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

현대 소설 작품 #03 - 공무원 국어 - 문학 - 소설

Jobs9 2020. 3. 1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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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 작품해설

이 작품은 1930년대라는 식민지 시대의 무기력한 지식 청년들 생활상의 한 단면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그 표상이 되고 있는 것이 P다. 한편 이 작품은 그 문장 기법으로 보아 독특한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이 작품 여러 군데에는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엇비슷하게 말하여 꼬집는 기법이 쓰여졌다. 이 소설 주인공 P는 좌파 운동을 하댜가 포기, 좌절한 인테리다. 그런 점으로 보아 이 작품은 다분히 전향 소설류에 속한다. 또한 30년대 중반기부터 프로 문학과 민족진영의 문학이 퇴조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체되어 풍조를 풍자적으로 다루는 소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그런 류의 풍자, 고발 소설 가운데 하나다.

 

(주제) 지식인 계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

식민지 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비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지식인의 자 학적 생활(현실에 부적응하는 지식인의 생활)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거 참 큰일 났어.”

K사장은 P가 낙심해 하는 것을 보고 밑천이 들지 아니하는 일이라서 알뜰히 걱정을 나누어준다.

“저렇게 좋은 청년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저렇게들 애를 쓰니.”

P는 속으로 코똥을 ‘흥’하고 뀌었으나 아무 대답도 아니하였다. K사장은 P가 이미 더 조르지 아니하리라고 안심한지라 먼저 하품 섞어 ‘빈 자리가 있어야지’하던 시원찮은 태도는 버리고 그가 늘 흉중에 묻어 두었다가 청년들에게 한바탕씩 해 들려 주는 훈화를 꺼낸다.

“그렇지만 내가 늘 말하는 것인데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 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 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서.... .

농촌으로 돌아가서 무얼 합니까.”

P는 말 중동을 잘라 불쑥 반문하였다. 그는 기왕 취직 운동은 글러진 것이니 속 시원하게 시비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허, 저게 다 모르는 소리야..... 조선은 농업국이요, 농민이 전 인구의 팔 할이나 되니까 조선 문제는 즉 농촌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아 지금 농촌에서 할 일이 오죽이나 많다구?”

“저는 그 말씀 잘못 알아 듣겠는데요. 저희 같은 사람이 농촌에 가서 할 일이 있을 것 같잖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가령 응....... .... .‘

K 사장은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가 구직하러 오는 지식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돌아가 농촌 사업을 하라는 것과 다음에 또 꺼내는 일거리를 만들라는 것은 결코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지식 계급의 구직군이 넘치는 것을 보고 막연히 ‘농촌으로 돌아가라.’고 해 왔을 따름이다. 따라서, 거기에 대한 구체적 ‘플랜’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 행세거리로 또 한편으로는 구직군 격퇴의 수단으로 자룡이 헌 창 쓰듯 썼을 뿐이지- 그리하여 그 동안까지는 대개는 그 막연한 설교를 들은 성 만 성 물러가는 것이 그들의 행투였었는데 오늘 이 P에게만은 그렇지가 아니하여 불가불 구체적 설명을 해 주어야 하게 말머리가 돌아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떠듬떠듬 생각해 가면서 생각나는 대로 주워 검기는 것이다.

“가령 응.... 저..... 문맹 퇴치 운동도 있지. 농민의 구할은 언문도 모른단 말이야! 그리고 생활 개선 운동도 좋고.... 헌신적으로.”

“헌신적으로요?” “그렇지....할 테면 헌신적으로 해야지.”

무얼 먹고 헌신적으로 그런 사업을 합니까?...... 먹을 것이 있어서 그런 농촌 사업이라도 할 신세라면 이렇게 취직을 못 해서 애를 쓰겠습니까?”

“허! 그래 안 된 생각이야. 자기가 먹고 살 재산이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서 일도 아니하고 번들번들 논다는 것은, 그것은 타락된 생각이야.”

P는 K사장이 억단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속으로 싱그레 웃었다.

“그렇지만 지금 조선 농촌에서는 문맹 퇴치니 생활 개선이니 합네하고 손 끝이 하얀 대학이나 전문 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오는 것을 그다지 반겨하기는커녕 머릿살을 앓을 것입니다. ....... 농민이 우매하다든지 문화가 뒤떨어졌다든지 또 생활이 비참한 것의 근본 원인이, 기역, 니은을 모른다든가 생활 개선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조선의 지식 청년들이 모두 그런 인도주의자가 되어집니까?”

“되면 되지 안 될 건 무어야?”

“그건 인도주의란 그것이 한 개 공상이니까 그렇겠지요.”

“허허....... 그러면 P군은 ×× 주의잔가?”

되다가 찌부러진 찌스러깁니다. 철저한 ××주의자라면 이렇게 선생님한테 와서 취직 운동도 아니합니다.”

“못 써, 그렇게 과격한 사상으로 기울어야 쓰나...... 정 농촌으로 돌아가기가 싫거든 서울서라도 몇 사람 마음 맞는 사람이 모여서 무슨 일을 - 조국에 신문이 모자라니 신문을 하나 경영하든지 또 조그맣게 하자면 잡지 같은 것도 좋고 또 영리 사업도 좋고.... 그러면 취직 운동하는 것보담 훨씬 낫잖은가?”

“좋을 줄이야 압니다만 누가 돈을 내놉니까?”

“그거야 성의 있게 하면 자연 돈도 생기는 거지.”

P는 엉터리없는 수작을 더 하기가 싫어 웬만큼 말을 끊고 일어섰다.

 

 

 

이 작품에서 대화가 전개되는 양상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절충적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② 새로운 견해에 도달하고 있다.

③ 논의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④ 양 쪽이 잠정적으로 화해하고 있다.

⑤ 한 쪽이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고 있다.

▷ ③ / P와 K사이의 대화는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K 사장에 관한 설명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농촌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② ×× 주의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③ 실업의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④ 실업자를 놀고 먹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⑤ 현실을 무시한, 막연한 이상주의적 생각을 하고 있다.

 

 

㉠~㉤ 가운데 화자(話者)의 자학(自虐)하는 심정이 잘 나타난 곳은?

① ㉠ ② ㉡ ③ ㉢ ④ ㉣ ⑤ ㉤

 

ⓐ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한 것은?

① 조심스럽게 다룸 ② 헤프게 씀

③ 능수능란하게 사용함 ④ 소중히 여김

⑤ 한가지만 고집함

 

 

ⓑ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전제(前提)하고 있는 생각이 잘못되었다.

② 문제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

③ 권위를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④ 논의의 초점에서 벗어나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⑤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 ① / “자기가 먹고 살 재산이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서 일

채만식

 

치숙

󰏅 작품해설

글의 표면에서 일본인 밑에서 만족을 느끼며 사는 한 소년의 입을 빌려 무능한 지식인 아저씨의 비극이 조롱되고, 그 이면에서 그 아저씨의 사상 실천적 삶이 옹호되고 있는 풍자소설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나름대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아저씨는 현실을 추악하게 보고 개인적 파멸을 감수하면서 현실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카인 나는 현실을 아름답게 보고 만족하며 사는 인물이다. 시대 상황에 대한 유식층과 무식층의 반응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서 `칭찬-비난의 역전`의 형태로 작가는 `나`의 생활 방식을 칭찬하고 아저씨의 비현실적인 사고 방식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 심층적인 의미에서는 `나`의 생활 방식을 은근히 비판하면서 아저씨의 입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사회주의자인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긍정하지 않은 점은 동반자 작가의 세계관적 한계라 하겠다. 현실적인 생활관을 터득하지 못하는 인텔리의 생리가 오히려 이데올로기마저 무능하게 만든다는 역설적인 논리가 이 작품에서는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일제 강점기에서의 민족적 비극이 당연한 것이라는 표현에서 현실과 타협해 사는 당대 일상인의 삶의 실제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그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일제에 의한 지배구조에 맞싸우는 노력이 참으로 값진 것이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역논리기법이 발휘되어 있다. 「레디 메이드 인생」과 더불어, 지식인을 대상으로 삼은 채만식 풍자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 후에 채만식은 일제에 순응하는 친일 분자가 되고, 해방 후에 일제 말기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민족의 죄인」 (<백민>, 1948)을 발표하게 된다.

 

(주제) 일제 강점기의 현실 적응적 생활관과 사회주의 사상적 삶의 방식과의 갈등.

일제 강점기하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무기력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머,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세…… 내 원!

신세 간데 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가지굴랑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간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 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 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 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빈(鐵貧)인데.

<중 략>

“너, 그런 경제학, 그런 사회주의 어디서 배웠니?”

“배우나마나, 경제라는 것은 돈 많이 벌어서 아껴쓰고 나머지 모아 두는 게 경제 아니오?”

“그건 보통, 경제한다는 뜻으로 쓰는 경제고, 경제학이니 경제적이니 하는 건 또 다르다.”

“다른게 무어요? 경제는, 돈 모으는 것이고 그러니까 경제학이면 돈 모으는 학문이지요.”

“아니란다. 혹시 이재학(理財學)이라면 돈 모으는 학문이라고 해도 근리(近理)할지 모르지만 경제학은 그런게 아니란다.”

“아아니 그렇다면 아저씨 대학교 잘못 다녔소. 경제 못하는 경제학 공부를 오 년이나 했으니 그거 무어란 말이요? 아저씨가 대학교까지 다니면서 경제 공부를 하구두 왜 돈을 못 모으나 했더니 인제 보니깐 공부를 잘 못해서 그랬군요!”

“공부를 잘못 했다? 허허.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옳다. 네 말이 옳아!

이거 봐요 글쎄. 담박 꼼짝 못하잖나. 암만 대학교를 다니고, 속에는 육조를 배포했어도 그렇다니깐 글세…….

“아저씨?” / “왜 그러니?”

“그러면 아저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돈 모아 부자되는 경제 공부를 한게 아니라 모아 둔 부자사람네 돈 뺏아 쓰는 사회주의 공부를 했으니 말이지요…….”

“너는 사회주의가 무얼루 알구서 그러냐?”

“내가 그까짓 걸 몰라요?”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내 얼굴만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누웠더니 피쓱 한번 웃어요. 그리고는 그 양반이 하는 소리겠다요.

“그게 사회주의냐? 불한당이지.”

“아아니, 그럼 아저씨도 사회주의가 불한당인 줄은 아시는구려?”

“내가 어째 사회주의가 불한당이랬니?”

“방금 그러잖았어요?”

“글쎄, 그건 사회주의가 아니라 불한당이란 그 말이다.”

“거 보시우! 사회주의란 것은 그렇게 날불한당이어요. 아저씨도 그렇다구 하면서 아니시래요?”

“이 애가 시방 입심 겨룸을 하재나!”

이거 봐요. 또 꼼짝 못하지요. 다 이래요 글쎄…….

“아저씨?”

“왜 그러니!”

“아저씨도 맘 달리 잡수시오”

“건 어떻게 하는 말이야?”

“걱정 안되시우?”

“날 같은 사람이 걱정이 무슨 걱정이냐? 나는 네가 걱정이더라.”

“나는 뭐 버젓하게 요량이 있는 걸요.”

“어떻게?”

“이만 저만한가요!”

또 한바탕 주욱 설명을 했지요. 이 애기를 다 듣더니 그 양반 한다는 소리 좀 보아요.

너두 딱한 사람이다!”

“왜요?”

“……”

“아아니, 어째서 딱하다고 그러시우?”

“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하고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

“아첨이요?”

“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분수대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 가면서꺼정 생활에다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란 것은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가 부른 건 아니니까.”

“그건 무슨 뜻인데요.”

“네가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성명까지 갈고 모든 생활 법도를 일본화하겠다는 것이 말이다.”

“네, 그게 좋잖아요?”

“그것이 말이다, 진실로 깊은 교양이나 어진 지혜의 판단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그도 모를 노릇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보매 네가 그렇다는 것은 다른 뜻으로 그러는 것 같다.”

“다른 뜻이라니요?”

“네 주인의 비위를 맞추고 이웃의 비위를 맞추고 하자고….”

“그야 물론이지요! 다이쇼(主人)의 신용을 받아야 하고 이웃 내지인들하구두 좋게 지내야지요? 그래야 할 것 아니겠어요.”

“……”

 

‘나’ 와 ‘아저씨’가 갈등하는 이유로 가장 근본적인 것은?

① 아저씨가 전과자가 되어 무능력하게 사는 것이 못마땅해서

②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조목조목 따지는 아저씨의 태도가 불쾌해서

③ 아저씨가 주어진 현실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④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부자의 돈을 뺏으려고만 드는 아저씨가 못마땅해서

⑤ 아저씨가 생활력이 전혀 없으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이기 때문에

▷ ③ / ‘아저씨’와 ‘나’가 갈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어진 현실을 살아 나감에

글의 서술상 특징과 효과를 정리한 것으로 알맞은 것은?

① 서술자를 철저히 객관화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 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② 주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진행시킴으로써, 등장 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부각시키고 있다.

③ 사건을 체험한 사람이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사건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하였다.

