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국선생전(麴先生傳), 이규보

Jobs9 2021. 4. 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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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생전(麴先生傳)
                                    이규보 (李奎報)

  본문 읽기
 국성(麴聖-맑은 술)의 자(字)는 중지(中之-곤드레)이니, 주천(酒泉-춘추 전국 시대의 주나라에 있던 땅 이름, 이 곳에서 나는 물로 술을 빚으면 술맛이 좋다고 함)고을 사람이다. 어려서 서막(徐邈-중국 위나라 사람으로 지독한 애주가)에게 사랑을 받아, 막(邈)이 이름과 자를 지어 주었다. 먼 조상은 본시 온(溫)땅 사람으로 항상 힘써 농사지어 자급(自給)하더니, 정(鄭)나라가 주(周)나라를 칠 때에 잡아 데려 왔으므로, 그 자손이 혹 정나라에 널려 있기도 하다. 증조(曾祖)는 역사에 그 이름을 잃었고, 조부 모(牟-보리를 의인화한 명칭)가 주천(酒泉)으로 이사하여 거기서 눌러 살아 드디어 주천 고을 사람이 되었다. 아비 차(醝-흰 술 차, 흰 술을 의인화)에 이르러 비로소 벼슬하여 평원독우(平原督郵-맛이 좋지 않은 술, 뒤에 청주종사와 반대 의미)가 되고, 사농경(司農卿-司農侍의 벼슬아치. 사농시는 고려 때 제사에 쓰이는 米穀(미곡)과 적전(籍田) 일을 맡아보던 관아) 곡(穀-곡식을 의인화한 말, 술은 누룩과 곡물로써 만들었다. 술의 재료)씨의 딸과 결혼하여 성(聖)을 낳았다. 

 성(聖)이 어려서부터 이미 깊숙한 국량(局量-도량)이 있어, 손님이 아비를 보러 왔다가 눈여겨보고 사랑스러워서 말하기를, 

 “이 아이의 마음과 그릇이 출렁출렁 넘실넘실 만경(萬頃)의 물결과 같아 맑혀도 맑지 않고, 뒤흔들어도 흐리지 않으니 그대와 더불어 이야기함이 성(聖)과 즐겨함만 못하이.(주인공의 성품)” 하였다. 

 자라나자 중산(中山) 유령(劉伶-위·진 시대의 竹林七賢(죽림칠현)의 한사람, 酒德頌(주덕송)을 지음, 술을 좋아하던 사람)과 심양 도잠(陶潛-도연명, 술을 좋아했던 사람)과 더불어 벗이 되었다. 두 사람이 일찍이 말하기를, 

 “하루만 이 친구를 보지 못하면 비루함과 인색함이 싹돋는다.” 

하며 서로 만날 때마다 며칠이 가도 기쁨을 잊고 문득 마음에 취(醉)하고야 돌아왔다.

 고을에서 조구연(糟丘掾-거르지 않은 술 조, 조구라는 아전, 원래는 술지게미가 처마까지 닿았다는 뜻)을 시켰으나 미처 나아가지 못하였고, 또 나라에서 청주종사(淸州從事-질이 좋은 술, 무반 잡직의 벼슬, 평원독우와 반대의 의미)로 불러 공경(公卿)이 번갈아 가며 천거하니, 위에서 명하여 조서(詔書)를 공거(公車-兵車(병거)-전쟁에서 쓰이는 수레)에서 기다리라 하였다. 이윽고 불러 보시고 목송(目送-작별한 사람이 멀리 갈 때까지 바라보며 보냄)하며 말하기를, 

 “저 군이 주천(酒泉)의 국생(麴生)인가. 짐(朕)이 향기로운 이름을 들은 지 오래였노라.” 

하였다. 이보다 앞서 태사(太史)가 아뢰기를, 주기성(酒旗星)이 크게 빛을 낸다 하더니, 얼마 안 되어 성(聖)이 이른지라 임금이 또한 이로써 더욱 기특히 여기었다. 

곧 주객낭중(主客郎中) 벼슬을 시키고, 이윽고 국자제주(國子祭酒-나라의 제사에 올리는 술-벼슬이름)로 올리어 예의사(禮儀使-예의범절을 관리하는 관리)를 겸하니, 무릇 조회(朝會)의 잔치와 종조(宗祖-한 종교의 敎祖(교조))의 제사 · 천식(薦食-천신-봄·가을에 신에게 하는 굿-할 때 올리는 음식) · 진작(進酌-임금께 나아가 술을 올림)의 예(禮)에 임금의 뜻에 맞지 않음이 없는지라, 위에서 기국(器局-사람의 도량과 재간)이 둠직하다 하여 올려서 후설(喉舌-목구멍과 혀, 벼슬이름)의 직에 두고, 우례(優禮-두터운 예우, 국성에 대한 임금의 태도)로 대접하여 매양 들어와 뵐 적에 교자(轎子-고관들이 타는 가마-술상)를 탄 채로 전(殿)에 오르라 명하며, 국선생(麴先生-그의 위국충절하는 덕을 높이는 의미)이라 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으며, 임금의 마음이 불쾌함이 있어도 성(聖)이 들어와 뵈면 임금은 비로소 크게 웃으니, 무릇 사랑 받음이 모두 이와 같았다.

