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비 속의 아버지, 김명인 [현대시]

Jobs 9 2022. 2. 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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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의 아버지

김명인

아버지 비 속으로 가신다, 시간의

굳게 잠긴 빗장을 걷고

빗줄기가 풀어놓은 비낱의 창 너머 무수히

그어지는 텅 빈 골목길로

아버지 걸어가신다, 얼마만큼 쫓아가다

내 기억의 비 그쳐

 

다시 꽃밭이었을까요, 아버지

화안한 그 꽃밭 뭉개며 내 마음의 어둔

그림자로 우뚝 서 계시는 아버지

얘야, 식구들 모두 모여 살 수 없단다, 네가

잠시만 떨어져 있어야겠다

 

담을 것 없어도 주체할 길 없이 쏟아지는 잠과

잠의 깊은 늑골을 비집고

비가 온다 어느새

한 세상 비 속으로 저무는데

밥과 밤으로 이어지는 중년을 흔들어 깨우며

머리맡에 앉아 계신 아버지, 기다려라

내가 너를 데리러 다시 올 때까지

 

그러므로 아버지, 제가 여기 있어야 한다면

저는 녹스는 제 몸을 온전히 닦아낼 수 있을까요?

칼날의 시간 작두 위에 세웠던 세월이여

아직도 식지 않은 증오 서리처럼 흐리는 창 너머로

아버지 비 속으로 걸어가신다

 

 

- 시상의 전개 : 처음과 끝을 동일하게 맺음으로써 시적 분위기를 강화함

- 구성 : 1연(과거2)- 텅 빈 골목길로 비를 맞으며 가시는 아버지

2연(과거1)- 힘든 삶 때문에 나를 떠나보내는 아버지

3연(현재-과거)- 힘든 삶 속에서 과거의 아버지의 기다리라는 말을 되새김

4연(현재-과거)-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힘겹지만 그런 아버지에 연민과 그리움을 느낌

- 제재 : 아버지에 대한 기억

- 주제 :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연민의 기억

 

감상 : 이 시는 어린 시절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지만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는 유년 시절 아버지와의 이별을 떠올리는 소재로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의 심정을, 또 아버지가 자식을 버리고(?) 가야만 하는 심정을 우울한 분위기로 제시하고 있다. ‘아버지 비속으로 가신다.’를 시의 시작과 끝에 배치해 시적 분위기로서의 비극성과 그리움의 정서를 강조해 주고, 형식적 완결성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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