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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ffrey West, 스케일, The Universal Laws of Life and Death in Organisms, Cities and Companies

Jobs 9 2024. 3.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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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ffrey West, 스케일

 

왜 바다생물들은 넓은 바다보다 산호 근처에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걸까? ‘다윈의 역설’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문명을 담아내는 그릇인 도시는 지난 100년간 현대 문명을 ‘창조적 엔진’으로서 강력하게 추동해왔다. 대체 도시는 왜 성장하며 어떻게 창조적 역량을 만들어왔을까? 
복잡계 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샌타페이연구소 소장을 지낸 제프리 웨스트는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면 그 도시의 창조적 역량은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창조적 역량은 개인의 창조적 능력의 합이 아니라,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겨나기 때문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범죄율, 오염, 환경파괴도 빠르게 늘어나지만, 개인 성장의 기회, 창조적 영감,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프라 또한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그의 연구는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보고다. 이 책은 도시, 인터넷, 교통, 생태계 등 무엇이든 간에 ‘사이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도시의 스케일이 어떻게 형성되며 그것이 도시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한다. 스케일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책 속으로
어느 포유동물이든 심장이 평생 뛰는 평균 횟수는 거의 같다. 생쥐처럼 작은 동물은 겨우 몇 년을 사는 반면, 고래 같은 거대한 포유동물은 100년 이상을 살 수 있음에도 심장이 뛰는 횟수는 거의 같다. ... 이런 놀라운 규칙성은 서로 전혀 다르고 고도로 복잡한 이 모든 현상의 밑바탕에 공통된 개념 구조가 있으며, 동물, 식물, 인간의 사회적 행동, 도시, 기업의 동역학, 성장, 조직 체계가 사실상 비슷한 일반 ‘법칙law’을 따름을 강하게 시사한다. --- p.14 

엄청난 숫자다. 앞으로 35년 동안 매주 평균 약 150만 명이 도시로 간다는 뜻이다.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감을 잡기가 쉬울 것이다. 오늘이 8월 22이라면, 10월 22일에 지구에 대도시 뉴욕만 한 곳이 하나 더 생길 것이고,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하나가 더 생기고, 2월 22일이 되면 다시 하나가 더 늘어난다. 지금부터 금세기 중반까지 지구에 뉴욕만 한 대도시가 두 달마다 하나씩 늘어난다. 그리고 인구가 겨우 800만 명인 뉴욕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1,500만 명인 뉴욕 대도시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하자. 
지구에서 가장 놀라우면서 야심적인 도시화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중국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20~25년에 걸쳐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신도시 300개를 건설하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 p.22~23  

도시는 놀라울 만치 회복력을 지니며, 대다수는 존속해왔다. 70년 전 원자폭탄 이 두 도시에 떨어졌지만, 그 도시들이 다시 번창하기까지 30년밖에 안 걸렸다는 놀라운 사례를 생각해보라. 도시를 죽이기란 극도로 어렵다! 반면에 동물과 기업은 비교적 쉽게 죽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다 결국은 죽는다. --- p.24 

123년 넘게 사는 사람은 왜 없을까? 구약성경에 인간의 수명이 70세라고 적혀 있는 수수께끼 같은 말은 어디에서 기원했을까? 신화 속의 므두셀라처럼 1,000년 동안 살 수는 없을까? 반면에 대부분의 기업은 겨우 몇 년을 살 뿐이다. 미국에서 상장기업 중 절반은 주식시장에 진입한 지 10년 이내에 사라진다. 소수는 상당히 더 오래 살지만, 거의 모두 몽고메리워드Montgomery Ward, TWA, 스튜드베이커Studebaker,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같은 기업의 전철을 밟는 듯하다. 왜 그럴까? --- p.26 

전형적인 복잡계는 일단 수많은 개별 구성 요소나 행위자가 모이면, 대개 그 개별 구성 요소나 행위자의 특성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그 특성으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도 없는 집합적 특징들이 드러나는 체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당신은 단지 세포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존재이며, 마찬가지로 당신의 세포는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분자의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 p.39

망은 에너지와 자원이 세포로 전달되는 속도를 결정하므로, 모든 생리적 과정의 속도도 설정한다. 세포는 더 작은 생물에 비해 더 큰 생물에서 체계적으로 더 느리게 작동하도록 제약을 받으므로, 삶의 속도는 크기 증가에 따라 체계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커다란 포유동물은 작은 포유동물보다 동일한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더 오래 살고, 성숙하는 데 더 오래 걸리며, 심장 박동이 더 느리고,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한다. 작은 생물은 빠른 차선에서 살아가는 반면, 큰 생물은 평생을 비록 더 효율적이긴 하지만 더 답답하게 움직인다. 쪼르르 움직이는 생쥐와 느릿느릿 걷는 코끼리를 비교해보라. --- p.48 

신약 개발 및 많은 질병 조사에서, 연구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모델 동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모델 동물은 대개 연구 목적을 위해 교배시키면서 특징을 정확히 다듬어온 표준 생쥐 집단이다. 의학과 약학 연구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런 연구들에서 나온 결과를 어떻게 인간에 맞게 규모를 확대할 것인가다. --- p.80 

부모라면 으레 아이가 열, 감기, 중이염 등 갖가지 증상으로 앓을 때 체중에 따라 약 용량을 얼마나 가감할지를 놓고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한밤중에 고열로 우는 아이를 달래려 애쓰다가 유아용 타이레놀 병에 적힌 권고 용량을 읽고서 몹시 놀란 적이 있다. 체중에 따라 선형으로 늘리는 식으로 용량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투스코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좀 걱정이 되었다. 병에는 나이와 몸무게에 따라 약을 얼마만큼 먹여야 할지가 작은 표 형태로 적혀 있었다. 이를테면, 체중이 2.7킬로그램인 아기는 찻숟갈의 4분의 1(40밀리그램)만큼 먹이고, 16킬로그램(6배 더 무거운)인 아기는 정확히 6배인 찻숟갈로 하나 반(240밀리그램)을 먹이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선형적인 3분의 2제곱 스케일링 법칙을 따른다면, 용량을 6의 3분의 2제곱인 3.3으로 늘리는 것이 맞다. 따라서 권고 용량의 절반을 조금 넘는 132밀리그램을 먹여야 한다! 즉 2.7킬로그램인 아기에게 찻숟가락 4분의 1 분량을 먹이라는 권고가 옳다면, 16킬로그램인 아기에게 먹이라는 찻숟가락 하나 반이라는 분량은 거의 2배나 더 과다한 셈이다. --- p.84 

고래는 바다에 살고, 코끼리는 긴 코가 있고, 기린은 목이 길고, 우리는 두 다리로 걷고, 겨울잠쥐는 숨어서 쪼르르 돌아다니지만, 이렇게 명백히 달라도 우리 모두는 대체로 서로의 비선형 규모 증감 판본이다. 어떤 포유동물이든 크기를 알려주면, 나는 스케일링 법칙을 써서 그 동물의 측정 가능한 특징들의 평균값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다. 매일 먹이를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심장 박동 수는 얼마인지, 성숙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대동맥의 길이와 지름은 얼마인지, 수명은 얼마나 될지, 새끼는 몇 마리를 낳을지 등등. 생명의 엄청난 복잡성과 다양성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는 사실이다. --- p.141 

기온이 2도 달라지는 더 규모가 작은 변화에도 성장률과 사망률은 20~30퍼센트 달라진다. 이는 엄청난 수준이며, 따라서 우리가 처한 문제의 근원이 된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약 2도 올라간다면?현재 그 궤도로 가고 있다?모든 규모에 걸쳐서 거의 모든 생물학적 삶의 속도가 무려 20~30퍼센트 상승할 것이다. 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며, 생태계에 재앙을 야기할 것이다. --- p.249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이 훨씬 짧으면서 집약적인 시기를 적시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고자 한다. 그래서 도시세Urbanocene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 p.298 

내가 만나본 경제학자들은 거의 다 붕괴가 임박했다거나 궁극적으로 일어난다는 전통적인 맬서스주의 형태의 개념을 순진하다거나 단순하다거나 아예 틀렸다고 자동적으로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내가 만난 물리학자나 생태학자는 거의 다 그 개념을 안 믿는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 생각을 가장 잘 요약한 표현은 고인이 된 경제학계의 독불장군인 케네스 볼딩Kenneth Boulding이 미국 의회에서 한 말일 것이다. “유한한 세계에서 지수 성장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미치광이이거나 경제학자다.” 
대부분의 경제학자, 사회과학자, 정치가, 최고 경영자는 대개 우리를 지수적으로 계속 붕 띄워줄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를 때 ‘혁신’이라는 뻔한 주문을 외움으로써 낙관적인 견해를 정당화한다. --- p.318~319 

