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bble Ultra Deep Field, HUDF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
허블 우주 망원경이 2003년 9월 24일부터 2004년 1월 16일까지 800회에 걸쳐 노출시간 통산 약 1백만 초를 들여 촬영한 4색 사진이다. 이후 2009년에 3가지 색을 더 촬영함으로써 자외선에서부터 근적외선에 이르기까지 7색으로 이루어진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에리다누스자리와 화로자리 사이 밝은 별이 거의 없는 공간을 선택하여 촬영되었으며, 사진의 총 면적이 보름달 넓이의 1/50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영역이다.
허블 딥 필드
1995년, 한 천문학자의 머리에서 아주 엉뚱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그 아이디어란 바로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찍어보자"는 것. 이 이상하고도 괴이한 발상을 해낸 사람은 바로 당시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Robert Williams).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만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에 한 번 촬영하는 데도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이 귀하신 물건으로, 관측할 가치가 있는 천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구역을 쳐다보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자 낭비였다. 학자들은 '쓸데없는 짓'이라는 의견과 '해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저 아이디어를 낸 로버트는 처음엔 정말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사실 그럴 법도 한 게, 허블 망원경은 가동 직후 발견된 광학적 문제를 수리하느라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당시 여론은 나빠질대로 나빠진 상황이었다. 허블 망원경의 발사와 운용에는 총 1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었는데, 수명 30년으로 계산하면 하루 사용료 10억 원이 나가는 꼴이다. 비싸기도 비싸지만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앞다투어 한번쯤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그야말로 로망 그 자체인 이런 물건을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빈 공간을 관측하는 데 10일씩(미약한 빛을 응집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나 투자하자고 했던 것이다.
먼 우주를 찍을수록 더 과거의 우주 모습을 관측할 수 있는데,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그만큼 더 희미하고 어둡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서 촬영해야 한다. 지상 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방해로 인해 이렇게 깊은 관측에 적합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는 건 우주 망원경인 허블이 적임이었다. 어쨌든 계획은 수용되었고 1995년의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 허블은 큰곰자리의 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 지역을 집중 관측하게 된다.
이때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지점의 면적은, 지상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하늘 면적의 2400만 분의 1, 즉 100m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본 테니스공의 크기 정도의 면적이다.
그렇게 모두가 입을 모아 미친 짓이라고 했던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허블 딥 필드, 허블 딥 필드 사우스
한 괴짜 천문학자의 발상에서 탄생한 이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 천문학계를 뒤집어버리게 된다.
그 결과 얻어진 사진에는 약 3000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여겨졌던 곳 너머에도 은하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자 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단숨에 이 사진은 허블이 찍은 최고의 사진 중 하나로 유명해졌고 허블 딥 필드(HDF, Hubble Deep Field)라는 이름이 붙었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우주의 형태와 규모, 역사에 대한 인류의 시야가 비약적으로 넓어졌고, 이후 천문학자들은 허블을 통해 여러 심우주 영역 촬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1998년에 또 한번 관측을 계획했고 이번에는 남반구의 큰부리새자리의 영역을 관측하였다. 허블 딥 필드 사우스로 이름붙여진 이 관측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은하들이 발견되었다. 이후 여러 번 시행된 관측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주의 빈공간 어느곳을 촬영해도, 허블 딥 필드와 같이 그 좁은 점 안에 무수히 많은 은하와 천체들이 가득 담겨있었던 것. 천문학의 역사와 우주연구 분야에 있어 실로 엄청난 실적이라 할 수 있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
허블 울트라 딥 필드는 허블 딥 필드의 후속 관측으로서 계획되었다. 허블 딥 필드에서 가장 오래된 은하는 약 120억 년 전의 것이었는데, 우주의 탄생이 이루어진 137억 년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허블 망원경은 적외선 대역의 감지기가 미비하여 이보다 먼 거리의 천체를 관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약 8년 후, 여러 업그레이드를 거친 허블 망원경은 새로 선정된 화로자리 부근의 영역을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간헐적으로 관측했다. 총 2주의 노출시간을 소모하여 얻어진 사진에는 1만 개가 넘는 은하들이 관측되었고, 허블 우주 망원경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의 은하를 단일 사진에 담은 망원경이 되었다.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
HXDF(Hubble eXtreme Deep Field)
HXDF는 2012년 9월 25일 NASA에서 공개한 HUDF의 새로운 버전으로, 무려 132억 년 전 은하를 포착하였다. 이것은 빅뱅 이후 겨우 4억 5천만 년 후 은하가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HXDF는 HUDF가 촬영한 지역의 약 80%를 커버한다. 은하는 대략 55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제임스웹 적외선 촬영사진
Webb's First Dee...
