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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라스콜니코프, 소냐

Jobs 9 2024. 12. 31.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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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주인공인 로지온 라스콜니코프(Родион Раскольников)의 살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형사소설과 유사성을 띠지만, 살인 행위 자체보다는 그 살인을 행하는 주인공의 사상적 배경 등에 초점을 맞춘 심리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다. 

1866년 《러시아 통보》에 기고된 작품이자 그의 5대 장편 소설 중 첫 번째 소설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원래 수정이나 퇴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은 예외 중 하나다. 사실 퇴고를 하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마감에 맞추려면 퇴고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집안의 가난과 본인의 도박벽 때문에 늘 돈이 궁했는데, 이 탓에 일단 출판사에 돈을 받고 출판권을 넘긴 뒤 작품을 집필하는 식의 계약도 자주 맺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대체로 긴 것도 당시 러시아에서는 글자 수마다 고료를 계산했기 때문. 반면 <죄와 벌>은 그나마 다른 작품의 선계약으로 받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퇴고할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처음에는 1인칭 시점으로 쓰였다가, 표현의 부족함을 깨닫고 원고를 불태운 채 처음부터 다시 썼다. 꽤 긴 소설이기 때문에 매우 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작품. 실제 작품의 길이는 한국어 번역을 기준으로 하면 약 800페이지 정도다. 처음 작품을 구상한 건 시베리아 복역시기.

19세기 중반 러시아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어 역사공부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황제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황제라 불리던 나폴레옹 1세와의 전쟁 이후 기적적으로 승리한 러시아가 갑자기 유럽의 강대국이 되어 무역이 활발해지고, 고작 몇십년 만에 급격히 경제적으로 발달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19세기 모습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빈부격차가 심했을 뿐만 아니라 퇴폐와 문란함 그 자체였다. 작중 소냐가 성매매 여성이 되겠다고 결심한 당일 밤에 바로 집밖으로 나가자마자 성매매 여성으로 등록하고 성매매를 한 것만 봐도 당시 러시아의 현실을 알 수 있다.





《죄와 벌》(罪와 罰, 러시아어: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프레스투플레니예 이 나카자니예, 문자 개혁 이전: Преступленіе и наказаніе)은 러시아 제국의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이다. 1866년 1월부터 12월까지 《러시아 통보》에 연재되었고, 1867년에 단행본으로 초판이 출판되었다. 세계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가난에 찌든 대학생이 초인 사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르고 그 후에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고 그 후 매춘부를 통해 알게 되는 깨달음으로 그 당시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비판,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줄거리
1부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는 서구적인 합리주의자·무신론자이다. 빈곤에 허덕이고 고독에 짓눌린 그는 한결같이 추상적 사색에 몰두한다. 그의 예리한 지성은 이 고독의 사색에서 전인미답의 독창적 이론-초인사상-을 체계화시킨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인류는 ‘나폴레옹’과 ‘이’로 분류된다. 즉 선악을 초월하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바로 법률이나 다름없는 비범하고 강력한 소수인간과 인습적 모랄에 얽매이는 약하고 평범한 다수인간으로 분류된다. 그는 자신이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 마리의 이에 불과한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인다. 우연히 범죄 현장을 발견한 그녀의 이복 여동생 리자베타도 죽인다. 자신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그는 몇 개의 물건과 작은 지갑만 훔치고, 노파의 재산 대부분은 그대로 둔다. 순전히 행운으로 인해 건물을 탈출하여 발각되지 않은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2부
열이 나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라스콜니코프는 훔친 물건들을 숨기고 지쳐서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경찰서에 소환되었을 때 크게 놀라나, 알고 보니 이는 집주인의 채무 통지 때문이었다. 경찰관들이 살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그는 기절한다. 수색을 두려워해 훔친 물건들을 빈 마당의 큰 바위 밑에 숨긴다. 오랜 대학 친구인 라주미힌을 방문하고, 그는 라스콜니코프가 심각하게 아픈 것 같다고 관찰한다.

방에 들어간 라스콜니코프는 소파에 앉아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이제 막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서 그를 보고 황홀해하지만, 그는 말을 하지 못하고 기절한다.

