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귀뚜라미, 나희덕 [현대시]

Jobs9 2024. 7. 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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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打電)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개관

- 성격 : 자기 성찰적, 비유적
- 표현
* 의인법의 사용
* 대조법 : 귀뚜라미 →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 / 가을이 오지 않아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는 초라함.
               매미 → 높은 나무 위 / 여름을 대표하며 나뭇가지를 뒤흔들 정도로 우는 화려한 존재
- 화자 : 귀뚜라미
- 주제 : 고된 일상 속에서의 올바른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매미 → 화자와 대립하는 존재(현실적 의미로 보면 '유명한 작가'를 뜻할 수도 있음.)
내 → 귀뚜라미(의인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
높은 가지를 ~ 노래가 아니다. → 매미 소리가 한창인 것으로 보아 계절적 배경이 여름임을 알 수 있으며, 매미 소리와 대비하여 내 울음은 아직 노래가 아니라고 한 것으로 보아 화자인 나는 귀뚜라미임을 알 수 있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 생존마저 위협 받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귀뚜라미의 삶에 대한 의지가 나타나 있다.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젊은 시인의 현실과 함께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타남.
귀뚜르르 뚜르르 ~ 울릴 수 있을까. → 구조 요청을 연상시키는 감각적 표현을 통해 미미한 존재로서의 비애가 잘 드러나 있다. '마음을 울리는 것'은 노래(시)가 될 수 있는 최소한 요건을 의미하기도 함.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 현실 상황을 계절에 빗대어 표현함.
그 소리 걷히고 ~ 이 땅 밑으로 내려오는 날 → 자신의 울음 소리가 노래가 될 수 있는 시기인 가을을 구체적인 계절적 배경으로 상정함.
발길에 눌려 ~ 노래일 수 있을까. → 자신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노래가 되고픈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아직은 노래가 아닌 나의 울음
- 2연 : 나의 울음이 누구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길 바람
- 3연 : 내 울음이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가 되길 바람

 

이해와 감상
이 시의 계절적 배경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인 여름이다. 이 계절 속에서 귀뚜라미의 '울음'은 아직 '노래'가 아니다. 다만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타전 소리'일뿐이다. 그럼에도 귀뚜라미는 가을이 와서 자신의 울음소리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노래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시에서 매미는 나무 높은 곳에서 하늘을 찌르는 듯한 소리로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귀뚜라미는 지하 낮은 곳에서 들릴까 말까한 소리로 울면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매미와 귀뚜라미의 상반된 모습은 이 시의 주제 의식인 귀뚜라미의 간절한 소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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