NASA's Webb Delivers Deepest Infrared Image of Universe Yet (The galaxy cluster SMACS 0723) #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이다. 허블 딥 필드 시리즈보다 중력렌즈 효과가 매우 잘 나타나 있어 일부 은하의 상이 중력렌즈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허블 딥 필드가 허블 망원경의 대표 사진이라는것을 증명하듯이 이번 이미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허블 딥 필드 시리즈는 노출시간을 무려 10일이나 해야했지만, 이번 사진은 불과 10시간만에 나온 것으로, 성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수 있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에서 발견된 은하들은 우주 초기 은하들의 형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었다. 측정된 크기는 우리 은하보다 훨씬 작았고, 대부분이 현재의 우주에서는 보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머나먼 거리만큼 도달한 빛 역시 오래 전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우주 탄생 초기엔 각 은하들 간 거리도 가까운 만큼 병합도 자주 이루어져 폭발적인 별 탄생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여, 이러한 병합을 수차례 반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계층적 합병 시나리오'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증거가 되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먼 은하로 추정되는 은하도 이 사진을 찍은 영역에서 발견되었다. UDFj-39546284라는 은하인데, 측광학적 적색편이추정치는 11.9로 우주의 나이로 환산하면 3.7억 년에 해당한다.(거리는 327억 광년) 다만 공식적인 최원거리 천체는 아니며 공식적인 최원거리 천체로 인정받기 위해선 분광학적인 검증을 거쳐야한다. 현재 UDFj-39546284는 분광학적인 적색편이 검증을 받지 못 했으며 향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JWST)의 성공적인 발사와 임무시작이 이루어 지면 검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등급은 29등급으로 밝기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별의 15억분의 1밖에 안 된다. 비유하자면 약 13,000 km 거리에 있는 반딧불이를 포착한 것과 비슷하다.(공식적인 최원거리 은하는 큰곰자리에 있는 GN-z11로 적색편이는 11.09(320억 광년)이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가 커버하는 면적은 2.4 x 2.4각분으로 보름달의 50분의 1, 천구 전체의 25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영역이다.
중요한 점은 허블 울트라 딥 필드를 제외하더라도 천구상의 어느 지점을 확대해 보더라도 이렇게 많은 은하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팔을 끝까지 뻗고 새끼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면 그 손톱 넓이의 1% 정도가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사진에서만 은하가 최소 1만 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관측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최소한의 은하 개수를 2500만 x 1만 = 약 2500억 개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은하 하나 안에 있는 별의 숫자만큼 많은 은하가 우주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2021년 12월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울트라 딥 필드를 뛰어넘는 관측을 하리란 전망이 많다. 제임스 웹은 허블 망원경보다 성능이 월등하고 심우주 관측에 최적화된 망원경이기 때문에 정말로 '최초에 가까운 은하'를 더 높은 해상도로 포착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과 90년대에 쏘아올린 망원경이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21세기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후속 망원경에 걸리는 기대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좁은 영역에서 더 많은 은하가 있음을 촬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인류가 예측할 수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의 개수'는 단위가 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