④ 서술자가 직접 상대 인물을 비판하게 함으로써, 상대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⑤ 비판받아야 할 인물을 오히려 비판하는 입장에 세움으로 써, 왜곡된 현실 구조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⑤ / 비판받아야 마땅할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상대방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대한 반어적 표현

② 상대의 말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는 표현

③ 상대의 무람업는 행동에 대해 윗사람으로서 귀여워하는 표현

④ 공부한 대로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조적 표현

⑤ 자신의 난처해진 입장을 모면해 보려고 아무렇게나 대답하는 무의미한 표현

 

▷ ④ / 이 말은 ‘나’가 말한 의미를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에 담겨 있는 속마음을 나타낸 것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그렇게도 사회주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니.

② 자신의 일도 잘 처리하지 못하면서 남의 일을 걱정하다니.

③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감히 일본 여자와 결혼하려는 꿈을 꾸다니.

④ 민족적 자존심을 버리고 일본인들의 비위에 맞추며 살아가려 하다니.

⑤ 세상일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니.

 

▷ ④ / 그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본인들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는 ‘나’가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딱한 일이

독자가 ‘나’에 대해 할 수 있는 비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서 이해하려는 태도가 부족하다.

②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폭넓은 역사적 전망이 없다.

③ 자신이 가진 인생관으로만 모든 세상일을 판단하고 평가하려 한다.

④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고 공격함으로써 심리적 쾌감을 얻으려 한다.

⑤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방을 무턱대고 공격하고 있다.

▷ ④

채만식

 

탁류(濁流)

󰏅 작품해설

1937년 10월 13일부터 1938년 5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 소설로 고향과 농토를 잃고 식민지 시대의 혼탁한 물결에 휩쓸려 무너지는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의 어두운 세태를 그렸다. 이 소설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금강의 흐름이 주인공 초봉이의 기구한 일생을 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금강의 의미는 초봉이의 일생을 암시하면서, 한편 우리 민족의 기구한 처지를 나타낸다. 중간에 백제의 흥망을 더듬는다고 한 것은 나라가 망한 사정을 되새기게 한다. 긍정적 인물들의 수난을 그리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당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초봉이의 일생, 정주사의 딱한 처지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민족의 수난이라는 전체적인 문제와 함께 그리려는 작자의 의도는 여유 있는 서술로 부분적인 묘사까지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상황을 파악하게 하는 의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비교적 채만식의 다른 소설보다는 풍자성이 덜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주의할 것은 정주사, 초봉이, 남승재 등으로 대표되는 긍정적 인간들의 수난상이다. 그 인간성으로 보면 이들은 마땅히 복받고 살아야 할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같이 당시 우리 주변의 사악한 인간군들에 의해 핍박받고 한구석으로 내몰리며 희생당한다. 이것은(탁류)가 적어도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원리를 어느 정도 수용해 내었음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주목되어야 한다.

 

(1) 염상섭과 함께 경제적 감각을 가진 글을 씀

(2) 식민지 하의 지식인으로 심각한 비관주의자가 아니라 냉소 주의자에 속한다.

(3) 아이러니를 사용함

(예> 인물을 대상으로 부정적 인물 정주사, 고태수, 형보를 긍적적으로 보여 주려고 더 자세히 묘사하면서 전면에 역설적으로 내세움으로 아이러니가 나타남

(4) 레디메이드 인생의 주인공아들과 같이 계봉이가 식민지 교육을 포기하도록 만듦

(5) 고리대금업 따위의 비정상적인 자본 축적에 대한 비판을 가함

 

(주제) 일제 강점기의 혼탁한 사회에서 파멸해 가는 인 간의 모습

일제 하에서 오염되고 파멸해 가는 삶의 모습

더러운 현실 속의 비극적 여인의 삶

 

이태준

 

해방전후(解放前後)

󰏇 이 태 준 (李泰俊 1904 ~ ?)

강원도 철원 출생. 호는 상허(尙虛). 동경 상지 대학 예과 중퇴. 1925년 ‘시대 일보’에 ‘오몽녀’로 등단. ‘구인회’ 동인. ‘문장’지 주간. 해방 후 ‘조선 문학가 동맹’ 중앙 집행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좌익 문학 운동을 하다가 1946년 월북.

미감(美感)이 넘치는 문체로 예술적 정취가 짙은 단편을 남겼으며, 이외에도 시대 정신을 추구한 이채로운 작품이 눈에 띈다. 대표작으로 ‘불우 노인’(1932), ‘달밤’(1933), ‘까마귀’(1936), ‘복덕방’(1937), ‘영월 영감’(1939), ‘밤길’ (1940), ‘해방 전후’ (1946) 등이 있다.

 

󰏅 작품해설

제목 그대로 8․15 해방을 전후한 작가 ‘현’의 기록이다. 여기서 작가 ‘현’은 바로 이태준 자신이기도 하다. 해방 전 자신의 작품과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 그리고 해방 후의 적극적 변화, 즉 좌익 계열의 문단 자체에 관여하고 해방 전 그렇게도 존경해 마지않았던 김 직원의 설득에 대해 자신의 방향 전환을 옹호하고 있는 한 문학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 날은 현도 우울한 일이 있었다. 서울 문인 보국회(文人報國會)에서 문인 궐기 대회가 있으니 올라오라는 전보가 온 것이다. 현에게는 엽서 한 장이 와도 먼저 알고 있는 주재소에서 장문 전보가 온 것을 모를 리 없고 일본 제국의 흥망이 절박한 이 떄 문인들의 궐기 대회에 밤낮 낚시질만 다니는 이 자가 응하느냐 안 응하느냐는 주재소뿐 아니라 일본인이요 방공 감시 초장인 우편국장까지도 흥미를 가진 듯, 현의 딸아이가 저녁 때 편지 부치러 나갔더니, 너의 아버지 내일 서울 가느냐 묻더라는 것이다.

김직원은 처음엔 현더러 문인 궐기 대회에 가지 말라하였다. 가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현은 가지 않기가 도리어 겁이 났다. 그랬는데 다음날 두 번째 또 그 다음날 세 번째의 좌우간 답전을 하라는 독촉 전보를 받았다. 이것을 안 김직원은 그 날 일찍이 현을 찾아왔다.

“우리 따위 ⓐ노흔한 것들이야 새 세상을 만나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까만 현공 같은 젊은이는 어떡하든 부지했다가 그예 한몫 맡아 주시오. 그러자면 웬만한 일이건 과히 뻗대지 맙시다. 징요만 면할 도리를 해요.” 그리고 이 날은 가네무라 순사가 나타나서,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언제 떠나느냐, 떠나면 여행 증명을 해 가지고 가야 하지 않느냐, 만일 안 떠나면 참석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나중에는, 서울 가면 자기의 회중 시계수선을 좀 부탁하겠다 하고 갔다. 현은 역시,

‘살고 싶다!’

또 한 번 비명을 하고 하루를 앞두고 가네무라 순사의 수선할 시계를 맡아 가지고 궃은 비 뿌리는 날 서울 문인 보국회로 올라온 것이다.

현에게 전보를 세 번씩이나 친 것은 까닭이 있었다. 얼마 전에 시국 협력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중견층 칠팔인을 문인 보국회 간부급 및 사람이 정보과장과 하루 저녁의 합석을 알선한 일이 있었는데 그 날 저녁에 현만은 참석되지 못했으므로 이번 대회에 특히 순서 하나를 맡기게 되면 현을 위해서도 생색이려니와 그 간부급 몇 사람의 성의도 드러나는 것이었다. 현더러 소설부를 대표해 무슨 ⓑ진언(眞言)을 하라는 것이었다. 현은 얼마 앙탈해 보았으나 나타난 이상 끝까지 뻗대지 못하고 이튿날 대회 회장으로 따라나왔다. 부민관인 회장의 광경은 어마어마하였다. 모두 국민복에 예장(禮章)을 찼고, 총독부 무슨 각하, 조선군 무슨각하, 예복에, 군복에 서슬이 푸르렀고 일본 작가에 누구, 만주국 작가에 누구, 조선문단 생긴 이후 첫 어마어마한 집회였다. 현은 시골서 낚시질 다니던 진흙 묻은 윗저고리에 바지만은 플란넬을 입었으나 국방색도 아니요, 각반도 차지 않아 자기의 복장은 시국 색조에 너무나 무감각했음이 변병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변명할 도리도 없어 그대로 진행되는 절차를 바라보는 동안 현은 차차 이 대회에 일종 흥미도 없지 않았다. 현이 한동안 시골서 붕어나 보고 꾀꼬리나 듣던 단순해진 눈과 귀가 이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선명하게 느낀 것은 파쇼 국가의 문화 행정의 양만성이었다. 어떤 각하 자리는 심지어 히틀러의 말 그대로 문화란 일단 중지했다가도 필요한 때엔 일조 일석에 부활시킬 수 있는 것이니 문학이건 예술이건, 전쟁 도구가 못 되는 것은 아낌없는 박멸하여도 좋다 하였고, 문화의 생산자인 시인이면 평론가며 소설가 들도 이런 무장 각하(武裝閣下)들의 웅변에 ㉡박수 갈채할 뿐 아니라 다투어 일어서, 쓰러져 가는 문화의 옹호이기보다는 관리와 군인의 저속한 비위를 핥기에만 혓바닥의 침을 말리었다. 그리고 현의 마음을 측은케 한 것은 그 핏기 없고 살 여윈 만주국 작가의 서투른 일본말로의 축사였다. 그 익지 않은 외국어에 부자연하게 움직이는 얼굴은 작고 슬프게만 보였다. 조선 문인들의 일본말은 대개 유창하였다. 서투른 것을 보다 유창한 것을 보니 유쾌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얄미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차라리 제 소리 이외에는 옮길 줄 모르는 개나 도야지가 얼마나 명예스러우랴 싶었다. 약소 민족은 강대 민족의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부터가 비극의 감수(甘受)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면 일본 작가들의 축사나 주장은 자연스럽게 보이고 옳게 생각되었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현의 생각엔 일본인 작가들의 행동이야말로 이해하기에 곤란하였다.

한때는 유종렬(柳宗悅) 같은 사람은, “동포여 군국주의를 버리라. 약한 자를 학대하는 것은 일본의 명예가 아니다. 끝까지 이 인륜(人倫)을 유린할 때는 세계가 일본의 적이 될 것이니 그 때는 망하는 것이 조선이 아니라 일본이 아닐것인가?” 하고 외치었고, 한때는 히틀러가 조국이 없는 유태인들을 ⓒ축방하고, 진시황(秦始皇)처럼 번문욕례(繁文縟禮)를 빙자해 철학, 문학을 불지를 때 이것에 제법 항의를 결의한 문화인들이 일본에도 있지 않았는가?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찍소리도 없는 것인가? 조선인이나 만주인의 경우보다는 그래도 조국이나 저의 동족에의 진정한 사랑과 의견을 외칠 만한 자유와 의무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인가? 진정한 문화인의 양심이 아직 일본에 있다면 조선인과 만주인의 불평을 해결은커녕 위로조차 아니라 불평할 줄 아는 그 본능까지 마비시키려는 사이비 종교가만 이 쏟아져 나오고, 저의 민족 문화의 발원지(發源地)라고도 할 수 있는 조선의 문화나 예술을 보호는 못할망정 야만적 관료의 앞잡이가 되어 조선어의 말살과 긴치 않은 동조론(同調論)이나 국민극(國民劇)의 앞잡이 따위로나 나와 돌아다니는 꼴들은 반 세기이 일본 문화란 너무나 허무한 것이 아닌가? 물론 그네들도 양심 있는 문화인은 상당한 수난(受難)일 줄은 안다. 그러나 너무나 태평 무사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에서 펀뜻 박수 소리에 놀라는 현은, 차츰 자기도 등단해야 될, 그 만주국 작가보다 더 비극적으로 얼굴의 근육을 경련시키면서 내용이 더 ⓓ구린 일본어를 배설해야 될 것을 깨달을 때, 여태껏 일본 문화인들을 비난하며 있던 제 속을 들여다볼 때 ‘너 자신은 무어냐? 네 자신은 무엇하러 여기 와 있는거냐?’ 현은 무서운 꿈속이었다. 뛰어도 뛰어도 그 자리에만 있는 꿈 속에서처럼 현은 기를 쓰고 뛰듯 해서 겨우 자리를 일어섰다. 일어서고 보니 걸음은 꿈과도 달라 옮겨지었다. 모자가 남아 있는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현은 모든 시선이 올가미를 던지는 것 같은 회장을 슬그머니 빠져 나오고 말았다.

‘어찌될 것인가? 의장 가야마 선생은 곧 내가 나설 순서를 지적할 것이다. 문인 보국회 간부들은 그 어마어마한 고급 관리와 고급 군인들의 앞에서 창씨 안 한 내 이름을 외치면서 찾을 것이다!’

위에서 누가 내려오는 소리가 난다. 우선 현은 변소로 들어섰다. 내려오는 사람은 절거덕절거덕 칼 소리가 났다. 바로 이 부민관 식당에서 언젠가 우리 문인들에게, 너희가 황국 신민으로서 충성하지 않을 때는 이 칼이 너희 목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하던, 그도 우리 동포인 무슨 중좌인가 그자인지도 모르는데 절거덕 소리는 변소로 들어오는 눈치다. 현은 얼른 대변소 속으로 들어섰다. 한참만에야 소변을 끝낸 칼 소리의 주인공은 나가 버리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이내 다른 구두 소리가 들어선다. 누구이든 이 속을 엿볼 리는 없을 것이나, 현은, 그 시골서 낚시질을 가던 길 산등성이에서 순사부장과 맞닥 뜨리었을 때처럼 꼼짝 못 하겠다. 변기는 씻겨 내려가는 식이나, 상당한 무더위와 독하도록 불결한 데다, 현은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아무리 유치장이나 감방 속이기로 이다지 좁고 이다지 더러운 공기는 아니리라 싶어 사람이 드나드는 곳 치고 용무 이외에 머무르기 힘든 곳은 변소 속이라고 느낄 때, 현은 쓴웃음이 나왔다. 먼 삼층위에선 박수 소리가 울려 왔다. 그리고는 조용한다. 조용해진 지 얼마만에야 현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맨머리 바람인 채, 다시 한 번 될 대로 되어라 하고 시내에서 그중 ⓔ동뜬 성북동에 있는 친구에게로 달려오고 만 것이다.

