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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능주의, 賢能, 차이나모델, 중국 당 간부 선발

Jobs 9 2024. 2. 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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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능주의, 賢能

중국에서는 '정치적 능력주의' 혹은 '현능주의'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의 독특한 정치체제로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이념처럼 군림하고 있다. 시기상으로 문화대혁명 이후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을 거쳐 중국공산당 1당독재 체제 내에서 채택되어 40년 이상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시진핑 정부는 능력주의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메리칸 드림에 빗대어 중국몽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에서 의미하는 능력주의란 품성(賢)과 능력(能)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발을 선거에만 맡기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교육하며 승진과 심사를 거치는 수직적 관료제를 말한다. 문서에서 주로 지칭하는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일반적인 능력주의와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선발과정에서 능력 외에도 품성 혹은 덕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동아시아의 유교적 문화 전통과 굉장히 흡사한 가치관을 보인다. 2015년 캐나다의 정치철학자 대니얼 A. 벨이 저술한 차이나 모델이라는 책 출간 이후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의 사건을 거치며 서구에서 정치적 대안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현대 중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시진핑 집권 후 1인 독재화와 권력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어 중국식 능력주의 모델에 설득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모델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A 벨이 2015년 7월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출간한 논쟁적 저서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중국에서는 ‘현능주의(賢能主義, meritocracy)’라는 정치체제가 형성되어 왔다. 현능주의란 공산당이 품성(賢)과 능력(能)이 뛰어난 지도자를 선발하는 독특한 제도이다. 영어로 ‘meritocracy’(능력주의)로 번역되지만, 영어에는 ‘품성’의 의미가 빠져 있다. 영어로 번역할 만한 단어가 마땅찮다. 

예컨대 시진핑 주석이 최고의 권좌에 오르는 수십년의 과정은 현능주의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 말단의 현급 책임자라는 초라한 자리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승진해 공산당 중앙위원,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회, 총서기까지 엄격한 심사와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과정은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러면서 저자는 ‘1인1표’식으로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체제 국가들의 결함을 지적한다.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사회를 이끌어갈 최고 지도자를 단 한 번의 투표로 뽑는 선거민주주의의 결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뽑힌 지도자가 갖고 있는 결함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다. 이를 보완하는 데 중국식 현능주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다. 

저자는 민주적 현능주의 시스템이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기층 단위에서는 민주주의, 지도그룹에서는 현능주의, 그리고 그 사이는 실험공간으로 이뤄지는 ‘차이나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체제가 아니면 모든 정치제도를 봉건적이니 전제적이니 하면서 깔보는 서구인들의 오만을 지적한다. 과연 지금의 선거민주주의 제도가 시민을 위한 정치원리에 더 충실하고 더 효과적인가에 의문을 표시한다. 중국식 현능주의의 정치이념은 공맹사상과 쑨원의 삼민주의가 그 연원이다.  

추천 → 시험 → 면접 → 검증 → 표결 … 까다로운 중국 당 간부 선발 과정
중국의 간부 선발은 얼마나 까다롭나. 다음은 당 조직부 비서장이란 고위 간부 선발의 실례. 먼저 추천을 받는다. 이어 추천을 많이 받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업무 관련 시험을 치른다. 약 10여 명의 응시자 중 5명이 합격한다.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답안지 모두를 복도에 걸어 놓는다. 세 번째는 면접. 면접관은 부장과 부부장, 교수들로 구성되며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서기실 직원들이 입회한다. 면접을 통해 3명이 남는다. 네 번째 단계는 인사부 감찰팀에 의한 검증. 후보들의 실적과 품성을 따지되 품성 체크에 비중을 둔다. 마지막으로 12인의 부장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표결로 최종 결정한다. 8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그런 후보가 없으면 위원들이 토론한 뒤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거듭한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장관 후보자를 뽑는다면 청문회 낙마자는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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