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한:자)와 漢文(한:문)
한자는 낱낱의 글자 그 자체를 말하며, 한문은 여러 한자로 이루어진 文章(문장, sentence)을 말한다. 한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낱말(word)이 되기도 하고, 다른 글자와 더불어 새로운 낱말을 구성하는, 즉 낱말의 구성 요소로 쓰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山’이라는 글자는 그 자체로 ‘뫼’(mountain)라는 낱말이 되는가 하면, ‘脈’(맥)이라는 글자와 더불어 ‘山脈’(산맥, mountain range)이라는 또 하나의 낱말을 구성하기도 한다.
한문은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知行合一說(지행합일설)을 주장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명나라 때의 철학자 王陽明(왕양명)이 쓴 책인 ≪傳習錄≫(전습록)의 上卷(상권)에 유명한 구절이 있다. “知是行之始, 行是知之成”(지시행지시, 행시지지성). 이것은 한자가 아니라 한문이다.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 즉 漢文(한:문)이다. 이 한문을 해석하는 데에는 한자 지식만 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의 짜임과 성분 분석 등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무슨 말(뜻)인지를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여, 한문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어야 비로소 이 문장을 “앎은 실행의 시작이고, 실행은 앎의 완성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그리고 지식과 실천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주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실천에 옮기지 아니한 지식은 어쩌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우리의 모든 자녀들이 능히 잘해야 할 일은 아니다. 일반 교양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우리말로 옮겨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일의 적임자는 한문 지식을 겸비한 중국철학 전문가이지 일반 학생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한문 공부는, 한자로만 이루어진 문장(≪論語≫․≪孟子≫․≪朝鮮王朝實錄≫ 등의 원문)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것인 반면에, 한자 공부는 우리의 국어에 약 70~80%에 달하는 한자 어휘, 즉 한자말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한문은 고전 문헌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한자는 우리말에 쓰이고 있는 한자말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일반 교양인․지성인이면 누구나 꼭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고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은 ‘漢文’이 아니라 ‘漢字’다.
한자 | 한문 | |
공부 대상 | 낱낱의 한자(character) 또는 한자 말(word) |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sentence) |
공부 목적 | 한자 학습을 통한 어휘력(한자말) 확보 | 한문 학습을 통한 고전(한문) 문헌에 대한 독해력 확보 |
공부해야 할 사람 | 격조 있는 문장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교양인․지성인) | 고전 국역 등 전문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한문 국역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