3부
라스콜니코프는 두냐에게 루쥔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결혼 동기를 격렬하게 변호한다. 라스콜니코바 부인은 루쥔으로부터 아들이 그들 사이의 향후 모임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쪽지를 받는다. 두냐는 루쥔과 오빠가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반드시 열기로 결정하고, 라스콜니코프는 그날 저녁 라주미힌과 함께 참석하기로 동의한다.

4부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더 이상 두냐에게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녀가 루쥔과 결혼하는 것을 막고 싶어하고, 그녀에게 만 루블을 제안한다. 라스콜니코프는 그녀를 대신해 돈을 거절하고 만남 주선을 거부한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그의 아내가 유언장에 3천 루블을 남겼다고 언급한다.

라스콜니코프가 편지의 험담을 지적하자 루쥔은 무모해지며 진짜 성격을 드러낸다. 두냐는 그에게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말한다. 자유와 상당한 자본을 가지게 된 그들은 신나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하지만, 라스콜니코프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들을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떠난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의 집으로 이동한다. 그는 떠날 때 그녀에게 내일 다시 와서 리자베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줄 것이라고 말한다.

라스콜니코프가 심문을 위해 출석했을 때 포르피리는 직접적으로 죄를 묻지 않고 다시 암시적이고 도발적이며 모순적인 수다를 떤다. 경악하는 그들 앞으로 미콜카는 큰 소리로 살인을 자백한다. 포르피리는 자백을 믿지 않지만 라스콜니코프를 보내준다.

5부
라스콜니코프는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의 아파트에서 열린 마르멜라도프의 장례식 후 연회에 참석한다. 연회가 아수라장이 되던 중 루쥔이 갑작스럽고 당당하게 등장한다. 그는 소냐가 자신을 방문했을 때 그의 아파트에서 100루블짜리 지폐가 사라졌음을 단호하게 알린다. 소냐는 두려움에 떨며 돈을 훔친 것을 부인하지만, 루쥔은 비난을 계속하며 누군가 그녀를 수색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의 룸메이트인 레베쟈트니코프는 소냐가 그의 아파트에서 나갈 때 루쥔이 몰래 돈을 그녀의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의 방에서 자신이 노파와 리자베타를 살인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냐에게 범죄의 추상적인 동기를 설명하려고 고통스럽게 노력한다. 이후 레베쟈트니코프가 나타나 집주인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를 쫓아냈으며 그녀가 미쳐버렸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녀를 소냐의 방으로 옮기는데, 그녀는 정신이 혼란해 난폭하게 굴다가 죽는다. 한편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소냐의 옆집에 살면서 라스콜니코프의 살인 고백을 모두 엿듣는다.

6부
포르피리는 자신의 이전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바뀐 태도는 라스콜니코프에 대한 진정한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가 정말로 살인자라고 확신한다. 그는 곧 라스콜니코프를 체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 자백할 것을 촉구한다.

두냐는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 다가가 그가 보낸 오빠의 '비밀'에 대한 편지의 의미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그녀는 마지못해 그의 방으로 동행하고, 그곳에서 그는 우연히 들은 것을 밝히고 그녀를 그의 욕망에 굴복시키기 위해 그것을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총을 가지고 있었고, 그를 향해 총을 발사하나 빗나간다. 그녀는 결국 총을 옆으로 던져버리지만, 그녀의 그에 대한 증오심에 짓눌린 스비드리가일로프는 그녀에게 떠나라고 말한다. 그는 비참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공공장소에서 자살한다.

라스콜니코프는 두냐에게 살인을 자백하기 위해 경찰에 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찰서에서 거의 마음을 바꾸어 건물을 떠난다. 그러나 절망에 빠져 자신을 바라보는 소냐를 보게 된 후, 다시 돌아가 살인에 대해 온전하고 솔직한 고백을 한다.

