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

현대시 모음 #07 - 공무원 국어 - 문학 - 시

Jobs9 2020. 3. 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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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시집 󰡔52인 시집󰡕, 신구문화사, 1967)

 

* 초례청 : 혼인 예식을 치르는 곳.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4·19 혁명과 동학 혁명을 통해 시인은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과 민주에의 열망을 확인하고 이것을 억압하는 모든 비본질적 요소들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든가, ‘중립의 초례청’ 같은 구절을 보면 외세의 간섭이 없는 통일의 그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시작(詩作) 배경

신동엽은 4.19 혁명에 대하여 남다른 집념을 보인 시인이다. 그를 흔히 「60년대의 대표 시인」으로 꼽고 있는 이면에는 4.19 정신의 문학적 성과라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바로 4.19 정신의 정수로부터 획득한 이념적 힘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성격 : 현실참여적, 저항적, 주지적, 상징적, 이념적

표현 : 반복법, 상징법, 은유법 명령형 종결.

특징 : 반복을 통한 주제 의식 강조.

구성 : 4·19 혁명의 순수성만 남고 모든 허위는 가라.(1)

동학 혁명의 외침만 남고 모든 허위는 가라.(2)

순수한 마음과 몸을 가진 아사달과 아사녀의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위한 혼례(3)

한라에서 백두까지(통일된 조국)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고 무력으로 억누르는 세력은 가라.(4)

▶ 제재 : 외세의 지배에서 탈피해야 할 민족 현실.(또는, 겨레의 주체적 모습)

▶ 주제 : 진정하고 순수한 민족의 삶 추구.(순수하고 원초적인 겨레의 건강성)

시어의 상징 의미

* 껍데기 : 허위, 비리, 불의, 외세, 문명 등 부정적 요소.(=쇠붙이로 구체화)

* 쇠붙이 : 과학 문명을 타고 들어온 외세

 

<연구 문제>

1. 시상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인 긴장감을 주어 설득력과 공감의 폭을 넓혀 주고 있는 시어를 찾아 쓰라. <모범답> ‘가라

2. ㉠은 과거적 인물이면서도 이 시에서는 현실을 사는 현재적 인물들이다. 오늘날의 현실과 관련하여 그 의미를 2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외세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한국인

3. ㉡의 ‘맞절’할 날의 의미를 민족의 염원과 관련하여 1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남북의 진정한 통일

4. ㉢의 의미를 우리 민족이 놓여 있는 국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2음절의 한자로 쓰라. <모범답> 外勢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17개 행 가운데 6개 행이 ‘껍데기는 가라’이다. 이 시인이 없어지기를 열망하는 ‘껍데기’가 무엇인지는 마지막 연(聯)의 ‘쇠붙이’ 말고는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것은 상대적 의미를 지닌 어휘를 통해 짐작해 볼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것은 4월 혁명의 ‘알맹이’이며, 동학년의 ‘아우성’이고, 초례청 앞에 선 아사달, 아사녀의 ‘부끄럼’이거나 향기로운 ‘흙가슴’에 상대되는 개념일 것으로 이해된다.

4·19혁명의 체험이 이 시의 창작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 혁명을 통해 확인한 민중적 역량을 과거 동학 혁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고, 미래의 통일에서도 그 역량이 발휘되기를 시인은 열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4월 혁명의 정신은 퇴색해 가고 동학 혁명의 민중적 열기도 사그러져 가며 통일에 대한 염원도 군사 정권과 무력을 앞세운 외세의 질곡 때문에 전망이 흐려져 가고 있다. 시인이 안타까워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그래서 시인은 모든 허위와 맞설 것을 외치며, 우리가 성취해야 할 민족적 과제가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다.

<참고> 신동엽의 시 세계

비교적 단순한 소재와 이미지를 지닌 단어를 반복하여 내용을 강조한다.

선악을 분명히 구분하기 때문에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시는 자아와 세계에의 개안(開眼)’이며, ‘자아와 이웃에의 애정이라는 시인 자신의 말처럼 그의 시는 현실 지향적인 솔직함을 지닌다.

 

<맥락 읽기>

1.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목소리인가?

☞ 말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와 있지 않지만, 목소리는 신념과 의지에 차 있다.

2. 말하는 핵심은? ☞ ‘껍데기는 가라’

3. 껍데기와 함께 버리고 싶은 것은? ☞ 쇠붙이

4. 남기고 싶어하는 것들을 각 연에서 찾아 보자.

☞ (1연) 4월의 알멩이

(2연)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

(3연) 향그러운 흙가슴

5. 여기서 잠시 역사 공부를 해 보자.

☞ 1연에 나오는 ‘4월’(11960년)에는 자유당 총재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 정치하에 이루어진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민중 시위가 일어났고, 그 시위 세력은 이승만의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급속히 민족 통일 운동으로 발전해 갔다.

☞ 2연에 나오는 ‘동학년 곰나루’는 봉건 체제를 반대하고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을 저지하고 국권을 수호하려는 데 목적을 둔 갑오 농민 전쟁이 봉기된 충청도 ‘웅진’의 지명이다.

6. 그렇다면 ‘4월의 알멩이’, ‘동학년 곰나루의 아우성’, ‘향그러운 흙가슴’과 대립되는 의미로 쓰인 ‘껍데기’와 ‘쇠붙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 불의에 항거하는 순수 정신 밖에 있는 것

☞ 순박하고 진실된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것

☞ 순수함, 진실함들을 짓누르는 차갑고 무거운 어떤 힘

7. 화자가 원하는 것만 살아남고, 껍데기가 간 후의 모습은?

☞ 두 가슴과 그 곳까지 / 아사달과 아사녀가 /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 할지니

8. 그렇지 즉, 아사달과 아사녀가 아무 거짓도, 허물도 없이 중립의 초례청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겠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이야기가 암시하는 것은?

☞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것

 

<생각해 볼 거리>

1. 현재의 상황에 있어서, 우리 주위에서 껍데기나 쇠붙이 같은 것이 있다면 모두 말해 봅시다.

☞ 무기, 휴전선의 철조망, 정치 집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 강대국의 정치· 경제적 간섭……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고대문화󰡕, 1969.5)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역사적, 사회적 삶과 관련이 있다. 백성들은 한번도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마음껏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씌어진 작품이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먹구름이 덮인 하늘’과 ‘지붕 덮은 / 쇠 항아리’가 무엇을 뜻하며, 이와 대립적인 심상인 ‘맑은 하늘’이 뜻하는 바를 파악해야 한다.

성격 : 참여적, 남성적, 격정적

특징 : 대립어의 사용, 상징법 구사

구성 : 시간의 이동에 따른 구성

암울했던 과거의 삶(1-3)

현실 극복의 결의(4-6)

인고의 삶(7-8)

밝은 미래의 희원(9)

▶ 제재 : 하늘(암울한 삶)

▶ 주제 : 인간 본연의 삶

 

<연구 문제>

1. 이 시의 시작 동기는 사회 의식에 있다. 이러한 동기를 고려할 때, 이 뜻하는 바를 3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자유와 평화를 누리면서 인간 본연의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2. ㉡이 뜻하는 바를 2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인간 본연의 삶을 억누르는 외부적인 요소.

3. 자기 극복의 의지를 반어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쓰라.

<모범답>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내용은 길이에 비해 단순하다. 먹구름 낀 하늘 아래에서 머리에 쇠 항아리를 덮고 살아야 했던 이 땅의 백성들의 삶이 시작 동기(詩作動機)로 되어 있다. 한번도 맑은 하늘 아래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 보지 못했던 이 땅의 사람들이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제1연은 역사 의식과 사회 의식을 관련시켜 해석해야 한다. 동학 혁명과 3·1독립 운동, 4·19 혁명 때 잠깐 맑은 하늘이 빛났었으나, 백성들은 한번도 맑은 하늘 아래서 마음껏 자유와 평화를 누려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2,3연은 우리 선인들이 살아야 했던 역사적 상황과 짓눌린 삶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들은 암담한 상황에서 짓눌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먹구름’이 덮인 하늘은 ‘맑은 하늘’과 대립되는 심상으로 암담한 상황을 뜻하고, ‘지붕 덮은 / 쇠 항아리’는 억압과 구속을 뜻한다.

제4연은 상황의 극복을 위한 민족사적 과제를 제시하였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먹구름’을 닦고,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쇠 항아리’를 찢으라는 것이다. 이 시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제5,6연은 백성들이 왜 현실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역설한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끊임없이 먹구름을 닦고 쇠항아리를 찢어야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고, 삶의 외경(畏敬)과 연민(憐憫)을 알게 되리라는 것이다.

제7,8연은 자유와 평화가 없는 세상에서 서러움을 당하면서 인고(忍苦)의 나날을 살 수밖에 없는 이 민족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 흐름으로 볼 때는 현실 극복의 의지를 반어적(反語的)으로 표현한 것이다.

제9연은 제1연의 반복으로 아직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 극복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민중의 의지를 서사시로 표현한 󰡔금강󰡕의 제9장에도 삽입된 작품으로 저항적 각도에서 이해될 수 있다. 몇 군데 상징적인 표현이 있으나, 구체성을 띤 시이기 때문에 난해하거나 모호한 표현도 없다. 서정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나, 진실하고 힘찬 어조는 감동의 깊이를 더해 준다.

 

 

 

산에 언덕에

-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시집 󰡔아사녀(阿斯女)󰡕, 1963)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신동엽의 시는 아름다운 서정성과 준열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다.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시적 아름다움이 이 시에 잘 나타나 있으며, 그것은 한국 서정시의 전통과 맥(脈)을 같이 한다. 그의 시가 지닌 역사성은 역사의 핵심 혹은 역사적 진실에 관계된다. 이 시는 시가 쓰여진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보아 4·19 혁명의 영령을 기린 시라고 할 때, ‘꽃’, ‘바람’ 등의 시어는 「고매한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소리 높여 외치다 죽어간 그리운 그의 환생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 시적 의의

신동엽의 시비(詩碑)에 새겨진 이 시는 그의 문학 정신이 잘 승화된 서정시이다. 이 땅에서 한스럽고 선량하게 살다가 죽어서도 이 땅의 산야에 감도는 ‘그리운 그’(민중)의 넋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상징적, 추모적, 주지적, 회상적

특징 : 그리운 이의 부활을 소망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

‘-ㄹ지어이라는 특이한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소박한 마음을 표현하고 동시에 시에 진지성을 더함.

구성 : 그의 부활에 대한 확신(1)

그의 숨결을 느낌(2)

그의 자취를 찾아 헤매는 행인의 쓸쓸한 모습(3)

따뜻한 인정 회복(4)

그의 영혼의 부활에 대한 확신(5)

제재 : 그리운 그의 얼굴.(찾을 길 없는 이)

▶ 주제 : 그리운 이의 부활을 소망함.(찾을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

▶ 시어 해설

* 행인(行人) : 시인 자신이요,이 어두운 시대에 먼저 가신 민중들을 찾아 헤매는 ‘탐구자’가 된다.

 

<연구 문제>

1. 이 시에 등장하는 행인과 화자가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정서를 한 단어로 쓰라. <모범답> 그리움

2. 이 시에 나오는 ‘꽃’은 결국 무엇을 말하는지 15자 이내로 쓰라.

<모범답> 그리운 그의 환생된 모습

3. ㉠에 함축된 정서를 이 시에 나오는 시어를 활용하여 2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그리운 그의 모습을 찾을 길 없는 공허감

4. ‘그’의 삶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시구를 본문에서 찾아 쓰라.

<모범답> 울고 간 그의 영혼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는 ‘그리운 그’와 그의 모습을 찾아 들길을 더듬는 ‘행인’과 목소리의 주인공인 화자, 이렇게 세 인물이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행인은 화자와 정서적으로 근접되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화자의 객관적 대리인이라고 보아도 졸을 터이다. 마지막 연의 ‘울고간 그의 영혼’이라는 구절로 미루어 보건대 행인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을 더듬으며 찾아 헤매고 있는 ‘그리운 그’는 아마도 불행한 삶을 살다 간 한 젊은이임이 짐작된다.

이 시가 쓰여진 1960년대를 상기할 때, 그 젊은이가 4·19 혁명의 희생자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의(義)롭게 죽은 이는 구차하게 살아 남은 자의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된다.

지금 행인은 그를 생각하며 쓸쓸한 마음으로 눈 덮인 들길을 걷고 있다.

역사의 ‘봄’을 위해 한 젊은이가 죽고 난 지금은 ‘겨울’―. ‘그리운 그’의 얼굴과 노래와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텅 빈 듯한 공허함이 ‘비었거든’이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화자는 이러한 공허감에 그대로 침몰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그 공허를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공허를 메울 수 있는 것이 ‘인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얼어붙은 삭막한 계절을 녹일 수 있는 것이 ‘인정’ 말고 달리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서로 다독이며 견딜 일이다. 그리운 그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없어도 그의 얼굴을 닮은 꽃과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노래를 산에 언덕에 다시 살려내는 일은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일 테니까.

 

 

 

진달래 산천

-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에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조선일보󰡕, 1959.3.24)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투철한 역사 의식에 입각하여 6․25로 인한 깊은 상흔(傷痕)을 진달래의 핏빛 이미지 속에서 그려낸 작품으로, 신동엽의 초기시를 대표하는 전 12연의 자유시이다. 신동엽은 민족적 정서 또는 민족적 정기를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민족의 전설을 자주 원용하는 특징을 보여 주는데, 이 시 역시 후고구려의 장수들 전설을 끌어들이고 있다.

1연은 국토의 평화스러운 정경을 ‘이름 모를 나비’라는 평범한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진달래 몇 뿌리 / 꽃 펴 있고’와 ‘나비 하나 / 머물고 있’는 정적 이미지는 전쟁으로 인한 주검을 보여 주고 있는 2연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연은 주검이 누워 있는 장소의 유래를 밝히는 부분이다. 화자는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곳을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 의형제를 묻던, / 거기가 바로 / 그 바위’라고 제시함으로써 6․25로 인한 죽음과 후고구렷적 장수들의 죽음을 연관시키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드높던 기상과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떠오르게 하는 ‘후고구렷적 장수들’을 통해 6․25를 민족적․역사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갖도록 도와 주고 있다. 4연은 산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민중의 비참한 생활상을 제시한 부분이며, 5연은 죽은 자가 생전에 그리워하던 고향의 정경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그저 아름다움으로만 장식된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눈먼 식구들이 / 굶고 있’는 모습의 사실적 제시를 통해 시인의 치열한 현실 인식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6연은 이 곳에 앞서 과수원에서 보았던 또 다른 주검을 상기시키는 부분으로, 국토 전역에 깔려 있는 상흔을 제시함으로써 전쟁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7연은 계속되는 폭탄 세례의 전장(戰場)을 진달래의 핏빛 이미지 속에서 보여 주는 부분이다.

8연부터 12연까지는 앞 연들이 제시한 시상을 약간의 변화만 가미시켜 반복하는 형식으로, 전반부에서 제시한 시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즉, 8연은 1연과 2연의 시상을 결합하고 있으며, 9연은 7연에서 보여 준 폭탄 세례의 전장을 반복하고 있다. 10연은 4연을, 11연은 3연을, 12연은 6연의 시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반복하고 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뚫고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일 뿐 아니라, 그 실질을 이루고 있는 민중들이야말로 가장 큰 희생자임을 웅변하고 있다. 발표 당시에는 일단의 맹목적 반공주의자들에게 불온성을 지적받기도 하였지만, 오늘날의 정치 상황으로 보아도 통일 염원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 가장 빼어난 작품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5

- 신동엽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群像)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

그 소년의 등허리선 먼 길 떠나온 고구마가

흙 묻은 얼굴들을 맞부비며 저희끼리 비에 젖고 있었다.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아니면

전라남도 해남땅 어촌(漁村) 말씨였을까.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눈녹이 바람이 부는 질척질척한 겨울날,

종묘(宗廟) 담을 끼고 돌다가 나는 보았어.

그의 누나였을까.

부은 한쪽 눈의 창녀(娼女)가 양지 쪽 기대 앉아

속내의 바람으로, 때묻은 긴 편지를 읽고 있었지.

 

그리고 언젠가 보았어.