이 말을 좀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처리하는 에너지는 수십만 년 동안 겨우 수백 와트에서 머물러 있었다. 약 1만 년 전 도시 공동체를 형성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때가 바로 인류세의 시작이었고, 그때부터 유효 대사율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3,000와트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지구 전체를 평균한 값일 뿐이다. 선진국은 에너지 소비율이 훨씬 높다. 미국은 그 값의 거의 4배인 1만 1,000와트를 쓴다. ‘자연적인’ 생물학적 값의 100배를 넘는다. 이 소비량은 우리보다 체중이 1,000배 이상 나가는 대왕고래의 대사율보다 그리 적은 수준이 아니다. 우리를 신체 크기를 고려할 때 ‘당연시되는’ 것보다 3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면, 지구의 유효 인구는 실제로 사는 73억 명보다 훨씬 더 큰 것처럼 돌아가는 셈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의미에서, 우리는 마치 적어도 30배 더 인구가 많은 것처럼 행동한다. 즉, 지구 인구가 무려 2,000억 명을 넘는 것과 같다. 가장 낙관적인 풍요론자가 옳고 세계 인구가 금세기 말에 100억 명에 다다르고 모두가 미국에 상응하는 생활수준을 누린다면, 유효 인구는 1조 명을 넘어설 것이다. 
이런 사고 실험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자연 세계’의 다른 생물들에 비해 생태적 평형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나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점은 에너지 소비량의 이 엄청난 증가가 진화적 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극도로 짧은 기간에 걸쳐 일어났기에, 그 영향에 맞추어서 어떤 체계적인 조정이나 적응이 일어날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 p.326~327 

흥미로운 점은, 그림에서 보듯이 주유소 수의 증가 양상을 나타내는 이 지수가 모든 나라에서 거의 동일한 값이라는 것이다. 약 0.85라는 이 값은 1보다 작다. 앞서 쓴 용어를 빌리자면, 저선형 스케일링이다. 즉, 체계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함으로써, 도시가 클수록 1인당 필요한 주유소의 수가 더 적다는 의미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더 큰 도시에 있는 주유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그에 따라 매월 더 많은 연료를 판다. 좀 달리 표현하자면, 인구가 2배로 늘 때마다 도시에 필요한 주유소는 약 85퍼센트만 더 늘어난다. 소박하게 2배라고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인구가 2배로 늘어날 때 약 15퍼센트가 체계적으로 절약된다. 예를 들어, 인구가 약 5만 명인 소도시를 그보다 100배 큰 인구 500만 명의 대도시와 비교하면 이 효과가 아주 크다는 점을 알게 된다. 주유소를 겨우 약 50배 늘리는 것만으로도 100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1인당 기준으로 대도시는 소도시보다 주유소가 겨우 절반만 필요하다. --- p.378

도시가 더 클수록 임금도 더 올라가고, GDP도 더 커지고, 범죄 건수도 더 많아지고, 에이즈와 독감 환자도 더 늘어나고, 식당도 더 많아지고, 특허 건수도 더 많아진다. 이 모든 것은 전 세계의 도시 체계들에서 1인당 기준으로 ‘15퍼센트 규칙’을 따른다. 따라서 도시가 더 클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창출되고, 그 결과 평균적인 시민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착상이든 간에 더 많이 지니고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는 도시에 관한 희소식이자, 도시가 왜 그토록 매력적이고 유혹적인지를 말해준다. 반면에 도시는 어두운 측면도 지니는데, 그 점은 나쁜 소식이다. 긍정적인 지표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보이는 부정적인 지표들도 도시가 커짐에 따라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도시 크기가 2배로 되면, 1인당 임금, 부, 혁신이 15퍼센트 증가하지만, 범죄, 오염, 질병 건수도 그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은 모두 통합된 거의 예측 가능한 꾸러미 형태로 함께 온다. 사람은 더 많은 혁신과 기회와 임금과 ‘활기’에 이끌려서 더 큰 도시로 향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늘어난 쓰레기, 도둑, 장염, 에이즈와도 대면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p.383 

나는 강연을 할 때면, 이 그래프를 보여주기 전에 청중에게 뉴욕시에서 가장 비율이 높은 업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지금까지 정답을 맞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뉴욕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가와 경영자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원리에 기반한 단순한 분석적 접근법을 취했을 때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뉴욕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업종은 의원이다. --- p.506 

기업의 스케일링에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그 주요 척도 중 상당수가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생물처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도시보다 생물에 더 가까울 뿐 아니라, 혁신과 수확 체증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가 지배함을 시사한다. 이는 기업의 생활사, 특히 기업의 성장과 사망률에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생물학에서 저선형 스케일링은 한계가 있는 성장과 유한한 수명으로 이어지는 반면, 8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도시(그리고 경제)의 초선형 스케일링은 열린 성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업의 저선형 스케일링은 기업도 결국 성장을 멈추고 궁극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CEO들이 소중히 간직할 만한 예측은 아니다. --- p.539~540 

불행히도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또 다른 주된 문제가 있다. 중대한 문제다. 그 이론은 지속적인 성장이 유지되려면 이어지는 혁신들 사이의 시간 간격이 점점 더 짧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발견, 적응, 혁신이 일어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야 한다. 전반적인 삶의 속도가 더 빨라질 뿐 아니라,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점은 그림 78에 실려 있다. 각각의 새로운 혁신 주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검은 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점점 더 가까워진다. 각 성장 곡선을 따라 올라갈수록 삶의 속도가 가속되는 것 말고도, 우리는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로 주요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상태로 옮겨가야 한다. 앞서 1장과 8장에서 사회경제적 시간의 축소와 삶의 속도 증가를 설명하면서 썼던 트레드밀이라는 비유는 전체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며, 여기서 더욱 확장할 가치가 있다. 우리는 늘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한 대의 가속되는 트레드밀 위에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시기가 되면 더욱 빠른 속도로 가속되고 있는 다른 트레드밀로 뛰어넘어야 하고, 그 뒤에 다시 더욱 빨리 움직이는 또 다른 트레드밀로 더 짧은 기간에 옮겨 가야 한다. 그리고 이 전체 과정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계속 되풀이되어야 한다. 
이는 놀랍고도 약간은 기이한 정신병적 행동인 양 들린다. 그렇게 하려다가는 집단 심장마비가 일어날 것 같다! 시시포스의 과제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신들이 시시포스에게 거대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는 형벌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바위는 산꼭대기에 도달하자마자 다시 굴러 떨어지고, 시시포스는 맨 밑에서부터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한다. 
--- p.575~577 

 

 

 

Geoffrey West, 스케일, The Universal Laws of Life and Death in Organisms, Cities and Companies

 

도시의 크기가 증가할 때, 1인당 GDP뿐 아니라, 평균 임금, 범죄 건수 등 다른 많은 척도들도 체계적으로 규모가 증가한다. 이는 사회적 활동과 경제 생산성이 인구 증가에 따라 체계적으로 증가한다는, 모든 도시의 본질적인 특성을 반영한다. 크기 증가에 따라붙는 이 체계적인 부가가치를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라고 하고, 물리학자는 초선형 스케일링superlinear scaling이라는 더 멋진 용어를 선호한다. 

몸집이 더 클수록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위당(동물의 사례에서는 세포 한 개당 또는 조직 1그램당) 에너지의 양이 더 적다는 뜻이다. 이것이 도시의 GDP에서 나타나는 수확 체증, 즉 초선형 스케일링의 정반대 행동임을 주목하자. 몸집이 클수록 1인당 소비량이 더욱 늘어났지만, 규모의 경제에서는 몸집이 클수록 1인당 소비량은 덜 늘어난다. 이런 유형의 스케일링을 저선형 스케일링sublinear scaling이라고 한다. 

망은 에너지와 자원이 세포로 전달되는 속도를 결정하므로, 모든 생리적 과정의 속도도 설정한다. 세포는 더 작은 생물에 비해 더 큰 생물에서 체계적으로 더 느리게 작동하도록 제약을 받으므로, 삶의 속도는 크기 즈악에 따라 체계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커다란 포유동물은 작은 포유동물보다 동일한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더 오래 살고, 성숙하는 데 더 오래 걸리며, 심장 박동이 더 느리고,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한다. 작은 생물은 빠른 차선에서 살아가는 반면, 큰 생물은 평생을 비록 더 효율적이긴 하지만 더 답답하게 움직인다. 쪼르르 움직이는 생쥐와 느릿느릿 걷는 코끼리를 비교해보라.

