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

현대 소설 작품 #04 - 공무원 국어 - 문학 - 소설

Jobs 9 2020. 3. 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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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서울, 1964 겨울

󰏅 줄 거 리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오뎅과 군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얼어 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하략)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 마차 선술집에서 안씨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나’는 우연히 만난다. 우리는 자기 소개를 끝낸 후 얘기를 시작한다. 우선 ‘파리(Fly)’에 관한 이야기다. 파리를 사랑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우물거렸고, 나는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 안에 잡아본 것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스스로 답한다. 추위에 저려드는 발바닥에 신경쓰이는 나에게 그는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의기양양해져 옛 추억을 떠울리며, 여자 아랫배의 움직임을 이야기하고, 그는 꿈틀거리는 데모를 말한다. 그리고 대화는 끊어지고 만다.

다른 얘기를 하자는 그를 골려주려고 나는 완전히 자신만의 소유인 사실들에 대해 얘기를 시작한다. 즉 평화 시장 앞 가로등의 불꺼진 갯수를 이야기하자 그는 서대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숫자를 이야기한다.

나는 안형을 이상히 생각한다. 부잣집 아들이고 대학원생인 사람이 추운 밤, 싸구러 술집에 앉아 나같은 친구나 간직할 만한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스러운 것이다. 안형은 밤에 거리로 나오면 모든 것에서 해방된 느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말을 걸어와 우리와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요리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뇌막염으로 죽었고 그녀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직업은 서적 월부 외판원이었다는 것, 옛날에 부인과 재미있게 살았다는 것 등을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며 말을 계속한다. 나와 안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지만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버리고 싶어했고, 우리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주기를 부탁한다.

중국집에서 나와 우리는 양품점 안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사고 귤도 산다. 돈의 일부를 써버렸지만 아직도 얼마의 돈이 남아 있다. 그때 우리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지나갔고, 사내는 소방차 뒤를 따라 가길 원한다. 택시를 타고 화재가 난 곳에 도착해서 불구경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불길을 보고 아내라고 소리친다. 그러곤 남은 돈과 돌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버린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 되었고 우리는 약속한 대로 가려 했지만 사내는 우리를 붙잡는다. 혼자 있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밤만 같이 지내길 부탁하며 여관비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함께 들르길 요청한다. 사내는 남영동의 한 가정집 대문앞에 멈춰 벨을 누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월부책 값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다. 우리는 거리로 나와 여관으로 들어간다. 여관에 들어가서 우리는 방을 몇 개 잡을 것인가에 대하여 약간의 이견을 갖게 되나 각자 방을 정한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다. 안과 나는 성급히 거리로 나온다. 안은 그 사내가 죽을 줄 알았다는 것, 그래서 유일한 방법으로 혼자 놓아둔 것이라고 말한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할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어다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 작품해설

이 작품은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60년대적 의식의 방황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50년대의 도덕주의적 엄숙성을 지닌 문학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도시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고립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사건은 없이 우연한 만남을 이룬 세 사나이의 비현실적 대화의 행동을 통해 전망 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성을 드러낸다. 소위 4․19세대가 일으킨 ‘감수성의 혁명’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김승옥 문학의 대표작으로, 감각적이며 유희적인 문체가 인간 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제시하게 되는, 반어적인 성취가 이루어진다. 인간끼리의 진정한 자아로서의 만남이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학원생 안씨와 서적 외판원 아저씨를 60년대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전형적(대표적) 개인이다.

 

(주제) 현대인의 삶을 비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여 만나는 세 인물이 느끼 는 삶의 공동성(空洞性)과 파편적 개인성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의 문제

주체성 없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

현실의 부적응으로 인한 삶의 허무

 

(개관) 하룻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삶의 문제를 인식

이 작품의 배경 설정과 사건전개의 우연성과 인물의 행동 모두는 현대인의 개체화되고 파편화된 삶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 이 청 준 (李淸俊, 1939 ~ )

전남 장흥 출생. 1962년 서울대 독문과 졸업. 대학 재학 중인 1965년 <사상계> 제 7회 신인 문학상에 단편 「퇴원」 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67년 「병신과 머저리」로 제 1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차례 상을 탐. 주로 현실과 이상의 차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집요하게 추구함. 대표작으로 「이어도」(1976), 「별을 보여드립니다」(1971), 「소문의 벽」(1972) 등이 있다.

 

󰏅 작품해설

이 소설은 전쟁 체험 세대인 형과 미체험 세대인 동생을 내세워 두 인물 모두가 지니고 있는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형은 6․25의 체험을 생생한 아픔으로 지니고 있는 ‘병신’이다. 이에 반해 동생은 그러한 체험이 없으면서도 무기력하게 자신을 포기한 ‘머저리’이다. 극한 상황의 비인간성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극도의 환멸을 맛보았던, 그리고 그 환멸에 대한 분출구로서 소설 쓰기를 택한 ‘병신’과 혜인을 붙잡지 못하고 그림으로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표현하고자 하는 ‘머저리’가 대면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확인하고 있다. 이로써 둘은 서로에게 반성적 계기가 되고, 그 아픔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즉, 자기에 대한 비판적 계기가 생에 대한 긍정적 힘으로 순화되는 것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형은 손에서 원고 뭉치를 떨어뜨리고 나의 귀를 잡아 끌었다. 술 냄새가 호흡을 타고 내장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 형은 아주머니까지도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나 된 것처럼 귀에다 입을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

“넌 내가 소설을 불태우는 이유를 묻지 않는군 ······.”

너무나 정색을 한 목소리여서 형의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형의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형의 손이 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너도 읽었겠지만, 거 내가 죽인 관모놈 있지않아. 오늘 밤 나 그놈을 만났단 말야.”

그러고는 잠시 말을 끓고 나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눈은 술에 젖어 있었으나, 생각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코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형은 안심이라는 듯 큰 소리로,

“그래 이건 쓸데없는 게 되어 버렸지 ····· 이 머저리 새끼야”

하고는 나의 귀를 쭉 밀어 버렸다.

다시 원고를 집어 사그라드는 불집에 집어 넣었다.

“한데 이상하거든 ······ 새끼가 날 잘 알아보질 못한단 말이야 ······ 일부러 그런 것 같지도 않았는데 ······?”

불을 보면서 형은 계속 중얼거렸다.