 

소설 서술상의 특징적 방식과 효과에 대한 다음의 설명들 중, 윗글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① 사건을 체험한 사람 자신이 직접 서술하는 방식이 작품내용에 대해 신빙성을 느끼게 한다.

② 작중 주인공의 시각을 중심으로 사건을 서술해 그의 관점에서 사건 내용을 파악하게 한다.

③ 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상징적 사물을 통해 서술함으로써 작품 내용을 보다 쉽게 알게 한다.

④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만을 객관적으로 제시해 사건 진행을 현장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⑤ 외부적 사건에 반응하는 인물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서술이 인물의 심리 변화를 단계적으로 알게 한다.

▷ ②

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윗글의 주인공 ‘현’의 성격에 대해 바르게 이해한 것은?

① 자신의 안위에 집착이 강하기는 하지만 현실이 모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② 임기 응변에 능하여 긴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돌파구를 찾는다.

③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면서 주체적으로 그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실천력이 부족하다.

④ 시대 상황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자기 보호 본능으로 현실 추수적(現實秋收的) 자세를 보인다.

⑤ 개인적으로는 신념이 투철하지만 인생을 감상적(感傷的) 태도로 보기 때문에 시대적 소명에 회의적이다.

▷ ③ / 주인공 ‘현’은 시대적 상황(일제가 발악적으로 친일을 강요하는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의 자신의 처신에 대한 뚜렷한 인 만한 의지와 기개가 부족한 인물이다.

밑줄 친 ㉠과 같은 심경에 이르게 된 이유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어디서도 친일 행위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② 비로소 얻은 살아 남을 기회를 잃을 것만 같아서

③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는 서울이 나을 것 같아서

④ 일제의 위해(危害)에 당장 직면하게 될 것 같아서

⑤ 여기까지도 일제의 압박이 조여 오고 있는 것 같아서

▷ ④ / 현은 목숨의 위해(危害)를 무릅쓰고까지 저들과 맞서지 못하는 자신의

까이 사귀고 있다.

밑줄 친 ㉡과 같은 행동에 대한 주인공 관점의 평가로 그 표현이 상황에 적절하지 못한 것은?

① 허장성세(虛張聲勢)의 행동이라 하더라도 너무 유치하다 싶었다.

②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꼴이라니 가히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③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요란이 부끄러우면서도 가슴은 자꾸 쓰려 오기만 했다.

④ 세부득이(細部得已)라 어쩔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의 처지가 너무나 서글펐다.

⑤ 강약부동(强弱不同)의 현실을 실감하는 외에 그 어떤 비난도 쉽게 할 수 없었다.

▷ ① / 작중 주인공 ‘현’의 내면 심리, 다른 인물들의 행동 양상, 답지에 열 실력이 있는 것처럼 과장적으로 떠벌리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밑줄 친 ⓐ~ⓔ의 풀이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① ⓐ ― 늙어 정신이 어지러운

② ⓑ ― 시국에 협조할 건의(建議)를

③ ⓒ ― 말살(抹殺)하고

④ ⓓ ― 비굴할 수밖에 없는

⑤ ⓔ ― 멀리 떨어진

▷ ③ / ⓒ는 ‘(나라 없는 유태인들을) 나라(독일)밖으로 축출했다’는 뜻이다.

 

황순원

 

학(鶴)

󰏇 황 순 원 (黃順元, 1915 ~ )

평남 대동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경희대학 교수, 예술원 회원을 역임함. 1931년 「동광」지에 시 ‘나의 꿈’을 발표 한 후 문단에 등단. 1934년 첫 시집 󰡔방가(放歌)󰡕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활동함. 1935년 「삼사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와 소설을 함께 발표하고, 1940년 단편 소설집 󰡔늪󰡕을 간행하면서 소설에 전념하였다. 해방 후에는 교직에 몸담으면서 「독짓는 늙은이」(1950), 「곡예사」, 「학」, 등의 단편과 「별과 같이 살다」(1947),「카인의 후예」(1953), 「인간접목」(1955) 등 장편소설을 발표함. 그의 작품 세계는 시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문체와 스토리의 조직적인 전개를 그 특징으로 삼고 있다. 그의 문체는 설화성(說話性)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인간의 본연적인 심리를 미세하게 묘사하는가하면, 비극적인 현실을 심원한 사상이나 종교로서 감싸고 이해하려는 주제 의식의 확대를 보여주고 있다.

 

󰏅 작품해설

▷ 인물 분석

성 삼 :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농민으로 전쟁과 함께 치안대원이 됨

덕 재 : 가난한 농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된 순박하고 선량한 농민

▷ 분 석

구 성 : 시간의 역전(회상 장면)이 일어나는 입체적 구성

갈등의 전개 : 고개를 올라가면서 갈등이 높아지고 고개를 내 오면서 갈등이 해소됨

마지막 장면의 의미 : 자유를 되찾은 것을 의미

배경사상 : 휴머니즘

표현상의 특징 : 암시와 상징을 통해 주제를 이끌어냄

 

▷ 주 제 : 사상와 이념을 초월한 덕재와 성삼이의 우정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임시, 치안대 사무소로 쓰고 있는 집 앞에 이르니, 웬 청년 하나가 포승(捕繩)에 꽁꽁 묶이어 있다.

이 마을에서 처음 보다시피 하는 젊은이라, 가까이 가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깜짝 놀랐다. 바로, 어려서 단짝 동무였던 덕재가 아니냐. 천태에서 같이 온 치안대원에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농민 동맹(農民同盟) 부위원장(部委員長)을 지낸 놈인데. 지금 자기 집에 잠복해 있는 걸 붙들어 왔다는 것이다. 성삼이는 거기 봉당 위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덕재는 청단까지 호송하기로 되었다. 치안대원 청년 하나가 데리고 가기로 됐다. 성삼이는 다 탄 담배 꽁초에서 새로 담뱃불을 댕겨 가지고 일어섰다.

“이 자식은 내가 데리고 가지요.”

덕재는 한결같이 외면한 채 성삼이 쪽은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 덕재는 그냥 잠잠히 걷기만 한다. 역시 이 자식 속이 꿀리는 모양이구나. 이런 때 한 번 낯작을 봤으면 좋겠는데, 외면한채 다시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성삼이는 허리에 찬 권총(拳銃)을 잡으며,

“발명은 소용없다, 영락없이 넌 총살감이니까. 그저 여기서 바른 대로 말이나 해 봐라.” / 덕재는 그냥 외면한 채,

“발명은 하려구두 않는다. 내가 제일 빈농의 자식인데다가 근농군이라구 해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됐던 게 죽을 죄라면 하는 수 없는 거구, ㉠나는 예나 이제나 땅 파먹는 재주밖에 없는 사람이다.”

 

(다) “하여튼 네가 피하지 않구 남아 있는 건 수상하지 않아?”

“나두 피하려구 했었어. 이번에 이남서 쳐들어오믄 사내란 사낸 모조리 잡아 죽인다구, 열일곱에서 마흔 살까지의 남자는 강제루 북으루 이동하게 됐었어. 할 수 없이 나두 아벌질 업구라두 피난 갈까 했지. 그랬더니, 아버지가 안 된다는 거야, 농사꾼이, 다 지어 놓은 농살 내버려 두구 어딜간단 말이냐구. 그래, 나만 믿구 농사일루 늙으신 아버지의 마지막 눈이나마 내 손으로 감겨 드려야겠구, 사실 우리같이 땅이나 파먹는 것이 피난 간댔자 별수 있는 것두 아니구......”

 

(라) 고개를 다 내려온 곳에서 성삼이는 주춤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쪽 벌 한가운데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선것 같은 것은 틀림없는 학 떼였다. 소위 삼팔선 완충 지대가 되었던 이 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그 동안에도 이들 학들만은 전대로 살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날, 성삼이와 덕재가 아직 열두어 살쯤 났을 때 일이었다. 어른들 몰래 둘이서 올가미를 놓아 여기 학 한 마리를 잡은 일이 있었다. 단정학이었다. 새끼로 날개까지 얽어매 놓고는 매일같이 둘이서 나와 학의 목을 쓸어안는다, 등에 올라탄다, 야단을 했다. 그러한 어느 날이었다. 동네 어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서울서 누가 학을 쏘러 왔다는 것이다. 무슨 표본인가를 만들기 위해서 총독부의 허가까지 맡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 길로 둘이는 벌로 내달렸다. 이제는 어른들한테 꾸지람 듣는 것 같은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자기네의 학이 죽는다는 생각뿐이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잡풀새를 기어 학 발목의 올가미를 풀고 날개의 새끼를 끌렀다.

 

(마) “얘, 우리 학 사냥이나 한 번 하구 가자.”

성삼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덕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느데,

“내 이걸루 올가미 만들어 놀게, 너 학을 몰아 오너라,”

대번에 덕재의 얼굴에서 핏기가 걷혔다. 좀 전에, ㉯너는 총살감이라던 말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성삼이가 기어가는 쪽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오리라.

저만치서 성삼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어이, 왜 멍추같이 게 섰는 거야? 어서 학이나 몰아 오너라.”

그제서야 덕재도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바르지 못한 것은?

①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함으로써 단일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② 외부 묘사가 선명, 치밀하고 심리 묘사가 리얼하게 형상화되었다.

③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 고조되어 해소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④ 민족사의 비극을 인간성 회복의 휴머니즘을 기조로 조명하였다.

⑤ 중심 소재인 ‘학’의 상징성이 소설의 주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 ① / ‘현재-과거-현재’의 역순행적 시간 구성으로 되어 있.

 

(가)~(마)중, 다음 시조와 그 정서가 통하는 부분이 드러나는 것은?

五白年 都邑地를 匹馬로 도라드니

山川은 依舊되 人傑은 간듸 없네

어즈버 太平煙月 이런가 노라.

 

① (가) ②(나) ③ (다) ④ (라) ⑤ (마)

▷ ④ / 사람들에게는 많은 변화(국토 분단, 6․25동란)가 있었지만, 자연(학)은 예나 다름이 없다는 정서가 드러난 단락을

윗글로부터 추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성삼과 덕재는 어려서 한 마을에 살았다.

② 우리 민족의 비극인 6․25 동란이 발발했다.

③ 성삼이 자유 대한에서 국군(치안대원)이 되었다.

④ 국군이 북진하여 삼팔선 이북으로 넘어갔다.

⑤ 덕재는 자유를 동정하여 남아 있었다.

▷ ⑤ /문임을 알 수 있다.

 

㉠의 대화에 담긴 덕재의 마음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떳떳함 ② 배반감 ③ 당당함

④ 자탄감 ⑤ 두려움

▷ ① / 시사하는 대사이다.

 

㉮~㉲ 중, 덕재의 공포감이 가장 잘 드러난 표현은?

① ㉮ ② ㉯ ③ ㉰ ④ ㉱ ⑤ ㉲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 줄 거 리

송영감은 자기와 어린 자식을 버려 두고 조수와 도망간 아내에 대한 분노를 느끼면서도 살아가기 위해 독을 구워내기로 한다.

송영감은 병들어 자꾸 스러지면서도 독짓기를 계속하고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아들 당손을 남을 주자고 제의 하나 송영감은 거절하고 독을 구워내려는 마음이 더욱 조급해진다.

날이 갈수록 송영감은 자리에 눕는 시간이 많아지고 한 가마를 채우지 못한 채로 당손의 도움으로 불을 지핀다. 그러나 조수가 만든 독은 터지지 않는데 자신이 만든 독이 터지는 소리에 장인으로서의 생명이 다해 감을 예감하고, 아들을 양자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송영감은 앵두나뭇집 할머니에게 전에 말한 집으로 당손이를 데려 가게 하고 누워서 죽은 체하며 눈물을 흘리며, 당손이를 보낸 송영감은 깨어진 독이나 대시하려는 듯이 가마속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는다.

 

󰏅 작품해설

일생을 독 굽는 일에 바쳐 온 한 노인의 좌절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갈등은 주인공인 송 영감의 늙음에서 기인한 아내에 대한 배신감, 좌절감과 장인(匠人)으로서의 집념 사이에서 전개된다. 젊은 아내의 배신과 독 굽기의 실패로 인해 좌절하고,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온 독가마 속에서 비장한 최후를 마치는 한 노인의 처절한 장인적 집념과 고뇌를 그렸다. 작가 특유의 문체와 서술 기법을 통해, 우리의 전통적 인간상의 하나인 ‘독짓는 늙은이’가, 붕괴되어 가는 전통적 사회 질서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소설은 대화가 거의 생략되어 있고 등장 인물과 사건의 정황을 작가가 직접 제시하고는 있으나 편집자적 해설의 경지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시키고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소설은 구성 단계상 결말에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있으며, 비극적 결말로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암시와 여운의 결말이다.

