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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마추픽추(Machupicchu)

Jobs9 2022. 5. 1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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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는 모험을 즐기는 하이커들과 백패커들의 성지다. 그랜드 캐니언보다 더 깊은 협곡, 콜카 캐니언(Colca Canyon)의 비교적 쉬운 트레킹부터 제법 난이도가 있는 초케키아오(Choquequirao) 트레킹까지! 티 묻지 않은 대자연이 우리를 반겨준다. 곳곳에 남아있는 고대 문명의 흔적과 남미의 맛있는 전통 음식 등 볼거리와 먹거리도 풍부하다. 세계 불가사의로 꼽히는 마추픽추(Machu Picchu) 또는 페루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 있는 이키토스(Iquitos)로 모험을 떠나보자. 고난이도 코스는 물론, 대부분 관광 명소에는 초보자를 위한 쉬운 트레킹 코스가 있다. 

마추픽추(Machupicchu)는 페루에 있는 잉카 문명의 고대 요새 도시이다. 15세기에 남아메리카를 지배했던 잉카 제국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에서 2,430m나 되는 산맥의 정상 위에 위치해있다.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80km정도 떨어져 있고, 우루밤바 강이 도시가 있는 산맥 아래를 꺾어 흘러가고 있다.

대다수의 고고학자들은 잉카 제국의 파차쿠티 황제가 이 요새 도시를 건립한 것으로 추정한다. 보통 '잃어버린 도시'의 이미지로 잉카 문명을 상징하는 유적으로 많이 불리는 경우가 많다. 마추픽추는 1450년 즈음에 지어졌고, 약 1세기 후에 스페인의 침략과 비슷한 시기에 버려졌다. 이후 주변 현지인들에게만 간간히 알려져 있던 정도였고, 1911년에 미국의 탐험가 하이럼 빙엄이 다시 발견해 내기 전까지 세상에서 잊혀져 있었다.

마추 픽추는 잉카 고전 양식으로 지어졌다. 접착제나 모르타르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돌과 석재들을 쌓아 올려 만들어졌고, 주요 건물은 해시계, 태양의 신전, 세 창문의 방 등이 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은 페루 정부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복원시켜 둔 것으로, 1976년에 전체 유적지의 약 30%정도가 복원되었고 현재도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새로운 세계의 7대 불가사의들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 도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잉카제국 멸망 후 400여 년 뒤의 일이다. 1911년 미국인 역사학자 하이럼 빙험(Hiram Bingham)은 잉카 후예인 농부의 도움을 받아 전설로만 전해오던 이 잊혀진 도시를 찾아냈다. 그는 황금의 땅을 찾아 헤매던 약탈자는 아니었지만, 마추픽추에서 발굴한 수많은 유물을 당나귀 150마리에 싣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는 마추픽추 유물반출에 대해, 학술연구의 일환이며 오히려 페루에 두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라 강변했다. 하지만 페루 사람들은 그의 행위는 스페인 군대가 잉카제국에서 자행한 약탈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마추픽추의 유물들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보관중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규장각 문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마추픽추의 역사는 동병상련처럼 친근하기 그지없다.

이 신비로운 공중도시의 아름다움은 많은 영상과 글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천길 벼랑과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그림 같은 풍광. 지상 최고의 석조문명이라 일컫는 잉카유적의 단아한 자태. 시간마저 멈추게 할 듯 압도적인 경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추픽추를 답사를 위해서는 먼저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서 700km 가량 떨어진 쿠스코(Cusco)로 간다. 쿠스코는 안데스산맥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과거 잉카제국의 수도로, 스페인과 잉카의 문물이 교묘하게 조화된 매력적인 도시다. 리마에서 항공편을 이용하면 1시간 반가량 걸리지만, 워낙 길이 험해 버스를 타면 1박2일이 소요되는 먼 곳이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는 열차와 버스편을 이용해 접근한다. 먼저 쿠스코에서 3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로 간 뒤, 셔틀버스를 타고 지그재그로 이어진 오름길을 타고 마추픽추로 오른다. 하루면 답사가 가능하며 거의 모든 관광객들이 이 코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마추픽추 탐승길 외에도 세계의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코스가 있다. 그것은 일명 잉카트레일(Inka Trail)이라 불리는 도보답사 코스로, 매년 겨울시즌이면 각국에서 몰려든 트레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지 트레커들을 위한 임시 관광열차까지 운행할 정도다.