“내가 이제 놈을 아주 죽여 없앴으니 내일부턴 ······ 일을 하리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일어서서 홀을 나오려는데 ······ 그렇지 바로 문에서 두 걸음쯤 남았을 때였어. 여어, 너 살아 있었구나 하고 누가 등을 탁 치지 않나 말야.”

형은 나를 의식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놀라 돌아보니 아 그게 관모놈이 아니냔 말야. 한데 놈이 그래 놓고는 또 영 시치밀 떼지 않아. 이거 미안하게 됐다구······ 두려워서 비실비실 물러나면서······ 내가 그 사이 무서워진 걸까 ······하긴 놈은 내가 무섭기도 하겠지. 어쨌든 나는 유유히 문까지는 걸어 나왔어. 그러나 ······문을 나서서는 도망을 했어 ······ 놈이 살아 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냔 말야.”

형은 나머지 원고 뭉치를 마저 불집에 집어 넣고서야 힐끗 나를 보았다.

 

(나) 비로소 몸 전체가 까지는 듯한 아픔이 전해 왔다.

그것은 아마 형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형은 그 아픔 속에서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 그는 그 아픔이 오는 곳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것을 견딜 수 있었고, 그것을 견디는 힘은 오히려 형을 살아 있게 했고 자기를 주장할 수 있게 했다. 그러던 형의 내부는 검고 무거운 것에 부딪쳐 지금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 형은 곧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형은 자기를 솔직하게 시인할 용기를 가지고, 마지막에는 관모의 출현이 착각이든 아니든, 사실로서 오는 것에 보다 순종하여, 관념을 파괴해 버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형은 그 아픈 곳을 알 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형을 지금까지 지켜 온 그 아픈 관념의 성은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만한 용기는 계속해서 형에게 매스를 휘두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무서운 창조력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멍하니 드러누워 생각을 모으려고 애를 썼다. 나의 아픔은 어디서 온것인가. 혜인의 말처럼 형은 육이오의 전상자이지만, 아픔만이 있고 그 아픔이 오는 곳이 없는 나의 환부는 어디인가. 혜인은 아픔이 오는 곳이 없으면 아픔도 없어야 할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것인가.

나의 일은, 그 나의 화폭은 깨어진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나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망설이며 허비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힘으로는 영영 찾아내지 못하고 말 얼굴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나)의 내용으로 볼 때 (가)에 나타나는 사건 전개의 양상은?

① 갈등의 실마리 발생 ② 갈등과 분규의 시작

③ 갈등의 점진적 심화 ④ 갈등의 최고조

⑤ 갈등의 해소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

②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③ 일관되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④ ‘형’의 삶의 자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⑤ 자신의 아픔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형’이 ‘소설을 불태우는 행위’가 함축하는 바는?

① 깨달음의 실천 ② 불안 요소의 제거

③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④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

⑤ 작가로서의 삶의 포기

 

 

윗글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과 거리가 것은?

① ‘형’의 직업은 의사이다.

② ‘형’은 육이오 전상자이다.

③ ‘나’는 형의 소설을 읽어 보았다.

④ ‘나’는 ‘혜인’과 헤어진 후 그림을 그려 왔다.

⑤ ‘형’은 정신적인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

▷ ④ / (나)에서 ‘혜인의 말처럼 ~있다는 것인가’라는 대목이 있다.

(가)에서 ‘형’이 보이고 있는 태도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저항하고 있다.

② 상대방의 잘못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있다.

③ 자신의 불만을 동생을 상대로 해소하고 있다.

④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⑤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 의기 소침해 있다.

▷ ④ / (가)에서 ‘형’이 소설을 불태우면서 한 대화 내용으로 볼 때 ④로 보아야 한다.

이청준

 

매 잡이

󰏅 줄 거 리

주인공인 나는 민태준 형의 자살에 접하여 당황한다. 결핵을 앓고 있던 형은 지난 해 봄 갑자기 단 한 가지 유물만 남기고 세상을 떴다. 아는 이는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별로 값지지도 않는 몇 권의 대학 노트로 되어 있는 비망록이었다. 형의 생전에 나는 형으로부터 여행 비망록의 한 부분을 본 바가 있었다. 그것은 전라북도 창원에 있는 어느 지방에 살고 있는 매잡이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돈과 취재 요령을 적은 메모지를 주며 그곳을 취재해 보라고 권하였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첫번째 ‘매잡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이 작품에는 이렇게 첫번째 ‘매잡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 경위와 내용을 소개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두번째 ‘매잡이’가 된다.

나는 민태준이 준 소설의 소재가 적인 메모지를 들고 민태준이 매잡이에 대하여 취재한 마을을 찾아 벙어리인 중식이라는 소년을 찾아간다. 중식은 쉰 살짜리 매잡이인 곽돌(郭石) 과 같이 ‘번개쇠’라는 매로 꿩사냥을 하는 소년이다. 나는 중식과 함께 매잡이를 나서지만 허탕치고 만다. 여기에 첫번째 매잡이 소설에 대한 내부 이야기가 소개된다.

매잡이 곽 서방은 매잡이라는 옛 관습을 지키는 최후의 사람이다. 중식이가 한 사흘을 굶긴 매를 들고 산골짜기에 가면 곽 서방이 꿩을 몬다. 그러나 이제는 꿩도 없어 매잡이가 되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 마지막 매잡이에서는 매는 꿩을 배불리 먹고 다른 데로 날아간다. 날아간 매는 시장에서 매값과 바꾸게 되어 있다. 겨우 서영감에게서 매값을 구한 곽돌은 매를 가지고 나온 친구에게 매값을 주었으나 받지 않고 가 버린다. 곽돌은 매값으로 술을 마시고 매를 가지고 와 중식이네 닭을 먹인 후 날려 보낸다. 곽돌은 그 뒤에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지 않고 죽는다. 한편 날아간 매는 다시 중식의 손에 돌아오고 나는 취재 여행에서 돌아온다. 얼마 지나 세 번째의 유언에 따라 봉투를 뜯어 본 나는 깜짝 놀란다. 그것은 완벽한 ‘매잡이’ 소설이었다. 이렇게 해서 ‘매잡이’란 세 편의 소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의문의 소설가인 민형은 완벽한 ‘매잡이’ 소설을 작성해 놓았던 것이다. 이제사 나는 민형의 취재 노트에서 왜 석 장이 찢겨졌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번에 또 소설을 쓰게 된 나의 관심은 아무래도 민형과 그의 소설에 대한 쪽이며, 곽서방과 소년을 포함한 매잡이의 풍속 자체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형에게서처럼 나에게 절실한 나의 풍속이 될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이 이미 그렇게 될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 작품해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한다. 시류에 따라 변한다. 가장 소중했던 옛것은 버리고, 눈앞의 일에만 열중한다. 그러기에 옛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비현실적인 꿈이 되고 만다. 이 작품은 매잡이 사냥을 하던 곽 서방이 시류(時流)에 영합하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지키려는 처절한 삶의 모습을 산꼴짜기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중 화자인 ‘나’가 친구 민태준의 수기를 서두에 내놓고 매잡이 곽 서방을 찾아가 그의 삶의 자세를 그려낸 1 인칭 시점의 액자 소설이다.