 

자원과 에너지는 성장에 필요한 연료다. 생물학에서 성장은 물질 대사를 통해 추진되며, 저선형 스케일링을 따르므로, 결국에는 예측 가능한 거의 안정된 크기의 성숙 상태에 다다른다. 그런 행동은 도시든 국가든, 건강한 경제가 적어도 연간 몇 %씩 계속해서 끝없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특징인 전통적인 경제적 사고방식에서는 재앙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생물학에서 제약된 성장이 대사율의 저선형 스케일링을 따르는 반면, 부의 창조와 혁신(이를테면 특허건수)의 초선형 스케일링은 열린 경제에 부합되는 억제되지 않은, 때로는 지수적 차원도 넘어서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는 흡족할 만치 일관적인 양상을 띠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는 유한 시간 특이점finite time singularity이라는 범접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붙어 있다. 요약하자면 자원이 무한정 제공되는 것이 아니거나, 붕괴 가능성이 실현되기 전에 시계를 재설정하는 주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무제한적인 성장이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스케일링 이론이 예측한다는 것이다. 

 

어떤 대상의 크기를 늘릴 때, 부피는 면적보다 훨씬 빨리 증가한다. 집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든 길이를 2배로 늘린다면, 바닥 면적은 단지 22=4배로 증가하는 반면, 부피는 23=8배로 증가한다. 규모 증가 양상은 우리가 살거나 일하는 건물이든 자연에 있는 동식물의 구조든, 우리 주변 세계의 많은 것들의 설계와 기능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난방, 냉방, 조명은 히터, 에어컨, 유리창의 표면적에 비례한다. 따라서 그 효과는 가열하거나 냉각하거나 빛을 비추어야 할 생활공간의 부피보다 훨씬 느리게 증가하므로, 건물의 규모를 늘릴 때 그런 설비들의 규모를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큰 동물은 대사와 신체 활동으로 생기는 열을 발산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은 동물에 비해 열을 발산하는 표면적이 부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끼리는 열을 더 발산할 수 있도록 표면적을 상당히 늘린 불균형적으로 큰 귀를 진화시킴으로써, 이 과제를 해결했다.

 

망은 에너지와 자원이 세포로 전달되는 속도를 결정하므로, 모든 생리적 과정의 속도도 설정한다. 세포는 더 작은 생물에 비해 더 큰 생물에서 체계적으로 더 느리게 작동하도록 제약을 받으므로, 삶의 속도는 크기 증가에 따라 체계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커다란 포유동물은 작은 포유동물보다 동일한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더 오래 살고, 성숙하는 데 더 오래 걸리며, 심장 박동이 더 느리고, 세포가 덜 열심히 일한다. 작은 생물은 빠른 차선에서 살아가는 반면, 큰 생물은 평생을 비록 더 효율적이긴 하지만 더 답답하게 움직인다.

 

기본 망 이론의 한 표현 형태인 스케일링은, 생물들의 겉모습과 서식지가 다르긴 해도, 측정 가능한 특징과 형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래가 규모를 확대한 코끼리나 거의 다름없고, 코끼리는 규모를 확대한 개, 개는 규모를 확대한 생쥐와 거의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80~90% 수준에서 그들은 예측 가능한 비선형 수학 규칙을 따르는 서로의 규모 확대판이다. 인구 크기의 함수로 나타냈을 때, 도시 기반시설ㅡ도로 길이, 전선, 수도관, 주요소 수 같은ㅡ의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할 것 없이 같은 방식으로 증가함을 보여준다. 생물의 사례에서처럼, 이 양들도 크기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서는 지수가 0.75가 아니라 0.85다. 어떤 도시가 다른 도시보다 2배 크다면, 임금, 부, 특허건수, 에이즈 환자 수, 강력 범죄 수, 교육 기관의 수는 모두 거의 같은 수준으로(인구가 2배 증가할 때 약 15%씩 추가로) 증가하여, 모든 기반시설도 비슷한 비율로 절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가 더 클수록, 평균적인 개인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착상이든, 체계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고 생산하고 소비한다.

 

어떤 구조물이든 그 크기를 임의로 키운다면 그 자체의 무게로 결국 무너질 것이다. 크기와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무언가 변하지 않는 한이라는 중요한 어구를 추가해야겠다. 성장을 계속하고 붕괴를 피하려면 변화, 즉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변화 그리고 개선과 효율성 증가라는 형태를 취하곤 하는, 새롭거나 변화하는 환경이 제시하는 도전 과제들에 끊임없이 적응할 필요성이야말로 혁신의 주요 추진력이다.

 

배의 설계와 건조 분야에서의 성공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식과 기술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잘 확립된 경험 법칙들이 대체로 도제 수련 방식과 현장 학습을 통해 전달되었다. 대개 새로 건조되는 배는 이전 배를 용도와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조금씩 바꾸는 식으로 변형한 것이었다. 전에 했던 것을 단순히 확대 추정하여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때 작은 오류들이 생기긴 했지만, 대개 그런 것들이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미미했다. 이를테면, 배의 길이를 5cm 늘렸을 때 설계 기댓값을 제대로 충족시키기 못하는 배나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배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런 오류들은 다음 배를 건조할 때 적절한 조정이나 번뜩이는 혁신을 통해 쉽게 바로잡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개선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인공물 제조 분야와 마찬가지로, 배 건조도 대체로 자연선택과 비슷한 과정을 모방함으로써 거의 유기적으로 진화했다. 이 점진적이고 본질적으로 선형인 과정에 이따금 번뜩이는 영감에 따른 혁신적인 비선형 도약이 겹쳐짐으로써, 설계나 재료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돛, 프로펠러, 증기나 철의 도입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비록 그런 혁신적인 도약이 이전 설계들을 토대로 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성공한 원형이 출현하려면 다시 생각하고 때로 중대한 재편을 거쳐야 한다.

 

고양이보다 100배 무거운 소를 생각해보자. 클라이버 법칙은 소가 고양이보다 대사율이 32배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소보다 100배 더 무거운 고래에까지 이 법칙을 확장하면 고래는 소보다 대사율이 32배 더 높을 것이다. 이 반복되는 양상, 즉 체중이 100배 증가할 때마다 대사율이 동일하게 32배씩 높아지는 양상은 거듭제곱 법칙의 일반적인 자기 유사성의 한 사례다. 더 일반화하자면, 체중을 어떤 규모에서 어떤 임의의 배율로 증가시킨다면(이를테면 100배), 대사율은 처음의 체중이 얼마든, 즉 생쥐의 무게든 고양이의 무게든 소의 무게든 고래의 무게든, 동일한 비율로 증가한다(32배). 이 놀라울 만치 체계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을 규모 불변scale invariance 또는 자기 유사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거듭제곱 법칙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가장 근본적인 생화학적 수준에서 대사 에너지는 세포에 든 호흡 복합체라는 준자율적인 분자 단위들을 통해 생성된다. 대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분자는 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ATP)이라는 좀 다가가기 어려운 이름을 지니고 있다. 대사의 생화학은 세부적으로 보면 극도로 복잡하지만 본질적으로 ATP의 분해를 수반한다. ATP(인산이 세 개 들어있다)는 ADP, 즉 아데노신이인산adenosine diphosphate(인산이 두 개 들어 있다)으로 바뀌면서 인산을 묶어두고 있을 때 저장하고 있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인산 결합이 끊어질 때 나오는 에너지가 바로 대사 에너지의 원천이며, 따라서 우리를 살아 있게 해주는 근원이다. 그 반대 과정은 ADP를 다시 ATP로 바꾼다. 우리 같은 포유동물은 산화성 호흡을 거쳐 음식에서 얻은 에너지로 그 일을 하고(우리가 산소호흡을 하는 이유다), 식물을 광합성을 통해 한다. ATP가 ADP로 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고 ADP가 다시 ATP로 바뀌면서 에너지가 저장되는 이 주기는 전지가 방전되고 충전되는 것과 매우 흡사한 연속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매일 우리는 대개 약 2×1026개의 ATP분자를 만든다. 200조 곱하기 1조에 해당하는 수이며, 무게로는 약 80kg에 달한다. 다시 말해, 매일 우리는 자기 몸무게만큼의 ATP를 만들고 재순환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모든 ATP 분자는 우리가 살고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약 90와트의 에너지를 생성함으로써 우리의 총 대사 수요를 충족한다.

 

포유동물의 순환계에서처럼 관으로 이루어져 있든, 나무를 비롯한 식물에서처럼 섬유로 이루어져 있든, 세포에서처럼 확산 경로로 구성되어 있든 그것들을 초월하는 공통적인 망 특성 집합이 있다.

