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許蘭雪軒)

Jobs9 2021. 4. 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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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許蘭雪軒)

작품 해제
 15세 무렵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한 허난설헌의 작품이다. 일명 <원부사(怨夫詞)>, <원부사(怨婦辭)>, <원부가(怨婦歌)>라고도 한다. 남성 위주의 유교적 봉건 사회에서 기생집을 드나드는 남편을 기다리며 속절없이 늙어 가는 자신에 대한 한탄과, 그러면서도 어찌할 수 없이 그리워지는 남편에 대한 기다림 등이 섬세하고 애절한 여성적 필치로 그려져 있다. 당시 여성들은 ‘삼종지도(三從之道)’,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봉건 윤리 속에서 남성들에게 예속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슬픔은 여성인 작자 자신이 그러한 사회 속에서 겪어야 했던 외로움과 한이 표출된 것이다. 한탄과 원망을 굳이 감추지 않고 삶의 고난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 사실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기풍인 조선 후기 문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기도 하였다.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던 가사에 여성이 작자층으로 등장하면서 규방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 후대의 규방가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이 의의라 할 수 있다.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에 의하면 허균의 첩 무옥(巫玉)이 지었다는 설도 있으나  <고금가곡>에 허난설헌이 작자로 밝혀져 있고, 허난설헌의 오언 고시 '소년행'과 '규원가'가 그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대체로 허난설헌 작이라는 설이 정설로 취급되고 있다.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父生母育(부생모육) 辛신苦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제, 公공候후配배匹필은 못 바라도 君군子자好호逑구 願더니, 三生(삼생)의 怨원業업이오 月下(월하)의 緣연分분로 長장安안遊유俠협 경박자(輕薄子) 치 만나 잇서, 當時(당시)의 用心(용심)기 살어름 디듸는 듯, 

구절 풀이
* 저멋더니 : 젊었었는데  * 마 : 하마. 어찌  * 늘거니 : 늙었는가  * 少年行樂(소년행락) : 젊어서(어렸을 적) 즐겁게 놀던 일  * 일러도 : 말을 한다 하여도. 말해봐야  * 서른 : 서러운  * 말 : 말. 사연. 하소연  * 父生母育(부생모육) : 어버이는 날 낳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심  * 신고(辛苦)여 : 몹시 고생하여  * 공후배필(公侯配匹) : 공(公)과 후(候)와 같은 높은 벼슬아치의 아내  * 군자호구(君子好逑) : 훌륭한 남자의 좋은 아내  * 원업(怨業) : 원한 맺힌 업보  * 월하(月下) : 부부의 연분을 맺어 준다는 노인. 월하노인(月下老人), 월하빙인(月下氷人)도 같은 뜻이다  * 장안유협(長安遊俠) : 서울 거리에서 이름난 호탕한 풍류객. 건달  * 경박자 : 경거망동하는 사람  * 치 : 꿈처럼  * 當時(당시) : 시집을 막 간 그 당시  * 용심(用心)기 :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현대어 풀이
엊그제 젊었더니 어찌 벌써 이렇게 다 늙어버렸는가? 어릴 적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보아야 허망할 뿐이로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사연 말하자니 목이 멘다. 부모님이 낳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여 이 내 몸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치의 배필은 바라지 못할지라도 군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바랐더니, 전생에 지은 원망스러운 업보요, 부부의 인연으로 장안의 건달 같은 경박한 사람을 꿈같이 만나, 시집간 뒤에 남편 시중들면서 조심하기를 마치 살얼음 디디는 듯하였다. 


三五(삼오) 二八(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여질) 절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기약)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다猜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설鬂빈花화顔안 어 두고 面目可憎(면목 가증)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임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慚참愧괴니 누구를 怨원望망리.

구절 풀이
* 삼오이팔(三五二八) : 열대여섯 살. 삼오는 십오, 이팔은 십육  * 겨오 지나 : 겨우 지나. 막 지나  * 천연여질(天然麗質) :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 이니 : 나타나니. 일어나니  * 百年期約(백년기약) : 부부가 평생을 같이 사이좋게 살아감  * 연광(年光) : 세월  * 훌훌고 : 빨리 지나가고  * 造物(조물) : 조물주. 운명  * 다시(多猜)야 : 시기함이 많아서  * 뵈오리 : 베틀의 베올 사이에  * 북 : 실꾸리를 넣는 나무통  * 설빈화안(雪鬢花顔) : 고운 머리채와 젊고 아름다운 얼굴  * 면목가증(面目可憎) : 모습이 미음. 얄미움  * 괼소냐 : 사랑할 것인가?  * 참괴(慙愧) : 부끄러워 여김