에필로그
이미 다른 사람이 자백한 상황에서 그의 자백이 완전한 탓에 라스콜니코프는 8년형만 선고받는다. 두냐와 라주미힌은 결혼해 시베리아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지만, 라스콜니코프의 어머니는 병에 걸려 죽게 된다. 소냐는 라스콜니코프를 따라 시베리아로 향하지만, 그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처음에 그녀에게 적대적이다. 감옥에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소냐의 애정 어린 영향 아래 그의 구원과 도덕적 재생이 시작된다.

주요 등장인물
라스콜니코프(로지온 로마노비치)는 주동인물로, 소설은 주로 그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갑고, 무관심하고, 반사회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동정심이 많다.

소냐(소피야 세묘노브나 마르멜라도바)는 라스콜니코프가 소설 초반 선술집에서 만나는 술꾼 세묜 자하로비치 마르멜라도프의 딸이다. 가족을 돕기 위해 강제로 성매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흔히 자기희생적이고 수줍음이 많고 순진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라주미힌(드미트리 프로코피이치)은 라스콜니코프의 충실한 친구이자 휴학 중인 법대생이다. 라스콜니코프의 지성과 성품에 감탄해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믿지 않으며 항상 그를 지지한다.

두냐(아브도치야 로마노브나 라스콜니코바)는 라스콜니코프의 아름답고 의지가 강한 여동생으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루쥔과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나중에 라주미힌과 결혼한다.

루쥔(표트르 페트로비치)은 소설 초반에 두냐와 약혼한 부유한 변호사이다. 라스콜니코프의 가족과의 관계를 해치기 위해 소냐를 도둑이라고 거짓으로 비난한다.

스비드리가일로프(아르카지 이바노비치)는 타락하고 부유한 두냐의 전 고용주이자 추종자이다.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에게 고백하는 것을 엿듣고 이를 이용해 두냐와 라스콜니코프를 괴롭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리자베타와 알료나 이바노브나의 살인을 담당한 수사부장으로, 소냐와 함께 라스콜니코프에게 자백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소냐와 달리 심리적 수단을 통해 변덕스러운 그를 혼란시키고 자극해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인 고백을 유도한다.

주제
허무주의, 합리주의, 공리주의
도스토옙스키가 카트코프에게 보낸 편지는 그의 직접적인 영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허무주의 운동에서 비롯된 사악한 결과에 대항하려는 열망이다.

라스콜니코프는 그러한 이상에 포함된 잠재적인 위험의 예시이다. 조셉 프랭크는 "그의 성격이 지닌 도덕적·심리학적 특성은 본능적인 친절, 공감, 동정과 순종적인 무리에 대한 경멸로 변질된 거만하고 이상주의적인 이기주의 사이의 자가당착을 통합시킨다"고 적었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라스콜니코프의 내적 갈등은 계획한 범죄에 대한 공리주의적·이타주의적 정당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인간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비참하고 "쓸데없는" 늙은 고리대금업자를 죽이는 것은 어떨까? 도스토옙스키는 이러한 공리주의적인 추론 방식이 널리 보급되고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것은 결코 라스콜니코프의 고통스럽고 무질서한 정신의 유일한 발명이 아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환경
도스토옙스키는 도시 생활과 이미지의 상징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들 중 하나이다. 에브닌은 《죄와 벌》을 "클라이맥스의 순간이 더러운 주막, 거리, 가난한 사람들의 음울한 뒷방에서 일어나는" 첫 유명 러시아 소설로 간주한다.

도널드 팽어는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표현된 진짜 도시는 그 분위기가 라스콜니코프의 상태에 반응하고 그것을 거의 상징한다는 점에서 정신의 도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도스토옙스키는 페테르부르크를 묘사하면서 라스콜니코프의 눈앞에 스쳐가는 추악함과 인간의 비참함을 강조한다. 그는 라스콜니코프와 마르멜라도프의 만남을 이용하여 라스콜니코프의 신념의 비정함과 그에 대항하는 대안적 가치를 미리 밝힌다.

평가
《러시아 통보》 1월호와 2월호에 실린 소설의 1부는 대중적으로 성공했다. 니콜라이 스트라코프는 소설이 1866년의 문학 센세이션이었다고 회고했다.