세종로 고층건물 공사장,

자갈지게 등짐하던 노동자 하나이

허리를 다쳐 쓰러져 있었지.

그 소년의 아버지였을까.

반도(半島)의 하늘 높이서 태양이 쏟아지고,

싸늘한 땀방울 뿜어낸 이마엔 세 줄기 강물.

대륙의 섬나라의

그리고 또 오늘 저 새로운 은행국(銀行國)의

물결이 뒹굴고 있었다.

 

남은 것은 없었다.

나날이 허물어져 가는 그나마 토방 한 칸.

봄이면 쑥, 여름이면 나무뿌리, 가을이면 타작마당을 휩쓰는 빈

바람.

변한 것은 없었다.

이조(李朝) 오백 년은 끝나지 않았다.

 

옛날 같으면 북간도(北間島)라도 갔지.

기껏해야 버스길 삼백 리 서울로 왔지.

고층건물 침대 속 누워 비료광고만 뿌리는 그머리 마을,

또 무슨 넉살 꾸미기 위해 짓는지도 모를 빌딩 공사장,

도시락 차고 왔지.

 

이슬비 오는 날,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그 소년의 죄 없이 크고 맑기만한 눈동자엔 밤이 내리고

노동으로 지친 나의 가슴에선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동서춘추󰡕, 1967.6)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시적 화자가 종로 5가 신호등 앞에서 동대문을 묻는 한 소년과의 만남을 계기로 당대 민중들의 운명을 서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산업화와 근대화를 부르짖던 1960년대 사회적 상황 속에서 도시의 노동자나 창녀로 변해 가는 농민과 민족의 모습을 역사적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농민의 희생과 농촌의 붕괴를 담보로 해서 이루어진 산업화 정책으로 인해 농민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피폐된 농촌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도시의 노동자나 창녀로 전락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므로 ‘노동으로 지친 나의 가슴’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의 화자의 눈에 비친 현실은 ‘이슬비 오는 날’로 시작하여 ‘비에 젖고 있었다’로 끝나는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만큼 침울하고 고통스럽다.

전 9연의 이 시는 내용상 크게 5단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단락은 1~2연으로 한 소년과의 만남이 제시된 부분이다. ‘이슬비 내리는 날’과 ‘통금에 쫓기는 밤 열한 시 반’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자아내는 절박한 상황은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대비됨으로써 더욱 고조된다. 한편, ‘서시오판’은 신호등을 뜻하는 것으로 소년의 운명의 갈림길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단락은 3~4연으로 소년의 모습과, 그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소년의 운명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에서 때묻지 않은 동심을 엿볼 수 있으며, ‘저희끼리 비에 젖고 있는 / 먼 길 떠나온 고구마’는 따스한 온정을 지닌 존재임을 알게 해 준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그에게서 어린 노동자로서 그가 헤쳐 나가야 할 비극적 운명이 상징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셋째 단락은 5~6연으로 언젠가 보았던 창녀와 막노동자의 모습을 회상하는 부분으로, 화자는 그들을 소년의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화자는 ‘양지 쪽 기대 앉아 / 속내의 바람으로 때묻은 긴 편지를 읽고 있’는 ‘부은 한쪽 눈의 창녀’와 ‘고층 건물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쓰러져 있’는 ‘등짐하던 노동자’가 겪는 개인적 비극을 세 개의 외세 ― ‘대륙’․‘섬나라’․‘새로운 은행국’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민족의 고난을 ‘대륙’과 ‘섬나라’로 나타내고 있으며, 미국 자본에 의존하여 수출 주도형 산업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60년대 경제 정책을 ‘새로운 은행국’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인의 투철한 현실 인식은 결국 화자로 하여금 현실은 ‘이조 오백 년’과 다를 것이 없으며, 8연의 ‘북간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일제 시대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넷째 단락은 7~8연으로 농촌의 황폐한 현실과, 그로 인한 농민들의 이농(離農) 현상을 요약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이다. ‘남은 것은 없었다’, ‘변한 것은 없었다’, ‘이조 오백 년은 끝나지 않았다’로 이어지는 화자의 애환 어린 탄식과 ‘옛날 같으면 북간도라도 갔지’라는 자조 섞인 독백에서 당시 농촌 현실의 궁핍화를 충분히 헤아려 볼 수 있다.

마지막 단락인 9연은 1연의 시상을 변형 반복하는 부분으로, 화자의 신분을 ‘노동으로 지친 나’라는 구체적 표현으로 알려주고 있다. ‘낯선 소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지식인의 시각이 아니라, 같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의 고통을 바라보는 화자의 동정심은 마침내 ‘나의 가슴에선 도시락 보자기가 / 비에 젖고 있었다’라는 끝 구절로 용해됨으로써 전편에서 서술된 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한층 더 강화시키고 있다.

 

 

 

()

- 신동엽

 

1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 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잘은 몰랐지만 그 무렵

그 노랜 침장이에게 잡혀가는

노래라 했다.

 

지금, 이름은 달라졌지만

정오(正午)가 되면 그 하늘 아래도 오포(午砲)가 울리었다.

일 많이 한 사람 밥 많이 먹고

일하지 않은 사람 밥 먹지 마라,

오우우 …… 하고,

 

질앗티

콩이삭 벼이삭 줍다 보면 하늘을

비행기 편대가 날아가고

그때마다 엄마는 그늘진 얼굴로

내 손 꼭 쥐며

밭두덕길 재촉했지.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그 가슴 두근거리는 큰 역사를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 그땐

그 오포 부는 하늘 아래 더러 살고 있었단다.

 

앞마을 뒷동산 해만 뜨면

철없는 강아지처럼 뛰어 다니는 기억 속에

그래서 그분들은 이따금

이야기의 씨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리.

 

그 이야기의 씨들은

떡잎이 솟고 가지가 갈라져

어느 가을 무성하게 꽃피리라.

 

그 일을 그분들은 예감했던 걸까.

그래서 눈보라치는 동짓달

콩강개 묻힌 아랫목에서

숨막히는 삼복(三伏) 순이 엄마 목매었던

그 정자나무 근처에서 부채로 메밋소리

날리며 조심조심 이야기했던 걸까.

 

배꼽 내놓고

아랫배 긁는

그 코흘리개 꼬마들에게.

 

 

2

우리들은 하늘을 봤다

1960년 4월

역사를 짓눌던, 검은 구름장을 찢고

영원의 얼굴을 보았다.

 

잠깐 빛났던,

당신의 얼굴은

우리들의 깊은

가슴이었다.

 

하늘 물 한아름 떠다,

1919년 우리는

우리 얼굴 닦아놓았다.

 

1894년쯤엔,

돌에도 나무등걸에도

당신의 얼굴은 전체가 하늘이었다.

 

하늘,

잠깐 빛났던 당신은 금세 가리워졌지만

꽃들은 해마다

강산을 채웠다.

태양과 추수(秋收)와 연애와 노동.

 

동해,

원색의 모래밭

사기 굽던 천축(天竺) 뒷길

방학이면 등산모 쓰고

절름거리며 찾아나섰다.

 

없었다.

바깥 세상엔, 접시도 살점도

바깥 세상엔

없었다.

 

잠깐 빛났던

당신의 얼굴은

영원이 하늘,

끝나지 않는

우리들의 깊은

가슴이었다.

 

(이하 생략)

(서사시 󰡔금강󰡕, 1967)

 

<감상의 길잡이>

전쟁의 생채기를 꽃의 핏빛 이미지로 보여 준 <진달래 산천>(1959)에 이어 격동의 60년대 초반을 지나온 신동엽은 4․19를 돌아보는 화자의 서정적 정서를 드러낸 <산에 언덕에>(1963)를 통해 그리운 사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하였다. 이 시를 통해 60년대 대표적 참여 시인으로 자리를 잡은 그는 격동기를 겪으면서 역사의 허구성을 목격하게 됨으로써 권력의 폭력성을 배격하는 목소리를 지니게 된다. 민중․민족․민주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 <껍데기는 가라>(1967)를 발표하여 우리 시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그는 <종로 5가>(1967)를 거쳐 마침내 자신의 문학적 역량이 하나로 집약된 장편 서사시 <금강>을 발표함으로써 민족 시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이 땅에 깊이 새겨 놓고 1969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갔다.

이 시는 2장씩 전․후시를 포함하여 총 30장 4800여 행의 장편 서사시로서 실존 인물인 전봉준과 가공 인물인 신하늬로 대표되는 인물군(人物群)들을 등장시켜 동학 혁명을 형상화하고 있다. 동학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시화(詩化)를 통해서 민중적 세계관과 반외세에 대한 시인의 인식 태도를 보여 주는 이 시는 여러 인물들 사이에 얽힌 사건들이 교직(交織)될 뿐 아니라, 시간의 넘나듦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발표했던 <종로 5가>, <산사> 등의 여러 서정시를 삽입하여 형상화하는 특징도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의 대체적인 사건 진행은 기이하게 태어난 후 초혼에 실패했다가 진아를 만나는 신하늬와, 동학에 입교하였다가 조병갑의 학정에 아버지를 잃은 전봉준과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만남은 동학 혁명으로 시작되며, 혁명의 실패로 끝난다. 즉, 혁명이 실패하자 신하늬는 아들을 낳은 후 죽음에 이르고, 전봉준은 체포 구금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운명적인 만남을 통하여 역사의 유구함을 화자 자신으로 추정할 수 있는 신하늬의 아들에게서 확인하고 있다.

신동엽은 현실 인식의 뿌리를 민족사를 관통하고 있는 사건들인 동학 혁명, 한국 전쟁, 4․19 등에서 찾아 이를 정당하게 해석하고자 한 시인이었다. 그는 시대의 아픔을 민중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보여 줌으로써 이 나라에 새로운 문학적 전망을 열어 놓았다. 나아가서는 70년대 민중 민족 문학의 튼튼한 뿌리를 참여시라는 형태로 선도함으로써 자신의 시사적 위치를 더욱 값진 것으로 한 시인이었다.

 

 

 

- 신동엽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 버리겠지

--(󰡔한국일보󰡕, 1968.2.4)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역사적 자각과 당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한 민족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자각에 의한 자주 통일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는 상징에 의해서 시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에 쓰인 ‘겨울, 봄, 쇠붙이’ 등이 상징하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성격 : 참여적, 저항적, 예언적

특징 : 상징에 의한 시상의 전개

단정적 어조의 사용

구성 : : 통일의 주체 제시(1)

: 자주적 통일의 기반(2)

: 분단의 원인과 해결책(3)

: 통일된 조국의 미래(4)

제재 : 겨울과 봄.(분단과 통일)

▶ 주제 : 통일의 실현.(통일에 대한 염원)

 

<연구 문제>

1. 이 시가 민족의 통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통일은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온다고 보는가?

<모범답> 우리 민족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마음 속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2. 이 시에서 대립적인 의미로 쓰인 시어를 둘 찾아 쓰고,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를 간단히 쓰라.

<모범답> 겨울 : 분단된 민족으로서의 고통스러운 현실

봄 : 민족 통일이 이루어지는 희망찬 미래

3. (1)은유법을 사용하여 관념을 이미지로 제시한 구절을 찾아 (2)그것이 뜻하는 바를 쓰라.

<모범답> (1) 미움의 쇠붙이

(2)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찬 동족간의 군사적 대결

4. 제1연의 ‘남해’와 ‘북녘’이 공통적으로 상징하는 의미를 한 단어로 쓰라. <모범답> 외세

 

<감상의 길잡이>

4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분단의 현실을 ‘겨울’로, 통일의 시대를 ‘봄’으로 상징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제1연은 우리 민족을 통일시킬 수 있는 주체를 밝히고 있다.

우리의 통일은 외세(外勢)에 의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봄’은 「통일, 또는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로 민족의 동질성이 회복되는 날」을 뜻한다. ‘남해’와 ‘북녘’은 「우리를 둘러싼 외부 세력」을 상징한다.

제2연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통일릐 싹은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이 땅에서만 움튼다고 보았다.

민족의 통일은 스스로의 문제이므로 자주적 역량을 길러 이룩할 수밖에 없다. 즉, 자주 통일을 강조한 것이다. ‘논밭’은 우리의 국토를 대유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제3연은 분단의 원인과 통일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아픔을 주고 있는 민족 분단은 우리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고 제2차 대전 후, 미 · 소(美蘇) 양대 진영의 긴장과 대립의 결과에서 온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겪는 이 분단의 아픔을 외세에 의해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통일은 우리 민족 전체의 가슴 속에서 움터야 한다. ‘겨울’은 「민족의 분단 상황」을, ‘눈보라’는 「분단의 고통」을 상징하고 있다. ‘바다’와 ‘대륙 밖’은 「주변 국가, 즉 외세」를 상징한다.

제4연은 통일된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통일이 이루어지면 동족 사이의 증오와 대결은 사라지고 새로운 화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미움의 쇠붙이’는 은유로써 동족간에 증오로 가득찬 군사적 대결을 뜻한다.

이런 시는 관념적인 시어의 나열이나 구호에 그치기 쉬운데, 이 시는 적절한 상징과 비유로 형상화 하여 서정시로 승화(昇華)시키고 있다. 시인은 민족과 사회에 대한 자각과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이 시는 작가의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염원을 노래한 것으로 한국 시사(詩史)에 새로운 지평(地平)을 연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신경림

 

― 시집 󰡔농무󰡕를 中心으로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철없이 킬킬대는구나/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꺼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신경림, `농무' 전문).

 

신경림(61)씨의 시집 <농무> 초판이 나온 것은 1973년 초였다. 월간문학사 간행의 3백부 자비출판이었다. 당시만 해도 시집을 자비출판하는 것이야 관례에 속하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월간문학사'. 정식 등록조차 돼 있지 않은 이 무허가 유령 출판사의 정체인즉, 한국문인협회의 기관지인 <월간 문학>과 관련돼 있다. 마땅한 출판사를 찾지 못한 시인은 절친한 지기인 소설가 이문구씨가 편집을 맡고 있던 이 잡지의 명의를 잠시 빌리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농무>가 그 뒤 20년 이상 한국 시의 한 흐름을 주도하며 독자들과 후배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리라고는 시인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 시집은 다음해 시인에게 제1회 만해 문학상을 안겨 주었고, 다시 한 해 뒤에는 창작과비평사에서 야심적으로 기획한 `창비시선'의 제1권으로 재출간됐다.

 

`창비시선'의 무녀리로서 <농무>는 좁게는 이 기획의 성격을, 넓게는 민족문학 진영의 시가 나아갈 방향을 어느정도 규정해 주었다. <농무>가 지니는 그같은 규정력은 평론가 유종호씨에 의해 `선행 시편의 추문화'라는 개념으로 정리된 바 있다. 이 시집의 어떤 점이 앞선 시들을 한갓 추문(醜聞)으로 만든 것일까?

 

김수영이나 신동엽과 같은 예외가 없지는 않았지만, 60년대까지의 한국시를 지배한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 언어를 번롱(飜弄)하는 모더니즘의 그릇된 작풍이었다. 다수 대중이 몸담고 살아가는 현실로부터 떠난 시는 당연히 그 현실의 주인인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고, 시와 현실,시와 대중 사이의 괴리는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시집 <농무>의 새로움은 내용에 있어서 60년대 농촌의 곤핍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 그리고 형식에 있어서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어휘와 문장을 동원했다는 점으로 크게 구별된다.