잉카트레일 답사를 위해서는 최고 4,200m 높이의 고개를 3개를 넘으며 4~5일씩 걷고 매일 밤 추위에 떨며 불편한 막영생활도 감수해야 한다. 가격도 당일 답사에 비해 훨씬 비싸며 제공되는 식사도 부실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코스가 인기를 끄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잉카트레일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트레킹 내내 안데스의 수려한 산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짙은 수림의 정글지대를 지나기도 하고, 고산증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설선 가까이 오르기도 한다. 조망이 시원스런 능선에 올라서면 만년설이 반짝이는 하얀 산들이 멀리 하늘금을 그으며 장관을 연출한다. 밤이면 비 오듯 쏟아지는 유성들을 바라보며 안데스의 서정을 느낄 수도 있다. 

산길 곳곳에 산재한 잉카 유적들 또한 빠트릴 수 없는 볼거리다. 물론 이 트레일 끝에 절정을 이루며 솟아 오른 마추픽추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보잘 것 없다. 그러나 하나 하나의 면모를 뜯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잘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잉카트레일은 일반 트레커들에게 알려지기 전에는 건축가와 과학자들의 전유물이었다고 전해온다. 

잉카 트레일은 트레커들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길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 잉카의 선조들이 물류 수송과 이동을 위해 구축한 기간도로 가운데 한 구간이다. 알다시피 잉카는 바퀴를 사용하지 않았던 문명이라, 야마(Llama)와 같은 가축과 두 다리를 이용한 이동이 자신들의 세계를 지탱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이동수단이었다. 그러니 국토를 종횡으로 연결했던 잉카 트레일의 중요성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중요한 기간도로였지만, 스페인 점령 이후 잉카트레일은 수레가 다니기에는 좁고 가파르다는 이유로 파괴되고 잊혀졌다. 대신 정복자들의 하이웨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산간 오지를 연결하는 옛 잉카 길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며 조금씩이나마 남아 있고, 그 모두를 잉카트레일이라 칭한다. 하지만 이제 잉카트레일은 마추픽추와 연계된 트레킹 코스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쿠스코에서 우루밤바(Urubamba)를 거쳐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에 닿을 즈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페루 독립기념일 행사로 각급 학교의 행진 경연대회가 시내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길을 완전히 막고 행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3시간 이상을 그 곳에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길에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차들로 가득했다. 대원들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행사 구경도 할 겸 시내 곳곳을 슬슬 돌아다녔다. 대부분 유럽인인 트레커들도 우리와 마찬가지 신세였다.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갇혀 있으며 낯이 익은 그들은 슬슬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우리 같은 대규모 동양인팀은 보기 힘든 모양이다.

오얀타이탐보에서 장시간 지체하는 바람에 일정이 상당 부분 차질을 빚었다. 오후 2시를 넘겨 KM82에 도착한 일행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트레킹에 들어갔다. 철길을 따라 조금 나서다 계곡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니 눈앞에 커다란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본격적인 잉카트레일은 그 다리 직전의 관리소(Control)에서 확인도장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산길은 비교적 평탄했다. 길옆 여기저기에 민가가 보였고 얼룩배기 소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우리 나라 강원도의 여느 산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멀리 펼쳐진 하얀 산들의 병풍은 이곳이 안데스의 산속임을 실감케 했다.

계곡을 건너 한 굽이 올라서자 계곡 구석에 살포시 얼굴을 내민 베로니카(5,750m) 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목적지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남반구의 겨울답게 저녁 6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벌써 해가 지려했다. 초행길이라 마음이 성급해졌지만 가이드를 믿고 따랐다.

전병만(전북대 교수) 단장이 선두에 서고 대원 14명이 간격을 좁히며 40분 가량 걸었다. 이제 주변의 경치는 완전히 암흑에 묻혀 버렸다. 헤드램프를 켜고 달려와 도착한 야영지에는 이미 많은 텐트가 쳐져 있었다. 여행사 진행요원들이 미리 와서 잠자리를 마련하고 식사와 차도 준비했다. 호사스런 안데스의 첫날밤이었다.

축축한 야영지의 습기에 깊게 잠 들지 못했다. 옆 텐트가 너무 가까워 자그마한 소리에도 신경이 쓰였고 계곡 물소리도 너무나 컸다. 그러나 페루에 들어온 이후 가장 길고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슬슬 시차에 적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를 부르는 산 그리메

밤새 별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더니 아침부터 하늘은 군청색의 장막을 펼친 듯하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햇볕에 선크림을 짙게 발랐다. 오늘은 잉카트레일 가운데 가장 높은 4,200m 고개를 넘는 역사적인 날이다. 학생 대원들은 매일매일 최고 높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긴장될 만도 한데 모두들 즐거운 얼굴이라 다행이다.

야영지에서 계곡을 거슬러 30분쯤 오르니 잉카트레일의 첫날 기점인 와이야밤바(Wayllabamba)에 닿는다. 자그마한 산골의 민가 몇 채에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매점 하나가 전부다. 산길은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계곡을 바꿔 탄다. 이제부터는 반나절 이상 계속되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계곡 끄트머리에 보이는 자그마한 안부가 오늘 넘어야할 4,200m짜리 고개다.