 

1. 공간채움

망의 기하학과 위상학이 어떻든 간에, 망은 그 생물이나 하위 체계의 생물학적 활동을 하는 모든 국소적인 기본 단위들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장이 뿜어내는 피는 대동맥에서 시작하여 체계적으로 크기가 줄어드는 혈관들을 지나는 망의 여러 수준을 거쳐서 가장 작은 모세혈관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포 하나하나에 피와 산소를 충분히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그저 충분한 양의 산소가 확산되어 혈관 벽을 빠져나가면서 세포의 막을 지나 들어갈 수 있도록 모세혈관이 세포에 충분히 가까이 놓여 있기만 하면 된다. 매우 유사하게도, 도시의 기반시설 중 상당수도 공간채움이다. 가스, 수도, 전기 같은 공익 시설 망의 말단 단위나 종말점은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모든 건물에 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집을 거리의 상수도관과 연결하는 관과 간선과 연결하는 전깃줄은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모든 건물에 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마차낙지로 한 기업의 직원들도 모두 각자 CEO 및 경영진과 연결하는 다수의 망을 통해 자원(임금 등)과 정보를 공급받아야 하는 말단 단위로 볼 수 있다.

 

2. 말단 단위의 불변성

망 설계의 말단 단위가 생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거의 같은 크기와 특징을 지닌다는 뜻이다. 말단 단위는 에너지와 자원이 교환되는 운반과 전달의 지점이므로 망의 핵심 요소다. 신생아가 성인으로 자라거나 다양한 크기의 신종이 진화할 때, 말단 단위는 재발명되는 것이 아니며, 모습이 상당히 바뀌거나 크기가 달라지는 일도 없다. 모세혈관, 미토콘드리아, 세포 등등은 신종이 생길 때 구성되는 망, 다라서 그 종에 맞추어서 규모가 재편되는 망의 기성품 기본 구성 단위 역할을 한다. 분류 집단의 차이, 즉 포유류, 식물, 어류 사이의 차이는 상응하는 다양한 망들의 말단 단위의 서로 다른 특성에 따라 정해진다. 이와 비슷하게 전기 콘센트와 수도꼭지처럼 도시의 건물들에 전기나 물을 공급하고 유지하는 망들의 말단 단위도 거의 불변이다.

 

3. 최적화

지속적인 다수의 되먹임 및 미세 조정 메커니즘이 자연선택의 진행 과정에 내재해 있고, 그것들이 엄청난 기간에 걸쳐 펼쳐지면서 망 수행 성능의 최적화를 낳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를 포함한 모든 포유동물의 심장이 순환계로 피를 내보내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평균적으로 최소로 든다.

 

우리 순환계는 뛰는 심장을 통해 추진되는 관들의 망인 반면, 풀과 나무는 고동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는 정역학적 압력을 통해 추진되는 가느다란 섬유 다발의 망이다. 이 이론은 이렇게 전혀 다른 물리적 설계를 따르고 있음에도 양쪽 망이 동일한 세 특성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개념을 토대로 삼는다. 즉, 둘 다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불변 말단 단위를 지니며, 계를 통해 유체를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망의 총 부피ㅡ몸에 있는 혈액의 총 부피ㅡ는 몸 자체의 부피에 곧장 비례해야 하며, 따라서 생물의 체중에 비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몸집에 상관없이, 혈액의 부피는 몸의 부피에 일정하게 비례한다. 나무에서는 이 점이 명백하다. 관다발의 망이 나무 전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지들 사이에 고기의 살에 해당하는 것이 전혀 없으므로, 망의 부피가 곧 나무의 부피다. 여기서 망의 부피가 곧 모든 혈관들이나 가지들의 부피의 총합이며, 이 총합은 길이와 지름의 규모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면 내부 망의 자기 유사성을 몸집과 연결함으로써 직접 계산할 수 있다. 생물들의 4분의 1제곱 상대성장 지수는 혈관 부피의 선형 스케일링과 말단 단위들의 불변에 속박된, 길이의 세제곱근 스케일링 법칙과 지름의 제곱근 스케일링 법칙 사이의 수학적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그 결과인 마법의 수 4는 망이 봉사하는 부피라는 통상적인 삼차원이 망의 프랙털 특성에서 비롯되는 추가 차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확장됨으로써 출현한다. 여기서는 자연선택이 에너지 분배를 최적화하기 위해 프랙털 망이라는 수학적 경이를 활용함으로써, 마치 생물이 표준적인 삼차원이 아니라 사차원에서 활동하는 듯한 양상을 띤다는 말만 덧붙이고 넘어가기로 하자. 이런 의미에서 4라는 보편적인 수는 사실상 3+1이다. 더 일반화하자면 제공되는 공간의 차원에 1을 더한 값이다. 따라서 끈 이론 분야의 몇몇 학자들이 믿는 것처럼 우리가 11차원의 우주에서 살고 있다면, 마법의 수는 11+1=12가 될 것이고, 우리는 4분의 1제곱 스케일링의 법칙이 아니라 12분의 1제곱 스케일링 법칙의 보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온 셈이 된다.

 

수학자들은 고대 이래로 오래전부터 수학과 물리학의 토대가 되어왔던 고전적 유클리드 기하학의 전통적인 경계 너머에 다른 기하학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접해왔던 전통적인 유클리드 개념 틀은 모든 선과 표면이 매끄럽고 연속적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현대 프랙털 개념에 내재된 불연속성과 주름이라는 개념을 환기시키는 새로운 착상들이 이따금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학술적으로 수학의 형식을 확장시킨 흥미로운 사례일 뿐,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겨졌다.

 

0.65전자볼트 활성화 에너지에 통제되는 ATP 생산의 지수적 의존성은 온도가 10도 올라갈 때마다 생산 속도가 2배로 올라간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옮길 수 있다. 그 결과 온도가 비교적 적은 10도만올라가도 대사율이 2배로 뛰고, 따라서 삶의 속도도 2배로 뛴다.

기온이 2도 달라지는 더 규모가 작은 변화에도 성장률과 사망률은 20~30% 달라진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약 2도 올라간다면-현재 그 궤도로 가고 있다-모든 규모에 걸쳐서 거의 모든 생물학적 삶의 속도가 무려 20~30% 상승할 것이다. 이는 생태계에 재앙을 야기할 것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인간의 생존 곡선은 거의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다른 포유 동물과 비슷한 지수 곡선을 따랐다. 우리는 일정한 사망률에 따라 살다 죽었고, 따라서 아주 오랫동안 살 기회는 극도로 적었다. 그렇긴 해도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이 간혹 있으므로, 110세 이상 살 확률도 낮긴 하지만 있었다. 도시화와 산업혁명을 통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면서, 우리는 일정한 사망률의 족쇄에서 풀려서 더 오래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령 생존 곡선의 어깨 부위가 더 긴 수명을 향해 옮겨가고 사람들이 더 오래 살기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곡선은 결국 언제나 낮아지면서 거의 동일한 값에 다다른다는 점도 드러난다. 이렇게 엄청난 성취를 이루고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에도, 생존 확률이 사라지고 사망 확률이 100%에 다다르는 곡선의 최종 지점은 언제나 동일하게 남아 있었다. 모두 약 125년으로 수렴된다.

 

수명의 점진적 증가의 최대 기여자는 주거 환경 개선, 위생, 공중 보건 사업이었으며, 도시와 도시화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이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사망률 기여순으로 말하면, (1) 심혈관계 질환과 심장 질환, (2) 암(악성 종양), (3) 호흡계 질환, (4) 뇌종증(뇌혈관 질환)이다. 이 양상은 전세계에서 매우 비슷하다. 모든 심장병과 심혈관계 질환이 완치된다면, 태어날 때의 기대수명은 겨우 약 6년 늘어난다. 더 놀라운 점은 모든 암이 완치된다고 하면, 태어날 때의 기대수명이 겨우 약 3년 증가한다는 내용일 것이다. 당신이 65세라면, 2년도 채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이런 통계를 볼 때 강조하고 싶은 점이 두 가지 있다. (1) 죽음의 주된 원인은 기관과 조직(심장마비나 뇌졸중처럼)이든 분자(암에서처럼)든 주로 손상과 관련이 있으며, 감염병의 역할은 비교적 미미하다. (2) 설령 모든 사망 원인을 제거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은 125세가 되기 전에 죽을 운명이며, 우리 대다수는 그 나이에 이르기 한참 전에 그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 행성의 생명은 태양에서 직접 오는 에너지를 생물을 지탱하는 생물학적 대사 에너지로 전화하도록 진화했고 그렇게 유지되어왔다. 이 놀라운 과정은 20억년 넘게 계속 성공을 거두어왔으며, 그렇기에 자연선택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생명체로 등장인물이 계속 바뀐다고 해도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생명을 지탱해온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에너지원, 즉 태양이 외부에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비교적 항구적이라는 것이다. 태양은 출력이 달라지긴 해도, 변화에 적응한 형질들이 진화할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매일 비추어왔다.