 

󰡒어떡헐거나./술에라도 취해 볼거나. 술집 색시/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 볼거나./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올해에는 닭이라도 쳐 볼거나./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이발소집 신랑을 다루러/보리밭을 질러 가면 세상은 온통/하얗구나.󰡓 (`겨울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파장')

 

신경림씨는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 등이 추천돼 시단에 나왔다.󰡒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로 시작해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로 끝나는 `갈대'를 비롯한 그의 초기작은 앞에서 든 시집 <농무>의 전반적인 기조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시인이 등단 이듬해 초까지 시를 발표하다가는 홀연 낙향한 뒤, `겨울밤'을 발표하는 65년 말까지 10년 가까이 침묵을 지켰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그때까지 내가 썼던 시들에 대해 회의도 생겼고, `불온한' 독서회에 가담해 있던 차에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이 미칠 파장이 두렵기도 해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농사도 지어 보고 광산이나 공사장 일도 하고 장사도 하다 보니 10년이 훌쩍 지나가더라.󰡓

 

<농무>에 그려진 농민적 삶의 세목은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중반까지 시인이 고향인 충북 충주를 비롯해 문경․평창․영월․춘천 등지를 떠돌며 보고 겪은 일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농사는 안 되고 세상은 갈수록 힘겨운 씨름 상대로 변해가는데 농민들과 날품 인부들은 술에나 취하고 광태(狂態)를 연출하는 것으로 현실을 잊고자 한다. 울분과 절망에 휘둘리던 농민들은 문득 짐을 꾸려 서울을 향한다. 하지만, 그들을 맞은 서울은 서울이 아니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산 일번지에는/통곡이 온다. 모두 함께/죽어 버리자고 복어알을 구해 온/어버이는 술이 취해 뉘우치고/애비 없는 애기를 밴 처녀는/산벼랑을 찾아가 몸을 던진다.󰡓 (`산 일번지')

 

시집 <농무>의 또다른 축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역사적 격동이 민초들에게 가한 시련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모두/싫어졌다󰡓는󰡒대학을 나온 사촌형󰡓, 󰡒울분 속에서 짧은 젊음을 보낸󰡓 죽은 당숙,󰡒네 아버지가 죽던 꼴을 잊었느냐󰡓고 주정을 하는 또다른 당숙 등이 그 시련을 대변한다.

 

시집 <농무>의 무대는 시인의 고향인 충주시 노은면 연화리 장터와 보련골, 그리고 충주시 일대다. 13대 선조 때부터 들어와 살았다는 보련골은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보련산(764m) 아래의 아주 신씨 집성촌이다. 산과 계곡, 적당한 크기의 들을 두루 갖춘 아름다운 고장은 구한 말부터 광산이 개발되면서 광산촌이 됐다. 시인의 탄생지인 입장(立場)은 광산개발에 따라 시장의 필요성이 대두하자 큰길가에 세워진 마을이다. 이 크지 않은 면소재지에도 처음으로 4층짜리 연립주택이 세워져 `노은 빌라 분양 개시'를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낀다. 보련산의 그 많던 탄광은 오래 전에 폐광돼 보련골은 전형적인 농촌의 면모를 되찾았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그 정경의 어디에서도 30년 전의 울부짖음은 들을 수 없다.

 

보련산 너머 남한강변의 목계나루는 <농무>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시인의 또다른 대표시인 `목계장터'의 무대가 된 곳이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방물장수가 앉아 쉬곤 했던 주막은 속절없는 세월에 쫓겨 간 곳이 없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를 대신해서는 매점의 산뜻한 파라솔이 성하(盛夏)의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아든 길손들을 맞이한다. 폐쇄된 나루 아래쪽에는 지난 73년에 세운 목계교가 시의 이야기를 과거로, 과거로 밀어내고만 있다.

 

 

 

농무(農舞)

-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가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이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개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창작과 비평󰡕 가을호, 1971)

 

* 꺽정이․서림이 :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인물.

* 쇠전 : 우시장(牛市場). 소를 파는 시장.

* 도수장 : 도살장. 짐승을 잡는 곳.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암담한 농촌을 배경으로 가난한 자의 울분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울분이 선동적이거나 전투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지는 않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야기된 농민들의 소외된 삶의 정경을 통해 그 집단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한 시적 리얼리즘이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성격 : 사실적, 묘사적

구성 : 농무가 끝난 뒤 소줏집에서 답답하고 고달픈 심정을 술로 달램.(1-6)

장거리에 나서면 조무래기들만 따라붙고 처녀애들이 담벽에 붙어 킬킬댐.(7-10)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여편네에게 맡겨 두고 나온 자신들의 울분을 춤으로 삭임.(11-16)

농무를 추며 신명이 남.(17-20)

▶ 제재 : 농무(農舞)

▶ 주제 : 농민들의 한과 고뇌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역설적으로 드러난, 연속된 두 시행을 찾아 쓰라.

<모범답>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2. 이 시가 ‘막이 올랐다’로 시작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

로 시작되는 것은 시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6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농무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는 농민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몸짓임을 나타내기 위한 예고의 의미를 지닌다.

3. 이 시의 내용을 볼 때, 농민들은 농무를 추면서 무엇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한 문장으로 쓰라.

<모범답> 농민들은 농무를 추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비판과 저항 등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다.

4. 농악패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이 시에 나오는 한 시구를 이용하여 답하라.

<모범답> 피폐해진 농촌에서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지으며 살아 보려고 발버둥질치던 농민.

 

<감상의 길잡이>

농무(農舞)가 농민들의 춤이라면 그 춤에는 가락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시에서 춤과 가락은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는 농민의 발버둥치는 모습으로, 원통하고 답답한 심정의 발로(發露)이다.

막이 올랐다로 시작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로 시작되는 것은 이 시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도 농민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예고임을 눈치채게 되리라.

서사적인 골격이 분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의 전개는 일정한 이야기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윤영천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그의 시의 이야기적 성격은 10여 년의 침묵 끝에 이루어낸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시인 의식의 성장과 긴밀한 연관을 지니는 것’이다. 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분해되어 가는 농촌의 모습을 떠올려 주는 이 시에서 농민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여러 구절에서 감지된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든지,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같은 구절이 그것이다. 이러한 감정 토로는 매우 직설적이어서 차라리 산문적인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는 표현이다. 자조(自嘲)와 한탄이 ‘신명’으로 전환되는데, 여기에는 분노의 감정이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섬뜩하게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농민의 비애가 그만큼 심화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준다고 하겠다.

 

<맥락읽기>

1. 시에서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 우리

2. 우리는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3. 우리들은 지금 무엇을 끝냈는가? 그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공연,

☞ 징이 울린다 / 막이 내렸다 / 가설무대 / 구경꾼이 돌아가고 / 분이 얼룩진 얼굴로

4. 그러면 그 상황을 정리해볼까?

☞ (학교) 운동장에서 가설 무대를 세우고 뭔가 공연을 했고 이제 막 끝났다.

5. 공연이 끝난 뒤 우리들은 무엇을 하는가?

☞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공연을 끝내고 춤을 추며 뒷풀이를 하고 있다.

6. ‘우리’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가? ☞ 부정적이다.

7. 그것을 알 수 있는 시구는?

☞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8. 그런데 시의 마무리 부분에 가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 점점 신명이 난다.

9. 보통 ‘신명난다’고 하면, 그 신명은 즐거움, 흥겨움에서 오는 것인데 위에서 자신들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이렇게 신명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 문제를 생각해보자.

9-1. 신명나기 전까지의 그들이 한 행동을 살펴보자. 어떤 것이 있나?

☞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9-2. 이로 볼 때 여기에서 신명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하겠는가?

☞ 고단한 농촌 삶에 대한 몸부림, 삶의 고통스런 현실을 잊어 버라고자 하는 욕망의 역설적 표현이 아니겠는가?……

10. 자 그럼, 이 시의 화자, 주체는 누구라 했나? ☞ 우리

11. ‘나’가 아니고 ‘우리’라 한 이유는 무엇일까?

☞ 허물어져 가는 농촌 공동체의 삶,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의 삶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라고 여긴 것이 아닐까?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1988년 -

 

<맥락읽기>

1.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나

2. 내용상 몇 개의 연으로 나누면 좋을까?

☞ 5개( 1~3행, 4~7행, 8~11행, 12~15행, 16~18행)

3. 각각의 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 가난하지만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사랑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가난에 찌들려 살아가다 보면, 감정 이 메말랐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풍부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4. 주인공 ‘나’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

☞ 여자와 헤어진 후 겨울의 골목길을 걸으며 외로움을 절실히 느기고 있다.

☞ 새벽 2시의 깊은 밤에 여러 소리를 들으며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하고 있다.

5. 주인공 ‘나’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 가난

6. 17, 18행의 ‘이것들’, ‘이 모든 것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찾아보자. ☞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사랑

7. 5단락에서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사랑’들을 잘 알고, 느끼면서, 왜 이것들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할까?

☞ 가난하기 때문에(가난 때문에 이런 감정에 젖어 있을 수 만은 없기 때문에)

 

 

 

목계 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시집 󰡔농무󰡕, 1973 / 1979년 시집 󰡔새 재󰡕

 

* 박가분 : 여자들의 화장품.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신경림의 시 세계의 한 아름다운 거점이 되고 있는 ‘목계 장터’를 제재로 하고 있다. ‘목계’는 남한강안(南漢江岸)의 수많은 나루터 중에서 가장 번잡했던 곳이다. 목계를 중심으로 한강마을 사람들의 억센 생명력을 고도의 상징과 비유를 통해 형상화시키고 있다.

성격 : 비유적, 상징적, 관념적

구성 : 떠나는 삶 방랑(1-7)

머무르는 삶 정착(8-11)

떠나는 삶(12-14)

떠나고 머무르는 삶(15-16)

▶ 제재 : 민중들이 삶

▶ 주제 : 삶의 갈등과 그 극복 의지

 

<연구 문제>

1. 이 시를 네 단락으로 나누고자 한다. 둘째 단락과 넷째 단락이 시작되는 시행의 첫 세 어절을 각각 쓰라.

<모범답> 산은 날더러 들꽃이,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2. 이 시에는 두 가지 삶의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그것을 단어로 쓰고 또한 그것이 형상화되어 있는 매개어를 각각 두 가지씩 찾아 쓰라.

<모범답> 방랑 : 구름, 바람, (잔바람, 방물장수, 떠돌이)

정착 : 들꽃, 잔돌

3. 이 시에서 목계가 장터일 수 있는 근거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시행을 찾아 쓰라.

<모범답>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4. 이 시의 ‘나’에는 어떠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는지 한 문장으로 쓰라.

<모범답> 한 곳에 정착하여 살고 싶어도 떠돌 수밖에 없는, 뿌리 뽑힌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감상의 길잡이>

신경림 시인이 민요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던 한 시기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과를 이룩한 작품이다. 4음보의 가락을 주조(主調)로 하여 ‘하고’, ‘하네’, ‘-라네’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방랑과 정착의 심상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 시는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특히, 목계 나루를 무대로 한 풍물과 그에 따른 어휘들이 토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끊임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뿌리 뽑힌 민중들의 삶의 정서를 물씬 풍기게 한다. 목계 나루는 서울로 가는 길목에서 큰 장터를 이루었으나. 근대화되면서 점점 퇴색해 갔다. 화자는 바로 이 대목에 서서 갈등을 느낀다.

방랑인가 정착인가. ‘구름’, ‘바람’으로 대표되는 방랑의 심상과 ‘들꽃’, ‘잔돌’로 표상되는 정착의 심상 사이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그의 마음은 ‘산 서리 맵차’고 ‘물 여울 모진’ 이 세상에서 차라리 천치(天痴)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고 싶지만, 몸은 끝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터이다.

 

<맥락 읽기>

1. 시 속의 화자는 누구인가? ☞ 나

2. ‘누가’ 나에게 ‘무엇’이 되라 하는가?

☞ 누가 : 하늘, 땅, 산, 강

☞ 무엇 : 구름, 바람, 잔바람, 방물 장수, 들꽃, 잔돌, 앉아 쉬는 떠돌이

3. ‘무엇’에 해당하는 것들을 성격의 차이에 따라 두 묶음으로 나누어 버고 그 성격의 차이를 정리해 보아라.

☞ 구름, 바람, 잔바람, 방물장수 :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 다님. 방랑

☞ 들꽃, 잔돌 앉아쉬는 떠돌이 : 한 곳에 정착하여 삶을 견뎌냄.

4. 들꽃, 잔돌 앉아쉬는 떠돌이가 되기 위한 ‘나’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가?

☞ 풀 속에 얼굴묻고, 바위 뒤에 붙고,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야 함.

5. 시 속에 드러난 ‘나’의 삶의 자세는?

☞ 방랑의 삶과 정착의 삶에 대한 욕구가 함께함.

6. 제목과 연관지어 볼 때 화자가 애정을 갖는 삶의 계은?

☞ 1) 도시의 소시민 2) 농촌의 부농

3) 삶의 뿌리가 실팍하지 못한 농촌 민중

7. 이 시에서 운율감이 느껴진다면? ☞ 4음보, 민요조

8. 시적 화자의 발언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 떠돌이의 삶의 애환……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문학예술󰡕, 1956.2)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갈대󰡕는 신경림의 초기 경향을 대표하는 시로서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형상화한 시이다. 신경림의 초기시가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 본질의 탐구에 주력하고 있음에 비해, 60년대 이후에는 참여시 쪽으로의 변모를 겪는다. 암담한 농촌 현실을 묘사함으로써 시의 영역을 확대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에 기초한 막연한 울음이 가난한 자들의 울분으로 구체화되어 좀더 우렁차고 도도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성격 : 감각적, 묘사적, 상징적, 주지적

특징 : 주정적 서정시가 아닌 주지적 서정시로, 여기에서 갈대는 삶을 깨닫는 갈대임.

구성 : 갈대의 내면 세계(울음)청각(1)

갈대의 외면 묘사(흔들림)시각(2)

흔들림의 이유(울음)(3)

삶의 의미는 울음(4)

▶ 제재 : 갈대

▶ 주제 : 삶의 근원적인 슬픔.(비극적인 삶의 인식)

 

<연구 문제>

1. ,과 대응하는 시어를 다음 <보기>에서 찾아 쓰라.

<모범답> : () : 수성 어적(數聲漁笛)

<보기>

초당(草堂)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어

태평 성대(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려터니

문전(門前)의 수성 어적(數聲漁笛)이 잠든 날을 깨와다.

―유성원(柳誠源)

2. 갈대의 슬픔이 사회적 갈등의 소산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것임을 알게 해 주는 연(聯)은? <모범답> 제3연

3. 제4연을 근거로 하여 ‘갈대의 울음’이 상징하는 의미를 쓰라.

<모범답>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슬픔. (인생살이의 설움)

4. 이 시의 제재는 감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것이 어떻게 어떤 감각으로 묘사되고 있는가를 설명하되 50자 내외로 하라.

<모범답> 갈대의 내면 세계는 청각인 ‘울음’으로, 외면은 시각인 ‘흔들림’으로 묘사되었다.

 

<감상의 길잡이>

70년대 이후의 신경림의 시가 지니는 사회성에 친숙한 독자로서는 이 시가 다소 의외일 터이다. 이 시는 그의 초기시다. 신경림 초기시의 지배적인 정조는 슬픔이라고 윤영천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그것이 갈대의 ‘울음’으로 나타난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진술이 이 시의 핵심일 터인데, 그 ‘울음’이 어떤 성격을 지닌 것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자는 갈대의 온몸을 흔드는 것이 ‘바람도 달빛도’ 아니고 ‘울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재적(外在的)인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內在的)인 원인으로 갈대는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다시 말해서, ‘울음’은 사회적 갈등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인 문제라는 말이다.

그런데 갈대는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까맣게 몰랐다는 말은 과거에 그랬다는 뜻이고, 지금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뜻도 되겠는데, 삶에 대한 그의 존재론적 각성이 확인된다. 숙명론적 성격을 지닌 신경림의 인생관은 그가 활동을 시작한 50년대의 서정시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그의 숙명론은 생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서정시는 으레 그래야 한다’는 시단(詩壇)의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를 쓰고 그는 한 동안 침묵한다. 10여 년의 침묵 끝에 다시 시작 활동을 재개하며 ‘나를 틀 속에 제한시키고 있는 서정시라는 장르는 몹시 불만스런 것이었다’고 술회하는 것을 보면 그 침묵의 기간이 바로 갈등의 기간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고향길

- 신경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 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비 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되어 떠나려네

 

 

<맥락읽기>

1. 화자는? ☞ 나

2. 화자인 ‘나’가 지금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 내 살던 곳, 고향

3. 고향을 찾아가는 화자의 모습을 세 가지로 간추려 보자.

☞ 엿장수, 금전꾼, 나그네

4. 화자가 고향에 가더라도 피하고 싶은 것은?

☞ 아무도 찾지 않겠다. 장길은 피하고 싶다, 좋아하던 딸아이가 있던 가겟방도 피하고 싶다.

