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봄, 이성부 [현대시]

Jobs9 2024. 3. 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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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개관

- 제재 : 봄('너') → 희망의 이미지,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 겨울 뒤에 반드시 찾아오는 계절 / 화자가 현실에 정착되기를 염원하는 민주와 자유의 상징
- 주제 : 봄(새로운 시대, 자유와 평화의 새 시대)의 도래에 대한 갈망과 강한 신념

- 성격 : 상징적, 현실 참여적, 풍자적, 해학적, 희망적
- 표현 * 대상을 의인화함.
* 간절한 기다림의 어조
* 미래의 상황을 현재형으로 표현
* '온다'라는 시구의 반복을 통해 절실함이 강조됨.
* 확고한 신념에 찬 어조로 화자의 믿음을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기다리지 않아도 ~ 온다. → 계절이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봄의 도래에 대한 당위성을 표현함.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 절망적 상황
너 → 봄의 의인화
뻘 밭 구석, 물 웅덩이 → 봄이 오지 않은 부정적 상황
어디 뻘밭 ~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 인간의 다양한 속성과 면모를 해학적으로 제시함.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 → 봄이 와야 함을 전달해주는 매개자
눈 부비며 → 비비며(시적 허용)
너는 더디게 온다 → 역경을 이겨 내고 오기 때문에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 봄의 도래에 대한 화자의 확신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 봄을 맞이하는 감격과 경이로움
입을 열어 외치지만 목소리는 굳어 → 역설적 표현으로, 봄을 맞이하는 감격의 깊이를 나타냄.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기다림의 완성에 대한 기쁨의 행동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 → 봄은 자연인 동시에 인간사의 어떤 측면으로 확대되어 나타남. / 역경을 이겨 낸 봄에 대한 예찬적 태도
 

시상의 흐름(짜임)
- 1~2행 : 네가 반드시 오리라는 절대적 믿음
- 3~10행 : 너는 쉽게 돌아오지는 않는다. 더디게 온다.
- 11~끝 : 돌아온 너를 맞이하는 감격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의 봄('너')은 자유와 민주라고 할 수 있다. 민주와 자유로서의 '너'는 현실 속에서 확연히 눈에 보이지 않아 기다리는 자들에게 인내력을 포기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때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어느 순간엔가 나타나리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시인은 현실이 아무리 부정부패로 더러워져 있어도 이것들과 싸우고 이기고 돌아올 '너' 때문에 삶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창작할 당시의 현실과 함께 생각해 볼 때, 화자가 기다리는 '봄'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이며 그 새로운 시대는 민주와 자유가 완성된 시대이다. 현실은 매우 힘들고 온갖 부조리가 가득하지만, 화자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는 강한 신념으로 눈이 부시도록 찬란히 빛나는 봄, 즉 새로운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성부의 '봄'은 어떤 상황에서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의미의 작품으로서 강한 신념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과 더불어 신동엽의 <봄은>이라는 작품과 연결 지어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대상(봄)을 생명력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겨울의 혹독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다 때로 지쳐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덧 찾아온 봄 앞에서 화자는 자연의 섭리에 경이로움의 정서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 시는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시대의 아픔과 절망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너'의 실체는 온갖 더러움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가치체계를 가리키는 것이며, 시인이 발을 딛고 선 현실을 생각할 때 그것은 민주와 자유라 할 수 있다. 민주와 자유로서의 '너'는 현실 속에서 확연히 눈에 보이지 않아서 기다리는 자들에게 인내력을 포기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때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 어느 순간엔가 나타나리라는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시인은 현실이 아무리 부정부패로 더러워져 있어도 이것들과 싸우고 이기고 돌아올 '너' 때문에 삶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너'는 마침내 얻고야 말 객체이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세상의 더러움과 싸워 나가는 시인의 육체가 투사된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시의 결구에 제시되는 온몸으로 부딪혀 포옹하는 순간이 더욱 감격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때 '너'는 시인과 똑같은 행로를 걸어온 것이기에 시인과 보다 큰 일체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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