이 지속적이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던 준안정 상태는 우리가 불을 발견하면서 아주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불은 죽은 나무에 저장된 태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화학 과정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산업혁명의 진정한 혁신적 특징은 에너지가 외부의 태양에서 공급되는 열린계에서 화석 연료를 통해 내부적으로 공급되는 닫힌계로의 극적인 전환이었다. 이는 엄청난 열역학적 결과를 낳은 근본적인 변화였다. 닫힌계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과 그 요구 조건인 엔트로피가 언제나 증가한다는 원리가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부의 신뢰할 수 있는 항구적인 에너지원에서 내부의 신뢰할 수 없는 가변적인 에너지원으로 진보했다. 게다가 우리의 주된 에너지원은 현재 그것이 지탱하는 계의 통합 구성 요소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공급에 따라 내부 시장 세력들은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 우주가 왜 지속적으로 팽창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수수께끼에 싸인 무한한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에 호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우주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계속 팽창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혁신적인 착상의 거의 무제한적 공급이라는 명령이 동원된다. 게다가 혁신의 씨앗인 착상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가정이 있는 듯도 하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포르투갈이든 도시 체계에 관계없이, 그리고 주유소의 수든 수도관이나 도로나 전선이 총 길이 같은 개별 척도에도 상관없이, 도시 크기가 2배 증가할 때마다 더 필요한 물질적 기반 시설은 약 85%만 증가했다. 따라서 인구 1,000만 명의 도시는 인구 500만 명인 도시 두 곳에 비해 동일한 기반시설을 15% 덜 필요로 하며, 따라서 쓰이는 물질과 에너지의 양이 상당히 절약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평균 임금, 전문직의 수, 특허 수, 범죄 건수, 식당 수, 도시 총 생산처럼 생물학에서 상응하는 것이 전혀 없는 사회경제적 양들까지 놀라울 만치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양상으로 규모가 증가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울기가 약 1.15라는 거의 동일한 값에 몰려 있다. 이 척도들은 고전적인 거듭제곱 법칙을 따르는 극도로 단순한 양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도시 체계에 상관없이 약 1.15라는 비슷한 지수값을 지님으로써 거의 동일한 양상을 띤다. 즉, 인구 크기에 따라 저선형으로 증감하는 기반시설과 정반대로, 사회경제적 양들-도시의 본질적 특성-은 초선형적으로 증가하며, 따라서 수확 체증을 보인다. 도시가 더 클수록 임금도 더 올라가고, GDP도 더 커지고, 범죄 건수도 더 많아지고, 에이즈와 독감 환자도 더 늘어나고, 식당도 더 많아지고, 특허 건수도 더 많아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전 세계의 도시 체계들에서 1인당 기준으로 15% 규칙을 따른다.

따라서 도시가 더 클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창출되고, 그 결과 평균적인 시민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착상이든 간에 더 많이 지니고 생산하고 소비한다.

 

도시는 에너지, 자원, 정보를 교환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으로부터 나온 창발적 자기 조직화 현상이다. 도시인으로서 우리는 모두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대도시의 부산스러운 생산성, 속도, 창의성으로 표현되는 집약적인 인간 상호작용의 다차원 망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생산성 증가와 그에 따른 비용 감소 양상이 발전, 기술, 부의 수준이 전혀 다른 나라들에 모두 들어맞는다는 점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원래 영장류 사회의 집단 크기로부터 단순한 스케일링 논리를 써서 인간 사회를 확대 추정하는 방법으로 이 수를 추정했다. 그의 연구진은 사회성 영장류의 집단 크기가 뇌의 신피질 부피에 비례하여 고전적인 거듭제곱 법칙에 따라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피질은 감각 지각, 운동 명령과 공간 추론과 의식적 사고와 언어 같은 고등한 기능들의 생성을, 따라서 복잡한 사회관계에 참여할 계산 능력을 통제하고 처리하는 뇌의 가장 복잡한 부위다. 뇌 크기와 사회 집단을 형성하는 능력 사이에 이런 관계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을 사회적 뇌 가설이라고 한다. 그는 뇌 크기와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150명이라는 수를, 상응하는 인간 사회 집단의 이상적인 크기라고 추정했다.

 

크기에 상관없이 매력적인 도시 경관과 모이는 장소, 사용자 친화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교통 및 통신 체계, 든든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공동체와 상업과 문화와 헌신과 지도력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강화하는 물리적 환경, 문화, 경관을 제공한다는 것이 성공한 도시의 증표가 된다. 증가한 사회적 상호작용, 사회경제적 활동, 규모의 경제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점도 있다. 기반시설과 에너지 이용의 저선형성은 사회경제적 활동의 초선형성과 정확히 반대된다. 그 결과 동일하게 15%의 비율로 도시가 커질수록 개인은 더 벌고 더 창조하고 더 혁신하고 더 상호작용하며-그리고 범죄와 질병과 오락과 기회도 그만큼 더 많이 접한다-이 모든 것은 개인당 기반시설과 에너지가 덜 필요해진다는 점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바로 이것이 도시의 재능이다. 강화된 사회경제적 활동과 기반시설의 규모의 경제 사이의 반비례 관계에 요약된 이 둘의 긴밀한 결합은 둘의 근본적인 망 구조 사이의 유사한 반비례 관계에서 기계론적으로 도출된다. 하지만 비록 사회적 망과 물리적 망이 프랙털형, 공간 채움, 불변 말단 단위 같은 일반적인 특징을 공유한다고 해도, 몇 가지 본질적 차이가 있다. 엄청난 결과를 낳는 주된 한 가지는 망 내의 크기와 흐름이 프랙털형 계층 구조에 따라 올라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방식이다.

교통, 수도, 가스, 전기, 하수도 같은 기반시설망 체계에서 관, 전선, 도로 등의 크기와 흐름은 개별 집과 건물에 연결된 말단 단위로부터 망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어떤 핵심 원천, 장소, 저장소에 연결된 주된 도관과 간선에 이를 때까지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우리 심혈관계에서, 모세혈관에서부터 대동맥, 심장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크기와 흐름이 체계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저선형 스케일링과 규모의 경제의 기원이다. 대조적으로, 부의 창조, 혁신, 범죄 등을 맡은 사회경제적 망들에서는 던바 수의 계층 구조를 논의할 때 설명했던 것처럼 정반대 행동이 나타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세기와 정보 교환의 흐름은 말단 단위 사이에서(즉, 개인 사이에서) 가장 크고, 가족을 비롯한 집단에서부터 점점 더 큰 집단으로 집단 구조의 계층 구조를 따라 올라갈수록 줄어들면서, 초선형 스케일링, 수확 체증, 삶의 속도 가속을 낳는다.

 

기업의 스케일링에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그 주요 척도 중 상당수가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생물처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도시보다 생물에 더 가까울 뿐 아니라, 혁신과 수확 체증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가 지배함을 시사한다. 생물학에서 저선형 스케일링은 한계가 있는 성장과 유한한 수명으로 이어지는 반면, 도시의 초선형 스케일링은 열린 성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업의 저선형 스케일링은 기업도 결국 성장을 멈추고 궁극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생물과 도시의 성장은 모두 대사와 유지 관리 사이의 차이를 통해 추정된다. 기업의 총 수익(또는 매출)은 대사라고 생각할 수 있고, 비용은 유지 관리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생물학에서 대사율은 크기에 따라 저선형으로 증가하므로, 생물의 몸집이 커질 때 에너지 공급은 세포의 유지 관리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서 결국은 성장이 멈추게 된다. 반면에 도시의 사회적 대사율은 초선형으로 증가하므로, 도시가 커질 때 사회적 자본의 생성 속도는 유지 관리 수요를 초과함으로써 점점 더 빠르게 열린 성장이 일어난다.

기업들의 유효 대사율은 저선형도 초선형도 아닌 선형이기에 바로 그 중간에 놓인다. 직원 수에 따라 매출을 로그 눈금에 표시하면 기울기가 1에 가까운 직선에 잘 들어맞는 분포 양상이 나타난다. 반면에 비용은 저선형으로 시작했다가 기업이 커질수록 이윽고 전이가 일어나서 거의 선형으로 변한다. 따라서 매출과 비용의 차이 즉 성장의 원동력도 결국에는 선형으로 규모가 증가한다.

이는 희소식이다. 수학적으로 선형 스케일링은 지수 성장으로 이어지고,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평균적으로 경제가 지수적으로 팽창을 계속하는 이유도 말해준다. 시장의 전반적인 수행 능력이 사실상 참여하는 모든 개별 기업들의 성장 수행 능력의 평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 전반에는 희소식일지 몰라도, 개별 기업에는 커다란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각 기업은 지수적으로 팽창하는 시장에 계속 발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ᄄᅠᆫ 기업이 지수적으로 성장한다고 할지라도, 팽창 속도가 적어도 시장의 팽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살아남기에 미흡할 수도 있다. 기업의 적자생존의 이 원초적인 판본이야말로 자유시장 경제의 본질이다.