5.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 고향을 찾되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6. 위의 3, 4, 5로 보아 이 시의 화자에게 있어서 고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서와는 다른 것 같다.

6-1. 우리는 보통 ‘고향’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을 받나? ―그리움의 대상, 어머니의 품, 아늑하다, 정겹다……

6-2. 위와 같은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설렌다, 빨리 가고 싶다, 과거 어릴 때의 추억에 잠긴다.

7. 화자가 고향에서 ‘어떠한 엿장수, 금전꾼, 나그네’가 되고자 하는지 시속에서 살펴보자.

☞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 허망한 금전꾼

☞ 길 잘못든 나그네

8. 위와 같은 시어들이 주는 삶의 모습은 어떠하지?

☞ 요란한 허세를 부리나 실속없는 초라한 삶

☞ 헛된 욕망에 대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삶

☞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삶

9. 위와 관련 화자가 고향에 머무는 시간적 배경의 연결 관계를 알아보자.

☞ 엿장수-노을길

☞ 금전꾼-초저녁

☞ 나그네-검은 하늘에 박힌 별

10. 이러한 시간적 배경 속에서, 화자가 위와 같은 마음으로 고향을 찾았다가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화자가 자신의 고향에 대해 가지는 태도는 어떠할까?

☞ 고향이 그리워 찾아 가고 싶으나 고향에 안주할(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다.

 

 

 

울밤

- 신경림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얘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얘기가 나오고

서울로 식모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뱄다더라. 어떡할거나.

술에라도 취해 볼거나. 술집 색시

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 볼거나.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닭이라도 쳐 볼거나.

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

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

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

이발소집 신랑을 다루러

보리밭을 질러 가면 세상은 온통

하얗구나. 눈이여 쌓여

지붕을 덮어 다오 우리를 파묻어 다오.

오종대 뒤에 치마를 둘러 쓰고

숨은 저 계집애들한테

연애 편지라도 띄워 볼거나. 우리의

괴로움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돼지라도 먹여 볼거나.

(󰡔한국일보󰡕, 1965.4)

 

<감상의 길잡이>

신경림의 문학적 관심은 농촌에 대한 관심, 즉 농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관심과 애착으로부터 출발한다. 농촌의 실상을 도외시한 농촌문학이란 그 어떤 존재 가치도 있을 수 없음을 직시한 끝에, 문학에 있어서 농촌이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당위’로 자신의 창작 지침을 삼게 되었다. 이 시는 그가 등단 이후 거의 10년 동안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거나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농촌의 공동체적 삶을 체험한 이후, 다시금 시를 쓰기 시작한 무렵의 작품으로, 그의 문학적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장날을 앞두고 장터에 모인 마을 사람들이 추운 겨울밤을 술과 놀음으로 지새우며 고달픈 삶의 회포를 푸는 모습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담담하게 고백하듯 진술하고 있다. 즉, 시적 대상인 ‘우리’가 전혀 분리되지 않은 채 제시됨으로써 화자에 의해 관찰된 농민들의 현실적 삶은 고스란히 화자의 내면에 수용됨으로써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융화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농민들의 삶의 대변자로서 시인의 존재를 부각시킬 때, 작품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회한의 정서나 현실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과 비원(悲願)의 행위들은 모두 집단적인 정서로 보편화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화자가 진술하는 이야기들은 그들의 삶의 현장이자 생활 주변의 현실로서 진실성과 전형성을 획득한다. 이처럼 농민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정서와 결합하여 개인의 목소리로써 드러날 수 있는 형태가 바로 신경림의 ‘농민시’의 본질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며, 후일 <농무>라는 작품을 탄생하게 하는 기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경림은 우리 고유의 ‘이야기꾼’으로서 전통적인 시가의 원형을 간직한 시인이다. 그의 초기시에서 나타나는 시적 방법론은 이야기의 전달이라는 차원에 국한되어 있지만, 농촌의 현실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그의 상상력이 농촌 민중들의 정서에 일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민중의 노래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라춤

-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러*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 소리를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접동새, 우는 접동새야!

네 우지 말아라

무슨 원한이 그다지 골수에

사무치길래,

밤중만, 빈 달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느니.

 

이화(梨花) 흰 달 아래

밤도 이미 삼경인 제,

승방(僧房)에 홀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시름도 병인 양하여

내 못잊어 하노라.

(시집 󰡔바라춤󰡕, 1959)

 

* 살어 여려 : 살아 가려.

* 형역(形役) : 육신의 욕망에 의한 정신의 예속, 육체의 지배를 받음.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시집 <바라춤>의 표제시로, 모두 402행으로 구성된 장시(長詩)이다.

1941년 <문장>지에 발표하기 시작하여 1959년 시집 <바라춤>이 완성되기까지 18년 여를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바라춤’은 승무(僧舞)의 일종으로, 부처에게 재(齋)를 올릴 때 천수다라니경(千手陀羅尼經)을 외며 바라를 치면서 추던 춤이다.

▶성격 : 종교적, 명상적, 상징적

▶특징 : ① 불교 사상에 바탕을 둔 고전적 시풍

② 고전 시가의 운율을 원용함.

▶구성 : ① 현실과 이상의 갈등(제1연)

② ‘나’의 내면 세계(제2연)

③ 세속과 열반 지향의 갈등(제3연)

④ 세속의 인연을 끊을 수 없는 슬픔(제4연)

⑤ 종교적 구원의 염원(제5연)

▶제재 : 바라춤

▶주제 : 속세의 번뇌와 종교적 승화를 위한 갈등

 

<연구 문제>

1. 이 시가 불교적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시적 특징에 대해 두 가지로 설명하라.

☞ (1) ‘열반, 사바, 형역’ 등과 같은 불교적 언어를 사용하였다.

(2)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 끝없는 갈림길이여.’에서 보듯 열반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세속적인 번뇌에 시달리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2. 이 시의 화자의 내면 세계는 어떠한지 이 시에 나오는 시어를 적절히 이용하여 190자 정도로 설명하라.

☞ 이 시의 화자는 ‘구슬픈 샘물’, ‘잠 못 이루는 두견’,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등에서 보듯 현실적으로는 열반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세속적인 번뇌에 시달리면서도 열반의 세계를 상징하는 ‘창해’로 흘러가는 꽃잎을 부러워하는, 즉 열반의 세계를 염원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3. 이 시와 조지훈의 󰡔승무󰡕의 공통되는 점을 주제와 표현면에서 각각 쓰라.

☞ (1) 주제면 : 인간의 번뇌를 종교적으로 승화하려는 점

(2) 표현면 : 불교적인 시어와 예스러운 말투를 사용한 점

4. ㉠에서 연상되는 두 시행을 윤동주의 시에서 찾아 쓰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서시󰡕>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바라춤이라는 제재를 통해 세속적인 번뇌와 그 종교적인 승화 사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그 점에서 조지훈의 󰡔승무(僧舞)󰡕와 유사하지만, 󰡔승무󰡕와는 달리 이 작품에는 춤동작에 대한 묘사가 없고, 내적인 갈등이 더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점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제1연에서는 화자가 추구하는 세계인 ‘티없는 꽃잎’과 이와 대립적 관계에 놓여 있는 ‘구슬픈 샘물’을 대비시켜 갈등의 양상을 드러낸다.

제2연에서는 갈등하는 화자인 ‘나’의 내면이 ‘잠 못 이루는 두견’을 통해 제시된다.

제3연에서는 ‘무상한 열반’을 꿈꾸지만, 세속적인 번뇌가 마음의 고요함을 깨뜨린다.

제4연에서는 ‘나’가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 육체의 욕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해 갈등하고 있음이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란 표현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제5연에서는 열반의 세계를 상징하는 ‘창해’로 흘러가는 꽃잎을 부러워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종교적 구원을 갈망하고 있다.

 

 

 

잎 절(絶句)

- 신석초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져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시문학󰡕, 11호, 1972.6)

 

<감상의 길잡이>

“이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슬픈 일이나, 얼마나 단명(短命)하며, 또 얼마나 없어지기 쉬운가!”라며 김진섭은 그의 수필 <백설부>에서 백설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바 있다.

김진섭의 표현처럼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기 쉬운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영원하지 못하기에 도리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에서도 그처럼 짧은 순간 동안 존재하는 꽃의 아름다움을 인간 세계로 전이시켜 충실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꽃은 ‘비바람에 뒤설레’는 ‘가냘픈’ 존재이지만, 강렬한 생명력으로 ‘다토아 피어’난다. 약하면서도 뜨거운 생의 욕구를 지닌 꽃의 모습을 제시한 1연에 이어 2연에서는 꽃의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꽃은 자신의 생애에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하늘과 구름’을 ‘혼자 그리워’함으로써 조금씩 ‘붉어져’ 간다. 꽃의 그 붉은 빛은 바로 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리움이 색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머언 여로’의 유한적(有限的) 존재인 꽃이지만, ‘하늘과 구름’이라는 이상을 그리워하기에 꽃이 더욱 붉어진다고 시인은 생각한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시상의 흐름이 보다 더 강한 어조로 나타난다. 피어 있던 아름다운 순간을 지나 마침내 꽃은 떨어져 어느 ‘저문 산 길가’에 뒤둥근다. 그렇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웠던 것처럼 자기의 온 힘과 정성을 다하여 최후의 순간까지 자기의 몸을 붉게 태우는 것이다.

물론, 꽃은 모든 생물의 대유이자 인간을 표상한다. 그러므로 이 시는 비록 짤막한 소품이지만,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붉게 타다 가는 / 환한 목숨’의 꽃잎처럼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자기 삶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금사자

- 신석초

 

금사자야

금빛 바람이 인다.

해바라기가 피었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너의 황금 갈기

휘황한 너의 허리.

 

주홍색 아가리를

딱딱 벌리고

조금은 슬픈 듯한 동굴 같은

눈을 하고

 

맹수 중에

왕 중 왕.

 

꽃 펴 만발한

싸리밭에

불 붙은 태양의 먹이

네 발로 움켜 잡고

망나니로 뒹군다

땅 위에.

 

고려 천년

화사한 날에

해바라기가 피었다.

금빛 노을이 뜬다.

▶시집 <폭풍의 노래>(1970)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고려 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는 사자 탈춤을 소재로 하여 쓴 작품이다. 사자 탈춤에 나오는 사자의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관념적으로 상징한 시이다. 사자의 생동감 넘치는 율동을 통하여 밝고 호쾌한 면(面), 즉 삶에의 적극적인 의지를 표출한 시이다.

▶성격 : 고전적, 상징적, 묘사적

▶특징 : 대상에 대한 단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정신 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냄.

▶구성 : ① 금사자의 빛깔(제1연)

② 금사자의 황색 갈기와 휘황한 허리(제2연)

③ 딱 벌린 아가리와 동굴 같은 눈을 가진, 맹수의 왕 금사자(제3,4연)

④ 태양이 내리쬐는 싸리밭에서 마구 뒹구는 금사자의 모습(제5,6연)

⑤ 금빛 노을 속, 금사자를 해바라기에 비유함.(제7연)

▶제재 : 사자 탈춤

▶주제 : 호쾌한 정신의 창달(暢達)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기 위해 사용한 이미지를 찾아 쓰고, 그 이미지가 지니는 공통점에 대해 120자 내외로 설명하라.

☞ 시인은 시적 대상인 금사자를 형상화하기 위해 ‘해바라기’, ‘금빛 노을’의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이미지는 모두 밝은 공통점을 가지는데, 이를 통해 금사자가 상징하는 밝고 호쾌한 정신을 형상화하였다.

2. 이 시에 나타나는 화자의 정서에 대해 70자 내외로 설명하라.

☞ 화자는 사자 탈춤을 호쾌하고 장엄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금사자로 상징되는 밝고 호탕한 정신이 창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3. (1)이 시의 제재를 쓰고, (2)그 제재를 형상화하기 위해 쓰인 글의 전개 방식을 쓰라.

☞ (1) 사자 탈춤

(2) 묘사

 

<감상의 길잡이>

신석초 시인은 1937년 서정주, 김광균, 윤곤강, 이육사 등과 함께 <자오선(子午線)> 동인으로 참가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대체로 엄격한 구성과 고전적 심미성을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 왔는데, 이러한 작품 세계는 발레리와 노장 사상(老莊思想)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즉, 사고의 조직성을 추구한 발레리의 엄밀성과 명석성을 형태적인 바탕으로 삼고, 여기에 노장 사상(老莊思想)의 출세간적 달관(出世間的 達觀)의 경지를 담아 보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는 이러한 시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고려 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는 사자 탈춤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바탕으로 하여 호쾌하고 적극적인 왕도 정신을 구현한 작품이다.

제1연에서는 ‘금빛 바람’, ‘해바라기’의 비유를 통해 금사자의 빛깔을 노래했다.

제2연에서는 금사자의 황색 갈기와 휘황한 허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제3,4연에서는 금사자의 딱딱 벌린 아가리와 동굴 같은 눈을 통해 ‘맹수의 왕’으로서의 사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5,6연에서는 금사자가 태양이 내리쬐는 싸리밭에서 마구 뒹구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제7연에서는 금사자를 해바라기와 금빛 노을에 비유하였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히 사자 탈춤을 묘사한 시는 아니다. 금사자의 장엄한, ‘맹수의 왕’에 비견되는 호쾌한 모습을 통해 왕도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려 한 시이다. 왕도 정신이 갖는 호쾌하고 밝은 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인간에게 필요한 이러한 정신의 창달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들길에 서서

-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문장󰡕 5호, 1939.6)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밤」이 극복해야 할 현실의 암담함을 상징한다면, 「별」은 그것을 넘어선 초월에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별이나 푸른 하늘이 일제 치하의 암담한 식민지 현실에서 뼈저린 삶의 중압감을 이겨내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시는 시인의 내면 세계가 대상을 통해 외부로 확산된 작품이다.

신석정의 초기시는 현실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시는 그의 초기시이면서도 현실에 대한 관심이 직접적으로 표출된 작품이다.

▶성격 : 서술적, 비유적

▶심상 : 비유적, 시각적 심상

▶어조 : 대체로 직설적 어조

▶구성 : ① 1-2연 :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② 3-4연 :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③ 5-6연 :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제재 : 저물녘의 들길

▶주제 :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추구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중심 시어는 무엇인가. ☞ 별

2. 이 시의 소재들 중에서 ‘산’은 ‘하늘’, ‘별’과 그 함축적 의미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서술하라.

☞ ‘산’은 현실의 세계, ‘하늘’과 ‘별’은 이상의 세계 혹은 초월의 세계를 표상한다.

3. 이 시에서 화자의 삶의 자세가 직설적으로 표출된 시구 둘을 찾아 쓰라. ☞ 숭고한 일, 기쁜 일

4. 이 시의 이미지가 지닌 구조적인 대응 관계를 찾아 35자 정도로 설명하라.

☞ 이 시에서 산과 구름으로 대비되는 이미지는 수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수직 구조는, 인간이 직립하여 설 수 있는 것을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지니고 사는 것으로 보는 것과 대응된다.

5. 이 시의 화자가 지향하는 삶은 어떠한 것인지 20자 내외로 쓰라. ☞ 굳건한 삶의 의지로 이상을 추구하는 삶.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현실 생활이 어려워도 그에 굴하지 않고, 이상을 지니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노래한 시이다. 이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두 세계를 대립시켜 설정해 놓았다.

첫 번째 세계는 「화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세계」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져 버린 공간과 시간으로 설정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의 삶은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나’이지만 결코 연약하지만은 않아서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산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두 번째 세계인 「푸른 별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별’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는 것은 이상과 꿈을 향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을 바라다보는 일은 절실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이상과 꿈)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나의 일과’라 하고 있다.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께서 부르시면…….

 

호수(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란 하늘에 백로(白鷺)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동광󰡕 24호, 1931.8)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신석정은 노장 철학(老莊哲學)과 인도의 타고르 등의 영향을 받아 명상적이고 전원적, 목가적 성격이 두드러진 시인으로 평가된다.