이 소설은 창작 과정을 소설로 수용하는 모더니즘적 기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작자가 창작에 이끌려가는 과정에 독자를 동반시킴으로써 독자의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런 소설 형태를 짜는 고도의 지적 조작은, 그이 특유한 문체의 불분명함과 함께, 진실한 인간의 삶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형체없는 사회적 폭력에 대항하는 일종의 암유이다.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朴景利, 1927 ~ )

소설가. 1955년 「계산」 1956년「흑흑백백」이 「현대 문학」에 추천되어 등단. 초기에는 젊은 미망인들이 운명 앞에서 무너지는 약한 인간상을 그렸으나 「김약국의 딸들」이후 사회와 현실의식이 확대되고 기법과 제재도 다양해졌다. 「불신 시대」「시장과 전장」「표류도」「토지」등의 작품이 있다.

 

󰏅 작품해설

경상도 통영을 배경으로 넉넉한 살림의 한 가정이 욕망의 얽힘과 운명에 의하여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 숙정의 자살이 몰고 온 비극의 사슬로 인하여 김 약국(김성수)과 그의 다섯 딸들의 삶이 철저히 비극으로 끝난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김 약국의 고종사촌형인 이중구는 마누라인 윤씨와 단 둘이서 동문 밖의 조그마한 기와집에 살고 있었다. 큰아들 정윤은 지난 봄에 대구 의전을 졸업하였다. 그는 진주 도립 병원에 취직하고 있었다.

두 내외는 계집아이도 없이 퍽 외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든지 다정스럽고 흡족한 노부부다. ㉠마누라가 밥을 지으면 영감은 장작을 패고, 생선 한 마리라도 맛나게 보글보글 지져서 머리 맞대고 의좋게 먹는다. 평생 겸상해서 밥을 먹어 본일이 없는 한실댁은 그런 광경을 보면 망측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다.

“참말로 천생 배필이제, 하루를 살아도 무슨 한이 있을꼬….”

젊어서부터 하는 한실댁의 말이었다.

중구 영감이 처음 소목일을 하게 된 것은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이다. 한일 합방 전부터 세상은 어지럽고 매관 매직이 횡행하는 풍조 속에서 꼿꼿하고 오만한 중구 영감은 그만 책을 덮어 버렸다. 그 때는 영락한 선비의 자손들이 어려운 살림을 위하여 남 몰래 소목일, 제모 짓는 일을 하고 있었다. 중구도 소목일을 배웠다.

외가에서 도움을 받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나 워낙 성미가 강직하고 남에게 굴하기를 싫어한 중구는 외가의 도움도 달갑잖게 여겼다. ㉡그러나 아들 형제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아무리 밤잠을 못자고 일을 하여도 역시 김 약국이 알게 모르게 주는 도움에 힘입은 바가 켰다.

중구 영감은 이를테면 예술가 기질 혹은 명장(明匠)의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었다. 비록 어쭙잖은 소목장이었으나 단순한 장인바치는 아니었다. 그가 만들어 낸 자개장이나 귀목장은 그 ⓐ의장(意匠) 이 특출하였고 견고하기로는 이를 데가 없었다. 족히 자손에 물릴 만한 귀물이었다. 그러나 성미가 까다로워서 뒷일꾼 하나 두지 않고 혼자 일방에 들어박혀 하는 것이니 한 가지를 끝내는 데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돈푼이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중구 영감에게 일을 맡기지 못한다. ㉣거기다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맡기는 사람의 태도가 불손하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딱 거절을 한다. ㉤부탁하는 사람이 이래저래 해 달라고 요구를 하는 일이 있지만 그 말에 따라 일하는 법도 없고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돈 있고 권세 좋은 사람들은 한갓 소목장이가 무슨 똥고집이 그리 세냐고들 못마땅히 여긴다. 한 번은 정국주의 마누라가 와서 교자상을 하나 부탁한 일이 있었는데 그 거드름 피우는 꼴이 아니꼬웠던지 코대답도 하지 않고 돌려 보냈다.

<중 략>

“큰어머니.”

용빈은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윤씨를 불렀다.

“누고오? 아 용빈이 앙이가.”

윤씨는 절구통 앞에서 무엇을 찧다가 절굿공이를 놓고 쫓아 나왔다.

얄팍한 눈매와 곱슬한 이마머리, 깨끗하게 늙었다.

“용숙이도 왔구나. 웬일고.” / “큰아버지 계십니까.”

“운냐, 계신다. 일방에.” / “요새도 일을 하십니까?”

“하모, 일을 잡으믄 사흘 나흘 들어앉아서…….”

용빈과 윤씨가 말을 주고받는데 용숙은 절구통을 기웃이 들여다본다.

<중 략>

얼마 후 조촐한 저녁상이 들어왔다. 장에 가지도 않았는데 밥상이 실팍하다. 나물, 자반, 건어, 김치도 깔끔하다.

“보소, 영감. 저녁 안 잡술랍니꺼?”

“가요.”

중구 영감은 손을 씩고 허리를 펴면서 마루에 올라왔다.

“용빈이가 가지고 왔습니더.”

윤씨는 매화주를 따르면서 영감에게 알린다. 저녁이 끝나자,

“큰아부지, 함롱 하나 해 주실랍니꺼.”

하고 용숙은 용무를 꺼내었다.

“누구 거로?”

“지 꺼 하나 할랍니더.”