많은 젊은 기업들은 처음에 빠르게 성장하다가 서서히 느려지고, 살아남은 더 오래된 성숙한 기업들은 성장을 계속하긴 하지만 속도가 훨씬 느리다. 게다가 이 느리게 성장하는 오래된 기업들의 상향 추세는 모두 기울기가 완만한 직선에 가까운 선을 따른다. 평균적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은 예상한 대로 모두 결국은 꾸준하지만 느린 지수 성장 형태로 귀결된다.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감안하고 보면, 대기업들은 성장을 멈춘 상태가 된다. 인플레이션과 시장의 팽창을 고려하여 보정하면, 기업들의 성장 곡선은 성숙하면 성장이 멈추는 생물의 전형적인 S자 성장 곡선과 똑같아진다.

 

천차만별인 계들의 붕괴를 기술하는 지수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저 어느 시점에서든 사망률이 생존자 수에 직접 비례할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이는 존속 기간이 얼마나 되든 그 기간을 동일한 구간들로 나누었을 때 각 구간에서의 생존율이 언제나 동일하다는 말과 같다. 각 구간을 1년으로 잡으면, 5년 된 기업들 중에서 5년이 되기 전에 죽는 비율이 50년 된 기업들 중에서 51년 되기전에 죽는 비율과 같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죽을 확률은 존속 기간이나 크기와 무관하다.

 

미국 상장 기업들의 반감기는 10.5년에 가깝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 어느 해에 상장 주식 거래가 시작된 기업들 중 절반은 10.5년 안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기업이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를 한다는 사실은 기업이 혁신과 착상보다는 규모의 경제로 승리하는 대표적인 사례임을 시사한다. 기업은 대개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생산 효율을 높이고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고도로 제약된 하향식 조직으로 운영된다. 이와 달리 도시는 혁신이 규모의 경제를 이기는 대표적 사례다. 도시는 훨씬 더 분산된 양상으로 돌아가며, 권력이 시장과 시의회에서 기업과 시민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조직 구조들에 흩어져 있다. 어느 한 집단이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좋든 나쁘든 추하든, 사회적 상호작용의 혁신적인 혜택을 이용하면서 기업에 비해 거의 자유방임적이고 무간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면서 비효율적이긴 해도, 도시는 기업과 달리 활동의 장소이자 변화의 주역이다.

효율성을 높여서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하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기업은 으레 조직화의 더 세세한 수준까지 규칙, 규정, 규약, 절차를 추가하며, 그 결과 관리하고 운영하고 실행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관료주의적 통제가 점점 늘어난다. 이 과정은 종종 혁신과 연구개발을 희생시키면서 이루어지곤 한다.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와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의 주된 구성 요소들을 말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읽은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Freeman Dyson)

 

제프리 웨스트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연구원이자 행정 직원으로 일하면서 핵무기가 아닌 평화의 물리학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생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은퇴한 뒤에는 가까운 산타페 연구소의 소장으로 부임해 연구 분야를 물리학에서 복잡성 과학(complexity science)으로 알려진, 더 광범위한 융합 학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산타페 연구소는 복잡성 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물리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컴퓨터 전문가와 수학자가 함께 일하는 그룹입니다. 연구소의 목적은 과학적 방법으로 자연환경과 인간 사회의 복잡성을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스케일(Scale)은 산타페 연구소에서 제프리 웨스트와 그의 동료들이 얻은 통찰을 요약한 중간 보고서입니다. 작가로서 웨스트는 놀랄 만큼 뛰어난 방법으로 복잡한 세계를 단순화시켜 설명해냅니다. 그는 그림과 도표를 이용하여 사실을 설명하고,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 적절한 상황에 해당 사실을 가져다 놓은 느긋한 문장으로 설명을 이어갑니다. 이 보고서에는 과학적 결론에 상식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와 개인적인 의견, 그리고 많은 여담이 담겨 있습니다. 문장과 그림은 똑똑한 열 살짜리 아이나 별로 똑똑하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제목을 ‘스케일’로 지은 데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책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웨스트는 “성장, 혁신, 지속 가능성의 보편적인 법칙 및 유기적 조직, 도시, 경제와 기업의 삶의 속도”라는 부제를 추가했습니다. 이 제목은 책이 규정하는 보편적인 법칙이 규모의 확장에 관한 법칙임을 설명해줍니다. “스케일”이라는 단어는 “함께 변화한다”는 의미의 동사입니다. 각 확장의 법칙은 두 가지의 측정 가능한 수량이 특정한 방식으로 함께 변화해감을 이야기합니다.

 

각 양의 변화를 백분율의 증가나 감소로 표현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확장의 법칙에서 고정수 k와 수량 B의 백분율을 곱한 수를 수량 A의 백분율이라고 지정합니다. 숫자 k는 확장의 법칙의 승(power)으로 명명합니다. A와 B의 백분율 변화는 복리로 누적되므로 확장의 법칙은 A가 B의 k승에 따라 변화한다고 설명하며, 여기서 말하는 ‘승(乘)’은 수학에서 제곱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던 ‘승’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물체가 공기 저항 없이 낙하하고 있다면 낙하 거리와 시간 사이에 ‘k=2’라는 확장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거리는 시간의 제곱으로 변화합니다. 당신이 1초에 16m를 추락한다면 2초에는 64m, 3초에는 144m를 추락하는 것입니다.

 

확장 법칙의 또 다른 전형적인 예는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1618년에 발견한 제3 행성 운동법칙입니다. 케플러는 세심한 관찰을 통해 행성이 태양의 궤도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행성 궤도 지름의 3/2 승에 비례함을 발견했습니다. 즉, 시간의 제곱은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주: 행성 공전 주기의 제곱은 궤도의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 케플러는 당시 알려진 여섯 개 행성의 궤도 지름과 주기를 측정했고, 확장의 법칙을 정확하게 따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59년이 지난 뒤 아이작 뉴턴은 케플러의 행성 운동법칙은 만유인력의 수학적 이론의 결과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케플러의 법칙은 뉴턴에게 물리적 우주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돕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습니다.

 

천문학에서 케플러의 제3 법칙만큼이나 중요한 확장의 법칙이 생물학에도 존재합니다. 모투 키무라가 처음 그 중요성을 발견했으므로 그의 이름을 붙여 마땅한 유전자 부동의 법칙(Law of genetic drift)이 그것입니다. 유전자 부동은 자연선택과 함께 진화를 이끄는 두 개의 큰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다윈은 자연선택을 진화의 주요 원인으로 이해하여 칭송받지만, 유전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유전자 부동을 그의 이론에 포함하지 못했습니다.

 

유전자 부동은 개별적인 유전자의 임의 변형으로 인한 집단 평균 구성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유전자 부동으로 인해 선택의 부재에서도 종은 진화하게 됩니다. 모집단의 구성원 수가 다수일 때는 자연선택이 지배적이며, 집단의 크기가 작을 때는 유전자 부동이 더 지배적으로 작용합니다. 즉, 유전자 부동과 자연선택은 함께 유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유전자 부동은 집단이 오래 소수로 유지되는 경우 새로운 종의 형성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소수의 집단에서 유전자 부동이 지배적인 이유는 단순 확장의 법칙 때문입니다. 유전자 부동은 인구의 제곱승에 반비례합니다. 인구 100만 명일 때보다 인구 1만 명일 때 10배 빨리 유전자 부동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확장은 모든 종류의 무작위 변화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가 키, 달리기 속도, 사춘기 나이 또는 지능검사 점수같이 측정 가능한 양을 관찰할 경우, 유전자 부동은 인구의 역제곱승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게 됩니다. 제곱승은 임의적인 현상의 통계적 평균에서 도출된 결과입니다.

 

웨스트는 이 책에서 엄청난 주장을 합니다. 케플러의 법칙, 유전자 부동의 법칙과 유사한 확장의 법칙으로 생물학, 사회학, 경제 및 상업을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그는 확장의 법칙을 논의하고, 그 법칙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이런 증거들과 주장이 어떻게 이해로 이어지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즉 논의와 증거 제시까지는 훌륭하게 해냈지만, 마지막 과제인 이해를 끌어내는 과정은 썩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을 법칙의 서술과 증거를 제시하는 데 썼으며 설명에는 아주 적은 부분만 할애했습니다. 산타페 연구소의 관찰자들은 현대의 케플러 역할은 잘 해냈지만, 현대 뉴턴의 역할에는 근접하지 못했습니다.

