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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 로키 산맥의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오하라 호수 Lake O'hara

Jobs9 2022. 5. 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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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산맥의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오하라 호수 Lake O'hara

캠핑장 요금 (버스 미포함)
예약금: $11.70 
성인: $9.80
소인~아동: 무료

 

오하라 호수는 1887년 맥아더(J. J. McArthur)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의 이름을 붙인 호수가 오늘날 오른쪽 계곡 속에 하나 있다. 당시의 영국 퇴역 대령인 로버트 오하라(Robert O’Hara)라는 사람이 이 곳 경치에 반해 여러 번 방문하게 되어 “오하라, 너의 호수”라 한 것이 지금의 이름이 된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일본사람 이름인가 했다. 호수가 크지 않고 아담하기도 했지만, 이름 자체가 일본냄새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1번 국도를 따라 밴프로 가다가 필드(Field)를 지나 키킹호스(Kicking Horse)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 경계 못미처 오른쪽으로 오하라 호수로 들어가는 길목이 있다. 루이스타운에서 15분 거리다.

우회전해 들어가 철길을 지나 한 번 더 우회전하면 주차장이 나온다. 들어가는 버스는 오전 8시30분과 10시30분 두 번 있고, 오후에 나오는 버스가 3시30분과 6시30분 역시 두 번 있다. 당일 산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좀 일찍 서둘러 첫차를 타는 게 좋을 것이다. 30분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면 공원 관리가 예약명단을 확인하고 탑승시킨다.
전날 밴쿠버에서 먼 길을 달려와 합류한 김 사장 일행과 주차장에 들어가 차례를 기다렸다. 네 사람은 자리가 있었으나 한 사람이 문제였다. 천만다행으로 한 사람이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우리 일행 다섯 사람이 8시 반 차에 같이 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차를 타면 트레일 지도를 받으며 산행시의 주의할 점도 일러준다. 차가 비포장도로 12km를 들어가면 호수에 이른다.

호수는 그리 크지 않으나 주위의 해발 3,000m를 훨씬 능가하는 산들이 둘러 있어 금방 우리를 들뜨게 한다. 여기 산들은 전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경의 영감이 감돈다 할까. 그러한 산 기운을 온몸으로 받는 곳이다.

여기서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차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나와 보니 박 사장이 없어졌다. 화장실에도 가보고 주위를 살폈으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하나 잃어버린 것이다. 나중에 만나서 물어보니 호수 왼편으로 가는 패들이 멀리 보여 부지런히 따라 갔으나 아니어서 우리를 찾아 헤맸노라고 했다.

호수를 왼쪽으로 끼고 로지 건물을 지나 호수 오른편 길을 택하면 바로 메어리(Mary) 호수와 오퍼빈(Opabin) 호수로 가는 안내판이 있다.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금방 메어리 호수와 만난다.

거기서부터 경치가 열리기 시작한다. 앞에는 2,700m대의 셰퍼리지(Schaffer Ridge) 등성이가 길게 늘어서 있고, 왼쪽으로는 절벽을 만나 그 밑을 지나며 언덕을 오르게 된다. 간간이 돌아보는 오하라 호수는 그 높이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며 우리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산들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그쯤에서 벌써 혼을 빼앗기기에 넉넉한 경치에 이른다. 큰 바위에 가린 오솔길을 찾아 오르면 오퍼빈 알파인(Opabin Alpine) 평원이다. 갈림길마다 오퍼빈 호수로 가는 안내판이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아주 편안한 산길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징검다리도 건너고 점점 다가오는 헝가비(Hungabee·3,493m) 산을 바라보며 조그만 언덕을 오르면 이 호수를 만난다. 

호수 건너편에 헝가비에서 내려온 산자락과 셰퍼 산등성이 끝이 만나 이루는 오퍼빈 고개(Opabin Pass)에 빙하가 걸려 있다. 고개는 항상 그 너머의 경치가 따로 있어 우리를 유혹한다. 그 빙하에는 크레바스가 있어 위험할 것이라 지레 짐작했는데, 두 점이 움직이기에 망원경을 꺼내 살펴보니 두 사람이 내려오고 있다. 그 때 애를 하나 데리고 그 고개에 간다는 젊은 사람도 만났다. 따라 가고 싶다. 그러나 빙하를 걸어 올라갈 준비를 하지 못했으니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 

오퍼빈 호수에서 주위의 산들과 마주 앉아 간식을 하고 나서 하산한다. 말이 하산이지 금방 오른쪽으로 난 유크니스(Yukness) 산 옆구리로 붙어서 오에사(Oesa) 호수로 가야 한다. 바위산 기슭에 겨우 나 있는 아슬아슬한 좁은 길이다. 아래로는 오하라 호수가 청록색으로 단장했고, 멀리는 큰 산들이 들러리로 서 있으며 한 발 앞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경치가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이곳에서는 헬밋을 써야 좋을 것 같다.  
운동장 같은 바윗길도 지나고, 사태 난 비탈에 남은 눈 위를 걷다가 보면 오에사 호수에 이른다. 해발 2,260m에 위치한 산중 호수다. 여기쯤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쉰다. 이 호수에서 애보트 산장으로 오르는 길이 경사진 비탈에 간신히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쪽으로 르프로이(Lefroy·3,423m), 글레이셔(Glacier·3,283m), 링로스(Ringrose·3,281m), 북쪽으론 빅토리아(Victoria·3,464m)와 후버(Huber·3,368m) 등 해발 3,000m를 훨씬 넘는 돌산들이 두루 장관을 이룬다. 오하라 주변에는 산들에 싸여 숨어있는 크고 작은 호수가 24개나 되고, 활기찬 산들이 호수와 조화를 이루며 모여 있다. 산은 호수를 품고 있으며, 호수는 산을 바라보며 산다. 

가슴이 열리고 경치가 넓어진다. 발 아래 오하라 호수는 신비한 색깔로 변해 있고, 산들은 구름 속에서 나타난다. 산사람만이 느끼는 설렘이 일렁인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맑은 개울물이 깊은 산중에서 저 홀로 노래한다. 만년을 두고 같은 자리에 같은 색깔로 꽃을 피우는 산꽃들이 거기 있다. 무엇이 부러운가. 무엇이 아쉬운가. 속세의 번뇌는 어디 가고 나와 산만이 남아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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