이 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목가적인 전원시를 쓰던 시절에 나온 초기의 작품이다. 이 시에는 초기의 명상적, 전원적, 목가적 시풍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현실을 초월하고 자연에의 귀의로 행의 경건한 기쁨을 누리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간절한 호소의 어조를 띤 부드러운 언어로 암담한 시대 상황을 벗어난 이상적인 전원의 세계를 노래하였다.

그리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자 하는 부드러운 분위기야말로 전원 시인인 신석정의 시심(詩心)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성격 : 목가적, 전원적, 시각적

▶어조 : 여성적 어조, 간절한 호소의 어조

▶경향 : 여성적, 연가풍(戀歌風)

▶특징 : ① 반복과 변조, 직유와 도치법 사용

② 전원적, 목가적 자연의 세계를 표현

▶시상 전개 : 기다림의 서정이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전개됨.

▶구성 : ①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잎처럼 임께 가오리다.(제1연)

② 재 넘는 초승달처럼 임께 가오리다.(제2연)

③ 흐르는 물처럼 임께 가오리다.(제3연)

④ 스며드는 햇볕처럼 임께 가오리다.(제4연)

▶제재 : 임

▶주제 :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임에 대한 순종)

 

<연구 문제>

1. 시인의 시풍으로 볼 때, (1)이 시의

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2)화자가 지향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 (1) 자연(이상향)

(2)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세계

2. 이 시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은?

☞ ①

① 지속적인 반복과 변조 ② 겸허한 경어체

③ 전원적인 시어 ④ 여성적인 어조

⑤ 연가적인 시풍

3. 이 시에 나타난 시인의 자연관에 대해 70자 내외로 서술해 보라.

☞ 자연의 인간에 대한 우호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보이며, 자연을 미적 관조의 대상으로서 대하려는 태도, 자연 질서에 순응하려는 자세를 보여 준다.

4. 이 시에 쓰인 직유의 방법은 무엇을 표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는지 50자 내외로 쓰라.

☞ 화자의 간절한 기다림의 서정을 청정(淸淨)한 자연의 질서와 통합시키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다.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화자는 ‘임’께서 불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네 개의 연(聯) 중 마지막 두 행에서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인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우선 ‘임’이 누구일까가 궁금해진다. 임께서 부르시면 ‘은행잎’처럼 ‘초승달’처럼 ‘물’처럼 ‘햇볕’처럼 가겠다는 것으로 보아 ‘임’은 어떤 구체적 인간이기보다는 자연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듯하다. <전원파> 시인으로 출발한 그의 시 세계에 비추어 볼 때, 이 시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시인의 자세를 보여 준 것이라고 하겠다.

시를 통하여 시인의 자연관을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자연의 인간에 대한 우호적인 측면에 눈을 돌리면, 자연은 미적 관조의 대상이요, 친화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자연의 인간에 대한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되면, 자연은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가 부각되고 그것과 끊임없이 대결하는 자세가 노래될 것이다.

목가적인 <전원파> 시인들이 어떠한 자연관을 가지고 있는가는 자명하다. 그들은 세계와 대결하기보다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자세, 자연 친화의 태도를 보여 준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

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시집 󰡔촛불󰡕, 1939)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원래 전원적, 목가적(牧歌的) 문학은, 서구의 경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으로써 다중(多衆) 사회에서 ‘외로움’을 느낀 문인들에 의해 추구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1920년대 중반 이후에 나타나 신석정, 김동명, 김상용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자연 친화의 특징적 국면은 <청록파>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격 : 전원적, 목가적, 낭만적

어조 : 물음의 형식을 통한 권유

나직하고 속삭이는 듯한 경어체의 어조.(호소하는 듯한 어조)

특징 : 시행 반복의 형식

구성 :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1-4)

순수한 자연 세계에 대한 동경(5-7)

풍요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8-10)

제재 : 이상향에의 귀의

▶ 주제 : 이상향에의 동경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먼 나라

는 무엇을 뜻하는지 한 단어로 쓰라. <모범답> 이상향(理想鄕)

2. 이 시에서는 반복적으로 ‘어머니’를 부르면서 자신의 소망을 호소하고 있다. 소망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어머니’는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가?

<모범답> ‘어머니’는 모성(母性)으로서의 대지(大地), 현실적 갈등을 벗어난 근원적 평화를 상징한다.

3. ㉠,㉡,㉢ 각각에 담긴 의미를 한 단어로 쓰라.

<모범답> ㉠ 평화 ㉡ 순수(순결) ㉢ 풍요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는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가 세 번 나온다. 그것을 경계로 하여 이 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각 부분은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전원을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화자의 의지를 드러낸다. 첫째 부분은 ‘비둘기를 키웁시다.’로, 둘째 부분은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로, 셋째 부분은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로 끝난다.

‘비둘기 - 어린 양 - 새빨간 능금’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상징하는 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둘기’가 「평화」라면, ‘어린 양’은 「순수」이고, ‘새빨간 능금’은 「풍성한 수확」이다. 이들 사이에 연관된 의미를 찾자면, 「평화와 순수 속에서만 풍요로운 삶이 보장된다」는 뜻이 되겠다.

이 시는 우리에게서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앗아간 일제(日帝)에 직접적으로 항의하지는 않지만, 은연중 그런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있다.

그렇다고 이 시를 우리 나라의 특수한 상황에 결부시켜 읽을 것만도 아니다. 김기림은 시를 두고 “목신(牧神)이 조으는 듯한 세계를 조금도 과장하지 아니한 소박한 리듬을 가지고 노래한다.”고 말하고, 이어 “피폐한 현대인의 영혼을 위하여 한 개의 안식처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목가는 그 자체가 견지에 따라서는 훌륭하게 현대 문명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이로써 그에게는 전원 시인 또는 목가 시인이라는 평판이 붙게 된다.

자연 찬미, 또는 자연 귀의의 정신은 노장 철학(老莊哲學)과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 등에서 터득된 것으로 작가는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일제 말기의 어두운 상황 속에서 하나의 유파를 형성하게 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문인들은 도시를 떠나 전원으로 몸을 숨기거나 혹은 몸은 도시에 남아 있더라도 정신만은 전원에 두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의 전원이 당시의 농촌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신비화되어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들이 그린 자연은 있어야 할 자연이지 있는 자연은 아닌 셈이다. 지금의 자연을 그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그것을 신비화시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그들은 그것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하나의 저항이라고 맞선다.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저 재를 넘어 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마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 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 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조선일보󰡕, 1933.11.30)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신석정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시 세계의 변모를 보이면서도 일관된 시 정신을 견지한 시인이다. “시와 더불어 이순(耳順)이 넘었다. 그 동안 역사의 흙탕물 줄기가 무참하게도 내 정신 세계를 여러 번 짓밟고 달아났다. 그러나 아직껏 허튼 속정(俗情)에 몸을 굽히거나 한눈 팔기에 나를 크게 소모한 점이 없음을 자위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성격 : 관조적, 목가적

▶어조 : 간절한 호소적 어조

▶특징 : 무위 자연(無爲自然)의 노장 사상(老莊思想), 도연명(陶淵明)의 자연 귀의, 도로우의 자연 친화, 타고르의 명상적인 정서의 조화

▶구성 : ① 황혼 무렵 전원의 아름다운 정경(제1연)

② 전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제2연)

③ 이상향에의 동경(제3연)

▶제재 : 소박한 전원의 순수한 아름다움

▶주제 : 이상향에의 동경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주제 의식이 함축되어 있으면서 자아의 단호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는 시구를 찾아 쓰라.

☞ 그러나 어머니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2. 이 시에서 전원에서의 안식과 평화를 함축하고 있는 비유를 찾아 두 어절로 답하라. ☞ 녹색 침대

3. 이 시는 어떠한 방법으로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는지 150-180자 정도로 쓰라.

☞ 저녁 해, 언덕, 푸른 하늘, 명상의 새새끼, 능금, 어린 양, 녹색 침대, 남은 햇빛, 조용한 호수, 저녁 안개, 명상하는 늙은 산, 기인 둑, 물결 소리, 작은 별 등의 찬사적 심상에 화평과 안식과 생명의 모태인 어머니의 심상을 결합하여 ‘이상향에의 동경’을 노래하였다.

4. 이 시와 같이 자연 귀의를 노래한 고시조 몇 수를 외워 쓰라.

☞ 말 업슨 청산이요, 태 업슨 유쉬로다.

갑 업슨 청풍이요, 임자 업슨 명월이라.

이 중에 병 업슨 이 몸이 분별 업시 늘그리라. <성혼>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듯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ᄯᅳᆫ ᄆᆞᆰ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겨셰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듸오. 나ᄂᆞᆫ 옌가 ᄒᆞ노라. <조식>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무쳐셰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ᄎᆞ즈리 뉘 이시리.

밤즁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ᄒᆞ노라. <신흠>

 

<감상의 길잡이>

신석정의 시는 대체로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강한 인상을 동양적 서정, 노장(老莊)적 초탈의 자세로 노래하여 독특한 미감(美感)을 아로새긴다.

저녁 해, 언덕, 푸른 하늘, 명상의 새새끼, 능금, 어린 양, 녹색 침대, 남은 햇빛, 조용한 호수, 저녁 안개, 명상하는 늙은 산, 기인 둑, 물결 소리, 작은 별 등의 찬사와 낙원의 표상에 화평과 안식과 생명의 모태인 어머니의 심상을 결합하여 엮어내는 명상의 노래가 바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이다.

이 시의 전체적인 구조는 단순하지만, 심상의 통일, 긴 호흡의 명상적 리듬, 차분한 정서 등으로 자연 친화의 심정이 아름답게 표출된 전형적인 목가시다. 쉽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가운데 조화를 이룬 시적인 가락, 자연의 색채가 빚어내는 친밀감과 타고르다운 환상과 동화적 낭만의 세계, 노장(老莊)의 무위 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을 함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은 짐승

- 신석정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이와 내가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 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 다니는 청자기 빛 섬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같이 자즈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난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문장󰡕 7호, 1939.8)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의 화자는 지금은 성장하여 어른이 된 난이의 친구였던 소년이다. ‘작은 짐승’은 그의 목가적인 시의 대명사인 ‘어린 양’, ‘새새끼’와 같이 동심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티없이 맑은 대자연 속에서 화자는 추억을 회상하고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

▶성격 : 서정적, 낭만적, 목가적, 전원적

▶어조 : 전원적, 목가적 어조

▶특징 : ① 반복적 운율에 의한 시상의 안정감

② 비유적 표현

▶구성 : ① 산에서 바다를 보던 난이와 나(제1연)

② 작은 짐승처럼 바다를 바라다보던 난이와 나(제2연)

③ 자연에 동화된 난이와 나(제3연)

④ 순진하고 착하기만 했던 난이와 나(제4연)

▶제재 : 작은 짐승.(자연)

▶주제 : 자연 친화의 마음

 

<연구 문제>

1. 이 시의 문맥을 통해 현재 화자가 처해 있는 현실이 어떠한가를 60자 내외로 설명해 보라.

☞ 모든 문장의 시제가 과거형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화자의 현재는 평화롭지도, 순수하지도 않음을 역(逆)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이 시에서 자연을 의인화하여,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단적으로 드러난 연은? ☞ 제3연

3. 제2연에서 화자와 난이는 ‘작은 짐승처럼’이라는 직유로 표현되다가 제4연에서는 ‘작은 짐승이었다’로 바뀌고 있다. 이는 화자와 난이가 어떤 경지가 된 것을 표현한 것인가?

☞ 자연의 일부분으로 동화된 경지

4. 이 시에서 (1)‘난이’는 ‘나’에게 어떤 존재이며, (2)‘난이’는 ‘나’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지 70자 내외로 쓰라.

☞ (1) ‘난이’는 ‘나’의 과거를 환기시키는 상징적 존재이다.

(2) ‘난이’는 ‘나’에게 대자연 속에서 동화적인 환상을 느끼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화자는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현재 화자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모든 문장이 과거형으로 되어 있음으로 보아 화자의 현재가 평화롭지도 순수하지도 않다는 것을 역(逆)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화자 혹은 시인이 처해 있던 1930년대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이 시에 표현된 과거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에 나타난 이상적인 세계와 달리 실재했던 것이지만, 이미 1930년대의 시점에서는 ‘그 먼 나라’처럼 되어 버렸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식민지 현실 속에서 어느덧 성인이 되어 거칠고 메마른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 그 순수하고 평화롭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이의 슬픔 같은 게 느껴진다.

‘말없이 앉아서 /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의 이미지에서 우리는 자연에 귀속되기를 바라는 천진 난만한 어린이의 모습만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의 눈에 어리었을, 보이지 않는 눈물을 느낄 수 있을 때, 이 시를 제대로 감상한 것이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시가 미래에 대한 어떤 전망도, 현실 극복의 의지도 보여 주지 않는 것까지 미화할 필요는 없다.

 

 

 

 

꽃덤불

- 신석정

 

태양(太陽)

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太陽)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太陽)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내갔다.

 

다시 우러러 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太陽)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

(󰡔신문학󰡕 2호, 1946.6)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해방 기념시로 쓰여진 작품이다. 전원파 시인의 시라고 하기엔 대단히 열정적이다. 이 시인의 어느 구석에 이런 열정이 숨어 있었을까 싶다. 8·15 해방은 유파를 초월하여 모든 시인에게 가슴 벅찬 기쁨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는 기쁨 뒤에 드리워진 슬픔도 있다.

성격 : 상징적, 서술적, 독백적, 이지적

어조 : 비판적, 관조적 어조

특징 : 반복법의 사용으로 표현 효과 증대

구성 : 일제 치하에서의 지하 독립 투쟁(1)

독립에 대한 노력(2)

애국 투사의 죽음, 유랑, 변절, 전향에 대한 안타까움(3)

일제 식민지 36년이 지나감(4)

새로운 민족 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5)

제재 : 꽃덤불

▶ 주제 : 광복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의 염원

 

<연구 문제>

1. 이 시의 첫 행에 제시된

태양(太陽)

(1)원형적 이미지와 (2)상징적 이미지를 나누어 해설하라.

<모범답> 이 시의 태양은 원래 원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상징적 이미지로 쓰였다.

(1)원형적 이미지 : , 밝음, 희망 등

(2)상징적 이미지 : 조국의 광복

2. ㉠과 ㉢이 각각 상징하는 의미를 쓰라.

<모범답> ㉠ : 빼앗긴 조국 산천

㉢ : 새로이 건설될 민족 국가

3. 제3연에 열거된 ‘벗’은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해 보라.

<모범답> 애국 투사들 가운데 죽었거나 유랑의 길을 떠났거나 변절했거나 전향한 사람들.

4. ㉡이 의미하는 내용을 시대적 상황에 결부시켜 50자 내외로 서술하라.

<모범답> 식민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채, 좌 · 우익의 이념적 갈등으로 시련을 겪는 해방 직후의 상황을 나타낸다.

 

<감상의 길잡이>

그의 첫 시집 <촛불>(1939) 속에는 󰡔이 밤이 너무나 깊지 않습니까?󰡕라는 시가 있다. 거기에는 ‘우리들의 태양이 / 지금은 어느 나라 국경을 넘고 있습니까?’라는 구절이 보인다. 그리고 해방 후에 쓰여진 󰡔꽃덤불󰡕에도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가 나온다. ‘밤’의 어두운 상황이 그로 하여금 ‘태양’을 그리워하게 한다면,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난 후에는 태양을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터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단순치가 않다. 이 시의 후반부에는 ‘드디어 서른 해가 지나갔다.’는 시구 다음에 이런 구절을 놓고 있다.

다시 우러러 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이것은 우리 나라가 주체적인 역량에 의해서라기보다 연합군 세력에 의해 해방됨으로 해서 빚어지는 새로운 모순을 암시해 준다. 이렇게 볼 때, 그의 상황 인식은 매우 정확한 것이다. 8·15 해방은 글자 그대로 해방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식민주의는 새로운 식민주의의 발판을 마련해 놓고 물러간 것이다. 어찌 보면 식민지의 연장이기도 한 당시의 현실이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한 상황을 그가 염려하는 이유는 일제 치하에서처럼 영영 잃어 버리는 벗이 생길까 해서이다.

이 시의 가장 충격적인 슬픔은,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그러한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염려가 ‘꽃덤불’에 안기리라는 희망을 앞지른다.