 

(주제)

․현대 사회에서 파괴되어 가는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 제시

․투철한 예술 정신의 표현

․인간의 본연적인 삶의 집착과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 제시,

․현대 사회에서 파괴되어 가는 한국의 전통적 장인 정신을 통해 격변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이튿날, 송 영감은 애를 시켜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오게 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오자, 송 영감은 애더러 놀러 나가라고 하며 ㉠유심히 애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마치 애의 얼굴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나) 앵두나뭇집 할머니와 단 둘이 되자 송 영감은 눈을 감으며, 요전에 말하던 자리에 아직 애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된다고 했다. 얼마나 먼 곳이냐고 했다. 여기서 한 이삼십 리 길 된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보낼 수 있느냐고 했다. 당장이라도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치마 속에서 지전 몇 장을 꺼내어,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송 영감의 손에 쥐어 주며, 아무 때나 애를 데려오게 되면 주라고 해서 맡아 두었던 것이라고 했다

 

(다) 송 영감이 갑자기 눈을 뜨면서 앵두나뭇집 할머니에게 돈을 도로 내주었다. 내게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애 업고 가는 사람에게나 주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애 업고 가는 사람 줄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솔 영감은 그래도 그 사람을 주어 애를 잘 업어다 주게 해 달라고 하면서, 어서 애나 불러다 자기가 죽었다고 하라고 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하다가 저고리 고름으로 눈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라) 송 영감은 눈을 감은 채 가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눈물일랑 흘리지 않으리라 했다.

그러나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매를 데리고 와, 저렇게 너의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을 때, 감은 송 영감의 눈에서는 절로 눈물이 흘러내림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억해 오는 목소리를 겨우 참고, 저것 보라고, 벌써 눈에서 썩은 물이 나온다고 하고는, 그러지 않아도 앵두나뭇집 할머니의 손을 잡은 채 더 ㉡아버지에게 가까이 갈 생각을 않는 애의 손을 끌고 그 곳을 나왔다

 

㉠을 통해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정서로 옳은 것은?

① 고독감 ② 비장감 ③ 절망감

④ 비애감 ⑤ 허망감

 

 

㉡과 같이 행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① 원망 ② 무서움 ③ 슬픔

④ 경외감 ⑤ 비탄감

▷ ②

 

이 글에서 송 영감의 아들에 대한 애정이 응집되어 있는 말을 찾아 한 단어로 쓰라.

 

▷ 눈물

이 글에서 제시되고 있는 갈등의 유형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개인의 심리 내부의 갈등

②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의 갈등

③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의 갈등

④ 사회 자체의 갈등

⑤ 계층과 계층의 갈등

▷ ①

 

이 글에 나타난 주인공의 심정으로서 적절한 것은?

① 증오와 분노 ② 고독과 불안

③ 체념과 비애 ④ 고뇌와 우수

⑤ 체념과 증오

▷ ③

 

이 작품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설명적 진술에 치중

② 단적인 인상 표현에 주력

③ 극도로 절제된 문장을 구사

④ 수식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만연체의 글

⑤ 대화에 의한 장면 제시 없이 내면 세계에의 진술

 

하근찬

 

수난이대

󰏇 하 근 찬 (河瑾燦, 1931 ~ )

경상북도 영천 출생. 1957년 부산 동아대학교 토목과 중퇴. 한때 교사, 잡지사 기자 생활. 1955년 신태양사 주최 전국 학생 문예작품 모집에 단편 「혈육」이 당선되는 등, 대학 시절에 당선 과정을 거치고 1957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함. 이후 대개 궁색하게 사는 농촌을 무대로 민족적 비극이나 사회의 여러 병폐를 밀도 있게 다루었다. 1970년 「족제비」로 한국 문화상을 수상. 그이 작품 세계는 주로 6. 25의 비극이라는 중심적 주제를 구심점으로 해서 전쟁의 아픔을 형상화하는 한편 농촌의 실상을 파 헤쳤다. 대표작으로 「나룻배 이야기」(1959), 「흰 종이 수염」(1959) 등이 있다.

 

󰏅 작품해설

「흰 종이 수염」과 함께 작가의 대표작이다. 일제에 의해 한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전쟁으로 한쪽다리를 잃은 아들의 상봉, 즉 2대에 걸친 수난이 한자리에서 확인되는 짧은 한 순간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사적 비극을 암시한다. 간결한 문체 위에 이야기하는 시간의 사건과 과거 회상의 사건이 서로 적절히 교차되어 흥분과 격정이 고조되는 미적 쾌감을 가능케 한다. 「수난이대」는 한국 현대사가 당면했던 역사적 비극을 조그만 마을에 사는 부자를 통해 보여준다. 이 수난이대는 단편 소설로서 정통적이고 모형적인 가족사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제목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역사의 변환 속에서 한 가족 부자이대(父子二代)가 겪는 비극과 수난의 역사, 즉 수난의 가족 세대적인 역사의 기술이라는 면에서 다분히 가족사 소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역사적인 비극의 재확인이 아니라 차례로 팔과 다리를 잃은 이 두 세대가 서로 협력하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인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재기를 위한 화합(和合)을 기본 주제로 하고 있다. 외팔이인 아버지가 외다리가 된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마지막 장면은 수난의 연대기를 살아가는 삶이 지탱해야 하는 휴머니즘의 귀결적 화해라는 측면이기도 했다.

 

(주제) 민족의 비극과 초월의 의지.

민족적 비극과 그 극복.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하고,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재기를 화합의 차원에서 제시. 부자의 개인적 수난과 극복의지를 통해 우리 민족의 수난과 극복 의지를 보여준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개천 둑에 이르렀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시냇물인 것이다. 진수는 딱 걱정이 되었다. 물은 그렇게 깊은 것 같지 않지만, 밑바닥이 모래흙이어서 지팡이를 짚고 건너기가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외나무다리 위로는 도저히 건너갈 재주가 없고..... 진수는 하는 수 없이 둑에 퍼지고 앉아서 바지 가랑이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만도는 잠시 멀뚱히 서서 아들의 하는 양을 내려다 보고 있다가,

“진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 / 하는 것이었다.

“업고 건느면 일이 다 대는 거 아니가, 자아 이거 받아라.”

고등어 묶음을 진수 앞으로 쑥 내밀었다. / “.....”

진수는 퍽 난처해 하면서, 못 이기는 듯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만도는 등허리를 아들 앞게 갖다 대고, 하나밖에 없는 팔을 뒤로 버쩍 내밀며, / “자아, 어서!”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허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만도는 팔뚝을 뒤로 돌려서, 아들의 하나뿐인 다리를 꼭 안았다. 그리고,

팔로 내 목을 감아야 될끼다.”

하는 것이었다. 진수는 무척 황송한 듯 한쪽 눈을 찍 감으면서, 고등어와 지팡이를 든 두 팔로 아버지의 굵은 목줄기를 부둥켜 안았다. 만도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끙 ! 하고 일어났다.

아랫도리가 약간 후들거렸으나 걸어갈 만은 하였다. ㉡외나무다리 위로 조심조심 발을 내디디며 만도는 속으로, ‘인제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을 잘못 타고 나서 진수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나꺼정 이렇게 되다니, 아부지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차라리 내가 죽어 버렸더라면 나았을 낀데.....’하고 중얼거렸다.

만도는 아직 술기가 약간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아들을 업고 오나무다리를 무사히 건너가는 것이었다. 눈 앞에 우뚝 솟은 용머릿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소재를 쓰시오.

 

 

㉠~㉤중 부자간의 화합을 상징하는 내용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정답> ①

 

윗글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옳지 않는 것은?

① 상황의 아이러니 표현 기법으로 결말을 맺어 표현 효과를 증대시키고 있다.

② 분위기에 맞는 토착어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③ 비극적 감정을 해학적으로 처리하여 감동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④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장면이 제시된다.

⑤ 기술 방법에 있어, 요약과 장면제시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구성의 긴밀성을 노리고 있다.

▷ <정답> ①

이범선

 

학마을 사람들

󰏇 학촌 이범선 (李範宣, 1920 ~ )

호는 학촌(鶴村). 평남 신안 출생. 1938년 진남포 상공학교를 졸업. 평양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일제 말기에 평북 풍천 탄광에 징용됨.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55년 <현대문학>에 「암표」, 「일요일」로 김동리의 추천을 받고 등단. 1960년 제 4회 현대 문학 신인상 수상.

그의 작품 세계는 생활과 현실에 입각하고 밀착된 것들을 작품의 소재나 바탕으로 삼고 있다. 다라서 너와 나의 생활과 현실을 반영한 사실적 표현을 하고 있다. 또한 그의 문학은 단순한 인생이나 현실 관찰자로만 끝나지 않고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현실 부조리를 고발하여 우리가 소망하는 내일의 좌표 설정과 인간성의 옹호 추구에 있다.

1957년에「학마을 사람들」,1959년에「오발탄」을 발표하여 유명해젔다. 이후,「자살 당한 개」,「춤 추는 선인장」,「청대문집의 개」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 작품해설

이 작품은 담담한 필치로 토착 서민의 생태를 그린 이범선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학의 도래 여부와 학의 상태를 마을의 행.불행 및 운명의 길흉으로 믿는 전래적이고 집단적인 속신(俗信)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대사를 이에 병렬시켜 전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동양적 운명관을 기반으로 한 세께관이 있다. 이를 통해 작자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변천 및 그에 따른 인간의 불행한 상태와 이를 극복하려는 희망과 끈질긴 향토애라는 주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주제) 민족의 수난사를 극복하려는 희구와 민족애

평화로운 삶의 갈망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이윽고, 이장 영감이 지팡이와 함께 쥐었던 장죽으로, 걸터앉은 바윗등을 가볍게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학(鶴)이 안 온 지가 벌써 삼십 년이 넘어.”

“그렇지, 올해 삼십육 년짼가?”

박 훈장은 여전히 마을을 내려다보는 채였다.

“내가 마흔넷이던 해니까, 그렇군. 꼭 서른여섯 해째구나.”

이장 영감은 장죽에 담뱃가루를 담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시, 그 느릿느릿한 잠꼬대 같은 대화마저 끊어졌다.

“꼬꾜…….”

또 한 번 마을에서 닭이 울었다. 다음은 고요하다. 졸리도록 따스한 봄볕이 흰 무명옷의 등에 간지러웠다. 이장 영감은 갓끈과 함께 흰 수염을 한 번 길게 쓸어 내렸다.

학마을. 얼마나 아름답고 포근한 마을이었노.

이장 영감은 어느 새 황소 같은 떠꺼머리총각(總角)으로 돌아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톳불을 돌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 옛날, 학마을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한 쌍의 학이 찾아오곤 했었다. 언제부터 학이 이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하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올해 여든인 이장 영감이 아직 나기 전부터라 했다. 또, 그의 아버지가 나기도 더 전부터라 했다.

씨 뿌리기 시작할 바로 전에, 은 꼭 찾아오곤 했었다. 그러고는 정해 두고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노송(老松) 위에 집을 틀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노송을 학 나무라고 불렀다.

 

㈐ 그러던 어느 비 내리는 아침이었다. 학 나무 밑에 아주 어린 새끼 한 마리가 떨어져 죽어 있었다.

“허, 그 참, 흉한 일이로군.”

이장 영감과 박 훈장은 몹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이 같은 일은 적어도 그들이 아는 한에서는 일찍이 없던 일이었다.

과연 무서운 변이 마을을 흔들고야 말았다. 그 일이 있은 지 한 달도 채 못되어서였다.

난데없이 누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북쪽 영을 넘어 마을로 들어왔다. 쉰 명도 더 넘는 그들은 모두 어깨에 총을 메고 있었다. 그들은 이 마을 사람들을 해방(解放)시키러 왔노라 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 해방이란 말의 뜻을 잘 알 수 없었다.

 

㈑ 겨울이 되었다. 어느 날, 장거리에 나무를 지고 나갔던 마을 사람 한 사람이 헐레벌떡거리며 이장네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장님, 큰일났습니다. 장거리에서는 지금 피난을 간다고 야단들이에요. 오랑캐가, 오랑캐가 새까맣게 밀고 나온다고, 지금……. / “음.”

 

㈒ 마을은 변하였다.

학 나무는 타 새까만 뼈만 앙상하게 서 있었고, 또 이 쪽 이장네 집과 봉네네 집터에는 아직 녹지 않은 흰 눈 가운데 깨어진 장독이 하나 우뚝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딴 집들은 다행히 그대로 남아 있었으나, 단 두 사람, 남겨 두고 갔던 바우 어머니와 박 훈장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빈 마을은 눈 속에 잠겨 있었다.

“갔지, 갔어.”

“바우 녀석이 와서 데려갔을 테지.”

“그리고 가면서 학 나무하고 이장 댁에 불을 놓았지, 뭘.”

 

㈓ 그 날 밤, 이장 영감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덕이의 손을 더듬어 잡은 이장 영감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간신히 입을 움직였다.

“학, 학 나무를, 학 나무를…….”

이장 영감은 잠들듯이 숨을 거두었다. 흰 수염이 길게 가슴을 내리덮고 있었다.

상여는 둘인데, 상주(喪主)는 덕이 한 사람이었다. 그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뒷산으로 따라 올라갔다. 피난을 가던 때처럼 이장 영감이 앞서 갔다.

