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김수영
나는 일손을 멈추고 잠시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
―― 살아 있는 보람이란 이것뿐이라고 ――
하루살이의 광무(狂舞)여.
하루살이는 지금 나의 일을 방해한다.
―― 나는 확실히 하루살이에게 졌다고 생각한다 ――
하루살이의 유희(遊戱)여.
너의 모습과 너의 몸짓은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러우냐
소리없이 기고 소리없이 날으다가
되돌아오고 되돌아가는 무수(無數)한 하루살이
―― 그러나 나의 머리 위의 천장에서는 너의 소리가 들린다 ――
하루살이의 반복(反覆)이여.
불 옆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여
벽을 사랑하는 하루살이여.
감정을 잊어 버린 시인에게로
모여드는 모여드는 하루살이여
―― 나의 시각(視覺)을 쉬이게 하라 ――
하루살이의 황홀(恍惚)이여.
개관
- 성격 : 반성적, 관념적, 예찬적, 주지적, 관념적
- 제재 : 하루살이의 비행
- 화자 : 무기력하고 삶의 열정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
- 주제 : 열정적 삶을 사는 하루살이에 대한 예찬과 동경
- 표현 : 하루살이의 모습과 '나'의 태도를 대비하여 주제를 제시함.
대상을 통해 자신의 무기력함을 되돌아보는 반성적 어조
줄표(――)를 활용하여 화자의 내면 의식을 표현함.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으로 구조적 안정감을 확보함.
대상에 관한 중요한 시어로 각 연을 마무리하는 구조
영탄적 표현을 반복하여 하루살이의 열정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을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이것 → 일손을 멈춘 후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 삶아 있는 보람이란 이것뿐이라고 → 화자의 삶이 무기력함을 의미함.
* 하루살이의 광무 → 하루살이의 비행을 표현한 것으로,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의 비행은 모든 것을 바쳐 열정적으로 추는 춤과 같은 것이라는 인식이 담긴 표현임
* 나는 확실히 하루살이에게 졌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일상이 하루살이의 유희보다 못한 것이라는 내면의 인식
*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러우냐 → 하루살이의 비행에 대한 감탄, 실존에 충실한 하루살이의 경지
* 소리없이 기고 ~ 무수한 하루살이 → 하루살이의 자연스러움의 구체화
* 그러나 나의 머리 위의 천장에서는 너의 소리가 들린다 → 하루살이의 존재에 대한 강한 인식
* 하루살이의 반복 → 되풀이된다는 의미의 반복(反復)이 아니라, 언행이나 일 따위를 자꾸 고친다는 의미로, 일상적 삶에 대한 전복을 의미함.
* 불 옆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 → 열정적인 하루살이의 모습
* 벽을 사랑하는 하루살이 → 경직된 기존의 모든 것에 도전하는 하루살이
* 감정을 잊어 버린 시인 → 하루살이와 대비되는 화자의 모습, 삶에 대한 열정을 잊어 버린 시인
* 나의 시각을 쉬이게 하라 → 하루살이의 열정을 수용하고 싶어 하는 화자의 모습
* 하루살이의 황홀 → 하루살이의 삶에 대한 열정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하루살이의 비행(광무)
- 2연 : 나의 일을 방해하는 하루살이의 유희
- 3연 : 끊임없이 비행이 이어지는 하루살이의 반복
- 4연 :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하루살이의 황홀
이해와 감상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고 죽는 곤충이다. 그래서 하루살이에게는 그만큼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 소중할 것이므로, 하루살이는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하루에 다 쏟아 붓는다. 우리에게 하루는 별 것 아닌 시간이지만 하루살이에게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시적 화자는 '하루살이'의 행동을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하루살이'의 비행을 꼼꼼히 지켜보며 그들의 자유로운 비행에 대비되는 자신의 무기력한 삶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즉, '하루살이'는 벽을 사랑하며 불로 모여드는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시적 화자 자신은 그렇지 못하고 무기력하고 무감각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다.
* 하루살이의 네 가지 존재 방식
시적 화자는 하루살이의 삶을 '광무, 유희, 반복, 황홀'이라는 네 가지 어휘를 사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광무'란 하루밖에 못 사는 존재인 하루살이가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다는 의미에서, '유희'란 하루살이의 비행이 그저 노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제시된 표현이다. 이 두 단어는 시적 화자의 삶과 비교되면서, 자신은 그런 광무나 유희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산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반복'은 일상을 뒤집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며, '황홀'은 불 옆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의 열정에 대한 시적 화자의 동경이 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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