소설은 곧 자유주의적이고 급진적인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옐리세예프는 러시아의 학생 단체들을 변호하며 "학생이 도둑질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실존주의자 장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는 도스토옙스키에게 영향을 받았다.








죄와 벌의 본질

나 같은 괜찮은 사람이 누구나 경멸할만한 못된 부자를 죽여 그 돈으로 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한다면?
이런 생각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도스토예프스키 책을 즐겨 읽던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 못된 부자가 죽고, 더 많은 사람이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일이라면, 꽤 정의로운 결론이 아닌가 내심 생각했을 것이다. 가능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공리주의, 다 같이 공평하게 나누자는 공산주의에 강한 매력을 느꼈던 기억, 신창원이라는 의적을 향해 응원의 마음을 품었던 기억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못된 부자들이라는 막연한 대상에 대해 굉장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똑같이 누리지 않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나는 불같이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진 <죄와 벌> 책 속의 주인공 같은 젊은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살인을 저지른 후 주인공의 다음 행보가 너무나 답답했다.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해놓고 그렇게까지 사람이 망가져 가는 이유를 가늠할 수 없었다. 왜 처음에 뜻했던 대로 그 돈으로 멋진 일을 하며 잘 살아가지 않는 거지? 자신 있게 좋은 일을 계획하고 행하지 못하는 거지? 왜 자책하다가 감옥까지 가는 거지? 정말 이상하고 찌질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이름들이 길어서 읽기도 너무 힘든데, 왜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대작가로 인정받는지,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읽어보라고 권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미안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결코 끼워 넣어 줄 수가 없었다. 멋진 영웅도 기상천외한 서사도 없이, 힘이 쭉 빠지는 비참한 비극으로 낼름 미끄러져버리는 B급 드라마 같은 이야기로 속 시끄럽고 머리만 아프게 하는 작가의 글은 도무지 쾌적하고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초인 사상과 사람의 본질, 사람에게 필요한 가치를 꿰뚫어 낸 작가

이때, 1860년대 유행하던 초인 사상은 니체의 초인 사상이 아니라 나폴레옹 3세에게서 나온 초인 사상으로, 사람의 종류가 초인과 평범한 사람으로 나누어지며, 초인은 대의를 위해 범인들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짓을 해도 죄가 되지 않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식의 사상으로 당시 엄청난 논란거리였다고 전해진다.  

'내가 초인이라면...?'

그런 생각은 돈 때문에 고통받는 현실에 짓눌려 학교를 쉬어야 했고,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에게 팔려가듯 시집가는 누이를 보는 것이 마음 아픈 가난한 청년에게 획기적인 '돌파구'로 다가왔다.

자신이 이 세상을 심판하고 좋은 방향으로 정리해 내는 인신, 초인의 역할을 담당한다면, 그는 가난에 허덕이는 자신과 가족의 삶을 구해내고 동시에 이 세상을 위한 정의도 멋지게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저지르는 살인은 범인이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죄가 아니라, 역사의 영웅들이 내 조국의 세력을 넓히고 많은 사람에게 안전한 삶의 터전을 보장하기 위해 저지른 전쟁과 같은 필요악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다. 초인이 되는 일은 그에게 모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의로운 이념과 이상을 이루는 멋진 돌파구가 될 것이었다. 빨간 한복을 입고 제사만 지내면 조상도 내 인생도 다 편안해진다는 '도를 아십니까' 보다 10 배쯤 더 설득력이 있는 한방의 해결법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그러나 초인이란 건 잠시 마음을 혹하고 지나간 허상일 뿐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죄를 저지르는 그 순간, 내면이 죄의식에 잠식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범인에 불과한 주인공. 그냥 돈을 향한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몹쓸 짓을 저지른 가난에 몸부림치던 젊은 범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후 왜 더 힘들어했는지를 이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가난이라는 감옥보다 더 숨을 옥죄는 더 답답하고 견디기 힘든 감옥은 죄의식과 그 죄의식이 불러오는 내면의 사망, 그리고 자기혐오라는 감옥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 감옥을 깨고 나오지 않고는 결코 인간답게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도 자유로워질 수 없으니, 그는 결국 자수하고 시베리아 유배를 감수했다는 걸 이젠 알겠다.

