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현대시]

Jobs 9 2022. 3. 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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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개관

- 제재 : 대장간
- 주제 : 자기 성찰 및 문명 비판(무기력하고 무가치하며 일회적인 삶을 반성하고, 치열한 삶의 과정을 통해 일구어낸 참된 자아, 본질적 자아를 소망함. 자신이 살아 온 인생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의지)

- 성격 : 문명 비판적, 자기 성찰적, 비유적, 의지적
- 표현 * 상징적 표현
*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싶다)으로 화자의 강한 소망을 드러냄.
* 이미지의 대립(공간의 대립 : 현대아파트 ↔ 털보네 대장간 / 의미의 대립 : 무가치, 무기력, 훼손된 정신 ↔ 참가치, 본질적 자아, 지향하는 대상)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제 손으로 만들지 않아 ~ 망가지면 내다 버리는 → 현대사회의 속성
* 플라스틱 물건 → 공장에서 획일적인 모양으로 대량 생산되는 저급한 물건 / 개인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한껏 이용만 당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체될 수 있는 현대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상
* 버스 → 많은 사람을 태우고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으로, '시대의 조류'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
*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 획일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
* 홍은동, 직지사 → 실제 지명을 사용하여 현실감을 고조시킴.
* 털보네 대장간 → 아파트에 밀려 사라진 옛것으로, 화자가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털보네라는 말을 통해 정답고 포근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화자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통과제의적 공간
* 시우쇠 → 무쇠를 불에 달구어 단단하게 만든 쇠붙이
* 모루 → 대장간에서 불에 달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
* 벼리다 →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듦.
* 풀무질로 ~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 인생에 대한 치열한 반성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 자신을 한없이 괴롭히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을 화자는 대장간에서의 '쇠 담금질'에 비유하고 있다. 이 쇠 담금질을 통하여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치열한 자기 성찰의 과정(절차탁마)
* 시퍼런 무쇠낫, 꼬부랑 호미 → 일회적인 소모품이나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라, 정성과 노력의 대가로 이루어진 하나의 개체를 의미함. '시퍼런'이라는 말에서는 현대문명에 맞서는 날카로운 저항의식이 느껴지기도 함.
*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 화자가 지향하는 공간에서 살고 싶은 소망
* 해우소 → 사찰에서 화장실을 일컫는 말로,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다. / 부정적인 자아를 버리는 곳
* 똥덩이 → 플라스틱 물건과 같은 맥락으로, 그만큼 초라하고 소외된 존재, 더없이 가볍고 천박하고 의미 없는 것으로 느껴질 때를 비유한 시어

시상의 흐름(짜임)
- 1 ~ 6행 : 몰개성적인 현대인에 대한 비판과 자아반성
- 7 ~ 9행 : 대장간에 대한 유혹
- 10 ~ 14행 : 개성적인 존재로 자신을 바꾸고 싶은 소망
- 15 ~ 18행 : 자신을 새롭게 하고 개성적인 존재로 인식되기를 소망
- 19 ~ 25행 :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반성과 참된 자아의 모습 추구

 

이해와 감상
화자는 자신이 '플라스틱 물건'이나 '해우소 똥덩이'처럼 무의미하고 무기력하고 비주체적이며 쓸모 없는 존재로 여겨져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 질 때면 지금은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어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시우쇠처럼 달구고 / 모루 위에서 벼리'는 담금질과 단련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태어나고 싶어 한다. 아니면 대장장이가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 꼬부랑 호미가 되어 /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흐리면서 / 대장간 벽에' 쓸모 있는 물건이 되어 걸리고 싶어 한다. '지금처럼 살아온 인생이 / 온통 부끄러워지고 / 직지사 해우소 /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 똥덩이처럼'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대장간의 벽에 걸린 호미처럼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 쓰일 날을 기다리며 어딘가 걸려 있고 싶어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바쁘게 살다보면 삶의 목적도 잊어 버린 채 어느 순간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세상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지 내가 단순한 물건처럼, 대량 생산된 물건의 하나가 되어 쓰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는 존재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또는 화장실에 떨어지는 똥덩이처럼 정말 가치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가치 없이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 한 가치 없는 존재가 되어 살기는 싫다. 이런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쇠가 대장간에서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달궈져서 불순물이 하나 없는 시우쇠가 되어 모루 위에서 망치에 두들겨지고 숫돌에 갈리어 날이 잘 드는 시퍼런 무쇠낫이 되는 것처럼 나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낫이 못 되도 꼬부랑 호미라도 되고 싶은 때가 있다. 이렇게 나를 바꾸려면 이글거리는 불처럼 고통 속에 나를 넣어야 한다. 나를 두들겨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스승이나 좋은 친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는 날을 갈아야 하는 것이다. 땀 흘리며 나를 두들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 버리는 현실에서는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이 없는 상황에서는 나를 쓸모 있게 바꿀 곳은 찾기가 힘들다. 어디에 가면 털보네 대장간을 찾을 수 있을까? 가던 길을 멈추고 한번 자신을 돌아봐야겠다. 
이 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현대 산업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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