서장 하라닝개루, 생판 사회주의허다가 뎁다 경찰서에 잽혀? 으응? ······육시를 헐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헌 것이라구 지가 사회주의 히여? 부자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당패에 들어······?”
아무도 숨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섰기 아니면 앉았을 뿐, 윤직원 영감이 잠깐 말을 그치자 방안은 물을 친 듯이 조용합니다.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
윤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너냐? ·······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넌 다 -지내가고오 ······ 자 -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 으응? ······ 제 것 지니고 앉어서 편안허게 살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 그런디 이런 태평 천하에 태어난 부잣집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땅땅 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석을 헌담말이여, 으응?”
땅- 방바닥을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그 몸짓이 어떻게도 요란스럽고 괄괄한지, 방금 발광이 되는가 싶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모여 선 ⓒ가권(家券)들은 방바닥 치는 소리에도 놀랐지만, 이 어른이 혹시 ⓓ상성이 되지나 않는가 하는 의구의 빛이 눈에 나타남을 가리지 못합니다.
“······착착 깍어 죽일 놈!······ 그놈을 내가 핀지 히여서 백 년 지녁을 살리라고 헐껄! 백 년 지녁 살리라고 헐 테여 ······ 오냐 그놈을 삼천 석꺼리는 직분(직분)히여 줄려구 히였더니, 오-냐, 그놈 삼천 석꺼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다가 주어 버릴껄!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소리에 가깝습니다.
“······ 이 태평 천하에! 이 태평 천하에 ······”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 앉았던 윤 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 ······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득히 어둔 얼굴들을 면면 상고, 말할 바를 잊고 몸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죽음을 만난 군졸들처럼······
윗글의 서술상 특징과 효과를 정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경어체를 사용하여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고 있다.
② 사건을 현장에서 전달해 주는 수법을 취하여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다.
③ 사건 밖의 서술자가 사건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해학을 자아 내고 있다.
④ 사투리, 욕설 등을 사용하여 생생하게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⑤ 과거의 체험과 현재의 상황을 대비시켜 작품의 주제를 잘 나타냈다.
▷ ⑤ / 과거의 체험이 나오기는 하나 현재의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지는 못하다.
㉠에 들어갈 적당한 말은?
①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느냐?
② 그 동안 별일 없었느냐?
③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
④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더니.
⑤ 당장 나기지 못하겠느냐.
▷ ③ /
㉡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종학이의 앞날이 걱정되기 때문에
② 집안이 몰락할 것 같은 예감 때문에
③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④ 윤직원 영감의 분노를 가라앉힐 걱정 때문에
⑤ 화적 때가 쳐들어 왔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 ② / ‘차차 멀리 사라집
ⓐ~ⓔ중, 뜻이 옳지 않은 것은?
① ⓐ - 암소를 찾는 황소가 긴 울음소리를 지름.
② ⓑ - 군사를 일으킴.
③ ⓒ - 식구.
④ ⓓ - 갑자기 질병에 걸림.
⑤ ⓔ - 크게 외침.
▷ ④ / ⓓ 상성(喪性) : 본성(本性)을 잃고 마치 딴 사람처럼 변함.
윗글에 대한 감상을 심화 발전시킨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윤직원 영감과 가족 간의 수직적 관계에 주목했다. 가부장 제도가 세대 간의 의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겠다.
② 나는 ‘말대가리’, ‘윤두꺼비’ 등 이름 붙이기에 주목했다. 문학 작품에서 적절한 이름을 붙임으로 얻는 효과가 무엇일까 하는 점에서 더 깊이 생각해 보겠다.
③ 나는 부잣집 자식인 종학이가 사회주의에 빠진 이유에 주목했다. 식민지 시대의 경제 상황에 서 나타난 계층 간의 갈등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겠다.
④ 나는 윤직원 영감이 왜 그의 ‘소싯적’ 시절을 말세(末世)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시의 시대 배경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겠다.