저녁때가 거의 다 되어서야 그들은 산을 내려왔다. 이번엔 덕이가 맨 앞에 두 주의 위패를 모시고 걸었고, 그 바로 뒤를 봉네가 흰 보자기로 뿌리를 싼 조그마한 애송 나무를 하나 어린애를 안은 것처럼 안고 따르고 있었다.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바른 것은?

① 주로 직접적인 인물 제시 방법이 사용되었다.

② 사건이 시간의 순서대로 제시되었다.

③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여 쓴 역사 소설이다.

④ 서술자는 등장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⑤ 인물은 주로 대화나 행동을 통해 제시되었다.

 

 

윗글에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은?

① 학 ② 노송 ③ 흰 보자기

④ 애송 나무 ⑤ 상여

 

 

다음 중, 서술자에 의한 요약적 제시가 두드러지는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윗글을 희곡으로 각색할 때, 독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에서 찾아 쓰시오.

 

 

이범선

 

오발탄(誤發彈)

󰏅 줄 거 리

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철호는 월남 가족의 가장으로 어머니 만삭의 아내 동생 영호와 여동생 명숙과 해방촌의 판자집에서 살아간다. 그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려고 하나 사회(전쟁으로 인헤 파괴된 사회)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비극 속에서 결국 철호는 방향을 상실한 오발탄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어머니는 전쟁으로 인해 정신이상이 되어 삼팔선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수없이 말했으나 항상 ‘가자’라고 외친다.

여동생 영숙은 양공주가 된다.

동생 영호는 제대하고 2년이 넘도록 방황하면서 철호의 양심적인 삶을 거부하고 속물적 삶을 추구하다 결국은 권총 강도로 붙잡힌다.

경찰서에 갔다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영숙에게서 돈을 빌려 병원으로 가지만 음악가를 꿈꾸던 아내는 이미 죽었다.

철호는 치과 앞을 지나다가 충치가 아파 옴을 느끼고 충치를 치료를 해가면서 뽑으라는 의사의 권유도 무시하고 다른 병원에 가서 충치를 다 뽑는다.

거리로 나온 철호는 택시를 타고 해방촌으로 병원으로 경찰서로 행선지를 바꾸면서 혼란에 빠지고 운전수와 조수는 ‘어쩌다가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려 들었다’고 투덜거리며 섴지 같은 피를 흘리는 철호를 태운 택시는 목적지고 없이 차량행렬에 끼어드러 달려 갔다.

 

 

󰏅 작품해설

1959년 「현대 문학」에 발표한 이범선의 단편 소설.

6․25후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한 가정의 가장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절망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정신적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이 무리없이 그려진 작품이다.

 

 

(주제) 전쟁 후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양심적 인간의

비극적 삶

 

손창섭

 

잉여인간(剩餘人間)

󰏇 손 창 섭 (孫昌涉, 1922 ~ )

평양 출생. 만주, 일본 등지를 전전하며 수학함. 1952년 「공휴일」로 <문예>의 추천을 받아 등단. 1973년 일본에 건너가 귀화함. 한국 전쟁 후, 1950년대의 음울한 분위기와 불구적 인간형을 그려내어 전후의 우리 현실을 반영함. 초기의 단편들은 심신 장애자가 주인공이고, 후기 단편들은 비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그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소설에 기성 사회에 대한 ‘나’의 반발을 그리려고 하다가 보니 자연 냉소와 자조, 실의와 체념, 허위와 불신, 질서의 상실, 생활의 분열 등이 나타나게 된다고 하였다. 1955년 「혈서」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 1959년 「잉여인간」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함. 대표작으로는 「미해결의 장」(1955), 「낙서족」(1959), 「인간동물원초」(1956) 등이 있다.

 

 

󰏅 줄 거 리

서만기는 치과 원장으로 천봉우, 최익준과 친구 사이이다. 봉우와 익준은 만기의 병원에 매일 출근하디시피 한다.

천봉우는 중학 시절 제법 야심가였으나 사변을 거치면서 가족을 잃고부터는 시들한 인간이 되어 늘 숨변 부족인 상태로 병원에서 졸기만 한다. 그의 아내는 병원 건물의 주인으로 평판이 좋지 못한 여자로 이런 남편을 편리한 남편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녀는 만기를 좋아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유혹하려 한다. 봉우가 이 병원에 나오는 것은 간호원인 홍인숙을 좋아해서이나 그녀를 늘 뒤따라다니지만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채익준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 기사를 보면 분개해서 어쩔 줄 모르는 현실에 타협할 줄 모르는 비분강개파다.

만기는 이들과는 달리 예절바르고 문학가 예술에 조예가 깊고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봉우의 아내만이 아니라 간호원인 홍인숙, 그의 처제인 은주도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외도를 하지 않고 아내만을 사랑한다.

어느날 봉우의 아내로부터 병원을 비워달라는 독촉을 받는다 그때 인숙이 50만환을 내놓을 테니 병원을 내라고 한다.

어느날 익준의 아들이 병원을 찾아왔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이다. 만기는 봉우처에게 돈을 융통해서 장례를 치른다. 장지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골목길에서 상처를 머리에 입고 걸어오는 그는 상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고 장승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주제) 전후사회의 부조리한 현실 고발

- 전후 사회의 인간 소외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봉우 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딴 사람이 전화를 받았지만 이내 만날 수 있게 연락을 취해 주었다. 지정한 다방으로 가보니 봉우 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앞장서 들어가는 만기를 보고 반색을 하다가 뒤따라 들어오는 자기 남편을 보더니 여자는 놀라는 눈치였다. 마주 앉기가 바쁘게 만기는 용건부터 얘기했다. 익준이와 봉우와 자기는 중학 시절 이래 막역한 친구임을 말하고 나서 익준이네 비참한 가정 형편을 들려 주었다. 그러고는 장례 비용을 희사하거나 빌려주기를 간처한 것이다.

“정말이야. 이 친구 말대루야. 나두 보구 가만 있을 수가 없다. 몇 달 동안 내 용돈을 안 타 써두 좋으니까 사정을 봐줘.”

봉우는 제법 용기를 내서 아이가 어머니에게 조르듯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 사이 봉우 처는 몇 번이나 낯색이 변하였다.

“선생님에게두 저 같은 여자가 소용에 닿을 때가 있군요. 좋아요. 저는 점잖은 선생님의 청을 거절할 용기가 없어요!”

여자는 언어 이상의 의미를 표정으로 나타내고 나서 일어서 저쪽으로 가려다가,

“오만 환 정도라면 당장 되겠어요. 물론 현금이 좋으시겠죠.”

대답도 듣지 않고 카운터 뒤로 사라져 버리더니 좀 뒤에 현찰을 신문지에 꾸려 가지고 돌아왔다. 만기가 치하를 하고 일어서려니까,

“이 돈 그냥 드리는 것 아니에요.” / 여자가 그래서,

“알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일 약속을 할 수 없지만 반드시 책임지고 갚아 드리겠습니다.”

그랬더니 봉우 처는 문간까지 따라 나오며 애교 띤 농담조로,

“고지식한 양반, 그렇다면 ㉠ 원금만 가지고는 안 되겠어요. 적당한 이자까지 듬뿍, 아시겠어요?

거의 아양에 가까운 교태였다. 봉우의 눈치를 곁눈질로 살피며 당황히 줄달음을 치듯 나오는 만기의 등뒤에다 대고,

“일간 다시 들러 주세요. 선생님 일루 꼭 의논할 일이 있으니까요!” / 여자는 거리낌없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하여튼 그 돈으로 간소하나마 격식을 갖추어 장례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은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관을 사오고 광목을 떠다 아이들에게 상복을 지어 입히고 고무신도 사다 신겼다. 의논해서 화장을 않고 망우리에 무덤을 남기기로 했다. 장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익준이가 없는 것을 만기가 탄식했더니,

“살아서두 남편 구실을 못한 위인, 죽은 댐에야 있으나 마나지!”

익준의 장모는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좀 늦게나마 남편 구실을 못한 익준이 그 날로 집에 돌아오기는 한 것이다. 거의 황혼 무렵이 되어서 산에서 돌아온 일행이 익준네 집 골목 어귀에서 차를 내렸을 때였다. 저쪽에서 머리에 흰 붕대를 감고 이리로 걸어오는 허줄한 사내가 있었다. 아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아, 아버지다!” / 소릴 질렀다. 아 그러자 익준은 멈칫 걸음을 멈추었고 이쪽에서들도 일제히 그리로 시선을 보냈다. 익준은 머리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한 손에는 아이들 고무신 코숭이가 비죽이 내보이는 종이 꾸레미를 들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쪽을 향하고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석상(石像)처럼 전연 인간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어이구, 차라리 쓸모 없는 저 따위나 잡아가지 않구, 염라 대왕두 망발이시지!”

익준의 장모는 사위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대고 인제야 눈물을 질금거리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제일 반가워했다. 일곱 살 먹은 끝의 놈은,

“아부지!” / 하고 부르며 쫓아가서 매어달렸다.

“아부지, 나, 새 옷 입구 자동차 타구 산에 갔다 왔다!”

어린 것이 자랑스레 상복 자락을 쳐들어 보여도 익준은 장승처럼 선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윗글의 서술상 특징과 효과를 정리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① 상세한 배경 묘사로 마무리함으로써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하고 있다.

② 인물들의 외양을 자세히 묘사하여 내적인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③ 사건을 급박하게 이끌어 감으로써 독자에게 극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④ 인물 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⑤ 서술자가 대체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여 독자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 ⑤ / 술하고 있으므로, 3인칭 관찰자 시점에 해당한다.

 

 

윗글을 바탕으로 상상해 낸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익준의 가족이 가난에 시달리는 모습

② 만기가 봉우 처의 부탁을 거절하는 장면

③ 익준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죽는 모습

④ 봉우가 회사 일을 열심히 해서 출세하는 장면

⑤ 익준이가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을 하는 모습

▷ ④ / 봉우는 자기 아내에게 용돈을 타 쓰는, 무능하고 소극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익준’이 처한 상황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후약방문(事後藥方文) ②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③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④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

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가)에서 ‘만기’와 ‘봉우 처’의 대화가 전개되는 양상은?

① 갈등의 고조 ② 극적인 화해 ③ 암묵적 동조

④ 잠정적 유보 ⑤ 전폭적 지지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에 나타난 ‘봉우 처’의 진의(眞義)를 바르게 파악한 것은?

① 만기가 돈을 안 갚을까봐 조바심한다.

② 만기에게 돈을 그냥 주어 버릴 작정이다.

③ 돈을 빌미로 만기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④ 만기가 남편의 사이가 좋아지기를 바란다.

⑤ 만기가 돈을 꼭 갚도록 다짐을 받으려 한다.

 

 

윗글을 읽고 보인 반응으로 적절한 것은?

① 탐욕적인 인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군.

②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삶이라고 할 수 없어.

③ 어느 시대나 계층 간의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④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에 삶의 의미가 있는 거야.

⑤ 어려움 속에서도 의리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기까지 해.

 

손창섭

 

비 오는 날

󰏅 작품해설

이 작품의 배경은 부산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중에 고향을 떠나 남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비극적인 장소이다. 폐가와 장마라는 배경 또한 주제 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우울한 내면 심리를 다룬 전후 문학.

사건의 직접 제시보다 어떤 사건에 의해 환기된 심경의 변화를 그리는 일이 앞서고, 객관적 인물 묘사보다 처음부터 작가에 의해 주관화된 냉소적인 관찰로 인물 묘사가 행해지는 특이한 소설양식을 갖고 있다. 주로 간접 화법에 의해 대화가 처리되며, 부사어 및 ‘것이다’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6․25 라는 전쟁이 개인을 어떻게 황폐화시킬 수 있었던 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이범선의 「오발탄」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 준다.

 

(주제) 전쟁이 가져다준 인간의 무기력한 삶과 허무 의 식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무기력한 삶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가져다준 파괴된 삶의 모습

 

선우휘

 

불꽃

󰏇 선우휘 (鮮于煇, 1922~1986)

소설가, 언론인. 1956년 「불꽃」이 「문학 예술」에 당선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아 동인 문학상을 수상함. 1965녀늘 전후하여 초기의 행동적 의지와 참여주의적 자세에서 기성 체계에 대한 보수적 입장으로 전환하였다. 그의 작품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행동과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있다.

 

󰏅 작품해설

3․1 운동부터 6․25 동란까지의 30여 년에 걸친 역사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체념과 순응주의를 비판하고 적극적이며 행동적인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 소설이다.

 

󰏅 줄 거 리

현은 동굴 속에서 옛날을 회상한다. 이 동굴은 아버지가 1919년 만세를 주동하여 죽은 곧이다. 현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은 후 아홉 달 후 현을 낳는다. 고영감이 개가를 권하나 아들고 함께 살아간다. 현의 할아버지는 모든 화근이 선친의 묘를 잘못 섰기 대문이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이고 소극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혹을 조롱하는 아이와 싸웠다가 도리어 할아버지의 꾸중을 받은 현은 소극적이고 국외자적인 삶을 산다. 동료 여교사의 죄 없는 부친이 인민 재판에 끌려 나오는 것을 보고 분노가 폭발한 현은 친구인 연호를 치고 아버지가 죽은 동굴로 피신한다.(소극적이고 국외자적인 할아버지적 삶에서 투쟁적이고 적극적인 아버지적 삶으로의 전환) 현은 꽃밭의 시대(무력한 과거의 삶)가 끝났음을 인식한다. 고영감은 동굴 속에 있는 현을 살리려다가 연호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현은 자신의 총에 연호가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쓰러진다. 현은 ‘한 번도 살아본 일’이 없고 ‘살고 있었음을 느끼고 불꽃을 느낀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거기 서요.”

