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바퀴벌레는 진화 중, 김기택 [현대시]

Jobs9 2022. 3. 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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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진화 중

김기택

 

믿을 수 없다. 저것들도 먼지와 수분으로 된 사람 같은 생물이란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시멘트와 살충제 속에서만 살면서도 저렇게 비대해질 수 있단 말인가. 살덩이를 녹이는 살충제를 어떻게 가는 혈관으로 흘려보내며 딱딱하고 거친 시멘트를 똥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입을 벌릴 수밖에 없다. 쇳덩이의 근육에서나 보이는 저 고감도의 민첩성과 기동력 앞에서는. 
 
사람들이 최초로 시멘트를 만들어 집을 짓고 살기 전, 많은 벌레들을 씨까지 일시에 죽이는 독약을 만들어 뿌리기 전, 저것들은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 흙과 나무, 내와 강, 그 어디에 숨어서 흙이 시멘트가 되고 다시 집이 되기를, 물이 살충제가 되고 다시 먹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빙하기, 그 세월의 두꺼운 얼음 속 어디에 수만 년 썩지 않을 금속의 씨를 감추어 가지고 있었을까. 
 
로봇처럼, 정말로 철판을 온몸에 두른 벌레들이 나올지 몰라. 금속과 금속 사이를 뚫고 들어가 살면서 철판을 왕성하게 소화시키고 수억톤의 중금속 폐기물을 배설하면서 불쑥불쑥 자라는 잘 진화된 신형 바퀴벌레가 나올지 몰라. 보이지 않는 빙하기, 그 두껍고 차가운 강철의 살결 속에 씨를 감추어 둔 때가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아직은 암회색 스모그가 그래도 맑고 희고, 폐수가 너무 깨끗한 까닭에 숨을 쉴 수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뜬 채 잠들어 있는지 몰라. 
 

 

개관

- 제재 : 진화하는 바퀴벌레(로봇) → 환경을 파괴하는 '현대문명'의 상징
- 주제 : 환경 문제의 심각성

- 성격 : 비판적, 상징적
- 표현 :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을 말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시멘트와 살충제 속 → 바퀴벌레가 사는 공간, 비생명적 공간, 인간의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공간
쇳덩이 → 비생명적인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한 바퀴벌레의 모습
금속의 씨 → 바퀴벌레를 형상화한 말 / 바퀴벌레의 진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빙하기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현상으로 그 변화의 끝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미래를 이어나갈 번식 기능으로 생명성까지 철저히 진화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철판을 온몸에 두른 벌레, 수억톤의 중금속 폐기물을 배설하면서, 암회색 스모그가 그래도 맑고, 폐수가 너무 깨끗한 까닭에 → 현대문명이 초래한 환경문제를 비판하고자 하는 표현임.
아직은 암회색 스모그가 ~ 잠들어 있는지 몰라. → 반어적 표현,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비판
1연의 종결어미(없다, 있단 말인가, 있단 말인가) → 동일한 종결어미의 반복을 통해 바퀴벌레의 생명력에 대한 우려를 강조함.
2연의 종결어미(있었을까 3번) → 놀라운 생명력에 대한 놀라움과 의문을 강조함.
3연의 종결어미(몰라 3번) →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강조함.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시멘트와 살충제 속의 바퀴벌레 → 인간 문명의 비정함 고발
- 2연 : 바퀴벌레의 놀라운 생존력
- 3연 : 로봇처럼 진화된 바퀴벌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화자는 바퀴벌레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생명력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시멘트와 살충제'는 인간의 근대 문명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시구 '로봇처럼, 정말로 철관을 온몸에 두른 벌레들이 나올지 몰라.'라는 말로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면서 화자는 '수억 톤의 중금속 폐기물', '암회색 스모그', '폐수'로써 우리 문명의 환경 파괴적인 속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들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화자의 우려를 통해서 이 작품은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현실의 작은 대상에서도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것을 거대한 문명의 문제와 연결시킨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시인의 상상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시인의 눈에 비친 바퀴벌레는 대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살충제와 시멘트로 뒤덮인 생존 조건에서도 비대한 몸뚱이와 민첩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놀라움의 대상이다. 
시인의 상상력은 이제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바퀴벌레가 생명력을 이어오기 시작한 그 때를 상상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환경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철판으로 온 몸을 두르고 철판을 소화하고 중금속을 배설하는 '신형 바퀴벌레'는 환경을 파괴하는 현대문명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결국 현재의 환경 파괴에 대한 심각한 경종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 시는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들이 보여주는 표현과는 다른 특징을 나타낸다. 대개 시들은 생략과 비약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점을 표현한다는 것에 비해 이 작품은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적 시각을 직설화법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문학적 가치는, 비대해진 바퀴벌레를 통해 오늘날 현대문명이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는지는 몰라도 그 대가로 중금속 오염과 대기 오염, 그리고 수질 오염이 심각한 환경 파괴를 가져왔음을 반어적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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