마추픽추의 집터와 안데스 산군의 조화.성전서부터 일반주민주택에 감옥까지 있고, 계단식 밭에 물을 대는 수리시설까지 남아있어 잉카문명의 돌 다루는 기술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다.
마추픽추의 집터와 안데스 산군의 조화.성전서부터 일반주민주택에 감옥까지 있고, 계단식 밭에 물을 대는 수리시설까지 남아있어 잉카문명의 돌 다루는 기술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다.
 표 검사와 포터들의 짐 무게를 체크하는 중간 관리소를 지나 2시간쯤 오르니 조망이 뛰어난 널찍한 야영장 코랄푼쿠(Coralpunku)에 닿았다. 해발 3,700m 고지에 조성된 이 야영장은 정말 멋있다. 뒤로는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봉우리가 솟아 있고, 계곡 아래와 건너편에는 넓은 평야지대와 칼날 같은 침봉 무리들이 도열해 있다. 초원 곳곳에는 곤충과 벌레를 유혹하는 야생화가 만발했다. 우리는 이 멋진 평원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여유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식사를 시작하자 불기 시작한 바람은 어느새 비바람으로 돌변해 버렸다. 기온이 급강하했다. 너도나도 두터운 겨울옷들을 꺼내 입었지만 한겨울 같은 추위에 냉기가 뼛속까지 스몄다. 그래도 맨발의 원주민 포터들은 두터운 양모 판초 하나로 잘도 버틴다.

강약을 달리하던 빗줄기는 어느새 잦아들긴 했지만, 하늘은 온통 잿빛 구름으로 덮여 버렸다. 연중 날씨가 가장 좋다는 7~8월이라도 매일 오후면 비가 내린다는 가이드의 말이다. 청명한 하늘만을 기대했던 우리는 비가 오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배낭커버며 방수주머니, 비닐 등을 모두 짐 속에 두고 왔는데 낭패였다.

식사를 마치고 재킷 하나로 버티며 와르미와뉴스콰(Warmiwa~nusqa) 고개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니 사진 촬영도 멋진 조망도 포기한 상태다. 고도가 4,000m를 넘어서며 속도가 떨어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저 빨리 이 고개를 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오후 2시35분 고갯마루에 올랐다. 아직 한낮인데도 석양이 넘어가는 듯 붉은 햇살이 건너편 산자락에 환상적으로 걸려 있다. 우리가 내일 넘어야할 코앞의 고갯마루는 완전히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지구상의 산이 아니라 어느 혹성의 산빛이었다.

잠시 앉아 넋을 놓고 있었는데 고개 너머에서 야마를 몰고 올라온 자그마한 소녀 두 명이 나타났다. 까만 피부에 오랫동안 감지 않은 듯 부스스한 머리, 바람을 막으려고 몸에 두른 검은 비닐봉지. 자매처럼 보이는 그 아이들의 옷은 완전히 홑겹이었다. 너무도 추울 것 같아 안쓰럽다.

동생인 듯한 소녀에게 말을 걸고 간식을 건넸다.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쁜 눈빛. 얼마나 기뻐하는지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발한다. 뒤따라 고갯마루에 오른 대원들도 가지고 있던 간식을 꺼내 한 봉지 가득 채워줬다.

그런데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이 간식을 부모님께 드리겠다며 하나도 먹지 않고 챙겨 가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들은 안데스 천사였다. 기자 뒤에 바짝 붙어 신기한 듯 캠코더를 바라보던 소녀에게서 났던 향긋한 레몬향이 아직도 코끝에 맴돈다.

고개 넘어 ‘숨은 강’이라는 뜻의 파카마요(Pacamayo) 캠프지로 내려가는 도중에 비가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온몸이 젖어든다. 카메라는 비닐에 감싸 배낭 속에 쑤셔 넣었다. 오늘은 더 이상 촬영이 불가능하다. 사방 어디를 쳐다봐도 몰려드는 구름뿐이다. 날씨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물 건너갔다. 이제 한시라도 빨리 텐트에서 쉬고 싶었다. 발부리에 부딪히는 돌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안데스의 아침은 깜찍한 거짓말쟁이다. 어제 내린 억수같은 비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언제 비가 왔느냐 싶게 맑고 건조한 공기가 텐트 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어젯밤에는 빗속에서 간신히 식사를 마치고 억지 잠을 청했는데,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고지에서 보낸 시간이 적지 않은 피로를 불러오는 것 같다. 