뒤에서 날카로이 쏘아지는 연호의 목소리. 고 노인은 멈칫 그 자리에 섰다. 이제 자기의 생애는 진(盡)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손에 쥐어진 풋밤알같이 확실한 것 같았다.

쿵! 하고 또 멀리서 ㉠포 소리가 들려 왔다. 다가왔고 멀어졌다. 그리고 또다시 되돌아 오는 저 소리. 차라리 한 번 스쳐가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으면, 그렇다면 고 노인은 설령 지옥 같은 참혹 속이라도 어떻게든지 비벼대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둘째놈이 의용군에 끌려나갈 때도 고 노인은 뼈를 에이는 아픔을 느끼면서 한치나마 발붙일 땅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런데 되돌아오는 저 소리.

‘혹시나 저 소리는 첫째놈이 되돌아오는 신호일는지도 모른다.’

고 노인의 마음은 몇 갈래로 찢기고 엉켜서 사납게 뒤틀렸다.

고개를 돌려 선친의 묘 있는 곳을 건너보았다. 그리고 괴로움을 이기려는 듯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 일순에 고 노인은 자기의 팔십 생애를 일별했다. 고달팠던 기나긴 생애, 몇 번이나 뒤바뀐 세태였던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굴욕을 참으며 핏줄을 잇기에 애를 썼던가. 자기를 낳은 선친, 까마득히 올려 뻗은 대대의 조상.

고 노인은 연호의 재촉이 이제는 아무렇게도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기나긴 생애 속에서 항상 재촉하는 소리에 떤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만이 있었다.

그래도 자기 딴에는 주어진 팔십 년의 생애를 악착같이 살려고 애를 써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 쿵하는 포 소리. 저 포 소리만 없었어도 고 노인은 현을 불러 내는 데 다시 한 번 애를 썼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다가오는 저 소리. 삶과 죽음, 그 어느 하나의 선택을 재촉하는 저 소리.

고 노인은 또 한 번

동굴

을 올려다보았다. 저 동굴 안에서 아들이 죽었고, 지금 또 손자가 저 속에서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자기도 또한 그것을 목격하기 위기의 순간에 서 있었다. 이 야릇한 숙명적인 불행의 부합, 다시 고 노인은 눈길을 선친의 산소에 돌렸다. 문득 이처럼 가혹한 숙명의 사슬에 엉키도록 자기는 조상의 뼈를 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거대한 이 변사━━전쟁 앞에는 과거의 어떠한 원리도 무색해지는 것일까. 혈통이 이어져 뻗어 가느 기준의 상실. 골수에 젖은 풍수 원리를 굳게 믿고 조상의 뼈다귀를 메고 다닌 지난날의 노력의 공허.

그렇게 허탈해 가는 고 노인의 마음 속에 차차 하나의 새로운 감정이 흘러들었다. 모두가 기정의 숙명에서 벗어나 있다는 해방감과 다음 순간의 운명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는 어떤 종류의 감동이었다. 그 감동속에서 고 노인은 팔십 평생에 처음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는 순수한 자기 자신의 의지를 결정했다.

‘이까지 용케 견디어 온 가상할 자기의 팔십 생애. 산소의 탓도, 목에 달린 복에 상징이란 혹의 탓도 아닌 맨주먹 알몸으로 기를 쓰며 살아온 팔십 평생, 나는 이것으로 족한 것. 지금은 가는 것이다. 현아 이전 네가 살아야 한다.’

여울 같은 감동이 고 노인의 전신을 흘렀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 모았다.

“현아! 너는 살아야 한다. 저 대포 소리를 듣거라. 어떻게든지 여길 도망해서…….”

순간 고 노인은 등을 꿰뚫는 불덩어리를 느꼈다. 중심을 잃고 풀숲에 쓰러지는 고 노인은 총성의 메아리 속에 현의 절규를 들었다. 그리운 그 음성.

“할아버지!”

따각! 불발탄을 끄집어 내고 다음 탄환을 밀어 재운 현의 소총과 연호의 권총에서 불이 튀었다.

순간, 현은 왼쪽 어깨에 뜨거운 쇠갈고리의 관통을 느끼며 연호가 천천히 왼쪽으로 몸을 틀면서 숲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할아버지!”

바위를 넘어 밑으로 내달리려던 현은 아찔하면서 그대로 바위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어깨를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뿜어 나왔다. 땅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한 의식의 강하. 어깨의 고통━━꼭 삼십 년을 살고 지금 여기서 죽어 가는구나. 생각을 모아야겠다.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생각을, 생각을 모아 보자. 이것이 한 인간의 삶, 삼십 년! 어떻게 살았던가? 외면, 도피, 도주. 그밖에 무엇을 하고 지내왔는지 도무지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첫 번째 탄화처럼 불발에 그친 지 삼십 년. 그것은 영(零), 산송장, 그렇다면 결국 살아 본 일이 없지 아니한가.

<중략>

껍질 속에 몸을 오므리고 두더지처럼 태양의 빛을 꺼린 삶. 산 것이 아니라 다만 있었다. 마치 돌멩이처럼 너는 살아 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살아 본 일이 없이 죽는 다는 것━아니 죽을 수도 없다는 안타까움이 현의 마음에 말할 수 없는 공포의 감정을 휘몰아왔다. 현은 잃어져 가는 생명이 힘을 돋우어 이 공포의 감정에 반발했다. ‘살아야겠다. 그리고 살았다는 증거를 보이고 다시 죽어야 한다.’ 현은 기를 쓰는 반발의 감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힘이 움터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힘이 조금씩 조금씩 마음에 무게를 가하더니 전신에 어떤 충족감이 느껴지자 현은 가슴속에서 갑자기 우직하고 깨트려지는 자기 껍질의 소리를 들었다. 그와 함께 거기서 무수한 불꽃이 튀는 듯했다.

그것은 다음 차원(次元)에의 비약을 약속하는 불꽃. 무수한 불꽃, 찬란한 그 섬광. 불타는 생의 의욕. 전신을 흐르는 생명의 여울. 통절히 느껴지는 해방감.

현은 끝없는 푸른 하늘로 트이는 마음의 상쾌를 느꼈다.

 

윗글의 내용과 부합하지 않은 것은?

① 연호와 현은 서로 적대 관계에 있다.

② 고 노인과 현은 모두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있다.

③ 고 노인은 연회의 본래 의도를 거부하고 있다.

④ 고 노인과 현은 강한 혈육의 정을 느끼고 있다.

⑤ 현은 삶과 죽음의 허무함에 절망하고 있다 .

 

 

윗글의 서술상의 특징과 그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서술자가 인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관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② 하나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함으로써 사건의 통일성을 높이고 있다.

③ 사건을 체험한 사람이 직접 사건을 설명함으로써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주로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적 심리를 서술함으로써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서술자가 시대 배경을 풍작격으로 묘사함으로써 사건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있다.

▷ ④ / 주로 고 노인과 현이 처한 상황을 간략하게 제시한 뒤, 그 두

 

윗글의 내용으로 보아

동굴

의 상징적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소멸과 재생이 공존하는 공간

② 과거와 현재가 대립하는 공간

③ 이별과 함께 만남을 기약하는 공간

④ 개인과 집단의 갈등이 해소되는 공간

⑤ 이상의 추구와 현실의 좌절이 만나는 공간

 

 

㉠이 윗글에서 지니는 기능으로 가장 거리가 것은?

① 인물의 성격을 암시한다.

② 사건 전개의 필연성을 부여한다.

③ 장면의 긴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④ 고 노인의 심리적 갈 등을 고조시킨다.

⑤ 극한적인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의 구체적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신의 희생으로 손자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

② 고통에 찬 현실적 삶을 마감한다는 홀가분함

③ 자신의 집념이 결국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

④ 숙명에 대한 순종과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부터의 해방감

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는 미래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

 

다.

오상원

 

유예(猶豫)

󰏇 오상원 (吳尙源, 1930~1985)

평북 선천에서 출생. 1953년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53년 극협 희곡 공모에 「녹스는 파편」이,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유예」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58년 단편「모반」으로 <사상계> 제정 제 3회 동인문학상 수상. 1974년 <동아일보> 논설위원 역임. 대표작으로는 중편 「백지의 기록」(1957), 「황선지대」(1960) 등이 있다.

주로 전쟁, 전후 사회와 개인의 삶, 정치적 상황에 관심을 보였으며, 1950년대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 줄 거 리

몸을 웅크리고 가마니 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손과 발이 돌덩어리처럼 차다. 허옇게 흙벽마다 서리가 앉은 깊은 움 속, 서너 길 높이의 통나무로 막은 문틈 사이로 차가이 하늘이 보인다.

북으로 계속 진격하였으나 너무 적의 배후 깊숙이 들어가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부대는 지리멸렬하게 되고, 몇 번의 전투 끝에 선임하사를 비롯한 여섯 명만이 남았다. 추위는 극에 달하고 마지막 전투에서 전투의 전문가인 선임하사마져 죽고 결국 소대장인 나만 살아남아 계속 남하하다가 어느 마을에 흘러들었다. 그때 마을에서는 인민군들이 아군 병사를 처형하려 하고 있었다. 논둑길을 걸어가게 하고 뒤에서 총을 쏘는 것이다. 그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이라 생각한, 나는 적의 사수를 향해 총을 쏘다가 적의 응수로 부상, 의식을 잃은 채 포로가 된다. 적은 끊임없이 나를 회유하고 나는 엉뚱한 대답만을 하다가 사형이 집행된다. 적은 남쪽으로 뻗은 길을 걸어가라 하고 뒤에서 총을 겨눈다. 눈 쌓인 둑길을 걸어가면서 자기가 선택한 죽음을 맞이한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적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갈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일 없었던 듯 담배를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작품해설

이 작품은 철저하게 1인칭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다. 1인칭 독백 형식은 주로 과거 회상이 주조를 이루나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주로 현재의 상황을 진술하고 있다. 즉,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인물이 경험하는 ,인민군에게 잡혀 죽음을 눈앞에 둔 ‘나’의 내면적 심리의 갈등이 ‘의식의 흐름’의 형식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죽음의 무미함과 전쟁의 비극성’을 드러내 준다.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인물이 겪는 경험과 그 속에 명멸하는 생각들을 서술해 가는 의식의 흐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재형의 진술은 작품의 템포를 아주 박진감 있게 전개시킨다. 또한, 이 작품은 서술로 일관되는 특징을 지닌다. 화자의 주변 인물의 대화도 화자의 의식 속에서 재편성되어 간접 화법으로 진행되고 묘사도 객관적이기보다는 화자가 바라본 주관의 세계로 그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나’ 는 전쟁의 의미를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고 전쟁의 참혹함에 대하여 절망하여 전쟁 속에서 삶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인물이다. 이는 전후 세대의 공통된 인식이며 심리적 갈등이다. 이런 양상은 장용학의 「요한시집」, 이범선의 「오발탄」, 선우휘의 「불꽃」 등에서도 나타난다.

 

 

(주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죽음

전쟁의 비인간성 및 전쟁의 비정함에 대한 고발

 

전광용

 

꺼삐딴 리

󰏇 백사 전광용 (全光鏞, 1919~1989)

호는 백사(白史). 함남 북청 출생.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졸업. 서울대 교수 역임. 1939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동화가 당선되고,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흑산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이 작가의 특징은 철저한 현장 조사에 의한 창작에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리얼리티에 있다. 대표작에는 「진개원」, 「충매화」, 「초혼곡」 등이 있고 1962년 「꺼삐딴 리」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 줄 거 리

수술실에서 나온 이인국박사는 응접실 소파에 파묻히듯이 깊숙히 기대어 앉았다.

그는 백금 무테안경을 벗어 들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등골에 축축히 땀이 잦아들어감에 따라 피로가 스며왔다. 두 시간 이십 분의 집도 위장 속의 균종적출. 환자는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수술을 끝내고 나오며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역정을 돌이켜보던 그는 문득 미국에 유학을 떠나 있는 딸 나미의 편지를 생각한다. 그 편지에는 기필코 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딸의 고집이 담겨 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쳐왔음을 깨닫는다. 상대는 동양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교수.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자신이 외국인 교수 앞에서 딸의 미국 유학을 주장했고, 또한 그 외국인 교수가 한국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찬성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담배 파이프를 지그시 깨문다. 백인 사위에 흰둥이 손자라, 그는 입맛을 쩝쩝 다시지 않을 수가 없다. 이같은 사실을 그는 자신의 후처인 혜숙에게 말한다. 그러나 혜숙은 자기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입맛을 다시며 미국 대사관의 브라운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선다. 차을 타고 달려가면서 그는 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기억을 떠올려보다.

