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반테 에리크 페보(스웨덴어: Svante Erik Pääbo, 1955년 4월 20일~)는 스웨덴의 유전학자로 주요 연구 분야는 진화유전학이다. 고유전학의 창설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해독하였다. 1997년부터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진화인류학 분과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멸종한 유인원의 게놈과 인간 진화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기여하여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였다.
교육 및 학위
스반테 페보는 195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에스토니아 출신의 화학자 어머니 카린 페보(Karin Päabo)의 양육 하에 자랐다. 부친은 스웨덴 생화학자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4)으로, 1982년 스웨덴 생화학자 벵트 잉에마르 사무엘손(1934~)과 영국의 약리학자 존 로버트 베인(1927~2004)과 함께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스반테 페보는 아데노바이러스 단백질 E19의 면역체계 조절 방법에 대한 연구로 1986년 웁살라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경력
페보는 고유전학 창설자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유전학은 사람속의 여러 고인류 친족 집단을 대상으로 한 유전학이다. 1997년에 페보와 동료들은 네안데르탈인 미토콘드리아DNA 염기서열을 해독하여 발표했다.
2002년 8월 페보의 연구소는 "언어 유전자"(FOXP2)와 관련한 연구를 발표하여 이 유전자가 개별적인 몇몇 언어 장애에서 보이는 결함 또는 결핍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하였다.
2006년 페보는 네안데르탈인들의 전체 게놈을 재구성하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타임 매거진》은 2007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하였다.
2009년 2월 미국최신과학협회는 시카고에서 열린 연례 회의에서 막스 플랑크 연구소 진화인류학팀이 최초로 네안테르탈인 게놈 전체를 해독하였다고 공인하였다. 연구소는 총 3억 개 이상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염기서열의 분석을 위해 454 라이프 사이언시스 사와 협력하였다.
2010년 3월 페보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베리아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 뼈에서 추출한 DNA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분석 결과 뼈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발표된 적이 없는 또다른 멸종된 고인류라는 것이 밝혀졌고 데니소바인으로 명명되었다.
2010년 5월, 페보와 그의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게놈' 초판본을 《사이언스》 저널지에 게재했다. 이 논문은 네안데르탈인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제외한 현생 유라시안인 사이에 혼혈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고대 인종과 호모사피엔스 사이 혼종 이론에 대해 과학공동체에서는 점차 지지하는 추세이다.
2014년 페보는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Neanderthal Man: In Search of Lost Genomes)를 출판하여, 네안데르탈인 게놈 지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과정과 인류 진화에 대한 단상을 삶의 일화와 함께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수상
1992년 독일 과학계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인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상을 수상하였다. 2000년 왕립 스웨덴 과학한림원의 회원이 되었고, 2005년 루이장테 의학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였다.
개인사
저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를 통해 소년같은 매력으로 그를 매료시킨 미국인 영장류 동물학자, 린다 비질런트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동성애자였다고 말한다. 현재, 그들은 결혼하여 라이프치히에서 아들과 딸을 함께 키우고 있다.
노벨생리의학상에 스웨덴 스반테 페보…게놈으로 ‘인류 진화’ 비밀 해독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상선정위원회는 2022년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을 단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위는 페보 소장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네안데르탈인(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로 약 3만 년 전 멸종)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고,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류인 ‘데니소바인’을 발견한 연구 업적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페보 소장은 지금은 멸종한 고인류들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로 이동했고, 이렇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오늘날 인간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했다. 선정위는 또 “오늘날 인간과 멸종된 인간을 구별하는 유전적 차이를 밝혀내, 무엇이 인간을 독특한 존재로 만드는지를 탐구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며 “(페보 소장이) ‘고유전체학( Paleogenomics)’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과학 분야를 확립했다”고 소개했다.
페보 소장은 현대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 뼈에서 채취한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을 해독하면서 학계 주목을 받는다. 디엔에이는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화학적으로 변형되며 박테리아 등 다른 생물체 디엔에이에 오염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페보 소장은 일반 디엔에이 대신 세포 내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에 주목, 분석 기술을 수십 년 동안 이어가는 끈질긴 연구 끝에 2010년 네안데르탈인 게놈 분석에 성공했다. 그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정보를 비교해 오늘날 유럽·아시아계 디엔에이 약 1~4%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수천 년 동안 공존하면서 교배가 있었다는 의미다.
2010년 페보 소장은 앞서 러시아 동쪽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4만년 된 손가락 뼈 디엔에이 분석으로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류 ‘데니소바인’을 발견했다.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에게서 데니소바인 디엔에이가 최대 6% 발견된다. 과학자들은 데니소바인이 약 4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서 갈라져 나와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산맥, 동남아 지역에서 살다가 3만~5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본다.
페보 소장은 지난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생화학자인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4) 아들로, 2대에 걸쳐 노벨상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