 

과학 각 분야의 역사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연이 무엇을 하는지 바라보는 탐험의 시기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연을 바르게 묘사하기 위한 정확한 관찰과 측정의 시기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우리가 자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을 세우고 설명하는 단계입니다. 물리학은 케플러 시대에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고, 뉴턴과 함께 세 번째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웨스트가 정의하는 대로 경제학과 사회학을 포함한 복합성 과학은 빅데이터가 시작된 2000년까지 첫 번째 단계에 머물렀습니다. 정보를 전자문서 형태로 저장하는 비용이 폐기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해질 무렵, 빅데이터의 시대가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정보의 저장은 자동화될 수 있는 데 반해 정보를 폐기하는 과정은 대부분 인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정보의 폐기 비용이 서서히 감소한 반면 정보의 저장 비용은 급격히 감소한 것입니다. 2000년부터 세계는 빅데이터의 홍수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와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 분야에서 데이터베이스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저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보다 정보의 축적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산타페 연구소의 복합성 과학을 주도하는 것도 인간사와 생태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입니다. 웨스트가 쓴 책의 주요 주제인 확장의 법칙의 형태로 빅데이터를 제시할 때 인간은 빅데이터를 가장 쉽게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장의 법칙을 모았다고 곧바로 이론이 되지는 않습니다. 복잡성 이론은 더 깊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야 합니다. 왜 조류는 10,000개의 종이 있는데 포유류는 5,000종 밖에 없을까? 온혈동물은 있는데 왜 온혈식물은 없을까? 왜 인간 사회에서는 자주 치명적인 다툼이 벌어질까? 인류의 숙명은 무엇일까? 빅데이터가 이런 질문에 실마리를 줄 수는 있겠지만,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복잡성 과학이 세 번째 시기로 들어서면 이런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이 밝혀지고 새로운 질문이 도래할 것입니다.

 

이 책의 첫 장인 ‘큰 그림’은 물리학의 가장 기본법칙 중 하나인 열역학 제2 법칙이 어떻게 삶을 불안정하게 하고 생존을 어렵게 하는지 설명하는 “에너지와 신진대사, 엔트로피” 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자세한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엔트로피는 무질서입니다. 제2 법칙은 엔트로피가 모든 닫힌 시스템에서 예외 없이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웨스트는 이렇게 썼습니다.

 

“죽음, 세금 및 다른 최악의 상황처럼 열역학 제2 법칙은 우리와 주위의 모든 것을 힘들게 합니다. 엔트로피는 죽이는 것이죠.”

 

웨스트의 큰 그림은 심각하게 일방적입니다. 그림의 이면인 질서와 무질서의 역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천문학과 생물학의 현실에서 질서 있는 구조가 무질서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질서 있게 움직이는 태양계는 무질서한 가스와 먼지구름에서 생겼습니다. 호랑이의 무서운 대칭 무늬와 공작의 아름다움은 무질서하고 죽은 행성에서 나왔습니다.

 

천체물리학자 팡리즈가 아내 리슈시안과 함께 펴낸 유명한 책 “우주의 창조”(1989)에는 질서와 무질서의 역설에 대한 최고의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그 설명은 물리적 세계에서 중력의 특이한 행동에 있습니다. 에너지의 회계 대차대조표에서 중력 에너지는 적자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거대한 물체에 가까이 있을 때, 당신의 중력 에너지는 질량에서 무한대로 멀어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뺀 값이 됩니다. 당신이 지구의 언덕을 올라갈 때 중력 에너지는 더 작은 음수가 되지만 결코 0이 되지는 않습니다. 중력의 지배를 받는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온도가 증가하면 에너지는 감소하고, 온도가 감소하면 에너지는 증가합니다.

 

열역학 제2 법칙의 결과로 에너지는 하나의 물체에서 또 다른 물체로 흐르는데, 뜨거운 물체는 더 뜨거워지고 차가운 물체는 더 차가워지게 됩니다. 태양계가 진화하면서 태양은 더 뜨거워지고 행성은 더 차가워졌습니다. 중력이 지배적인 모든 상황에서 제2 법칙은 엔트로피와 함께 국소적 대비를 증가시킵니다. 이는 태양과 같은 천체, 뇌우나 허리케인 같은 지구의 현상에도 적용됩니다. 생물을 포함한 천체와 지구 물체의 다양성은 제2 법칙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 사회와 자연 생태의 진화는 이 패턴의 일부입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이러한 팡리즈와 리슈시안의 통찰력을 모르는 것이 분명합니다.

 

웨스트의 책에 담긴 사실적인 내용은 81개의 숫자 도표에 담겨있으며, 이 도표들은 다양한 관찰된 수량이 따르는 다수의 확장의 법칙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도표는 동물의 신진대사율에 관한 도표인데, 쥐로 시작해서 코끼리에 이르는 온혈동물 종의 이름이 표시된 28개의 점을 보여줍니다. 점은 정사각형 그래프에 표시되는데 수평 위치는 종의 평균 질량을, 수직 위치는 평균 에너지 소비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도표를 보면 28개의 점이 놀랍게도 정확히 하나의 직선 위에 놓여있습니다. 직선의 기울기는 곧 에너지 소비량의 질량에 대한 확장의 법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량은 질량의 3/4승으로 증가합니다. 에너지 소비의 4승은 질량의 3승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이 확장의 법칙은 포유류와 조류에게 정확하게 적용됩니다. 어류나 파충류와 같은 냉혈동물은 일정한 체온이 없기 때문에 이 법칙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파충류의 에너지 소비량은 체온에 따라 달라지며, 체온은 날씨에 따라 변합니다. 

 

유사한 도표는 다른 수량이 보여주는 확장의 법칙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법칙들은 일반적으로 동물의 해부학과 생리학에 가장 정확하게 맞았고, 도시나 기업들과 같은 사회 제도에 적용했을 때는 비교적 덜 정확했습니다. 책 속의 10번 도표를 보면 포유류의 심박 수는 질량의 1/4승에 반비례하며, 35번 도표는 미국에서 승인된 특허의 숫자가 인구의 1.15승에 비례함을 보여줍니다. 또한, 36번 도표는 일본에서 보고된 범죄 건수가 인구의 1.2승에 비례하며, 75번 도표는 미국의 영리 회사는 회사가 창업한 지 몇 년 됐는지에 상관없이 폐업률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회사의 기대 수명은 약 10년으로 항상 일정했습니다. 기업의 짧은 수명은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모두 가져오는 자본주의 경제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먼저 실패한 기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실패한 기업도 도태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원을 소비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반면 장기적 계획과 선견지명에 대한 동기가 사라진다는 점은 나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랙탈(fractal)을 논의하는 부분에서 제프리 웨스트는 복잡성의 이론에 가장 근접한 논의를 진행합니다. 프랙탈은 나뭇가지나 포유류의 혈관과 같이 모든 크기가 비슷해 보이는 크고 작은 가지 같은 구조입니다. 프랙탈의 작은 조각을 크게 확대해보면 전체처럼 보입니다. 수학자 베누아 만델브로는 1960년대에 프랙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연에 있는 프랙탈의 편재성에 주목했습니다. 프랙탈 구조는 확장으로부터 독립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장의 법칙 쪽으로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웨스트는 포유류 혈관 시스템의 예를 상세하게 다뤘는데 이 혈관 시스템의 삼차원 조직에서 일차원 혈관을 통해 영양분의 공급을 최적화시키도록 프랙탈의 분기가 발전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최적화된 분기에서 확장의 법칙이 관찰되고 총 혈액의 흐름은 질량의 3/4승에 비례한다는 점이 관찰되었습니다. 생물학에서 발견되는 확장의 법칙 대부분은 조직의 프랙탈 구조의 결과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랙탈의 이론적인 논의 자체를 복잡성의 이론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프랙탈은 복잡한 구조 중에서도 가장 융통성 없는 규칙을 가진, 복잡한 구조 중 가장 단순한 종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확한 확장의 법칙은 복잡성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함의 결과입니다. 웨스트가 생물학에서 나아가 경제학과 사회학으로 그 주제를 옮길 때 프랙탈 구조는 덜 분명해지며 확장의 법칙 또한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도시와 회사에는 대략 계층적인 구조만 있으며, 어떤 이론에 의해 좌우되지 않습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대도시를 매우 좋아하며 인간 사회의 서식지로서 대도시가 우월한 점을 확장의 법칙을 이용해 설명합니다. “도시의 과학에 대한 서곡”이라는 제목의 장에서 제프리 웨스트는 현대 도시에 대해 다분히 서정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사실 이런 관점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엄청난 발전과 성장을 설명하는 데도 어느 정도 잘 들어맞기도 하죠. 이번 세기에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할 것이며, 인간이 사는 곳은 갈수록 더 도시화될 것입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45번 도표에서 도시 내 통화 수와 거주자 수에 관련된 확장의 법칙을 제시합니다. 통화 수는 인구의 1.15승으로 증가합니다. 이 규칙은 통화 기록을 가장 정밀하게 수집하는 영국과 포르투갈에서는 정확하게 맞았습니다. 웨스트는 통화 수를 삶의 질을 나타내는 좋은 척도로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전화할 일이 많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비즈니스 거래가 일어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는 뜻으로, 개인들이 사회의 발전에 더 기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는 인간의 진보가 일어나는 대도시의 특성을 버즈Buzz라는 단어를 써서 포착합니다. 위대한 도시들은 도시에 사는 개개인이 더욱 효과적으로 혁신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한다는 그의 관점을 비선형적 확장의 법칙이 확인시켜 준다고 보았습니다.