왜 스스로 초인의 길을 걷지 못하고, 평범한 범인의 심리에 휘둘려 부자에게 훔쳐낸 금품을 땅에 묻어 버리고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시베리아라는 벌을 택하는 거지 생각했었던 건 사람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고 어린 생각이었다. 죄에는 벌이 따를 뿐.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그 행동의 결과 내면의 감옥에 갇히는 벌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는 그 무서운 내면의 벌을 끝내기 위해 자신의 죄를 사회에 알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대가를 치르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런 후에야 그는 다시 자유를 되찾고, 세상과 다시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며 인간다운 삶을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 

죄와 벌은, 사람을 세상을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내던진 무모한 청년이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사람에게 필요한 진짜 가치들을 - 자유, 사랑, 소통 -를 깨달아 가는 성장 이야기라는 큰 그림을 이제야 본다. 죄와 벌은, 죄를 계획하고 저지르고 합리화하는데 능숙한 인간의 본성, 그러나 죄를 지은 후 인간의 내면에 일어나는 형벌로 더 이상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의 운명, 그런 인생의 형편을 상기시키고 거기서 스스로를 구해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차가운 족쇄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발목에 채워졌다. 그는 시베리아의 옴스크에 위치한 감옥에서 이 무거운 족쇄를 질질 끌며 4년을 보냈다. 읽거나 쓰는 행위는 일체 금지였고, 종일 중노동에 시달린 뒤에야 고단한 몸을 뉘일 수 있었다. 비참한 감옥살이를 이어가는 동안,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과 같은 신세에 처한 허구의 인물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 인물이 겪고 느끼는 일들이 하나하나 그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그는 반드시 살아남아서 이 이야기를 글로 옮기겠다고 결심했다.

훗날 작가는 《죄와 벌》이 감옥에서 지은 이야기라고 전하며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기분에, 슬픔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침상에 누워서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회고했다. 감옥생활을 계기로, 도스토예프스키는 범죄와 그 동기에 관해 진지하게 숙고해보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은 살인자가 아니었지만, 한 인간이 죄를 짓고 벌을 받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이해한 상태에서 이야기 속 주인공을 살인자로 만들었다.

1847년 초, 도스토예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의 집에서 매주 한 번씩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문학, 철학, 정치를 포함한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약 1년이 지난 어느 날, 도스토예프스키는 새벽 4시에 잠에서 깼다. 그의 방에 웬 남자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이른바 ‘페트라셰프스키 서클’이라 불리는 비밀조직에 가담한 죄로 긴급 체포되었다.

당시 제정 러시아의 황제였던 니콜라이 1세는 유럽 전역에 퍼진 정치적 불안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프랑스에 공화정부가 들어선 마당에, 러시아에서도 혁명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정치적 질서를 바로잡는 동시에 자신의 통치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황제는 잠재적인 반체제 단체를 면밀히 감시했다. 그리고 운 없게도 페트라셰프스키 서클이 그 감시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강도 높은 심문이 넉 달이나 이어진 끝에,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구성원들에게 전원 총살형이 선고되었다. 혹독한 추위가 살을 에는 듯하던 12월의 어느 날 아침, 간수들이 스물여덟 살의 청년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죄수들을 어딘가로 끌고 가 일렬로 세웠다. 1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열여섯 명의 사수(射手)들이 있었다. 곧이어 죄수들은 명령에 따라 세 명씩 짝을 이뤄 나뉘었다. 가장 먼저 처형될 세 명에게 두건이 씌워졌다(도스토예프스키가 속한 무리는 다음 차례였다). 집행관의 우렁찬 신호가 울려 퍼졌다.

“장전! 조준!”

뒤이어 정적이 흘렀다. “발사!” 신호는 없었다. 대신 특사가 가져온 황제의 새 명령문이 큰소리로 낭독되었다.

“죄인들의 목숨만은 살려주되, 사형 대신 장기간 복역형을 명하노라!”