중구 영감은 힐끗 용숙을 쳐다본다.

“짬이 있어야제.”

“천천히 하시도 괜찮습니더.”

ⓑ“김 약국은 요새도 두문불출인가?

중구 영감은 용숙의 말허리를 꺾어 버린다. 용숙의 얼굴이 벌개진다. 눈에 오기가 발끈 솟는다.

“예, 별로 안나가십니다.”

중구 영감은 담배 한 대를 태우고 그냥 일방으로 내려가 버린다.

 

㉠~㉤중, 중구 영감의 성격이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의장(意匠)’의 뜻으로 바른 것은?

① 공예품의 예술성 ② 공예품을 만드는 솜씨

③ 공예품에 달린 장식 ④ 공예품의 외적 모양이나 색채

⑤ 공예품에 깃든 장인(匠人) 정신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에 나타난 중구 영감의 진의(眞意)는?

① 용숙을 믿을 수 없다.

② 용숙의 부탁을 무시한다.

③ 김 약국의 근황이 궁금하다.

④ 김 약국에 대해 관심을 나타낸다.

⑤ 일을 빠른 시일 내에 해 낼 수 없다.

 

 

윗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해 낸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외가에서 도움을 받을 때 중구 영감이 불편해 하는 모습

② 정윤이 대구 의전을 다닐 때 김 약국이 도움을 주는 장면

③ 중구 영감이 자개장을 시장에 가지고 나가 흥정하는 모습

④ 중구 영감이 일방에서 성실하고 꼼꼼하게 소목일을 하는 모습

⑤ 중구 영감이 소목일을 배우기로 작정하고 목수를 찾아가는 장면

 

 

윗글에 대한 감상을 심화 발전시킨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중구 영감과 정국주 마누라 사이의 갈등이 빈부 격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의 경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더 연구해 보겠다.”

② “나는 한실댁을 통해 여성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낡은 관습으로 인해 여성이 받는 불이익은 없을 까 하는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 보겠다.”

③ “나는 특히 대화 부분을 읽으면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 작품에서 방언을 사용하는 효과가 무엇일까 하는 점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겠다.”

④ “나는 중구 영감이 지닌 전문성과 자부심에 주목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하는 점을 더 생각해 보겠다.”

⑤ “나는 선비의 자손들이 소목일을 남 몰래 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신분 질서가 붕괴되고 체면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방식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확인해 보겠다.”

▷ ① / 중구

박경리

 

불신시대(不信時代)

󰏅 작품해설

‘불신 시대’라는 제목대로 주인공 진영을 둘러싼 사회 현실은 모두 그녀를 기만하고 배신한다. 특히 6․25 전쟁 직후의 배금주의는 생존 자체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한다. 끝내 아들의 위패를 태우는데, 이 범상치 않은 행위는 쓰라린 과거를 의식 속에서 지우는, 그리하여 새로운 인간적 면모로 세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록 실천적 행동으로 시대 상황을 부정하고 저항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 내에서 내면적으로 대결 의지를 다진다는 점에서 한 여인의 한계와 상황 극복의 의지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주제) 혼란과 사회의 부정에 대한 분노와 고발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있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얻어먹기도 싫다, 화려한 좌석에서 어울리지 않게 놀기도 싫다고 하는 병화의 말이 옳지 않은 것은 아니요, 그 기분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덕기는 자기를 빗대 놓고서나 하는 말 같아서 듣기 싫었다. 그뿐 아니라, 언제든지 뺏어 먹고 쓰고 할 것은 다 하면서 게걸대고 입바른 소리를 툭툭하는 것이 밉살맞기도 하였다. 있는 사람의 통성으로 자기에게 좀 고분고분하게 굴어 주었으면 좋았다. 그러나 없는 사람이 있는 친구와 어울리면 병정 노릇이나 하는 것 같은 일종의 굴욕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겠고, 또 그렇게 구칙칙하거나 더럽게 굴지 않고 자기의 자존심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것이 취할 모라고, 아직 경력 없는 덕기건만 돌려 생각도 하는 것이었다. 주부가 술상을 차려 왔다. 술상이래야 유리 고쁘에 담은 노란 술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오뎅 접시뿐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덕기는 저절로 지푸려졌다. 모든 것이 그의 그 소위 고상한 취미에 맞지 않았다. 마담은 꼭 짜인 얼굴판이 좀 검은 편이었으나, 어디인지 교육 있는 여자 같고, 맑은 눈 속이라든지 인사성 있는 미소를 띤 입술을 빼뚜름히 꼭 다문 표정이 몹시 이지적(理智的)인 것을 알 수 있다.

“놀라 자빠질 지경이라던 여자가 지금 그 여자인가?”

덕기는 병화가 주부가 들어가기도 전에 그 큰 컵을 들고 벌떡벌떡 다 켜기를 기다려 물어 보았다. 병화는 오뎅을 반이나 덤뻑 데 물어서 우물우물 씹느라고 미처 대답을 못 하다가, 반씩 반씩 씹는 말로,

“아니- 참, 물어 볼걸.” 하고, 입으로는 여전히 씹으면서 손뼉을 친다.

 

(나) B 초등 학교를 돌아 약간 비탈진 길을 올라서니 이내 절 안마당이 보였다. 백중맞이를 하느라고 한창 바쁜 절에는 동네 아낙네들이 와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큼직한 몸집을 한 주지중이 어머니를 보고 반색한다. “아이구 정서도 지극해라. 이렇게 일찍부터......... .” 어머니는 눈에 손수건부터 가져간다.

“시님, 우리 아이 천도 좀 잘 시켜 주세요. 부탁입니다. 너무 가엾어서.”

콧물을 짠다. 어제 저녁에 실컷 어머니의 설움을 들었을 주지 중은 새삼스럽게 그 말이 탐탁해질 리가 없다. 주지중은 극히 사무적으로,

“그런데 첫째로 하갔다던 서장 부인이 아직두 안 오시니 어떡허나.”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무슨 서장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 절에 있어서 대단히 소중한 손님인 모양이다. 어머니는 비굴한 웃음을 띠면서 주지중을 쳐다본다.

“시님, 그만 우리 아일 먼저 해 주세요.”

주지중은 한동안 어머니를 보고 있더니,

“ ........그럼 댁부터 해 드릴까......”