 

 

 

슬픈 구도

- 신석정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조광(朝光)」(1939년 10월호)---

 

<감상의 길잡이>

이 시가 발표된 1939년,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 ‘노루새끼 한 마리’ 살 수 없었던 우리 나라는 오직 ‘나와 / 밤과 / 무수한 별뿐’인 ‘검은 밤’의 일제 치하이었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와 같은 그의 초기시에서 노래 부르던 ‘어머니’마저도 상실한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 그는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별’을 자신의 이상 세계로 삼고 식민지라는 고통을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동시대 작품인 <지도>에서는 ‘오늘 펴 보는 이 지도에는 / 조선과 인도가 왜 이리 많으냐?’며 제국주의 강대국에 의해 자유를 잃은 약소 민족의 설움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이 바로 <슬픈 구도>로 점철된 당시의 지구 현실이었던 것이다.

전 4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반복․열거의 수사적 기법이 단순성을 보완해 주고 있다. 1연과 3연의 반복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나’의 고독과 절망뿐이다. 왜냐하면, ‘나’와 공존해 있는 것은 ‘하늘’․‘산’․‘밤’․‘별’뿐으로, 이것은 바로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2연은 앞에서 보여 준 바 있는 ‘불모성’을 ‘지구도 없고’라는 시어의 반복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4연은 ‘밤’과 ‘검은’의 하강적 이미지 시어를 통해 시인의 고독과 절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단순한 구성은 이러한 고독과 절망이라는 주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핵심 정리>

1. 시작(詩作) 배경

막다른 시대적 상황이 목가적인 시인에게도 암울한 절망 속에 빠지게 하였다. 서정성이 빈약한 반면, 의지만이 드러난 절규와 저항의 시이다.

2. 시상의 전개

* 제1연 - 절망적 현실

* 제2연 - 처절한 현실

* 제3연 - 별뿐인 밤

* 제4연 - 절망에 대한 절규

3. 주제 : 안식처에 대한 동경

4. 표현 : 대구법, 반복법

 

<3대 전원 시인>

1) 신석정 2) 김상용 3) 김동명

 

 

 

(支流)에 서서

- 신석정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한 줄기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른다.

은하수가 흐른다.

 

낡은 밤에 숨막히는 나도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이 흐른다.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

 

이 강물 어느 지류에 조각처럼 서서

나는 다시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리…….

(󰡔문장󰡕 24호, 1941.3)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작가는 “그 무렵 뜻 있는 문우(文友)들은 산으로 시골로 뿔뿔이 숨어 버리고 소위 일급 문인들과 더불어 어느 철딱서니 없는 젊은 문학도들이 <조선 문인 보국회>라는 일제의 앞잡이의 대열에 뛰어들어 조국을 패망의 구렁으로 몰고 가는 데 부채질하는 반역을 저질렀으니 가슴 아픈 회고가 아닐 수 없다.”고 하였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이 극에 달할 즈음에 시인으로서의 양심을 지녔기에 현실을 묵과할 수만은 없었던 심정이 드러나 있다. 즉, 암흑 속에서 발버둥치면서도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는 양심을 표현하였다.

▶성격 : 의지적, 이상적, 서정적

▶어조 : 신념과 의지에 찬 어조

▶심상 : 비유적, 서술적, 시각적 심상

▶특징 : ① 반복법→형태상의 규칙성, 의미의 강조

② 어둠과 밝음을 대립시킴.

▶구성 : ① 검은 밤이 흐르는 강물 - 암울한 시대 상황(제1,2연)

② 푸른 하늘을 우러러봄 - 희망찬 미래를 그려봄(제3,4연)

▶제재 : 어느 지류, 별, 하늘, 강물

▶주제 :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의 추구.(현실을 초극하여 살아가는 이상)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화자의 소망의 세계나 이상향을 상징하는 두 어절의 말을 찾아 쓰라. ☞ 푸른 하늘

2. 이 시에 나타난 시인의 시대적 현실에 대한 인식을 50자 내외호 쓰라.

☞ 일제의 강점이 어두운 미래로 이어지리라 느끼면서도 아직은 어둠을 벗어날 힘이 있다고 본다.

3. 이 시에서 자연과 동화된 화자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사용된 비유법의 종류를 쓰라. ☞ 의인법

4. ㉠은 ‘나’의 어떤 모습을 표현한 것인지 20자 내외로 쓰라.

☞ 시대의 고통을 겪고 있는 나의 모습

5. 이 시에서 (1)어둠의 이미지와 (2)밝음의 이미지를 구분하여 해당되는 시어나 시구를 모두 찾아 쓰라.

☞ (1) 어둠의 이미지 : 어두운 이 강물, 검은 밤, 은하수, 푸른 별

(2) 밝음의 이미지 : 빛나는 태양, 푸른 하늘

 

<감상의 길잡이>

세월의 흐름은 곧잘 흐르는 물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시의 화자는 강물의 어느 지류(支流)에 서 있다. 본류(本流)가 아니라는 것은 자신이 역사의 거센 물줄기에서 어느 만큼 비켜 서 있다는 뜻도 암시되어 있음직하다.

화자가 처해 있는 시간적 배경은 ‘밤’이다. 일제하에서 쓰여진 시에서 밤이 암흑과도 같은 현실을 뜻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은하수’가 흐르고 ‘별’이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화자는 이 어둠 속에서 숨막힐 것 같은 자신의 모습을 깨달으며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이 천체의 운행 속에 내맡겨진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 천체의 운행 속에 자신을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천체의 운행은 어김없이 어둠을 거두어 가고 ‘태양’을 떠올려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하리라는 믿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화자인 ‘나’는 바로 그런 믿음을 가지고 강의 지류에 서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사(餞迓詞)

- 신석정

 

포옹(抱擁)할 꽃 한 송이 없는 세월을

얼룩진 역사(歷史)의 찢긴 자락에 매달려

그대로 소스라쳐 통곡하기에는 머언 먼 가슴 아래 깊은 계단

(階段)에

도사린 나의 젊음이 스스러워 멈춰 선다.

 

좌표(座標) 없는 대낮이 밤보다 어둔 속을

어디서 음악(音樂) 같은 가녀린 소리

철그른 가을비가 스쳐 가며 흐느끼는 소리

조국(祖國)의 아득한 햇무리를 타고 오는 소리

또는 목마르게 그리운 너의 목소리

그런 메아리 속에 나를 묻어도 보지만,

 

연이어 달려오는 인자한 얼굴들이 있어

너그럽고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

두 손 벌려 차가운 가슴을 어루만지다간

핏발 선 노한 눈망울로 하여

다시 나를 질책(叱責)함은

아아, 어인 지혜(智慧)의 빛나심이뇨!

 

당신의 거룩한 목소리가

내 귓전에 있는 한,

귓전에서 파도처럼 멀리 부서지는 한,

이웃할 별도 가고, 소리 없이 가고,

어둠이 황하(黃河)처럼 범람할지라도 좋다.

얼룩진 역사에 만가(輓歌)를 보내고 참한 노래와 새벽을 잉태

(孕胎)한 함성(喊聲)으로

다시 억만(億萬) 별을 불러 사탄의 가슴에 창(槍)을 겨누리라.

새벽 종(鐘)이 울 때까지 창을 겨누리라.

(시집 󰡔산의 서곡󰡕, 1967)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관념적인 시여서 한 번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제목의 뜻부터 이해해 보는 것이 순서다. ‘전(餞)’은 보낸다는 뜻이요, ‘아(迓)’는 맞이한다는 뜻이다. 그가 보내고 싶은 것은 얼룩진 역사이고 맞이하려는 것은 새벽이다. 그런데 화자는 현재 ‘좌표 없는 대낮’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밤보다 어둡다고 말하고 있다.

▶성격 : 의지적, 주지적, 참여적

▶어조 : 의지에 찬 어조

▶구성 : ① 얼룩진 역사를 살아온 나(제1연)

② 그리운 너의 목소리(제2연)

③ 인자한 모습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고 지혜의 빛나는 눈으로 나를 꾸짖는 당신(제3연)

④ 당신의 거룩한 목소리(제4연)

⑤ 얼룩진 역사를 끝내고 새벽을 맞이하겠다는 각오(제5연)

▶제재 : 창(槍)

▶주제 : 현실 극복의 의지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강한 의지와 신념을 표명한 시행을 찾아 쓰라.

☞ 새벽 종이 울 때까지 창(槍)을 겨누리라.

2. 일제하의 시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곧잘 ‘밤’에 비유하여 표현했다. 1960년대에 쓰여진 이 시의 현실 인식은 매우 특이하다.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시행을 찾아 쓰라. ☞ 좌표 없는 대낮이 밤보다 어둔 속을

3. 이 시의 제목의 ‘전아(餞迓)’가 의미하는 말을 2음절의 다른 말로 쓰라. ☞ 송영(送迎)

 

<감상의 길잡이>

화자는 ‘포옹할 꽃 한 송이 없는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다. 얼룩진 역사 속에서 살아왔다는 뜻일 터이다. 통곡을 하기에는 젊음이 스스러워 그는 어느 지점에 멈춰 서 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는 그러나 좌표를 알 수 없어 대낮인데도 밤보다 어둡게 느껴진다. 그런 속에서 그는 음악과도 같고, 가을비가 스쳐가는 것과도 같고, 아득한 햇무리를 타고 오는 것과도 같은, 목마르게 기다리던 그리운 목소리를 듣고, 연이어 달려오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 목소리와 모습이 마치 ‘지혜’처럼 빛나며 좌표를 잃고 어둠 속을 헤매던 그를 다시 각성케 한다. 조국의 부름 같은 그 ‘거룩한 목소리’가 있는 한 그는 세상을 어둡게 하는 사탄의 가슴에 창(槍)을 겨누고 싸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하여 얼룩진 역사에 종언을 고하고 새벽을 맞이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한다.

순수시적 경향의 시인으로만 알아 왔던 신석정의 역사 의식을 가늠케 하는 시이다. 이 시인이 암담한 시절에 처해 목가적인 시만 읊기에는 너무도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있었음을 우리는 광복 직후의 시 󰡔꽃덤불󰡕에서도 확인한다.

일제 시대가 ‘밤’의 어둠으로 인식되었다면, 신석정이 광복 후의 우리 시대를 ‘대낮’의 어둠으로 표현하고 있음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지향(何如之鄕)()

- 송 욱

 

솜덩이 같은 몸뚱아리에

쇳덩이처럼 무거운 집을

달팽이처럼 지고,

먼동이 아니라 가까운 밤을

밤이 아니라 트는 싹을 기다리며,

아닌 것과 아닌 것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모순(矛盾)이 꿈틀대는

뱀을 밟고 섰다.

눈 앞에서 또렷한 아기가 웃고,

뒤통수가 온통 피 먹은 백정(白丁)이라,

아우성치는 자궁(子宮)에서 씨가 웃으면

망종(亡種)이 펼쳐 가는 만물상(萬物相)이여!

아아 구슬을 굴리어라 유리방(琉璃房)에서 ―

윤전기(輪轉機)에 말리는 신문지(新聞紙)처럼

내장(內臟)에 인쇄(印刷)되는 나날을 읽었지만,

그 방(房)에서는 배만 있는 남자들이

그 방(房)에서는 목이 없는 여자들이

허깨비처럼 천장에 붙어 있고,

거미가 내려와서

계집과 술 사이를

돈처럼 뱅그르르

돌며 살라고 한다.

이렇게 자꾸만 좁아들다간

내가 길이 아니면 길이 없겠고,

안개 같은 지평선(地平線)뿐이리라.

창살 같은 갈비뼈를 뚫고 나와서

연꽃처럼 달처럼 아주 지기 전에,

염통이여! 네가 두르고 나온 탯줄에 꿰서,

마주치는 빛처럼

슬픔을 얼싸안는 슬픔을 따라,

비렁뱅이 봇짐 속에

더럽힌 신방 속에,

싸우다 제사(祭祀)하고

성묘(省墓)하다 죽이다가

염념(念念)을 염주(念珠)처럼 묻어 놓아라.

‘어서 갑시다’

매달린 명태들이 노발대발하여도,

목숨도 아닌 죽음도 아닌

두통(頭痛)과 복통(腹痛) 사일 오락가락하면서

귀머거리 운전수(運轉手) ―

해마저 어느새

검댕이 되었기로

구들장 밑이지만

꼼짝하면 자살(自殺)이다.

얼굴이 수수께끼처럼 굳어 가는데,

눈초리가 야속하게 빛나고 있다며는

솜덩이 같은

쇳덩이 같은

이 몸뚱아리며

게딱지 같은 집을

사람이 될 터이니

사람 살려라.

모두가 죄(罪)를 먹고 시치미를 떼는데,

개처럼 살아가니

사람 살려라.

허울이 좋고 붉은 두 볼로

철면피(鐵面皮)를 탈피(脫皮)하고

새살 같은 마음으로,

세상이 들창처럼 떨어져 닫히며는,

땅꾼처럼 뱀을 감고

내일(來日)이 등극(登極)한다.

(시집 󰡔하여지향󰡕, 1961)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모두 12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시로서 영미 주지주의의 영향을 받고 쓴 실험적 작품이다. ‘시는 문명(文明)의 표정(表情)’이라는 송욱 자신의 시관(詩觀)이 잘 반영된 이 시는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6․25 이후의 한국 현대의 사회 풍속, 정치적 혼란, 사상적 카오스(Chaos), 이지러진 문명 등을 해학, 기지, 풍자, 야유의 수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송욱은 <장미>, <꽃>에서 관능과 감각을 균제한 형식 속에 응축시킨 바 있지만, 점차 풍자와 위트로 현실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그의 장시 <해인연가(海印戀歌)>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자조와 역설로 이어지며, <하여지향>에서는 현실에 대한 불안과 그 극복의 의지를 역설과 기지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강렬한 시 의식이 자기 혐오에 빠지거나 정서적 파탄에 이르고 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의 장시는 전체적인 시적 구성이나 균형을 거의 계산하고 있지 않으나, 지성에 근거한 시 정신의 치열성을 최대한으로 확대시키고 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하여지향(何如之鄕)’이란 말은 고시조의 <하여가(何如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의 마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마을은 ‘부조리(不條理)가 가득한 현실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덩이’, ‘―처럼’ 등 동음(同音)의 나열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율격을 조성하고 있으며, 연쇄법과 특유의 재담(才談)에 의해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전달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나타나 보인다. 전반적으로 실험적 수법은 돋보이지만, 서정성의 결여와 지나칠 정도의 말장난으로 인해 언어적 유희로만 그치고 말았다. 가치관의 전도와 혼란으로 인한 무질서와 부조리의 현실 세계에는 오직 ‘배만 있는 남자들’과 ‘목이 없는 여자들’, 즉 주체성을 상실한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화자는 이처럼 타락해 버린 세계에서는 더 이상 ‘내가 길이 아니면 길이 없’음을 인식하고 절망하지만, ‘안개 같은 지평선’으로 제시된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내일이 등극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펼쳐 보이고 있다.

 

 

 

리의 순이(順伊)

- 임 화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뿐인 누이동생 순이,

너의 사랑하는 그 귀중한 사내,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

그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어디서 온단 말이냐?

 

눈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너와 나는 지나간 꽃피는 봄에 사랑하는 한 어머니를

눈물 나는 가난 속에서 여의였지!

그리하여 이 믿지 못할 얼굴 하얀 오빠를 염려하고,

오빠는 가냘픈 너를 근심하는,

서글프고 가난한 그 날 속에서도,

순이야, 너는 마음을 맡길 믿음성 있는 이곳 청년을 가졌었고,

내 사랑하는 동무는…….

청년의 연인 근로하는 여자, 너를 가졌었다.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그 시절,

기계 소리에 말려 흩어지는 우리들의 참새 너희들의 콧노래와

언 눈길을 걷는 발자욱 소리와 더불어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청년과 너의 따뜻한 귓속 다정한 웃음으로

우리들의 청춘은 참말로 꽃다왔고,

언 밤이 주림보다도 쓰리게

가난한 청춘을 울리는 날,

어머니가 되어 우리를 따뜻한 품속에서 안아주던 것은

오직 하나 거리에서 만나, 거리에서 헤어지며,

골목 뒤에서 중얼대고 일터에서 충성되던

꺼질 줄 모르는 청춘의 정열 그것이었다.

