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노래
이기철
내 마지막으로 들 집이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이 아니면 또 어디겠는가
→ (내 마지막으로 들 집)무덤
연지새 짝지어 하늘 날다가 깃털 하나 떨어뜨린 곳
어욱새 속새 덮인 흙산 아니고 또 어디겠는가
⇒ 죽음에 대한 상념
마음은 늘 욕심 많은 몸을 꾸짖어도
→ (마음/몸)대조적 표현
몸은 제 길들여온 욕심 한 가닥도 놓지 않고 붙든다
→ 욕망의 현실성
도시 사람들 두릅나무 베어내고 그곳에 채색된 丹靑 올려서
→ (도시 사람들)인간중심적이고 이기적인간
→ (채색된 단청)정신적 가치 , 욕심과 낭비
다람쥐 들쥐들 제 짧은 잠, 추운 꿈 꿀 혈거(穴居)마저 줄어든다.
→ (혈거) 절실한 생존 공간
⇒ 인간 문명의 이기심 고발
먼 곳으로 갈수록 햇빛도 더 멀리 따라와
내 여린 어깨를 토닥이는 걸 보면
내 어제 분필과 칠판 앞에서만 열렬했던 말들이
가시 되어 일어선다
→ (가시) 욕망의 현실성
⇒ 말로만 그친 지적 성찰에 대한 반성
산골 처녀야, 눈 시린 十字繡 그만두고
여치 메뚜기 날개 접은 들판 콩밭 누렁잎 보아라
→ 무위(無爲)의 편안함 추구 강조
길 끝에 무지가 차라리 편안인 산들이 누워 있고
산 끝에 예지도 거추장스러워 피라미들에게 맡겨버린
물이 마음 풀고 흐르고 있다
⇒ 마음을 풀어 놓은 상태의 편안함에 대한 희구
내 이 길 억새 속으로 걸어가면
→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
배춧잎 같은 정맥 돋은 손을 쉬고
늘 내일로만 가는 신발을 벗어 한 사흘 나뭇가지에 걸어둘 수 있을까
→ 욕망과 가식에 얽매어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
→ (있을까)회의적인 종지법을 통하여 현실의 엄혹한 제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나타냄
내 늑골 밑에서 보채던 달력과 일과표와 → 현실의 제약들
눈 닿으면 풍금 소리를 내며 일어서던 글자들도
등 두드려 한 열흘 잠 재울 수 있을까
→ 현실의 제한이 여전히 화자를 붙들고 있음
⇒ 무위(無爲)상태에 대한 희구
먼저 간 발자욱들이 내 발길에 지워지고
내 발자국 또한 뒤 이은 발길에 이내 지워지고 말
한쪽 끝에는 大邱를 달고 다른 쪽에는 銀海寺 솔바람 소리를 달고 있는 길
→ (대구)욕망의 화려한 분출구
→ (은해사)자연, 무위의 세계
⇒ 자신의 존재 확인(세속적 생활과 탈속의 심미적 세계사이에 위치)
핵심 정리
- 특징
• 인간의 이기심 고발
• 환유적 표현 사용(“대구”와 “솔바람 소리“)
• 설의적 표현을 통해 심리 표현
• 내적 욕망과 현실적 욕망 사이의 갈등
- 주제
• 현실 세계에서의 욕망과 그 초월 욕구 사이의 갈등
• 무욕의 자연과 현실적 욕망 사이의 갈등
이해와 감상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희구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주어지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갈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길의 노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산길을 걸어가며 여러 상념에 젖는다. 각각의 상념들은 심층적 맥락에서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마음의 평안함을 강렬하게 희구하지만 그것의 성취 가능성에 대한 회의도 함께 고조된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현실과 무욕의 자연 사이에서 갈등하며 회의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화자는 산행을 하며 잠시 속세를 벗어나 대자연의 품에서 온갖 상념에 잠긴다. 필연적으로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괴된 자연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갖기도 한다.
또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에 대해 회의하기도 하고, 예지를 거부하고 무지를 오히려 편안히 생각하는 산과 물의 모습에서 무위의 세계를 발견하며 자신을 구속하는 현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대자연의 품에서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제시된 길의 모습에서 결국 인간은 구속적 현실과 무욕의 자연 사이에서 번민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는데, 길의 한 끝인 “대구”는 곧 욕망을 추구하는 도시를, “은해사 솔바람 소리”는 이와 대비된 무욕의 자연을 상징한 것이다.
잡스9급 PDF 교재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 유튜브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