주지는 그렇게 작정하고 마침 지나가는 중을 부른다.

“아우님!”

아우님이라고 불린 시중은 돌아본다. 얼굴이 쪼글쪼글 쪼그라진 그 신중은 아직도 팽팽한 주지에 비하여 훨씬 더 늙어 보인다. 게다가 표정마저 앙상하다.

“어제 저녁에 이천 환 낸 분인데 아직 서장 댁이 안 오시니 우선 하나라도 먼저 끝내지요.”

주지의 말투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 것이었다. 늙은 중은 대답 대신 진영의 모녀를 훑어보더니 돈의 액수가 심에 차지 않아서 무뚝뚝하게 그냥 가 버린다. 진영과 어머니는 법당 앞에 서로 등을 보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 (나)에서 인물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은?

① 권력(權力) ② 금전(金錢) ③ 신의(信義)

④ 명예(名譽) ⑤ 종교(宗敎)

 

 

(가)에 나타난 병화의 성격을 바르게 이해한 것은?

①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음흉함이 있다.

② 겉 다르고 속 다른 간사함을 지녔다.

③ 상황 판단이 빠른 냉철함을 지니고 있다.

④ 자존심은 강하지만 현실 앞에서는 굴복하다.

⑤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성격을 지녔다.

▷ ④ / 병

 

(나)의 서술상의 주된 특징을 바르게 정리한 것은?

① 한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있다.

② 회상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사건과 연계시키고 있다.

③ 심리 변화를 드러내기 위하여 상징물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④ 의식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이 시간적으로 뒤엉켜 나타나고 있다.

⑤ 두 개의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하나의 사건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지게 하고 있다.

 

(나)에서 <보기>의 설명과 가장 가까운 인물은?

<보 기>

겉으로는 선량하고 아량이 많은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해 타산이 빠른 위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① 어머니 ② 주지중 ③ 서장 부인

④ 신중 ⑤ 진영

있다

 

㉠에 나타난 덕기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것은?

① 오월동주(吳越同舟) ② 점입가경(漸入佳境)

③ 역지사지(易地思之) ④ 동상이몽(同床異夢)

⑤ 금상첨화(錦上添花)

▷ ③ / 덕기가 병화의 처지를 ‘돌려 생각’하는 부분이므로 ‘역지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 세 희 (趙世熙 1942 ~ )

경기 가평 출생. 서라벌 예대 문예 창작과 및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5년 ‘경향 신문’ 신춘 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이 당선되어 등단. 난쟁이를 등장시킨 연작 소설을 통하여 소외된 노동자의 삶을 사회성 짙게 그려 낸 바 있다. 대표작으로 ‘심문’(1971), ‘뫼비우스의 띠’(1976),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6), ‘궤도 회전’,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1977), ‘클라인 씨의 병’, ‘민들레는 없다’(1978) 등이 있다.

 

󰏅 작품해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을 만난다. 󰡔천구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고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는 날이 없다.󰡕

인간 사회은 절대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에게 똑같은 생활수준이 주어진다면, 그 사회는 아마도 얼마가지 못해 붕괴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무릇 장애인으로 태어났거나, 혹은 제도적 장치로 말미암아 성공의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진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람에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만큼에 상응하는 성공의 보상이 주어져야 합당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 사회는 상대적으로 평등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에 대해 완전한 해답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능이 낮고,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생토록 힘들게 살아가라고 하는 것도 어쩌면 비인간적인 까닭이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로 보는 것 하나만 옳게 보았을 뿐,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흔히 자기 배가 부르면 종 굶은 줄을 모른다고 하지만, 사람은 자기보다 이래저래 못한 이웃을 늘 생각하면서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토인비가 ‘미래의 전망’이라는 저서에서 밝힌 견해 - 부자 나라는 가난한 나라를 늘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마침내 가난한 나라들끼리의 조합이 일으킨 폭동에 의해 지구는 멸망할 것이다 -를 개인의 경우에도 겸허하게 적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겠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사회가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주제) 도시 빈민이 겪는 삶의 고통과 좌절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식사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 “철거 계고장예요.”

“기어코 왔구나!” /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 “그 아이 아베가 누군교?” / 하고 나를 새삼 쳐다보았다.

“아버진 없고, 즈 할아버지 별명이 갈밭새 영감이라 더군요.”

나는 건우 할아버지의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아, 그렁기요. 좋은 노인임더.”

키다리는 접낫대를 세워들더니,

“조마이섬의 인물아잉기요. 어지(어제) 아침 이곳을 지내갔는데, 그 때 대강 알아 봤거든 가고 난 뒤 얼마 안 돼서 그 일이 났단 말이여.“

말머리가 어느덧 자기들끼리로 돌아갔다. 나는 굳이 파고 묻지 않았다.

그 때 마침 판잣집 용마루 비슷한 길다란 나무가 잠겼다 떴다 하며 떠내려가자, 조금 떨어진 신신바위 짬에서 별안간 쬐깐 쪽배 하나가 쏜살같이 나타나더니, 기어코 그놈에게 달라붙어서 한참 파도와 싸우며 흐르다가 마침내 저 아래쪽 기슭에 용케 밀어다 붙였다. 박수를 치기까지는 모두 숨을 죽이고 바라보기만 했다. 용감하다기보다 차라리 처참한 광경이었다. 나는 거기서 누구에게도 보장을 받아오지 못한 절박한 생활을 읽었다. 한 표의 값어치로서가 아니라, 다만 살기 위해서 스스로 죽을 모험을 무릅쓰는 그러한 행위는, 부질없이 그것을 경계하거나 방해하는 힘을 물리침으로써만 오히려 목숨 그 자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산 증거 같기도 했다.

‘갈밭새 영감이나 송아지 뺄갱이도 그냥 있지는 않았으리라 …!’

나는 조마이섬의 일이 불현듯 더 궁금해져서 이내 구포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다리만 건너면 조마이섬 가까이까지 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윗글을 읽고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가정할 때 이를 적절하게 비판한 말은?

저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자연히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① 남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군

② 처지와 관점을 동일시하는군

③ 원칙을 확대하여 적용하고 있군.

④ 반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하는군.

⑤ 모습과 본질을 구별할 줄 모르는군.

