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금속성
김현승
모든 것은 나의 안에서
물과 피로 육체를 이루어 가도
너의 밝은 은(銀)빛은 모나고 분쇄(粉碎)되지 않아
드디어 무형(無形)하리만큼 부드러운
나의 꿈과 사랑과 나의 비밀을
살에 박힌 파편(破片)처럼 쉬지 않고 찌른다.
모든 것은 연소되고 취(醉)하여 등불을 향하여도,
너만은 물러나와 호올로 눈물을 맺는 밤……
너의 차가운 금속성(金屬性)으로
오늘의 무기를 다져 가도 좋을,
그것은 가장 동지적(同志的)이고 격렬한 싸움!
개관
- 성격 : 감각적, 묘사적, 상징적, 주지적, 의지적, 비유적, 사색적
- 표현 : 추상적인 대상(양심)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형상화함. / 대조적인 상황설정으로 대상의 특성을 드러냄.
- 제목 : 양심의 금속성 → 차가운 금속성은 인간적인 비정함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비타협적인 속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심을 지키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드러낸 것임.
- 주제 : 양심에 따르는 삶의 자세(양심의 본질)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모든 것 → 양심을 제외한 모든 것, 욕망
* 물과 피로 육체를 이루어 가도 → 양심이 아닌 것들의 가변성 또는 양심적이지 않은 안락한 삶이 화자의 육체에 깃들여 있는 상태 / 우리의 육체는 양심이 아닌 욕망에 더 익숙해져 있는 상태임을 뜻함.
* 너 → 양심
* 밝은 은빛은 모나고 분쇄되지 않아 → 양심의 속성(밝게 빛남, 모남, 견고함)을 나타냄.
* 모남 → 양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듬어지지 않는, 적당히 길들여지지 않는 것임을 의미함.
* 무형(無形)하리만큼 부드러운 / 나의 꿈과 사랑과 나의 비밀을 → 화자의 내면에 자리잡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들, 반성이 없는 삶들
* 살에 박힌 파편처럼 쉬지 않고 찌른다 → 양심의 가책
* 모든 것은 연소되고 취하여 → 세속적인 유혹에 빠진 방탕한 삶
* 등불 → 본능적 욕망과 충동
* 눈물 → 반성과 고독과 회한의 눈물
* 차가운 금속성 →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비타협적인 양심의 속성
* 오늘 → 불합리하고 비양심적인 시대 현실
* 무기 → 삶을 지켜주는 방어 수단, 가치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
* 그것은 가장 동지적(同志的)이고 격렬한 싸움 → 모순된 진술(역설) / 양심은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자아와는 동지적 관계에 있으며, 그러한 삶을 거부하는 자아와는 격렬한 싸움이 불가피한 적대적 관계에 있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임. / 양심적인 삶은 끊임없는 갈등과 반성 속에서만 지켜갈 수 있음을 의미함.
시상의 흐름
- 1연 : 양심과 무관한 삶
- 2연 : 양심의 구체적인 형상화(양심의 불변성-빛깔, 형태, 견고성)
- 3연 : 양심의 적극적 기능 - 세속적 욕망을 질타함.
- 4연 : 양심의 소극적 기능 - 삶의 고독함
- 5, 6연 : 양심의 필요성 - 올바른 삶으로 이끌어 줌.(심리적 긴장감)
이해와 감상
시적 화자의 현실 인식은 다분히 비극적이다. 왜냐하면, 시적 화자가 몸담고 살아가는 '오늘'이 '양심'을 무기로 삼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비양심적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시적 화자가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내면의 연약함, 본능적 욕구, 충동적인 욕망, 그리고 양심이 요구하는 명령과 규제를 거부하는 내면의 비양심적인 태도이다. '은빛으로 빛남', '모남', '견고함'으로 이해되는 '금속성'을 '양심'과 결합하여 양심의 본질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양심은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대상이다. 그것은 우리의 감각으로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시인은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밝은 은빛', '파편', '금속성' 등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의 무기'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양심의 본질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즉, 양심은 우리를 괴롭힌다. 그리고 고독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양심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불합리한 세상에서 올바르게 살 수 있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양심을 간직하고 사는 것은 쉽지 않기에 양심적인 삶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면서 사는 것은 또 하나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이 시는 결국 양심과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육체적 욕망과의 내적 갈등을 형상화하였다. 양심을 금속성을 지녔다고 표현함으로써 양심이 결국은 승리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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