비할 데 없는 괴로움 가운데서도

얼마나 큰 즐거움이 우리의 머리 위에 빛났더냐?

 

그러나 이 가장 귀중한 너 나의 사이에서

한 청년은 대체 어디로 갔느냐?

어찌 된 일이냐?

순이야, 이것은…….

너도 잘 알고 나도 잘 아는 멀쩡한 사실이 아니냐?

보아라! 어느 누가 참말로 도적놈이냐?

이 눈물 나는 가난한 젊은 날이 가진

불쌍한 즐거움을 노리는 마음하고,

그 조그만, 참말로 풍선보다 엷은 숨을 안 깨치려는 간지런 마음하고,

말하여 보아라, 이곳에 가득 찬 고마운 젊은이들아!

 

순이야, 누이야!

근로하는 청년, 용감한 사내의 연인아!

생각해보아라, 오늘은 네 귀중한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젊은 날을 부지런한 일에 보내던 그 여윈 손가락으로

지금은 굳은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겠구나!

또 이거 봐라, 어서.

이 사내도 네 커다란 오빠를…….

남은 것이라고는 때묻은 넥타이 하나뿐이 아니냐!

오오, 눈보라는 ‘튜럭’처럼 길거리를 휘몰아간다.

 

자 좋다, 바로 종로 ㉠네거리가 예 아니냐!

어서 너와 나는 번개처럼 두 손을 잡고,

내일을 위하여 저 골목으로 들어가자.

네 사내를 위하여,

또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을 위하여…….

 

이것이 너와 나의 행복된 청춘이 아니냐?

(󰡔조선지광󰡕 82호, 1929.1)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임화의 단편 서사시로 알려진『우리 오빠와 화로』를 탄생시키는 데 첫 계기가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도『우리 오빠와 화로』에서 엿볼 수 있듯이 계급적 투쟁 의식이 선동적이며 격정적으로, 혹은 고백적이면서도 호소적인 형식으로 표출되어 있음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데올로기만을 강조하던 초기의 목적시와는 달리, 서정성을 지닌 단편 서사시로서의 특징이 잘 드러난 시다.

▶ 성격 : 서사적, 선동적, 격정적, 호소적

▶ 구성 : ① 누이동생에 대한 위로(제1연)

② 어머니를 여읜 남매의 연민의 정(제2연)

③ 시련을 극복하려는 정열(제3연)

④ 한 청년을 잃은 슬픔(제4연)

⑤ 감옥의 근로청년의 비참한 현실(제5연)

⑥ 미래의 행복한 삶의 추구(제6-7연)

▶ 제재 : (사랑하는) 누이동생

▶ 주제 : 현실 개혁에의 동참 의지

 

<연구 문제>

1. 화자의 근면․성실한 삶의 노력이 도리어, 비참하고 절망적인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된 현실적 자아의 모습을 형상화한 시행을 찾아 쓰라. ☞ ‘지금은 굳은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겠구나!’

2. 이 시의 내용을 보면, 화자가 새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방황하며 절규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원인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두 어절의 시구를 찾아 쓰라. ☞ ‘눈물나는 가난’

3. 이 작품 전체의 내용으로 보아, ㉠의 상징적 의미는 현실적 삶에 대한 방황의 기로(岐路)이기도 하지만 상대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 상대적 의미를 여섯 어절 정도로 답하라.

☞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로[지점].

 

<감상의 길잡이>

1920년대 김기진, 박영희 등에 의해 그 모습이 나타난 우리 나라 <신경향파> 문학은 임화에 이르면 이데올로기만을 내세우던 종전의 경향시와는 달리 서정성으로 채색된 단편 서사시 형태로 나타난다.『우리 오빠와 화로』나『네거리의 순이』가 그 예이다.

일정한 서사적 골격을 갖춘 줄거리 속에 ‘남은 것이라고는 대묻은 넥타이 하나뿐’인 지식인 계급에 속하는 화자가 등장하여 노동 계급에 속하는 ‘누이동생 순이’와 ‘젊은 날을 부지런한 일에 보내던 그 여윈 손가락으로 / 지금은 굳은 벽돌담에다 달력을 그리는’ 청년 노동자와의 사랑을 기리며 연대감을 표시한다.

단편 서사시라고 하지만, 화자는 다만 사건을 진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진술한다는 점에서 서정성도 아울러 확보하고 있다. 노동자․농민에 의해 창작되고 향유되어야 마땅할 <프로> 문학이 아직은 지식인 작가에 의해 창작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짐작된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각성된 지식인으로서 노동 계급에 연대감을 표시하는 한편, 창백한 지식인의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을 터이다.

 

 

빠와 화로

- 임 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永男)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 온 그 거북무늬 ㉠화로가 깨어졌어요.

 

그리하야 지금은 화젓가락만이 불쌍한 우리 영남이하구 저하구처럼

똑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잃은 남매와 같이 외롭게 벽에 가 나란히 걸렸어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웨―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신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궐련[卷煙]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었어요 오빠.

 

언제나 철없는 제가 오빠가 공장에서 돌아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수실 때 오빠 몸에서 신문지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빠는 파란 얼굴에 피곤한 웃음을 웃으시며

……네 몸에선 누에 똥내가 나지 않니― 하시던 세상에 위대하고 용감한 우리 오빠가 웨 그날만

말 한 마디 없이 담배 연기로 방 속을 메워 버리시는 우리 우리 용감한 오빠의 마음을 저는 잘 알았어요.

천정을 향하야 기어올라가든 외줄기 담배 연기 속에서― 오빠의 강철 가슴 속에 백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를 저는 분명히 보았어요.

그리하야 제가 영남이의 버선 하나도 채 못 기었을 동안에

문지방을 때리는 쇳소리 바루르 밟는 거치른 구두 소리와 함께― 가 버리지 않으셨어요.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우리 위대한 오빠는 불쌍한 저의 남매의 근심을 담배 연기에 싸 두고 가지 않으셨어요.

오빠― 그래서 저도 영남이도

오빠와 또 가장 위대한 용감한 오빠 친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뒤집을 때

저는 제사기(製絲機)를 떠나서 백 장의 일전짜리 봉통(封筒)에 손톱을 부러뜨리고

영남이도 담배 냄새 구렁을 내쫓겨 봉통 꽁무니를 뭅니다.

지금― 만국지도 같은 누더기 밑에서 코를 고을고 있습니다.

 

오빠― 그러나 염려는 마세요.

저는 용감한 이 나라 청년인 우리 오빠와 핏줄을 같이 한 계집애이고

영남이도 오빠도 늘 칭찬하든 쇠 같은 거북무늬 화로를 사온 오빠의 동생이 아니어요?

그러고 참 오빠 아까 그 젊은 나머지 오빠의 친구들이 왔다 갔습니다.

눈물나는 우리 오빠 동모의 소식을 전해주고 갔어요.

사랑스런 용감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청년들이었습니다.

 

화로는 깨어져도 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었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이가 있고

그러고 모―든 어린 ‘피오닐’의 따듯한 누이 품 제 가슴이 아직도 더웁습니다.

 

그리고 오빠……

저뿐이 사항하는 오빠를 잃고 영남이뿐이 굳세인 형님을 보낸 것이겠습니까?

섧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고마운 청년 오빠의 무수한 위대한 친구가 있고 오빠와 형님을 잃은 수 없는 계집아이와 동생

저의들의 귀한 동무가 있습니다.

 

그리하야 이 다음 일은 지금 섭섭한 분한 사건을 안고 있는 우리 동무 손에서 싸워질 것입니다.

 

오빠 오늘 밤을 새워 이만 장을 붙이면 사흘 뒤엔 새 솜옷이 오빠의 떨리는 몸에 입혀질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누이동생과 아우는 건강히 오는 날마다를 싸움에서 보냅니다.

 

영남이는 여태 잡니다. 밤이 늦었어요.

― 누이동생

(󰡔조선지광󰡕 83호, 1929.2)

 

* 피오닐 : 러시아 말로 영어의 pioneer에 해당됨. ‘개척자, 선구자’ 라는 뜻과 함께 ‘공산소년단원’(9세~14세)을 일컫는 말이기도 함.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작품은『네거리의 순이』와 함께 임화의 대포작으로 <카프> 계열의 단편 서사시이다. 작품의 내용 속에는 강한 계급 의식과 함께 현실에 대한 투쟁 또는 개혁 의지가 담겨 있다. 연초(煙草) 공장 직공으로 있던 오빠가 노동 투쟁으로 감옥에 간 뒤에 어린 남동생과 편지 봉투 만들기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느끼는 오빠에 대한 애정을 편지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 성격 : 서사적, 의지적, 선동적, 격정적

▶ 구성 : ① 화로가 깨어짐에 대한 정회(情懷)(제1-2연)

② 오빠의 심적 갈등(제3연)

③ 오빠의 심적 갈등에 대한 위로(제4연)

④ 시적 자아의 현실(제5연)

⑤ 강한 의지와 자위(自慰)(제6-10연)

⑥ 오빠에 대한 위로(제11-12연)

▶ 제재 : 깨어진 화로와 오빠

▶ 주제 :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강한 삶의 의지

 

<연구 문제>

1. 제7연의 ‘화로는 깨어져도 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았어요.’라는 구절을 참고하여 ㉠에 내포된 상징적 의미를 50자 내외로 쓰라.

☞ 민족해방(노동해방)의 불씨가 담긴 화로가 깨어졌다는 것은 그 불씨가 확산되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2. 이 작품에서 오빠의 심적 갈등을 가장 구체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시행을 찾아 쓰라.

☞ ‘연거푸 말은 권련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를 가진, 이른바 ‘단편 서사시’의 양식적 특징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제사(製絲) 공장 여직공인 ‘나’가 ‘가슴 속에 박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로 인해 어느 날 붙잡혀 간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로 되어 있다.

그 편지를 통해 서사적 줄거리가 가닥이 잡힌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인쇄소 다니는 영남이라는 동생, 제사 공장 여직공인 ‘나’ 그리고 오빠, 이렇게 셋이 가난하게 살아간다.

(2) 어느 날 오빠가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 끝에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붙잡혀 간다.

(3) 그 뒤 ‘나’와 영남이도 공장에서 쫓겨나 봉투 붙이기로 연명해 간다.

(4) 그러는 가운데 영남이가 돈을 모아 사온 거북 무늬 질화로가 깨어져 상심한다.

(5) 그러나 두 동생은 감옥에 있는 오빠에게 솜옷을 넣어 주기 위해 열심히 봉투를 붙이는 일을 하며 투쟁을 다짐한다.

이 시는 1929년의 작품이다. 알다시피 3․1운동의 실패에서 오는 민족적 좌절감과 울분, 비애가 20년대 전반을 지배하다가 20년대 후반에 이르면 민족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직시하려는 문단의 분위기가 현성된다. 그런 가운데 ‘현진건’류(類)의 사실주의가 등장하고 ‘최서해’류(類)의 <프로>문학이 등장하게 된다.

임화가 시도한 이 ‘단편 서사시’ 형태는 식민 치하에서 전체적으로 프롤레타리아화(化)할 수밖에 없는 민중들에게 계급 의식을 고취함으로써 해방 투쟁에 나설 것을 부추기려는 의도에서 고안된 것이다.

이 시에서 ‘화로가 깨어지고 화젓가락만 남아 있다’는 표현은 제2연에서 보면 오빠가 잡혀감으로 해서 가족간의 화목, 우애가 깨어지고 ‘나’와 영남이만 외롭게 남아 있다는 뜻이 되겠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의미는 뒤에 가면 상징적 의미로 전환된다.

이 시에서 ‘화로’가 지니는 의미는 아마도 노동 해방 또는 민족 해방의 불씨가 이 노동자 가족에게 있다는 뜻일 터이고, 화로가 깨졌다는 것은 그 불씨가 확산된다는 뜻이 되겠다. ‘화로는 깨어져도 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아 있다’는 표현이 그러한 상징적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912

-1945, 또다시 네거리에서

- 임 화

 

조선 근로자의

위대한 수령의 연설이

유행가처럼 흘러나오는

마이크를 높이 달고

 

부끄러운

나의 생애의

쓰라린 기억이

포석(鋪石)마다 널린

서울 거리는

비에 젖어

 

아득한 산도

가차운 들창도

현기로워 바라볼 수 없는

종로 거리

 

저 사람의 이름 부르며

위대한 수령의 만세 부르며

개아미마냥 모여드는

천만의 사람

 

어데선가

외로이 죽은

나의 누이의 얼굴

찬 옥방(獄房)에 숨지운

그리운 동무의 모습

모두 다 살아오는 날

그 밑에 전사하리라

노래부르던 깃발

자꾸만 바라보며

 

자랑도 재물도 없는

두 아이와

가난한 안해여

 

가을비 차거운

길가에

노래처럼

죽는 생애의

마지막을 그리워

눈물짓는

한 사람을 위하여

 

원컨대 용기이어라.

(시집 󰡔찬가󰡕, 1947)

 

<감상의 길잡이>

과거 카프의 서기장이었던 임화, 그러면서도 스스로 조직의 해산계를 경기도 경찰국에 제출하였던 임화는 해방 그 이튿날, 동지 김남천(金南天)과 함께 ‘조선문인보국회’의 간판을 ‘조선문학건설본부’로 바꾸어 내걸면서 다시 문학 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는 자신이 주도한 ‘조선문화건설중앙협의회’의 서기장의 자리에 앉으면서, 과거 카프 시절의 영향력을 다시금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계속하여 ‘조선문학가동맹’의 결성을 주도하고 좌익측의 ‘진보적 민족문학론’의 이론적 구심점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본질적으로 낭만주의 시인이었다. 훗날 1953년 6․25 전쟁 패전의 책임을 지고 남로당의 박헌영(朴憲永) 일파가 숙청될 때, 설정식(薛貞植)과 함께 기소되어 사형을 언도받은 임화의 반역죄의 첫 빌미는, 공교롭게도 그 자신이 전쟁 중에 쓴 <너 어느 곳에 있느냐>, <바람이여 전하라> 등의 시가 마련해 주었다. 전쟁 중에 북으로 후퇴하면서 서울에 두고 온 딸을 그리워하고, 출전한 병사가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 시들은 공통적으로 애상적이고 낭만적인 정조를 그 특징으로 지닌다. 이러한 시를 통하여 패배의식과 비굴감을 조성하여 전쟁 수호에 장애가 되었다는 것으로부터 임화는 자기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고, 끝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의 나이 마흔 다섯의 일이다.

이 시는 이러한 임화의 해방공간에서의 내면 풍경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는 그가 해방 이전에 창작한 바 있는 <네 거리의 순이>(1929), <다시 네 거리에서>(1935) 등의 ‘네 거리―’ 계열의 시와 그 맥을 같이한다. 그는 이 시들에서 공통적으로 식민지 치하의 전형적 민중의 여성상으로서 ‘순이’라는 가상의 누이를 설정하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오빠의 시선으로 시적 화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네 거리의 순이>의 순이는 마음 여린 소녀였으나, <다시 네 거리에서>의 순이는 결혼하여 어린 딸을 희생시킨 투사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위의 <9월 12일 ― 1945년, 또다시 네거리에서>는 그 순이마저 죽고 없는 시간의 경과를 보여 준다. 위의 시의 부제가 ‘1945년, 또다시 네거리에서’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앞의 두 작품에 대한 임화의 애착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이들 작품의 연관성 하에서 은연중 드러내고 싶은 해방공간의 그의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조선 근로자의 / 위대한 수령’으로 표상되는 박헌영의 연설이 거리를 달리고, ‘위대한 수령의 만세 부르며 / 개아미마냥’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시적 화자는 ‘부끄러운 / 나의 생애의 / 쓰라린 기억’으로 ‘종로거리’[네 거리]를 ‘현기로워 바라볼 수 없’다. 그렇다면 그의 부끄러운 기억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 동안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다는 기억, ‘어데선가’ 누이[순이]는 외로이 죽고, 동무들은 ‘찬 옥방(獄房)’에서 숨져 갔지만, ‘모두 다 살아오는 날 / 그 밑에 전사하리라’하고 노래만 부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의미한다. 과거 카프 1, 2차 검거 때 유일하게 피검되지 않았던 서기장 임화는, 이렇게 해방을 맞아 갖혀 있던 투사들이 거리를 행진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부일(附日)의 길을 걸었던 과거에 대한 자기 비판과 연민에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해방이 되자 시적 자아는 오히려 죽지 못해 살아온 과거를 비판하고 ‘노래처럼 / 죽는 생애의 / 마지막을 그리워 / 눈물짓는 / 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 진정코 용기를 지녀야만 가능한 것임을 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다시금 독립된 한 연(聯)의 표현으로써 다짐하는 것이다. ‘원컨대 용기이어라’라고.