현대어 풀이
열다섯 열여섯 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저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평생을 약속하였더니, 세월은 훌쩍 지나가고 조물주는 시기가 많아 봄바람 가을 물이 베틀의 베올 사이에 북이 지나가듯 빨리 지나가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밉고 추한 모습만이 남았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고 알거니와 어느 임이 사랑할 것인가? 스스로 부끄러우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三三五五(삼삼오오) 冶야遊유園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白馬(백마) 金금鞭편으로 어어 머무는고. 遠近(원근)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구절 풀이
* 三三五五(삼삼오오) : 3명씩 혹은 5명씩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  * 야유원(冶遊園) : 기생집. 난봉꾼이 노는 곳  * 새 사람 : 새로 들어온 기생  * 나단 말가 : 났다는 말인가, (새 기생이) 들어왔단 말인가?  * 백마금편(白馬金鞭) : 좋은 말과 좋은 채찍. 호사스런 행장(미화법)  * 遠近(원근)을 모르거니 : 자기 남편이 멀리 있는지,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는 말

현대어 풀이
여러 사람이 떼 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 없이 나가서 호사스러운 행장을 하고 어디어디 머물러 노는고? 남편이 멀리 있는지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욱 알 수 있으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 두  김도 길샤 설흔 날 支離(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 진고. 겨울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는 무스 일고. 三春花柳(삼춘화류) 好時節(호시절)에 景物(경물)이 시름업다. 가을  방에 들고 蟋실蟀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숨 디 눈물 속절업시 혬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구절 풀이
* 긋쳐신들 : 끊어졌다한들  * 각이야 : 그리운 생각(마음)이야  * 마르려믄 : 말려무나. 말 것이지  * 열 두  : 예전에는 하루를 12시간으로 나누었다. 하루 온종일  * 김도 길샤  : 길기도 길구나  * 支離(지리)다 : 지루하다  * 옥창(玉窓) : 여자가 거처하는 방, 또는 그 방의 창문  * 심 : 심은  * 픠여 진고 : 피었다가 졌는가. 즉 몇 년이나 흘렀는가  * 자최눈 : 자국눈.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조금 내린 눈  * 섯거 치고 : 섞어 내리고. 뿌려 치고  * 구 비 : 궂은비  * 三春花柳(삼춘화류) : 봄철의 버드나무  * 景物(경물) : 사물의 모습. 여기서는 눈앞에 펼쳐진 봄 풍경  * 시름업다 : 흥겨움이 없다. 관심 없다  * 실솔(蟋蟀)이 상(床)에 울 제 :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 디 : 떨어지는  * 헴만 : 헤아림만 * 만타 : 많다

현대어 풀이
겉으로는 인연을 끊었다지만 임에 대한 생각이야 없을 것인가? 임의 얼굴을 못 보니 그립기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하루가 길기도 길어 한 달 서른 날이 지루하다. 규방 앞에 심은 매화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찰 때 자국눈 섞어 내리고, 여름날 길고 긴 때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온갖 꽃 피어나고 버들잎 푸르른 이 좋은 봄날에 아름다운 경치를 보아도 아무 흥이 없구나. 가을 달이 방에 비추고 귀뚜라미는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흘리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만 많구나.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도다.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녹綺기琴금 빗기 안아, 碧벽蓮련花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소湘상夜야雨우의 댓소리 섯도 , 華表(화표) 千年(천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래 잇다마, 芙부蓉용帳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간腸장이 九曲(구곡) 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구절 풀이
* 도로혀 : 돌이켜  * 풀쳐 혜니 : 풀어 헤아리니. 곰곰이 따져 생각해 보니  * 돌라 노코 : 돌려놓고  * 녹기금(綠綺琴) : 한나라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탔다는 거문고. 이 거문고로 ‘봉구황곡(鳳求凰曲)’을 타서 탁문군(卓文君)을 꾀었다고 함  * 빗기 : 비스듬히  * 벽련화(碧蓮花) : 거문고 곡의 하나  * 시름 조 : 근심을 따라, 시름을 얹어  * 소상야우(瀟湘夜雨)의 : 소상강의 밤비에. 소상강 밤비가 대나무 숲에 내리는 경치는 소상 팔경(瀟湘八景)의 하나로서 처량하고 구슬픈 정경을 말한다  * 섯도  : 섞여 도는 듯  * 화표 천년(華表 千年)의 : 화표주(華表柱) 위에서 천 년 만에. 화표주(華表柱)는 묘 앞에 세우는 망주석(望柱石). 옛날 요동에 정영위(丁令威)라는 이가 영허산(靈虛山)에 가서 도를 배운 뒤 학이 되어 천 년 만에 돌아와 화표주에 앉았다 함  * 별학(別鶴)이 우니  : 별난 학이 울고 있는 듯  * 玉手(옥수) : 여자의 고운 손. 섬섬옥수(纖纖玉手)의 준말  * 타는 手段(수단) : (거문고를)타는 수법  * 녯 소래 잇다마 : 옛 고수의 정통을 이어 훌륭하지만  * 부용장(芙蓉帳) : 연꽃을 수놓은 휘장  * 간장(肝腸)이 구곡(九曲)되야 : 구곡간장(九曲肝腸)을 이루어. 마음이 괴로움으로 굽이굽이 뒤틀리어서  * 쳐서라 : 끊어졌구나

