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Imperium Romanum은 흔히 로마 '제국'이라 번역됨. 하지만 이 번역은 틀렸다곤 할 수 없어도, 당대인이 생각하던 이미지를 현대인들에게 전달해주지 못함
왜냐하면 현대인들이 제국, 왕국, 나라 같은 말을 떠올리면 우선 '판도'를 가진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Imperium Romanum은 Civitas(희랍어: Polis)들의 반강제적인 연합 체제이기 때문임. 그리고 '도시'로 흔히 번역되는 Civitas(Polis)는 고대 희랍-로마인들에게 이미 하나하나가 '국가'이고 '사회'였음.
그렇다면 Imperium Romonum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답은 '로마(인)의 다스림', '로마(인)의 통치권'임.
본래 라틴어 Imperium은 옥타비아누스 이전에도 다스림, 통치권을 의미했음. "공화정 로마의 집정관들이 Imperium을 받았다"할 때는 '제국'이 아니라 다스림, 통치권의 의미임. 지휘관이 군사적 Imperium을 받았을때도 바로 이 의미임.
Imperium Romanum이란 말의 본래적 의미를 생각하고 싶다면, 고대의 상징 체계를 우리 머리 속에 그대로 재현하면 됨.
1. 우선 의인화된 Civitas(polis)들이 있음. 로마, 알렉산드레이아, 안티오케이아, 카르타고, 아테나이, 코린토스 등등등이 의인화되어 있음.
이해하기 쉽도록 이걸 폴란드볼처럼 상상하고 간단히 '폴리스볼'이라 명명하자.
이 '폴리스볼' 사이에서 로마볼이 통치권(Imperium)을 거머쥐고 다른 폴리스볼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Imperium Romanun(로마의 통치권, 로마의 다스림)
자, 그렇다면 상상해보자. 만약 이런저런 사정으로 로마볼이 Imperium을 내려놓고, 그걸 비잔티움볼이 가져갔다면?
이 경우 아무리 Imperium을 내려놓았어도, 로마볼은 로마볼임. 비잔티움을 '새 로마'라 수식할 수 있더라도, 옛날에 Imperium을 거머쥔 그 로마는 당연 서쪽에 있는 로마볼이고, 이건 그 어떤 말로도 절대 부정할 수 없음.
하지만 비잔티움볼이 가져간 Imperiun은 옛날에 로마볼이 거머쥐었던 그 Imperium이 맞고 비잔티움은 '새 로마'라 수식되니까, 비잔티움볼의 Imperium은 당연히 Imperium Romanum(로마인의 통치권)임.(단, 흔히 있는 오해와 달리 콘스탄티노폴리스의 공식 명칭은 언제나 콘스탄티노폴리스였고, '새 로마'는 단지 수식어였음)
요약하자면, 군대에서 지휘관이 군인들을 지휘하는 Imperium(다스림)이, 로마볼이 폴리스볼들을 다스리는 Imperium(다스림)에 적용시키면, 그게 바로 Imperium Romanum임.
그리고 이건 라틴어 Regnum(통치권, 왕권, 다스림)이나 희랍어 Basileia(통치권, 왕권, 다스림)에 모두 적용할 수 있음. Basileia Rhōmaiōn은 로마인의 제국이 아니라, 로마인의 다스림임.
(같은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나라[Basileia]가 오시며"라 기도할 때는 공간적 의미의 테라포밍이 아니라, "아버지의 다스림이 오시며"를 말함)
요약
1. Imperium Romanum 혹은 Basileia Rhōmaiōn란 말을 들으면
2. 판도 말고
3. 폴란드볼을 떠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