 

 

 

내리자

- 임 화

 

노름꾼과 강도를

잡든 손이

위대한 혁명가의

소매를 쥐려는

욕된 하늘에

무슨 깃발이

날리고 있느냐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가난한 동포의

주머니를 노리는

외국 상관(商館)의

늙은 종들이

광목(廣木)과 통조림의

밀매를 의논하는

폐(廢) 왕궁의

상표를 위하여

우리의 머리 위에

국기를 날릴

필요가 없다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살인의 자유와

약탈의 신성이

주야로 방송되는

남부조선

더러운 하늘에

무슨 깃발이

날리고 있느냐

 

동포여

일제히

깃발을 내리자

(시집 󰡔찬가󰡕, 1947)

 

<감상의 길잡이>

앞의 <9월 12일 ― 1945년, 또다시 네거리에서>가 시인 자신의 내면 풍경을 은연중 보여 주는 서정적 정조를 지니고 있다면, 이 시는 당대의 모순을 직시하고 그것에 맞서 싸우기를 권고하는 선동시에 가깝다. 해방공간의 우선적인 민족사적 과제는 당연히 독립국가의 건설이지만, 좌익측에서는 이것을 이루기 위한 전 단계로 봉건 잔재, 일제 잔재의 청산을 가장 시급한 실천 과제로 제시한다. 이와 관련하여 박헌영은 이른바 ‘8월테제’로 불리는 지침에서 ‘부르주아 혁명 단계’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투쟁하기를 강조하였지만, 결국 미군정 당국에 의해 공산당은 불법화되고, 박헌영 자신은 수배를 받고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러한 당대의 현실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임화 특유의 선동적인 리듬으로 창작한 작품이 바로 이 시이다.

‘노름꾼과 강도를’ 잡아야 하는 경찰이 ‘위대한 혁명가의 / 소매를 쥐려는’ 현실을 시적 화자는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민중을 선동한다. ‘동포여! / 일제히 / 깃발을 내리자’하고. ‘깃발을 내리자’라는 표현은 간단하면서도 가장 분명한 주제의 표출이다. 그것은 당시 날리고 있는 깃발의 주체, ‘미군정’을 타도하자는 선동적인 표현에 다름 아니다. 조선총독부의 깃발이 일장기에서 성조기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 곳은 ‘가난한 동포의 / 주머니를 노리는 / 외국 상관(商館)의 / 늙은 종들이 / 광목(廣木)과 통조림의 / 밀매를 의논하는 / 폐(廢) 왕궁’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당대의 현실은 ‘살인의 자유와 / 약탈의 신성이 / 주야로 방송되는 / 남부조선’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현실이므로 시적 화자는 ‘깃발을 내리자’고 선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시에서 시인의 현실 인식에 공감할 필요는 없다. 단지 이러한 현실 인식이 그에 부응하는 시적 리듬감을 수반하여 창작될 때, 이 시와 같은 ‘우수한’ 선동시가 가능해진다는 평범한 사실만 다시금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이 시는 첫 연의 첫 행부터 ‘노름꾼’과 ‘강도’라는 자극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시선을 끌고, 결국은 ‘잡든 손’의 주체가 오히려 ‘노름꾼’이고 ‘강도’라는 점을 강조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욕된’․ ‘가난한’․‘늙은’․‘밀매’․‘폐(廢)’․‘살인’․‘약탈’․‘더러운’ 등의 거칠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시어가 짧은 시행의 급박한 리듬과 조화를 이루어 이 시의 선동성을 배가시켜 주고 있다.

 

 

 

곡(哭)

오호애재(嗚呼哀哉)

- 이병철

 

아들따라 손주놈들 앞뒤에 주렁주렁 거느리고 서울메누리 앞세우고, 날만 따스해지면 남산공원으로 동물원으로 화신상회로 나들이 실컨 서울구경을 하시겠다는 어머니.

 

태백산 밑에서 나서 태백산 밑에서 여쉰 환갑투룩 밭갈기와 산에 산나물 이름 섬기기와 호박국에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는 것과.

 

열두대문집 마름살이 한세월에 천한 사람의 말 두어 천 개쯤 귀에 익혔을 뿐, 흙빛 얼굴을 들어 유쾌한 웃음 한번 온전히 웃어 본적도 없이 느티나무처럼 늙은 어머니.

 

멧돼지보다도 더한 등살에 자식놈들 뿔뿔이 잃어 버렸든 자식놈들따라, 인제사 좋은 세상 왔으니 기와집 한 채쯤 지니고 서울 살겠다고, 서울에는 사래 긴 밭도 많고 논도 많을 줄 알았다고.

 

여름에 보리밥 먹기 좋은 상추쌈과 녹두랑 팥이랑 강냉이 당고추 같은 것이라든지, 봄철 들면 뿌려야 할 가지가지 씨앗을, 뜨내기 이불 봇짐 속에 이어 오신 어머니.

 

왜놈들 가고 또더한 왜놈들 등살에 예나제나 상기도 쫓겨다니기만 하는 둘째의 이름을 불러, 여느 때 참말로 좋은 세상이 와서 참말로 기와집 한 채쯤 지니고 살겠느냐고 물으시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날씨가 풀리어 채 따스해지기도 전에 화신상회 동물원 구경을 하시기도 전에, 쫓겨다니는 이 자식놈을 돌볼 겨를도 없이 어데로 어데로 이렇게 바삐 길을 채리시는 것입니까.

 

목이 터지두룩 아모리 불러도 대답없이 하늘가 자꾸만 머얼리로 바삐 가시는 어머니, 어디메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번지수를 찾아 가시기에 이처럼 이처럼 바쁜 길이옵니까.

 

가시든 길 돌아오이소 어머니,

왜놈들과 왜놈들의 붙이는 아주 사뭇 쫓아버리고 봄이 오면 틀림없이 이 땅에 봄이 오면, 이불봇짐과 함께 가지고 오신 어머니의 씨앗을 갈아 꽃 피우겠습니다, 꽃 피우겠습니다.

(󰡔문학평론󰡕, 1947.4)

 

<감상의 길잡이>

해방공간의 좌익계 시단(詩壇)은, 과거 카프 계열의 시인군과, 1930년대의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 오장환, 윤곤강(尹崑崗) 등의 순수문학 옹호론자 혹은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들, 또 1930년대 중반부터 현실주의적인 시를 발표해 온 이용악, 여상현, 임학수(林學洙), 김조규(金朝奎) 등의 시인들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김상훈, 박산운(朴山雲), 유진오, 이병철(李秉哲), 최석두(崔錫斗) 등의 신인들이 가세하여 형성된다. 이들 신진 시인들은 일제 말기부터 조금씩 작품을 발표하다가, 암흑기의 공백을 거친 후에 해방 직후 일제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친일이나 부일(附日) 문제에 있어서 떳떳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성 시인들보다 훨씬 더 뚜렷한 정치 지향성을 지니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이 1946년 12월에 출판된 󰡔전위시인집󰡕으로, 여기에는 김광현(金光現), 김상훈, 박산운, 이병철, 유진오 등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는 이렇게 신인으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한 이병철의 대표 작품이다.

이 시는 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머니의 죽음을 맞아 그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조시(弔詩)의 성격을 지닌다. 이 시는 그 내용으로 보아 1~6연까지는 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고, 그 이후의 연에서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토로하면서 그 슬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시에서 묘사되고 있는 어머니는 우리 시골의 전형적인 어머니 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어머니는 ‘실컨 서울구경을 하시겠다는 어머니’이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는 것’만 알고 ‘열두대문집 마름살이’에 ‘느티나무처럼 늙은 어머니’이다. 그 어머니는 해방을 맞아 ‘인제사 좋은 세상 왔으니 기와집 한 채쯤 지니고 서울 살겠다고, 서울에는 사래 긴 밭도 많고 논도 많은 줄’ 알고 있고, 시적 화자에게 ‘어느 때 참말로 좋은 세상이 와서 참말로 기와집 한 채쯤 지니고 살겠느냐고 물으시던’ 순진한 어머니이다. 그러면서도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상추쌈과 녹두랑 팥이랑 강냉이 당고추 같은 것이라든지, 봄철 들면 뿌려야 할 가지가지 씨앗을, 뜨내기 이불봇짐 속에 소중히 이어 오신 어머니’인 것이다.

이 시에서는 이러한 어머니의 형상을 통해 한편으로는 해방공간의 어수선한 상황과 그러한 현실 속에서 투쟁하는 시적 자아의 현실 의식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그 현실은 ‘멧돼지보다도 더한 등살’, ‘왜놈들 가고 또더한 왜놈들 등살에 예나제나 상기도 쫓겨다니기만 하는 둘째’, ‘쫓겨다니는 이 자식놈’에서는 비교적 직설적으로 드러나지만, ‘인제사 좋은 세상 왔으니’, ‘어디메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번지수’ 등에서는 역설적으로 제시된다. 이와 함께 ‘왜놈들과 왜놈들의 붙이는 아주 사뭇 쫓아버리고’ ‘어머니의 씨앗을 갈아 꽃 피우겠’다는 결연한 시적 자아의 투쟁 의지도 천명된다.

이 시에는 투쟁의 현장도 보이지 않고 격렬한 선동성도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서사적 사건을 시적 자아의 자각된 비애와 결합시켜 시인의 뚜렷한 목적 의식성을 드러내 주는 시적 기교는 해방공간의 시적 리얼리즘의 한 전범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강강술래

-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 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애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

 

백장미(白薔薇)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시집 󰡔강강술래󰡕, 1955)

 

* 뇌누리 : ①물살, ②소용돌이의 옛말.

* 상모 : 농악할 때 벙거지 꼭지에다 열두 발 긴 백지 오리를 붙인 것.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우리 전통 민속춤 강강술래를 소재로 한 시다.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 손잡고 춤추는 여인들의 모습을 은어 떼, 달무리, 공작 등에 비유하여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해 낸다. 또한, 유장한 가락에서 시작하여 점차 급박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합창과 느린 동작에서 급격한 움직임으로 발전하는 춤사위가 점층적으로 그려지면서 강렬한 역동성을 보여 준다.

▶ 심상 : 청각적, 시각적(회화적) 심상

▶ 어조 : 생동감 있는 민속춤을 바라보는 활력적인 어조와 애상적 어조의 융합

▶ 표현 : 간결한 묘사로 긴장감을 고조시킴

▶ 시상 전개 : 춤을 추기 전에 모여 있는 모습에서 점차 빠르게 돌아가는 춤사위를 추보식으로 묘사함.

▶ 구성 : ① 춤 추기 위해 모여 있는 여인들(제1연)

② 느리게 시작되는 원무(제2연)

③ 유장한 가락과 한의 정서(제3연)

④ 춤추는 여인들의 환상적 모습(제4연)

⑤ 점차 빨라지는 호흡과 율동(제5연)

⑥ 격렬하게 돌아가는 춤사위와 농악대의 빠른 몸놀림(제6연)

⑦ 자연과 인간의 합일(제7연)

⑧ 격렬한 춤사위(제8연)

⑨ 한껏 고조된 노래와 춤사위(제9연)

▶ 제재 : 전통적 민속춤인 강강술래와 농악

▶ 주제 : 강강술래를 통해 느끼는 전통적 한의 정서

 

<연구 문제>

1. 이 시는 민속 원무(圓舞)인 강강술래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군무(群舞)의 상태를 은유로 표현한 두 시행을 찾아 쓰라.

☞ ‘여울에 몰린 은어 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2. 다음 각 물음에 해당되는 연을 숫자로 쓰라.

☞ (1) 강강술래를 전통적인 한의 정서와 접맥시킨 연은? --- (제3연)

(2) 도취적인 요소가 나타난 두 연은? --- (제4연과 제7연)

(3) 강강술래의 전무적(戰舞的)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연은? --- (제8연)

3. (1)전통적 춤을 소재로 한 이 시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찾고, (2)그것이 부적합한 이유를 설명하라.

☞ (1) 백장미, 공작, 테이프

(2) 이러한 단어들이 주는 느낌이 다분히 서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4. ㉠의 원관념을 이 시에서 찾아 쓰라. ☞ 달빛

 

<감상의 길잡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전통 민속춤인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여인들이 성장(盛裝)을 하고 추는 춤이 보여 주는 회화성과 노래에서 느껴지는 청각성이 조화를 이루어 강강술래의 율동감과 가락을 바로 옆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춤을 추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여인들의 발랄한 모습을 은어 떼에 비유하고, 그들의 동작과 가락을 백장미 밭의 공작으로 미화한 뒤, 자연과 인간이 합치된 순간을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이란 표현으로 요약함으로써 춤이 막바지에 이른 순간의 격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 시는 고요함에서 시작하여 차츰 빠른 율동과 가락으로 옮겨진 뒤 한껏 고조된 노래와 춤을 묘사하는 것으로 종결지음으로써 독자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강강술래는 단순한 민속놀이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임진왜란 때 왜병의 침입을 경계했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소재는 민속적 의의와 역사적 의의를 동시에 지닌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강강술래는 전통 민속놀이로 재현될 뿐,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의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시인의 의식 속에 있는 강강술래는 왜구의 침입을 경계했던 조상들의 절박한 심정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가 관념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다면 그 원인은 바로 이러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백장미’, ‘공작’, ‘테이프’와 같은 이국적 정서를 환기시키는 어휘들은 민속적 소재를 형상화하는데 기여하는 요소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83)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해인(李海仁)은 수녀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독자가 몰래 엿듣는 듯한 내밀한 고백과 같은, 서정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서정적이면서 명상적이다. 종교와 예술과 삶을 조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이 시인의 자세를 생각하면서 감상의 깊이를 얻도록 하자.

▶ 성격 : 명상적, 관조적, 상징적

▶ 어조 : 경건하고 차분한 어조, 독백적 어조

▶ 특징 : ① 반달의 상징성을 부각시킴.

② 비유법의 구사

▶ 구성 : ① 반달로 뜨는 나(제1-3연)

② 충만된 삶을 꿈꾸는 나(제4-6연)

▶ 제재 : 반달

▶ 주제 : 구원(久遠)의 존재로 나타나는 임을 찾고자 하는 구도(求道)의 길.

 

<연구 문제>

1. 다음 <보기>의 시는 같은 시인의 작품으로, 어떤 대상을 신성하고 완벽한 영원의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무엇이겠는가? 본문의 시에서 유추하여 한 단어로 쓰라.

☞ 보름달

너는

나만은 것은 아니면서

모든 이의 것

모든 이의 것이면서

나만의 것.

 

만지면

물소리가 날 것 같은

너.

세상엔 이렇듯

흠도 티도 없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비로소 너를 보고 안다.

달이여.

 

내가 살아서 너를

보는 날들이

얼마만큼이나 될까?

2. 이 시에서 삶의 지표를 표상하는 시구를 찾아 쓰라.

☞ ‘맑고 높이 사는 법’

3. 이 시에서 ㉠과 이미지가 대응되는 시구는 무엇인가?

☞ 빈 하늘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어는 ‘반달’이다. 이 반달은 ‘오늘’이라는 현실 상황 속에서는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시인은 보름달처럼 완전하고도 충만된 ‘내일’의 삶을 꿈꾸게 된다. ‘반달’이라는 현재의 결핍 상황은 일상적인 굶주림과 볼완전성을 뜻한다. 따라서, 오늘은 내가 비록 보름달이 아닌 반달로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보름달과 같이 맑고 높이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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