현대어 풀이
돌이켜 풀어 헤아리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할 것인가? 등불을 돌려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화곡을 시름에 얹어 연주하니,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망주석에 천년 만에 찾아 온 별학이 울고 있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 가락이 아직 남아 있지마는 연꽃 휘장을 친 방이 텅 비었으니 누구의 귀에 들릴 것인가? 간장이 마디마디 뒤틀려 끊어지겠구나.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닢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무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天上(천상)의 牽견牛우織직女녀 銀河水(은하수) 막혀서도, 七月 七夕(칠월 칠석) 一年一度(일년일도) 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消息(소식)조차 쳣는고. 欄난干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 바라보니, 草露(초로) 맷쳐 잇고 暮모雲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박命명 紅顔(홍안)이야 날 니 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구절 풀이
* 하리 : 차라리  * 의나 : 꿈에서나  * 즘생 : 짐승. 여기서는 벌레  * 원수로서 : 원수가 졌기에  * 오다 : 깨우느냐?  * 一年一度(일년일도) : 일 년에 한 번씩  * 실기(失期)치 아니거든 : 만나는 기약을 어기지 아니하는데  * 약수(弱水) : 신선이 사는 땅에 있다고 하는 강. 그 물에서는 기러기의 털조차 뜰 수가 없을 정도이므로 도저히 건널 수가 없다고 함. ‘장애물’의 의미  * 가렷관듸 : 가려 있기에  * 비겨 셔서 : 비스듬히 서서  * 고 : 곳에  * 설다 : 서럽다  * 薄박命명 紅顔(홍안) : 박복한 젊은 여자  * 날 니 : 나와 같은 젊은 사람이  * 지위 : 까닭. 이유  * 살동말동 여라 : 살 듯 말 듯하구나

현대어 풀이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 하니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는 나와 무슨 원수가 졌기에 잠마저 깨우는고? 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을지라도 칠월 칠석 일 년에 한 번 씩 때를 어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가 가리었기에 오고 가는 소식마저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님 가신 데를 바라보니, 풀끝에 이슬은 맺혀 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수풀 우거진 푸른 곳에 새소리가 더욱 서럽구나. 세상에 설운 사람 많다고 하려니와 박복한 젊은 여자 중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 듯 말듯 하여라.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명종-선조 때의 여류 시인. 본명은 초희(楚姬). 난설헌은 호. 허균의 누이. 15세 때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했다. 남편은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기방을 드나들며 풍류를 즐겼고, 시어머니는 시기와 질투로 그녀를 학대했다. 게다가 어린 남매를 잃고 뱃속의 아이마저 유산했다. 친정집에는 옥사(獄事)가 있었고, 동생 허균도 귀양가버리자 삶의 의욕을 잃고 시를 지으며 나날을 보내다가 27세로 요절했다. 그녀는 이처럼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작(詩作)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으며, 애상적 시풍의 특유한 시세계를 이룩하였다. 허난설헌은 황진이와 대조되는 시인이며 시집으로 ‘난설헌집’이 전하며, ‘규원가’ 외에 ‘봉선화가’도 그의 작품이라는 설이 있다. 

핵심 정리
갈래: 내방가사(규방 가사), 서정가사
주제: 봉건 제도하에서의 부녀자의 한(恨)
의의: 규방 가사의 선구자인 작품. 현전하는 최초의 여류 가사

해설
 남존여비(男尊女卑)나 여필종부(女必從夫)의 사상으로 철저하게 세뇌되었던 조선조를 살아가는 한 여인이 겪게 되는 한스러운 생활과 고독을 표현하고 있는 현존하는 최초의 여류가사이다. <규원가(閨怨歌)>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에 그려진 여인의 눈물 속에서 조선 사회가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회인지 알 수 있으며, 조선 남자들이 얼마나 가부장적으로 여성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며 살았는지 그 생활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체적으로 3단 구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사는, 덧없이 흘러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제는 늙어서 보잘 것 없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내용이다. 세월이 흘러감에 그 곱던 모습도 흉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얼굴에서 세월의 무상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서러움이 진하게 묻어 있다. 본사는 나간 지 1년이 넘도록 기생집을 전전하는 철없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한 슬픔과 외로움을 거문고를 연주함으로써 달래는 내용을 우아한  필치로 그려냈다. 결사는 원망스럽지만 한편으로 그립기도 한 임을 기다리며 서럽게 살아가는 자신의 안타까운 운명을 "세상의 서러운 사람 수없이 많다고 하지만 박명한 홍안이야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라며 서러워하고 있다.
 남성을 하늘로, 여성을 땅으로 여기는 유교적 이념에 의해 희생된 당대 조선 여인의 공통된 운명이 바로 작중 화자의 모습일 것이며, 이러한 여인의 공통된 운명이 우리나라 내방 가사가 폭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이 작품에는 섬세하고 절절한 서정과 우아하고 극진한 정서가 직서적(直敍的)으로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시풍이 시공과 남녀를 초월하여 공감을 주고 있으며 품격 있는 필치(筆致)는 조선조 양반가 부녀자들의 심성과 교양을 격조 높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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