 

웨스트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다른 확장의 법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확장의 법칙은 유전자 부동의 법칙으로, 소규모의 인구에서 진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소규모의 인구 내에서 교배가 이루어질 경우, 모든 인간 능력의 평균적인 수치의 부동율은 인구의 역제곱에 비례합니다. 도시보다 고립된 마을에서 평균적인 수치가 더 자주 바뀝니다. 평균적으로 시골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1천만 명의 사람이 유전적으로 고립된 마을에 나눠진다고 할 경우, 운이 좋은 어떤 마을에는 평균 능력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 모일 것이고, 이 안에서 교배가 이루어지면 단시간 내에 천재들이 태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유전적 고립의 영향은 마을의 인구가 계급이나 카스트, 종교 등으로 또다시 나누어지면 더 강해집니다. 사회적 우월주의는 지역적 분리만큼 효과적으로 사람들이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럽 및 중동 인구의 상당 부분이 기원전 1000년부터 서기 1800년 사이에 유전적으로 고립된 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유전자 부동은 지식 혁명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식 혁명이 일어난 장소들 가운데 특히 기원전 800년경의 예루살렘(단일신 종교의 발생), 기원전 500년경의 아테네(드라마와 철학의 발명 및 과학의 기원), 1300년경의 베네치아(현대 상업의 발생), 1600년경의 피렌체(현대 과학의 발생), 그리고 1750년경의 맨체스터(현대 산업의 시작)가 있습니다.

 

이 장소들은 모두 인구가 수만 명인 마을이었으며, 그 안에서 다시 다른 부족, 사회적으로 다른 계급으로 세분돼 있었습니다. 각각의 경우에 수백 년 동안 집단 내 교배를 통해 몇몇 천재가 탄생하였고, 이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러한 발생에는 많은 역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사건이 젊은 천재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천재들의 탄생은 유전자 부동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예시들은 모두 서구 사회에만 해당합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하게 천재들이 탄생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다른 문화권에서 역사적으로 세부사항이 어떠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에 관해서는 언급할 수 없습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마을을 통한 변화를 도외시했습니다. 이는 무척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향후 수 세기 동안 많은 사람이 과연 유전적으로 고립된 커뮤니티에 남아있을까요? 우리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발전과 세계의 정치, 그리고 그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욕망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커뮤니티를 영원히 유전적으로 고립시킬 두 가지 기술적 발전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소수의 부모가 미래의 삶에 유리하도록 자식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바꿔 낳을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이렇게 변형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건강하거나, 더 오래 살거나 지적으로 더 재능을 타고 났을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태어난 아이들과는 교배하지 않으려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소수의 사람이 지구를 떠나 아주 먼 우주의 어느 공간에서 새로운 사회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이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하나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그의 관점은 인간이 하나의 행성에서 단일한 종족으로 영원히 남는 전제 위에서 전개됩니다. 우리의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다면, 인류의 조상이 지구에서 널리 퍼져나가고 다양화되었듯, 온 우주로 퍼져나가 여러 종족으로 다양화될 것입니다.

 

인류가 지구에 남는 한 인류는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이유를 동원해 특정 부모가 자녀의 유전자를 바꿔 낳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고립된 커뮤니티로 흩어진다면 굳이 유전자 조작이나 변형을 금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소수의 인간이 춥고 공기가 없는 환경을 식민지화한다면 그들의 자손들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전자 공학을 사용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주의 식민지화를 예언했던 19세기의 콘스탄틴 치오코프스키는 이미 인간의 폐를 초록색 잎으로 대체하고, 목소리 대신 피부에 나타나는 무늬를 바꿔 소통하는 우주 식민지의 생명체를 상상해 그렸습니다. 우주 운송 기술과 유전자 기술이 치오코프스키의 꿈을 실현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기술의 발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유전자 변형된 아기와 우주여행이 저렴하고 보편화하는 데 200년 정도를 예상한다면 (과학의 발전에 100년 정도 걸리고 이를 응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약 10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이는 합리적 예측일 것입니다. 또한 200년 안에는 태양계로 승객과 수화물을 나르는 공공 우주 고속도로가 생기고 교통량이 어느 정도가 되면 일반인도 큰 부담 없이 우주를 왕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농부들은 미생물을 번식시킬 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생태계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식물과 동물도 번식시키게 될 것입니다. 생태계에 인간을 포함하는 선택 또한 항상 가능하게 됩니다.

 

저렴한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려면 두 가지 공공 고속도로가 필요한데, 하나는 지구와 같이 중력이 강한 행성을 탈출하는 데 필요하며 또 하나는 중력이 강하지 않은 곳 사이를 여행하는 데 필요한 고속도로입니다. 강한 중력의 고속도로는 강력한 레이저 빔을 땅에서부터 고속도로로 쏘아 올려서 만들어진 것으로 우주선이 빔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상하로 날 수 있게 합니다. 교통량이 늘어나 이 레이저빔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면 우주선 한 대당 드는 에너지 비용은 오늘날 제트기로 대륙과 대륙을 여행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비용과 비슷해질 것입니다. 저중력 전용 고속도로는 태양열을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하는 이온 제트 엔진으로 가동되는 우주선에 연료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0년간 우리가 더 나은 시스템을 발명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고중력 시스템과 저중력 시스템 모두 200년 이내에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 우주에서 적은 비용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온혈식물을 만드는 유전자 공학이 필요합니다. 온혈식물들은 원거리에 있는 태양, 물에서 오는 에너지와 얼어붙은 토양에 있는 필수 영양분을 활용하여 태양계의 모든 차가운 물체의 표면에서 자랄 수 있습니다. 식물은 살아있는 온실이 되며 외부의 차가운 거울이 햇빛을 집약시켜 투명한 창문에 투영해 온실 내부의 뿌리와 새싹들은 햇볕으로 따뜻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온실 내에는 편안한 온도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기로 차 있는 공간이 있어 미생물과 식물, 동물과 인간의 다양한 생태계의 서식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온혈식물들은 거울과 온실을 자라게 하며 전체 커뮤니티에 영양분을 공급해줍니다. 소행성이나 혜성, 위성과 같은 태양계의 작은 물체들은 표면적만 놓고 보면 지구보다 훨씬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에 아주 넓습니다. 태양계가 지나치게 붐비게 되면 생명은 다른 은하계와 우주로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대통합 이론의 비전”이라는 제목의 챕터는 미래에 대한 웨스트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대도시와 빅데이터의 빠른 성장이 인간의 활동을 초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관찰된 양이 무한한 시간 속에 무한하게 성장하게 되면서 수학적으로 특이점을 가져오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특이점에 대한 생각은 레이 커즈와일의 책 “특이점이 온다”(2005) 에서 나온 것으로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과, 세계의 위기가 닥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커즈와일의 주장을 과학보다 과학 소설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제프리 웨스트는 알려진 확장의 법칙의 결과로 이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특이점은 인간의 존재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인간 사회 조직에 강제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확장의 법칙으로 인해 또 다른 특이점이 오고 이에 따른 다른 강제적인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게 됩니다. 웨스트는 지속 가능한 대통합 이론을 통해 진정으로 유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될 때까지 특이점이 반복되는 미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원히 지속 가능한 사회의 모습을 우리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으며, 인간 행동의 규칙을 정하게 될 대통합 이론 하나만을 지속 가능한 사회의 미래 특징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대통합 이론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우리가 가진 방법에 맞춰 생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우리의 존재를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대통합 이론을 마지막으로 발명한 것은 칼 마르크스가 변증법적 유물론을 만들었을 때입니다. 이 이론은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인간의 행동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지속될 수 없음이 증명되었고, 그 이론은 더 이상 통합된 상태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제프리 웨스트의 이론도 유사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상상하는 미래의 선택은 언제나 취향의 문제입니다. 제프리 웨스트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삼았으며 대통합이론을 목표 달성의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나의 취향은 그 반대입니다. 나는 인간의 자유를 목표로 생각하며 소수의 인간 사회를 그 방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유는 인간의 자손들이 부모가 강요한 대통합 이론에 반기를 들게 하는 신성한 불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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