▷ 정황이나 처지가 그렇다고 항상 처지에 맞추어 생각하는 것은 아

 

(가), (나)의 진술상의 특징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 서술자가 인물들과 항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 서술자가 전지 전능하게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 서술자가 사건에 직접 가담하여 극중 역할을 맡고 있다.

㉣ 서술자가 사건의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 (나) (가) (나)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 (가)의 ‘나’는 작중 인물로 사건에 직접 개입하여 중요한 극중 역할을 담

 

(가), (나)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공통적인 원인은?

① 사회의 무질서

② 부당한 권력의 횡포

③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

④ 생존을 막는 치명적인 질병

⑤ 생계의 터전을 파괴하는 자연 재난

▷(가)의 식구들의 터전을 잃게 만드는 “철거 계고장”, (나)의 ‘부

 

(가)의 ‘전쟁’이 문맥상 의미하는 것은?

① 생사 결투 ② 이익 추구 ③ 생존 경쟁

④ 주택 분쟁 ⑤ 직장 승진

▷ 문맥상으로는 현대 생활에서의 생존 경쟁을 의미한다. <정답 ③>

 

다음 중, (나)의 내용으로 미루어 추리할 수 없는 것은?

① 사건 전개에 있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② 화자는 갈밭새 영감의 안부를 궁금해한다.

③ 갈밭새 영감과 송아지 뺄갱이는 적대적 관계에 있다.

④ 사람들은 물살에 떠내려가는 물건들을 건지려고 애쓰고 있다.

⑤ 갈밭새 영감은 조마이섬을 위해서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박완서

 

황혼(黃昏)

󰏇 박 완 서 (朴婉緖, 1931 ~ )

개풍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국문과를 중퇴했다. 1970년 장편 <나목>이 ‘여성동아’현상 모집에 당선됨으로써 등단한 이후, 지속적이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모>(1970), <지렁이 울음 소리>(1973), <부처님 근처>(1973), <꿈을 찍는 사진사>(1977), <공항에서 만난 사람>(1978), <우리들의 부자>(1979) 등의 중단편들이 있다. 장편 소설로는 데뷔작 <나목>(1970), <도시의 흉년>(1977), <목마른 계절>(1978), <오만과 몽상>(1982),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3),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 등이 있다.

그 비극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의 삶으로 돌아 왔을 때, 거기에는 정치한 심리 묘사와 능청스러운 익살, 지나가 버린 삶에 대한 애착, 핏줄에 대한 절절한 애정과 일상에 대한 안정된 감각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박완서의 소설은 한국 문학의 성숙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는 1980년 한국 문학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1981년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바 있다. <도시의 흉년>(1977), <배반의 여름(1978) <도둑맞은 가난>(1982) 등을 위시한 다수의 소설집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1976) 등의 수필집을 상재한 바있다.

 

󰏅 작품해설

중산층의 허위에 찬 생활 윤리를 풍자한 작품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감정 대립을 통해 강남 아파트 단지로 상징되는 대도시 중산층의 물질적 풍요의 공허함과 윤리 의식의 붕괴 상태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젊은 여자는 좋은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을 받은 똑똑한 여자로서 매사에 완전한 걸 좋아했다. 비뚤어지거나 모자라거나 흠 나거나 더럽거나 넘치는 걸 참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의 행복이라는 데 대해서만은 대단히 융통성있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행복한 사람에게도 한 가지 근심이 있기 마련이라는 게 그것이었다. 늙은 여자는 젊은 여자의 바로 이 한가지 근심이었다.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를 한 가지 금심으로서 밖에 인정하지 않았다.

늙은 여자는 실상 늙은 여자가 아니었다. 아직 환갑도 안되었고 소녀처럼 혈색 좋은 볼과 검고 결 좋은 머리와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여자를 며느리로 맞을 때는 더 젊었었다. 하객들은 동서간처럼 보이는 고부간이라고 수근댔었다.

시집온 지 며칠이 지나도록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를 결코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꼭 불러야 할 기회는 젊은 여자 쪽에서 교묘하게 피했기 때문에 늙은 여자는 그걸 별로 부자연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여자는 친구를 초대했다. 친구들은 오이소박이 맛을 특히 칭찬하면서 누가 어떻게 담갔는가를 알고 싶어했다. 그것은 늙은 여자의 솜씨였다. 늙은 여자는 젊은 여자가 우리 어머님이 담그셨다고 그래 주길 가슴 두근대며 기다렸다. 그러나 젊은 여자는 간결하게 말했다.

“우리 집 노인네 솜씨야.”

늙은 여자는 그 말이 섭섭해 며칠동안 입맛을 잃었다.

 

(나) 그러나 그것은 다만 시작에 불과했다. 감기 기운만 있어봐도 노인네가 옷을 얇게 입으시니까 그렇죠. 화장실만 자주 들락거려도 노인네가 과식을 하시니까 그렇죠. 질긴 거나 단단한 걸 먹으려 해도 노인네가 그걸 어떻게 잡수실려고 그래요. 이런 식으로 그 여자는 모든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나하나 간섭받으면서 늙은 여자로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젊은 여자는 아이를 낳았다. 늙은 여자에게 손자가 생긴 것이다. 그 때부터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늙은 여자의 아들까지 덩달아서 할머니라고 불렀다. 마땅히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 사람들이 할머니라고 부르기 위해 대화의 방법까지 간접적인 것으로 고쳐 나갔다.

할머니 진지 잡수시라고 해라. 할머니 그만 주무시라고 해라. 할머니 전화 받으시라고 해라. 이런 식이었다. <중략>

 

(다) “얘들아, 명치 속에 이게 뭔가 한번만 만져 줘 다오.”

어느 날인가 젊은 여자가 가까이 있길래 늙은 여자는 느닷없이 치마끈을 풀으면서 젊은 여자의 손을 끌어다가 명치를 만져 보게 하려고 했다. 젊은 여자는 질겁을 하며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늙은 여자가 충격을 받을 만큼 적나라하게 불쾌한 얼굴을 했다. 늙은 여자는 얼른 그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젊은 여자가 명치 끝에 닿았던 손을 마음껏 흐르는 수돗물에 씻어낼 수 있도록.