⑤ 나는 윤직원 영감이 부유하게 된 과정에 주목했다. 우리 사회의 경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더 연구해 보겠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영감(조의관)은 아들(조상훈)의 말이 옳다고는 생각하였으나 실상 그 삼사천 원이란 돈이 족보 박는 데에 직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조씨로 무후(無後)한 집의 계통을 이어서 일문일족에 끼려한즉 군식구가 늘면 양반의 진국이 묽어질까 보아 반대를 하는 축들이 많으니까 그 입들을 씻기 위하여 쓴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마치 난봉자식이 난봉핀 돈 액수를 줄이듯이 이 영감도 실상은 한 천 원 썼다고 하는 것이다. 중간의 협잡배는 이런 약점을 노리고 우려쓰는 것이지만 이 영감으로서는 성한 돈 가지고 이런 병신 구실해 보기는 처음이다.
“듣기 싫다! 누가 네게 그 따위 설교를 듣자든? 어서 가거라.”
“하여간 말씀입니다. 지난 일은 어쨌든 지금 이판에 별안간 치산이란 당한 일입니까. 치산만 한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서원을 짓고 유생들을 몰아다 놓으시렵니까? 돈도 돈이거니와 지금 시대에 당한 일입니까?”
“잔소리 마라! 그놈 나가라니까 점점 더하고 섰고나. 내가 무얼 하든 네가 무슨 총찰이란 말이냐. 내가 죽으면 동전 한닢이라도 너를 남겨줄 테니 걱정이란 말이냐. 너는 이후로 아무리 굶어죽는다 하여도 한푼 막무가내다. 너는 없는 셈 칠 것이니까…… 너희들도 다아 들어두어라.”
하고 좌중을 돌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내 재산이래야 있는 게 아니다마는 반은 덕기에게 물려줄 것이요, 그 나머지로는 내가 쓰고 싶은 데 쓰다 남으면 공평히 나누어 주고 갈 테다. 공증인을 세우든 변호사를 불러대든 하여 뒤를 깡그러뜨려 놀 것이니까 너는 이제는 남된 셈 쳐라. 내가 죽으면 네가 머리를 풀 테냐? 거상을 입을 테냐?”
<중 략>
생각하면 조부 초상 후에 객적은 일만 하고 돌아다니기는 하였다. 고등 학교도 못 나온 처신에 두 살림 세 살림을 떠맡고 게다가 필순이 모녀까지 맡는다는 것도 주제넘은 짓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사는 것, 생활이라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 그것두 할아버지 덕분에 돈푼이 있으니까, 쓸데없이라두 바쁘구 남이 알아주는 것이지 돈 없는 조덕기더면야 자기 같은 책상물림에게 누가 믿고 죽은 뒤라도 처자를 보살펴 달랄까?
구차한 사람, 고생하는 사람은 그 구차, 그 고생만으로도 인생의 큰 노역이니까, 그 노역에 대한 당연한 보수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도의적 이념이 머리에 떠오르는 덕기는 필순이 모녀를 자기가 맡는 것이 당연한 의무나 책임이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염상섭, ‘삼대’>
(나)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니라.
일찍이 윤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두꺼비 시절에 자기 부친 말대가리 윤용구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 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反世紀)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야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중 략>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잽혔다는 뜻일 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룰……”
“으엉?”
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벌떡 뒤로 나동그라질 뻔하다가 겨우 몸을 가눕니다.
“사회주의라니? 으응? 으응?……” 윤 직원 영감은 사뭇 사람을 아무나 하나 잡아먹을 듯 집이 떠나게 큰소리로 포효(咆哮)를 합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너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오.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넌 다~지내가고오…… 자~ 부아라,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태평천하라구 하는 것이여. 태평천하!……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하게 살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하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데 이런 태평천하에서 태어난 부잣집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땅땅 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땅 바닥을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착착 깍어 죽일 놈!…… 그놈을 내가 핀지 히여서 백년 지녁을 살리라고 헐껄! 백년 지녁 살리라고 헐 테여…오냐 그 놈을 3천석거리는 직분(分財)히여 줄려구 하였더니, 오 냐, 그놈 삼천 석꺼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 서으다가, 사회주의허는 놈 잡어 가두는 경찰서다가 주어 버릴걸!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 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 앉았던 윤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뜩이나 어둔 얼굴들을 면면상고, 말할 바를 잊고, 몸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주검을 만난 군졸들처럼……
* 면면상고(面面相顧) : 서로 물끄러미 바라봄
채만식, 『태평천하』
(가), (나)가 지닌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공통된 작품 이해의 방법은?