이 극적인 상황은 전부 니콜라이 1세가 꾸민 일이었다. 그들이 죄의 무게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도록 사형집행 직전의 상황까지 몰고 간 후에 형량을 감해준 것이다. 얼마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옴스크로 이송되었다. 그는 그곳에 도착한 1850년 1월부터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4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고된 일과를 마친 후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침상에 누운 순간, 작가의 뇌리를 스친 문학적 영감이 어두운 감방에 한 줄기 빛을 드리웠다. 그리고 그 빛은 훗날 《죄와 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옴스크에서 복역하던 시절에 이미 ‘범죄의 고백’ 을 다루는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1860년에 이르러서야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딱 알맞은 실존인물을 우연히 알게 된 덕이었다. 당시 도스토예프스키는 친형 미하일이 창간한 월간지 <브레미아Vremya(시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었다. <브레미아>는 일반인의 사회 참여를 도모하는 데 주력하는, 자그마치 5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잡지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기삿거리를 찾아 프랑스의 법정을 뒤지고 다니다가 아주 이례적인 사건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피에르-프랑수아 라스네르는 여느 범죄자와 확연히 달랐다. 그는 재기 넘치고 박식하며 자의식이 강한……, 살인마였다. 라스네르는 주먹다짐을 하던 상대가 죽어버린 일을 계기로 본인이 타고난 범죄자임을 깨달았다. 죽어버린 상대 앞에서 그가 느낀 것은 죄책감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 태어난 듯, 성취감마저 느꼈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는 관심사를 시 쓰기로 돌렸지만, 시인으로서의 평온한 삶에 만족할 그가 아니었다. 라스네르는 수차례에 걸쳐 강도행각을 벌였고, 매번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자신의 ‘범죄예술’을 완성시켰다. 그는 다시 감옥에 갇혔지만, 쇠창살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자신의 죄를 탓하는 데 허비하지 않았다. 그에게 감방이란 문학과 정치와 종교에 관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비상한 범죄자의 사연에 매료된 도스토예프스키는 라스네르를 모델로 《죄와 벌》의 타락한 주인공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리니코프를 탄생시켰다. 소설과 현실의 두 범죄자는 모두 살인을 돈 버는 수단으로 치부하고, 둘 다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실상 라스네르는 라스콜니코프만큼 돈에 쪼들리는 형편은 아니었다. 가난한 자의 비애에 관해서라면, 감방에 갇힌 프랑스의 살인마보다 작가 자신이 훨씬 더 전문가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끊임없이 빚쟁이들의 위협에 시달렸다. 1865년, 그는 돈 문제를 잊고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독일의 비스바덴으로 떠났다. 그렇지만 빚쟁이들에게서 벗어났을지언정 나약한 자신에게선 벗어날 수 없었던 그는 그곳에서도 도박에 빠져 금세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가 모든 것을 잃었던 그 순간이 곧 《죄와 벌》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머릿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생각의 단편들이, ‘파산의 충격’으로 한데 모여 하나의 이야기틀로 짜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필에만 몰두했다. 물론 돈이 절실했지만, 그래도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꺾을 만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어느덧 꽤 많은 분량으로 늘어난 《죄와 벌》 원고를 깨끗이 포기하고 처음부터 새로 쓰기로 결정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새로운 형식, 새로운 줄거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 그때까지 쓴 원고는 모두 불태워버렸다고 전했다. 과연 작가의 본능은 옳았다.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펜이 종잇장 위를 훨훨 날듯이 움직이며 엄청난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됐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3개월 후인 1866년 1월, 《죄와 벌》 제1부가 <러스키 베스트니크Ruskii Vestnik(러시아 통보)>에 실렸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미 수많은 작품을 써왔지만, 이번 작품은 그의 전작들을 모두 뛰어넘는 수작이었다. 어느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러스키 베스트니크>는 12개월 동안 《죄와 벌》을 연재했고, 그동안 정기구독자 수가 500명이나 늘어나는 특수를 누렸다. 이렇듯 문예지를 통해 러시아 문학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은 《죄와 벌》은, 이듬해인 1867년에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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