38이북인 그의 고향에는 해방이 되자 느닷없이 소련군이 진주해 들어왔다. 그는 착잡한 심정으로 진주군의 탱크 행렬을 바라보았다. 벌써 며칠째 붐비던 그의 병원에는 이제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는 친일파라는 오명과 함께 치안대에 연행되어 온갖 욕설과 구타에 시달렸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그는 삶을 희구하는 가녀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감방에 감금된 그는, 감방 안에 이질이 만연하자 형무소장의 명령에 의해 응급실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온갖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치료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스텐코프라는 소련인 군의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의 눈에 스텐코프의 왼쪽 뺨에 붙은 혹이 들어왔다. 그는 그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자청하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스텐코프는 그를 환대하였다. 그는 그뒤, 스테코프의 추천에 의해 하나뿐인 아들 원식이를 모스크바로 유학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해에 6․25사변이 터지고 말았다. 전쟁중에 남쪽으로 내려온 그는, 역시 자신의 기술과 수완으로 상당히 높은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들의 소식을 생사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자동차가 브라운의 관사에 닿는다. 브라운과 만나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동안 그는 브라운의 얼굴이 자꾸 스텐코프의 환영과 겹쳐지는 것을 느낀다. 그는 브라운으로부터 자신의 미국행에 대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뿌듯한 무엇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브라운의 관사를 나오면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그리고 소련군 점령하의 북한에서, 또한 월남을 결행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확신을 가진다. 택시를 타고 느긋하게 달리는 그의 눈에 들어오는 가을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인국 박사는 캘리포니아 특산 시가를 비스듬히 문 채 지나가는 택시를 부러 세웠다.

그는 스프링이 튈 듯이 복스에 덜썩 주저앉았다.

“반도 호텔로......”

차창을 거쳐 보이는 맑은 가을 하늘은 이인국 박사에게는 더욱 푸르고 드높게만 느껴졌다.

 

󰏅 작품해설

이 작품은 변절적인 순응주의자, 즉 카멜레온같은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파, 해방 직후의 북한에서는 친소파, 월남 후에는 친미파로 시류에 편승해 영화를 누리고 살았던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노예적 속성을 비판함과 아울러 민족사의 비극을 암시한다. ‘꺼삐딴’은 영어의 ‘Captain(우두머리라는 뜻)’에 해당되는 러시아어로, 해방 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들이 쓰는 말을 흉내내어 쓴 것인데, 이 ‘꺼삐딴 리’라는 제목에서도 힘있는 것에 기대어 주체성을 망각하는 자들의 병든 인식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냉정하게 세태 변화를 담는 객관적 수법이 이 ‘이인국’ 이라는 주인공의 성격을 창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주인공은 환자의 증세와 아울러 환자의 경제 정도를 진찰한다는 이중성을 보인다. 주인공은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며 출세지향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의 삶의 가치를 반성하고 있으며 시류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적인 처세술을 비판하고 있다. 신심리적인 수법과 몽타쥬 수법을 쓰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주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신하면서 적응해가는 인간의 풍자

(개관) 풍자적, 냉소적, 비판적인 태도로 기회주의적인 인간상을 풍자하고 있고, 우리 민족의 슬픔을 보여준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인국 박사의 병원은 두 가지의 전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병원 안이 먼지 하나도 없이 정결하다는 것과 치료비가 여느 병원의 갑절이나 비싸다는 점이다.

그는 새로운 환자의 초진(初診)에서는 병에 앞서 우선 그 부담 능력을 감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신통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무슨 핑계를 대든가, 그것도 자기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간호원더러 따돌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환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경우 예진(豫診)은 젊은 의사들이 했다. 원장은 다만 기록된 진찰 카드에 ⓐ환자의 증세와 아울러 경제 제도를 판정하는 최종 진단을 내리면 된다.

상대가 지기(知己)나 거물급이 아닌 한, 외상이라는 명목은 붙을 수 없었다. 설령, 있다 해도 이 ㉠양면 진단은 한 푼의 미수(未收)나 결손도 없게 한 ㉡그의 반생을 통한 의술 생활의 신조요. 비결이었다.

그러기에 그의 고객은, 왜정 시대는 주로 ⓑ일본인이었고, 현재는 권력층이 아니면 ⓔ재벌의 셈속에 드는 축이어야만 했다.

그의 일과는 아침에 진찰실에 나오자 손가락 끝으로 창틀이나 탁자 위를 훑어 무테 안경 속의 움푹한 눈으로 응시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 때, 손가락 끝에 먼지만 묻으면 불호령이 터지고, 간호원은 하루 종일 원장의 신경질에 부대껴야만 한다.

아무튼 그의 ⓓ단골 고객들은 그의 정결한 결벽성에 감탄과 경의를 표해 마지 않았다.

1․4 후퇴시 청진기가 든 손가방 하나를 들고 월남한 이인국 박사다. 그는 수복되자 재빨리 셋방 하나를 얻어 병원을 차렸다. 그러나 이제는 평당 오십만 환을 호가하는 도심지에 타일을 바른 이층 양옥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전문인 외과 외에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개인 병원을 집결시켰다. 운영은 각자의 호주머니 셈속이었지만, 종합 병원의 원장 자리는 의젓이 자기가 차지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양복 조끼 호주머니에서 십팔금 회중 시계를 거내어 시간을 보았다. 두 시 사십 분!

미국 대사관 브라운 씨와의 약속시간은 이십 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계에도 몇 가닥의 유서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인국 박사는 시계를 볼 때마다 참말 ‘기적’임에 틀림없었던 사태를 연상하게 된다.

왕진 가방과 38선을 넘어온 피난 유물의 하나인 시계, 가방은 ⓔ미군 의사에게서 얻은 새 것으로 갈아 매어 흔적도 없게 된 지금, 시계는 목숨을 걸고 삶의 도피행을 같이 한 유일품이요, 어찌 보면 인생의 반려(伴侶)이기도 한 것이다.

밤에 잘 때에도 그는 시계를 머리맡에 풀어 놓거나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버려 두지 않는다. 반드시 풀어서 등기 서류, 저금 통장 등이 들어 있는 비상용 캐비닛 속에 넣고야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또 그럴 만한 연유가 있었다. 이 시계는 제국 대학을 졸업할 때 받은 영예로운 수상품이다. 뒤쪽에는 자기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후 삼십여 년,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하여 갔지만 시계만은 옛모습 그대로다. 주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은 얼마나 변한 것인가. 이십대 홍안을 자랑하던 젊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머리카락도 반백이 넘었고, 이마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일제 시대, 소련군 점령하의 감옥 생활, 6․25사변, 삼팔선, 미군 부대, 그 동안 몇 차례의 아슬아슬한 죽음이 고비를 넘긴 것이 아닌가.

 

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작가의 창작 의도가 아닌 것은?

① 진정한 삶에 대한 깨우침

② 인간의 다양한 성격 묘사

③ 현대사의 비극적인면 제시

④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성 비판

⑤ 인간의 어두운 변에 대한 풍자

▷ ②

 

‘이인국’과 같은 성격을 지닌 인물로 보기 어려운 사람은?

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인물

②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인물

③ 시련과 역경을 이겨 나가는 인물

④ 목적보다는 수단을 중요시하는 인물

⑤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기회주의적인 인물

▷ ③

 

 

㉠에 나타난 서술자의 태도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존경 ② 경탄 ③ 동정 ④ 찬양 ⑤ 비꼼

▷ ⑤

 

 

㉡의 구체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① 예진과 초진의 구별

② 권력층과 부유층의 구별

③ 증세와 경제 정도의 구별

④ 중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구별

⑤ 지기나 거물급인지 아닌지의 구별

▷ ③

 

 

 

ⓐ~ⓔ중,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최인훈

 

광장(廣場)

󰏇 최 인 훈 (崔仁勳, 1936 ~ )

함북 회령 출생. 1950년 월남 후 목포고교를 거쳐 서울법대에서 수학하다가 4학년 중퇴. 육군에서 통역 장교로 근무.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GREY) 구락부 전말기」를 발표하면서 등단. 1960년 「가면고」와 「광장」을 발표하면서 작가적 명성을 얻게 됨. 그 뒤 「구운몽」(1962), 「서유기」(1966,1971),「소설가 구보씨의 1일」(1969,70), 「총독의 소리」(1967,68)를 발표하였고 1966년 「웃음소리」로 동인문학상 수상.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지식인의 의식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현재 서울예전 교수.

 

󰏅 작품해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곳곳에 스며있는 낭만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에 의한 남북한의 분단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밀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껏 소리치고 누릴 수 있는 광장도 필요하다.

이 작품은 두 가지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남북 분단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본격적인 장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4.19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4.19에 의해 남북 분단을 정면으로 다룰 수 없다는 금기가 깨졌다는 것이다. 작자는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선택하지 않고 제 3의 중립국을 택한다는 것은 현실에서의 패배이며 죽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조국의 현실을 벗어난 제 3의 길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주의적이고 관념적인 지식인의 망명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민족의 현실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없이 남북한을 단순히 양자택일적인 것으로만 인식한 결과이다. 둘째, 이 작품이 남북한의 문제를 밀실과 광장이라는 인간의 본래적인 존재의 문제와 연결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인간에겐 누구나 자기의 고유의 밀실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교섭하면서 공동체적 삶을 살 광장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진정한 시민적 광장에 대한 진실한 추구보다는 자신의 관념적이고 폐쇄된 밀실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여성을 상징하는 원형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이명준이 바다에 빠져 자살하는 것을 ‘은혜와 그 아기에 대한 사랑 희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주인공은 인간중심주의적인 삶을 살다가 좌절한다. 그리고자신의 몸을 바다에 던짐으로써 사랑을 구한다. 여기서 자살은 가치있는 삶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성이나 정당한 삶의 조건을 상실당한 인물들이 결국은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구조를 지닌 작품을 ‘상실과 되찾음의 이야기 구조’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분단 문학에 자주 등장한다.

이 작품은 1960년 10월 잡지 <새벽>에 중편으로 발표되었으나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장편으로 개작되었다. 사실 이 작품은 작가에 의해서 5번 정도의 개작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제) 분단 이데올로기 속의 바람직한 삶과 사회 추구

분단 이데올로기 속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미 추구

 

(표현) 전체적으로 회상 형식 철학, 사회학 용어의 빈번한 사용 부분적으로 의식의 흐름 수법 사용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런 곳으로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한을 택할 것인가? 명준의 눈에는 남한이란 게으른 ‘즉자태(卽自態)’였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의 결여태(缺如態)’였다. 키에르케고르 선생 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라들’의 과장 아닌 과장이었다. 광신(狂信)이 무섭다면 무이상(無理想)은 슬폈다.

 

(나) 이런 사회. 그런 사회로 가기 싫다. 그러나 둘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형기가 끝난 죄수가 더 있겠다고 버티자 안 될 말이다. 그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짐승이었다. 그때, 중립국에 보내기가 서로 사이에 말이 맞았다. 막다른 골목에서 얼이 빠져 주저앉을 참에 난데없이 밧줄이 내려 온 것이다. 그 때의 기쁨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판문점. 쌍방의 설득자들 앞에서처럼 시원하던 일이란, 그의 지난 날에서 두 번도 없었다.

 

(다) 방안 생김새는, 양쪽 설득자들이 마주보고, 책상을 놓은 사이로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있다. 순서는 공산측이 먼저, 네 사람의 공산군 장교와 국민복을 입은 중공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장교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라) 돌아서서 마스크를 올려다 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 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 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을질친 그는 지금 핑그르 뒤로 돌아선다. 제 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마)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은 생각하면, 무엇에 씌웠던 게 틀림없다. 큰 일 날 뻔했다. 큰 해 작은 새는 좋아서 미칠 듯이, 물 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바다와 놀고 있다. 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부른다.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벌판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어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롤린 일이 그리고 딸을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친 남자는 활짝 웃고 있다.

 

윗글에 나타나지 않는 사실은?

① 남한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② 남․북한 사회의 비교 및 지향점

③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는 현실 도피의 욕구

④ 남․북한 사이의 선택의 갈등과 구원

⑤ 아내와 딸과 관련한 지난날의 즐거움

▷ 이 글에는 남․북의 사회적 차이 즉, 자신이 남한과 북한을 모두 직접 말한 부분은 제시된 지문 앞쪽에 나타난다. <정답

이 작품에 대한 설명 중 바르지 않은 것은?

① 사회 문제를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결부시킨 작품이다.

② 남․북한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객관적 반성이 나타나 있다.

③ 분단의 아픔과 그로 인한 개인의 좌절감을 비극적으로 형상화했다.

④ 좌․우 이념 대립을 통합론적인 관점에서 극복하고 있다.

⑤ 인물과 사건은 회상 속에 재구성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형성하는 ‘광장’과 대립되는 어휘 중, 바른 것은?

① 이념 ② 남한 ③ 중립국

④ 새 ⑤ 밀실

 

 

이 작품에서 ‘중립국’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① 현실 도피의 위장 ② 현실적 이상

③ 자유와 사랑의 공간 ④ 남한과 북한의 변증법적 통합

⑤ 내면 갈등의 형상화

 

 

(마)에 나타난 현상을 표현한 말 중, 적적하지 않은 것은?

① 환각(幻覺) ② 환영(幻影) ③ 회상(回想)

④ 환청(幻聽) ⑤ 환상(幻想)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다섯 평이 좀 못 되는 이 방에, 처음에는 스무 사람이 있었지만, 몇 방을 합칠 때에 스물 여덟 사람이 되었다. 그 때에 이를 어찌 하노 하였다. 진남포 감옥에서 공소로 넘어온 사람까지 서른 네 사람이 되었을 때에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신의주와 해주 감옥에서 넘어온 사람까지 하여 마흔 한 사람이 될 때에 우리는 한숨도 못 쉬었다. 혀를 채었다.