①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체험, 사상, 감정 등을 살펴본다.
② 작품이 그 당대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거나 모방했는지 살핀다.
③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미적 쾌감, 교훈, 감동 등의 요소에 주목한다.
④ 작품 내부에 지니고 있는 작품 이해를 위한 기준과 정보를 살핀다.
⑤ 작품이 계승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신화 체계를 살핀다.
(가)의 작가는 기독교보다는 유교를 옹호하며, (나)의 작가가 반어(反語)와 풍자(諷刺)의 기법을 사용했다고 볼 때, 이 두 작가의 주된 비판 대상은?
① 조덕기의 윤종학 ② 조상훈과 윤직원
③ 조의관과 윤용구 ④ 조덕기와 윤직원
⑤ 조상훈과 윤종학
▷ ‘삼대’에 드러난 작가의 지나친 증오심
(나)를 참고하여, <보기>의 밑줄친 ‘게릴라 전술’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보 기>
채만식은 잘못된 역사와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으나 그것을 정면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30년대 후반에는 특히 작품, 작가에 대한 검열과 탄압이 심했던 때였다. “가뜩이나 이렇게 맹렬한 육탄(肉彈) 아니 언탄(言彈)을 맞고 보니 윤직원 영감으로는 총퇴각이 아니면 달리 기습이나 게릴라 전술을 쓸 수밖에 별 도리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태평천하’ 속에 있는데, 이는 채만식의 창작 방법의 모색을 암시하는 것같다. 그는 총퇴각이 아니라 게릴라 전술을 택했다.
① 풍자와 반어의 수법을 썼다.
② 경어와 현재형 문체를 썼다.
③ 판소리 사설투의 문체를 사용했다.
④ 현실을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했다.
⑤ 작가의 주관적 평을 덧붙였다.
▷ 일제 상황을 직접 비판 하기 어려울 때, 작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겠는지 생각한다. <정답 ①>
다음은 위의 ‘삼대’와 ‘태평천하’를 비교한 평론의 일부이다. 빈칸에 들어 갈 적절한 내용은?
‘삼대(三代)’와 태평천하(太平天下)‘의 중심 인물은 함께 중산층 출신이자 동시에 같은 이데올로기적 기반 위에 서 있지만 그 편차가 있어, 전자가 ( ㉠ )입장이라면 후자는 ( ㉡ )입장이다.
김윤식,『한국현대문학사』
① ㉠ 보수적, ㉡ 진보적 ② ㉠ 진보적, ㉡ 보수적
③ ㉠ 절대적, ㉡ 상대적 ④ ㉠ 상대적, ㉡ 절대적
⑤ ㉠ 사회적, ㉡ 개인적
▷ ‘삼대’와 ‘태평천하’의 중심 인물은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가), (나)에서 세대간의 인간 관계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지적한 것은?
① 나는 재산이라고 봐, 재산을 가진 1세대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후손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지.
② 나는 전통사상인 효(孝)를 말하고 싶어, 유교사회에서 자식은 부모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
③ 나는 여자 문제라고 봐, 두 작품에 나오는 주요 등장 인물들은 여성들을 매개로 하여
관계를 설정하니까.
④ 나는 일제 상황이라고 봐, 아무리 세대 차이가 있더라도 일제로부터 광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테니까.
⑤ 나는 종교라고 봐, 즉 유교와 기독교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지, 조의관이 조상훈을 멀리하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야.
힘은 그들이 소유한 ‘재산’에서 나온다. <정답 ①>
(가)의 ‘조덕기’와 (나)의 ‘윤종학’의 공통점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① ‘우리만 빼고 다 망해라’로 대표되는 ‘가족 이기주의’를 거부한다.
② 일제 치하의 비극적인 우리 민족의 현실에 맞서 투쟁한다.
③ 그들 부친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④ 처음에는 사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지니나 결국 현실에 저항한다.
⑤ 동경 유학 시절에 사회주의를 접하고 이를 신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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