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1. 개념, 어원
- 개념 '창(소리)'으로서의 음악, '이야기(아니리)'로 말하는 문학, '동작(너름새)'을 곁들이는 무용 등과 함께 연극적 요소가 결합된 종합 예술 양식으로서, 후대에 판소리계 소설과 창극을 형성시킨 구비 서사시
- 어원
① 판(무대)의 소리 → 놀이판에서 부르는 노래
② 판창(板唱) → 일정한 장단을 가진 악조로 부르는 소리
③ 판에 박힌 듯이 정해 놓고 부르는 소리
이와 같은 견해들이 있으나, 확실한 어원은 알 수 없으며, 한문식 표현으로는 '극(劇)', '우희(優戱)' 또는 '극가(劇歌)'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2. 구성
- 구성의 3요소
광대 | 창자(唱者)로 창의력이 풍부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작품 전개를 담당하는 서술자이면서 작중인물의 역을 연기하는 연기자다. 사설의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사설의 창작자라고도 할 수 있다. |
고수 | 노래의 흥을 돋우며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어 주는 사람으로, 광대와의 호흡의 일치가 매우 중요함. |
청중 | 관객으로, 극의 진행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됨. |
- 주요 용어
창(소리) | 광대가 부르는 노래 |
아니리 | 창이 아닌 말로, 창과 창 사이에 하는 대사를 말한다. 광대가 숨을 돌릴 수 있게 하고 여유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하는 요소. |
발림(너름새) | 노래를 부르며 하는 광대의 몸짓이나 동작을 말한다. 이것을 다양하게 하는데 매우 요긴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부채'이다. |
추임새 | 흥을 돋우기 위해 고수와 관객이 발하는 탄성을 말한다. '얼씨구' '얼쑤' '잘한다' '지화자' 등. |
3. 판소리 장단
- 진양조 : 가장 느린 곡조. 애연조(哀然調), 슬프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 중모리 : 중간 빠르기. 담담하고 안정감을 주며 태연한 느낌을 준다.
- 중중모리 : 중모리보다 조금 더 빠르기. 흥취를 돋우며 우아한 느낌을 주며, 춤을 추거나 화려하고 요란한 장면을 연출한다.
- 자진모리 : 빠른 곡조. 섬세하고 명랑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 휘모리 : 가장 빠른 곡조. 절정과 흥분과 급박한 느낌을 준다.
- 엇모리 : 평조음으로, 평화스럽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4. 기원 및 발생
- 기원 : 전라도 세습무 집안의 "무가 기원설"
※ 근거
* 광대들이 무가 출신이 많음.
* 서사 무가의 장단, 창, 아니리 등이 판소리의 그것과 유사함.
* 세습무 집안의 남자들이 조무(助巫)나 악공 노릇을 하다가 광대가 되어 먹고 살길을 찾았을 수 있다.
- 발생
① 발생 시기 : 18세기 초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함.
② 발생 배경 : 민중의식의 각성, 상업의 발달 등
③ 문서로 나타난 것은 1754년 만화본 <춘향가>가 최초의 자료임.
5. 판소리의 시대 구분
- 제1기 → 형성기, 18C 초에 형성된 것으로 추측됨.
- 제2기 → 전성기, 19C 후반, 신재효의 여섯마당, 송만재의 "관우희"에서의 열두 마당 기술, 갑신 정해년의 완문의 존재, 윤달선의 "광한구악부", 순종·헌종·철종 때의 명찰 배출, <광한루기>, 판소리계 방각본 정착, 이유원의 관극시
- 제3기 → 쇠퇴기, 20C 이후, 판소리의 쇠잔기와 이의 창극화.
6. 특징
- 서사성 : 설화 및 소설과의 관련성
- 율문성(음악성) : 운율이 일정치는 않지만, 대체로 4 음보 격의 운문체임.
- 전문성 : 전문적인 소리꾼(광대)에 의해 진행됨.
- 다양성 : 표현과 수식, 율격이나 구성 원리의 다양함.
- 향유층의 다변성 : 서민층에서 향유되다가 후대에는 중인 및 양반층까지 확대됨.
- 최소의 인원, 최소의 도구로 최대의 표현을 하는 것이 판소리의 원리이자 묘미임.
- 서민의식을 반영하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민중예술임.
- 한시나 고사의 인용이 많으며, 일상적인 구어첼 반복, 과장, 욕설 등이 많이 쓰임.
7. 허두가(목 푸는 소리)
- 허두가는 작품의 주 내용과는 관계없음.
- 허두가를 부르는 이유는 목청을 가다듬으면서 청중을 모아 들이자는 데 목적이 있음.
- 단가(短歌)를 부르기도 함.
* 단가 : 이야기의 줄거리를 갖추지 않고, 길이도 그리 길지 않은 가사체의 사설로 중모리 장단으로 부름. 예) 백발가, 태평가, 광대가(신재효)
8. 의의
- 평민층의 예술이면서도 민족 전체가 즐길 수 있는 민족 예술로 성장
- 설화의 내용을 다채롭게 확대시키고, 한편으로는 판소리계 소설을 정착시킴.