 

㈏ 한참 동안 땅에 힘없이 앉아 있던 나는, 마지막 힘을 내어 담벽을 기대고 흐늘흐늘 일어섰다. 지옥이었다. 빽빽이 앉은 사람들은 모두들 힘없이 머리를 느리우고 입을 송장같이 벌리고, 흐르는 침과 땀을 씻을 생각도 안 하고 먹먹히 앉아 있다. 둥그렇게 구부러진 허리, 맥없이 무릎 위에 놓인 손, 뚱뚱 부은 시퍼런 얼굴에 힘없이 벌어진 입, 생기 없는 눈, 흩어진 머리와 수염, 모든 것이 죽은 사람이었다. 이것이 과연 아침에 세면소까지 뛰어갔으며 두 시간 전에 점심 먹느라고 움직인 사람들인가? 나의 곤하여 둔하게 된 감각에도 눈이 쓰린 역한 냄새가 쏜다.

 

그들은 무얼 하러 여기 왔나? 바람 불고 잘 자리 있고 담배 있는 저 세상에서 무얼 하러 여기 왔나? 사랑스러운 손주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이쁜 아내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제가 벌어먹이지 않으면 굶어죽을 어머니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그리고 그들은 자유로 먹고 마시고 바람을 쏘이고 자유로 자고 있었을 테다. 그러던 그들이 어떤 요구로 여기를 왔나?

 

㈑ 그러나 지금의 그들의 머리에는 독립도 없고, 민족 자결도 없고, 자유도 없고, 사랑스러운 아내나 아들이여 부모도 없고, 또는 더위를 깨달을 만한 새로운 신경도 없다. 무거운 공기와 더위에 괴로움 받고 학대받아서, 조그맣게 두개골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들의 피곤한 뇌에 다만 한 가지의 바람이 있다 하면 그것은 냉수 한 모금이었다.

㈒ 즉 그때에 눈에 글핏 떠오른 것은(때때로 당하는 현상이거니와)쫄쫄쫄쫄 흐르는 샘물과 표주박이다.

“한 잔만 먹여다고, 제발…….”

나는 누구에게 비는지 모르게 빌었다. 그리고 힘없는 눈을 또다시 몸과 몸이 서로 닿아 썩어서 몸에는 종기 투성이요, 전 인원의 십분의 칠은 옴장이인 무리로 향하였다. 침묵의 끝없는 시간은 그냥 흐른다.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서술자가 자신의 내면 심리를 드러냄으로써 설득력을 얻어내고있다.

② 절박한 상황에 쫓긴 인간의 원시적인 본능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③ 현재와 과거, 혹은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구도를 통해 현재의 비참함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④ 내면 묘사와 외부 묘사를 통일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주제의 진실성을 강화하고 있다.

⑤ 자유로운 연상을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 있다.

 

 

㉠과 대립적인 의미로 쓰인 단어는?

① 자유 ② 담배 ③ 샘물

④ 표주박 ⑤ 저 세상

 

 

㉡에 담긴 서술자의 심리는?

① 조롱 ② 멸시 ③ 의문

④ 거부 ⑤ 불신

▷ 의아스럽다, 혹은 믿을 수가 없다는 서술자의 심리이다.

 

㉢의 이유가 제시된 단락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 독립, 민족의 자결, 자유 등이 이유일 것이다. <정답 ④>

 

 

㈎에 처한 인물들의 상황을 적절히 드러낸 것은?

① 설상 가상(雪上加霜) ② 동가 홍상(同價紅裳)

③ 점입 가경(漸入佳境) ④ 우후 죽순(雨後竹筍)

⑤ 층층 시하(層層侍下)

 

 

ⓐ~ⓔ중 함축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 ⓐ~ⓓ는 각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나 대상을 뜻하나, ⓔ는 욕망을 의미한다. <정답 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전 략>

테이블에 펼쳐진 해도 위에 컴퍼스가 던져진 체 ㉠선장은 보이지 않았다.

마카오가 가까워 오자 석방자들은 또다시 선장에게 상륙시켜 주도록 요청해 보라고 그를 졸라대기 시작했으나 ㉡명준은 끝내 거절하고 말았다. 그들 얼굴에 새겨진 불만과 적의를 보고도 별반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 오래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덮쳐들 듯 어깨가 무겁고, 남하고 얘기하기가 귀찮았다.

송환 등록이 시작됐을 무렵 갈팡지팡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제삼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자기를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고 그는 생각했었다.

정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명준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북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버지가 전쟁 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알 수는 없었으나 설령 생존했다 하더라도 그 한 가지 조건으로 북을 택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살테지. 효도 같은 걸 하기엔 현실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리고 이북 사회 같은 데서 육친의 정이란 무엇이던가. 그러고 보면 이제 그가 북으로 가야 할 아무 이유도 없었다. 은혜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정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사회 속의 어떤 인간과 맺어져 있다는 말이라면, 맺어질 아무도 없는 사회의 어느 곳에 좌표(座標)를 정할 것인가. 더욱이 ⓐ그 사회 자체에 대한 신앙조차 잃어버린 지금에. 믿음 없이 예배하는 것이 고통스럽듯이, 신념 없이 정치의 광장에 서는 것도 두렵다. 코뮤니스트란, ㉤월북할 때 그가 막연히 그려 본 그런 인종들이 아니었다. 한때, 그들의 존재를, 기계가 인간을 대신한다는 현대에서 하나의 기적으로 생각했다. 이상주의의 마지막 수호자들. 그는 코뮤니즘과 기독교― 특히 카톨릭을 한 가지 정신의 소산으로 보는 아날로지를 그럴싸한 자가 발견(自家發見)으로 여겼다.

 

기독교의 도식 코뮤니즘의 도식

1. 에덴 시대 1. 원시 공산 사회

2. 타락 2. 사유 제도의 발생

3. 원죄 가운데 있는 인류 3. 자본주의 사회 속의 인류

4. 구약 시대 제민족의 역사 4. 노예, 봉건, 자본주의 국

가의 역사

5. 예수 그리스도의 출현 5. 칼 마르크스의 출현

6. 십자가(사랑) 6. 낫과 해머(증오)

7. 고해 성사 7. 자아 비판 제도

8. 법왕 8. 스탈린

9. 바티칸 궁 9. 크레믈린 궁

 

에덴의 타락에서 법왕제(法王制)에 이르는 기독교의 도식은 그대로 코뮤니즘의 탄생과 발전의 도식에 신기롭게 들어맞는 것이었다. 그들은 완전한 좌우 상칭을 이루는 도형이었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이 비밀을 우연하게 보지는 않았다. 비밀은 마르크스가 헤겔의 제자였다는 사실에 있었다. 헤겔은 바이블에서 먼저 역사적 의상(衣裳)을 박탈하고 다음에 지방적 분장을 지워버린 후 그 순수 도식(純粹圖式)만을 뽑아낸 것이다. 말하자면 헤겔의 철학은 바이블의 에스페란토 역(譯)이었다. 도식이란 그것이 우수할수록 모방하기 쉽다. 마르크스는 선생이 애써 이루어 놓은 나체화에다가 다시 한 번 옷을 입혔다. 경제학과 이상주의의 옷을.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회상 속에서 사건은 순차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② 소설 밖의 서술자가 등장 인물의 입장에서 사건과 심리를 서술하고 있다.

③ 인물의 심리와 외부 사건은 서로 관계없이 이원적(二元的)으로 전개되고 있다.

④ 인물의 내면 심리는 사건의 논리적 분석보다는 정서적 반응이 주가 되고 있다.

⑤ 서술자가 관찰과 추론(推論)을 바탕으로 인물이 선택한 행위를 선택하고 있다.

 

다음 <보기 1>은 윗글에서 추측할 수 있는 핵심 내용들이다. 이것을 <보기 2>와 같은 형태로 구조화할 때, ※에 들어갈 내용은?

 

<보 기 1>

 

 

 

Ⅰ. 남한을 거부한 이유

Ⅱ. 북한을 거부한 이유

Ⅲ. 제삼국행의 이유

Ⅳ. 개인적 인간 관계의 상실

Ⅴ. 이북 사회에 대한 신념의 상실

 

<보기2>

 

 

 

 

 

① Ⅰ ② Ⅱ ③ Ⅲ ④ Ⅳ ⑤ Ⅴ

 

 

윗글을 읽고 난 뒤 독자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던 인물이 현실에서 겪은 뼈아픈 좌절을 그리고 있군.

② 한 인물의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사회에 의해서 파괴되는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어.

③ 사랑과 이념의 갈등 사이에서 인간은 사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었어.

④ 근대적 이념과 체제로 인하여 파괴되는 전근대적 인간 관계에 대한 미련을 보여 주고 있어.

⑤ 관념적 유희에 몰두하는 인물이 실생활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패배의 과정을 그리고 있군.

 

 

밑줄 친 ㉠~㉤ 중,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은?

① ㉠ ② ㉡ ③ ㉢ ④ ㉣ ⑤ ㉤

▷ ⑤ / 이 소설은 현재에 일어난 사건에 과거의 사건에 대한 회

 

다음에서 밑줄 친 ㉮~㉲ 중, 윗글의 ⓐ의 이유가 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명준에게 있어서, 스탈린주의에서 살아 보았다는 겪음은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굿마당에서 그들은 ㉮헛것을 섬김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제 머리로 ‘참’을 헤아림이 아니라 푸닥거리에 기대는 곳이었다.

제가 낸 신명이 아니라, ㉯무쇠 같은 멍에가 다스리는 곳이었다. 사랑과 용서가 아니라, ㉰미움과 앙갚음이었다. 그것은 ㉱러시아 정교회 성경 대신 마르크스를 택한 ㉲짜르 나라였다.

 

① ㉮ ② ㉯ ③ ㉰ ④ ㉱ ⑤ ㉲

▷ ④ / ㉮는, 마르크스 이론을 마치 신처럼 떠받든다는 것

 

김승옥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 김승옥 (金承玉, 1941 ~ )

일본 대판(大阪, 오사카) 출생. 1945년 귀국. 전남 순천에서 정착하여 삶.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졸업. 1962년 <한국일 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동인지 󰡔산문시대󰡕에 참여함. 1965년에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 수상 1977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 1회 이상 문학상 수상. 대표작에 「무진기행」(1964) 등이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자기 존재 이유의 확인을 통해 지적 패배주의나 윤리적인 자기 도피를 극복해 보려는 작가의식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 소설의 언어적 감수성을 세련시킨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평자들은 흔히 그를 내성적 기교주의자의 대표적 작가로 내세운다.

 

 

󰏅 줄 거 리

1. 축전(祝電) - ‘가하’ 오빠.

부호(符號)라는 걸 만든 이에게 평안이 있으라. 엉망진창된 나의 감정을 감정의 뉘앙스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인연 없는 의사(意思) 전달 수단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이 신기함이여.

 

이 작품은 작품 전체가 서사적 줄거리를 가진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서사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단지 화자의 독백 형식 속에 ‘나’라는 인물과 누이가 도시로 와서 적응하려다가 실패하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1) 1장 : 축전(祝典)

동생의 순산에 축전을 보내고 축전의 약어가 가지는 신기한 기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언어의 힘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인식을 뜻한다.

 

(2) 2장 : 프로필

작중 화자가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울에 와서 만난 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위선적인 인물, 즉 얼치기요, 가짜, 흰수작만 하는 소설가이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 파탄되어 가는 상경인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3) 3장 : 갈대들이 들려준 이야기

도시에서의 좌절로 인한 누이의 귀향과 좌절의 아픔, 도시적 삶의 이해를 위한 주인공(작중화자)의 상경

(4) 4장 : 누이의 결혼

도시화로 인한 삶의 개별화 현상과 그로 인한 궁극적 심판이 불가할 정도의 가치의 상대화 현상

 

(5) 5장 : 일지초(日誌炒)

작중화자의 짤막한 글을 모은 것이다. 개인적이고 위선적인 도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흔적들을 읽을수 있다.

 

(6) 6장 : 다시 축전(祝典)

1 장의 내용을 다소 변용하여 싣고 있다.

 

누이도 나의 축전을 받아들고 과히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리라. 제발 지금 나의 이 뒤얽힌 감정 중에서도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이 한 가지의 기도가 실현된다면 그러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작품해설

이 작품은 1인칭 독백 형식으로 특정한 서사적인 줄거리보다는 내면의식의 서술이 주가 되고 있다. 1960년대 사회적 배경이 제재가 되고 있으며 배경은 의식 속에 내면화되어 ‘상황’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적 내용을 감각적인 언어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서술 방식으로 서정적이고 시적인 언어의 사용 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지적인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성공의 신화를 쫓아 도시로 나아간 많은 시골 젊은이와 같이 누이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으나 침묵만을 배워 온다. 즉, 누이는 도시에서 개인주의와 ‘군중 속에서 느낀 고독’에 의해 침묵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도시적 삶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누이만의 것이 아니다.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제 나름의 사연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실타래같이 얽힌 이율 배반성 속에 있는것이어서 결국은 개인에게 밀려 나고 마는 것이다. 도시의 사람들이 이와 같이 고독한 데 반해 항혼과 해풍의 사람들은 의지의 신화에 소외된 채 짙은 패배감 속에 고독을 느낀다.

 

 

(주제) 도시화에서 비롯된 삶의 개별화 현상과 가치의 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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