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
박목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개관
- 성격 : 관조적, 기구적(祈求的), 사색적, 상징적
- 주제 : 생사를 초월한 죽은 아우에 대한 그리움
- 표현 : ㉠ 감정을 절제하여 담담한 어조로 표현함(시적 긴장감)
㉡ 시간의 흐름에 다른 시상의 전개
㉢ 대화가 거리낌없이 지문화되어 있는 구어체 문장
㉣ '하강'의 이미지가 지배적임(비, 눈, 열매의 떨어짐과 관을 내리는 것 등의 하강 이미지가 '슬픔'과 '눈물'의 이미지를 환기시켜 줄 수 있음)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관이 내렸다 → 직접적 서술을 통해, 감정의 개입을 근본적으로 억제함.
*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 슬픔의 극한, 죽은 자에 대한 화자의 사랑의 깊이를 표현.
* 주여 / 용납하옵소서 /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 아우만을 위한 의례적인 행위임(삶의 시련과 고통을 신앙적으로 극복하고 의지하려는 노력은 엿보이지 않음)
* 하직 → 관을 내린다는 뜻과 이별한다는 뜻을 동시에 담고 있는 중의적 표현
* 그 후로 → 시상의 전환. / 현실과 꿈의 경계선이며 사랑하는 아우를 이제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음에 대한 암시
* 그를 꿈에서 만났다 → 아우와의 이별을 영원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태도
* 형님 → 시 창작의 구체적인 동기가 되는 말
* 전신으로 → 아우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강렬하게 드러나 있는 시어
* 이제 네 음성을 / 나만 듣는 여기 → 서로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별개의 세상에 존재함을 나타냄.
* 눈과 비가 오는 세상 → 이승과 저승의 단절감 및 이질감의 표현. / 인간의 보편적인 슬픔을 지극히 절제된 목소리로 표현함으로써, 삶의 비극성을 다스릴 줄 아는 원숙한 정신적 자세가 엿보임. / '눈'과 '비'는 아우를 잃은 슬픔과 눈물을 연상하게 해주는 소재임.
*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 단절감, 절망감, 허무함
* 이제, 다만, 여기 등의 부사어 → 화자와 아우와의 합일할 수 없는 물리적 · 시간적 · 공간적 거리에 대한 강조의 효과를 가지는 시어임. / 삶과 죽음의 경계선적 의미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시어임.
* 열매가 떨어지면 /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 이승과 저승의 엄청난 괴리감과 단절감이 표현됨.(상황의 대조) / 죽음의 허무함이 있는 이승을 표현한 것이기도 함.(열매로 비유되는 살아있는 생명이 떨어져 죽어도 한순간의 조그만 소리만 날 뿐이라는 사실에서)
시상의 흐름(짜임)
- 1~7행 : 아우의 장례식
- 8~14행 : 죽은 아우를 꿈속에서 만남
- 15~끝 : 이승과 저승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시인의 초기의 민요조 가락과 향토색 짙은 서정성이 사라진 대신 일상적인 삶의 체험에서 오는 슬픔이 담담하게 그려진 시다. 사랑하는 아우를 잃은 슬픔이 짙게 배어 나오는 이 시에는, 시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인생관이 동시에 드러나 있다.
1~7행까지는 아우의 주검을 땅 속에 묻는 장례식 장면이다. 아우의 육신을 담은 관은 시적 자아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땅속으로 내려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의 슬픔이나 애통함을 직접 표현한 구절은 한마디도 없이, 억제된 슬픔의 깊이를 느끼게 할 뿐이다. 8~14행까지는 장례 후, 꿈속에서 아우를 만난 내용이다. 아우의 부름에 혼신의 힘을 다해 대답하지만, 시적 자아의 대답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아우의 처지를 말하고 있다. 둘 사이의 어쩔 수 없는 단절감과 거리감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15~끝행까지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과 단절감을 다시 한 번 담담한 어조로 노래함으로써, 슬픔을 극복하려는 시적자아의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혈육의 죽음과 매장을 직접 겪으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인생의 허무감과 함께 생의 재발견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는 육신의 허망함에 대한 비통과 탄식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예리한 절제와 극기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우의 죽음 앞에서 그 절망과 슬픔을 이다지도 절제된 음성으로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삶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인 중년의 시인이 새롭게 깨닫게 된 삶의 비극성과 그것을 다스릴 줄 아는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시의 중심 이미지]
이 시의 이미지는 모두 '하강적(下降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리고 이 하강적 이미지를 지닌 시어들은 모두 죽음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하강적 이미지가 죽음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래쪽'이 사자(死者)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는 대지(大地)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관이 내렸다, 밧줄로 달아 내리듯, 하직했다, 눈과 비가 오는 세상,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 등에서 나타나는 하강적 이미지는 모두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적 운동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불안하고 유동적인 상태에서 안정되고 고정된 상태로의 이행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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