- 높은 예술성을 지닌 구비문학 장르임.
9. 판소리 열두 마당
- 마당
① 판소리 한 편
② 공통적 줄거리를 지닌 작품 군
③ 같은 '마당'도 광대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창본이 있음.
④ 어느 마당이나 광대가 한꺼번에 다 부를 수는 없음.
- 수궁가 : 1개의 설화(구토지설) + 광대의 창작성. 판소리계 소설 <별주부전>
- 흥보가 : 1개의 설화(방이설화) + 광대의 창작성. 판소리계 소설 <흥부전>
- 춘향사 : 여러 개의 설화를 판소리의 작품적 질서에 맞게 배열 + 광대의 창작성.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
- 심청가 : 여러 개의 설화를 판소리의 작품적 질서에 맞게 배열 + 광대의 창작성.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 변강쇠가 : 판소리와 소설은 전해지지 않고, 신재효가 쓴 사설만 남아 있음. (판소리의 내용 중 가장 음란한 내용이어서 부르지 않은 것 같음)
- 적벽가 : 소설의 일부를 판소리로 개작함.(중국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 장면 개작)
- 배비장 타령 : 판소리 사설은 전해지지 않고 소설로만 전해짐.
- 강릉 매화 타령 : 판소리 사설도 소설도 전해지지 않음.
- 옹고집 타령 : 소설로만 전해짐(가까 옹고집이 인색한 인물인 옹고집을 욕보이고 개심하게 하는 내용)
- 장끼 타령 : 소설로만 전해짐.(까투리를 잃은 장끼가 개가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부부관계 풍자)
- 왈짜 타령 : 정노식의 「조선 창극사」에서는 <무숙이 타령>으로 되어 있음.
- 가짜 신선 타령 : 정노식의「조선 창극사」에서는 <숙영낭자전>으로 되어 있음.
10. 판소리 사설의 내용 및 표현상 특징
- 내용
① 서민들의 현실적인 생활상 묘사
② 극적 내용이 많고 민속적이며, 풍자와 해학 등 골계적 내용이 풍부하게 구사됨.
- 표현
① 비장과 골계의 대조
② 부분의 독자성
③ 한문투의 유식한 문자가 사용되지만, 그것을 상스럽게 희롱해서 뒤집어엎는 수법 사용
(반어와 아이러니, 패러디)
11. 신재효(1812 ~ 1884)
- 판소리의 이론 정립
⇒ <광대가>에서 "광대의 사체(四體)와 판소리의 음악적 구조와 명창의 창태"에 대해서 논함.
인 물 | * 제일은 인물치레라 * 인물을 변통할 수 없는 것이라 하며, 광대가 그 인물이 특출해야 한다는 것은 광대를 하나의 배우로 보았기 때문임. |
사 설 | * 제이는 사설치레라. * '사설'이란 문학 작품인 희곡적인 뜻을 가진 말인데, 구체적인 표현, 사실적인 묘사, 우아한 가사문장의 기교 등을 뜻하는 말임. |
득 음 | * 제삼은 득음이라. * 음색과 발성, 소리의 음양이 사실적이며, 소리와 사설의 안팎이 맞아야 함. * 사설의 이해 없이는 득음이 있을 수 없다. |
너름새 (발림) |
* 제사는 너름새라. * 현대극에 있어서의 '액션'이다. * 판소리는 '너름새'의 효과적 뒷받침이 수반되어야 하며, 귀성끼고 맵씨있는 너름새가 상황에 따라서 천태만상으로 열연됨으로써 구경하는 남녀노소를 경각에 울고 웃게 해야 함. |
- 광대에 대한 지원 및 양성
⇒ 이날치, 김세종, 진채선(여) 등 명창 배출
- 판소리 여섯 마당 정리
- 광대의 패트론(후원자)으로서 아전 출신임.
12. 판소리의 장르 규정
- 상위개념 : 서사 장르류
⇒ 판소리는 바탕글(지문), 등장인물, 장소, 시제 등에서 '사실들의 총체'를 나타내고 있기에, 희곡도 아니고 독자적 장르도 아닌 서사 장르류에 해당됨.
- 하위개념 : 판소리(독자적 장르)
⇒ 희곡적 구비 율문이라 요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기에, 고전소설과도 다르고 그 외 어떤 서사 장르종(설화, 서사무가, 서사가사 등)과도 구별되는 독자적 장르종에 속함. 즉, 판소리는 판소리이다.
13. 판소리의 서사적 구조
- 서사적 구조란?
⇒ 작품의 성격, 행동, 사상이 결합하여 작품을 형성 · 전개하는 방식
# plot은 서사적 구조의 한 양식이며, 다른 식의 구조도 있을 수 있다. 플롯이란 사건의 시초-중간-종말이라는 하나의 '완결된 체험 단위'를 형성하는 것으로, 작품의 유기적 완결성을 해치는 어떤 요소나 부분도 배제해야 하고, 각 부분은 다른 부분과의 긴밀한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 판소리의 서사적 구조는 플롯의 원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양상을 지닌다.
