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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인지언어학, 진보와 보수, 프레임

Jobs 9 2024. 4. 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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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think of an elephant
'청개구리' 같다는 말은 이럴 때가 딱이다. 분명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건만 코끼리를 생각하는 당신, 바로 청개구리이다.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는 우리의 이런 청개구리 심성을 좀더 꿰뚫어 보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변화를 꾀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진보와 보수, 문제는 프레임이다
조지 레이코프

인지언어학을 창시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 레이코프가 언어학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 화제의 베스트셀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전면개정판이다. 이 책은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가?”라는 진보의 해묵은 의문에 답하며,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계몽주의적 신념이 왜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지 명쾌하게 분석하여 여의도 정치권과 의식 있는 시민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EBS ‘지식채널 e’를 기획한 김진혁 교수(전 EBS PD)가 이 책을 읽고 제작한 ‘frame’ 편은 큰 화제를 낳았고, 2012년 미국과 한국의 대선을 동시에 앞둔 시기 방영된 손석희 앵커의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편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다. 저자는 어떤 대상보다도 특히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가 이 책을 반드시 읽기를 바랐는데, 그의 희망대로 ‘프레임’은 한국에서도 학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언론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용어가 되었다. 또 유권자(소비자)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홍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기본서가 되었다. 


 프레임의 덫에 걸린 세상을 해부한다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왜 모든 정치는 도덕적인가?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프레임은 자주 활성화될수록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정치 담론에서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한편 나의 관점은 약화된다. 그래서 진보는 보수의 언어가 아닌 진보의 언어를 써서 진보의 신념을 말해야 한다. 
모든 정치적 방안은 옳다는 가정 하에 제시한다. 그래서 모든 정치는 도덕적이지만, 도덕적 관점은 각각 다르며 도덕적 신념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적이다. 미국의 정치 진영을 둘로 가르는 것은 곧 도덕의 차이다.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의 도덕이, 진보는 자상한 부모의 도덕이 토대가 된다. 미국 정치에서 동성 결혼과 낙태가 그토록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학과 정치 담론을 넘어, 미디어 산업, 마케팅, PR, 커뮤니케이션 필독서가 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왜 사회 변화인가? ‘정치적 중도’란 존재하는가?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프레임 재구성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에 접근하여 이를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이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부단한 과정이며, 반복과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에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이른바 ‘중간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레이코프는 이들을 ‘이중개념주의(biconceptualism)’ 소유자들로 정의한다. 중간층에 해당하는 도덕 체계나 정치적 입장은 없다. 스스로를 중도라 생각하는 이중개념 소유자들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조지 레이코프는 ‘중간층’에게 호소하기 위해 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오른편으로 이동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해롭다. 우선 진보적 지지층을 소외시키고, 이중개념을 소유한 유권자들 머릿속의 보수주의 프레임을 활성화한다. 보수적 프레임과 진보적 프레임을 모두 갖고 있는 이중개념 소유자들의 머릿속에서 어느 쪽 프레임을 더 활성화하는가가 선거에서 결정적 변수가 된다. 
자상한 부모 유형의 도덕, 즉 보살핌과 배려의 도덕을 갖고 있는 진보로서는 이중개념 소유자들에게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이입과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들에게 가장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마음 쓰는 대상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러한 책임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의 마음속에서 ‘보살핌의 모형’을 최대한 활성화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바르게 대하는 것도 의사소통 차원에서 ‘보살핌 모형’을 활성화한다. 

 

아직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최신 쟁점들

이 책에서 저자는 아직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최신 쟁점들을 어떻게 프레임에 넣어야 할지 논의한다.

[자유]
보수주의의 메시지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급기야 보수주의가 '자유'라는 단어를 소유하게 되었다. 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무척 중요하며, 선거에서든 일상적인 의사결정에서든 대부분의 정치적 담론의 주제는 자유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저자는 진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자유와 연결시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도 인간답게 살 자유,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자유, 인종·성별·성적 지향성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자유 등을 진보의 프레임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의 양극화에 대한 피케티의 통찰]
전 세계를 강타한 토마 피케티의 연구는 아직 진보의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노동에 의한 생산적 부와 투자 수익을 통한 재투자 부의 비율로 양극화의 심화 정도를 알 수 있는데, 피케티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초반까지 극심하던 부의 편중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재투자 부가 상당 부분 사라지면서 급속히 완화되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다시 재투자 부가 생산적 부를 초과하며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1976년 미국에서는 상위 1퍼센트가 부의 19.9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2010년 35.4퍼센트로 늘어났다. 피케티는 재산세(부유세)를 통한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의 편중은 정치적 영향력도 편중되게 만들어 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또한 더욱 강력해진 투자자들의 영향력에 의해 기업의 경영자들이 꼭 필요한 최고급 인재만 회사의 자산으로, 나머지 노동자들을 써먹고 버리는 자원으로 대우함으로써 노동의 질과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급속한 양극화는 불평등뿐만 아니라 공적 자원의 감소, 교양 교육의 쇠퇴, 노동의 질 악화 등 여러 유기적 효과를 낳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프레임에 넣어야 한다. 

