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바람 부는 날, 박성룡 [현대시]

Jobs 9 2022. 3.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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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박성룡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깨닫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개관

- 성격 : 서정적
- 표현 : 명상적 어조
           변용을 통한 단순 반복 구조로 이루어짐.
           바람이 불어 모든 것을 쓸어버리듯, 화자도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읜다고 함.
           바람과의 교감을 통해 버림의 경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평이한 시어를 노래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 구절의 반복, 바람과 나는 서로 공감하고 있음.
 - 주제 : '버림'의 경지에 대한 통찰(깨달음)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바람도, '나'가 모든 것을 여의고 있다는 것을 앎.
- 2연 : 바람도, '나'가 낙엽이 쓸리듯이 모든 것을 여의고 있음을 앎.
- 3연 : 바람도, '나'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있음을 앎.

 

이해와 감상
형이상학적 세계를 노래한 시이거나,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 시라고 해서 훌륭한 시라고 할 수는 없다. 소월의 시가 쉬운 언어로 쓰였으면서도 오래 읽히는 이유는 보편적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시도 쉬운 언어를 사용해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시는 세계와의 만남에서 획득되는 진실의 표출이다. 화자는 '바람'을 응시하고 있다. 순간 바람은 화자와 등가물로 화한다. 그렇다면 화자의 현재 심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것을 여의는 정신적 행위는 일종의 초탈이다. 이것은 고도의 정신적 수양에서 가능해진다. 종교의 세계는 궁극적으로 '여읨'을 목표로 한다. 집착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버릴 때 진정한 자유는 획득된다고 초월적 존재는 가르친다. 화자는 현재 그런 삶에 대해 깊은 생각에 침잠해 있다. 이 때 불어오는 바람과 만나게 되고, 바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바람은 실체가 없다. 그것은 '무화(無化)' 자체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쓸어가며 무화시킨다. 내가 모든 걸 여의듯이 바람도 그렇다. 이런 교감에서 이 시는 비롯된다. 
이 시는 반복 구조로 되어 있다. 반복은 단순성을 전제로 한다. 이 시의 반복은 매우 단조롭지만 '바람도 내가 여희고 있음을 안다 → 낙엽이 쓸리듯이 여희고 있음을 안다 →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닫고 있음을 안다'로 변용되면서 의미는 심화된다.
2연의 반복은 비유를 통한 구체성을 강조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3연의 반복에서는 인식이 진전되어 보다 심화된 의미로 진행된다. '내게 없는 것'이라는 모순 진술은 '모든 것이 내게는 없다.'는 의미와 같다. 그러나 이 모순 진술이 무소유의 경지를 한층 두드러지게 한다. 
3연에서는 하나의 깨달음에 이른 명상적 태도가 강화되어 드러난다. 그렇지만 단순 반복의 담담한 서술, 명상적 어조, 형식의 단순성은 '버림'이라는 주제 의식과 성격상 동질성을 가진다. 이 시는 이런 것들이 조화된 서정성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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