<중략>

 성품이 온순하므로 날로 친근하며 임금과 더불어 조금도 거스름이 없으니, 이런 까닭으로 더욱 사랑을 받아 임금을 따라 함부로 잔치에 노닐었다.

 아들 혹(酷-독할 혹), 폭, 역(醳(-진한 술 역)이 아비의 총애를 받고 자못 방자하니(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소), 중서령 모영(毛穎-붓)이 상소하여 탄핵하기를, “행신이 총애를 독차지함은 천하가 병통으로 여기는 바이온데, 이제 국성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서 요행히 벼슬에 올라 위가 3품에 놓이고, 내심이 가혹하여 사람을 중상하기를 좋아하므로 만인이 외치고 소리지르며 골머리를 앓고 마음 아파하오니(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요소 나열-탄핵 이유), 이는 나라의 병을 고치는 충신이 아니요, 실로 백성에게 독을 끼치는 적부입니다. 성의 세 아들이 아비의 총애를 믿고 횡행 방자하여 사람들이 다 괴로와하니, 청컨대 폐하께서는 아울러 사사(賜死)하여 뭇사람의 입을 막으소서.” 하니, 아들 혹 등이 그 날로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자살하였고, 성은 죄로 폐직되어 서인이 되고, 치이자(-술항아리)도 역시 일찍이 성과 친했기 때문에 수레에서 떨어져 자살하였다.

 일찍이 치이자가 익살로 임금의 사랑을 받아 서로 친한 벗이 되어 매양 임금이 출입할 때마다 속거에 몸을 의탁하였는데, 치이자가 일찍이 곤하여 누워있으므로 성이 희롱하여 말하기를, “자네 배가 비록 크나 속은 텅 비었으니, 무엇이 있는고?”하니 대답하기를, “자네들 따위 수백은 담을 수 있네.”하였으니, 서로 희학함이 이와 같았다.

 성이 파면되자, 제 고을과 격 고을 사이에 뭇 도둑이 떼지어 일어났다. 임금이 명하여 토벌하고자 하나 적당한 사람이 없어 다시 성을 발탁하여 원수로 삼으니, 성이 군사를 통솔함이 업하고 사졸과 더불어 고락을 같이하여 수성(愁城)에 물을 대어 한 번 싸움에 함락시키고 장락판을 쌓고 돌아오니, 임금이 공으로 상동후에 봉했다.

 1년 뒤에 상소하여 물러나기를 빌기를, “신은 본시 옹유의 아들로 어려서 빈천하여 사람에게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우연히 성주를 만나 성주께서 허심탄회하게 저를 후하게 받아 주시어 침닉(沈溺)에서 건져내어 하해 같은 넓은 도량으로 포용해 주심에도 불구하고 홍조에 누만 끼치고 국체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앞서 삼가지 못한 탓으로 향리에 물러가 편안히 있을 때 비록 엷은 이슬이 거의 다하였으나 요행히 남은 물방울이 유지되어, 일월의 밝음을 기뻐하여 다시 벌레가 덮인 것을 열어 젖혔습니다. 또한 양이 차면 넘어지는 것은 물(物)의 떳떳한 이치입니다. 이제 신이 소갈병을 만나 목숨이 뜬 거품보다 굽박하니, 한 번 유음을 내리시어 물러가 여생을 보전하게 하소서.”하였으나 임금은 윤허하지 않고 중사를 보내어 송계, 창포 등 약물을 가지고 그 집에 가서 병을 치료하게 하였다.

 성이 여러 번 표를 올려 굳이 사직하니, 임금이 부득이 윤허하자 그는 마침내 고향에 돌아와 살다가 천명으로 세상을 마쳤다. 아우 현은 벼슬이 이천석에 이르고, 아들 익, 두, 앙, 남 등은 도화즙을 마셔 신선술을 배웠고, 족자 추, 미, 엄은 다 적이 평씨에 속하였다.