[기업의 지배]
2010년 미국 법원은 기업이나 단체의 정치 자금 지출을 제한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기업을 규제하던 법률들이 하나둘씩 위헌 판결을 받게 됨에 따라 기업이 초법적인 권리를 누리게 되면서 기업의 사회 지배가 가속화되고 있다. 피케티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정치가 대중이 아니라 상당 부분 기업의 로비에 의해 좌우되는 지금 이 해법의 실행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자유를 빼앗는다며 비난하곤 한다. 하지만 기업의 지배는 ‘자유’를 훨씬 더 많이 빼앗아갈 것이다. 기업의 지배는 중대한 쟁점이지만 아직 대중의 머릿속에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언어학을 정치에 적용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사회적,정치적 쟁점을 프레임에 넣는다?! 이미 10년 전인 2004년에 이 책의 초판이 나왔다지만, 10주년 전면개정판을 접하고 나서야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세상에 좋은 책이 많지만 나만의 프레임에 갇혀서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책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언어학을 정치에 적용'했다는 이 책을 읽어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정치를 인지언어학으로 접근해서 해석했을 때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정치'를 떠올리면 이해가 가지 않고 답답하기만 하던 나에게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주었다. 지난 선거 결과에 의문 투성이였던 세대에게 이 책은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제목과 추천사를 읽어보는데,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언어학을 정치에 적용하는 프레임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졌다. 손석희, 황광우, 조국, 김진혁 등 우리 시대 대표 지성의 강력한 추천이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이들의 추천사가 더욱 강력하게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정치인은 머릿속 어떤 프레임을 자극해야 자신을 지지할지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당신의 진짜 의견엔 관심이 없다. - 김진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치는 그 핵심이 프레임 싸움이다. 평소에도 기자들에게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프레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며, 그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은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말한다. - 손석희(JTBC 보도담당 사장) 


인지언어학계의 거목으로 프레임 이론을 제시하며 미국 진보세력의 전략 혁신을 촉구한 조지 레이코프의 명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10주년 전면개정판이 나왔다. 분량과 내용에서 대대적 보충이 이루어져 책의 의의가 더욱 빛난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앞 뒷면에 주황색 페이지 가득 추천사가 담겨있다. 이들의 추천사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흥미가 더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조지 레이코프.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언어학자로 손꼽힌다. 정치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전문가로서 다수의 민주당 지지 단체, 진보적 여론 조사 단체, 홍보 회사를 상대로 프레임에 대해 자문하고 있으며, 민주당 정책 연수회 및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활동가 지원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나뉜다. '1부 프레임 구성 이론과 적용, 2부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을 어떻게 프레임에 넣을 것인가, 3부 구체적인 쟁점의 프레임 구성, 4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5부 이론에서 행동으로'라는 글을 읽다보면 서론의 제목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사회 변화다'라는 말에 대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프레임을 어떻게 짜고 어떻게 활성화하는가를 설명하며,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을 프레임 안에 넣기와 구체적인 쟁점의 프레임을 짜는 법까지 살펴보게 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변화를 의미한다. (10~11쪽)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해도 괜찮지만 코끼리만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는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반응한다. 그동안 인지과학에 관한 흥미로운 서적을 보며 프레임에 관해 익혀왔으면서도 정치 분야에 연관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되어 우리 생각을 지배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정치적인 역사의 흐름을 짚어보고, 어떤 점이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파악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모르던 것을 이제 알 것 같다. 이런 점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끌게 될 것이 자명함을 이제야 알게 된다. 과거의 일을 프레임이라는 틀로 바라보고,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좁은 면으로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보다 넓은 면으로는 개인적인 삶에도 적용해볼 지침이 된다.



정말로 중요한 네 가지 지침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285쪽)


거시적으로 볼 때 사람들의 욕망이 비슷비슷하게 출현되고, 나라 안의 역사도 큰 틀에서 오류를 반복한다.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사례는 우리의 과거를 통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판단하게 한다. 프레임에 갇혀서 잘못한 것을 그때는 모르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다고 해도 이미 때가 늦게 된다. 사람들이 판단을 잘못 했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다. 국가정책도 잘못 짜인 프레임으로 국가도 망칠뿐더러, 세계를 위험에 빠지게 한다. 프레임에 갇히다보니 거시적인 눈을 뜰 수 없으니 프레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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