잉카트레일 셋째 날. 지긋지긋한 돌계단에 익숙해지고 몸도 가벼웠지만 날씨는 우리 편이 아니다. 오늘은 오전부터 구름이 몰려와 시위를 벌일 태세다. 어제 넘은 고개에 비하면 낮은 두번째 고개를 오르다보니, 옛 잉카인들이 호텔로 썼다는 원형의 유적 룬쿠라카이(Runkurakay)가 나타났다. 천길 벼랑 사이에 위태롭게 자리를 튼 석조건물이 구름 속에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다. 맑은 날이면 정면에 솟은 6,000m짜리 봉우리와 어우러진 안데스 산맥의 멋진 조망이 가능한 곳이다. 

룬쿠라카이를 지나 계속된 지그재그 오름길을 지나니 자그마한 고원호수들이 나타나고 두번째 고개를 넘는다. 이어 작은 터널을 하나 지나면 긴 내리막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구름이 넘나드는 사이로 또 산정호수가 나타나지만, 이내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날씨가 너무나 도와주지 않는다. 

두번째 고개에서 1시간쯤 내려서니 구름 사이로 사약마르카(Sayacmarca) 유적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마추픽추의 발견자 하이럼 빙험이 1915년에 발견한 곳으로, 잉카트레일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50m 가량 올라서면 벼랑 위에 위태롭게 둥지를 튼 석조건물들이 무리지어 나타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조망이 압권이라는데, 아쉬운 구름만이 우리를 반긴다. 

사약마르카를 지나 고도를 낮추니 수림이 우거진 정글지대로 접어든다. 안개 자욱한 숲속에는 열대식물과 이끼류가 주렁주렁 매달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기와 날벌레의 공격이 만만치 않은 구간이라는데, 오늘은 오히려 추위가 걱정이다.

정글지대를 통과하면 나타나는 넓은 공터가 공식 캠프장인 차키코차(Chakicocha)로, 커다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이 넓은 캠프 한 귀퉁이에서 비를 맞으며 점심식사를 했다. 이로서 꼬박 하루 동안 비를 맞고 걸은 셈인데, 또다시 축축한 텐트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앞만 보며 걷다보니 눈앞에 커다란 바위 구조물이 나타났다. 이곳은 마추픽추에서 보면 태양이 떠오르는 산등성이의 안부로 ‘태양의 문’이라는 의미를 지닌 인티푼쿠(Intipunku)라는 유적이다. 이곳에 서면 마추픽추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 잉카트레일의 클라이맥스가 펼쳐지는 것이다.

멀리선 본 마추픽추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사진으로 여러 번 대해 눈에 익은 풍경이긴 하지만, 이 좁은 능선 위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한 잉카인들의 안목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아마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기를 원했고, 그래서 마추픽추 같은 요새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마추픽추 주민들은 스페인 군대를 피하기 위해 그들의 보금자리를 버렸다. 이제 그 자리에는 우리처럼 먼 곳에서 온 관광객들만이 북적이고 있다. 

인티푼쿠를 지나며 마추픽추까지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곳곳에 계단식 논밭이 널려 있고 발 아래로는 우루밤바강의 커다란 물굽이가 휘돌아 친다. 와이나픽추(Wayna Picchu) 산 아래 질서 정연하게 도열한 도시의 폐허. 절경이나 비경이란 말은 이런 곳에다 쓰는 수식어임을 알고 있지만, 그 식상한 단어를 갔다 붙이기엔 너무도 아름답고 신성하다.

마추픽추 추천 볼거리
- 태양의 문 또는 인티 푼쿠(Inti Punku):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산맥 전경과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일몰 광경으로 유명하다. 마추픽추 입구에서 도보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길이 넓어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마추픽추에서 제일 먼저 들리면 좋은 곳으로 추천!
- 인티와타나(Intihuatana): 큰 돌을 깎아 만든 해시계로 추측되는 구조물. 높은 언덕 위에 햇빛이 바로 내리비치는 완벽한 위치에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티와타나가 달력 역할도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 태양의 신전(Temple of the Sun): 마추픽추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 보통 진흙, 작은 돌로 짓는 다른 건축물과 달리 돌을 깎아 만들었다. 당시 왕과 귀족, 사제만 출입할 수 있었고 평민은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 세 개의 창이 있는 사원(Temple of the Three Windows): 유적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창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웅장한 자연 광경이 멋지다. 3개 창은 각각 사후세계, 천국, 현세를 의미한다.
- 콘도르 신전(Temple of the Condor): 잉카 문명에서 부활을 상징하는 새, 콘도르를 모티브로 지어진 신전. 건물 앞에는 콘도르 부리 모양의 부조가 있다. 신전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도 콘도르 날개를 본떠 만든 조각을 볼 수 있다. 콘도르 신전은 마추픽추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축물 중 하나로, 학자들은 신전이 재판장 및 제물을 바치는 제단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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