 사신(史臣)은 이렇게 말한다. “국씨는 대대로 농가 태생이며, 성은 순덕과 청재로 임금의 심복이 되어 국정을 돕고 임금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여 거의 태평을 이루었으니, 그 공이 성대하도다. 그 총애를 극도로 받음에 미쳐서는 거의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혔으니, 그 화가 비록 자손에 미쳤더라도 유감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만년에 분수에 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가 능히 천명으로 세상을 마쳤다.「역」에 이르기를 ‘기미를 보아 떠난다.[見機而作(견기이작)-순리를 알고 처신함)’ 하였으니, 성이 거의 그에 가깝도다.“
 

  구절 풀이
* 곡(穀)씨의 - 성(聖)을 낳았다: 이 구절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누룩과 곡물로써 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 하루만 이 - 싹돋는다: 술을 몹시 좋아하여 ‘주덕송’을 지은 유영과 애주가로 유명한 도연명이 술의 속성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국성은 의인화된 대상임을 감안하여 풀이한다.
* 우례(優禮)로 - 부르지 않으며: 임금이 국성에 대해 두터운 예우로 대하고 고관들이 타는 가마로 궁궐에 들어옴에 허락하여 이름 대신 선생으로 칭하는 내용이다. 임금의 국성에 대한 예우와 대접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고 있는 구절이다.
* 平原督郵(평원독우)와 淸州酒從事(청주종사): 평원독우의 ‘郵’를 ‘憂’로 바꾸면 ‘근심 없이하는 벼슬’이란 뜻이며, ‘청주종사’의 ‘淸州’를 ‘淸酒’로 바꾸면 ‘술마시는 것을 일삼아 한다’의 듯이 된다. 평원도 격현에 있으므로 ‘평원독우’란 ‘膈上(격상-명치 위)’에 머물러 숨이 막히는 좋지 않은 술을 의미하며, 淸州(청주)는 제군에 있으므로 ‘청주종사’는 臍下(제하)까지 시원하게 넘어가는 좋은 술을 의미한다.
  

  핵심 정리
* 작자: 이규보
* 갈래: 假傳体(가전체)-물건의 의인화
* 주제: 爲國忠節(위국충절)의 敎訓(교훈), 君子(군자)의 處身(처신) 警戒(경계)
* 구성: 傳記的 구성(추보식)        
* 성격: 교훈적, 勸善的(권선적)  
* 특징: 한 인물의 일생만을 그린 단순한 구성형식을 취함. 사물을 의인화하여 우화적 기법 사용. 구어보다는 문어, 변역투의 문장 사용. 인물의 성격과 행적을 주로 나타냄
* 연대: 고려 중엽  
* 출전: 동문선, 동국이상국집
* 의의: 林椿(임춘)의 麴醇傳(국순전)에 영향을 받은 의인체 소설의 대표작. 술을 의인화한 戒世懲人(계세징인)의 문학
* 내용: 술을 의인화하여 爲國忠節(위국충절)의 대표적 인물로 등장시켜 분수를 망각한 인간성의 결함과 비정을 풍자한 가전체 
* 출전: 동문선(東文選)


  가전(假傳)
 교훈을 목적으로 사람의 일생을 압축, 서술한 교술문학이다. 물건을 의인화하여 경계심을 일깨워 줄 목적으로 지어졌다. 앞서 생성된 패관문학이 개인의 창작물이 아님에 비하여 가전은 개인의 창작물이어서 소설에 한 발짝 접근된 형태이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
 고려 시대 문인.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1189년 사마시, 이듬해 문과에 급제, 걸출한 시호(詩豪)로서 호탕 활달한 시풍으로 당대를 풍미했으며,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감상을 적은 즉흥시로 유명했다. 처음에는 도연명의 영향을 받았으나 개성을 살려 독자적인 시격을 이룩했다. 시와 술, 거문고를 즐겨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자칭했다. 저서로는 <동국이상국집>, <백운소설> 등이 있다.

 
   ‘국선생전’의 주제의식
 이규보는 이 작품을 통해 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덕과 패가망신의 인과 관계를 군신 사이의 관계로 옮겨 놓고, 그 성패를 비유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국성을 신하의 입장으로 설정하고 있음이 주목되는데, 이는 유생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신하로서 군왕을 보필하여 치국의 이상을 바르게 실현하는 데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라 하겠다. 신하는 군왕으로부터 총애를 받게 되면 자칫 방자하여 신하의 도리를 잃게 되어, 한때 유위유능(有爲有能)한 존재에서 국가나 민생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기 쉽고, 마침내 자신의 몰락까지 자초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신하는 신하의 도리를 굳게 지켜 나감으로써 어진 신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때를 보아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작자는 국성의 공적은 막힌 것을 열어 주고, 경화된 것을 풀어 주는 데 있다고 하여 스스로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선생전’과 ‘국순전’과의 관계
 이규보의 ‘국선생전’은 임춘의 ‘국순전’과 마찬가지로 술(누룩)을 의인화의 대상으로 하였지만 그 주제는 다르다. ‘국순전’은 도량과 인품을 갖추고 있는 국순이 방탕한 군주에게 등용하되었다가 세상을 어지럽히고는 은퇴해서 곧 죽었다는 내용으로, 정사를 돌보지 않는 군주까지 비판하면서 술로 인한 폐해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에 ‘국선생전’의 국성은 도량이 크고 성품이 어질며 충성이 지극한 긍정적 인물로 서술되었다. 국성이 ‘국선생’이라 불린 점이라든가, 만년까지 제 본분을 지키고 화평한 삶을 누린 것이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두 작품은 술의 내력, 성질, 효능 등을 사람의 개성, 기질, 욕구 등으로 의인화하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나, 사건 구조와 인물형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 가운데서 술의 효능과 가치를 훨씬 긍정적으로 표현한 쪽은 물론 이규보의 ‘국선생전’이다.

