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의 시 1
구상
하꼬방 유리 딱지에 애새끼들
얼굴이 불타는 해바라기마냥 걸려 있다.
내려 쪼이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
어느 접어든 골목에서 걸음을 멈춰라.
잿더미가 소복한 울타리에
개나리가 망울졌다.
저기 언덕을 내려 달리는
체니〔少女〕의 미소엔 앞니가 빠져
죄 하나도 없다.
나는 술 취한 듯 흥그러워진다.
그림자 웃으며 앞장을 선다.
핵심 정리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현실적, 희망적
3. 화자 : 전쟁의 비참함에 비애를 느끼는 사람(나)
4. 시적 상황 : 피난민촌에서 아이들을 바라봄
5. 정서와 태도 :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낌
6. 제재 : 6·25 전쟁 직후의 상황
7. 주제 : 전쟁의 상처로 인한 비애감과 극복을 위한 노력
8. 출전 “초토의 시”(1956)
특징
① 대립적인 이미지의 시어를 병치하여 시적 상황을 부각함.
② 동일한 대상에 담긴 의미에 변화를 주어 화자의 태도를 드러냄.
③ 장면과 정서가 교차하면서 시상을 전개함
④ ‘그림자’에 담긴 의미 변화를 통해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6·25 전쟁 직후, 아직 아물지 않은 민족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담아 내고 있는 이 시는, 폐허가 된 조국의 비극적 현실을 따뜻한 인간애와 굳센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1연을 보면 전쟁 직후의 피폐한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다 쓰러져 가는 ‘하꼬방’과 조각조각 깨어져 덕지덕지 이어 놓은 ‘유리 딱지’는 어떤 말보다도 선명하게 전쟁 후의 궁핍한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해바라기처럼 생기발랄한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비루한 판잣집에 정물화처럼 걸려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아무런 희망도 없어 비극적일 뿐이다. 그러나 화자는 절망에 머무르지 않는다. 잿더미의 죽음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개나리와 앞니 빠진 소녀의 싱그러운 웃음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1~3연에서의 절망이 4~5연에서 희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림자’를 통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3연에서 울상을 지은 채 화자의 뒤를 따르던 그림자가 6연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앞장 서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시인이 6·25 전쟁 때 종군 기자로 활동하면서 겪은 전쟁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15편의 연작시 중 첫 번째 시다. 나머지 14편의 시를 이끄는 1편에서 화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시 세계가 좌절이나 절망이 아니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이를 극복하고 헤쳐나가는 희망임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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