 

(라) 늙은 여자는 몰래 엿듣는 전화였으므로 숨죽여야 했고, 아무리 우스워도 소리 죽여 웃어야 했다. 그래서 더욱 늙은 여자의 표정은 판토마임처럼 과장되어 변해 갔다. 늙은 여자는 통화에 끼여들진 못했지만 젊은 여자들이 하는 말에 늘 흥미 진진했다. 젊은 여자들은 한번도 늙은 여자의 귀에 거슬리거나 못 알아들을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젊은 여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얘기는 늙은 여자도 재미있었고, 젊은 여자들이 분개하는 문제에 대해선 늙은 여자도 분개했다. 젊은 여자들의 기쁨이나 슬픔, 바람을 늙은 여자는 특별히 노력하거나 가장하지 않고도 따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화로 젊은 여자들의 이야기에 숨어서 참여할 때마다 늙은 여자는 자기가 왜 늙은 여자여야 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고립되어 특별히 취급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그 자신에겐 없었다. <중략>

(마) “글세 허구한날 명치에 뭐가 있다고 그러면서, 이사람 저사람 아무나 보고 거길 주물러 달라는 거야. 노인네가 왜 그렇게 자기 살 만지는걸 받치는지, 딴건 다 참을 수 있어도 그것만은 정말 못참겠더라.”

“드디어 왔구나. 예외도 있나 싶더니.”

“뭐가?”

“느네 노인네 말야. 외아들의 홀시어머니인데 그 동안 어째 너무 구순하다 싶더니. 그게 바로 억압된 성적인 욕구불만의 표현일거야.”

“성적인 욕구 불만? 그럼 성욕 비슷한 건가?”

“비슷한 말이 아니라 준말이지. 요새 애들이 그런 거 잘하지. 왜 홍도야 우지 마라의 준말은 홍도야 뚝, 가방을 든 여자의 준말은 뺀든 년 하는 식으로 말야. 늙고 젊고 사람하는 짓은 성욕으로 설명 안 되는 게 없거든.”

“너니까 그렇지. 너는 애가 아무튼 불순해. 꼭 그 방면으로 뭔 일이든지 꽈다 붙이더라.”

“얘, 뭔 일이던지 그 방면으로 꽈다 붙인 게 나래? 무식하게스리, 그건 프로이트야.”

“프로이트?”

“그래 프로이트, 너도 대학교 때 들은 강의 그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가 써 먹을 줄도 알아라.”

“억압된 성적인 욕구의 표현이라?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이것 저것 짚이는 게 있어.”

(바) 연속극 속의 식구들 소리 때문에 정작 식구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늙은 여자는 기다렸다. 식구들이 연속극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아들이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가며 문병 와주길. 몇 번인가 문 밖에 숨죽인 아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문이 열리진 않았다. 늙은 여자는 안절부절 아들이 문병 들어와 주길 기다리다 지쳐서 다시 쓰러졌다.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면서 명치 속이 까진 살갗처럼 싱싱하게 쓰려왔다. 그 여자는 반듯이 누워서 명치를 쓸어 봤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아마 엑스레이는 더 정확하게 그 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증명해 줄 것이다. 그 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게 마치 몰래 길들인 친구를 잃은 것처럼 허전했다. 그거야말로 늙은 여자의 마지막 친구였거늘.

 

 

이 작품의 내용과 같지 않은 것은?

①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어머니란 칭호를 쓰지 않는다.

② 시어머니는 가슴앓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③ 시어머니는 성적 욕구 불만의 심리 증세가 있다.

④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⑤ 늙은 여자는 가족 간의 인정을 그리워한다.

▷ ③ / (바)의 내용으로 보아 늙은 여자(=시어머니)는 가족의 인정을 그리워하고 있다. ③은 이에 상치되는 내용이다.

 

윗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거리가 것은?

① 한 인간의 윤리 의식은 이성이나 합리성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② 늙은 여자는 젊은 여자들의 전화 내용에서 세대 차이를 느낀다.

③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행동에서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④ 고부간의 갈등이나 세대간의 장벽이 제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어 있다.

⑤ 늙은 여자는 며느리에 의해 삶의 공허감을 실감하게 된다.

 

 

다음 중 인물의 성격이나 구성 단계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시어머니가 명치 부분을 문질러 달라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② 며느리의 전화 내용이 사건의 절정에 해당한다.

③ 시어머니는 인정을 그리워하는 감정적 인물이다.

④ 며느리는 주관이 뚜렷하고 완벽하며 냉정한 인물이다.

⑤ 아들은 소시민적이고 대인 관계에 있어 수동적인 인물이다.

 

 

늙은 여자가 겪는 ‘명치 속의 아픔’이 상징하는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이 작품에 대한 평가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개인이 겪는 기쁨과 슬픔, 바람 등의 정서를 통해 사회 현실 전반의 문제점을 리얼하게 지적하고 있다.

② 섬세한 언어 감각을 통해서 고부 간의 심리적 갈등과 노인 세대의 소외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③ 작가는 개인과 사회가 도덕적으로 마비되고 정신적으로 붕괴되는 원인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④ 성적(性的) 관점에서 모든 현상을 해석하려는 타락한 의식경향을 심도있게 비판하고 있다.

⑤ 소외된 노인의 황혼 의식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간접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황석영

 

삼포 가는 길

󰏇 황 석 영 (1943 ~ )

만주 신경 출생. 동국대 철학과 졸업. 1962년 《사상계》신인문학상에 <입석부근>으로 입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탑>이 당선되어 등단. 황석영은 70년대 <객지>와 <삼포가는길>, 80년대의 <무기의그늘> <장길산>을 남긴 문제의 작가다. <객지>가 보여주는 문학적 중요성은 그것이 부랑 노동자가 지니는 사회적 관계의 핵심을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삼포가는길> 역시 <객지>가 제기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서 삼포라는 고유 명사는 이내 산업화에 의해 해체되고 있던 고향이라는 보통 명사로 확장되며, 다시 70년대 한국사회 일반으로 읽혀질 수 있다. 장편 <무기의 그늘>은 월남전을 통해 분단의 모순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룬 역작이며, 대하 역사소설 <장길산>은 십년여에 걸쳐 《한국일보》에 연재된 것으로, 조선시대 민중들의 힘없는 삶과 그 안에 미륵신앙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던 유토피아적 의식을 치밀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 줄 거 리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는 영달은 넉 달 동안 머물러 있던 공사판의 공사가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쳐 나온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정씨플 만나 동행이 된다. 정씨는 교도소에서 목공, 용접 등의 기술을 배우고 나와 영달이처럼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던 노동자인데, 그는 영달이와는 달리 고향인 삼포로 향하는 길이다.