 해설 1
 이 작품은 임춘의 ‘국순전'과 함께 술(누룩)을 의인화하여 교화를 목적으로 한 가전(假傳)문학이다. 이 작품이 비록 '국순전'의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으나, 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면이나, ‘위국충절'의 주제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르게 평가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드러나는 인물의 행동 양식은 <국순전>의 ‘국순'과는 다른 행동을 보여 준다. 즉 ‘국선생'은 비록 미천한 몸이었지만 성실히 행동하였기 때문에 관직에 등용되었고, 또 총애가 지나쳐 잘못을 저지르지만, 물러난 후 후회할 줄 알며, 국난을 당해서는 백의종군하였다는 행동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이 작품은 주제의식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훈을 강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해설 2
 가전(假傳)은 고려 중엽부터 창작된 양식으로서, 사물을 역사적 인물처럼 의인화하여 그 가계(家系)와 생애 및 공과(功過)를 전기 형식으로 서술한 한문 문학 양식이다. 따라서, 실전(實傳)에 상대되는 뜻으로 가전이라 하며, 의인 전기체라고도 한다. 가전 속의 사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나름의 개성과 기질, 욕구를 가지고 희비와 성쇠를 겪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국 선생전'은 임춘(林椿)의 ‘국순전(麴醇傳)'과 마찬가지로 술(누룩)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주제는 다르다. ‘국순전'은 주인공인 국순이 세상에서 귀하게 대접받고, 방탕한 군주에게 크게 등용되었다가 나라를 어지럽혀서 내침을 당하고, 분한 나머지 병이 들어 죽는다는 내용이다. ‘국선생전'의 국성은 일시적인 시련을 견딜 줄 알아서 성품이 어질고 덕과 충성이 지극한 긍정적 인물로 서술되었다


 해설 3
 고려 때의 학자면서 문신인 이규보가 지은 것으로, 술을 의인화한 국성을 위국 충절의 대표적 인물로 등장시켜 분수를 모르는 인간성의 비정을 풍자한 가전체 작품이다.

 작자는 이 작품을 통해 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덕과 패가 망신의 인과 관계를 군신 사이의 인과 관계로 옮겨 놓고, 그 성패를 비유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국성을 신하의 입장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주목되는데, 이는 유생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신하로서 군왕을 보필하여 치국의 이상을 바르게 실현하는 데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다. 신하는 국왕으로부터 총애를 받다보면 자칫 방자하여 신하의 도리를 잃게되어, 국가나 민생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기 쉽고, 마침내 자신의 몰락까지 자초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신하는 신하의 도리를 굳게 지켜나감으로써 어진 신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때를 보아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해설 4
 이 작품은 임춘의 ‘국순전’과 함께 술(누룩)을 의인화하여 위국충절을 교화한 가전 문학이다. ‘국선생전’은 ‘국순전’의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으나, ‘국순전’이 향락만을 일삼는 요사한 벼슬아치를 풍자한 반면, ‘국선생전’은 위국충절의 대표적 인물을 등장시켜 사회적 교화를 강조하였다.

 이 작품에 대한 작자 자신의 사평(史評)을 보면, 

 “국씨는 본래 한미한 농가의 소생으로 기신하여 국사에 기여했으며, 제왕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태평성대를 이루는 데 공이 컸으나, 과분한 은총을 입고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혀 그 화가 자손에게까지 미쳤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원한도 없이 물러나 자성하였고, 만년에는 분수를 지킬 줄 알았으며 천수(天壽)로 세상을 마쳤다. ‘기미를 보아 이루어 나간다. 즉 순리를 알고 처신한다’라는 주역의 기록과 부합되는 바가 있지 않느냐?”

고 하였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술을 의인화하여 그 인물을 ‘선생’이라 일컫고, ‘국성(麴聖)’이라고까지 칭찬했다. 국성의 공적은 막힌 것을 열어 주고, 경화된 것을 풀어 주는 데 있다고 본 데에서 작자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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