⇒ 플롯이 중시되는 문학 양식에서는 '부분이 전체의 구조를 위해' 봉사한다고 하지만, 판소리에서는 '사건의 흐름이 부분을 위해' 봉사한다고 할 수 있다. 판소리의 각 부분은 이야기 줄거리에 포함된 여러 상황을 '그 상황 자체의 흥미와 감동을 위해' 확장 세련되는 것이다.
- 판소리의 특징 및 지향(추구)
⑴ 특징
① 장황한 수사 : 장황한 부분이 지니는 의미는 그 부분만의 감상으로도 감흥이나 미적 체험이 성립 → 부분의 독자성
② 길게 부연된 사설
③ 모순된 에피소드
예> 양반이다가 천민이다가 하는 놀부. 기생이기도 아니기도 하는 춘향. 침통하고 비장하던 양반이다가 음탕하고 천박한 인물이 되는 심봉사
⑵ 지향(추구)
① 어떤 상황이나 부분(사랑가, 십장가, 오리정 이별, 옥중가, 어사출도, 인당수, 박타는 대목 등)이 제공 또는 허용하는 의미와 정서를 절실하고 흥겹게 연출하고자 하는 것.
② 판소리의 지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 앞뒤의 조리가 맞지 않고 모순 · 갈등하는 둘 이상의 부분이 한 작품에 공존하기도 함.(모순된 에피소드)
③ 각 상황의 의미와 정서를 강화 · 확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어느 정도의 지속적인 창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길고 화려한 사설이 필요하다. 또 부분적 의미의 강조를 꾀하다 보면 부분 간의 상호 모순이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 판소리를 지배하는 양식적 원리
⑴ 플롯으로서 작품의 구조적 가능성을 최후의 한 방울까지 짜내는(따라서, 전편을 한꺼번에 감상해야 하는~) 일반 극예술 및 소설과 판소리의 원리는 서로 상반된다.
⑵ 판소리를 지배하는 양식적 원리는 이야기 속의 여러 상황이 지닌 의미 · 정서를 강화 확장하여 '부분이나 상황의 독자적인 미와 쾌감을 추구'하는 지향의식을 가진다. 수사 · 장단 · 성률 · 발림의 조화로운 결합은 이것을 절실하게 현장화하는 판소리 특유의 기법이다.
- 판소리의 서사적 구조
⇒ 판소리의 서사적 구조의 기본 원리는 '정서적 긴장(몰입)과 이완(해방)의 반복'이다.
⑴ '창 - 아니리'의 가창 방식 (긴장 - 이완)
① 창(唱)
㉠ 상황적 의미와 정서가 확장 · 강화된 대목
㉡ 대사 · 서술 · 묘사가 다소 길고 화려한 운문으로 이루어짐.
㉢ 청중의 강한 정서적 관련이 일어남.
② 아니리
㉠ 산문으로 된 요약 서술이며, 간혹 한두 마디의 짤막한 대사가 포함됨.
㉡ 약 서술은 그 속에 담긴 사실이 현전하지 않는 것, 기억 속에서 재구성될 수 있는 과거 또는 상상의 일임을 뜻함.
⑵ '비장과 골계' (긴장 - 이완)
① 비장(悲壯) :
㉠ 작중 현실에 몰입(긴장)시키는 방향으로 정서적 관련을 유도함
㉡ 비장은 있어야 할 것(당위)과 있는 것(현실) 사이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당위를 구하려고 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 예> 춘향, 심청, <심청전> 전반부의 심봉사, 가난한 흥부 내외 등
② 골계(滑稽)
㉠ 긴장된 정서를 해소하는 역할
㉡ 비장, 숭고, 우아한 대목에서 이루어진 극적 환상을 차단하여 작중 현실에 대해 청중의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시킴.
㉢ 작중 현실을 정상적인 것보다 일그러지게 표현함으로써 그 특징을 강조하는 수법.
# 골계의 종류
해학 →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드러냄에 있어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 극적 환상이나 과도한 몰입과 긴장을 제한하는 정서적 안정 장치. 예> 해몽하러 가던 봉사가 겪는 우스꽝스러운 수난
풍자 → 어떤 대상의 비리, 결함, 약점을 폭로하는 웃음. 대상과 서술자(광대) 사이에, 대상과 청중 사이에 비판적 거리 형성. 해학보다 더 확실하고 급격하게 극적 환상에의 몰입을 차단함. 예> 이도령의 책 읽는 대목, 사령들이 춘향 잡아들이는 대목, 형장 맞는 대목 등
⑶ 결론
⇒ 판소리의 부분 부분은 독자성이 강하지만, 각 부분의 개별적 세련을 추구하면서 또한 작품 전체의 흐름을 지배하는 독특한 서사적 구조를 이루어 온 것 같다. 그 근본 원리는 '정서적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다. 즉, 판소리의 서사적 구조는 궁극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모든 것이 집약되는 유기적 발전의 완결 구조가 아니라, 긴장 - 이완, 몰입 - 해방이라는 정서적 미적 체험의 마디를 반복하는 구조이다. 판소리의 특징을 지적할 때 흔히 청중을 '울리고 웃기고'한다는 말을 하는데,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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