그들은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백화라는 색시가 도망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집 주인으로부터 그녀를 잡아오면 만 원을 내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들은 감천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가던 중에 그 백화를 만난다. 백화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지만 열 여덟에 가출해서 수많은 술집을 전전해서인지 삼십이 훨씬 넘은 여자처럼 늙어 보이는 작부였다. 그들은 그녀의 신세가 측은하게 느껴져 동행이 된다.

그들은 눈이 쌓인 산골길을 함께 가다가 길가의 폐가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인다. 백화는 영달에게 호감을 느껴 그것을 표현하지만 영달은 무뚝뚝하게 응대한다.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선다. 눈길을 걷다가 백화가 발을 다쳐 걷지 못하게 되자 영달이 백화를 업는다. 일곱 시쯤에 감천 읍내에 도착한다.

역에 도착하자 백화는 영달에게 자기 고향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영달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비상금을 모두 털어 백화에게 차표와 요기 거리를 사 준다.

백화가 떠난 후 영달과 정씨는 삼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중 삼포에도 공사관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달이는 일자리가 생겨 반가웠지만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는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방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 작품해설

이 소설은 1973년 9월 ‘신동아’에 발표되었다가 1974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소설집 ‘객지’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부랑 노무자인 정씨와 영달이 눈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귀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중에 술집 작부 백화를 만나 떠돌이로 살아가는 처지를 밝히며 삶의 밑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을 확인하게 되고, 세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정씨의 그리던 고향이 개발 사업으로 인해 송두리째 사라진 사실을 통하여 부랑 노부자의 비애가 밀도 있게 그려진다.

영달은 부랑 노무자로 일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인물이고, 정씨는 옥살이를 하면서 목공, 용접, 구두 수선 등 여러 가지 기술을 배웠으나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고향 삼포를 찾아간다. 우연히 만나 동행이 된 영달과 정씨가 술집에 들렸을 때 주인은 백화란 작부를 찾아 주면 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러나 이들은 눈길에서 만난 백화와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 그리고는 백화를 도와 여비를 나누어 그녀의 차표와 빵을 사 준다. 감격한 백화는 자신의 본명을 알려 주고 그들 곁을 떠난다.

1970년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영달과 정씨 같은 부랑 노무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면서 시대적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정씨에게는 이제 그 옛날의 아름다운 삼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육지로 연결된 삼포는, 그가 떠나고자 했던 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삼포는 그에게 있어 오랜 부랑 생활을 끝내고 안주할 수 있는 곳, 곧 정신의 안주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씨에게 삼포의 상실은 곧 정신적 고향의 상실을 의미하며, 그 순간 정씨는 영달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삼포 가는 길’은 1970년대 산업화가 초래한 고향 상실의 아픔을 형상화해 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주제)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고향을 상실하고 떠돌아 다니는 뜨내기 인생의 애환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 문 열 (李文烈 1948 ~ )

서울 출생. 서울대 사범 대학 중퇴 1977년 ‘대구 매일 신문’ 신춘 문예에 ‘나자레를 아십니까’ 입선. 1979년 ‘동아 일보’ 신춘 문예에 ‘새하곡’ 당선.

다양한 소재. 치밀한 구성력, 관념성과 낭만적 감각이 균형 있게 결합된 문체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작가. 대표작으로 ‘사람의 아들’(1979), ‘젊은 날의 초상’(1981), ‘황제를 위하여’(1982), ‘금시조’(1982), ‘영웅 시대’ (198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시인’(1991) 등이 있다.

 

󰏅 줄 거 리

‘나’는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의 명문 국민학교에서 Y읍의 초라한 곳으로 전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학급 반장 엄석대가 담임 선생의 두터운 신입과 아이들의 절대적 복종을 받으며 군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저항해 보지만, ‘엄석대’는 ‘나’보다 월등한 학업 성적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터라서 달리 대항해 볼 방도를 찾지 못한다.

‘나’늘 엄석대의 폭력․위압․비행을 담임에게 고발하지만 시기와 질투로 인식되어 배척받고 소외당한다.

결국, 엄석대에게 굴복하고 동조하며 그의 시혜를 받는데, 민주적 의식의 새 담임의 개혁 의지로 엄석대 체제는 몰락하게 된다. 학급은 새로운 체제의 환경에 시행 착오를 겪으며 허우적거리지만 점차 용기를 얻고 민주적 질서를 회복한다.

그 후 사회인으로 성장한 ‘나’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엄석대에 대한 일종의 향수마저 느낀다. 그러던 중에 피서 길에서, 수갑을 차고 경찰에 붙들려 가는 엄석대와 맞닥뜨린다.

 

󰏅 작품해설

이 작품은 권력의 형성과 몰락 과정을 국민학교 교실이라는 축소되고 집약된 공간을 통해 조명해 본 작품이다. 절대 권력이 지닐 수밖에 없는 허구성, 그 형성 배경이 주변의 방조와 묵인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면서, 그렇게 하여 형성된 권력이 제도와 질서라는 미명하에 군림한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 준다. 바로 엄석대 왕국의 세계이다. 여기에서는 민주적 사고 방식이 철저히 외면당한다. ‘나’의 체제 저항과 도전은 결국 좌절하게 되고, 절대 권력 엄석대 주변에는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어용과 굳어진 대세를 추인하는 무능한 담임, 그리고 사회 의식이 결여된 학급 아이들, 곧 즉자적(卽自的) 인물들이 있을 뿐이다.

민주 체제로의 가능성이 없었던 환경은 새 담임에 의해 변혁을 겪는다. 엄석대 체제의 붕괴이다. 그러나 엄석대의 귄위와 횡포는 다수의 아이들 자신의 힘에 의해서 물러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정확히 인식한다. 즉 새 담임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반 아이들의 반성과 자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나’ 역시 복종의 달콤함에 안주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사건을 성장한 ‘나(한병태)’가 회상하는 형식인데, ‘나’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나’ 역시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지식인적 허무주의도 짙게 깔려 있다.

 

(주제) 절대 권력의 허구성과 부조리한 현실에 이기적으로 적응하는 소시민적 근성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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